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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추적

朴元淳 시장의 도심 숲 말살, 침묵 모드로 들어간 환경단체들

글 :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

사진 : 조준우  월간조선 객원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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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롱뇽과 구름바위를 지키겠다고 國策 공사를 중단시킨 세력의 이상한 침묵. 이화여자대학이 축구장 다섯 개 면적의 山地를 훼손하고, 1200그루의 나무를 허가없이 자른 것은 불법이므로 공사를 중지하고 山地를 복구하라는 산림청의 경고에 구청이 불복하고 공사를 강행해도 입을 닫다. 북아현숲과 함께 한국의 환경운동도 죽었다?
이화여대의 기숙사 공사로 약 3만1000㎡의 북아현숲이 사라졌다.
  박원순(朴元淳) 서울시장은 환경(자연, 농업, 동물 등)을 사랑하는 인물로 기억되고 있다. 쇼를 하는 돌고래를 풀어주고, 서울시청에서 꿀벌을 키우고, 광화문 도심에서 농사짓는 모습을 연출했다. 뿐만이 아니다.
 
  *2013년 9월 23일 서울시는 보도자료를 통해 “공공 분야의 온실가스 저감을 선도하고자 2011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온실가스·에너지 목표관리제’ 시행으로 여의도 면적 110배의 숲을 조성하는 효과를 거두었다”고 밝혔다.
 
  *2014년 3월에는 ‘자연환경보전조례 일부 개정 계획’을 발표하였다. 생태·경관 보전지역을 관리하거나 훼손된 자연을 회복시키는 일을 하기 용이하도록 법을 손질하겠다는 것이었다.
 
  *2014년 4월 18일에는 ‘녹색과 커뮤니티 문화 중심의 미래지향적 공동주택을 만들기 위한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2014년 5월에는 반려동물, 동물원 동물, 실험동물, 야생동물에 대한 복지기준 마련 방안을 제시한 ‘서울 동물복지계획 2020’을 발표하였다.
 
  *2014년 6월에는 서울혁신파크 조성 계획을 발표했는데 여기에도 ‘환경을 생각한 공간 조성’이 강조되어 있다.
 
  *한편 2013년 11월 박원순 시장은 서울시청에서 환경·경제 전문가로 알려진 리처드 하인버그라는 인물과 만나 대담한 바 있다. 이날 박 시장은 “기후변화 시대를 맞아 도시의 모습도 바뀌고 있다. 저탄소 사회 또는 화석연료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해 원전 하나 줄이기 운동 등 서울시도 노력을 하고 있다”고 하였다.
 
 
  사라진 것들
 
  이런 박원순 시장의 ‘적극적인 뒷받침’으로 유서 깊은 도심 숲 하나가 사라졌다. 그럼에도 환경단체들은 일제히 침묵 모드이다. 광화문에서 걸어서 30분 거리에 있는 산림이, 그것도 벌목 허가도 거치지 않고 불법적으로 잘려나갔는데도 도롱뇽과 구름바위를 지킨다면서 국책 사업을 중단시킨 단체들은 시위 한 번 하지 않고, 성명서 한 번 내지 않았다.
 
  미스터리의 무대는, 조선조가 도읍을 정할 때 맨 먼저 후보지로 올렸던 서대문구 안산(鞍山) 자락의 산비탈이다. 유명한 북아현숲이다.
 
  지난 2014년 7월부터 약 3만1000m2(축구장 다섯 개 크기, 광화문 광장의 1.6배)를 밀어버리고 1100그루 이상의 나무를 자르면서 짓고 있는 이화여대 기숙사 증설 공사는 규모가 방대하다. 기숙사가 5개 동, 여기에 부속동까지 합치면 건축면적이 약 1만m2이고 연면적은 약 6만1000m2이다. 가파른 비탈에서 주택가를 내려다보게 될 기숙사 중 큰 것은 지하 5층, 지상 5층. 이 대학은 기숙사 건축의 불가피성을 지난 9월 이렇게 설명했다.
 
  “그간 대학 기숙사 시설의 부족으로 주거 불안정과 이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이 중대한 사회적 문제로 부상하였고, 본교의 경우 학생 기숙사 수용률이 8.4%에 불과하여 재학생과 학부모들의 불만이 높아지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현실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본교는 학생기숙시설을 신축 중에 있습니다.”
 
  이 공사로 사라진 것은 도심 숲의 자연생태계이다. 자연 상태의 녹지가 전체 사업부지의 약 95%(약 2만9600m2)였는데 건물과 포장 등에 의하여 약 3분의 1(1만1500m2)로 줄어든다. 토양의 다양한 공해 정화 기능, 예컨대 온실가스를 흡수하는 기능이 그만큼 훼손된다는 의미이다.
 
  이화여대의 자체적인 사전 환경평가를 기준으로 하면 사라진 산림은 1만7300m2, 나무는 1150그루가 잘려나가거나 뿌리가 뽑혔다. 리기다소나무 601주, 잣나무 117주, 산벚나무 156주, 갈참나무 143주, 때죽나무 59주, 아카시아나무 62주, 은사시나무 12주이다.
 
  이 숲에 살던 동물들도 사라지거나 삶의 터전을 옮겨야 했다. 이 대학의 현지조사 결과 이 숲에선 포유류 1종(청설모), 조류(鳥類) 8과 11종 139개체가 확인되었다. 서울시 보호종인 박새도 관찰되었다. 사업지구에서 북쪽으로 150m 떨어진 안산에선 법정보호종인 새매와 황조롱이 등 8종이 목격된 바 있다. 곤충은 8목 24과 41종이 확인되었다. 나비목, 노린재목, 딱정벌레목, 매미목 등이다.
 
