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선진당 출입기자의 추적] 李明博·李會昌 연대론 모락모락

李·李 연대는 결과적으로 민주당의 호남 고립뿐만 아니라 ‘살아 있는’ 미래 권력인 朴槿惠 前 대표를 영남에 고립시키는 효과 가져올 수도

  • : 홍영림  ylho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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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민주주의 가치’ 또는 ‘충청 지역’을 매개 고리로 한 李·李 연대는 李明博 대통령과 李會昌 총재 모두에게 ‘1石 2~3鳥’의 매력적인 카드
李明博(이명박) 대통령과 李會昌(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가 손을 잡을까. 이 대통령과 이 총재는 지난 대선에서 한나라당 후보와 무소속 후보로 맞서면서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하지만 이제는 정치적 이해득실이 합치하는 점이 많기 때문에 ‘連帶說(연대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향후 정국을 요동치게 만드는 폭탄일 수밖에 없는 李(이)·李(이) 연대설이 피어 오르기 시작한 것은 지난 6월 15일, 이 대통령이 이념·지역갈등, 政爭(정쟁) 등의 치유를 위한 ‘근원적 처방’을 언급한 직후부터였다.
 
  진원지는 청와대와 한나라당 일각인 것으로 전해졌다. 차기 총리 후보군에 포함시킬 ‘非(비)영남 정치인’을 물색해 달라는 요청이 최근 청와대 쪽에서 한나라당으로 전달됐다고 한다. 청와대를 향해 전면적이고 즉각적인 내각 교체를 요구해 온 한나라당 쇄신특위에서도 “내년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서는 충청권과의 연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총리 교체론과 함께 나왔다.
 
  이후 6월 20일, 이 대통령과 이 총재는 청와대에서 이 대통령의 訪美(방미) 결과를 설명하는 회동을 가졌고, 이 자리에서 연대 이야기가 나왔을 것이란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여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청와대 회동 이후 이 대통령 측근이 이회창 총재를 만났다”며 “대통령이 유럽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는 7월 중순 이후 더 진전된 이야기가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여권 고위관계자도 이즈음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충청권을 고려한 “沈大平(심대평) 총리론은 여전히 유효한 카드”라고 했다.
 
  이 대통령이 심대평 자유선진당 대표최고위원을 기용하고 선진당과도 협력하고 싶어한다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대선 당시에는 심 대표의 국민중심당과 통합 직전까지 논의가 진행됐었고,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 조각 작업에 참여했던 여권 핵심인사는 “실무진에서 1순위로 올렸던 초대 총리 후보가 심 대표였다”고 했다.
 
  지난해 6월 촛불 정국에서도 인적쇄신과 보수대연합 차원에서 심 대표의 총리 기용설이 나돌았다. 이 대통령의 한 측근은 “대통령은 지금도 충청권 문제로 많이 고민하고 있다. 충청권 민심과 같이 가야 정권도 안정되고 정권 재창출도 가능하다는 것”이라며 “대통령은 지역 연대 차원뿐 아니라, 심 대표의 행정 능력에 대해서도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던 중 7월 9일 ‘심대평 총리 카드’에 대해 “선진당을 와해시키려는 것”이라며 부정적이었던 이회창 총재가 입장이 변화한 듯한 말을 했다. 이 총재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심 대표 등 선진당 인사의 입각에 대해 “정책 목표나 정치 상황에서 (여권과 선진당이) 연대·공조한다면, 그런 틀 위에서 (선진당 사람이) 총리고 장관이고 하는 것은 좋다”며 “하지만 그런 것 없이 한두 사람 빼가는 식으로 하면 별로 유쾌하지 못하다”고 했다.
 
 
  李會昌의 입장 변화
 
자유선진당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이회창 총재의 발언을 듣고 있는 심대평 대표(左).
  드러난 현상만 놓고 보면 여권 핵심부가 ‘애드벌룬’을 띄우고 이 총재가 공개적으로 통 크게 ‘지분 협상’을 벌이는 듯한 모습이다. 이때부터 충청권을 대표하는 선진당을 끌어안음으로써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는 내년 지방선거에 대비할 수 있다는 한나라당 일부의 계산과 바람이 깔려 있는 ‘심대평 총리 카드’는 곧바로 ‘이 대통령과 이 총재의 MB·선진당 연대론’으로까지 진화했다.
 
  정치권에선 이·이 연대에 대해 두 가지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첫 번째는 자유민주주의 기본 원칙을 존중하는 세력끼리 힘을 합친다는, 이른바 ‘價値(가치)연대’다. 지금 정당 구도에선 한나라당과 이념적 공조가 가능한 파트너는 선진당밖에 없고, 그런 뜻에선 ‘가치연대’는 보수 정권을 지키기 위해 보수주의를 표방하는 정파들이 뭉치자는 전략적 연대란 것이다.
 
