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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정훈(政訓)장교 1000명 신상정보 유출

글 : 김정현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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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6월부터 군부대 안보교육 민간업체에 위탁해 시행
⊙ 민간 안보교육업체, 탈북교사들에 2차례에 걸쳐 정훈장교 1000명 군정보 발송해 유출 논란
⊙ 문제 불거지자 “전달 받은 정훈장교 명단 알아서 삭제하라” 지시
  《월간조선》은 군 부대 안보교육을 맡고 있는 정훈장교 1000명의 명단을 입수했다. 자료는 안보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탈북민 강사 A씨로부터 받았다. A씨에 따르면 “국방부로부터 위탁업무를 맡은 민간업체가 탈북자 강사들을 대상으로 정훈장교 1000명의 명단을 두 차례에 걸쳐 발송했다. 군부대 안보교육을 맡은 탈북민 출신 강사들이 직접 부대를 찾아갈 수 있게 내려진 조치였다. 하지만 군 관련자가 부대 정보유출을 문제삼자 뒤늦게 ‘스스로 지우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탈북민 A씨는 “군부대 기밀사항을 이렇게 막 뿌리는 게 말이 되느냐”며 “안보교육 담당자들이 자신들이 직접 해야 할 일을 귀찮다고 강사에게 떠넘긴 것 같다”고 말했다. 명단에는 부대 전역에 안보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정훈장교 1000명의 이름, 소속, 직책, 연락처 등이 기재돼 있었다. 명단은 우리 군의 안보교육 체계와 연락망을 한눈에 알 수 있는 자료였다.
 
  안보교육을 맡은 탈북민 강사가 부대 전역에 걸친 군부대시설 및 군장교의 연락처를 통째로 건네받은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안보교육을 민간업체가 담당하기 전에는 탈북민 출신 강사의 선정부터 배정 지시까지 국방부에서 직접 담당했다. 국방부가 안보강사운영위원의 위원장을 맡고 안보교육의 전반적인 업무를, 기무사는 안보강사운영위원을 맡아 탈북민의 신원조회 및 확인을 한다.
 
  국방부는 탈북민과 연락해 안보교육을 해도 괜찮은 인물인지 파악하는 과정을 거친다. 탈북민이어도 이중간첩일 경우를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강사료를 목적으로 북한 내부 사정을 엉터리로 전달할 수도 있기 때문에 그동안 안보교육 강사를 선정하는 기준이 까다로웠다.
 
  뿐만 아니라 해당 탈북민 출신 강사가 교육을 위해 부대에 들어갈 때 하는 연락과 접촉도 국방부의 몫이었다. 부대의 정훈장교를 통해 탈북민 강사에게 지시를 내리는 형태였다. 부대의 정보가 유출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이런 업무가 민간으로 넘어가면서 보안체계에 구멍이 생긴 것이다.
 
 
  민간 안보교육 업체에 7억 투입
 
  올해부터 탈북민 출신 강사의 선정은 공개입찰을 따낸 민간업체가 한다. 국방부와 기무사는 민간업체가 선정한 강사의 신원조회만 형식적으로 하는 수준으로 영향력이 대폭 줄었다. 정훈장교 1000명의 신상정보가 유출된 경위도 국가에서 민간으로 안보교육담당 책임자가 바뀌는 과정에서 발생한 과실로 추측된다.
 
  안보교육은 전방권역과 후방권역으로 나눠 실시하고 있다. 전방권역은 퇴역 정훈장교 출신들이 만든 단체가 공개입찰로 맡게 됐다. 후방권역은 탈북민으로 구성된 단체가 입찰을 따냈다. 대대급 인원을 교육하는 민간 전문강사진도 일부 민간에 위탁하고 있다. 교육은 2016년 6월부터 2017년 2월까지 연간 910회 이상 시행될 예정이다. 전방권역과 후방권역 각각 3억5000만원씩 총 7억의 안보교육 예산이 투입된다. 예산의 대부분은 강사비용으로 90분 강의를 하면 21만원의 수당이 지급된다.
 
