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慶敏의 東北亞 포커스] 美軍과 일본 자위대, 한 몸이 되다 : 월간조선

오키나와 시내 중심부에 있는 미 해병대의 후덴마(普天間)비행장. 한가운데 활주로가 있고, 활주로를 따라 잔디밭이 푹신하게 깔려 있다. 놀라운 것은 비행장 외곽의 철조망을 따라 주택들이 줄지어 있다는 점이다. 대낮에도 헬기가 굉음을 울리며 이착륙을 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어떻게 저 소음을 견디며 살고 있을까.

도쿄에서 온천으로 유명한 하코네로 가는 오다큐선 기차를 타고 가다 보면 철로변 바로 곁에 줄지어 있는 주택들이 나타난다. 이 모습을 보면서 일본 사람들은 소음에 적응이 잘되어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는데 오키나와의 형편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후덴마 비행장이 미국의 해외 미군기지 재편 계획에 따라 오키나와의 캠프 슈워브 연안으로 옮겨 갈 예정이어서 이 지역 주민들은 자신들의 일상을 옭아맸던 굉음의 공포에서 벗어나게 됐다.

몇 년 전이던가 일본 주오대학의 T교수와 약속 때문에 도쿄 중심 신주쿠에서 기차로 30분 정도 떨어진 마치다라는 곳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하늘에서 굉음이 울렸다. 놀라서 보니 F-18 전투기의 밑바닥이 바로 머리 위에 있는 것이 아닌가? 공포감을 느낄 정도로 너무 가까웠다. 근처에 있는 아쓰기(厚木) 공군기지에 미 항공모함 함재기인 F-18이 수리를 위해 착륙하고 있는 중이었다. 근처가 인구밀집지역인데도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믿어지지 않았다.

미군 재편 계획에 따라 아쓰기에서 수리하던 F-18 전투기는 일본 남쪽 이와쿠니(岩國)라는 좀 외진 곳으로 옮겨 갈 예정이다. 아쓰기에서 기차로 10 분쯤 더 내려가면 자마(座間)가 있는데 이곳도 미 육군 1 군단 사령부가 옮겨 올 예정이다. 우연의 일치인지 몰라도 하코네행 오다큐 선로변의 미군기지가 이리저리 이동을 많이 한다.

어떻게 보면 일본의 미군기지는 한국보다 더 시내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다. 얼마 전에 미군 장교와 결혼한 한국 교포의 도움으로 자마 기지에 들어가 볼 기회가 있었다. 기지 내에 위치한 중령 간부의 집은 앞마당에 잔디가 깔려 있고 넓은 거실과 침실을 갖추고 있었다. 토끼장 같은 집에 사는 일본인들이 이 큰 저택을 보면 얼마나 가슴이 쓰릴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앞마당을 잘 꾸미는 콘테스트를 해 상까지 주는 이벤트가 있다고 하니 일본인의 주거환경에 비하면 주일 미군기지는 별천지다.

미국 태평양軍의 6분의 1이 일본에

미국은 세계 어느 지역이든 즉시 출격 가능한 군사전략체제를 마련하고 약 150만 대병력을 세계의 5개 지역(5통합군)에 분산 전개하고 있다. 5통합군이란 태평양군, 유럽군, 중앙군, 북방군, 남방군을 말하는데, 5통합군 중 최대 규모는 하와이의 캠프 스미스에 사령부를 둔 태평양군이다. 태평양군의 담당지역은 아프리카 동해안에서 미 본토 서해안까지 광범위하다. 조직의 구성은 함대, 태평양 공군, 태평양 해병대로 나뉜다.