  이런 자연생태계 파괴는, 동식물의 말살뿐 아니라 흙이 덮인 자연녹지의 사실상 시멘트화(化), 아스팔트화를 의미하여, 기온, 습도, 오염도, 그리고 온실가스 배출량에 큰 악영향을 끼친다. 여기서 가장 주목되는 온실가스 급증(急增)에 대한 자료를 본다.
 
 
  온실가스 감축에서 배출로
 
  2014년 7월에 이화학당이 만든 〈이화여자대학교 기숙사 신관 증축공사 환경보전방안검토서〉 상권 266페이지엔 충격적인 내용이 실려 있다.
 
  〈사업시행 전후에 따른 온실가스 발생량 및 저감량(低減量)을 산정한 결과 사업시행 전에는 온실가스 발생량보다 저감량이 많은 것으로 조사되었으며, 사업시행 후에는 발생량과 저감량을 비교한 결과, 연간 온실가스 순 발생량은 이산화탄소 환산 234.45톤으로 산정되었다.〉
 
  숲을 없애고, 자연녹지를 아스팔트나 시멘트로 덮어버림으로써 온실가스를 품어서 줄여주는 역할을 하던 숲이 온실가스 배출 시설로 바뀌게 된다는 자기 폭로이다. 이 환경영향평가 보고서는 온실가스를 이렇게 설명한다.
 
  〈유엔기후변화협약에서 인위적으로 배출되어 지구온난화에 영향을 주는 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 수소불화탄소, 과불화탄소, 육불화황을 6대 온실가스로 지정하였다.〉
 
  이화여대 보고서는 2009년 우리나라 온실가스 총배출량은 6억760만(이산화탄소 환산) 톤으로서 연평균 3.7%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고 했다. 대기중에 축적되는 온실가스는 온실효과를 내면서 지구 기온을 높이고 있다. 화석연료(석탄, 석유 등) 사용량을 줄여 온실가스 농도를 낮추지 않으면 지구의 생태계가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망가져 인류의 종말이 올 것이란 비관론이 강하다.
 
  이화여대의 환경 검토서를 직설적으로 요약하면, 전 세계가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하여 사활(死活)을 걸고 있는데 이화여대는, 온실가스를 줄여주던 숲과 땅을 말살하고 거대한 온실가스 배출 시설(기숙사 등)을 지어 이웃 주민은 물론이고 지구 환경과 인류의 공익(公益)에 반하는 환경파괴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매년 1091톤의 이산화탄소 증가
 
  이 보고서는 기숙사 공사로 사라진 자연녹지가 2만8000m2인데, 이 토양이 매년 온실가스를 이산화탄소 환산 699.34톤이나 저장하여 대기(大氣)로 방출되지 않도록 했다고 계산하였다. 이와 별도로 1196그루의 나무가 이산화탄소를 매년 166.16톤 저장하고, 16.68톤을 흡수하였다. 사업시행 전 이 도심 숲에 있는 학교 시설에서 매년 방출한 온실가스는 이산화탄소(CO2) 환산 25.59톤이었지만 녹지와 나무가 흡수, 저장하는 덕에 북아현숲은 매년 856.59톤의 온실가스를 저감시켜 주는 정화 기능을 하고 있었다.
 
  이 숲을 밀어버리고, 연면적 6만1000m2에 이르는 6동(棟)의 철근콘크리트 기숙사 및 부속동이 들어서고, 146대의 자동차가 주차하고, 2355명의 학생이 입주하면 어떻게 되는가? 전력(電力) 및 연료 사용 등으로 매년 860.44톤의 온실가스가 발생한다. 이에 옥상 조경(造景) 등으로 확보한 녹지와 나무 및 신재생 에너지로 저감 노력을 해도 매년 234.45톤의 온실가스를 대기로 내보낸다. 856.59톤의 온실가스 저감 기능이 234.45톤의 방출 기능으로 바뀌어 이화여대 기숙사 공사는 매년 1091.04톤(순증 기준)의 이산화탄소를 증가시키는 것이다.
 
  1091톤의 온실가스는 어느 정도인가? 300명 이상을 태우는 점보 여객기가 서울에서 파리까지 날아갈 때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약 1000배이다. 퇴직한 전 이화여대 교수는 “도심 숲을 건드리지 말고 기숙사를 캠퍼스 바깥에 지어야 하는데 건축비를 줄이려고 무리를 한 것 같다. 환경을 파괴하고 이웃 주민들과 저런 식으로 불화하는 것은 반(反)교육적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潘 총장의 경고,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다”
 
  2014년 가을에 발표된 기후변화에 대한 유엔 보고서는 “공업화된 국가들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지 않으면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경비가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하였다. 수백 명의 전문가가 관여한 이 보고서는 기후변화의 원인은 인간이라면서 지금 막지 않으면 ‘심각하고 회복 불가능한 충격을 사람들과 생태계에 던질 것이다’고 경고하였다. 반기문(潘基文) 유엔 사무총장은 시급한 대응을 촉구하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지도자들이 행동해야 합니다.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닙니다.”
 
