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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집권 한 달

문재인 정권의 작동원리는 변형된 계급투쟁론

글 :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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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mc² 에서 E를 권력, m을 대중(mass), c를 ‘계급투쟁론(class struggle)의 선전’
⊙ 공무원들은 ‘촛불혁명’과 ‘촛불시민’의 명령을 수행하는 도구?
⊙ ‘핵무장한 적과 상대하고 있는 한국의 지도부가 적과 계급투쟁론을 공유한다는 것은 모험이다.
    이 낡은 증오의 과학이 관념에 머물지 않고 세상으로 튀어나올 때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는 것이다.’
6·10항쟁 30주년 기념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민주화를 저항운동의 관점에서만 보는 역사의식을 드러냈다.
  문재인 정권의 작동원리를 파악하면 앞으로 전개될 이 세력의 전략, 전술, 정책, 목표를 내다볼 수 있고, 약점과 강점을 알 수 있으며 대책도 세울 수 있다. 이 세상의 모든 작동원리는 단순하다. 세상을 바꾸고 우주를 새롭게 보게 만든 가장 유명한 공식 E=mc²이 대표적이다. 1905년 스위스의 특허국 직원으로 일하던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발표한 특수 상대성 논문에 붙은 공식이다. E는 에너지, m은 질량, c는 빛의 속도이다. 질량은 에너지, 에너지는 질량으로 전환될 수 있는데 이때 줄어드는 질량에 광속(光速)의 제곱을 곱한 어마어마한 수치만큼 에너지가 생긴다. 이 원리를 응용한 것이 원자폭탄과 원자력 발전이다. 우라늄이 핵분열로 수십 g 없어지면서 생긴 에너지가 도시 하나를 날려 버린다.
 
  이 공식의 위대성은 아무 관계 없이 보였던 에너지, 질량, 빛을 하나로 통합시킨 점이다. 아인슈타인은 실험을 통하여 공식을 알아낸 게 아니라 생각에서 나온 것이다. 이미 알려진 물리학 지식에 천재적 상상력과 영감(靈感)을 보태어 발견해 낸 원리다. 여기서 많은 부수적 지식과 물건들이 생산되었다. 태양을 포함한 모든 별들이 이 공식에 따라서 에너지를 분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블랙홀의 존재를 예언하였으며 극장 비상구를 밝히는 불빛이나 부엌의 연기 감지기도 이 공식에 의하여 작동한다.
 
 
  광속(光速)으로 전개되는 선동
 
  나는 심심풀이로 E=mc² 공식을 문재인 정권의 작동원리에 응용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물론 분석의 편의를 위한 것이고 정치현상에 자연현상의 공식이 정확히 적용될 수는 없는 것이다. 나의 가설은 E=mc² 에서 E를 권력, m을 대중(mass), c를 ‘계급투쟁론(class struggle)의 선전’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선거를 통하여 권력을 만드는 대중민주주의 체제에선 대중이 권력의 산파(産婆) 역할을 한다. 권력은 대중으로부터 자동적으로 생기는 게 아니라 여론을 가진 대중이어야 권력을 만든다. 정당이 바로 대중의 여론을 조직하여 권력을 만들어 내는 공장이다. 여론의 조직은 정보화 사회에서 주로 선전을 통한다. 중국 공산당 간부는 박근혜(朴槿惠) 대통령의 몰락을 지켜보면서 “선전부를 장악하지 못하여 권력을 놓쳤다”는 말을 하였다. 선전을 통한 여론 조작이 전체주의 체제에서도 권력 유지에 핵심적인 중요성을 갖는데 여론이 정권의 운명을 결정하는 민주체제의 지도자가 언론의 관리에 실패, 권력 유지에 실패하였음을 통렬하게 비판한 말이었다. E=mc² 공식은 질량을 에너지로 전환하는 매개로 광속(光速)의 제곱(c²)이라는 엄청난 수치를 설정하였다. 요사이 정치의 영역에서 선전 선동은 그야말로 전광석화(電光石火)처럼 신속하고 널리 영향을 끼친다. 정보를 광속으로 전달하는 텔레비전, 라디오, SNS(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 스마트폰 등)가 상호작용을 통하여 만들어 내는 정보의 양과 속도는 가히 c²의 세계이다. 다양한 언론매체의 등장으로 한국인들은 매일 잠자는 시간(약 8시간)만큼이나 언론(신문, 방송, 스마트폰 등)과 접촉, 영향을 많이 받는다. 대학생들의 현대사 인식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언론, 학교(교수, 교사 등), 가정 순으로 조사되었다(연세대 류석춘 교수).
 
