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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현장

방송가 아나운서 ‘숙명천하’ 이유는?

지상파 3사 뉴스 메인 앵커에 한국아나운서협회장까지

글 : 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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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직 아나운서들 “학교 홍보모델, 명언재(언론고시반) 등 학교 지원 커”
⊙ 이경숙·한영실 등 대외활동 활발한 총장들의 전폭적 지원도
⊙ 방송사측 “숙대 출신은 성실하고 깔끔한 이미지… 예능보단 뉴스”
⊙ 愛校心 강해 학교 행사에 적극적… 총동문회장 며느리 된 사례도
모교인 숙명여대 소식지 촬영을 위해 모인 숙대 출신 방송국 앵커들. 왼쪽부터 JTBC 안나경 앵커, SBS 정미선 앵커, 황선혜 숙명여대 총장, MBC 배현진 앵커, 뉴스Y 박가영 앵커, 채널A 김설혜 앵커.
  지상파 방송 3사(KBS, MBC, SBS) 저녁시간대 메인뉴스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남녀 앵커 2명이 진행하는 이 뉴스들의 공통점은 여성 앵커 3명 모두가 같은 대학교(숙명여자대학교) 출신이라는 점이다. 2015년 1월부터 KBS ‘뉴스9’의 앵커를 맡고 있는 김민정 아나운서, MBC ‘뉴스데스크’의 배현진 앵커, SBS ‘8시 뉴스’의 정미선 아나운서는 모두 숙명여대 출신이다.
 
  숙대 무용과를 졸업한 김민정 아나운서는 2011년 KBS 공채 34기로 입사했고, 정보방송학과 출신인 배현진씨는 2008년 MBC에 아나운서 공채로 입사, 2011년부터 뉴스데스크를 맡고 있으며 2014년 사내 전직을 통해 기자 겸 앵커가 됐다. 정미선 아나운서는 소비자경제학과를 졸업하고 SBS 아나운서 공채 11기로 입사해 2014년 10월부터 메인뉴스인 8시뉴스의 앵커로 활약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 3월 한국아나운서협회장으로 취임한 윤지영 KBS 아나운서도 숙명여대 사학과 출신이다. 현재 3개 지상파 아나운서 중 숙대 출신은 모두 합쳐 10여 명에 불과한데, 특정 학교 출신들이 3사의 메인앵커 자리를 모두 점령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일까. 이유가 있다면 그 비결은 무엇일까.
 
 
  1976년 최초의 방송국 메인뉴스 여성 앵커
 
   올해 창학 109주년을 맞는 숙명여대 출신 최초의 뉴스 앵커는 1976년 KBS에서 ‘9시뉴스’ 앵커를 맡은 박찬숙 전 국회의원(17대)이다. 1968년 숙대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해 KBS 아나운서 공채 1기로 들어간 박 전 의원은 입사 이후 라디오와 TV에서 MC로 일하다 1976년 메인뉴스 앵커가 된다. 그는 30여 년간 KBS에서 뉴스와 시사, 교양 프로그램 등을 담당하다 2004년 5월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다.
 
  박찬숙 전 의원은 “처음 앵커를 맡을 당시는 뉴스든 시사프로그램이든 여성이 진행을 한다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시대였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신뢰감이 떨어진다’며 반대도 많았다”며 “지금까지도 중요 뉴스는 남성 앵커가, 가벼운 뉴스는 여성 앵커가 맡는 등 방송 분위기가 크게 바뀌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 전 의원 이후 숙대 출신이 방송가에서 두각을 나타낸 경우는 별로 없었는데, 1990년대 특별한 인물이 나타난다. KBS 공채 출신의 이금희 아나운서다. 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 재학시절 교내방송국에서 활약해 왔던 이금희 아나운서는 1989년 졸업 후 KBS 공채 16기 아나운서로 방송국에 입성한다.
 
  이금희 아나운서는 2000년 프리랜서 선언을 한 후에도 KBS 〈아침마당〉 등 주요 프로그램을 맡아 25년간 아나운서로 맹활약하고 있다. KBS의 한 전직 임원은 “이금희 아나운서가 아나운서실 내에서 외모나 학력이 월등한 편은 아니었지만 워낙 인성이 훌륭하고 아나운서로서의 능력이 출중해 장수할 수 있었고, 출신학교 이미지까지 향상시켰을 정도”라며 “이금희가 추천한 후배는 일단 믿고 볼 정도로 사내에서 이금희에 대한 믿음이 강했다”고 설명했다. 이금희 아나운서는 1999년부터 숙명여대 겸임교수로 재직하며 수많은 숙대 후배들을 방송계로 이끌게 된다.
 