  산업화 이후 대기권으로 배출된 이산화탄소 가운데 반은 1990년 이후 것이라고 한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2100년까지 지구 기온이 섭씨로 3.7~4.8도 올라가게 되어 있다. 기온 상승을 2도 이하로 낮추려면 온실가스 배출량이 2050년까지 70%나 줄어야 한다. 이 보고서는 온실가스를 감축시키는 경비가 경제성장을 해칠 정도는 아니라고 했다. 반 총장도 행동하지 않음으로써 더 큰 재정적,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후변화 연구 조직인 IPCC는 이 보고서가 3만 건의 과학 논문에 기초하여 작성된 것이며, 세계 지도자들에게 정책 지침을 제공, 배출 한계를 설정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2014년 11월 21일 산림청장은 서울시의 서대문구청장 앞으로 〈산지관리법에 따른 산지전용협의 절차 이행 등 철저〉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냈다.
 
  〈1. 최근 언론보도 등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이화여대 기숙사 건축협의와 관련하여 우리 청에서 이화여대 기숙사 건축부지(서울시 서대문구 북아현동 1-1612, 학교용지)를 확인한 결과 ‘산지관리법’ 제2조 제1호에서 규정하고 있는 산지(立木·竹이 집단적으로 생육하고 있는 토지)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쟁점이 된 옹벽은 건축물의 담장이 아닌 재해방지용 옹벽으로 봄이 타당하고, 동(同) 부지 내 입목(立木) 생육지는 원형존치지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2. 또한 주된 행정처분인 건축허가를 위한 산지전용협의 시 해당 부지를 산지가 아니라고 판단하여 ‘산지관리법’에 따른 산지전용허가 기준 등의 검토가 없었다면 중요한 하자가 있는 행정행위로 판단됩니다.
 
  3. 따라서 주된 허가부서에 현재 진행 중인 공사의 중지를 요청하고, ‘산지관리법’에 따른 산지전용협의 또는 복구 등의 조치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되어 알려드리니, 관련 규정을 준수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시기 바랍니다.〉
 
  이화여대가 이미 밀어버린 북아현숲은 산지인데 서대문구청이 산지 전용허가를 위한 기준의 검토를 거치지 않고 건축을 허가한 것은 ‘중요한 하자가 있는 행정행위’이므로 공사중지를 시킨 후 재협의를 하거나 산지복구 명령을 내리라는 촉구이다. 허가권자는 서대문구청이지만 산림청은 산지관리법에 대한 전문적 해석을 근거로 하여 시정 권고를 할 수 있다. 이웃 주민들이 산지전용허가도 받지 않고 산림을 없애버린 데 대하여 따지자 서대문구청의 푸른도시과는 건물 담장 안에 있는 토지는 허가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취했다.
 
  산림청은 ‘쟁점이 된 옹벽은 건축물의 담장이 아닌 재해방지용 옹벽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 주민들 손을 들어주었다. 서울시는 2013년 갑자기 문제의 북아현숲을 조림지라고 평가, 비오톱 등급을 하향 조정, 건축허가를 내어주도록 했는데, 산림청은 자연림이 많은 원형(原型) 산지로 판단, 서울시 등급 변경의 타당성에 대하여도 의문을 제기한 셈이 되었다.
 
 
  여의도 면적의 40% 도심 숲이 사라질 위기
 
  산림청의 지적에 불복한 서대문구청은 공사 지역은 ‘산지’가 아니라는 취지의 답변서를 산림청에 또 보냈지만, 산림청은 2014년 12월 초 해당 부지가 ‘산지’라는 기존 입장을 확인하는 문서를 재발송했다. 서대문구청의 관련 공무원들도 해당 공작물이 담장이 아닌 ‘옹벽’이라고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서대문구청이 산림청의 시정 권고를 듣지 않고 그럼에도 산림청이 강제할 권한이 없다면 제3기관의 감사를 통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다. 주민들은 지난 11월 말 감사원에 국민감사를 청구한 상태이다. 그들은 ‘중요한 하자가 있는 행정행위’로 도심 숲 3만m2가 사라졌는데도 산림청과 서대문구청 사이의 공방(攻防)으로 결론 없이 끝나버린다면 법치(法治)국가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시사주간지 《시사저널》(2014년 9월 29일자)은, 서울시가 시내 주요 대학 인근의 비오톱 등급을 하향(下向) 조정해 기숙사를 지을 수 있도록 허용했고, 그로 인해 대규모 도심 녹지가 사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비오톱(biotope)’이란 그리스어로 생물을 뜻하는 ‘Bio’와 장소를 뜻하는 ‘Topos’의 합성어다. 특정 동식물이 하나의 생활 공동체를 이루는 소규모 서식지를 말한다. 도시 지역의 생태가 악화되면서 생물군집(群集)이 줄어들자 남은 개체를 보존 및 복원하기 위해 만든 개념이다.
 
  비오톱은 ▲유형평가 ▲개별평가 두 가지 평가로 구성된다. 서울시는 조례(條例)를 통해 유형 및 개별평가 1등급지에 대해선 개발행위를 금하고 있다. 2013년 5월, 서울 소재 대학 주변 비오톱 등급이 대대적으로 하향 조정되었다. 비오톱 규정에 발목을 잡혔던 상당수 대학이 기숙사 신축을 승인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화여대 기숙사 증설 공사부지도 비오톱 1등급지가 1만9967m2 포함돼 있어 건축 부허(不許) 지역이었다. 서울시는 이 지역의 비오톱 등급을 재조정, 유형 1등급은 유지하면서 개별등급을 2등급으로 낮추어 건축허가를 받도록 했다. 《시사저널》은 2013년 5월에 발표된 〈서울특별시 고시 제2013-136호〉 내용을 전수(全數)분석, 467필지 총 1.17km2의 비오톱 등급이 하향 조정되어 “서울 여의도(2.9km2)의 약 40%에 해당하는 땅의 개발 제한이 일거에 풀린 셈”이라고 보도했다.
 
