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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부알못’ 기자의 둔촌주공 청약 당첨기

무지성 청약 후 ‘덜컥’ 당첨… 온갖 想念 끝에 내린 결론은?

글 : 박지현  월간조선 기자  talktom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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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소 3억 시세차익 기대 vs 입주 시점 마피 예상 엇갈리는 평가
⊙ 주담대 금리 7%대, 4억 빌리면 20년간 이자만 3억… 금리인하 전망은
⊙ 정부 1·3 대책 이후 반전된 분위기… 불안요소 여전히 상존
  미리 말하지만, 이건 ‘둔촌주공(올림픽파크 포레온)’ 광고 기사가 아니다. 서울시내 평범한 40대 무주택자의 부끄러운 고백에 가깝다. 스무 살, 혈혈단신. 무일푼으로 상경해(흑!) 이십여 년을 근근이 살아오다, 무지성(無知性) 청약 당첨 이후 경험한 번뇌의 과정을 담은 글이라서다. 무엇보다, 2023년 한국 부동산 시장의 상징이 된 둔촌주공 청약 당첨기는 기사로 박제해놔도 될 만하다고 판단했다. 윤석열 정부의 ‘1·3 대책’과 정확히 맞물린 정당계약 시작일은 그 자체로도 국내 부동산사(史)의 일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왜 아직 집을 안 샀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돈은 모름지기 굴려야 맛’이라는 철학을 가진, 목돈을 깔고 앉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는 ‘현금부자’ 뉘앙스를 풍기곤 했는데, 이 자리를 빌려 ‘사실과 다름’을 밝힌다. 다만 ‘왜 집을 꼭 소유해야 하는지’에 늘 의문이 따랐던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재테크 문외한으로 보시면 섭섭하다. 나름 달러·채권·금 투자도 해봤고, 우량주 적립식 투자로 배당 흐름도 만들어놨다. 비록 수익률이 -33%이긴 하지만. 어쨌든 최근 ‘무소유’에서 ‘집소유’로 삶의 방향성이 바뀐 계기가 있다. 여기서 신상명세를 모두 까발리기는 뭣하고, ‘부양가족이 생기니 집 한 채는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정도로 해둔다. 그런데 ‘언제, 어디에’는 미지수였고, 그저 뜬구름 같은 마음이었다.
 
 
  “둔촌주공? 기뻐할 일인가?”
 
  어쩐지 요란스러운 벨소리였다. 지난 연말. 발신자는 중학교 동창. 대뜸 “오늘 꼭 로또를 사라”며 전화를 걸어왔다. 듣자 하니, 난생처음 꿈에 내가 나왔는데, 그 내용이 심상찮다는 거였다. 꿈속에서 나란히 앉아 있던 중 갑자기 얼굴에 끈적하고 축축한 게 덮쳐서 옆을 봤더니 내가 콧물을 왕창, 그것도 한 바가지 흘리고 있더라는 거다.
 
  “아, 더러워. 뭐 그런 꿈이 다 있냐?”
 
  “나도 하도 희한해서 해몽을 찾아보니까 콧물이 돈이래, 돈. 암튼 로또 꼭 사. 끊는다.”
 
  전화를 끊자 휴대폰 알림이 떴다. 2022년 12월 5일. ‘둔촌주공 청약일.’ 이미 몇 차례 청약 ‘광탈’을 경험해봤기에 특유의 영혼 없는 손길로 청약홈에 들어가 인적사항을 입력했다. 평수 선택에 신중을 기하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가장 경쟁률이 낮을 것 같은 49형(22평)에 대충 클릭했고, 로또는 사지 않았다.
 

  그로부터 10일 뒤인 2022년 12월 15일. 아침에 일어나니 문자가 와 있었다. ‘올림픽파크 포레온 ○동 ○호에 당첨되셨습니다.’ 오전 8시3분. 가장 먼저 그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너의 콧물 꿈 덕분에’라며 수선을 떨었다. 수화기 너머로 짧은 침묵이 이어졌다.
 
  “난 또 진짜 로또 된 줄 알았네. 둔촌주공? 기뻐할 일 맞나?”
 
  참고로 자타공인 ‘골드미스’인 그는 부동산에 관심이 많다. 다음 날. 둔촌주공의 1순위 평균 경쟁률이 공개됐다. 3.7대 1(전체 경쟁률은 5.4:1). ‘흥행 참패’라는 기사가 쏟아졌다.
 
