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경제연구소의 분석 결과 유가 상승분을 100으로 환산할 때 투기 요인이 40.3%, 지정학적 리스크 요인이 39.7%, 달러화 약세 요인이 4.5%, 수급 요인이 1.8%, 기타 요인 13.7%로 나타났다. 공급부족과 달러화의 추가적인 약세를 예상하고 원유 시장으로 대거 유입된 투기자금이 유가 상승 원인의 40.3%나 차지하고 있었다.
孔柄淏
⊙ 1960년 경남 통영 출생
⊙ 고려대 경제학과 졸업, 미국 라이스대학원 경제학 박사.
⊙ 자유기업원 원장 역임.
⊙ 現 공병호경영연구소장
⊙ 저서 : <10년 법칙>, <부자의 생각, 빈자의 생각>, <공병호의 자기경영 노트> 등 70여 권.
孔柄淏
⊙ 1960년 경남 통영 출생
⊙ 고려대 경제학과 졸업, 미국 라이스대학원 경제학 박사.
⊙ 자유기업원 원장 역임.
⊙ 現 공병호경영연구소장
⊙ 저서 : <10년 법칙>, <부자의 생각, 빈자의 생각>, <공병호의 자기경영 노트> 등 70여 권.
2005년 5월 두바이산 油價(유가)는 배럴당 60달러 수준이었다. 1년이 지난 지금 120달러를 훌쩍 넘어섬으로써 1년 만에 꼭 배 이상 뛰어올랐다. 우리의 고민은 유가가 이 정도에서 멈출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추가 인상 가능성에 대한 경고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미국 모건 스탠리의 애널리스트인 올 슬로러는 지난 5월 6일 “국제유가가 7월 초까지 배럴당 150달러까지 인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그 원인으로 “아시아 국가들의 원유 재고 증가로 인한 강한 수요 증가”를 들고 있다. 이런 전망에 힘을 보태는 전문가들이 늘고 있다.
리비아의 고위 석유 담당 관리인인 쇼크리 가넴은 “유가는 6월 말을 기준으로 배럴당 14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으며, 여름이 끝나기 전에 배럴당 150달러까지 상승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도 그 원인을 “원자재에 대한 투기와 달러화 가치 변동 가능성 때문”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유가 급등은 어디가 정점일까? 지난 5월 22일, 미국 재무장관 헨리 폴슨은 한 방송국에 출연해 유가 급등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그는 “이번 유가 급등은 투기 자본과는 관련성이 없고 대부분 수요와 공급의 문제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금융업계 출신답게 需給(수급)의 문제일 뿐 금융업계가 책임져야 할 일은 없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번 유가 급등은 수요와 공급 간의 불일치 때문에 발생한 현상이기 때문에 투기세력을 비난할 수는 없다. 이번 유가 급등 현상에 대해 즐거워하는 것은 아니지만, 단기적으로 이런 가격 상승을 멈추게 할 해결책은 없다. 당분간 유가가 더 상승할 것으로 본다.”
반면, 전혀 다른 의견을 제시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5월 27일, 일본 閣議(각의)를 통과한 2007년판 <에너지에 관한 연차 보고>(백서)에서 일본 정부는 “최근 유가 급등은 대단히 이례적인 현상이다. 현재의 유가 급등분 가운데 수급 요인에 의해 50~60달러 정도가 결정되고, 나머지는 투기 자금의 유입과 지정학적 리스크로 오르고 있다”고 밝혔다. 백서는 투기자금의 흐름에 강한 우려를 표시하면서 국제 사회의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6월 5일, 영국-네덜란드계 국제 석유메이저 셸의 CEO인 제로엔 반 데르 베르는 “최근 유가의 이상 급등 현상의 이면에는 심리적인 요인이 큰 역할을 하고 있으며, 수급상의 문제는 크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석유시장과 관련, “공급에 문제가 없다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많은 회원국들 견해에 공감한다”면서 “세계적으로 석유 공급 부족 문제는 없다. 중동에서 선적이 밀려 있지 않을뿐더러 물량을 구하려 대기 중인 경우도 역시 없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석유가 여러 원자재들처럼 변동성이 크며 다루기도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다. 최근의 이상 급등은 추가 인상 가능성에 비중을 두는 인물들에 의한 심리적 요인에 힘입은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올 하반기 유가 84.8달러 예상
