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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초대형 복합경제위기가 온다

저물가·저성장·저금리, 新3低시대의 老後자금 관리

수명이 늘어난 만큼 돈의 수명을 늘려라!

글 : 김동엽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은퇴교육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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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가 하락하면 국민연금 수령액 줄어들 수 있어
⊙ 일본의 50대 은퇴자들 관심을 끈 ‘톤틴연금’… 싱글가구에서 주목
⊙ 주택가격 하락으로부터 연금을 지키려면 그래도 주택연금!

金東燁
1971년생.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 現 미래에셋자산운용 은퇴연구소 은퇴교육센터장 / 저서 《스마트 에이징》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 노인들이 삼삼오오 앉아 대화를 나누는 모습. 인구의 고령화는 우리 사회의 문제점 중 하나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상관없음.
  지난 9월 소비자물가가 전년보다 하락했다는 통계청 발표가 있었다. 그래서 생각해봤다. 낮은 물가상승률이나 물가하락이 은퇴자에게 득(得)이 될지, 실(失)이 될지. 은행에 노후(老後)자금을 맡겨놓고 이자를 받아 생활하는 은퇴자에게 인플레이션만큼 두려운 것은 없다. 정해진 이자를 받아 생활을 꾸려나가야 하는데, 물건값이 오르면 생활이 궁핍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물가상승률이 낮게 유지되는 것은 은퇴자에게 득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물건값이 떨어지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자산가격 하락으로 이어지면 양상이 달라진다. 우리나라 고령자가 보유한 노후자산 중 상당 부분이 부동산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고령으로 갈수록 살던 집 한 채만 덩그러니 남은 고령자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 집값이 큰 폭으로 떨어지면 낭패가 아닐 수 없다.
 
  은퇴자의 주요 소득원이라고 할 수 있는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이 가진 매력도 일부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공적연금이 내세우는 장점 중 하나로 ‘연금의 실질가치 보장’이 있다. 물가가 오른 만큼 연금액을 올려준다는 얘기다. 민간연금이 갖지 못한 장점이다. 하지만 물가가 크게 오르지 않거나 하락하면, 공적연금이 가진 매력도 반감될 수밖에 없다.
 
  한창 노후자금을 준비해야 하는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한 나라의 금리 수준은 물가를 반영한다. 그리고 이 둘은 성장률과도 무관하지 않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10월 초 발표한 〈2020 국내외 경제이슈〉 보고서에서 최근 국내 경제 상황을 ‘저(低)성장·저물가·저금리’의 신(新)3저 현상이라고 했다.
 
  저성장과 저금리가 지속되면 국내에서 마땅한 투자대안을 찾기 어려워지게 된다. 낮은 금리에 불만인 투자자에게 만족스러운 수익률을 제공하려고, 금융기관은 구조화된 상품을 제공하거나 투자지역을 해외로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을 잘 알지 못하는 일반인들이 복잡한 금융상품을 제대로 이해하고 투자하는가는 또 다른 숙제로 부각되고 있다.
 
 
  국민연금법은 소비자물가변동률 반영해 연금액 더하거나 빼도록 돼 있어
 
서울 마포구의 한 동네에서 어르신이 힘겹게 계단을 오르는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상관없음.
  물가가 하락하면, 국민연금도 줄어들까?
 
  얼마 전 정년퇴직을 앞둔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노후준비 강의를 할 때 일이다. 강의가 끝날 무렵 가운데 자리에 앉아 있던 분이 손을 들더니 “물가가 떨어지면, 국민연금은 어떻게 되나요?” 하고 물었다. 여태껏 받아본 적 없는 질문이었다.
 
  사람들에게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이 갖는 장점에 대해 물어보면, 크게 두 종류의 대답을 듣는다. 먼저 ‘종신수령’에 대해 얘기하는 사람이 많다. 연금수급조건을 갖춘 가입자는 죽을 때까지 연금을 수령할 수 있고, 연금수령자가 사망하면 배우자 등 가족에게 유족연금이 지급된다. 100세 시대를 넘어 인간수명의 한계가 가늠하기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우리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종신토록 연금을 수령할 수 있다는 것은 커다란 장점이 아닐 수 없다.
 
  종신수령 다음으로 ‘연금의 실질가치 보장’을 장점으로 드는 사람이 많다. 연금공단에서는 매년 물가가 오른 만큼 연금액을 인상해 지급한다.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물가가 떨어지면 어떻게 될까? 여태껏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기에 이런 고민은 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없었다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실제 지난 9월 물가상승률이 1년 전보다 0.4% 떨어졌다. 사실상 마이너스(-0.04%)던 8월에 이어 두 달 연속 하락세를 보인 것이다.
 