 
  역세권이자 욕세권
 
지난해 12월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 모델하우스에 줄 선 관람객들. 사진=조선DB
  한때 ‘10만 청약설’은 무색했다. 단군 이래 최대 단지, 무려 1만2032가구, 85개 동. 보기 드물게 평지로만 이뤄진 대지면적 60만㎡는 용산구 이촌1동 전체와 맞먹으며,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품고도 남고,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은 세 개가 들어가는 크기다. 혹자는 ‘단지가 곧 작은 신도시’라고도 했다.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라는 그럴싸한 이름으로 묶인 데다 올림픽공원, 서울아산병원이 지근거리인 입지와 5·9호선이 단지 벽에 붙은 역세권. 각종 커뮤니티 시설을 차치하고 이 이유만으로 청약 수요가 충분할 거라는 예측이 많았다. 주택시장에서의 상징성도 한몫했다. 화물연대 파업 여파로 레미콘 수급이 막혀 공사가 중단되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공사 현장을 직접 찾아 애로사항을 챙길 정도였으니. 물론 ‘공사 중단’ ‘주방뷰’가 논란이 되긴 했지만 이 또한 일각에서는 ‘욕세권(욕을 많이 먹을수록 가격이 오른다는 뜻)’의 인증으로 평가했다.
 
  흥행 참패 요인으로는 ‘분양시장 위축’ ‘소형 실거주 면적’ ‘중도금 대출 규제’ 등이 꼽혔다.
 
  ‘덜컥’ 당첨된 나는 최대한 많은 이에게 이 사실을 알려보기로 했다. 우선, 타 언론사 소속 선배에게 전화를 걸었다. 늘 목이 늘어난 티셔츠를 입고 다녀서 ‘비슷한 처지’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부동산 투자의 귀재, 나아가 무려 건물주여서 내 동질감을 단박에 배신감으로 바꾼 인물이다.
 
  “무조건 계약하고, 안 할 거면 나한테 팔아.”
 
  원자재가(價) 상승과 버블, 부동산 낙폭세의 착시효과 등 시장 흐름에 대해 일장연설을 늘어놓던 그는 20년 전 자장면 이야기까지 꺼냈다.
 
  “20년 전 자장면이 1000원이었는데, 지금 7000~8000원이잖아. 이 가격이 떨어지는 것 봤어? 자장면 만들 때 필요한 사람, 재료, 식비가 부동산에서는 인건비, 자재비, 경비라고. 뭔 말인지 알겠지? 돈 벌면 나중에 자장면 한 그릇 하자고.”
 
 
  극명히 갈리는 반응들
 
  ‘장사의 신(神)’을 목표로 프랜차이즈 사업을 운영 중인 한 취재원의 말이다.
 
  “1만원짜리 물건을 1만 명에게 팔면 1억원입니다. 1만2032가구면 최소 2만 명, 최대 4만~5만 명이 거주하는 단지잖아요. 장사꾼들이 몰리겠어요, 안 몰리겠어요? 상권이 살면 자연히 유동인구도 늘겠죠. 부동산 가격은 결국 그 땅에 찍히는 발자국 수가 결정하는 거예요.”
 
  뭐랄까. 반골(反骨) 기질이라고 해야 하나. 다들 호재라 하니, 왜인지 저항심이 들기 시작했다. 이렇게 순조롭게 흘러간다고?
 
  이현철 아파트사이클연구소장에게 전화를 걸어봤다. 모두가 ‘상승’을 말할 때 ‘하락’을 외치던 그는 요즘 찾는 곳이 많아 상당히 바빠 보였다.
 
  “많은 사람이 지금 아니면 집 살 기회가 없을 거라 생각해 패착을 둡니다. 그저 막연히 8년 뒤에는 올라 있겠지, 하는 거죠. 그 8년간의 시간은요? 그사이 떨어질 거라 생각하면 그때 사면 더 싸게 살 수 있는 거 아닌가요? 간단한 문제예요. 당첨자에게 사라, 마라 할 수는 없겠지만, 저는 한동안 하락장이 이어질 거라 보고,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부동산 투자 전문가로 변신한 가수 방미에게도 물어봤다.
 
  “내가 못 살아. 박 기자…. 그러니까 부동산 공부 좀 하라고 했잖아. 주변 시세는 다 살펴보고 넣은 거죠? 거기 3.3㎡당 분양가(3829만원)가 2000만원대면 적당하다고 봐. 청약 통장 날리는 거에 미련 갖지 말고 고민 잘 해봐요. 부동산 앞으로 10년 동안 힘들걸?”
 