태평양군의 휘하에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지역을 맡고 있는 준통합군으로서 주일미군, 주한미군, 알래스카 미군 등이 있다. 주일미군 병력은 육군 2000명, 해군 5000명, 공군 1만4000명, 해병대 1만8000명 등 3만9000여 명. 이 수치에는 요코스카와 사세보를 모항으로 하는 태평양함대 제7함대의 함선과 병력(약 1만2000명)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이 7함대 병력까지 합치면 태평양군의 6분의 1에 해당하는 5만명이 일본열도를 거점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대병력을 유지·관리하는 두뇌가 요코다(橫田)기지(도쿄都)에 있는 在日(재일)미군사령부다. 요코다에는 태평양공군이 직할하는 제5공군사령부도 있으며, 그 사령관인 공군 중장이 주일미군 사령관을 겸하고 있다. 이는 재일 미군의 주력이 공군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2007년 10월 美·日(미·일) 군사당국은 극비리에 새로운 부대 하나를 발족시켰는데, 이른바 ‘C2 워킹그룹’으로, 미 태평양사령관(해군 대장)과 자위대 통합막료장의 합의에 따라 결성된 합동 태스크포스(Task Force) 팀이다. 21세기형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두 개의 ‘C’, 즉 미·일 간의 ‘Command Control’ 시스템의 머리글자를 따 군사일체화를 가속화한다는 전략이다. 참가 멤버는 자위대의 통합막료감부, 주일미군(USFJ)사령관, 태평양군 사령부(PACOM)의 J3(작전계획)분야 엘리트 군인들이 결집된 전문가 집단이다.

미국과 일본은 부시 정권 출범 이후 주일미군기지 재편을 중심으로 방위정책 개정 협의(DPRI)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이 역점을 둔 것은 주일미군기지의 축소와 재편뿐만 아니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긴급사태 발생 시 미·일 간에 역할 분담을 규정한 ‘역할, 임무, 능력’에 관한 논의였다. 그러나 논의 과정에서 오키나와 해병대의 괌 이전과 후덴마 비행장 이전 등 민감한 사안들로 시간을 허비하는 바람에 원래의 목표를 실현하지 못했다.

주일 미군기지 및 주력 전투부대.

긴급전개력 확보 위한 주일 미군기지 재편

새로운 태스크포스 팀은 지난날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미·일 쌍방은 ‘역할, 임무, 능력’에 관한 논의뿐만 아니라 양국의 司令(사령) 계통의 흐름이 원활하도록 하는 체계를 만드는 작업에 몰두했다. 이를 위해 하와이의 태평양사령부, 도쿄 이치가야의 통합막료감부 등에서 정기회의를 개최하여 미·일 군사일체화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미국은 2006년 QDR(미군 전력구성의 4년차 수정: Quadrennial Defense Review)에서 태평양 군사력의 증강을 결정했다. 그리하여 실질작전 가능 항공모함 10척 중 6척, 잠수함 전력의 60%를 태평양에 배치하고, 일본의 역할과 주일미군의 재배치를 본격 추진하여 미·일 군사일체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미·일 군사일체화의 핵심은 첫째, 유사시 미국의 군사력을 신속하게 파견하고 대처하기 위한 긴급전개력의 확보, 둘째, 미사일 방어체제(MD) 구축이다. 일본 내 미군기지가 어떻게 재편·운용될 것인가.

첫째는 주일 미군사령부가 위치한 요코다(橫田)다. 도쿄 근처 수도권에 위치한 요코다는 미국 본토·하와이와 동아시아, 그 연장선에 있는 중동(서아시아)을 연결하는 공수 거점이다. 수송임무는 제374공수항공단이 맡고 있다. 이 항공단은 전선기지에 직접 내릴 수 있는 중형 프로펠러 수송기인 C130E 허큘리스(13기)를 보유한 제36공수비행대를 주축으로 의료용 소형수송기(C9 나이팅게일)를 보유한 제30공수비행대, VIP 수송을 담당하는 제459공수비행대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수송거점인 요코다는 수도권에 위치해 있어 그동안 소음 등 여러 민원에 시달린 나머지 수송임무를 가데나(嘉手納)기지(오키나와현)와 미사와(三澤)기지(아오모리현)로 분산시키려 하고 있다. 그 대신에 일본 항공자위대 총사령부와 관련부대가 옮겨 와 지휘 기능의 일체화가 강화될 전망이다.

