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분석

싱하이밍이 울릉도에 간 까닭은?

중국, 동해 장악하려면 울릉도 장악해야

  • 글 : 윤민우 가천대학교 경찰안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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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해군, 유럽 진출과 對美 잠수함 작전 위해 동해 장악 필요
⊙ “한국이 중국에 포획되면 유럽 국가 앞바다에서 중국 핵잠수함 보게 될 것”
⊙ 6월 6~7일, 중국 함정들 대한해협 서쪽 水路 통과… 한국 겨냥한 시위인 듯
⊙ 중국, 금년 6월부터 블라디보스토크 항만 사용권 획득
⊙ 중국에 대한해협은 다르다넬스-보스포루스해협에 러시아가 갖는 의미만큼이나 중요해질 것

윤민우
1972년생.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미 인디애나주립대 범죄학과 석사, 샘휴스턴주립대 형사사법학대학 범죄학 전공 박사, 서울대 외교학과 국제정치학 박사 / 가천대 경찰정보학과 교수, 現 국가정보원 자문위원, 국군방첩사령부 자문위원 / 《폭력의 시대 국가안보의 실존적 변화와 테러리즘》 저술
중국은 서태평양 지역에서 패권을 확보하기 위해 해군력을 증강하고 있다. 사진은 2019년 12월 17일 항공모함 산둥에 올라 사열을 하는 시진핑 국가주석. 사진=신화/뉴시스
지난 6월 9일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 대사는 이재명(李在明)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만찬 회동에서 “한국은 미국이 승리하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는 데 베팅을 하는 것 같은데, 분명히 잘못된 판단”이라며 “앞으로 반드시 후회할 것”이라고 위협, 내정간섭과 막말 논란이 일었다. 얼마 후, 지난 5월 16일 국내 A기업이 울릉도에서 운영 중인 최고급 숙박시설에 싱 대사가 아내와 함께 무료로 숙박했다는 접대 의혹이 불거졌다. 이와 같은 일련의 사건들은 이후 한국과 중국 간의 외교 문제로까지 비화되었다. 안 그래도 높은 한국 내 반중(反中)감정을 더욱 격화시켰다.
 
  하지만 이러한 논란 가운데 싱하이밍이 울릉도에 방문했다는 사실에 숨겨진 전략적 중요성에 대한 인식은 없었다. 이 글은 이와 관련된 얘기를 하고자 함이다. 물론 싱하이밍의 울릉도 방문이 의도치 않은 단순한 여행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싱하이밍이 울릉도의 해군전략적 중요성을 인식하고 굳이 국내 다른 곳이 아니라 울릉도를 방문했다면? 전략적 추론(推論)은 늘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가운데 도출된다. 최근 발생한 일련의 동해와 관련된 에피소드들과 싱하이밍의 울릉도 방문이 서로 긴밀히 연계된 것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中, ‘가장 취약한 놈 한 놈만 팬다’
 
  지난 6월 6일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 8대가 우리 영공(領空)을 침범하지는 않았지만, 남해와 동해상 한국 방공식별구역(KADIZ)에 무단으로 진입했다가 이탈했다. 이는 2022년 5월과 11월에 중국-러시아 군용기들이 함께, 그리고 2023년 1월에는 중국 군용기 2대가 카디즈에 무단 진입한 이후에 계속되어 온 일련의 군사적 도발 중 하나이다.
 
  지난 6월 6일과 7일에는 중국 함정들이 대한해협을 통과했다. 공해(公海)상이라 국제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부산에서 30~40km 떨어진 서쪽 수로(水路)를 통과한 사실은 대단히 이례적이다. 통상 중국 함정들은 동중국해에서 동해로 들어갈 때 쓰시마(對馬島)와 일본 열도 사이 대한해협 동쪽 수로를 경유해 왔다. 따라서 이번 사례는 한국을 타깃으로 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중국은 한국을 한·미·일 동맹체제에서 약한 고리로 보고 한국 때리기와 길들이기에 전략적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이는 “포위당했을 때는 가장 취약한 한 놈만 팬다”는 고전적 수법이다.
 