 
  계급투쟁론은 ‘증오의 과학’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그런데 왜 나는 이 c를 ‘계급투쟁론(Class Struggle) 선전’으로 가정한 것인가? 정치선전 중 가장 효과가 있는 것은 계급투쟁론에 기초한 구호이다. 계급투쟁론은 역사발전의 원동력을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 사이의 권력투쟁으로 규정한다.
 
  카를 마르크스가 완성한 계급투쟁론은 학문을 위한 것이 아니라 피지배계급(노동자, 농민 등)이 지배계급을 타도하여 정권을 잡기 위한 수단이다. 이 수단의 핵심은 계급투쟁론으로 인간의 본성인 불만, 열등감, 증오심을 조직화하여 이를 저항적 정의감으로 포장하는 기술이다. ‘증오의 과학’인 셈이다. 한국은 봉건적 지배와 식민지 지배를 받으면서 계급투쟁론이 먹힐 수 있는 민족성과 역사적 토양을 갖고 있다.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심리에는 ‘계투(階鬪)’ 선동이 잘 먹힌다.
 
  한국 선거 역사상 가장 유명한 구호는 1956년 대통령 선거 때 야당 후보 신익희(申翼熙) 진영이 내건 ‘못살겠다 갈아보자’였다. 신익희가 투표 며칠을 남겨 놓고 급사(急死)하지 않았더라면 당선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박근혜 대통령을 몰락시킨 ‘촛불세력’의 구호, ‘이게 나라냐’ ‘적폐청산’도 같은 부류이다. 프리드리히 아우구스트 폰 하이에크는 《노예로 가는 길》에서 “사회의 하부층을 상대로 한 네거티브 선동이 먹히면 최악의 인간들이 정상(頂上)에 오를 수 있다”고 분석하였다.
 
  〈이들에게 가장 효과적인 선동은 ‘네거티브 프로그램’이다. 인간의 본성(本性)은 긍정적인 프로그램보다는 외부의 적에 대한 증오심이나 내부의 잘사는 사람들에 대한 질투심을 중심으로 뭉치기가 더 쉽게 되어 있다. ‘우리’와 ‘그들’을 대칭시키고, 외부 그룹에 대한 단결된 싸움을 선동한다. 이런 선동은 대중을 한 덩어리로 묶어 내는 데 필수적이다. 내부 지지층으로부터 무조건적인 충성심을 불러내기 위하여서도 필요하다. 나치는 내부의 적으로서 유대인들을 설정, 그들에 대한 증오심을 선동하였고, 소련공산당은 지주(地主)들에 대한 적개심을 선동하여 지지층을 확대 강화했다.〉
 
 
  ‘계급투쟁론’이란 열쇠
 
  계급투쟁론적 프레임으로 만들어진 폭로성 정보가 이를 광속(光速)으로 전달하는 정보기술 및 그런 정보에 매일 7~8시간씩 노출되는 인간 환경과 결합되면 c²의 폭발력을 갖는다. 지난해 10월부터 박근혜 대통령은 이런 c²의 파상공세에 직면, 한 번도 반격을 해 보지 못하고 선동의 블랙홀로 끌려 들어가 정권도 놓치고 감옥에 간 것이다.
 
  c²를 주도한 것은 언론, 촛불시위 주도 좌파 단체, 그리고 야당이었다. 이들이 쏟아 내는 부정적 정보의 홍수에 검찰, 법원, 헌법재판소도 휩쓸려 들어가 사실과 법리(法理)도 무력화(無力化)되었고 현존 권력이 무너지고 새로운 권력이 탄생한 것이다. 이 c²를 장악한 세력이 대중(m)의 여론을 조직, 문재인 정권(E)를 만들어 냈다고 본다면 E=mc²의 공식은 ‘이해하기 힘든 상황 전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작동원리를 이해하는 열쇠는 계급투쟁론이다. 한국에선 ‘계급투쟁론’이 ‘민중민주주의’나 ‘진보적 민주주의’로 불린다. 2014년 12월의 헌법재판소 결정(통합진보당 해산) 등의 판례에 의하여 민중민주주의는 계급투쟁론과 같은 맥락의 이념으로 판단되었다. 공산주의 활동이 불법화한 나라에서 흔히 쓰는 위장 명칭인 셈이다.
 