삼성경제연구소가 지난 4월 2일 발표한 <원자재 가격의 급등 원인과 전망>이라는 보고서는 2005년 3월부터 2008년 2월까지 원유 가격 급등 요인을 분석했다. 투기자금, 지정학적 리스크, 달러화 약세, 수급 요인 등의 변수가 가격 급등에 대해 어느 정도 설명력이 있는가를 분석한 결과 유가 상승분을 100으로 환산할 때 투기 요인이 40.3%, 지정학적 리스크 요인이 39.7%, 달러화 약세 요인이 4.5%, 수급 요인이 1.8%, 기타 요인 13.7%로 나타났다. 공급부족과 달러화의 추가적인 약세를 예상하고 원유 시장으로 대거 유입된 투기자금이 40.3%나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반면에 수급 요인은 1.8%로 예상과 달리 미미한 수준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008년의 유가는 수급 요인을 제외한 나머지 요인들 즉 투기자금, 지정학적 리스크, 달러화 약세 등은 2008년 하반기로 갈수록 개선될 전망이기 때문에 2007년에 비해 24.1%가 상승한 연평균 84.8달러에 머물게 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특히 보고서는 미국의 계속적인 금리 인하로 원유시장에 지속적으로 유입된 투기자금은 미국발 금융불안이 하반기로 갈수록 안정되면서 석유 선물시장으로의 투기자금 유입 속도가 둔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사실 유가가 100달러를 넘는 일은 이례적이다. 일종의 심리적 저항선이 배럴당 100달러 선 정도에서 오랫동안 형성돼 왔다. 필자도 현재의 고유가는 장시간 지속될 수 없는, 단기간에 걸친 일종의 ‘오버슈팅(overshooting·환율, 주가, 금리 등 가격변수가 일시적으로 급등 또는 급락하는 현상)’에 해당한다고 본다.
오랫동안 100달러를 넘는 수준의 유가가 형성될 수는 없다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유가 100달러라는 저항선이 이미 깨졌고 이제 150달러, 혹자는 200달러 선까지 달하게 될 것으로 내다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이처럼 유가가 급등하는 데에는 글로벌 유동성의 증가가 큰 몫을 하고 있다고 본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없었다면
2000년 IT(정보통신) 버블 붐의 파열음이 울리면서 세계 각국은 불황을 막기 위해 경쟁적으로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2003년 6월을 기점으로 미국의 연방준비은행(FRB)이 금리 인하를 종결하고 금리 인상으로 방향을 선회하기까지 글로벌 시장의 유동성은 대폭 증가했다. 이후 17차례에 걸쳐 시중의 과잉 유동성을 흡수하기 위한 금리 인상이 단행됐고, 2007년 8월에는 연방준비은행의 기준금리가 5%대에 도달했다.
하지만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담보대출) 사태가 불거지면서 다시 연방준비은행은 6차례에 걸쳐 금리 인하를 단행했고, 현재 기준 금리는 2.2%다. 만일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불거지지 않고 유동성 환수 조치가 이뤄졌다면, 현재와 같이 투기자금이 원유시장과 원자재시장으로 유입돼 가격이 대폭 상승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와 달리 또 하나의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 있다. 최근의 유동성 증가는 본원 통화의 증가에 따른 통화량 증가에도 원인이 있지만, 각종 파생상품들이 雨後竹筍(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추세도 무시할 수 없다.
예를 들어 헤지 펀드만 하더라도 1990년에는 1000억 달러에 불과했지만 2006년에는 1조 2000억 달러까지 증가했다. 뿐만 아니라 사모펀드 역시 1996년과 2006년 사이에 무려 4.2배나 절대 규모가 늘어나게 된다. 그 밖에 LBO(차입인수), ABS(자산저당채권) 등과 같은 신금융기법들이 유행하면서 글로벌 유동성의 증가에 힘을 더하게 됐다.
달러화 가치 하락도 일정한 몫을 하고 있다. 서브프라임 사태로 인한 경기하락을 우려한 미국이 계속해서 금리 인하를 실시함으로써 달러화 가치 하락세가 가속화되고 있다. 원유대금 대부분이 달러화로 결제되고 있기 때문에 달러화 약세는 산유국의 구매력 감소로 이어지고, 산유국은 다시 유가를 인상하는 악순환이 일어나고 있다.