  이런 상황이 계속돼 연말까지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를 유지하면 어떻게 될까? 현행 국민연금법(51조)에는 매년 1월 전년도의 전국소비자물가변동률을 반영해 연금액을 더하거나 빼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물가가 하락하면 연금도 감액해야 한다. 하지만 법률에서 국민연금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최종결정하도록 하기 때문에, 심의과정에서 결과가 달라질 여지는 있다.
 
  가까운 일본 사례를 한번 살펴보자. 2000~2002년 일본은 소비자물가가 하락하면서 연금액을 조정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당시 일본에서는 물가하락분을 반영해 연금을 깎지 않고 동결했다. 일단 연금을 감액하지 않고 버티면 앞으로 임금과 물가가 상승해 하락분을 상쇄할 것으로 기대한 것이다. 하지만 디플레이션이 장기화되면서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다가, 아베노믹스로 경제가 활력을 띠기 시작한 2013년부터 조정을 시작해 2015년에 완료했다.
 
  실제 물가하락에 직면하면 국민연금심의위원회에서는 어떤 결정을 할까? 물가가 하락한 만큼 연금을 감액할지, 일본처럼 동결할지 지금은 알 수 없다.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다. 이것은 비단 국민연금만의 문제가 아니다.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 등 특수직역연금도 물가에 연동해 연금액을 조정한다. 그뿐만 아니라 저소득 고령자를 위한 기초연금도 매년 소비자물가변동률을 반영해 연금액을 조정한다.
 
 
  無錢長壽 막으려면
 

  설령 물가하락으로 연금액이 깎인다 해도 국민연금 같은 공적연금이 가진 장점이 모두 사라졌다고 할 수는 없다. 의료·보건기술의 발달로 수명이 늘어나면서 ‘종신수령’이라는 다른 장점이 훨씬 크게 부각되고 있다.
 
  우리는 ‘기대여명(期待餘命)’이라는 것에 기초해 노후에 필요한 자금을 계산한다. 기대여명이란, 특정 연령인 사람에게 남아 있는 평균 생존연수다. 남은 생존연수에 한해 필요한 생활비를 곱한 것을 노후 필요자금으로 보고, 이 돈 마련할 방법을 찾는 것이다. 여기에 물가상승률이 이렇고, 투자수익률이 저렇고 하는 가정을 넣으면 조금 그럴듯하게 보이지만, 본질이 크게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기대여명에 얽매여 노후자금을 준비할 경우 크게 두 가지 문제에 봉착할 수 있다.
 
  첫째, 기대수명은 현시점에서 평균값에 불과하다. 미래의 변화를 포함하고 있지 않다. 1970년만 하더라도 65세 남성이 4명 있으면 그중 한 명만 팔십까지 살았다. 하지만 이후 생존확률은 급속히 상승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65세 남자가 80세까지 살아 있을 확률은, 1970년 24.4%에서 2017년 67.9%로 치솟았다. 같은 기간 65세 여자가 80세까지 생존할 확률도 49.9%에서 83.9%로 껑충 뛰어올랐다. 따라서 기대수명에 맞춰 노후자금 설계를 한다는 것은, 사격으로 치면 고정 타깃을 맞히는 게임이 아니라 이동 타깃을 맞히는 경기를 하는 셈이다. 따라서 움직이는 표적에 따라 가늠좌를 조정해야 한다.
 
  둘째, 기대여명이라는 것이 어디까지 평균값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편차가 얼마나 되는지 살펴야 한다. 저수지 평균수심이 1m밖에 안 된다고 마구 건널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어느 곳이 얼마나 깊은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만반의 준비를 하고 건너야 한다. 기대여명이 25년이라고 해서 25년이 지난 다음 동시에 모두 죽지는 않는다. 기대여명에 도달하기 전에 죽는 사람도 있지만, 이후에 건강하게 살아 있는 사람도 많다. 통계청의 2017년 생명표에 따르면, 65세 여성이 80세에 살아 있을 확률은 83.9%나 된다. 90세까지 살아 있을 확률은 42.0%이고, 100세 생존확률은 3.9%나 된다. 기대여명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기가 언제까지 사느냐가 중요하다. 그때까지 최소한의 생활비를 갖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무전장수(無錢長壽)’하게 된다. 초(超)장수시대 노후자금 관리의 핵심은 ‘자신’의 수명과 ‘자산’의 수명을 일치시키는 것이다. 수명이 늘어난 만큼 돈의 수명도 늘려야 한다.
 