  헌법재판소 결정문은, 〈(민중민주주의는) 주권자의 범위를 민중에 한정하고 민중에 대비되는 일부 특정 집단에 대해 적대적인 관계로 설정하고 있으므로, 피청구인(통진당-편집자 주) 주도세력이 내세우는 민중주권주의는 국민을 주권자로 보는 국민주권주의와 다르고, 국민을 변혁의 주체와 변혁의 대상 또는 규제의 대상으로 구분하는〉 것으로서 계급주의를 금지시킨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하였다. ‘민중’을 ‘프롤레타리아 계급’과 동의어로 본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계급투쟁론적 민중사관으로 씌어진 좌편향 국사 교과서를 대체(代替)하기 위하여 박근혜 대통령이 추진한 국정 교과서 편찬을 반대하였고, 계급투쟁론(민중민주주의)으로 뭉친 통진당 해산 결정에도 반대하였다. 대통령이 된 후 그는 국정 교과서 폐기를 지시하고, 통진당 해산 결정에 유일하게 반대하였던 김이수 헌법재판관을 소장 후보로 지명하였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권의 작동원리에 해당하는 대통령의 이념적 가치관은 계급투쟁론과 관련지어 분석하는 게 타당할 것이다.
 
 
  통합진보당 해산 반대가 헌법수호 의지?
 
  문재인 대통령의 이념적 가치관을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자료는 김이수 헌법재판관을 소장 후보로 결정,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제출하면서 그의 소수(少數)의견을 ‘헌법질서 수호의지’라고 높게 평가한 점이다.
 
  “헌재 재판관으로 재직하면서 통합진보당 해산 사건에서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는 기각 의견을 내는 등 헌법질서를 수호하고 확립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헌법재판소는 2014년 12월 통합진보당이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는 정당이라고 규정, 8 대 1로 해산을 결정하였다. 국헌(國憲)을 수호하겠다고 선서한 대통령이 반(反) 헌법적 정당 해산 결정에서 반대소수의견을 낸 행위를 ‘헌법질서 수호 및 확립’이라고 본 것은 그의 헌법관·역사관·대북관(對北觀)이 기존의 해석과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시사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평소 언행에 비춰 이는 자연스러운 인사 결정이었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통진당 해산에 비판적이었을 뿐 아니라 선거기간 중 헌법 제3조(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와 배치되는 국가연합 또는 낮은 단계 연방제 통일방안을 자신의 소신으로 표명했다. 김 재판관은 연방제 통일방안이 헌법 위반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가연합이나 낮은 단계 연방제 통일을 추진하고 위헌(違憲) 시비가 일어나 헌법재판소에 제소되고 만약 그때 김이수 재판관이 소장으로 있다면 어떤 결정이 내려질 것인가?
 
  통진당 해산에 찬성한 8명의 재판관들은 이 당이 사용하는 정치적 용어, 즉 진보 민주 민중 평등 변혁 자주 통일 등을 글자 뜻 그대로 해석하지 않고 비판적으로 분석, 용어의 참뜻을 밝혀 내려고 애쓴 데 반해 김이수 재판관은 글자 그대로 받아들이려 한다. 그는 통진당을, 선의(善意)를 가진 진보적 성향의 개혁 세력으로 본다.
 
  “피청구인은 자신의 현실인식에 기초하여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소하는 방안으로 점진적 개혁, 개선보다 근본적인 변화, 대안체제의 수립이 필요하다고 보고, 광의의 사회주의적 대안체제로서 ‘진보적 민주주의’ 체제를 주장하고 있을 뿐이다.”
 
 
  경찰관 네 명은 이렇게 죽어 갔다
 
6월 8일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 도중 자신이 과거 사형 선고를 내렸던 배용주(오른쪽)씨가 증언을 마치고 청문회장을 떠나려 하자 청문회장 문 앞까지 쫓아가 손을 잡은 채 고개를 숙였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장에서 5·18 당시 군 법무관으로서 사형을 선고했던 버스 운전사 배용주씨에게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헌법재판소는 김 후보자가 배씨에게 과거 사형을 선고한 이유에 대하여 “피고인은 단순히 운전만 한 것이 아니라 버스를 운전해 경찰 저지선을 뚫는 과정에서 경찰 4명이 사망하고 4명이 중경상을 입는 일이 발생했다”며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 인정돼 1980년 소요 살인죄로 사형이 선고됐다”고 설명했다. 배씨는 사형선고를 받고 32개월가량 복역한 뒤 사형집행이 면제돼 풀려났고, 1997년 재심을 청구해 무죄 선고를 받았다.
 