  이회창 총재의 측근들도 “정부·여당과의 정책 연대는 좌파 쪽으로 다음 정권이 넘어가지 않게 하기 위한 버팀목이 되려는 것”이라며, ‘보수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연대할 수 있다는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두 번째 의미는 여권에 절실한 충청권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한 ‘지역연대’다. 한나라당이 지난 4월 재·보궐 선거 참패 이후 ‘쇄신론’ 또는 ‘근원적 처방’이란 이름으로 거론되던 정국 반전 카드로 영남권에서 충청권까지 정권의 지지기반을 확산시키는 것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청와대가 공석 중인 검찰총장과 국세청장에 각각 천성관, 백용호씨를 전격 발탁하면서 충청도 출신임을 유독 강조하고, 이어 충청권 총리 발탁을 물밑에서 추진하는 것에서 정치적 의도를 읽을 수 있었다.
 
  ‘자유민주주의 가치’ 또는 ‘충청 지역’을 매개 고리로 연대는 이 대통령과 이 총재 모두 ‘1石(석) 2~3鳥(조)’의 매력적인 카드로서, 정치공학적으로 양측이 모두 검토해 볼 만한 수지타산이 있다. 이 대통령은 보수 진영의 세력 확산과 지역 연대를 통해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고, 정권 재창출의 기반을 다질 수 있다. 야권 공조의 틀을 사전에 차단하며, 민주당을 호남 권역에 묶어두는 효과도 기대할 만하기 때문이다.
 
 
  李會昌이 朴槿惠의 대항마 될 가능성도
 
  여권이 선진당과 정책적 공조를 넘어 선거 공조까지 이뤄낸다면, 더 나아가 黨對黨(당대당) 통합을 할 수 있다면 내년 지방선거의 승리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盧武鉉(노무현) 前(전) 대통령의 조문정국 이후 민주당이 영남과 수도권에 기반을 둔 親盧(친노)그룹과 화해와 연대를 모색하는 ‘反(반)MB 전선’ 구축 움직임도 여권 입장에선 보수연대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그럼 이회창 총재에게는 무슨 得(득)이 있을까. 우선 국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정치적 행동반경을 넓혀갈 수 있기 때문에 원내 18석이란 미니 정당을 이끌면서 교섭단체조차 이루지 못하고 있는 설움을 단번에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선진당과 공동교섭단체를 구성하고 있는 창조한국당의 文國現(문국현) 대표가 비정규직법의 유예를 주장하는 선진당에 맞서 ‘현행법의 그대로 실행’을 주장하면서 공동교섭단체가 깨질 위기가 커지고 있는 것도 이 총재를 초조하게 만든 것으로 전해졌다. 선진당이 교섭단체 지위를 잃을 경우 이 총재의 정치적 위상이 지금보다 더 초라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권과 공조’란 카드를 이 총재가 먼저 꺼내들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과의 연대는 궁극적으로 이 총재의 차기 행보의 발판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 당장 YS가 3당 합당을 통해 여권에 들어가 권력 전체를 차지했던 것을 떠올릴 수 있다. 1990년 2월 당시 집권당인 盧泰愚(노태우) 대통령의 민정당은 與小野大(여소야대) 속에 14대 대선에서 승산이 없다고 판단하자 YS의 통일민주당, JP의 신민주공화당과 합당을 단행했고, YS가 이로 인해 탄생한 민주자유당(민자당)의 대선 후보로 대통령에 당선된 선례를 이회창 총재가 머리에 그리고 있을 것이란 해석이다.
 
  한편 이 총재의 ‘先(선)연대·공조, 後(후)입각’ 발언으로 ‘한·자 동맹’이 가설이 아닌 정설로 거론되고 있는 것에 대해 누구보다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쪽은 한나라당 내 親朴(친박) 측이다. 이명박·이회창 연대는 결과적으로 민주당을 호남에 고립시키는 것뿐 아니라 필연적으로 ‘살아 있는’ 미래 권력인 朴槿惠(박근혜) 전 대표를 영남에 고립시키는 효과를 낳게 되면서 본격적인 친이·친박 갈등 국면이 불가피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親李(친이) 측으로선 정권 재창출 구도에서 이 총재가 박 전 대표의 견제용으로 손색이 없다는 계산이 가능하지만, 친박 측에선 “앉아서 당하지는 않겠다”는 태세다. 한나라당의 친박계 의원인 宋光浩(송광호) 최고위원은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 회의에서 “선진당과의 충청 연대론은 충청도민을 무시하는 처사”라면서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고민에 빠진 親朴
 
  송 최고위원은 “충청 연대론이 사실이라면 충청도민의 인격을 무시하는 것밖에 안된다”면서 “충청도가 총리, 장관 몇 자리 준다고 그동안의 민심이 급선회한다면 이는 도민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했다. 친이계 張光根(장광근) 사무총장이 “충청권이라서 인사 특혜를 주는 것은 잘못이나, 대통령이 인사쇄신을 통해 소외된 충청권을 배려한다면 이는 잘못된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긍정적인 입장을 표명한 것과는 정반대의 반응이었다.
 