  한편 중국은 이미 자신들을 준(準)북극권 국가라고 선언하고 북극해를 통한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중국 해군과 공군의 일련의 동해상 도발은 동해를 지나는 해양교통로를 확보하고 동해에 대한 해양통제권을 확보함으로써 중국의 해군력을 오호츠크해와 북태평양, 북극해를 지나 북해까지 투사하겠다는 전략적 의도를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도 추론할 수 있다.
 
 
  ‘약해진 러시아’는 ‘더 강해진 중국’ 의미
 
중국 해군은 작년 12월 러시아 해군과 함께 동중국해에서 합동훈련을 실시했다. 사진=신화/뉴시스
  또 다른 사건은 중국이 165년 만에 블라디보스토크항의 사용권을 되찾았다는 사실이다. 중국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항구를 금년 6월 1일부터 중국 국내 항구처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양국 간 서명한 ‘2030년 중러 경제협력 중점 방향에 관한 공동성명’의 일환으로, 주요한 목적은 경제적인 것이다. 하지만 중국의 전략적 기도에 블라디보스토크항에 대한 해군의 전략적 야심이 깔려 있지 않다고 보기는 어렵다. 블라디보스토크 항구는 1858년 아이훈 조약에 의해 러시아로 넘어갔으며 중국은 내심 이 ‘잃어버린 영토’를 회복하려 하고 있다. 중국은 궁극적으로 할 수만 있다면 블라디보스토크에 항공모함과 핵잠수함 등의 해군 전력을 전개하고 이를 기반으로 동해와 오호츠크해, 북태평양, 북극해에 진출하려고 할 것이다.
 
  물론 러시아 또한 이와 같은 중국의 동북아 해역과 블라디보스토크를 포함한 러시아 극동 프리모리예 지방에 대한 영토적 야심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당면한 문제가 있다. 정치·경제·군사력의 한계, 그리고 인구의 급격한 감소로 시간이 갈수록 러시아 극동 지역의 영토를 보전하고 동북아 지역에서 미국·일본, 그리고 중국과 같은 강대국과 경쟁하기가 버거워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됨으로써 러시아의 힘이 소진되고, 푸틴 정부를 상대로 프리고진의 용병(傭兵) 집단인 와그너 그룹이 반란을 일으키는 등 러시아의 미래는 불투명해지고 있다.
 
  필자가 2022년 아제르바이잔에서 만난 한 싱크탱크의 전략문제 전문가는 “캅카스 지역에서 약해진 러시아는 더 큰 안보 위협이 된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이는 동북아시아 지역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 과거 소련처럼 너무 강대한 러시아도 안보 위협이지만 지금보다 더 약해진 러시아도 역내(域內)에 심각한 안보 위협을 초래할 수 있다. ‘약해진 러시아’는 ‘더 강해진 중국’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러시아가 자신들의 극동 지역을 굳건히 지킬 수 있기를 응원해야 할지 모른다. 러시아 극동이 중국의 영향권으로 들어가면 한국은 서해와 동해 양쪽에서 강력한 중국 해군과 맞닥뜨려야 할지도 모른다.
 
 
  중화제국질서 구축의 초석
 
  정보분석에 ‘커넥팅 닷(connecting dots)’, 한국말로 바꾸면 ‘점들을 연결하기’라는 말이 있다. 이는 서로 관련 없어 보이는 사건들과 에피소드들을 서로 연결할 때, 그 숨겨진 중요한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싱하이밍의 울릉도 방문과 앞서 언급한 일련의 동해와 관련된 에피소드들을 연결하여 추론하면 중국의 동해에 대한 해군전략적 의도를 도출할 수 있다.
 
  울릉도(그리고 독도)는 동해의 해양통제권을 장악하기 위한 중요한 전략 거점이 된다. 지전략적(地戰略的)으로 울릉도는 동해의 한가운데에 있다. 해양통제권은 두 가지 도전이 충족되어야 달성된다. 하나는 해양의 자유로운 사용이며 다른 하나는 다른 경쟁 국가들의 해양의 자유로운 사용을 거부하는 것이다. 중국이 동해에 대한 이러한 해양통제권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중국은 동해로 들어가는 해양교통로의 요충(choking point)인 대한해협에 대한 접근권을 확보해야 한다.
 
