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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하다” “건정” “몽리자”…굳이 어려운 말 쓰는 우리 法

김세중 著, 《대한민국의 법은 아직도 1950년대입니다》

김광주  월간조선 기자 kj961009@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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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학자 김세중 전 국립국어원 공공언어지원단 단장. 사진=조선DB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

 

대한민국 민법 제2조 제1항이다. 일본어를 번역한 흔적이 어색하게 남아있다. 일본 민법 제1조 제2信義신의에 좇아라고 번역했기 때문이다. 형법 제136조 제2항은 공무원에 대하여 그 직무상의 행위를 강요 또는 조지하거나 그 직을 사퇴하게 할 목적으로 폭행 또는 협박한 자도 전항의 형과 같다이다. 여기서 조지란 일본어 阻止를 한자 음() 그대로 옮긴 것이다. 물론 국어사전엔 없는 말이다. 민법, 형법에 빈번히 등장하는 ()하다라는 표현도 마찬가지다. 이 역시 일본 법률에서 쓰는 단어를 그대로 가져다 썼다.

 

이처럼 1950년대 제정된 대한민국의 민법, 형법, 형사소송법, 상법 등의 법 조문(條文)말이 안 되는문장이 수없이 많다. 법제처 알기 쉬운 법령 만들기 위원회위원을 지낸 김세중(金世中·64) 전 국립국어원 공공언어지원단 단장은 지난 2대한민국의 법은 아직도 1950년대입니다라는 책을 내고 이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우선, 조사(助詞)를 잘못 쓰는 경우가 흔하다. 민법 제8조 제1항은 미성년자가 법정대리인으로부터 허락을 얻은 특정한 영업에 관하여는 성년자와 동일한 행위능력이 있다인데, 이 문장은 누가 성년자와 동일한 행위능력이 있다는 것인지가 명확치 않다. 따라서 미성년자는이라고 하는 게 맞는다.

 

문장 성분 사이에 호응이 맞지 않거나 모호한 탓에 더 어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형사소송법 제32조 제1항은 변호인의 선임은 심급마다 변호인과 연명날인한 서면으로 제출하여야 한다인데, 무엇을 제출해야 하는지 나타나 있지 않다. 또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2항은 전항 제2호의 규정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피고인에 대한 구속영장의 집행의 경우에 준용한다고 돼 있는데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에 호응하는 동사가 없어 어색하다. 저자는 이를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피고인에 대한 구속영장을 집행하는 경우에 준용한다라고 바로잡았다.

 

불필요하게 어려운 단어도 많다. 민법에 쓰인 구거라는 단어는 각각 도랑이라는 뜻이다. 민법 제233조에 들어간 몽리자라는 단어는 비록 국어사전에 이익을 얻는 사람, 또는 덕을 보는 사람이라고 뜻풀이가 돼 있지만 생소하기 그지없는 표현이다.

 

근원을 알 수 없는 희한한 단어도 존재한다. 형사소송법 제120조에 들어간 건정(鍵錠)”이란 단어는 열쇠와 자물쇠를 포함한 잠금장치를 뜻하는데, 이는 국어사전에도 없을 뿐만 아니라 일본어와 중국어에서도 쓰이지 않는 단어다.

 

저자는 책을 쓴 계기에 대해 언어학을 전공했을 뿐 법학에 문외한임에도 불구하고 법조문의 실상을 알게 되면서 도저히 그냥 두고만 볼 수 없다는 생각에 책을 쓰기까지 이르렀다고 밝혔다. 그는 앞서 민법의 비문이라는 책을 낸 바 있는데, 이번엔 법의 범위를 넓혀 이러한 문제를 지적했다.

 

171819대 국회의원을 지낸 장윤석 전 검사장은 이 책을 읽고 “50년 넘게 법을 해석하고 적용해 온 사람으로서 부끄러움을 고백할 수밖에 없다“‘법조문 현대화는 입법을 담당하고 있는 국회의원들이 이에 공감하고 나서지 않으면 온전한 결실을 맺을 수 없다고 당부했다.

 

=김광주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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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법은 아직도 1950년대입니다》 김세중 著, 두바퀴출판사 펴냄

 

입력 : 2024.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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