심지어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미국은 원유를 가져가고 대신 휴지조각을 준다”라고 불평을 털어놓을 정도다. 상황을 과장한 이야기지만, 이 부분 역시 유가 급등의 부분적인 원인임을 부인할 수 없다.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 석유 수출국이나 석유 수출회사 역시 수익성 악화로 增産(증산)이나 설비 투자를 위한 자원 확보가 어려워지고, 결과적으로 공급 불안 요인을 제공하게 된다. 달러 가치 하락은 실물 상품이나 자산에 대한 투기를 촉진하기 때문에 원유 선물투자를 더욱 부추기게 된다.
칼럼니스트 변상진 씨는 “이들 투기적 거래는 규제도 없고 10%의 계약금만으로 10배 가치의 원유를 중간에서 사고 팔며 가격을 부추기고, 그를 통한 시세차익을 노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달러 약세가 가진 문제점에 대해 미국 정책 당국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적절한 대응책을 찾고 있다.
지난 6월 3일, 벤 버냉키 FRB 의장은 국제통화기금이 바르셀로나에서 주최한 중앙은행 패널 콘퍼런스 위성연설에서 “달러 가치의 변화가 인플레이션과 기대 인플레이션에 미칠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지속 가능한 성장과 낮은 인플레이션을 유지하기 위해 통화정책을 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달러화 약세를 이용해 국제 원자재 시장에 공격적으로 베팅해 온 투기세력에 대한 경고이자 향후 弱(약)달러 정책이 바뀔 수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이라 할 수 있다.
아시아ㆍ大洋洲, 전 세계 석유 절반가량 소비
현재의 유가를 이상 과열현상으로 보더라도 장기적으로 80달러를 웃도는 고유가 시대는 거의 자리를 잡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그 원인은 무엇일까?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05년 사이에 추가적인 석유 소비 증가의 5분의 4는 경제적으로 부상하고 있는 개발도상국가들에 의해 발생한 물량이다.
현재 전 세계의 석유 소비 가운데 아시아ㆍ大洋洲(대양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43%에 달하고 북미와 유럽이 각각 15%와 12%, 중동과 중남미가 각각 17%와 7%를 차지하고 있다. 세계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중국, 인도, 그 밖의 개발도상국들은 성장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들이 주도하는 석유소비량은 큰 폭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월가(街)의 ‘큰손’으로 불리는 짐 로저스는 확인된 원유 매장량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유가가 몇 년간 강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본다. 짐 로저스는 지난 6월 6일 블룸버그TV와의 회견에서 수급 요인 때문에 국제 원유 가격이 배럴당 150달러에서 많게는 20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본다. 그의 이런 전망은 개발도상국들의 지속적인 성장, 원유 매장량의 한계에 그 원인을 돌린다. 그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주장은 최근에 발간한 그의 저서 <불 인 차이나(Bull in China)>에 이렇게 설명돼 있다.
“1992년 이후로 중국의 석유소비는 2배 이상 늘어나 하루 540만 배럴이 넘는 수준에 이르렀다. 현재 중국은 세계 석유의 8%만을 소비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 첫 4년 동안 늘어난 소비량의 약 40%를 차지했다. 만약 중국의 석유 소비가 1990년 이후처럼 해마다 평균 6~7%가량 늘어난다고 하면 20년 안에 미국의 현재 소비 수준(하루 2100만 배럴)에 도달할 것이다.”
문제는 중국의 석유 소비가 이제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당신이 석유 기업에서 일하든지 아니면 거기에 투자했는지의 여부에 따라 희망적일 수도 있고 절망적일 수도 있다. 2005년 기준으로 중국은 미국 소비량의 3분의 1이 채 안 되는 석유를 소비해 미국과 EU에 이어 한참 뒤떨어진 3위 소비국이 됐다. 또 1인당 일일 소비량으로 따졌을 때는 세계 136위였다. 같은 기준으로 한국은 31위, 일본은 32위로서 중국보다 매일 1인당 10배나 더 많은 석유를 소비했다.
확실한 사실은 중국이 원유 純(순) 수출국이었던 시기는 이미 지났으며, 엄청난 수입 수요를 바탕으로 국제석유시장에서 핵심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에 따라 중국이 목말라하면 가격이 올라갈 것이고, 충분히 목을 축이고 나면 가격이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적인 유가 전망은 중국의 성장과 중국의 석유 수요에 크게 의존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 짐 로저스의 미래 전망이다.