 
  환경보호 운동한 두 총장
 
이화여대의 기숙사 공사로 북아현숲이 사라지면서 매년 1091톤의 이산화탄소가 증가하게 된다는 보고서가 있다.
  ‘허가없이 불법적으로 1200그루의 나무와 3만m2의 산지를 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화여대 총장은 환경 전문 학자이다. 지난 8월 1일부터 임기를 시작한 최경희(51) 총장은 이대 과학교육과를 졸업(1985년)하고 1994년부터 교수로 재직해 왔는데 환경보호 관련 직책을 역임했다.
 
  ▲ 2003년 9월~2005년 9월: 환경부 중앙환경보전자문위원회 위원.
 
  ▲ 2012년 1월~2013년 12월: 한국환경교육학회 회장.
 
  ▲ 2013년 7월~현재: 환경부 제5기 중앙환경정책위원회 환경정책분과 위원.
 
  ▲ 2013년 7월~현재: 서울특별시 녹색서울시민위원회 위원.
 
  김선욱 직전 총장(2010~14년)은 법학교수 출신으로서 노무현 정부 때 법제처장을 지냈다. 신인령 전 총장(2002~06년)은 총장 재직 당시 최열, 임길진씨 등과 함께 환경운동연합의 제12대 공동대표로 활동했다. 2014년 6월, 서울시교육감으로 당선된 조희연씨는 인수위원장에 신인령씨를 영입했다. 신인령 전 총장은 과거 강원용(2006년 8월 사망) 목사가 설립한 크리스찬아카데미(1965년 조직)에서 활동하다가 한명숙(전 민주당 대표, 전 국무총리)씨 등과 함께 반공법 위반으로 구속된 전력이 있다.
 
  2002년 11월, 소위 환경연합 등 환경단체를 지원하는 목적으로 ‘환경재단’을 설립했다. 환경재단 대표 최열씨는 환경연합 과거 설립자요, 현재 환경연합 고문(顧問)이다. 환경재단 재정 중 상당부분은 이른바 ‘만분클럽’ 후원금으로 충당된다. ‘만분클럽’ 후원금은 환경재단과 약정을 맺고 ‘매출액의 만 분의 일을 환경재단에 기부하는 제도’이다. 예컨대 2006년의 경우, 사업수익 64억6738만원 중 ‘만분클럽’ 후원금이 30억8094만원을 차지했다. 2014년 10월 현재 ‘만분클럽’에는 삼성전자 등 90개 기업과 30개 대학이 가입해 있는데, 이화여대도 포함돼 있다.
 
 
  “북아현숲과 함께 사이비 환경단체도 죽었다”
 
2014년 11월 28일 국민행동본부와 충현동자연경관보전협의회는 감사원에 북아현숲을 사라지게 만든 이화여대 기숙사 건설에 대해 국민감사를 청구했다.
  2014년 10월 말 국민행동본부는 환경운동연합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신문에 광고로 냈다.
 
  〈북한 정권의 악마성과 대한민국의 실상을 풍선에 실어 북한 동포들에게 전하려는 애국자들을, ‘쓰레기 불법투기’라고 경찰에 신고한 환경운동연합은 환경을 빙자한 정치운동 집단이다. 국보법 폐지, 광우병 선동, 해군기지 반대, 도롱뇽 소동 등에 앞장선 단체가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화여대가 합작한 사상 최대 규모의 도심 숲(북아현숲) 학살엔 철저히 침묵했다. 박원순과 이화여대는 동지이고, 북한 정권을 반대하는 애국자들은 적이기 때문인가. 환경단체들은, 광화문에서 걸어서 30분 거리에 있는 도심 숲 3만m2를 없애는 허가를 오세훈 시장이 내어주었더라도 침묵했을까? (북아현숲 학살에 관련된 서울시장과 서대문구청장은 새정연 소속, 전임 이대 총장은 노무현 정부 때 법제처장, 현 총장은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비서관이었다.) 북아현숲과 함께 사이비 환경단체도 같이 죽었다!〉
 
  채널A 제작진이 2014년 11월 말 환경운동연합의 침묵을 따지기 위하여 인터뷰를 시도했다. 이 단체 관계자는 인터뷰와 전화 녹취를 따는 것을 거부하고, “아직 현장조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사안이라 밝힐 입장이 없다”며 “좀 더 조사해 봐야 하는 사안”이라는 답변을 되풀이했다고 한다. 김남성 기자는 취재기에다가 “도롱뇽과 해변바위를 지키겠다고 몇 년 동안 국책 사업을 연기시킨 이들에게 여의도 면적의 40%에 달하는 숲과 수백 종의 동식물의 비명은 들리지 않는 것인가?”라는 촌평(寸評)을 달았다.
 
 
  녹색서울시민위원회의 정체
 
  서울시 산하에 박원순 시장이 위원장으로 있는 ‘녹색서울시민위원회’가 있다. 북아현숲 말살에 대하여 가장 큰 관심을 가져야 할 조직인데 역시 침묵 모드이다. 그 이유를 ‘민족중흥의 길’이란 필명을 가진 사람이 조사하여 조갑제닷컴에 투고하였다.
 
  〈지난 8월 취임한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은 2013년 7월부터 녹색위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환경부 중앙환경보전 자문위원회 위원직 등을 맡은 바 있다. 역시 녹색위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화여대 하은희 교수도 ‘2013년 서울시 환경보건정책 로드맵 수립 연구’에 자문위원을 맡은 바 있다. 녹색위는 기후-에너지분과, 생태분과, 순환분과, 환경보건분과로 구성되어 있는데, 주로 녹색위 기획조정위원회 회의에서 주요 안건이 처리되었다. 회의의 주 참석자는 다음과 같다.
 