  박찬숙 앵커와 이금희 아나운서는 자력으로 지상파 방송국에 진출한 케이스지만, 현직 숙대 출신 앵커 및 아나운서들은 현재 아나운서로 활약하게 된 비결과 계기로 대부분 ‘학교의 지원’을 꼽고 있다.
 
 
  아나운서 아카데미 아닌 학교에서 언론사 준비
 
KBS 김민정, MBC 배현진, SBS 정미선 등 지상파 3사의 메인뉴스 앵커는 모두 숙명여대 출신이다.
  실제로 현재 지상파 방송국 아나운서인 숙대 동문들은 거의 모두 학교 홍보모델, 명언재(교내 언론고시반), 스노우(언론동문회) 아카데미 등의 경력을 갖고 있으며, 사설 아나운서 아카데미 경력은 거의 없다. 아나운서 지망생들이 대부분 사설 아나운서 아카데미에서 고액의 수강료를 내고 준비하고 있는 현실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얘기다.
 
  특히 방송계에서 주목받는 경력이 숙명여대 홍보모델이다. 학교 홍보모델 출신으로 처음 지상파 방송국에 입성한 사람은 2000년 SBS에 입사한 윤현 진 아나운서다.
 
  숙명여대는 대학교에 학교 홍보모델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던 1997년부터 ‘암탉아 울어라’ ‘미스 콜럼버스’ 등 파격적인 카피를 담은 학교 광고를 제작하며 학교 홍보모델을 선발하기 시작했는데, 당시 중문과에 재학중이던 윤현진 아나운서는 홍보모델로 선발된 후 ‘미스 콜럼버스’라는 학교 광고에 등장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숙대 학교 관계자들과 동문들은 첫 학교 홍보모델인 윤현진씨가 지상파 방송국에 당당하게 입사하면서 숙대 출신 아나운서들의 시대가 열린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1997년부터 매년 1~3명씩 선발된 숙명여대 홍보모델은 지금까지 40여 명인데, 이 중 10여 명이 지상파와 종편 등의 아나운서로 취업했다. SBS 윤현진 정미선 장예원 아나운서, KBS 가애란 김민정 아나운서, MBC 배현진 앵커, 채널A 김설혜 앵커 등이 숙대 홍보모델 출신이다. 방송계에서는 “숙대 홍보모델은 아나운서가 되는 지름길로, 학교측에서 지상파 아나운서가 될 만한 재목을 중심으로 뽑는다더라”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특히 2010년 숙대는 홍보모델 3명을 선발했는데 이 3명은 SBS 장예원 아나운서, 채널A 김설혜 앵커, 뉴스Y 박가영 앵커로 방송국 아나운서 100% 합격이라는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숙명여대 홍보실 관계자는 “학교 홍보모델은 호감 가는 외관도 중요하지만 미모뿐만 아니라 높은 학점, 모교에 대한 애정, 어휘능력과 인성면접 등 3차에 걸친 엄정한 평가로 선발하며, 경쟁도 100대1에 육박할 정도로 매우 치열하다”며 “다양한 방면의 소질과 능력을 평가해 선발하다 보니 최근 방송사가 원하는 ‘만능 엔터테이너’의 조건에 맞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보일 뿐, 특정 직군을 고려해 선발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라고 밝혔다.
 
 
  “학교가 원하면 언제든지 달려갈 것”
 
숙대 출신 아나운서들의 공통적인 ‘멘토’인 이금희 아나운서.
  숙대 출신 아나운서들은 성공 비결로 학교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음을 숨기지 않으며, 오히려 학교의 지원이 있었음을 강조하며 감사하는 편이다. 2003년 SBS에 입사한 정미선 아나운서의 얘기다.
 