두 번째는 아시아 최대의 미군기지인 오키나와의 가데나다. 미 공군은 냉전 후 비대화한 조직의 슬림화를 위해 ‘1기지, 1항공단, 1사령관’ 제도를 도입했다. 그 새로운 시스템으로 가데나에 주둔한 것이 제18항공단이다. 이 항공단의 특징은 요코다와 미사와가 각각 수송과 지상공격을 전문으로 하는 항공단인 반면, 제공(전투), 공중급유, 공중경계관제, 구난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는 부대라는 점이다.

비밀에 싸인 시큐리티 힐

요코다 기지는 美본토와 東아시아, 西아시아를 연결하는 공수 거점이다. 사진은 요코다 기지에 주둔하고 있는 美공군 C130E 수송기들.

제18항공단은 ‘하늘의 롤스로이스’라 불리는 F-15C 이글로 구성된 제44전투비행대와 제67비행대(총 48기)가 휘하에 있다. 공중급유를 담당하는 제909공중급유비행대는 KC135를 15기 보유하여 아시아 전체를 커버한다. 2003년 봄 미 공군과 일본 항공자위대는 처음으로 공중급유 공동훈련을 실시했는데, 미국 측이 공중급유기와 교육훈련을 담당했다. 일본도 공중급유기 4기를 도입하게 되어 있어 그 동안 일본열도 내의 방위작전에만 머물겠다던 專守防衛(전수방위) 전략에서 벗어나 일본 밖으로 나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드러냈다. 공동훈련의 베이스 기지는 가데나와 미사와인데, 지도를 펴놓고 보면 북한과 중국을 경계하기 위함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하늘의 레이더 기지’라는 AWACS를 장비한 제961공중경계관제비행대는 E3B 2기를 운용하고 있다.

세 번째는 일본 북부 아오모리현의 미사와다. 아시아 최대의 공군기지인 가데나가 갖지 못한 능력이 있다면 지상공격능력일 것이다. 미사와는 지상공격능력이라는 특화된 임무를 맡고 있는데, 그 주력이 제35전투항공단이다. 제35전투항공단은 2개 전투비행대로 편성되어 있으며 F-16 전투기를 약 40기 보유하고 있다. 이 항공단은 적 방공망 제압과 제공권 확보가 주목적으로, 전장의 최전선에 투입된다.

이밖에도 미 해군 제7, 5함대 초계정찰 항공단이 있는데 정찰 및 초계 임무를 맡고 있는 대잠초계기 P3C 오리온과 전자정찰기(EP3E)를 장비하고 있다. 이 항공단은 미 본토 등지에서 6개월마다 5~6기씩 교대로 배치된다. 가데나에 상주하고 있는 2기의 P3C도 미사와에서 파견된 초계기이고, 2001년 4월에 중국 하이난도(海南島) 근처에서 중국 전투기와 공중접촉사고를 낸 전자정찰기도 이 항공단 소속이다.

미사와 기지 내의 ‘시큐리티 힐’이라는 언덕 위에는 ‘코끼리 우리’로 불리는 원형 안테나와 14기의 대형 파라볼라 안테나가 둘러 서 있다. 파라볼라 안테나 중 4기는 비밀통신방청 시스템인 ‘에쉴론’으로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 지역 시설은 전 세계적인 군사 스파이망과 연계되어 있다. ‘시큐리티 힐’은 주일미군 시설 중 가장 극비의 장소이고, 4군의 정보부대가 집결해 있으며 CIA와 NSA(국가안전보장국)와 직결되어 있다.

네 번째는 도쿄 근처의 요코스카다. 태평양 함대 가운데 서태평양을 담당하는 제7함대 旗艦(기함) 블루 릿지를 포함해 조지 워싱턴 항모, 이지스함 8척 등 총 10척 이상의 모항이다. 미 항모로서는 유일한 해외의 모항이 요코스카다. 이 함정들은 제5항모전투군단에 소속되어 중동을 포함한 아시아 전역에 출동한다.