  남미정(여성환경연대), 강희영(여성환경연대), 김혜애(녹색교육센터), 이상현(녹색미래), 박용신(환경정의 사무처장), 이세걸(서울환경운동연합), 선상규(강서양천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송상석(녹색교통운동 사무처장), 이강오(서울그린트러스트 사무처장), 김정열(한국장애인정책연구소 소장), 박종훈(발전회사협력본부 본부장), 남경희(서울교대 교수), 송인주(서울연구원 연구위원) 등.
 
  이 사람들이 속한 단체들은 이름만 보면 환경과 자연만을 생각할 것 같은 단체들이다. 그런 단체들이 다음과 같은 활동을 한 바 있다.
 
  *여성환경연대: 국가보안법 폐지 집회 등에 활발히 참여.
 
  *녹색교육센터: 녹색연합의 주요 산하기구로, 녹색연합은 국가보안법 폐지 집회 등에 참여.
 
  *녹색미래: 주한미군 관련 집회, 광우병 관련 집회에 참여하는 등 녹색연합, 환경정의 등과 다수 집회에 참여.
 
  *환경정의: 국가보안법 폐지 집회 등에 활발히 참여.
 
  *서울환경운동연합: 환경운동연합의 전국 사무처 역할을 하던 단체로, 환경운동연합은 국가보안법 폐지 집회 등에 활발히 참여.
 
  *강서양천환경운동연합: 환경운동연합의 산하 단체.
 
  저들 외에도 녹색위 위원들 중에는 눈에 띄는 사람들이 있다. 박수택 위원도 그중 한 명이다. SBS 노조위원장을 지내기도 했던 그는 환경전문기자로 유명하다. ‘환경과 언론의 소통’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언론은 가끔씩 국제적인 환경 행사가 열릴 때에나 환경 관련 보도를 한다’며 ‘환경보호는 생활 속에서 작은 것부터 실천하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는 사람이다.
 
  용태영 위원도 눈에 띈다. KBS 보도국 주간인 그는 2013년 대한민국 녹색기후상 대상자로 선정돼 국회의장상을 받기도 한 사람이다.
 
  김두림 위원도 그렇다. 그는 환경과생명을지키는전국교사모임(이하 ‘환생교’라 함) 소속이다. 전교조가 주최한 이른바 참교육 연수에 참여한 교사들이 주축이 돼 만든 환생교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을 맹렬히 비판한 단체이다.〉
 
 
  “북아현숲이요? 제가 잘 몰라서요, 미안합니다”
 
  국민행동본부 소속 고성혁씨가 녹색시민위 소속 인사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이런 취재기를 남겼다.
 
  〈서울의 환경을 소중히 여긴다는 위원회 위원들은 이화여대 기숙사 공사로 인한 북아현숲 훼손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전화 인터뷰를 했다.
 
  문: “녹색서울시민 위원회 위원이시죠?”
 
  답: “네, 그런데요?”
 
  문: “다름이 아니라 녹색서울시민위원으로서 북아현숲 말살 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듣고자 전화 드렸습니다.”
 
  답: “북아현숲이요? 제가 잘 몰라서요, 미안합니다.”〉
 
  TV조선, MBC, 《조선일보》 등 여러 매체가 북아현숲 훼손 문제를 다루었다. 국민행동본부는 11월 6일과 12월 2일 주요 일간지에 5단 광고로 북아현숲 말살을 고발하는 의견 광고까지 냈다. 그럼에도 서울의 환경보호를 주 의제로 다루는 녹색서울시민위원회 위원들은 “잘 모른다”고 대답을 회피했다. 여성환경연대 남 모 상임대표와의 통화는 수차례 시도 끝에 이루어졌다. 남 대표는 박원순 시장과 함께 위원회 위원장으로 등재되어 있다.
 
  문: “녹색서울시민위원회 위원장님으로서 북아현숲 말살 건에 대해 견해를 여쭈어보고자 전화 드렸습니다.”
 
  답: “제가 사실 잘 몰라서 뭐라 드릴 말씀이 없어요.”
 
  문: “그래도 위원장님이신데 모르신다고 하면 좀 그렇지 않나요? 이미 공중파 방송에도 나가고 언론에서도 이슈가 되었는데요?”
 
  답: “그렇긴 해도 구체적으로는 잘 몰라요.”
 
  문: “그러면 비오톱 1등급을 2등급으로 하향 조정해서 건축허가를 내주었다면 문제가 있다고 보지 않으십니까?”
 
  답: “네. 그것도 양쪽 말을 다 들어봐야 답을 할 수 있을 것 같고요.”
 
  문: “10월 말 녹색서울시민위원회 회의 안건에 보면 사회 이슈가 된 북아현숲 말살 건은 없던데 앞으로 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다룰 의향은 없습니까?”
 
  답: “제가 10월 말일자로 위원장을 그만두었습니다.”
 
  문: “현재도 남○○ 대표님이 위원장으로 되어 있던데요?”
 
  답: “아마 서울시가 바꾸지 않았나 봅니다.”
 