  “저는 학교의 도움을 받고 성공적으로 사회에 첫발을 딛게 된 대표적인 케이스라 할 수 있어요. 학교 방송반 활동과 학교 도서관 행정인턴십 프로그램을 꾸준히 했고, 홍보모델도 했지요. 언론사 시험을 준비하면서부터는 명언재와 스노우 아카데미에서 활동하면서 교수님과 선배님들의 든든한 지원을 받았습니다. 사실 학교 방송반 시절 막연히 PD를 지망하고 있었는데 스노우 아카데미에서 이금희 선배님을 만나면서 아나운서로 직종을 선회하게 됐어요. 제 경력은 학교가 만들어 줬다고 생각하고, 이제 저도 학교에서 후배들을 잘 끌어 주려 합니다. 이런 선후배 선순환의 모범적인 사례가 되고 싶어요.”
 
  2008년 MBC에 입사한 배현진 앵커 역시 비슷한 케이스다. 학교 홍보모델과 명언재, 스노우 아카데미를 거쳐 아나운서가 된 그는 “여러 가지 경력이 정미선 선배와 같은 입장으로, 든든한 선배님들과 학교의 지원 덕분에 큰 어려움 없이 원하던 직장에서 원하던 일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의 얘기다. “학교 홍보모델이 됐을 때 제 얼굴을 널리 알릴 수 있어 제 꿈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은 했지요. 홍보모델을 하면서 좋은 선후배들과 인연이 되기도 했는데, 사회에 나와서도 함께 경험을 나눌 수 있어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학교의 덕을 많이 보았기 때문에 학교와 후배들이 필요로 한다면 언제든 달려갈 마음의 준비가 돼 있습니다. 저에게 모교는 가능성 있는 학생들을 한명 한명 케어해 주는 어머니 같은 학교입니다.”
 
  학교 홍보모델 출신 뉴스Y 박가영 앵커는 “재학생 홍보모델을 하면서 포스터 촬영, 인터뷰 진행까지 학교를 대표한다는 생각으로 해내다 보니 자신감이 생겼고, 리더십그룹과 멘토프로그램 등 학교활동을 다양하게 하면서 많은 경험과 실력을 쌓게 됐다”고 설명했다.
 
  숙대 출신 아나운서들은 애교심이 강하고 학교 행사에 적극적인 것도 특징이다. 이들은 바쁜 와중에도 학교가 재학생들을 위해 마련하는 멘토 프로그램과 아너스 프로그램에 강사로 나서고 있다.
 
  또 숙명여대는 1997년 이경숙 총장 취임 이후 외형적인 발전을 거듭하며 수많은 교내외 행사를 치렀는데, 이들 행사는 모교 출신인 이금희 아나운서 또는 윤현진 아나운서가 도맡아 진행했다. 윤현진 아나운서는 잦은 학교 행사를 통해 친해진 정춘희 당시 숙명여대 총동문회장의 아들과 결혼해 동문끼리 고부지간이 되기도 했다.
 
  숙대 출신 현직 아나운서 중 상당수가 아나운서 직을 선택한 이유로 ‘이금희 선배의 영향’을 꼽고 있다. 이금희 아나운서는 KBS 아나운서로 재직하던1999년 숙대 정보방송학과 겸임교수로 방송 실무 관련 강의를 담당했다. 숙대 출신 현직 아나운서 중 이금희 교수의 강의를 듣지 않았다는 사람은 없었다.
 
 
  아나운서 동문들의 ‘巨木’ 이금희
 
  이금희 아나운서는 또 2002년에는 숙대 출신 언론인 동문모임인 ‘S.now(스노우)’를 만들고 동문모임뿐만 아니라 재학생의 사회진출을 돕기 위해 ‘스노우 아카데미’를 만들었다. 방송 및 언론계 입문이 인맥을 통해 이뤄지는 경우가 종종 있으며 입사 후에도 동문관계가 중요하다는 점에 착안, 방송과 신문 등 업계에 종사하는 동문들이 재학생을 대상으로 강의하는 형식으로 스노우 아카데미를 구성한 것이다.
 
  스노우 아카데미는 교내 언론고시 준비반과 별개로 현직 기자 및 아나운서들의 강의를 위주로 운영했는데, 이곳의 1기 수강생이 SBS 정미선 앵커다. 정미선 아나운서는 “학교의 지원과 함께 스노우 아카데미의 첫 수강생이었다는 점이 아나운서가 된 가장 큰 힘”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까지 비교적 안정적으로 아나운서 생활을 할 수 있었던 건 앞서간 아나운서 선배들이 좋은 이미지를 쌓아 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저 역시 후배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고 싶다”고 말했다.
 