  한문도 연세대학교 정경대학원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당첨 동·호수, 가계 소득 수준 등에 따라 답변이 달라질 수 있어요. 만일 소득이 받쳐주고, 전망이 좋은 동·호수라면 신축이니 밑질 것 같지는 않지만, 그게 아니라면 고민을 해봐야 합니다.”
 
 
 
대출 이자만 3억원

 
지난 연말. 올림픽파크 포레온 견본 주택 내 화장실에 붙은 신문 스크랩. 둔촌주공에 호재가 되는 내용을 담은 기사다. 사진=월간조선
  그러는 사이 서류 제출 기간이 다가왔다. 계약 결정 여부와 상관없이 ‘당첨기’를 쓰기 위해서라도 일단 서류 접수부터 하러 갔다. 여러 소득증명서에 더해 난생처음 주민등록초본 상세본과 입출국내역서도 떼어봤다. 각종 여행과 출장 이력, 태어난 시골집 주소와 서울에서 거쳤던 원룸 주소까지 보며 잠깐 회상에 젖기도 했다. ‘객지에서 월세 내가며 아득바득 살아보겠다고….’
 
  접수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후 2층으로 올라가 모델하우스를 둘러봤다. 앞뒤 안 따지고 고른 49형은 방이 두 개다. 3인을 초과하는 우리 가족이 살기에는 좁았다. ‘긍정왕(王)’인 남편은 “매일 콘도에 놀러 온 기분으로 살면 되겠네”라고 했지만, 나는 봤다. 입은 웃고 있었지만, 눈동자는 텅 빈 것을.
 
  만일 계약을 한다면 ‘실거주 의무 2년’은 큰 걸림돌 중 하나였다.
 
  서류 제출 마감일인 2022년 12월 31일 전후.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계약을 포기하겠다’는 글이 이따금씩 올라왔다. 이들은 대부분 ‘전매제한 8년’을 이유로 들었다. 고금리 시대에, 10억 안팎의 부동산을 팔지도 못하고 8년 동안 원리금 납부를 해야 하는 게 부담이었던 거다.
 
  뒤늦게 엑셀파일을 열고 계산기를 두드려봤다. 49형의 분양가는 8억6820만원으로, 옵션 몇 가지와 취득세(2.86%)를 더하면 9억원이 훌쩍 넘는다. 계약금과 잔금은 각각 1억7364만원이고 중도금은 6차례에 걸쳐 매회 8682만원씩 내면 된다. 1월 5일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 금리 상단은 연 5.15~8.11%며, 중도금 집단대출 이자는 7%대다. 만일 집값의 절반인 약 4억원을 7% 금리로 20년 동안 대출받는다고 하면, 10년간은 매달 원리금으로 300만~400만원을 갚아야 한다. 원금 제외, 20년간 납부하는 이자만 3억원이라서 20년 후 이 집은 최소 13억~14억은 돼야 간신히 ‘본전’을 뽑는다.(참고로 정부가 출시한 금리 4%대인 ‘특례보금자리론’은 ‘2023년 한시 적용’으로, 2025년 1월 입주 예정인 둔촌주공 당첨자들과는 상관이 없다.)
 