  김이수 재판관이 마치 무슨 잘못을 저지른 것처럼 그 앞에서 머리를 숙이게 하였던 배씨가 무슨 행동을 하였는지 알아보자. 나는 배씨가 모는 버스를 목격하였던 당시 전투경찰 남동성씨를 만난 적이 있는데 그의 증언을 정리한다.
 
  〈나는 경북 대구의 경북대학교 정외과 2년을 마치고 전투경찰관으로 입대, 전남도경 2기동대 소속으로 광주에서 근무하다가 광주사태를 맞게 됐다. 광주사태가 클라이맥스로 치닫고 있던 5월 20일 밤, 나는 전남도청 앞에서 데모대를 막고 있었다. 광주의 밤하늘은 여기저기서 타오르는 불길로 환했다. ‘타닥타닥’ 불타는 소리와 가끔 ‘펑!’ 하면서 치솟는 화염이 전장을 방불케 했다. 우리 전경부대는 도청 앞의 네거리 중 노동청 광주지방 사무소 쪽의 길목을 지키고 있었다. 약 100m 떨어진 곳에 주유소가 하나 있었는데, 그곳이 군중의 수중에 들어갔다. 데모대는 이 주유소에서 기름을 퍼내 차에 불을 질러, 불타는 차들을 우리 쪽으로 계속 밀어붙였다. 트럭, 버스, 승용차, 지프 등 갖가지 차들이 슬금슬금 밀려오다가 중간 지대에서 멈췄다. 불타거나 불탄 차들이 서로 뒤엉켜 절로 바리케이드가 쳐진 형세였다.
 
  밤 9시쯤 됐을까, 군중 쪽에서 버스가 한 대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버스는 부서지고 불탄 차들 사이를 요리조리 빠져나와 우리 전경(戰警)부대를 향해 질주하는 게 아닌가. 나는 “피해라!” 하고 소리쳤다. 그러면서 그 버스를 향해 돌을 집어던졌다.
 
  그때 우리는 최루탄이 거의 떨어져 데모대가 몰려오면 투석(投石)으로 대항하고 있었다. 전경들은 양쪽으로 쫙 흩어졌다. 버스는 속도를 늦추며 오른쪽에 있는 담벼락을 긁으면서 스르르 멈추었다.
 
  버스 쪽으로 달려가 보니 어둠 속에서 비명이 새 나오고 있었다. 버스와 담벼락 사이에 경찰관들이 여러 명 끼거나 깔려 뒤엉켜 있는 게 아닌가. “어머니! 어머니!” 하는 신음이 들렸다. 우리는 끌어내려고 팔, 다리를 잡아당겼다. 벌써 축 늘어진 팔, 다리였다.
 
  거의 같은 순간 운전석에서 두 사람이 튀어나오더니 담벼락을 넘어 달아나는 게 보였다. 한 사람은 이미 달아났고 다른 한 사람이 담벼락에 다리를 걸친 순간, 두 명의 경찰관이 달려들어 이 뚱뚱한 사람의 다리를 붙들고 늘어졌다. 그는 뒷발길질을 하여 뿌리치고는 달아났다.
 
  우리는 플래시로 버스 바퀴를 밝히면서 사상자들을 끌어내 병원으로 옮겼다. 경찰관들은 사고 당시 담벼락 밑에 앉아서 잠시 쉬고 있었다. 전열(前列)에 있었던 젊은 전경대원들은 달려오는 버스를 보고 피해 달아날 수가 있었으나 이들 경찰관은 앉아 있다가 뒤늦게 버스를 피하기 위해 담벼락에 붙어 서 있다가 버스와 담 사이에 끼이거나 깔린 것이었다.
 
  (이 사고로 함평경찰서 소속 정춘길 경장, 강정웅 순경, 이세홍 순경, 박기웅 순경 등 네 명이 숨졌고 김대민 순경 등 네 명이 중상을 입었다. 버스를 몬 운전사 2명은 그 뒤 경찰에 구속, 복역하다 석방됐다. 이들은 군중이 버스를 탈취, 밀지 않으면 죽인다고 위협하여 몰고 가다가 연기 등으로 앞이 보이지 않게 되자 차를 세웠는데 그런 사고가 났다고 진술했다.- 편집자 주)〉
 
 
  민주주의를 저항운동의 관점에서만 이해
 
  지난 6월 10일 이른바 6·10항쟁 기념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가 누리는 민주주의는 반공투쟁과 경제건설의 뒷받침이 없었으면 불가능하였다는 점을 간과(看過)하고 민주화 운동의 역할만 강조, 이른바 민중사관적 인식을 엿보게 하였다.
 