  ‘초록으로 그리는 정의로운 세상’을 표방하는 ‘환경정의’ 박 모 사무처장과도 전화 인터뷰를 했다. 그 역시 위원회 위원이다. ‘환경정의’ 홈페이지에는 ‘사회적으로 정의롭고 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한, 환경정의를 실현하는 데 적극 기여하고자 한다’고 그 이념이 설명되어 있다. 특히 ‘환경정의’ 강령 5항에는 ‘환경정의는 푸른 하늘과 생명의 땅, 맑은 물을 해치는 어떤 행위에 대해서도 단호히 맞서 싸우며, 이를 보호하기 위한 환경정의적 정책대안을 마련하는 데 노력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문: “박○○ 사무처장이시죠? 북아현숲 말살 건에 대한 환경정의 입장은 무엇인가요?”
 
  답: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습니다.”
 
  문: “환경정의 이념이나 강령에 비추어보면 북아현숲 말살에 대해서 행동을 보여야 하는 것 아닌가요?”
 
  답: “우리 단체 주된 사업이 아니라서요. 미안합니다. 바빠서요.”
 
  녹색미래 이○○ 사무처장, 서울환경운동 이○○ 사무처장, 녹색연합 윤○○ 사무처장, 녹색교육센터 김○○ 이사, 생명의숲 이○○ 이사와의 전화통화도 대동소이했다. 거의 한결같이 ‘잘 모른다’ ‘다시 전화하겠다’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다’고 답했다.
 
  박수택 SBS 논설위원이 위원회 위원으로 등재된 것에 눈길이 갔다. SBS에 수차례 통화를 시도한 끝에 연결이 되었다. 북아현숲 훼손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박 논설위원은 이대 앞에서 원룸 운영 주민들이 시위를 한 내용은 알고 있었다.
 
  문: “제가 파악해 보니 북아현동 쪽은 이대생을 상대로 원룸이나 하숙을 하는 주민은 없다고 합니다. 환경전문가로서 도심의 비오톱 1등급이 2등급으로 하향 조정된 것에 대해선 어떤 견해를 갖고 있는지요?”
 
  답: “비오톱 문제까지는 몰랐습니다. 1등급이 2등급으로 하향 조정되려면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문제까지 자세한 내용은 알아보지 않았습니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도심의 숲은 조각조각 파편화되어 있습니다. 환경론적 차원에서 보자면 파편화된 녹지나 숲은 서로 이어주어야 된다고 봅니다.”〉
 
 
  주민들이 사전에 몰랐던 이유
 
  서울시가 2013년 8월 배포한 친(親)환경정책 홍보 브로슈어에는 ‘서울환경헌장’이 실려 있다. 서울시는 “도시의 개발과 관리는 환경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그 계획의 수립과 집행에는 시민이 참여할 기회를 보장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절대 보전 지구였던 북아현숲의 비오톱 등급을 하향 조정할 때나, 이화여대 기숙사 증설 허가를 내주기 전 서울시는 ‘계획의 수립과 집행에 시민이 참여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공사장 이웃 주민들은 벌목이 시작될 때 처음으로 건축허가를 알게 되었다. 말썽이 나자 이화여대 측은 이렇게 해명하였다.
 
  〈기숙사 신축에 대한 정보 공유는 2013년 5월 28일에서 동년 6월 11일까지 도시계획시설 세부시설조성계획의 주민의견 청취를 위한 열람공고를 2개 신문사를 통해 진행하였으며, 9월 최종고시를 《서울시보》를 통해서 알린 바 있습니다. 또한 서대문구청 실시계획인가의 공람공고 역시 2014년 6월 20일부터 동년 7월 20일까지 완료하여 최종 건축인허가가 완료되는 등 모든 절차가 적법하게 이루어졌음을 알립니다.〉
 
  서울시가 2013년 5월 《경향신문》을 통해 공시한 이화여대 관련 〈도시계획시설(학교) 변경결정(안) 열람공고〉를 확인했다. ‘도시관리계획 변경결정’ 하부 항목으로 변경이 결정된 지역의 주소가 실려 있었다. 기숙사 증설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곳의 주소지는 ‘서대문구 북아현동 1-1612’이다. ‘열람공고’에는 이 주소가 기재되어 있지 않았다. 주민들이 읽었다고 해도 알 수 없게 만들었다.
 
  〈서울특별시 고시 제113호로 최초 결정되고 서울특별시 고시 제2012-101로 도시관리계획(도시계획시설: 학교) 변경 결정 및 세부시설조성계획 변경 결정된 서대문구 대현동 11-1번지 일대 이화여자대학교에 대하여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28조, 같은 법 시행령 제22조, ‘서울특별시 도시계획 조례’ 제7조 규정에 의거 주민의견을 청취하고자 아래 같이 열람 공고합니다.〉
 
 
  비오톱 하향 조정의 의문점
 
  어려운 행정용어를 사용, ‘서대문구 대현동 11-1번지 일대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무슨 공사가 있을 예정이란 정도의 정보를 실었다. 공사 지역의 주소도, 도면도 없다. 기숙사를 짓는다는 말도 없다. 열람공고를 확인했다 하더라도 공사 예정지 주소가 적혀 있지 않아 이웃한 산의 숲이 파괴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없었다는 이야기이다. 이화여대의 시설팀 관계자는 “학교의 대표 지번인 ‘서대문구 대현동 11-1번지’를 넣었으므로 문제될 것이 없다”는 요지의 해명을 했다. 공사부지는 대현동이 아니라 북아현동에 있다.
 