  이 예산을 받기 위해서는 교육을 담당하는 민간업체는 일정 자격요건을 갖춰야 한다. 그런데 대폭 바뀐 이 자격요건 역시 안보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우선 업체는 20명 이상의 탈북민 출신 강사를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기무사와 국정원 등과 함께 신원을 보장받고 교육을 하던 베테랑 강사들이 안보교육 참여를 거부하고 있다고 한다. 민간업체의 기밀 유지를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베테랑 안보교육 전문가들이 대거 이탈하면서 북한의 정확한 실상을 알리는 것이 어렵게 됐다. 또 새롭게 바뀐 안보교육은 강연 외 좌담회, 토크콘서트, 모노드라마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돼야 한다. 강연은 분량보다 뚜렷한 메시지 전달을 목표로 해야 한다. 또 정치적 논란이나 오해 소지가 있는 내용을 배제해야 한다. 문제는 장병들의 국가관과 안보관 및 군인정신 제고를 위해 이뤄져야 할 안보교육이 흥미 위주와 메시지 전달에 더 치중하도록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서 채용된 탈북민 강사진도 방송에 많이 출연했거나 신상이 알려져도 부담스럽지 않은 예능 출신 탈북민들로 구성됐다. 신상이 알려져도 상관없다는 것은 그만큼 북한 정권에 위협이 될 만한 정보를 덜 갖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를 두고 탈북자들 사이에서는 위탁 민간업체가 20명 이상의 탈북자 강사 수를 맞추려다 보니 검증이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렇게 선정된 탈북 강사가 만에 하나라도 민간위탁업체로부터 건네받은 명부를 북으로 빼돌린다면 우리 군은 안보상 큰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월간조선》이 입수 가능한 명부라면 타 정보기관도 입수가 가능할 것이라는 추측도 가능하다.
 
 
  “북한 실정 잘 아는 사람들 빠져”
 
  국방부 국방교육정책관실 정책담당자는 《월간조선》과의 통화에서 안보교육 민간업체 위탁정책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양질의 교육을 위해서 오래전부터 이야기되어 오던 사업이다. 원래 우리 군이 안보교육에 대한 구체적인 콘텐츠가 없었다. 보통 기무사에서 추천을 받은 탈북민이 주체가 돼 교육을 했다. 교육내용에 대한 관리가 부족했기 때문에 이것을 더 체계화할 필요가 있었다.”
 
  기자가 “민간위탁으로 바뀐 안보교육으로 인해 생길 안보상의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질문하자 “문제될 것 없다”며 “국방부의 관리하에 운영되고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지난 3월 조달청 사이트에는 ‘후방권역 북한이탈주민 초빙교육 용역’에 대한 공개입찰이 올라왔다. 일부 보수단체에서는 “국가안보에 관한 교육을 어떻게 민간업체에 맡길 수 있느냐”고 주장했다. 한 청년보수단체 회원은 안보교육을 민간업체에 위탁하는 것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연예인과 다를 바 없는 탈북강사들이 증언하는 북한은 북한군이 제대로 훈련도 못하고 굶어서 도둑질하는 마적단 정도다. 만약 북한군이 정말 그런 집단이라면 안보강의까지 들으면서 안보의식을 고취할 필요가 있는지 묻고 싶다.”
 
  그는 또 “북한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민간단체가 어떤 기준으로 탈북강사를 선정할지가 의문”이라며 “새로운 안보교육은 본래 목적과도 부합하지 않는다. ‘강의 몰입도를 높인다’며 아코디언이나 북한노래를 부르며 연주하는 탈북여성들의 공연이 안보와 무슨 상관인지 묻고 싶다”고 했다.
 
  기무사와 오랜 기간 안보교육 맡아 왔던 탈북민 강사 B씨는 “북한 내부실정을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은 이번 채용에서 전부 빠졌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아무리 군인 출신들로 구성된 민간 안보교육단체라고 해도 안보에 대한 정보나 노하우를 우리들만큼 알 수는 없다. 이들이 탈북강사들의 신원정보를 요구한 것만 봐도 그렇다. 탈북민들 중 고급정보를 갖고 있는 사람들에겐 신원보호가 중요하다. 그런데 이것을 요구했다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인재들은 걸러내겠다는 뜻이다. 아니면 신원정보가 탈북민들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인식이 없다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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