다섯째는 수도권에 위치해 있는 아쓰기(厚木)다. 요코스카를 모항으로 하는 항모에는 약 70기 이상의 해군기가 탑재되어 있는데, 이 해군기는 제5항모항공단이라 총칭된다. 이 항공단의 기지가 아쓰기다. 그동안 소음문제로 골머리를 앓던 미 해군 아쓰기의 항공모함 함재기 부대를 해병대 이와쿠니기지로 옮기게 된다. 항모가 요코스카에 귀항하면 승조원들이 휴식도 취하지만, 함재기로서는 필수적인 이착륙 훈련을 하기 때문에 이로 인한 소음으로 지역주민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주일미군 시설의 75%가 오키나와에

오키나와에서 훈련 중인 美해병대.

제5항모항공단은 9개 비행대로 편성되어 있는데 ▲F18A 호넷을 장비한 제27, 제102, 제192, 제195의 4개 전투공격비행대 ▲적의 통신, 레이더를 교란하는 EA6B 브라운의 제136전술전자전비행대 ▲제21 초계비행대 ▲E2C를 운용하는 제115조기경계비행대 ▲헬기로 구성된 제14對潛(대잠)비행대 ▲제30함재수송비행대 분견대가 있다.

여섯째는 사세보기지다. 요코스카가 항모전투군의 모항이라면 사세보는 오키나와 주둔의 해병대를 전선으로 수송하는 제11수륙양용선대의 양륙함 모항이다. 강습양륙함 에섹스 외에 도크형 양륙수송함 1척, 도크형 양륙함 2척 등 총 4척이 배치되어 있고, 에섹스는 소형수송정 LCAC를 3척 탑재하여 오키나와에서 내륙까지 한번에 해병대원과 차량을 수송할 수 있는 기동력을 갖추고 있다.

일곱째는 오키나와의 해병대 기지다. 주일미군 시설의 75%가 주둔하고 있는 오키나와는 각종 기지와 훈련장이 즐비한데 가데나를 제외하고는 해병대 시설이다. 그리고 주일미군 중 가장 전투적인 곳이다. 미국 해병대는 3개의 원정해병군을 갖고 있는데 그중 제3해병원정군이 오키나와에 있다. 사령부는 캠프 코트니(具志川市), 주력은 제3해병사단이고 캠프 한센, 캠프 슈워브, 캠프 즈게란(瑞慶覽) 등에 분산되어 있다.

제3해병원정군의 항공부대는 제1해병항공단이라 불리는데, 오키나와 문제의 상징이 되어 있는 후덴마 기지의 헬기부대(제36해병항공군)와 이와쿠니기지의 제트기부대(제12해병항공군)로 나뉜다. 토리이 통신시설에는 주일 미 육군에서 유일하게 전투부대가 배치되어 있다. 제1특수작전군 제1대대, 즉 공수부대 그린베레다.

여덟째는 수도권에 위치한 자마기지다. 미 워싱턴주의 태평양 육군 제1군단 사령부가 이곳으로 옮겨 오게 되는데, 일본 육상자위대의 중앙즉응집단사령부가 함께 위치해 미·일 군사일체화의 상징이자 신속한 전방전개의 상징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스트라이커 부대의 존재

美육군 스트라이커 여단의 핵심 戰力인 스트라이커 장갑차.

미국의 제1군단은 비상시 상비군 이외에 미국 각지에서 예비역과 州(주)방위군을 동원하여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보내는 증원부대 성격이 강하다. 그래서 ‘아메리카 군단’이라는 별명이 붙어 있을 정도로 미국을 대표하는 육군부대다. 제1군단은 스트라이커 여단 전투단 2개 부대로 편성되는데 하나는 제2보병사단 제3여단과, 제25경보병사단 제1여단이다. 제3여단은 2003년 12월 이라크 북부에 파견되어 다국적군의 주력을 담당하고 2004년 11월에 제1여단과 교대했다.