 
  분양가 논란
 
  3.3㎡당 분양가 3829만원. 갑론을박이 있지만, ‘비싸다’는 얘기가 왕왕 들렸다. ‘국평(국민 평형·주택 수요자가 가장 선호하는 평형)’인 84㎡의 경우 12억3600만~13억2040만원으로 발코니 확장 등을 포함하면 14억원 정도다.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84㎡ 호가와 차이가 없다. “같은 값이면 강동구보다 상급지며, ‘대치 라이딩’이 가능한 헬리오시티를 사겠다”고 말하는 이들이 (엄청) 많다. 등기(登記)를 친다는 것은, 상급지니 하급지니 하는, 세속이 정해놓은 ‘부동산 서열’이라는 컨베이어 벨트에 강제로 올라타는 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분양가는 대지비와 건축비를 합친 값이다. 공시지가를 반영하는 대지비와 달리 건축비는 별도 책정 기준이 없다. 특히 소형인 49형 이하(39형·1160가구, 29형·10가구 포함) 가구는 ‘복도식’인 것이 알려지며 논란은 더 커졌다. 복도식임에도 3.3㎡당 건축비는 2200만원이 넘었는데, 이는 2021년 6월 공급한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 평균 건축비의 2배 수준이다. 금융비 등 실질 공사비 외 추가 부담을 건축비에 ‘과잉 전가’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지난해 시멘트 등 주요 자재 값이 전년 대비 10~20% 증가했고, 인건비도 거의10% 가까이 올랐다”면서 “물가인상과 금리인상 탓도 있지만 2~3년 걸리는 준공시점 물가의 선(先)반영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건축비는 하방경직성이 강해 한 번 오르면 쉽게 내려가지 않는다”면서 “거래 침체로 구축 단지는 하방 압력이 커졌지만 신축 분양가는 당분간 하향 조정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부동산인포 리서치팀 관계자 또한 “자재 가격과 인건비 등이 폭등하면서 2022년은 역대 최대 분양가 상승률을 기록했다”면서 “올해 분양가 상한제 대상 지역을 축소할 경우 분양가는 더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전된 분위기

 
2022년 5월 ‘공사 중단’ 현수막이 붙어 있는 현장. 둔촌주공 공사 중단 장기화는 서울 주택 공급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오자 정부와 서울시가 실태 점검에 나섰다. 사진=조선DB
  해가 바뀌고, 1월 3일. 둔촌주공의 정당계약이 시작됐다. 정부는 같은 날 ‘1·3 대책’을 내놨다.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전매제한이 8년에서 1년으로 줄어들고 실거주 의무가 없어졌다. 중도금 대출 상한선도 폐지해 중도금 대출이 불가능했던 84형도 대출이 가능해졌다. 서초, 강남, 송파와 용산구를 제외한 서울 전 지역이 규제 지역에서 해제되면서, 강동구는 강남 4구 중 유일하게 비규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곳이 됐다. ‘정부의 둔촌주공 일병 구하기’ ‘대마불사(大馬不死) 둔촌주공’ ‘둔촌의 둔촌에 의한 둔촌을 위한 정책’ 등의 제목을 단 기사가 쏟아졌다.
 
  내막을 들여다보면 이 대책은 ‘둔촌주공 살리기’라기보다 제2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시장 자금 경색을 막기 위한 조치다. 1만 가구 이상의 초대형 단지가 미분양으로 PF 상환에 실패하면, 건설사의 연쇄 도산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레고랜드 사태 여파로 둔촌주공 재건축조합이 PF 차환 발행에 실패하면서 4개 시공사(대우건설·롯데건설·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가 사업비를 떠안게 됐다. 이후 시공단은 KB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등을 통해 이자를 포함한 기존 사업비 7231억원을 조달했다. 금리는 최대 연 12% 안팎으로 기존 발행 금리(3.55~4.47%)보다 크게 높았다. 정당계약 마감일은 1월 17일이고, PF ABCP 만기는 1월 19일이다. 가구별 가중 평균 분양가 기준으로 계약이 100% 될 경우 4조7000억원의 매출이 발생한다. 초기 계약금은 20%이기 때문에 7231억원의 PF를 단번에 갚기 위해 필요한 계약률은 77%라는 계산이 나온다. 개인에게 받은 계약금을 십시일반 모아 PF ABCP를 상환하는 구조. 다른 말로 ‘둔촌주공의 계약률 저조’는 곧 ‘건설사의 연쇄 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애국하는 마음으로라도 계약해야 된다는 건가? 그러기에 9억원은 옆집 애 이름이 아니었다.
 
  둔촌주공이 ‘완판’된다고 하더라도 PF시장이 안정을 찾는 건 아니다.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금융권(은행·보험·여전·저축은행·증권)의 PF 대출 잔액은 지난해 3분기 기준 140조6000억원이다. PF 부실의 현실화는 3~4년의 시차를 둔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월 3일 “부동산 프로젝트(PF) 등 부동산 관련 금융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위기는 진행 중”이라고 강조했다.
 
 
  대단지의 입주장은 불가피
 
송파구 가락동 소재 헬리오시티. 올림픽파크 포레온 이전까지 국내 최대의 단지였다. 사진=조선DB
  이처럼 불안요소가 상존하는 가운데, 1·3 대책 이후 둔촌주공의 분위기는 어쨌든 대반전을 맞이했다. 인근 중개업소와 건설사 등에 계약을 망설이던 당첨자들의 문의전화가 이어졌고 둔촌주공 현장 인근에는 분양권 전매를 중개하려는 ‘떴다방’까지 등장했다. 계약을 완료한 이들은 “인테리어 업자와 떴다방 관계자들의 호객 행위를 받기 싫으면 ‘반드시 차량을 이용하라’”고 귀띔했다.
 