  둘째, 중국은 러시아 극동의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한반도 동해안을 거쳐 부산에 이르는 해안선에 항구를 확보해야 한다. 또한 이 항구는 중국 영토와 직접 육로로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셋째, 울릉도를 장악할 필요가 있다. 동해상의 울릉도는 ‘침몰하지 않는 해상기지’이자 동해상의 해양교통로를 통제하는 핵심 포스트가 될 수 있다.
 
  이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되면 중국은 동해의 해양통제권을 완벽히 장악할 수 있고 동아시아에서 중화(中華)제국질서를 구축하는 초석을 다질 수 있다.
 
 
  스탈린, 부산·제주 통제 시도
 
  동해는 한국인들이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전략적 가치를 지닌다. 이는 동해가 남쪽의 동중국해와 북쪽의 오호츠크해와 북태평양, 북극해로 이어지는 주요한 연결통로라는 성격과 관련이 있다. 소련의 스탈린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동북아시아에서 소련의 위치를 1905년 이전의 제정(帝政)러시아의 위치로 되돌리려고 시도했다. 이를 위해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동해를 거쳐 대한해협을 통과하는 전략적 해양교통로를 확보할 필요가 있었다. 이에 스탈린은 부산과 제주도 등에 대한 소비에트 군(軍)사령부에 의한 통제를 시도하였으며, 대한해협에 대한 통제를 위해 쓰시마를 일본의 한국에 대한 공격 행동의 전초기지라는 이유를 들어 한국 영토에 편입시키려고 시도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스탈린의 의도들은 미국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되었다. 브레즈네프 시기 소련의 정치적 영향력과 군사력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동해의 지전략적 중요성은 더 증대되었다. 블라디보스토크를 중심으로 한 소련 극동 연안에서 동중국해와 동남아시아, 그리고 인도양으로 소련 해군력을 투사하기 위해 동해는 매우 핵심적인 전략적 연결통로가 되었다. 이 시기에 한반도 인근의 동해와 대한해협, 그리고 이어지는 제주 남방해역의 지전략적 가치는 인도차이나와 남아시아로 확장된 소련의 패권적(覇權的) 영향력으로 인해 소련의 인도차이나와 남중국해, 그리고 인도양에서의 글로벌 및 동아시아 전략과 연계된 소련 극동 지역의 해군전략에 영향을 받았다.
 
  브레즈네프 정권 시기 동안 소련이 인도차이나와 남아시아, 그리고 남서아시아로 지정학적 세력을 확장함에 따라 이와 같은 소련의 세력 확장을 지원하는 스프링보드로서의 소련 극동 지역과 이들 지역들을 연결하는 통로로서의 한반도 인근 해역인 동해의 지정학적 가치가 중요하게 부상하였다. 예를 들면, 동해는 소련 극동해양지방에 기지를 둔 태평양 함대 전력이 베트남의 깜라인만과 다낭만으로 연결되는 중요한 해양루트로서의 가치를 지녔다.
 
  소련은 브레즈네프 정권 시기에 글로벌 전략의 일환으로 베트남을 통해 인도차이나를 포함한 제3세계에 소비에트의 영향력을 확장시키려고 시도하였다. 또한 인도차이나에서의 베트남의 영향력 확산을 통해 중국을 남쪽으로부터 봉쇄하려고 시도하였다. 이와 같은 소련의 베트남을 지렛대로 한 글로벌 및 동아시아 군사전략과 관련하여 해양루트로서의 한반도 인근 해역의 지정학적 가치는 매우 높았다.
 