석유 정점론
일각에서는 석유 정점(Pick Oil)론이 설득력을 얻어 가고 있다. 다시 말하면 ‘더 이상 석유 매장량이 없기 때문에 유가는 천정부지로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그러나 물리적 의미에서 석유 매장량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석유 가격이 쌌기 때문에 석유 탐사를 하지 않았을 뿐이다.
석유 가격이 오르면 동시에 매장량도 늘어난다. 왜냐하면 매장량은 현재의 가격과 기술의 함수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가격이 오르면 그동안 채굴이 어렵거나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포기했던 유전들이 경제성을 갖기 때문에 다시 석유 공급량이 늘어난다. 동시에 가격도 내려갈 것이다. 대체에너지 개발도 採算(채산)이 맞기 때문에 큰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고유가 시대가 닥치면 허둥댈 것이 아니라 이제 값싼 석유 시대는 갔다고 생각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視界(시계)를 확장하면 경제 주체는 늘 위기와 역경을 극복하면서 생존을 위한 새로운 해법을 제시해 왔다. 현재 우리 사회는 外患(외환)이 아니라 內憂(내우)가 더 큰 문제이다. 적은 바깥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내부에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미국 모건 스탠리의 애널리스트인 올 슬로러는 지난 5월 6일 “국제유가가 7월 초까지 배럴당 150달러까지 인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그 원인으로 “아시아 국가들의 원유 재고 증가로 인한 강한 수요 증가”를 들고 있다. 이런 전망에 힘을 보태는 전문가들이 늘고 있다.
리비아의 고위 석유 담당 관리인인 쇼크리 가넴은 “유가는 6월 말을 기준으로 배럴당 14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으며, 여름이 끝나기 전에 배럴당 150달러까지 상승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도 그 원인을 “원자재에 대한 투기와 달러화 가치 변동 가능성 때문”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유가 급등은 어디가 정점일까? 지난 5월 22일, 미국 재무장관 헨리 폴슨은 한 방송국에 출연해 유가 급등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그는 “이번 유가 급등은 투기 자본과는 관련성이 없고 대부분 수요와 공급의 문제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금융업계 출신답게 需給(수급)의 문제일 뿐 금융업계가 책임져야 할 일은 없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번 유가 급등은 수요와 공급 간의 불일치 때문에 발생한 현상이기 때문에 투기세력을 비난할 수는 없다. 이번 유가 급등 현상에 대해 즐거워하는 것은 아니지만, 단기적으로 이런 가격 상승을 멈추게 할 해결책은 없다. 당분간 유가가 더 상승할 것으로 본다.”
반면, 전혀 다른 의견을 제시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5월 27일, 일본 閣議(각의)를 통과한 2007년판 <에너지에 관한 연차 보고>(백서)에서 일본 정부는 “최근 유가 급등은 대단히 이례적인 현상이다. 현재의 유가 급등분 가운데 수급 요인에 의해 50~60달러 정도가 결정되고, 나머지는 투기 자금의 유입과 지정학적 리스크로 오르고 있다”고 밝혔다. 백서는 투기자금의 흐름에 강한 우려를 표시하면서 국제 사회의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6월 5일, 영국-네덜란드계 국제 석유메이저 셸의 CEO인 제로엔 반 데르 베르는 “최근 유가의 이상 급등 현상의 이면에는 심리적인 요인이 큰 역할을 하고 있으며, 수급상의 문제는 크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석유시장과 관련, “공급에 문제가 없다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많은 회원국들 견해에 공감한다”면서 “세계적으로 석유 공급 부족 문제는 없다. 중동에서 선적이 밀려 있지 않을뿐더러 물량을 구하려 대기 중인 경우도 역시 없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석유가 여러 원자재들처럼 변동성이 크며 다루기도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다. 최근의 이상 급등은 추가 인상 가능성에 비중을 두는 인물들에 의한 심리적 요인에 힘입은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올 하반기 유가 84.8달러 예상
 |
| 고유가 사태를 맞아 2008년 5월 27일 조업을 포기한 소형 어선과 낚싯배들이 부산 사하구 장림어촌계 선착장에 빼곡히 차 있다. |
삼성경제연구소는 2008년의 유가는 수급 요인을 제외한 나머지 요인들 즉 투기자금, 지정학적 리스크, 달러화 약세 등은 2008년 하반기로 갈수록 개선될 전망이기 때문에 2007년에 비해 24.1%가 상승한 연평균 84.8달러에 머물게 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특히 보고서는 미국의 계속적인 금리 인하로 원유시장에 지속적으로 유입된 투기자금은 미국발 금융불안이 하반기로 갈수록 안정되면서 석유 선물시장으로의 투기자금 유입 속도가 둔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사실 유가가 100달러를 넘는 일은 이례적이다. 일종의 심리적 저항선이 배럴당 100달러 선 정도에서 오랫동안 형성돼 왔다. 필자도 현재의 고유가는 장시간 지속될 수 없는, 단기간에 걸친 일종의 ‘오버슈팅(overshooting·환율, 주가, 금리 등 가격변수가 일시적으로 급등 또는 급락하는 현상)’에 해당한다고 본다.