  벌써 ‘피(P·프리미엄)’도 붙었다. 둔촌동 소재 오○○ 공인중개사 대표는 “84㎡는 1억원, 59㎡의 경우 중층 매물이 7000만원, 전용 49㎡ 고층 매물은 프리미엄 5000만원이 붙었다”며 “현재(1월 10일 기준)까지 거래 의사를 밝힌 이는 없지만 전화는 폭주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분양권 전매제한이 풀리는 올 12월 분양권 할인판매도 발생할 수 있다”며 “그때 추이를 지켜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며, 관망세를 유지하는 중개인도 있다.
 
  실거주 의무 폐지 이후 문의전화가 늘었다는 건 입주 시점 전세를 주고 잔금을 치르려는, 사실상 ‘갭투자’하려는 사람이 늘었다는 의미다. 그들의 계획이 순탄하지는 않을 거다. 가구수가 많은 만큼 더 혹독한 입주장(신축 아파트의 입주 무렵 공급이 증가하며 전월세 거래가 안 되는 시기)이 예상돼서다.
 
  이현철 아파트사이클연구소장은 “지금 추세대로라면 둔촌주공의 경우 입주 시점 마이너스피(마피·분양가보다 떨어지는 것) 가능성도 있어 보이는데, 그렇게 되면 전세가는 공급량과 맞물려 더 떨어질 것”이라면서 “워낙 물량이 많다 보니 둔촌주공의 전세가 하락은 2008년 잠실 엘·리·트(엘스, 리센츠, 트리지움)의 사례처럼 주변 전세가까지 동반 하락시키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실제로 둔촌주공 이전 국내 최대 단지였던 헬리오시티(9510가구)는 2018년 12월 입주장 당시, 가락동을 너머 잠실 전세 시세까지 2억원가량 떨어뜨리는 무서운 영향력을 발휘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워낙 대단지인 만큼 입주장은 불가피하다. 때문에 남들이 안 내놓을 때 내놓을 생각을 해야 한다”면서 “이를 대비해 의무거주 기간이 폐지됐더라도 우선 실거주를 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는 것이 좋아 보인다”고 했다. 서 대표는 이어 “소형 평수(49형)의 경우 상승폭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시세차익 목적이라면 무작정 장기 보유보다는 5~6년 이후 매도 계획을 세우는 게 적당하다”며 “그 무렵 최소 12억~15억은 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기도 했다.
 
 
  중요한 건 금리
 
  앞으로 집값은 어디까지 떨어질까. 모른다. 그걸 알면 여태 무주택자였을 리가? 전문가들의 의견이야 늘 엇갈리기 마련이니, ‘신의 영역’인 집값 전망은 제쳐두고 좀 더 현실적인 얘기를 해본다. 적어도 하락세가 언제쯤 잦아들지 유추해볼 수는 있다. 금리 흐름을 보면 된다. 다양한 변인이 있지만 금리인상은 부동산 시장 조정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다.
 
  40년 만의 최악의 인플레이션. 고물가는 필연적으로 고금리를 이끈다. 금리는 미(美)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리는데, 연준은 지난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 회의에서 최고금리 전망치를 5.1%로 봤다. 다행인 건 이러한 상승 사이클이 마무리 단계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는 거다.
 