  이 시기 깜라인만에 위치한 소련 해군 및 항공전력은 상당한 수준으로 증강되었다. 깜라인만에 주둔한 소련 전력은 ① 중국의 전략원자력잠수함(탄도미사일원자력잠수함·SSBN)에 대한 대항과 ② 필리핀에 위치한 서방 시설들에 대한 공격 ③ 남중국해의 서방 통신라인에 대한 공격, 그리고 ④ 인도양의 소련 해군 세력에 대한 증강 등의 임무를 수행했다. 베트남의 소련 해군기지는 베트남을 중심으로 넓은 반경의 범위 내에서 소비에트 잠수함 작전과 반(反)잠수함전 작전을 지원하였다.
 
  이 시기 소련 극동에 위치한 태평양 함대에는 기존의 동아시아-서태평양 지역에서 미국과 일본의 포지션에 대항하는 임무에 더해 남서아시아에서 미군 세력을 압박하고 이란 등과 같은 새로운 소비에트 우방국들을 지원하는 역할이 추가되었다.
 
  이 때문에 동해는 소련 극동의 해군 전력이 남중국해와 인도양으로 전개되는 해양루트로서도 지정학적 가치가 부여되었다. 당시 소련 해군의 인도양 전단은 소련 태평양 함대와 함께 블라디보스토크에 기지를 두고 운용되었다.
 
 
  중국, 문명권에 따른 세계 분할 시도
 
  오늘날 중국의 동해에 대한 전략적 야심은 과거 소련이 강성했던 시기 동해가 소련의 글로벌 해군전략에 있어 가졌던 가치에 빗대서 추론해볼 수 있다. 과거 소련이 동해를 거쳐 남서태평양과 동남아시아, 그리고 인도양으로 해군력을 투사한 것처럼 중국은 거꾸로 동해를 거쳐 오호츠크해와 북태평양, 북극해, 그리고 북해까지 해군력을 투사하려 할지 모른다. 최근 중국의 동해와 동해 연안의 항구에 대한 과도한 관심은 이러한 차원에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중국의 궁극적 글로벌 전략은 세계를 다극(多極)체제로 분할하려는 것이다. 특히 중국은 미국과 상호 호혜적이고 동등하고 민주적인 원칙에 따라 각각의 문명권을 분할하려고 한다. 각각의 문명권에서 중국, 미국 등과 같은 강대국들은 해당 권역을 통치하고 서로의 문명권에 대해서는 패권적 지위의 존중과 불간섭 원칙에 따라 글로벌 질서를 구축하고자 한다. 이는 과거 국민국가를 기본 단위로 한 베스트팔렌 원칙을 문명권을 기본 단위로 재해석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중국이 주창하는 신형대국질서라는 개념에는 이러한 의미가 숨겨져 있다.
 
  이와 같은 다극체제에서 중국은 자신들이 설정한 중화문명권역에서 패권적 지위를 누리고자 한다. 이 때문에 중국이 주장하는 주권 존중과 국가 간 민주적 원칙은 문명권 내의 제국 중심과 주변부 국가 사이의 관계에는 전혀 적용되지 않는다. 과거 명(明)·청(淸) 시기의 중국과 조공국(朝貢國)들로 이루어진 동아시아 국제질서를 떠올리면 된다.
 