  채널A에서 종합뉴스를 진행하고 있는 김설혜 앵커 역시 이금희 아나운서를 멘토로 꼽았다. 그의 얘기다. “아나운서에 대해 잘 모르던 저에겐 재학시절 들었던 이금희 선배님의 ‘도전 아나운서 되기’ 멘토링 수업이 좋은 기회였습니다. 입사 후에도 이금희 선배님을 비롯해 신문과 방송 등 업계의 숙명 선배님들이 조언과 위로 등 ‘애프터서비스’를 확실히 해 주어 큰 버팀목이 됐지요.”
 
  KBS 9시뉴스를 진행중인 무용과 출신 김민정 아나운서도 “원래 꿈은 발레리나였다가 인대를 다친 후 외국인을 상대로 한 한국어강사를 희망하고 있었는데, 홍보모델이 되면서 우연한 계기로 이금희 선배의 아나운서 멘토 수업을 받게 됐다”며 “아나운서 수업을 들으면서 자신감이 생겼고, 홍보모델로서 학교를 대표한다는 사명감이 어우러져 남들 앞에서 무언가를 보여줄 수 있는 아나운서 직에 도전했다”고 말했다. 김민정 아나운서는 “지금의 직업을 선택해 앵커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은 모두 학교 덕분이라고 생각한다”며 “타사 메인뉴스를 맡고 있는 쟁쟁한 학교선배들이 있어 서로 발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총장, 교수들도 취업에 적극적으로 나서
 
이경숙 前 숙대총장.
  학교의 역사가 긴 숙대에서 그동안 눈에 띌 만한 방송인을 배출하지 못하다가 2000년 이후 잇달아 지상파 아나운서가 나타난 사유에 대해 “대외활동이 활발했던 전직 총장들의 역할”이라는 의견도 있다.
 
  1994년 숙명여대 총장으로 취임해 14년간 총장직을 맡았던 이경숙 전 총장은 기존의 단과대별, 지역별 동문회와 별개로 직군별 동문모임을 적극적으로 만들고 지원했다. 언론계뿐만 아니라 광고·홍보, 인사(HR), 금융, 학계 등 각 직군별 동문모임을 구성하고 직접 참여한 이 전 총장은 “학교의 힘은 졸업생들이 사회의 많은 분야에 진출해 성공하는 데서 나온다”며 “동문들이 더 적극적으로 졸업생과 재학생의 취업과 사회적 성공에 관심을 가져 달라”고 당부했다. 또 교수들에게도 제자를 취업시키는 데 총력을 기울이라고 독려하는 등 2000년대 이후 숙대 출신의 사회 진출은 비약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이경숙 전 총장 본인도 “제자들 취업을 위해 추천하고 부탁하는 것은 총장으로서의 의무가 아니겠느냐”며 “2000년대 이후 언론과 대기업 등에 동문들이 대거 진출하기 시작해 학교의 지속적인 발전에 디딤돌이 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이경숙 전 총장은 방송계에 동문들을 진출시키기 위해 같은 과(정치외교학과) 후배인 이금희 아나운서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멘토 프로그램, 실무강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기도 했다.
 
  지상파 방송국의 한 전직 임원은 “이경숙 총장이 방송국뿐만 아니라 다양한 업계 CEO들에게 숙대 출신을 잘 봐 달라고 부탁하곤 했다”며 “추천을 해 달라고 하면 누가 봐도 해당 분야에 출중한 능력을 가진 재학생들을 선발해 추천했기 때문에 총장 추천을 받은 숙대 학생들은 취업이 잘됐다”고 설명했다. 2008년 총장직을 이어받은 한영실 전 총장 역시 폭넓은 인맥을 이용해 제자들의 취업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한 전 총장도 직군별 동문모임에 참여해 “후배들을 잘 이끌어 달라”고 당부했고, 정·재계 인맥을 통해 취업정보를 입수하고 재학생들의 취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했다.
 
