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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메르스 사태로 본 한국과 미국의 건강보험 제도

건강보험료가 합리적으로 쓰이도록 하는 제도 모색할 때

글 : 최리나  미국 올랜도 지역의료센터 비만수술과 시니어 리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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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노인 대상 메디케어, 저소득층 대상 메디케이드와 私보험이 공존
⊙ 私보험, 실력 없는 의사 도태시켜 병원 품질 높이고, 과잉진료·과잉청구 막는다는 장점 있어

최리나(Rena Choi Moon)
⊙ 고려대 의대 졸업.
⊙ Cleveland Clinic Florida 내시경복강경 및 비만수술과 리서치 펠로,
    Orlando Regional Medical Center(ORMC) 비만수술과 리서치 펠로.
⊙ 現 ORMC 비만수술과 시니어 리서처.
메디케어 홈페이지. 메디케어는 미국의 모든 사보험의 기준이 되는 보험이다.
  메르스 전이가 기존 중동 지역보다 대형병원을 기점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많이 일어나면서 우리나라 응급실의 특수한 상황 때문이라는 주장이 일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서울의 대형병원 응급실에 전국에서 환자들이 몰리고, 한 환자가 여러 병원을 돌아다니는 문화가 메르스 확산을 부추겼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는 어찌 보면 우리나라의 독특한 건강보험 체계와 의료제도 때문이라고도 보이는데, 미국에서 7년간 생활하면서 체험한 미국의 의료제도에 대해 소개해 보고자 한다.
 
  미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사(私)보험체제를 가지고 있다. 전체적으로 수십 개에 달하는 의료보험 회사들이 각기 다른 의료보험을 제공하고, 환자가 이 중 하나를 선택하여 의료보험비를 각 보험사에 납부하는 형식을 취한다.
 
  회사 의료보험이 있는 경우는 회사에서 한두 보험사와 계약하여 낮은 가격에 좀 더 좋은 조건으로 보험을 직원들에게 제공한다. 이러한 보험사들의 근간을 제공하는 것은 미국의 국가보험인 메디케어(Medicare)이다. 메디케어는 65세 이상의 미국인에게 국가에서 제공하는 의료보험으로, 모든 사보험의 기준이 되는 보험이다. 또한 미국은 저소득층(4인 가구당 1년에 2만5000달러 미만 정도)에게 공짜로, 혹은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는 메디케이드(Medicaid)라는 국가보험이 있다. 때문에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에 해당되지 않는 사람들만 사보험을 구입하게 된다.
 
 
  私보험이 발달한 미국
 
  미국의 사보험은 크게 두 종류다. 보험사와의 계약 여부와 상관없이 우리나라처럼 아무 의사나 찾아갈 수 있는 PPO(Preferred Provider Organization)와 보험사와 계약한 병원만 갈 수 있는 HMO(Health Maintenance Organization). PPO는 아무 의사에게나 갈 수 있는 대신에 보험료도 비싸고 본인 부담금도 훨씬 많아 대다수 미국인은 HMO를 선택한다. HMO 보험은 어떤 검사를 하건 의사를 한번 찾아갈 때마다 30달러(일반의사: 가정의학과/내과, 산부인과, 소아과), 혹은 50달러(그 외의 전문의) 정도 부담하게 된다.
 
  일반 주치의(내과/가정의학과와 소아과)를 미리 정하도록 되어 있어 한번 정하면 보통 같은 의사에게 계속 찾아가게 된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의사로 바꿀 수 있지만 미리 보험사에 연락하여 허가가 나야 새로운 의사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오늘은 이 병원에 갔다가 내일은 저 병원에 갈 수 없다(전문의에게는 주치의 제도가 적용되지 않는다). 마음에 드는 주치의만 찾고 나면, 이사 가지 않는 한은 계속 같은 주치의(소아과)에게 가기 때문에 내 의사가 내 남편도 알고, 가족력도 알고, 무엇보다 내 병에 대해서 가장 잘 알게 된다. 아이가 아픈데 이비인후과를 가야 하는지 내과를 가야 하는지 소아과를 가야 하는지 고민할 필요가 없이, 아이 주치의에게 가면 모든 기본적인 치료를 해준다. 아이를 데리고 이비인후과에 가서 치료를 받았는데 알고 보니 폐렴이었다는 경우는 있을 수가 없다. 소아과에 가면 제일 먼저 감기에 따른 합병증을 진단하고, 더 검사가 필요하면 전문의(이비인후과)에게로 보내기 때문이다.
 
  미국의 모든 의료보험은 또한 일 년에 환자가 낼 수 있는 돈이 정해져 있다(Out of pocket maximum). 내 보험의 아웃 오브 포켓 맥시멈이 3000달러(300만원가량)면, 내가 어떤 진료를 받건 일 년에 3000달러까지 내고 나면 나머지 전액을 보험사에서 부담한다. 이 역시 적은 돈은 아니지만, 최소한 내가 불치병에 걸렸을 때 가정이 병원비로 풍비박산이 날 정도는 아니다. 우리나라는 이제는 암도 건강보험이 되어 비용이 많이 줄었다고 하지만, 불치병으로 부유하던 가정이 무너지는 경우가 아직도 있다고 들었다.
 