 
  中, 서태평양의 美 군사력 밀어내야
 
  중국이 이러한 다극체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군사력을 동아시아-서태평양으로부터 걷어내 하와이 동쪽으로 철수시켜야 한다. 이러한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중국이 과거 소련과 같이 미국에 대한 상호확증파괴(MAD·Mutual Assured Destruction) 역량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상호확증파괴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전략폭격기, 그리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통해 달성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중국의 ICBM과 전략폭격기가 미국에 대한 효과적인 상호확증파괴의 수단으로 활용되기는 어렵다. 이는 미국의 글로벌 미사일방어(MD)시스템과 ICBM, 그리고 해·공군력 등과 같은 우월한 군사 역량 때문이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SLBM이 가장 효과적인 대미(對美) 상호확증파괴의 수단이 될 수밖에 없다. 이는 과거 소련이 미국과의 상호확증파괴역량 구축에서 선택한 옵션이기도 하다. 과거 소련은 이러한 맥락 때문에 SLBM에 역량을 집중하였다. 중국도 비슷한 고민을 할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의 SLBM이 효과적인 대미 상호확증파괴 수단이 되기 위해서는 서태평양으로 나올 수 있어야 한다. 하이난(海南)섬에 위치한 중국의 SLBM은 필리핀을 넘어 서태평양으로 나와서 작전을 해야 하지만 미국이 필리핀을 방어선으로 이를 틀어막고 있다. 보하이(渤海)만 등에 있는 SLBM은 일본 남단 가고시마(鹿兒島)에서 열도선을 따라 대만으로 이어지는 미국과 동맹국이 쳐놓은 해양봉쇄선을 뚫고 나오기 어렵다. 요행 중국의 SLBM이 서태평양으로 빠져나올 수 있다고 하더라도 미국의 압도적인 해군력에 맞서 중국의 SLBM이 태평양의 열린 바다에서 효과적으로 작전하기는 매우 어렵다.
 
  이는 과거 소련 SLBM도 가졌던 딜레마이다. 과거 소련은 이 때문에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비교적 가까운 그러면서도 미국의 압도적인 해군력의 접근을 거부할 수 있는 소련 지상군과 공군, 그리고 미사일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바다에서 SLBM을 운용하였다. 오호츠크해와 북극의 바다는 소련 SLBM의 주요 거점이었고, 이는 미국에 대한 소련의 가장 효과적이고 믿을 만하며, 위협적인 대미 상호확증파괴 수단이었다. 중국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지 않을까?
 
  중국에서 동해로 이어지는 한반도 주변 해역은 중국의 해군전략에서 주요한 의미를 가진다. 중국이 한국을 포획하려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이것과도 관련이 있다.
 
  중국의 대미 상호확증파괴능력 확보에 한반도 주변 해역은 중요한 연결고리이다. 우선, 중국은 서해를 자신의 내해(內海)로 만들려 하고 있다. 서해에 미국과 동맹국의 해군이 전개되는 것은 중국의 정치·경제·군사적 심장부인 베이징과 상하이(上海), 칭다오(靑島), 보하이만을 포함하는 중국 동부 연안 지역이 모두 미국-서방의 공격권에 들어가게 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은 서해를 과거 소련이 오호츠크해를 자신들의 대미 SLBM 운용을 위해 활용했던 것처럼 대미 SLBM 운용의 스프링보드로 활용하려 하고 있다. 2019년 6월 중국은 보하이만에서 SLBM 추정 비행체 발사 시험을 한 바 있다. 미국 본토를 사정권으로 한 시험으로 추정할 수 있다.
 
 
  동해–북극해 통해 유럽 진출 가능
 
  중국은 또한 동해에도 매우 중요한 전략적 이해를 가지고 있다. 중국이 동해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두 가지 때문이다.
 
  하나는 북극항로 활용을 위해서는 동해를 반드시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중국이 오래전부터 한반도 동해 연안에 항구를 가지려는 관심을 강하게 보인 것은 이러한 전략적 고려와 관련이 있다. 중국의 일대일로의 세 번째 루트는 북극해를 통해 유럽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동해와 동해 연안 항구는 이러한 중국의 북극항로 개발사업에 있어 중요한 연결고리이다. 중국의 동북 지역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불과 수십km 떨어진 동해 연안 항구로의 접근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한데 북한과 이어지는 러시아 극동의 좁은 지역이 중국의 숨통을 틀어쥐고 있다.
 
  중국이 동해 연안에 항구를 갖게 되면 이를 전진기지로 북극해를 거쳐 유럽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미 중국은 아이슬란드와 노르웨이 등과 같은 북극해 인근 국가들에 영향력 공작을 강화해 왔고 이들 국가들은 중국을 주요한 위협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중국의 동해를 통한 해양 진출이 본격화되면, 대한해협의 전략적 중요성은 더욱 커지게 된다.
 