미 육군은 스트라이커 여단 전투단을 6~7개까지 증강하여 긴급전개군의 중추로 삼을 계획이다. 흥미로운 것은 제1군단의 지휘하에 있는 두 개 여단의 소재지인데, 제3여단은 한국, 1여단은 하와이다. 즉 제1군단은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와 태평양을 담당하는 부대인데, 그 사령부가 일본의 자마에 위치한다.

미 육군은 걸프전쟁에서 많은 교훈을 얻었다. 예를 들면 기갑병력의 주력인 M1 에이브러햄전차가 57t이고 M2 브래들리 보병전투차가 23t인데 화력은 강력한 반면 중량이 많이 나가 수송에 상당한 애로가 있었다. 반면 이동속도가 빠른 공정사단은 경장비라서 화력이 문제였다. 그래서 이동속도도 어느 정도 있고, 경장비가 아닌 중간단계의 장갑부대가 필요했는데 그것이 8륜의 경장갑차(이를 스트라이커라고 한다)로 무장한 스트라이커 여단 전투단이다.

스트라이커는 반경 20km 이내의 표적을 순식간에 식별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추고 있고, 화력도 만족할 만한 수준이다. 경량의 스트라이커는 공군의 주력 대형수송기인 C17에 3대, 중형의 C130으로 1대를 수송할 수 있다.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96시간 내에 미 서부 워싱턴주 포트 루이스에서 총 300대, 3500명의 병력을 전선으로 수송하는 것이 목표다.

마지막으로는 샤리키(車力)기지에 미군의 X밴드 레이더가 설치되는 것이다. 미국이 전 지구 규모로 추진하고 있는 군사재편의 한가운데 있는 것은 미사일 방위(MD)인데, 그 눈에 해당하는 것이 X밴드 레이더다. 미국의 X밴드 레이더는 첨단 군사기술이자 최고급 군사기밀로 분류되어 있는데, 일본에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美·日 레이더 기술의 결합

X밴드 레이더의 ‘X’는 X라고 불리는 주파수帶(대)를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일본 방위성은 미군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2006년부터 일본판 미사일 방위의 신형 레이더로 FPS-5를 4개소에 순차적으로 설치한다. 이 레이더는 L대와 S대를 사용하는데, 일반적으로 주파수가 높고 파장이 짧은 X대는 탐지거리가 짧은 반면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다. 반면에 주파수가 낮은 L대, S대는 식별능력은 떨어지지만 더 멀리, 더 넓은 범위를 탐지할 수 있다. X밴드 레이더는 육상과 해상에 설치하는데, 탐지거리는 4000km로 추정되고 2000km 떨어진 곳에서부터 탄두의 형상을 식별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에 들어오는 X밴드 레이더는 이동 가능한 차량탑재형인데, 고정적으로 배치하는 육상 및 해상형에 비해 소형이기 때문에 탐지거리는 1000km로 알려져 있다. 소형이라 하지만 레이더 본체의 안테나가 길이 12.8m, 높이 2.6m로 무게는 34t에 이른다. 여기에 비슷한 크기의 전자기기와 냉각장치의 무게를 합하면 89t. 일본 아오모리현 샤리키(車力)에 배치되는 X밴드 레이더에 대해 현지 주민들은 “또 하나의 미군기지가 생겨난 셈”이라고 불만이 크다. 게다가 10기가Hz라는 고주파를 사용하기 때문에 5km 반경 내에서는 TV가, 10km 이내라면 라디오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하는데 인체에는 영향이 없는지 주민들은 불안해한다.

미사일 방위에 정보를 공유하기로 되어 있는 일본과 미국이 레이더에서도 긴밀한 동맹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레이더 전문가인 항공자위대 간부는 탄도미사일의 추적은 적도 상공에 떠 있는 미국의 조기경계위성이 탐지하고, 그 경보를 받아 탐지거리가 길고 넓은 일본의 FPS-5레이더가 포착하며, 미군의 X밴드 레이더가 추적하여 탄도미사일의 경로와 착탄지점을 정확하게 해석해 낸다.