  친박 핵심인 다른 의원은 “연대론은 모르는 일이다. 우리는 충청 연대론에 대해 의견을 나눠본 적이 없다”면서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친박계 쪽에선 한나라당이 선진당과 정책으로 연합하든, 정당 간 통합을 시도하든 양쪽 모두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특히 정당 간 통합은 당내 충청권 당협위원장들이 극단적으로 반대할 것이고, 선진당 의원들과 충청권 민심도 합당을 원치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원칙과 명분 있는 정치를 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박 전 대표가 이 총재와의 연대를 ‘정치적 야합’이나 ‘박근혜 죽이기’라고 거부할 명분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자유시장경제와 보수주의를 지켜야 한다는 ‘가치연대’의 틀로 박 전 대표를 설득할 경우 “이 총재와 연대는 나를 차기 주자로 용인하지 않으려는 의도”라고 맞서는 것이 보수층 지지자들에게 어떻게 비칠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명박·이회창 연대’를 주장하는 측에선 “양쪽의 연대를 지역연대로만 접근한다면 ‘호남 고립화’에 거부감을 지닌 박 전 대표 측의 반발로 실패한다”고 말한다. “‘가치연대’란 틀 속에서 박 전 대표까지 묶고 박 전 대표가 나서야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가 가능하고, 차기도 보수 정권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친박계뿐 아니라 선진당 소속 의원들도 ‘이명박·이회창 동맹’에 대한 반발 기류가 만만치 않다. 이들은 “이·이 연대가 과거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을 연상시킨다”면서 “JP가 DJ와 손을 잡은 뒤 서서히 정치적으로 쇠락해 갔던 것을 유념해야 한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50석이었던 자민련이 DJP 연대로 권력의 곁불을 쬐자 다음 총선에선 교섭단체(20석)도 구성하지 못할 정도로 입지가 축소됐던 일을 일컫는 말이다. 특히 열린우리당 출신 의원들에게서 이런 기류가 강하다.
 
  일부 의원들은 “정부·여당과의 연대는 실익이 없다”며 “이회창 총재와 심대평 대표에게만 좋은 일이고 실패한 정권과의 연대는 다음 총선에서 또다시 당선을 노리는 우리에겐 오히려 惡材(악재)”라고도 한다.
 
 
  때가 되면 언제든 연대 가능
 
  이같이 ‘곁불 정치’에 대한 당내 반발을 의식한 듯 요즘 심대평 대표는 “충청권 총리라는 말은 충청인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말인 만큼 더 이상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자주 한다.
 
  이회창 총재도 적극 진화에 나섰다. 이 총재는 지난 7월 13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충청권 연대 등) 그런 얘기가 오간 적이 없다”면서 “우리는 어엿한 독자적인 제3당이다. 그런데 어떻게 총리를 빼가고, 장관을 빼간다는 얘기가 나오나? 그것은 불쾌한 일”이라고 했다.
 
  이 총재가 연대론을 서둘러 진화하고 나선 데는 지금은 때가 아니라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현 시점에서 연대론이 확산되거나 가시화되면 선진당이나 본인의 존재감이 크게 약화될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경계하는 ‘한나라당 2중대’ 이미지가 고착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선진당의 한 의원은 “이 총재가 내년 지방선거에서 당의 충청권 완승을 통해 몸값을 올리기 전에는 한나라당과 손잡아봐야 주변부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고 했다.
 
  이 총재가 연대의 대상인 이 대통령의 眞意(진의)를 아직 믿지 못하고 있는 것도 영향이 있다. 이 총재는 “언제든지 (여권이) 총리를 (선진당에서) 빼올 수 있다는 의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충청권 총리설이 도는 것 같아 불쾌하다”고 말할 정도로 청와대의 진정성을 100% 믿지는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 총재는 이날 이 대통령과의 연대설을 부인하면서도 “현재 우리로선 정책연대나 정치연대를 말할 상황도, 시기도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말을 뒤집어 보면 ‘시기’가 되면 언제든지 연대가 가능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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