  이 경우 대한해협의 좁은 수로는 튀르키예의 보스포루스와 다르다넬스 해협이 러시아에 미치는 전략적 중요성만큼이나 중국에 전략적으로 중요해질지도 모른다. 이는 중국이 대한해협을 통해 동해 연안의 항구들을 서해와 동중국해, 그리고 남중국해의 항구들과 연결시켜야 할 필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對美 전략핵잠수함 운용 위해 동해 필요
 
2019년 모습을 드러낸 중국의 신형 원자력잠수함. 중국 원자력잠수함이 미국을 상대로 작전하기 위해서는 동해로 진출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진=신화/뉴시스
  또 다른 하나는 중국의 대미 전략원자력잠수함(SSBN) 운용의 필요이다. 이를 위해서도 중국 해군은 동해를 지나야 한다. 중국이 오래전부터 한반도 동해 연안에 항구를 가지려는 관심을 강하게 보인 것은 이러한 전략적 고려와도 관련이 있다. 중국이 러시아 극동에서 한반도 남단으로 이어지는 동해 연안에 항구를 갖게 되면 이를 스프링보드로 중국의 SSBN들이 동해와 오호츠크해, 그리고 북극해에서 활동할 수 있게 된다. 중국 SSBN의 보급선이 상당히 짧아지게 되는 효과를 가져다주며 이는 중국 SSBN의 작전반경과 작전기간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게 한다.
 
  북극해에서 활동하던 SSBN은 소련의 가장 위협적인 대미 상호확증파괴 전력 가운데 하나였다. 사전에 미국이 탐지하기 어렵도록 얼어붙은 빙하 아래에 숨어 있던 SSBN이 유사시에 얼음을 뚫고 발사하는 SLBM은 미국에 매우 큰 위협이었다. 중국은 이러한 그림을 그리고 있을지 모른다.
 
  한편 과거 소련에 동해는 북쪽의 오호츠크해와 함께 소련이 미국을 상대로 전략적 핵 균형을 달성하도록 하는 지리적 이점을 제공했다. 소련 해군의 SSBN과 SLBM은 전략로켓군의 ICBM, 공군의 장거리 폭격기와 함께 미국 본토와 동아시아, 서태평양에 전개된 미국의 주요 목표물들을 공격할 수 있는 소련 핵전력 트라이앵글의 주요한 한 축이었다.
 
 
  동해에서 작전했던 소련 원자력잠수함들
 
  브레즈네프 정권 시기에 많은 수의 소련 잠수함이 동해에서 작전 중이었고 한반도와 일본 열도 사이의 바다는 소비에트 SSBN들이 전개된 지역이었다. 핵탄도미사일을 장착한 양키(Yankee)급 핵추진잠수함들이 동해에서 활동했다. 미국 내에 있는 목표물에 대한 타격의 임무를 맡은 이 양키급 잠수함 유닛들은 점차 신형인 델타(Delta)급 유닛들에 의해 대체되었다. 동시에 양키급 잠수함들은 전구(theater)급 핵전력의 역할로 전환되었다.
 
  당시 전략핵잠수함은 소련 전체 전력의 약 40%인 15척의 델타급과 9척의 양키급이 태평양 해역에 배치되어 이에 상응하는 미 해군 오하이오(Ohio)급 5척에 비해 월등한 우위를 점하였다. 소련의 잠수함들은 동해 전 해역을 커버했으며 소비에트 해상과 항공 자산에 의해 제공되는 보호 우산(protective umbrella) 내에서 머물렀다.
 

  소련 잠수함들로서는 연안의 지상발사 미사일과 지상에 주둔한 항공전력의 지원을 받는 것이 중요했다. 이는 소련의 해군전력이 미국의 해군전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우 열세에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소련의 SSBN들은 미 해군의 위협에 맞서 연안의 미사일 전력과 항공전력 등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소련 연안 해역에서 주로 작전을 수행했다. 이런 맥락에서 오호츠크해와 동해는 소련 SSBN들이 안전하게 작전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 중국은 이러한 과거 소련의 경험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한국이 중국에 포획되면…
 