 
  超저금리 시대에는 ‘우물형 자산’의 가치 높아져
 
  이 점에서 자산 크기만큼이나 형태도 중요하다. 은퇴자산은 형태에 따라 ‘곳간형’과 ‘우물형’으로 나눌 수 있다. 곳간에 가득 찬 곡식을 보면 마음이 든든하다. 하지만 새로 곡식을 채우지 않고 빼 먹기만 하면 언젠가 바닥을 드러낸다. 하지만 우물은 다르다. 오늘 물을 떠다 마셔도 내일 다시 그만큼 물이 샘솟는다. 목돈을 곳간형 자산이라고 한다면, 연금은 우물형 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이 얼마만큼 살지 알 수 없다면, 적어도 최소생활비는 우물처럼 다달이 샘솟도록 만들어두어야 할 것이다.
 
  요즘 같은 초장수·초저금리 시대에는 연금 같은 우물형 자산의 가치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투자 세계에서 자산가치를 평가할 때 현금흐름할인(DCF·Discount Cash flow) 방법을 많이 사용한다. 특정 자산이 가진 미래 현금 흐름을 현재 가치로 할인하는 방식이다. 이런 방식을 적용할 때 자산가치를 높이는 방법은 세 가지다. 첫째, 매 기간 발생하는 현금 흐름의 크기를 확대한다. 둘째, 현금 흐름이 발생하는 기간을 늘린다. 셋째, 할인율을 낮춘다.
 
  이런 방식으로 공적연금 가치를 평가한다고 가정해보자.
 
  첫째, 매년 물가변동률만큼 연금 크기가 조정된다. 물가가 하락하지만 않으면 매년 받는 연금은 늘어난다.
 
  둘째, 수명이 늘어난 만큼 연금수령기간이 늘어난다.
 
  셋째, 시중금리 하락으로 할인율이 떨어진다. 소비자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지 않는 한 수명연장과 할인율 인하로 공적연금 자산의 가치를 높이게 된다.
 
  그래서일까? 최근 일시금보다는 연금을 선택하는 퇴직 공무원들이 늘어나고 있다. 국민연금과 달리 공무원연금 가입자들은 연금급여를 일시금으로 수령할 수도 있다. 1980년만 하더라도 일시금을 선택하는 공무원이 70% 가까이 됐다. 하지만 지금은 연금을 선택하는 공무원이 95%에 육박한다. 30년 동안 연금선택비율이 3배나 늘어난 셈인데, 그 배경에는 수명연장과 금리하락이 있다.
 
 
  톤틴연금
 
  공적연금뿐만 아니라 민간 종신연금의 변화에도 주목해야 한다. 종신연금 가입자는 사망할 때까지 연금을 수령할 수 있다. 따라서 지속적으로 수명이 늘어나면 가입자에게 득이 되면 됐지 손해는 아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가입 당시에는 오래 살았을 때 이득보다 일찍 죽었을 때 손실을 먼저 생각하게 된다. 종신연금에 가입하려다가도 ‘일찍 죽으면 어떡하지’ 하고 망설인다.
 
  그래서 조기사망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려고 보험회사는 종신연금에 보증지급기간을 두고 있다. 그래서 가입자가 사망했을 때 보증지급기간이 남아 있으면, 남은 기간 동안 상속인이나 수익자가 연금을 계속 수령하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보증지급기간을 두는 만큼 다달이 받는 연금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종신연금에 보증지급기간을 두는 것이 조기사망을 우려하는 사람에 대한 배려라면, 무전(無錢) 장수가 두려운 사람을 고려한 금융상품이 ‘톤틴연금’이다. 종신연금의 특수한 형태인 톤틴연금은 17세기 이탈리아의 로렌조 톤티(Lorenzo Tonti)가 창안한 것이다. 톤틴연금 가입자는 연금개시 이전에 사망하면 보험금을 받지 못한다. 연금개시 이후에도 보증지급기간은 없다. 죽으면 그걸로 끝이다. 이렇게 조기사망자가 받아가지 않은 돈을 장기 생존자에게 지급하는 것이 톤틴연금이다.
 
  톤틴연금의 도덕적 결함에 대한 지적도 많다. 조기사망자가 많을수록 자신의 연금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 일본 보험회사들은 톤틴연금을 약간 변형해 운용하면서, ‘톤틴형’ 연금이라고 부르고 있다.
 