  공사부지 바로 앞에 사는 강호준씨는 “학교나 구청이 공사 시작 전에 통반 조직을 통해 주민들에게 제대로 알렸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강씨는 “주민들에게 공사계획을 알려준 뒤 의견을 수렴해 공사를 하는 것과 주민들이 알 수 없는 방식의 공람 절차만 밟은 다음에 공사를 강행하는 것 사이에 양심의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계획이 확정된 뒤에야 《서울시보》에 세부시설조성계획 변경 결정을 도면과 함께 고시(告示)했다. 이는 의견수렴을 위한 게 아니라 최종적으로 확정된 사안을 알리는 목적이었다. 《서울시보》의 존재를 아는 주민도, 《서울시보》를 보기 위해서는 서울시 홈페이지에 들어가 고시 내용을 일일이 검색해야 한다는 사실을 아는 주민도 없었다.
 
  주민들의 의견을 구한다면서 공사도면을 확정 이전에는 왜 싣지 않았을까, 왜 주민들이 거의 읽지 않는 두 신문을 골라 실었을까, 왜 이화여대는 주민들에게 직접 알리는 쉬운 방법을 강구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이어진다. 주민들이 모르게 하기 위하여 애쓴 흔적이 아닐까? 일반 업자라면 모를까, 이화여대엔 어울리지 않는 방법임에 틀림이 없는 것 같다.
 
  인터넷에 올라 있는 산림청의 ‘산지관리시스템’을 통해 기숙사 공사부지의 지번(서대문구 북아현동 1-1612)을 검색해 보면, ‘산림정보’에 ‘영급(齡級, 나무의 수령 등급을 나타내는 기준)’이란 말이 나온다. 이화여대가 벌목 허가없이 밀어버린 이곳 나무들은 4영급(수령이 최소 31~40년 된 나무)에 해당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면적은 2만6359m2). 해당 영급은 2009~10년에 측정한 자료로, 5년여가 흐른 현재 기준으론 5영급에 해당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도심 숲 나무의 수령이 이 정도라면 상당한 우량 숲’이라고 말한다.
 
  서울시로부터 용역을 받아 비오톱 하향 조정의 실무를 맡았던 오 모 교수는 조준우 《월간조선》 객원기자에게, “기숙사 부지가 ‘자연림’이 아닌 ‘조림’이기 때문에 개별등급을 한 단계 낮췄다”고 밝혔다. 그는 “이화여대 신축 기숙사 부지는 아카시아나무와 리기다소나무로만 이뤄져 있었고, 두 수종은 조림에 해당한다”며 “길게 봐도 15~20년 전에 심은 수목이며 지름도 15~20cm였다”고 주장했다. 오 교수의 이 같은 분석은 산림청의 자료와 비교했을 때 사실과 어긋난다. 오래 산 주민들의 기억과 사진은 산림청 편이다.
 
  비오톱 등급이 북아현숲처럼 ‘유형 1등급 유지, 개별만 2등급’으로 하향된 경우에도, 산림을 완벽하게 없애는 대규모 건축을 허가할 수 있다고 명시된 법규를 찾아봤지만, 찾을 수 없었다(서울시에 근거 법규를 찾아달라고 의뢰하였으나 한 달가량 답이 없다).
 
  서울시 조례는 〈비오톱 유형평가 1등급에 대하여는 대상지 전체에 대해 절대적으로 보전이 필요하다〉고 했다. 개별 비오톱 1등급은 〈특별히 보호가치가 있어 보전〉해야 하고 〈2등급은 보호할 가치가 있는 비오톱이므로 보호 및 복원해야 한다〉고 적었다. 기숙사 공사부지는 유형 1등급을 유지하므로 〈절대적으로 보전해야 할 지역〉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개별 개념은 유형에 종속되는 것이고, 여기서도 보호할 가치를 강조하였다.
 
  그렇다면 유형 1등급-개별 2등급 산지엔 건축허가를 내주어선 안 되며, 건축이 불가피할 경우엔 최소한으로 산림을 훼손하고 복원을 최대한으로 해야 한다는 게 법의 취지일 것이다. 서울시와 서대문구청은 산지전용허가 절차를 생략하고 자연생태계 말살을 허가해 주는 과정에서 법이 정한 보전, 보호, 복원의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 비오톱의 하향 조정 과정에서 위법 사실이 또 발견된다면 건축허가는 원인 무효가 되어야 할 사안이다.
 
 
  직업공무원 제도의 위기
 
  북아현숲과 같은 역사성이 있고 산림이 울창한 자연생태계는, 특히 도심 숲일 경우엔 소유권에 관계없이 권리를 제한하고 절대 보전해야 한다. 도심 대학은 기숙사를 지을 때 자연파괴를 피할 수 있는 곳(교외 등)에 지어야 한다. 이화여대의 경우, 재단의 기금도 충분하고, 한때 파주에 새로운 캠퍼스와 기숙사를 짓는다는 계획을 세웠다가 취소한 적도 있다(땅값 때문이었다고 한다). 박원순 시장 취임 후의 사정 변경으로, 즉 매매가 불가능한 산지에 연건평 6만 평의 건물을 지을 수 있게 됨으로써 이화여대가 얻은 재산상 이득은 한 개발 전문가의 추산에 따르면 1000억원대이다. 2013년 제10차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회의록엔 이화여대에 대하여 “학교 내 기숙사로 활용 가능한 건축물 또는 부지가 없는지 대안을 검토하라”는 요구가 있었다. 이대는 그런 부지가 없다고 간단하게 일축한 것으로 적혀 있다.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선거로 뽑힌 시장, 군수가 인사권을 전횡(專橫)하는 바람에 직업공무원제도가 위기에 처해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 이화여대 기숙사 공사의 전후 과정에서 관련 공무원들이 보여준 행태를 보면 그런 느낌이 든다. 공무원들이 시장의 방침을 추종하면서, 법규를 이화여대 측에 유리하게 해석하고, 보통 시민들에게는 엄격하게 적용하던 규정을 이대엔 느슨하게 적용한 것이다.
 