싱하이밍 주한 중국 대사는 지난 6월 8일 중국대사관저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만났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한국이 중국에 넘어가면 미국과 유럽의 국가들은 중국의 전략핵잠수함을 오호츠크해와 북극해, 그리고 북해에서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며칠 전 필자가 참여한 EU와 스웨덴 국방안보 전문가들과의 미팅에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한국이 중국의 영향권 아래 포획되면 유럽 국가들은 앞바다에서 중국의 핵잠수함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유럽 친구들은 상당히 놀라는 반응을 보였다. 중국의 한국 포획은 대미 상호확증파괴 역량과 관련해 중국에 중대한 전략적 이점을 가져다준다. 이는 중국이 추구하는 다극체제질서와 중화문명권역 구축, 그리고 중화제국질서의 완성을 위한 주요한 군사적 기반이 될지 모른다.
 
  한-미-일과 북-중-러가 충돌하는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안보환경의 기본 프레임은 최근 진행되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결과에 따라 중대한 변화를 맞을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가장 주요한 문제는 러시아의 힘의 쇠퇴이다. 지금보다 더 군사적·경제적·사회적으로 약화된 러시아는 역내 세력 균형에 불안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로 인한 불예측성은 안보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이미 그러한 징후들은 나타나고 있다.
 
  동북아 지역에서의 러시아의 힘의 쇠퇴는 중국의 힘의 증대로 이어진다. 중-러-북의 진영체제에서 중국의 패권적 리더십은 더 강화될 수 있다. 러시아는 이와 같은 위협을 인식하겠지만 중국의 리더십을 받아들이는 것 외에 다른 대안(代案)이 없을지도 모른다. 러시아의 힘의 한계 때문이다.
 
  이러한 경향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 앞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중국이 165년 만에 블라디보스토크항의 사용권을 되찾았다는 사실이다. 중국은 궁극적으로 블라디보스토크에 항모와 핵잠수함 등의 해군전력을 전개하고 이를 기반으로 동해와 오호츠크해, 북태평양, 북극해에까지 진출하려고 할지 모른다. 러시아에 있어 이러한 시나리오는 암울하지만 문제는 이 지역에서 러시아의 정치적·군사적·경제적·인구통계학적 힘이 점점 더 쇠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중국의 전략적 의도 파악해야
 
  많은 가능성이 있을 수 있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동북아 정세는 어쩌면 중국의 헤게모니 추구에 더 유리한 환경으로 이어질지도 모른다. 한·미·일 동맹은 이 문제를 직시할 필요가 있다. 역내에서 중국의 위협과 북한의 핵 위협, 그리고 러시아의 위협 가운데 가장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식별할 필요가 있다. 북한 핵 위협과 러시아의 위협에 대한 격렬한 대응이 자칫 중국에 의도치 않은 전략적 이익을 가져다줄지도 모른다. 여러 경우의 수가 있을 수 있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더 약해진 러시아는 한·미·일 측에 덜 우호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는 북한 문제를 관리하는 데에도 해당된다. 더 약해진 러시아와 더 적대적인 한·미·일 사이에서 대안을 찾기 어려운 김정은의 북한은 생존을 위해 더 중국에 쏠리게 될지도 모른다.
 
  최근 동해를 키워드로 한 일련의 에피소드들은 매우 우려스럽다. 싱하이밍 대사를 둘러싼 여러 논란도 이와 연계되어 있을지 모른다. 점들을 연결하여 숨겨진 그림을 찾아내는 것은 언제나 어렵다. 정보분석은 늘 틀릴 위험성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동해, 중국과 관련된 여러 에피소드를 통해 그 아래에 숨겨져 있는 중국의 전략적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차분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싱하이밍의 이번 울릉도 접대 건은 싱하이밍이 국내 A사측에 울릉도를 꼭 찍어 요청했다는 얘기도 있다. 그것이 사실인지 여부는 확인할 길이 없지만 이번 건을 포함하여 잇따르는 싱하이밍의 조심스럽지 못한 국내 활동은 우리가 오히려 중국의 전략적 의도를 읽을 수 있도록 도와준 측면이 있다. 생큐 싱하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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