  2016년 일본생명에서 내놓아 인기를 끌었던 ‘그랑 에이지(Gran Age)’가 대표적 사례다. 50세 이상인 사람만 이 상품에 가입할 수 있는데, 가입자는 70세까지 보험료를 납부하고 70세부터 죽을 때까지 연금을 받는다. 보통 종신연금의 경우 가입자가 연금개시 전에 사망하면, 수익자는 해약환급금에다 사망보험금을 더한 금액을 수령한다. 이 둘을 더하면 납입보험료와 비슷하거나 조금 많다. 하지만 ‘그랑 에이지’에는 사망보험금이 없다. 조기사망에 대한 보증지급기간도 5년밖에 안 된다. 이렇게 조기사망자가 덜 받아 가기 때문에, 생존자가 수령하는 연금이 커진다.
 
  일본은 은퇴를 앞둔 50대 사이에서 톤틴연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비혼과 이혼의 증가로 인해 혼자 사는 사람들에게 톤틴연금은 제격이다. 이들에게는 부양할 가족도 없고, 죽은 다음 재산을 물려줄 상속인도 없다. 자기를 부양해줄 가족도 없기 때문에 스스로 노후를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따라서 일반 종신연금보다는 같은 보험료를 내고 연금을 더 받는 톤틴연금을 선호한다.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톤틴형 연금이 인기를 끌지 알 수 없다. 하지만 고령화가 진전되면서 일찍 죽는 것보다는 오래 사는 위험에 주목하게 되리라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그래도 믿을 건, 국민연금!
 

  국민연금은 서민들의 주요한 노후생활비 재원이다. 그리고 국민연금 적립금은 국민연금공단에서 운용한다. 여기서 하나 질문해보자. 국민연금공단이 연금재원을 잘 운용해서 높은 수익을 내면, 국민연금 가입자가 노후에 연금을 더 많이 받을까? 그렇지 않다. 국민연금공단이 운용을 잘 하면 연금재정은 든든해지겠지만, 그렇다고 국민연금 가입자가 연금을 더 많이 받는 것은 아니다.
 
  국민연금 가입자가 받는 노령연금액은 공단의 운용수익과 상관없이 정해진다. 노령연금액을 결정하는 요소로는 크게 세 가지로 ‘소득대체율’ ‘소득(A값, B값)’ ‘가입기간’이다. 소득대체율은 법으로 정해져 있다.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40년 동안 연금보험료를 납입한 때를 기준으로 해서, 가입기간 동안 평균소득 대비 연금액이 얼마나 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당연히 소득대체율이 높을수록 연금을 많이 받는다.
 
  1988년에 국민연금제도를 국내에 처음 도입할 때만 하더라도 소득대체율은 70%였다. 국민연금 재정을 건전화하기 위해 1999년에 60%로 인하됐다. 그리고 2008년에 다시 한 번 소득대체율을 50%로 떨어뜨리고, 이후 2028년까지 매년 0.5%포인트씩 인하해나가고 있다. 2028년이 되면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40%가 된다. 소득대체율만 놓고 보면 미래세대가 현 세대보다 연금을 덜 받게 되어 있다.
 
  연금액을 결정하는 두 번째 요소는 소득이다. 소득은 크게 A값과 B값으로 나뉜다. 먼저 A값은 국민연금 가입자 전체의 평균소득과 관련 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어떤 가입자가 노령연금 수급하기 직전 3년간 전체 가입자의 평균소득이다. B값은 가입자 본인의 소득이다. 국민연금 가입자가 보험료를 납부한 기간의 소득을 평균한 것이 B값이다.
 
  마지막 요소는 가입기간이다. 노령연금은 가입기간에 비례해 지급률이 늘어나도록 설계되어 있다.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10년 이상 되면 노령연금을 수급할 수 있다. 가입기간이 10년일 때 노령연금지급비율은 50%이고, 이후 가입기간이 1년 늘어날 때마다 5%포인트씩 늘어난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10년 이상 15년 미만인 사람은 월평균 31만원, 15년 이상 20년 미만인 사람은 54만원, 20년 이상인 사람은 91만원을 수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령연금 더 받으려면?
 
  그렇다면 노령연금을 더 많이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소득대체율은 법률로 정해져 있어 가입자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소득 또한 가입자가 좌지우지하기 어렵다. 하지만 가입기간을 확대할 방법은 몇 가지 있다.
 