미국 미사일 방위의 최대 표적은 북한과 중국의 중·장거리 미사일인데 이들 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서는 발사로부터 약 5분 내에 미사일 경로와 착탄지점을 해석해내야 한다. 그래서 발사지점과 보다 가까운 곳에서 미사일을 탐지, 추적하는 것이다. 일본은 FPS-5 레이더를 2006년부터 매년 1기씩 총 4기를 배치할 계획인데 아오모리현 오오에(大溱), 니가타현 사도(佐渡), 가고시마현 시모코시키(下甑)섬, 오키나와현의 아자다케가 후보지역이다. 세계 최고의 레이더 두 종류가 일본에서 하나로 뭉쳐진 것이다.

X밴드 레이더와 FPS-5 레이더는 적 미사일을 추적하는 장치지만, 요격미사일 없이는 의미가 없다. 일본은 1998년 8월 북한의 대포동미사일 발사 이후 미국과 공동으로 미사일 요격체제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우선 대기권 내에 진입한 적 미사일을 요격하는 패트리엇 3(PAC-3) 미사일에 대해 살펴보자. 주일미군은 2006년 12월 말까지 오키나와의 가데나(嘉手納)기지 및 탄약고 지역에 미 육군 제1방공포병연대 제1대대를 전개했다. 오키나와에 미군이 패트리엇 1개 대대를 배치한 것은, 소규모 섬으로서는 특이한 고밀도 배치로, 미군이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미사일 방어 시스템 구축

오키나와에 배치된 제1방공포병대대는 4개 중대 편제로, 각 중대는 목표포착·유도용 레이더, 지휘통제시설, 전원시설, 통신시설 등을 중심으로 6기의 발사기로 구성된다. 1개 대대에서 24기의 발사기, 각각의 발사기에는 PAC-2를 4발, PAC-3를 최대 16발 장전할 수 있다. PAC-3의 유효 요격범위는 약 30km다.

일본 항공자위대의 PAC-3는 수도방위용으로, 제1고사군에 속하는 뉴마 기지의 부대(제4고사대)에 배치를 시작, 이후 도쿄 주변의 나라시노(習志野)(제1고사대), 요코스카(橫須賀) 다케야마(武山)(제2고사대), 가스미가우라(霞ヶ浦)(제3고사대)에 배치된다. PAC-3형 요격미사일 1발의 가격은 2006년 초에 미 육군용으로 약 3억5000만 엔이었다.

대기권 밖에서 상대방 미사일을 요격하는 스탠더드 3(SM-3) 미사일은 2007년부터 배치되기 시작했는데, 해외에서는 일본이 최초로 콩고형 이지스함 4척과, 2007년부터 취역을 시작한 아타고형 이지스함에 장착된다.

SM-3형은 SM-2의 로켓·모터를 강화하여, 보다 빠른 속도로 높은 고도에 도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 광역방위가 가능하고, 고속의 탄도미사일, 즉 사정이 긴 탄도미사일의 방위가 가능하다. SM-3의 요격고도는 120km 정도다.

북한의 대포동미사일 발사실험 이후 일본은 ‘이때가 기회다’라는 생각으로 첩보위성 4기 발사와 미사일 방어체제 구축을 선언했다. 10년이 지난 지금 일본은 첩보위성 4기 체제를 마련했고 우주기본법도 통과시켜 우주의 군사적 이용이라는 기틀을 확립했다. 게다가 대기권 밖에서 요격하는 이지스함 발사 스탠더드 3 미사일 요격시스템을 구축해 가는 중이고 대기권 내에서 요격 가능한 패트리엇 3 미사일 체제도 마련한다.

일본은 미국이 없으면 안 되고, 미국은 일본이 없으면 태평양을 지키기에 힘이 부친다. 미·일 군사일체화는 역사의 진행이다. 경제대국이 된 일본은 미국을 등에 업고 군사대국으로 향하고 있다. 한국은 날이 갈수록 강대해지는 일본과 중국의 동향을 예의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힘의 역학구도가 재편되는 세계정세하에서 국가와 민족을 온존하는 길은 합심하여 국력을 키우는 길밖에 없다는 진리를 되새기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