오랫동안 100달러를 넘는 수준의 유가가 형성될 수는 없다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유가 100달러라는 저항선이 이미 깨졌고 이제 150달러, 혹자는 200달러 선까지 달하게 될 것으로 내다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이처럼 유가가 급등하는 데에는 글로벌 유동성의 증가가 큰 몫을 하고 있다고 본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없었다면
2000년 IT(정보통신) 버블 붐의 파열음이 울리면서 세계 각국은 불황을 막기 위해 경쟁적으로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2003년 6월을 기점으로 미국의 연방준비은행(FRB)이 금리 인하를 종결하고 금리 인상으로 방향을 선회하기까지 글로벌 시장의 유동성은 대폭 증가했다. 이후 17차례에 걸쳐 시중의 과잉 유동성을 흡수하기 위한 금리 인상이 단행됐고, 2007년 8월에는 연방준비은행의 기준금리가 5%대에 도달했다.
하지만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담보대출) 사태가 불거지면서 다시 연방준비은행은 6차례에 걸쳐 금리 인하를 단행했고, 현재 기준 금리는 2.2%다. 만일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불거지지 않고 유동성 환수 조치가 이뤄졌다면, 현재와 같이 투기자금이 원유시장과 원자재시장으로 유입돼 가격이 대폭 상승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와 달리 또 하나의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 있다. 최근의 유동성 증가는 본원 통화의 증가에 따른 통화량 증가에도 원인이 있지만, 각종 파생상품들이 雨後竹筍(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추세도 무시할 수 없다.
예를 들어 헤지 펀드만 하더라도 1990년에는 1000억 달러에 불과했지만 2006년에는 1조 2000억 달러까지 증가했다. 뿐만 아니라 사모펀드 역시 1996년과 2006년 사이에 무려 4.2배나 절대 규모가 늘어나게 된다. 그 밖에 LBO(차입인수), ABS(자산저당채권) 등과 같은 신금융기법들이 유행하면서 글로벌 유동성의 증가에 힘을 더하게 됐다.
달러화 가치 하락도 일정한 몫을 하고 있다. 서브프라임 사태로 인한 경기하락을 우려한 미국이 계속해서 금리 인하를 실시함으로써 달러화 가치 하락세가 가속화되고 있다. 원유대금 대부분이 달러화로 결제되고 있기 때문에 달러화 약세는 산유국의 구매력 감소로 이어지고, 산유국은 다시 유가를 인상하는 악순환이 일어나고 있다.
심지어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미국은 원유를 가져가고 대신 휴지조각을 준다”라고 불평을 털어놓을 정도다. 상황을 과장한 이야기지만, 이 부분 역시 유가 급등의 부분적인 원인임을 부인할 수 없다.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 석유 수출국이나 석유 수출회사 역시 수익성 악화로 增産(증산)이나 설비 투자를 위한 자원 확보가 어려워지고, 결과적으로 공급 불안 요인을 제공하게 된다. 달러 가치 하락은 실물 상품이나 자산에 대한 투기를 촉진하기 때문에 원유 선물투자를 더욱 부추기게 된다.
칼럼니스트 변상진 씨는 “이들 투기적 거래는 규제도 없고 10%의 계약금만으로 10배 가치의 원유를 중간에서 사고 팔며 가격을 부추기고, 그를 통한 시세차익을 노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달러 약세가 가진 문제점에 대해 미국 정책 당국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적절한 대응책을 찾고 있다.