  인간은 자연의 관리자이지 생살(生殺)여탈권을 가진 주인이 아니다. 박원순 시장의 역점 사업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북아현숲을 희생시키는 과정은 불법과 변칙투성이였다. 서울시장과 서대문구청장은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이고, 공사에 관련 있는 이화여대 전현직(前現職) 총장은 친노(親盧) 성향이다. 침묵하는 환경단체들 중에도 친노, 좌파 성향 단체가 많다. 이념 성향이 지나치면, 패거리 의식으로 변질하여, 사실과 법까지도 이해관계에 종속시킬 위험이 있다.
 
 
  한 우직한 공무원 이야기
 
  2014년 11월 서대문구청은 필자에게 공문을 한 통 보냈다. 봉투를 뜯어보니 이런 내용이었다.
 
  〈1. 평소 구정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 참여하여 주시는 데 대하여 감사를 드립니다.
 
  2. 이화여자대학교 기숙사 건립 신축공사와 관련하여 2014.10.16. 우리 구에서 서울특별시 보건환경연구원에 소음, 진동, 대기환경 측정을 의뢰한 결과가 2014.11.13. 회신 되었기에 처리 결과를 아래와 같이 통지하여 드립니다.
 
  -2014.11.12. 아침시간 공사장 소음측정결과 68.0dB(A)로 규제기준 〈65dB(A)〉 이상으로 소음진동관리법을 위반하여 당 시공사에 과태료 처분(60만원)하고 작업 시간의 조정, 소음, 진동 발생 행위의 분산 등 행정처분 명령하고 생활소음 저감을 위한 이행보고서를 2014.11.28. 우리 구에 제출하도록 하였습니다.〉
 
  이화여대는 기숙사 공사를 대림산업에 맡겼다. 이 회사는 가을에 들어선 주택가를 내려다보는 산비탈에서 새벽 5시 직후부터 포클레인 등 중장비를 10여 대씩 동원한 땅파기 공사를 진행했다. 이웃한 북아현 주민들이 학교와 회사에 항의하였지만 소용이 없었다. 필자가 건설 회사에 문제점을 지적하였더니 간부가 와서 하는 말은 이러했다.
 
  “흙을 반출하는 트럭 운전자들이 일찍 시작해 달라고 해서 그렇게 합니다.”
 
  그렇게 해야 트럭 운전자들이 저녁 퇴근 시간의 교통체증 전에 일을 끝낼 수 있다는 것이었다. 트럭 운전자들의 편의를 위하여 새벽 공사로 주민들의 단잠을 깨우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이나 미안함, 죄의식 등이 없었다.
 
  주민들이 구청에 소음 공해를 호소하면 구청 직원이 와서 소음도를 재는데 그때마다 공사의 강도(强度)가 약해지곤 했다. 주민들의 항의가 계속되니 서대문구청은 서울특별시 보건환경연구원에 측정을 의뢰하였다. 어느 날 두 직원이 새벽 5시 직후에 측정기를 들고 나타났다. 주민들이 이곳저곳을 가리키면서 소음도를 재보라고 권했다. 수더분하게 생긴 소음 측정 직원이 기계를 들고 다니는 것을 공사장에서 본 듯 갑자기 포클레인의 가동 속도가 줄어들었다.
 
  직원은 “이런 새벽 공사는 처음 본다”면서 “저쪽에서 알아차린 것 같으니 다시 와야겠다”고 했다. 앞으론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고 알아서 하겠으니 맡겨달라고 하면서 가버렸다. 며칠 뒤 그는 주민들이 모르는 사이에(그래서 건설회사에서도 몰랐던 듯) 새벽에 와서 소음도를 측정하고 기준치 초과임을 확인한 뒤 구청에 통보, 이화여대 측 건설회사에 과태료 등을 부과하고 시정조치를 명령하도록 했다. 그 이후 공사 시작 시각은 오전 7시로 늦춰졌다. 이 공무원의 믿음직한 공무집행으로 수백 명의 북아현동 주민들은 1~2시간의 새벽 단잠을 보장받게 된 것이다. 공무원이 법대로 하면 이런 일이 일어난다.
 
 
  환경보전의 기념물인가, 환경파괴의 흉물인가?
 
  이화여대 기숙사 허가 과정에서 이런 공무원들이 법대로 하였더라면 도심 숲이 사라지는 일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산림청 권고대로 한다면 공사를 중단시키고 숲을 복원시킬 수 있다. 북아현숲을 되살릴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서대문구청은 산림청의 시정권고에 계속 불복하면서 사후적으로 산지 전용허가를 내어줄 방향을 모색하고 있는 것 같다. 산지 전용허가 여부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기준인 입목축적량은 나무들을 다 베어버려 잴 수 없게 된 형편이다. 구청은, 이대 측에서 측정해 둔 입목축적량 자료를 기준으로 사후 허가를 내어줄 수 있느냐는 취지의 질의를 산림청에 하였다. 입목축적량은 현장 조사로 측정하게 되어 있는데 그 현장이 무단 말살된 상태라 사후 산지 전용허가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되었다. 구청과 산림청이 논리 싸움을 하고 있는 사이에도 공사는 강행되고 있다. 이 공사장이 환경보전의 기념물이 될 것인지, 환경파괴의 흉물이 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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