  문 대통령은 “오늘 우리의 민주주의를 이만큼 키운 것은 국민들이었다”면서 “그 길에 4·19가 있었고, 부마항쟁이 있었고 5·18이 있었고, 6월항쟁이 있었다”고 하더니 “그 길은 지난 겨울 촛불혁명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민주주의를 문명건설이 아닌 저항운동의 관점에서 좁게 해석한 것이다. 민주주의는 이념이라기보다는 자유, 안전, 복지를 구현하는 제도이다. 이 제도를 건설하는 데 있어서 이승만의 반공자유민주주의 국민국가 건설, 국군의 북한군 남침 저지, 박정희의 조국근대화, 기업인 및 근로자들의 경제발전 노력은 저항운동 이상으로 중요하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한민국을 대외적으로 대표하는 국가원수이고 국군통수권자이다. 그는 한국의 민주주의를 설명함에 있어서 국가와 국군과 국민의 관점을 빼고 오로지 저항운동가의 입장에 섰다. 이는 지지기반을 좁게 만든다. 대통령은 국민과 역사 전체를 대표하여야 크게 보인다.
 
  그는 자신의 정부를 사실상 촛불혁명 정권으로 규정하였다. “촛불은 한 세대에 걸쳐 성장한 6월항쟁이 당당하게 피운 꽃이었다”면서 “촛불혁명을 통해 민주공화국을 실천적으로 경험했다”고 했다.
 
  ‘촛불혁명’이든 군사혁명이든 민중혁명이든 계급혁명이든 ‘혁명’은 헌법을 벗어나 체제를 변혁하려는 행동이다. 그런 ‘혁명’은 대한민국 헌법 질서 안에서는 허용되지 않지만 문재인 정부가 스스로 혁명정부라는 의식을 갖고 그런 식으로 국정(國政)을 운영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문재인 정부의 성격이 촛불혁명 정권이라면 검찰과 법원도 혁명 검찰, 혁명 재판소 역할을 해야 하니 법치와 인권은 설 자리가 좁아진다. 우리 헌법의 불가침적 가치인 ‘개인의 자유’는 민중주의나 촛불혁명론과는 맞지 않는다.
 
  문 대통령은 “촛불시민은 민주사회가 나아갈 방향과 의제를 제시했다”면서 “촛불은 미완의 6월항쟁을 완성시키라는 국민의 명령”이라고 규정하였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취임사에서 공직자는 촛불혁명의 정신을 받들어 수행하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촛불시민’이란 말은 촛불을 들지 않았거나 반대하였던 국민을 배제하는 의미이다. 촛불시민은 많이 잡아도 투표자의 41%이다. 그를 찍지 않았던 59%는 ‘촛불시민’이 아니므로 열외(列外)가 되는가. 그는 촛불혁명 정신을 진정한 민주주의, 촛불시민을 특권적 국민이라고 생각하는 듯한데 이는 국민주권론에 근거한 대한민국 헌법에 위배된다.
 
 
  “공직자는 촛불혁명의 명령을 수행하는 도구”
 
  문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에서 민주주의는 발전하고 인권은 확대될 것”이라면서 “헌법, 선거제도, 청와대, 검찰, 국정원, 방송, 국민이 위임한 권한을 운용하는 제도 등 권력기관이 국민의 의사와 의지를 감시하고 왜곡하고 억압하지 않도록 만들겠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와 지지세력이 취임 이후 30일간 취한 일련의 조치, 즉 국군의 사드배치 발목 잡기, 검찰 인사 개입,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결정, 4대강 재조사, 국정교과서 폐지, 통진당 해산 반대자를 헌법재판소 소장 후보자로 임명, 공영방송 사장 퇴진 압박 등이 과연 개인의 자유를 강화하고 법치를 확립하는 방향인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취임사에서 민중혁명적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문재인 정부는 지난 겨울부터 봄까지 6개월에 걸쳐 연인원 1700만명이 동참한 촛불혁명의 산물이다”고 말한 뒤 “문재인 정부의 공직자들은 촛불혁명의 명령을 받드는 국정과제의 도구들이다”고 하였다.
 
  이는 단순한 정권교체를 혁명, 즉 체제교체로 확대해석하는 것이다. ‘도구론’은 이른바 민중민주주의자들이 핵심을 이루는 촛불혁명 세력을 위하여 공무원과 국가기관이 봉사해야 한다는 암시로서 문재인 정부 핵심 요직자들을 묶고 있는 계급투쟁론적 가치관의 반영으로 보인다.
 