  지난 연말 한국주택금융공사가 개최한 ‘2022 주택금융시장 전망’ 세미나에서 조동철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빠른 속도로 상승 반전하고 있는 금리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보다 더 급속한 부동산 조정도 우려되지만, 다행히 최근 물가상승률이 조금씩 누그러지는 신호가 보여 금리인상 사이클이 마무리 단계라는 전망도 나온다”면서 “그러나 물가상승률이 가시적으로 하향안정화될 것으로 기대되는 2023년까지는 추가적인 금리인상으로 인한 고금리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인상 사이클이 마무리 단계라는 건 인플레이션 선행지표를 보면 알 수 있다. 경제라는 건 항상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에 단언할 수는 없지만, 이를 통해 ‘추세’ 정도는 짚어볼 수 있다. 대표적 선행 지표인 잠재물가 압력지수(UIG)·미국 공급자관리협회(ISM) 지불가격지수·질로(Zillow) 임대료지수 모두 지난해 고점을 찍은 뒤 꺾였다. 이날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는 “이 흐름대로라면 2023년 말 미국 소비자 물가는 지금보다는 낮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미 연준은 빠르면 2월, 늦어도 3~5월 중 금리를 동결해 2023년 말 무렵 금리는 지금보다 낮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몇 퍼센트냐고? 금리인하 폭은 물가가 결정하는 게 아니라, 미국의 실업률이 결정한다. 실업률이 오를수록 금리가 떨어진다. 미국 사람들이 일을 안 할수록 내 대출 이자가 줄어든다는 건데, 미국의 공장가동률, 제조업지수, 고용의 15%를 차지하는 건설 부문 경기로 미루어 보건대 실업률 증가는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 1월 10일 스위스은행 UBS 또한 연준에서 이르면 7월부터 금리인하를 시작할 것이라 전망했다.
 
 
  분양시장을 움직이는 사람들
 
  청약 당첨자가 결정되면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가 생긴다. 대표적으로 당첨자의 ‘단톡방’이 있다. 둔촌주공 관련 단톡방은 얼추 10개가 넘는데, 이 중에는 ‘줍줍’을 기다리는 이들만 모인 곳도 있고, 학부모만 모인 방도 있다. 학부모들은 입주 전부터 벌써 단지 내 ‘그린스마트학교 도입 반대’를 위한 서명운동 등을 벌이고 있다. 가장 인원이 많은 방은 1000명이 훌쩍 넘는다. 옵션·인테리어·주변 맛집 정보를 공유하는 이들은 어쩐지 여유로워 보이고, 대출한도·시세전망을 따지는 이들은 왠지 팍팍해 보인다. 부동산 전문가 뺨치는 사람들이 있는 한편 ‘마피가 뭐예요’ ‘RR(로열동·로열층)은 뭔가요’라는 질문을 던지는 ‘초짜’들도 있다. 언론 신뢰도가 떨어졌다지만, 여기서만큼은 예외였다. 본인에게 유리한 기사를 공유하고, 그대로 믿었다. 검열 과정은 없고, 서로를 견인하며 부흥 혹은 퇴락의 방향성을 함께 결정해나갔다.
 
  하나의 작은 사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험치 우위에 있는 이들이 대화방을 주도한다. 이 주도자를 적절히 보좌하며, 참모역을 자처하는 이들도 있다. 시세전망 등을 하다, 의견 충돌이 생길 때면 귀신처럼 중재자가 등장하며, 대화의 흐름과 상관없이 할 말만 하는 개인주의자도 있다. 하지만 역시 기자처럼 침묵하는 자가 다수다.
 
  크고 작은 마찰이 있지만, 이 사회는 ‘부동산 불패론’이라는 기치 아래서만큼은 하나다. 고난의 하락이 있더라도, 쥐고 있으면 언젠가는 돈을 번다는 논리. 부모 당대에 이익을 못 보면, 자식 대에 넘겨서라도 이익 실현을 하겠다는 긍지. 그곳에 ‘기회비용’이라는 가치가 비집고 앉을 틈은 없어 보였다. 그 무렵 누군가가 이런 톡을 올렸다.
 
  “너무 잔머리 굴리면 부자 못 됩니다. 조금 손해 보는 듯해도 강제로 매수도장 찍지 않으면 또 어물어물 시기를 놓쳐요. 타워팰리스·반포자이·경희궁자이·마래푸도 모두 미분양 혹은 마피 흑역사가 있죠. 훗날 어떻게 됐나요?”
 
  뒤이어 누군가 이렇게 거들었다.
 
  “집 없는 사람의 특징이 부동산이 침체되면 두려워서 못 사고 오르면 저점 생각 때문에 못 사죠. 그래서 평생 무주택자인 거예요.”
 
  뜨끔!…. 기자의 최종 계약 여부는 비밀에 부친다. 5년 후. 이 기사를 들춰보고 있을 나는 어떤 모습일까. 1번. 유주택자다. 2번. 여전히 무주택자다. 3번. 다주택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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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달기 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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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282zflor    (2023-01-19) 찬성 : 7   반대 : 0
재미있게 잘 읽었어요. 주변의 전문가들에게 다 물어봐도 결정이 쉽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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