  60세 이상이면 임의계속가입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국민연금 의무가입기간은 60세까지지만, 본인이 신청하면 65세 될 때까지 보험료를 납부할 수 있다. 의무가입기간이 끝났는데 일부러 가입신청 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 그렇지 않다. 임의계속가입 신청자가 매년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2013년만 해도 11만7000여 명이던 임의계속가입자가 2018년에는 47만명을 넘어섰다. 증가세는 올해도 이어져 연말에 5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실업크레딧제도’를 이용해 가입기간을 늘릴 수도 있다. 만 18세 이상 60세 미만이면서 국민연금 보험료를 한 달 이상 납부한 경력이 있는 실직자는 구직급여를 받는 기간에 실업크레딧을 신청할 수 있다. 지원대상이 되면 구직급여를 받는 동안 보험료의 75%를 국가에서 지원해준다. 지원기간은 평생 12개월이다. 연금보험료는 인정소득을 기준으로 납부한다. 인정소득은 퇴직 이전 3개월간 받았던 평균소득의 50%로 하되, 70만원을 초과할 수 없다. 인정소득 70만원에 보험료율(9%)을 곱하면 납부할 보험료는 6만3000원이다. 이 중 25%인 1만5750원만 가입자가 납부하고, 나머지는 국가가 지원해준다. 실업크레딧을 이용해 국민연금 가입기간을 1년 늘리면, 노령연금 지급률이 5%포인트 늘어난다. 적은 비용으로 연금액을 늘릴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과거 실직기간에 국민연금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았다면 추후납부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추후납부란 국민연금 가입자가 과거 납부하지 않은 보험료를 일시 또는 분할(최장 60개월)해서 납부하는 제도다. 과거에 한 번이라도 국민연금 보험료를 납부한 적이 있고, 현재 국민연금에 가입하고 있으면 추후납부를 신청할 수 있다. 국민연금 가입기간 중에는 언제든지 신청할 수 있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추후납부 신청자는 2014년 4만1000여 명에서 지난해 12만3000여 명으로 늘어났다. 추후납부 보험료는 현재 납부하는 보험료에 납부할 기간을 곱해서 산출한다. 역대 추후납부 보험료를 가장 많이 낸 사람은 241개월 보험료로 1억 150만원을 납부했다. 이로써 노령연금 수령액은 월 35만원에서 118만원으로 늘어났다.
 
 
  주택연금으로 노후 즐기고 남은 금액은 상속인에게 지급
 
보유 주택을 담보로 연금을 받는 것이 주택가격 하락으로부터 노후자금을 지키는 방법이다.
  우리나라 고령가구의 자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다는 것은 다들 아는 사실이다. 2018년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60세 이상 고령가구의 가계자산에 부동산 등 실물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81.4%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부유층을 제외하고 나면 부동산이라는 것이 대부분 살고 있는 집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물가하락보다 위험한 것은 집값의 하락이다.
 
  주택가격의 하락으로부터 노후자금을 지키는 방법으로 주택연금이 있다. 주택연금은 자기가 사는 집을 담보로 맡기고 연금을 수령하는 제도인데, 가입자(부부 중 연소자)가 60세 이상이고 주택가격이 9억원 이상이면 연금을 수령할 수 있다. 연금수령 방식은 크게 종신형과 확정기간형이 있는데, 종신형을 선택한 사람(87%)이 압도적으로 많다. 종신형을 선택하면 부부가 모두 사망할 때까지 연금을 수령할 수 있다.
 
  연금액은 주택가격과 가입자(부부 중 연소자) 연령에 따라 달라진다. 집값이 비쌀수록, 가입자 나이가 많을수록 연금을 많이 받는다. 집값이 3억원이고 가입자가 70세인 경우 종신형을 선택하면 연금으로 월 89만5000원을 수령할 수 있다. 일단 연금을 수령하고 나면, 이후 집값이 오르든 떨어지든 동일한 연금을 수령할 수 있다.
 
  주택연금의 큰 장점은 상환방식에 있다. 우선 주택연금 가입자가 원하면 언제든지 부채를 상환할 수 있다. 이때는 여태껏 수령한 연금액에 이자와 수수료를 더해 상환하면 된다. 가입자 본인과 배우자가 모두 사망한 다음에도 상속인이 부채를 전부 상환하면 주택을 소유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주택금융공사에서 주택을 처분해서 부채를 상환한다. 이때 주택처분가액으로 부채를 전부 상환하고 남으면, 남은 금액을 상속인에게 지급한다. 반대로 부채가 처분가격보다 많은 경우에도 상속인에게 부족분을 상환하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주택연금을 활용하면 집값 상승에 따른 이익은 그대로 취하면서, 하락 위험은 피할 수 있다. 디플레이션으로 자산가격 하락을 우려하는 사람에게 이만한 자산 관리 방법도 없을 듯하다.
 