  또 얼마 전에 읽은 기사에 우리나라 임산부들이 임신부터 출산까지 지출하는 의료비용이 2007년에 평균 185만원가량이었다고 했다. 미국은 보험사에 따라 지출비용이 다르긴 하지만, 현재 필자의 보험으로 출산까지는 어떤 검사를 하건 산전검사비용이 300달러, 출산 시 입원비용이 하루에 200달러(2인실 사용 시)로, 자연분만 시 다 통틀어 700달러를 넘기지 않는다. 혹시 아이에게 문제가 있어서 인큐베이터를 써야 한다 해도, 보험계약상 한번 입원 시 1000달러를 넘기면 모두 보험사 부담이기 때문에 태아보험 같은 추가적인 의료보험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지나치게 병원을 자주 찾는 한국인
 
  사보험의 가장 큰 장점은 보험사가 환자의 대변인 역할을 해준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사보험은 이익을 위해 존재하기 때문에, 지나치게 합병증을 많이 일으키는 의사들에게 의문을 제기하고(치료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 재계약을 하지 않거나 보험료를 지급하지 않는다. 이는 궁극적으로 실력이 없는 의사들을 가려내는 역할을 하고, 보험을 든 환자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해준다(환자 개개인이 의사의 실력을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 또한 불필요한 시술을 할 경우에도 보험료를 지급하지 않거나 타당성을 묻기 때문에, 의사들이 과잉진료 혹은 과잉시술로 수익을 챙기기 어렵고, 환자에게 과잉청구 하기도 쉽지 않다.
 
  미국과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 환자들은 과하다 싶게 병원을 많이 찾는다. 미국은 병원비가 비싸 병원에 가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보험만 있으면 미국도 병원비가 비싸지는 않다. 하지만 내과에 방문해 보면 대부분이 고혈압, 당뇨 등 지병 있는 환자들이지 감기 환자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몇 년 전, 만 두 돌이 안 된 딸아이가 일어나자마자부터 토하고 열이 나기에 소아과에 전화를 한 적이 있었다. 간호사가 전화를 받더니 지금 장염이 유행이니 해열제 먹이고 탈수되지 않는지만 잘 지켜보라고 했다. 아이 엄마로서 처음 겪는 일이라서 좀 야속하게 느껴졌지만, 시키는 대로 하니 아이는 3일 만에 멀쩡해졌다. 그 이후에도 감기로 열이 나면, 너무 높지 않은 이상 집에서 해열제만 먹이면 아이는 일주일 만에 좋아졌다. 몇 번을 반복하고 나니 병원을 찾지 않는 것이 당연해졌고,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좋아지지 않을 때만 소아과를 찾게 되었다.
 
  열감기로 병원을 찾는 것이 잘못되었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여기에서 우리가 생각해 봐야 하는 부분은 비용이다. 우리나라는 건강보험이 국가보험이고 거의 모든 국민이 건강보험료를 내고 병원을 이용한다. 이렇게 모인 건강보험료가 국민 의료에 쓰이는데, 어차피 집에서 쉬어도 지나갈 감기로 건강보험료를 쓰는 사람이 국민 대부분이기 때문에 실제로 암 등의 불치병, 혹은 지병으로 치료를 받아야 할 사람들이 제대로 지급을 못 받는 경우가 생기게 된다.
 
 
  건강보험 남용하지 말아야
 
  실제로 우리나라는 국가보험 형태로 보험료를 납부하면서 의료행태는 사보험을 따르고 있다. 국가보험을 위주로 쓰는 남미국가들이나 유럽국가들의 환자들은 가격이 저렴한 대신에 지정한 공립병원만 이용할 수 있고, 의료비가 저렴한 대신에 병원의 품질은 사설병원보다 못하다. 돈 있는 사람들만 사보험을 추가로 들어 시설 좋은 사립병원에 갈 수 있는 것이 남미국가들과 영국의 현실이다. 미국은 사보험 위주의 시스템이기 때문에 거의 대부분이 사립병원이고 병원의 품질이 전반적으로 다 좋은 편이며, 환자들은 보험사랑 계약이 돼 있는 병원은 어디든지 갈 수 있다.
 
  우리나라도 국가보험을 계속 유지하려면 언젠가는 유럽국가들의 전철을 밟아야 할 것이고, 지금의 의료소비 형태를 유지하고 싶다면 언젠가는 사보험 제도를 도입하여야 평형이 맞을 것이다. 국가보험으로 의료보험 비용을 내면서 사보험처럼 소비하기 때문에 정작 필요한 사람들에게 보험금 지급이 되지 않거나, 보험금 지급이 되어야 하는데 잘 되지 않는 항목들이 생기는 부작용들이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대두되는 의료사고도 그 부작용 중 하나일 것이다. 또한 이번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나타난 음압병상의 부족실태도 보험금의 지급이 적절하게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앞에서도 언급하였듯이 환자 입장에서 사보험의 최대 장점은 의사들의 역량 파악이다. 하지만 이는 의료수가의 상승과 맞물려야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다. 의료수가의 상승이 없이는 품질 좋은 의료를 기대하기 어렵다. 때문에 의료보험 비용 상승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
 
  미국에서 보험사가 의사 한 명에게 환자 한 명당 진료 한 번에 지급하는 비용은 많게는 400달러, 적게는 100달러 정도이다(진료과목에 따라 다름).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한 달에 지급하는 개인 보험료는 한 달에 50달러 정도지만(좋은 회사 보험의 예), 아이가 있으면 가격이 4배, 온 가족은 8배 정도로 올라가게 된다.
 
  심각하지 않은 일로 건강보험을 남용하게 되면 실제로 정말 감당할 수 없을 때에는 대비가 안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보험의 본질에 어긋나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사보험을 택하든 국가보험을 유지하든, 정말 필요한 예방접종과 산전검사, 혹은 신장투석, 불치병 치료에 의료비용이 더 쓰이고, 굳이 의사가 필요하지 않은 잔병에 의료비용이 덜 쓰이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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