지난 6월 3일, 벤 버냉키 FRB 의장은 국제통화기금이 바르셀로나에서 주최한 중앙은행 패널 콘퍼런스 위성연설에서 “달러 가치의 변화가 인플레이션과 기대 인플레이션에 미칠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지속 가능한 성장과 낮은 인플레이션을 유지하기 위해 통화정책을 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달러화 약세를 이용해 국제 원자재 시장에 공격적으로 베팅해 온 투기세력에 대한 경고이자 향후 弱(약)달러 정책이 바뀔 수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이라 할 수 있다.
아시아ㆍ大洋洲, 전 세계 석유 절반가량 소비
현재의 유가를 이상 과열현상으로 보더라도 장기적으로 80달러를 웃도는 고유가 시대는 거의 자리를 잡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그 원인은 무엇일까?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05년 사이에 추가적인 석유 소비 증가의 5분의 4는 경제적으로 부상하고 있는 개발도상국가들에 의해 발생한 물량이다.
현재 전 세계의 석유 소비 가운데 아시아ㆍ大洋洲(대양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43%에 달하고 북미와 유럽이 각각 15%와 12%, 중동과 중남미가 각각 17%와 7%를 차지하고 있다. 세계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중국, 인도, 그 밖의 개발도상국들은 성장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들이 주도하는 석유소비량은 큰 폭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월가(街)의 ‘큰손’으로 불리는 짐 로저스는 확인된 원유 매장량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유가가 몇 년간 강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본다. 짐 로저스는 지난 6월 6일 블룸버그TV와의 회견에서 수급 요인 때문에 국제 원유 가격이 배럴당 150달러에서 많게는 20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본다. 그의 이런 전망은 개발도상국들의 지속적인 성장, 원유 매장량의 한계에 그 원인을 돌린다. 그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주장은 최근에 발간한 그의 저서 <불 인 차이나(Bull in China)>에 이렇게 설명돼 있다.
“1992년 이후로 중국의 석유소비는 2배 이상 늘어나 하루 540만 배럴이 넘는 수준에 이르렀다. 현재 중국은 세계 석유의 8%만을 소비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 첫 4년 동안 늘어난 소비량의 약 40%를 차지했다. 만약 중국의 석유 소비가 1990년 이후처럼 해마다 평균 6~7%가량 늘어난다고 하면 20년 안에 미국의 현재 소비 수준(하루 2100만 배럴)에 도달할 것이다.”
문제는 중국의 석유 소비가 이제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당신이 석유 기업에서 일하든지 아니면 거기에 투자했는지의 여부에 따라 희망적일 수도 있고 절망적일 수도 있다. 2005년 기준으로 중국은 미국 소비량의 3분의 1이 채 안 되는 석유를 소비해 미국과 EU에 이어 한참 뒤떨어진 3위 소비국이 됐다. 또 1인당 일일 소비량으로 따졌을 때는 세계 136위였다. 같은 기준으로 한국은 31위, 일본은 32위로서 중국보다 매일 1인당 10배나 더 많은 석유를 소비했다.
확실한 사실은 중국이 원유 純(순) 수출국이었던 시기는 이미 지났으며, 엄청난 수입 수요를 바탕으로 국제석유시장에서 핵심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에 따라 중국이 목말라하면 가격이 올라갈 것이고, 충분히 목을 축이고 나면 가격이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적인 유가 전망은 중국의 성장과 중국의 석유 수요에 크게 의존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 짐 로저스의 미래 전망이다.
석유 정점론
일각에서는 석유 정점(Pick Oil)론이 설득력을 얻어 가고 있다. 다시 말하면 ‘더 이상 석유 매장량이 없기 때문에 유가는 천정부지로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그러나 물리적 의미에서 석유 매장량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석유 가격이 쌌기 때문에 석유 탐사를 하지 않았을 뿐이다.
석유 가격이 오르면 동시에 매장량도 늘어난다. 왜냐하면 매장량은 현재의 가격과 기술의 함수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가격이 오르면 그동안 채굴이 어렵거나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포기했던 유전들이 경제성을 갖기 때문에 다시 석유 공급량이 늘어난다. 동시에 가격도 내려갈 것이다. 대체에너지 개발도 採算(채산)이 맞기 때문에 큰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고유가 시대가 닥치면 허둥댈 것이 아니라 이제 값싼 석유 시대는 갔다고 생각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視界(시계)를 확장하면 경제 주체는 늘 위기와 역경을 극복하면서 생존을 위한 새로운 해법을 제시해 왔다. 현재 우리 사회는 外患(외환)이 아니라 內憂(내우)가 더 큰 문제이다. 적은 바깥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내부에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