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총선 참패'에 책임이 있는 당정 핵심 관계자들의 성찰과 함께 '2선 후퇴'를 요구했다. 

안철수 의원은 28일, 자신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 "특정 희생양을 찾아 책임을 떠넘기기보다는 성찰·혁신·재건의 시간을 위한 2선 후퇴를 호소드린다"고 했다. 이는 국민의힘 차기 원내대표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는 '친윤' 이철규 의원을 향한 것이라고 해석된다.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참패한 주요 원인으로 우리 국민 10명 중 7명이 '윤석열 대통령'을 지목한 상황에서 '친윤 핵심'으로 꼽히는 이철규 의원이 원내대표 선거에 나서고, 선출될 경우 국민의힘이 '선거 참패 수습'과 '지지층 결집·재건·확장'에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 '2선 후퇴'를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국민의힘 총선 참패 원인과 관련해서 인용한 통계치는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 의뢰로 4월 13~14일, 전국 성인남녀 101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이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결과다. 

당시 여론조사에 참여한 응답자 중 68%는 "국민의힘 총선 패배 책임이 누구에게 조금이라도 더 크게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윤석열 대통령을' 지목했다. 국민의힘 대표격으로 총선을 진두지휘했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해 '책임론'을 제기한 이는 전체 응답자의 10%에 불과했다. 

심지어 국민의힘의 전통적인 지지 기반인 대구·경북에서조차 이번 국민의힘 총선 참패 원인으로 '윤석열 대통령'을 지목한 이들의 비중이 63.9%에 달했다.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을 압도한 부산·울산·경남에서도 '윤석열 책임론'을 제기한 이들이 64.4%에 육박했다. 이런 상황에서 '친윤 핵심' 이철규 의원이 원내대표로 나선다면, 지지층 결집과 확장이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2016년 총선 참패 이후 새누리당의 당 지도부가 '친박' 일색으로 구성된 점, 이후 박근혜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율과 정당 지지율이 하락하다가 2016년 10월에 대통령 지지율이 25%로 주저앉은 사실, 그 직후 소위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이 제기되자 대통령 지지율이 폭락하고 새누리당도 사분오열한 과거 등을 고려할 때 지금 이 시점에서 과연 '친윤' 인사가 국민의힘 '원내사령탑'을 맡는 게 타당한 것인가 하는 이견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과 관련해서 안철수 의원은 "선당후사를 위한 건설적 당정관계를 구축할 원내대표와 당 대표를 선출해야 한다"며 "지금이야말로 중도층·수도권·청년층으로 확장력을 가진 전국정당으로 우뚝 세우고, 다양한 계층을 대변할 당으로 혁신해야 할 절체절명의 순간"이라고 강조했다.

안철수 의원은 "선당후사를 위해 민심을 받들고 민심을 담아내기 위해서 전당대회 룰을 정상화해야 한다"며 "당이 민심에서 멀어지고 위기에 빠진 지금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민심 50%, 당심 50%로 바꾸는 것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과거 소위 상대 정당 지지층의 '역선택'이 '민심'으로 둔갑해 국민의힘 정체성과 부합하지 않는 인사들의 지지율이 과도하게 뛴 점, 국민의힘 당원 의견이 상대적으로 묵살되기 쉬운 구조 등을 고려했을 때, 안철수 의원이 제기한 '전당대회 규정' 변경안이 수용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글=박희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