  국무총리가 공직자들과 국가기관을 ‘촛불혁명의 도구’로 부리겠다면 이는 헌법 제7조 공무원의 직무(①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 ②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 위반, 헌법 제11조의 평등권(①모든 국민은 법 앞에서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②사회적 특수계급 제도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어떠한 형태로도 이를 창설할 수 없다) 위반이 될 소지가 높다. 이는 헌법 65조의 탄핵사유가 될 가능성이 크다. 더 심각한 문제는 공무원들이 받들어야 할 촛불혁명 주도 세력의 반헌법적 성향이다.
 
 
  법원까지도 …
 
이용우 전 대법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키기 위해서는 좌경이념에 대하여 폭넓은 비판의 자유가 허용되어야 한다는 판례를 남긴 바 있는 이용우(李勇雨) 전 대법관은 최근 나온 자신의 회고록 《자유민주주의를 위한 일념으로》에서 법원의 이해할 수 없는 판결 성향을 걱정하였다. 그는 〈최근의 판결 경향은 나의 생각, 나의 안보관, 내가 가진 이념과는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서 〈내가 대법원에서 자유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하여 심혈을 기울여 선언한 판례들이 철저히 무시당하고 있고, 이로 말미암아 대한민국의 안보와 직결된 남북 간의 핵심쟁점(국가보안법 폐지, 주한미군 철수, 연방제 통일 등)에 대하여 남한을 반대하고 오히려 북한의 주장을 추종하는 종북 세력에 대하여 더 이상 ‘종북’이라고 칭하지도 못하게 함으로써 국민들에게 대한민국의 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울리는 것조차 금지시키고 있다〉고 했다.
 
  제주 4·3소송에서는 대한민국 출범의 정당성을 부정하는 취지의 전시를 공공연히 허용하면서 이를 전국의 어린 학생들에게 현대사 교육용으로 사용하는 것을 방치하고 있고, 하급심 판결들은 국가보안법의 적용을 최대한 기피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간첩 혐의 피고인들에겐 그들 변호인의 주장을 받아들여 일반 형사범보다도 더 높은 수준의 형사절차법적 인권을 향유하게 함으로써 유죄판결을 어렵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전 대법관은 〈이런 추세로 나간다면 조만간 국가보안법도 별도의 폐지 입법을 기다릴 필요 없이 저절로 사문화(死文化)되어 버릴 것 같다〉고까지 걱정하였다.
 
  이 전 대법관은 헌정질서 수호의 최종 보루인 법원에 본질적 질문을 던진다.
 
  〈오늘의 법관들도 대한민국의 정체성에 대하여 회의를 하고 있는 것일까. 좌파들이 내건 국가보안법의 철폐나 주한미군의 철수 등 주장이 당위성에 있어서 솔깃하게 다가오기 때문에 그들의 주장에 끌려가고 있는 것일까.〉
 
 
  판도라의 상자가 열릴 때
 
  핵무장한 적과 상대하고 있는 한국의 지도부가 적과 계급투쟁론을 공유한다는 것은 모험이다. 이 낡은 증오의 과학이 관념에 머물지 않고 세상으로 튀어나올 때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을 만든 힘은 〈E=mc²〉으로 설명할 수 있지만 c(계급투쟁론)의 힘이 무력화되면 E, 즉 권력도 무력해지는 공식이다. 현실과 맞지 않는 민중주의적 포퓰리즘 정책이 안보나 경제위기를 불러 국민들의 각성이 일어난다면 c의 값이 떨어질 것이다. 한국인은 흔히 ‘죽어 봐야 죽는 줄 안다’고 하는데 위선적 명분론의 유희가 불러올 위기를 피하려면 문재인 대통령이 권력을 잡기 전과 달라지는 길밖에 없을 것 같다. 그에게 정권을 선물한 c²는 몰락을 부를 수도 있다. 문재인 정부가 남한식으로 변형된 계급투쟁론에 근거, 촛불혁명 노선을 밀고 나간다면(예컨대 국가연합이나 낮은 단계 연방제 추진) 헌법과 정면충돌할 것이고, 탄핵사태를 부를 것이기 때문이다. 그때는 〈E=mc²〉의 c가 ‘헌법(constitution)’이 되어 헌법으로 무장한 대중(m)이 그를 끌어내리는 힘이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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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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