 
  참하고 성실한 이미지
 
지난 2월 한국아나운서협회장에 취임한 KBS 윤지영 아나운서(왼쪽). 오른쪽은 전임 회장인 신동진 MBC 아나운서.
  그런데 수많은 아나운서 중에서도 숙대 출신이 특히 뉴스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방송계에서는 숙대 출신 아나운서에 대해 ‘참하고 성실하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2000년대 초반 신입 아나운서였던 윤현진 아나운서를 인터뷰했던 한 일간지 기자의 얘기다. “윤 아나운서는 지금까지 본 여느 아나운서와 달리 옅은 화장에 귀도 안 뚫었고 매니큐어도 안 바른 모습이어서 약간 놀랐지요. 딱 봐도 음주가무를 싫어할 것 같고 단정한 이미지를 풍기고 있었습니다. 당시 방송계에서 신선한 얼굴이라며 상당히 주목받고 있었는데 뜬다면 프리랜서를 선언할 생각인지 질문해 보니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아니요’라고 하더군요. 동안에 순수해 보이는 반면 ‘프리랜서로 상업적으로 일하며 방송국에서도 그런 취급을 받는 것은 원치 않는다’고 똑부러지게 말하는 모습을 보고 회사에서 아낄 만한 직원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지상파 방송국 남성 전직 아나운서는 숙대 출신 아나운서가 유달리 뉴스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이유에 대해 “일반적으로 숙대 출신에 대해 느끼는 ‘참하고 신뢰 가는’ 이미지가 있는 데다 본인들의 성향도 예능보다는 교양이나 뉴스에 어울린다”고 말했다.
 
  그의 얘기다. “신입 아나운서들은 아나테이너(아나운서+엔터테이너)가 되기를 원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숙대 출신들은 그런 경우가 거의 없어요. 누가 봐도 뉴스나 교양에 어울리는 사람들입니다. 처음엔 개인적인 성향이라고 생각했는데, 대화를 해 보면 본인들이 학교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들어왔다고 생각해 후배들에게 모범이 되는 훌륭한 선배가 돼야 한다는 일종의 책임감을 갖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혼자 튀고 싶어하거나 큰 욕심을 내는 모습도 보기 힘들어요. 보수적인 조직 성향을 갖고 있는 지상파 방송국에서는 환영할 만한 인재들입니다.”
 
  특히 MBC 배현진 앵커의 경우 입사 이후 오로지 뉴스만 담당해 왔으며 4년째 메인뉴스인 뉴스데스크 앵커를 맡고 있는데, 배 앵커에 대해서는 “애사심과 자기관리가 철저하고, 뉴스에 대해 자존심이 강하다”는 것이 사내 평가다.
 
  뉴스보다 교양과 예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숙대 출신 아나운서로는 KBS 가애란, SBS 장예원 아나운서가 있다. 이들 역시 학교 홍보모델 출신인데, 예능에서조차 화려하다기보다는 단아한 이미지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 숙대 출신 아나운서들의 현상이다.
 
  여느 아나운서들과 달리 얼굴이 잘 알려져도 프리랜서로 나서지 않는다는 것이 숙대 출신들의 특징이다. 방송국 공채출신으로 얼굴이 좀 알려진 아나운서들은 흔히 급여수준이 훨씬 높은 프리랜서의 길을 택하는데, 숙대 출신 프리랜서 아나운서는 거의 없다. 이금희 아나운서가 여러 가지 이유로 2000년 프리 선언을 한 것이 유일하다. KBS 윤지영 아나운서는 1997년 입사 후 20여 년간 아나운서실을 지키며 KBS아나운서협회장 겸 한국아나운서협회장 직을 맡고 있고, SBS 윤현진 정미선 아나운서는 10년 이상 한 회사의 아나운서실을 지켜 오고 있다.
 
 
  출산 직후 메인뉴스 발탁된 워킹맘
 
  SBS 정미선 아나운서는 2014년 10월, 출산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지 몇 개월 만에 메인뉴스 앵커가 됐다. 젊고 화려한 아나운서들이 즐비한 가운데 출산 직후인 워킹맘을 메인뉴스 앵커로 발탁한 사실은 SBS 내에서도 적지 않은 변화로 여겨지고 있다. 정미선 아나운서는 “여대를 나온 것을 후회해 본 적도, 여성이래서 포기해야 하는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며 “주어진 자기자리에서 성실히 일하면 반드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는데, 숙대 출신 아나운서의 이미지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숙명여대 황선혜 총장은 “숙명의 아나운서 동문들은 겉이 아니라 내면 깊숙한 곳에서 천천히 진짜 매력이 배어 나오는 숙명인의 모습을 구체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모양처를 길러 내는 학교라는 말에 기분 나빠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바꿔 말하면 무언가를 담아낼 수 있는 큰 그릇, 즉 ‘어머니’의 포용성을 길러 나가는 일을 우리 대학에서 하고 있어요. 이런 자세로 숙명인들은 방송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성공을 이뤄 낼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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