 
  퇴직연금 운용법 바꾸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라
 
  사람들은 웬만해서 한번 정한 것은 바꾸려 하지 않는데, 이를 ‘현상유지편향’이라 한다. 퇴직연금 가입자들에게서도 현상유지편향을 볼 수 있다. 일단 퇴직연금을 투자할 상품을 고르고 나면, 좀처럼 바꾸려 하지 않는다. 금융 당국에 따르면, 2017년 기준으로 전체 퇴직연금 가입자 중 90.1%가 운용지시를 한 번도 변경하지 않았다고 한다.
 
  ‘한번 신중하게 결정하면 됐지, 변경할 필요가 있겠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게 그렇지 않다. 원리금보장상품을 예로 들어보자. 대다수 직장인이 퇴직연금 적립금을 정기예금 등 원리금보장상품에 맡겨두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퇴직연금 적립금의 90%가 원리금보장상품으로 운용되고 있다.
 
  그러면 퇴직연금을 원리금보장상품에 맡겨두면 문제가 없을까? 그렇지 않다. 원리금보장상품은 대부분 만기가 정해져 있다. 만기가 도래할 때마다 가입자는 새로이 운용지시를 해야 한다. 만기 때 운용지시를 하지 않으면, 기존과 동일한 상품에 재예치된다. 이때 금리는 최초 가입 당시 것이 아니라 재예치 당시 것을 적용한다. 당연히 최초 가입 이후 금리가 떨어지면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
 
  금융 당국에서는 이런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원리금보장상품 운용지시 방법을 개정하면서 특정금전신탁방식을 추가했다. 이 방식은 근로자가 사전에 정해둔 상품 중에서 금리가 가장 높은 것을 찾아 만기금액을 재예치하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처럼 금리가 낮을 때는 특정금전신탁을 활용해도 수익률을 개선하기 어렵다. 수익률을 높이려면 펀드 등 실적배당상품에 투자해야 한다.
 
  펀드 같은 실적배당상품도 그대로 방치해서는 좋은 수익을 얻을 수 없다. 장기간에 걸쳐 운용해야 하는 퇴직연금의 특성상 경제환경과 금리변화, 은퇴까지 남은 기간 등을 고려해 주식과 채권 간 비중을 적절히 조정해야 한다. 하지만 회사일로 바쁘고, 금융지식이 많지 않은 직장인이 이런 일을 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등장한 금융상품이 타깃데이트펀드(TDF·Target Date Fund)다. TDF는 투자자가 별도로 운용지시를 하지 않더라도 은퇴까지 남은 기간에 따라 펀드가 알아서 자산비중을 조정해주는 펀드다. 은퇴까지 남은 기간이 많은 청년기에는 주식 비중을 높게 가져가다가 은퇴가 다가올수록 채권 비중을 늘려나가는 방식이다. 한번 결정하면 웬만해서 바꾸지 않는 현상유지편향을 고려한 금융상품이라 할 수 있다.
 
  퇴직연금 가입자는 예상 은퇴시점만 정하면 된다. TDF 이름엔 2020, 2025, 2030, 2035, 2040, 2045 같은 숫자가 붙어 있는데, 이는 예상 은퇴시점을 나타낸다. 가입자가 2045년 은퇴할 예정이면 펀드명에 2045가 있는 것을 선택하면 된다. 이후에는 가입자가 운용지시를 하지 않아도 은퇴까지 남은 기간을 고려해 펀드가 자동으로 위험자산 비중을 조정해준다. 이 점에서 자산관리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기 힘든 근로자에게 적합하다.
 
  이상 저성장·저물가·저금리 환경하에서 노후자산 관리법을 살펴봤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의 변화로 경제가 저성장 국면으로 진입하고, 성장률이 떨어지면서 금리와 물가상승률도 둔화되고 있다. 연금과 이자로 생활하는 은퇴생활자 처지에서는 낮은 물가상승률은 반길 일이지만, 그 이면에 저금리가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지금 수도권 집값 상승이 문제지만, 인구구조 변화 등을 고려할 때 장기적으로는 주택가격 하락 위험에도 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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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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