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암살〉(감독 최동훈)을 봤다. 속도감 있고, 재미있고,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다. ‘친일파 처단’이라는 소재를 다루고 있는지라, 당연히 일제(日帝)하 친일(親日)의 문제, 그리고 광복 후 친일파 청산 문제를 생각하게 한다. 극중 친일기업인 강인국(이경영 분)이나 배신자 염석진(이정재 분)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악질 친일파로 그려진다.
주인공인 독립투사 안옥윤(전지현 분)에게 살인청부업자인 하와이 피스톨(하정우 분)은 “조선군 사령관하고 친일파 강인국 두 사람을 죽인다고 독립이 오느냐?”고 묻는다. 그에 대해 안옥윤은 이렇게 말한다. “알려줘야지. 우린 계속 싸우고 있다고….”
그 말의 울림은 참 크고, 안옥윤의 삶은 아름답다. 그러나 실제로 일제하에서 그렇게 산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이 문제를 더 깊이 생각하게 하는 극중 인물이 염석진이다. 독립투사에서 일제 밀정으로 변절한 그는 일본 헌병 수사관을 거쳐 해방 후에는 대한민국 경찰관이 된다. 반민특위 재판정에서 증거불충분으로 무죄선고를 받고 풀려난 염석진에게 안옥윤은 총을 겨누면서 추궁한다. “왜 동지들을 배신했나?”
염석진은 이렇게 대답한다.
“몰랐으니까. 해방이 될 줄 몰랐으니까…. 알았으면 그랬겠나?”
이 말은 극중 애국지사들의 비장한 발언들보다 더 묵직하게 다가온다. 당시 대부분의 조선인들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해방이 될 줄 모르고’ 일제와 타협하고 그 질서에 순응하면서 살았다는 ‘불편한 진실’을 잘 보여주는 한마디이기 때문이다.
염석진의 말은 역설적으로 우리가 왜 일제하 항일독립운동가들을 기려야 하는가를 잘 보여준다. ‘대일본제국’의 위세가 아시아를 덮고, 해방은 올지 안 올지 기약 없는 상황에서, 당대의 지식인·민족지도자들조차 잇달아 변절할 때, 항일(抗日)의 가시밭길을 걷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분들을 기리는 것과, ‘불편한 진실’에 눈을 감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그 시대를 ‘대일항쟁기(對日抗爭期)’로만 기억하려 드는 것은 또 다른 의미에서의 역사왜곡이 될 수도 있다.⊙
주인공인 독립투사 안옥윤(전지현 분)에게 살인청부업자인 하와이 피스톨(하정우 분)은 “조선군 사령관하고 친일파 강인국 두 사람을 죽인다고 독립이 오느냐?”고 묻는다. 그에 대해 안옥윤은 이렇게 말한다. “알려줘야지. 우린 계속 싸우고 있다고….”
그 말의 울림은 참 크고, 안옥윤의 삶은 아름답다. 그러나 실제로 일제하에서 그렇게 산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이 문제를 더 깊이 생각하게 하는 극중 인물이 염석진이다. 독립투사에서 일제 밀정으로 변절한 그는 일본 헌병 수사관을 거쳐 해방 후에는 대한민국 경찰관이 된다. 반민특위 재판정에서 증거불충분으로 무죄선고를 받고 풀려난 염석진에게 안옥윤은 총을 겨누면서 추궁한다. “왜 동지들을 배신했나?”
염석진은 이렇게 대답한다.
“몰랐으니까. 해방이 될 줄 몰랐으니까…. 알았으면 그랬겠나?”
이 말은 극중 애국지사들의 비장한 발언들보다 더 묵직하게 다가온다. 당시 대부분의 조선인들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해방이 될 줄 모르고’ 일제와 타협하고 그 질서에 순응하면서 살았다는 ‘불편한 진실’을 잘 보여주는 한마디이기 때문이다.
염석진의 말은 역설적으로 우리가 왜 일제하 항일독립운동가들을 기려야 하는가를 잘 보여준다. ‘대일본제국’의 위세가 아시아를 덮고, 해방은 올지 안 올지 기약 없는 상황에서, 당대의 지식인·민족지도자들조차 잇달아 변절할 때, 항일(抗日)의 가시밭길을 걷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분들을 기리는 것과, ‘불편한 진실’에 눈을 감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그 시대를 ‘대일항쟁기(對日抗爭期)’로만 기억하려 드는 것은 또 다른 의미에서의 역사왜곡이 될 수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