孔柄淏가 바라보는 오늘의 한국경제 - 大選의 의미 : 월간조선

우리는 향후 5년, 아니 그 이후 한국 정치·경제·사회·외교·문화 등 각 부분에서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될 선택을 앞두고 있다. 우리는 여전히 행정부 수장의 영향력이 막강한 사회에 살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다음 국가지도자를 현명하게 선택해야 한다.

大選(대선) 후보자(혹은 정치세력)가 표를 얻기 위해 어떤 言動(언동)을 하더라도, 60여 년의 인생 역정을 걸어온 그의 중심에는 삶과 세상 그리고 한 나라의 진로에 대해서 나름대로 정리된 생각의 틀이 있게 마련이다. 그런 사람에게 「이러이러한 방향으로 변신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유권자들로서는 大選에 임하는 후보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그의 장·단점을 잘 따져서 선택하는 것이 최선이다. 대통령으로 누가 적당한지를 고려할 때 유권자들은 겉모습보다는 후보들이 본래 갖고 있는 성향이나 생각, 그리고 믿음 체계에 더욱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우리는 겉모습만 보고 즉흥적으로 선택한 후보들이 집권 이후에 어떤 행보를 걸어왔는지 충분히 경험했다. 그들이 국민들의 바람과 관계없이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나라를 엉뚱한 방향으로 이끌고 가는 바람에 치러야 했던 비용은 얼마나 큰지 이미 경험했다. 그런 경험은 한두 번이면 충분하다.

나는 2007년 대통령 선거전을 「平等-左派(평등-좌파)」진영과 「自由-右派(자유-우파)」 진영 간 대결구도로 본다.

혹자는 이런 분류를 비판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남북 대치상황 등을 고려할 때, 지난 10여 년 동안 집권했던 한국의 左派 진영을 두고 그냥 「左派」라고 부르기에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그들의 正體性(정체성)을 규정할 때는 반드시 「平等」 혹은 「親北(친북)」이란 단어를 붙여야 한다.

지난 10여 년 동안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계속해서 「햇볕정책」을 신앙처럼 고수하려는 세력들은 이번에는 스스로의 正體性을 두루뭉술한 용어로 적당히 숨겨서는 안 된다.

그들은 이번에야말로 『저희들은 전통적인 左派 진영의 정책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親北 정책을 앞으로도 계속 고수할 것입니다』라고 솔직히 이야기하고, 그에 대해 표로 심판받아야 한다.

그들이 분명하게 자신의 正體性을 드러냈음에도 국민들이 그들을 선택하면, 그 방향으로 나라를 이끌고 가면 된다. 집권을 위해 이도 저도 아닌 모호함으로써 자신의 正體性을 감춘 채 국민들의 지지를 구하는 일은 정직하지 않고 올바르지 않은 일이다.

中道는 없다

선거철이 되면 많은 후보들이 「中道(중도)」를 표방한다. 표를 얻는 과정에서는 「中道」가 인기를 끌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당선되고 난 후에는 「중간은 없다」는 표현처럼, 스스로 옳다고 믿는 길로 나라를 이끌어 가고 싶어 한다.

이번 大選은 平等左派 진영과 自由右派 진영 간의 한판 승부가 될 수밖에 없다. 이런 기준을 제쳐두고 지역주의를 부추기고 특정 후보의 과거 행적을 부각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희석시키는 것이다.

平等左派 진영과 自由右派 진영의 차이점은 지향점·방법·결과를 비교해 보면 확연하게 나타난다. 물론 이를 두고 『지나치게 二分法的(이분법적)인 思考(사고)방식』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정치의 본질이 절충과 타협임을 고려하면 두부 자르듯이 두 가지로 선명하게 나눌 수 있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설령 현실의 정치 세계에서 절충과 타협이 이루어지더라도 문제의 본질을 또렷하게 세상에 드러내면 낼수록 선택하는 사람들은 확실한 정보와 지식을 구할 수 있다.

平等左派와 自由右派 진영이 추구하는 비전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하나는 평등한 사회를, 다른 하나는 자유로운 사회를 추구한다.

이들의 역사의식은 크게 다르다. 平等左派 진영은 李榮薰(이영훈) 서울大 교수가 정확하게 묘사했듯이 집단적·폐쇄적·관념적·도덕적·갈등적·부정적인 역사의식을 갖고 있다. 당연히 그들은 지난 50년 동안 대한민국이 이룩한 성취들을 폄하하고 부정한다.

반면에 自由右派의 역사의식은 개인적·개방적·실체적·실용적·통합적·긍정적인 역사의식을 갖고 있다. 그들은 지난 50년간 대한민국의 역사에 대해 부분적인 문제가 있기는 해도 성취의 역사로 자랑스럽게 여긴다.

50년의 성취를 어떻게 볼 것인가?

자유와 번영을 가져온 대한민국과 억압과 빈곤을 가져온 북한 체제 사이에「절충」은 불가능하다.

과거를 어떻게 보는가의 차이는 미래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의 차이를 낳게 된다. 과거에 우리가 이룬 것을 폄하하는 사람들이라면, 당연히 과거를 부정하는 방향으로 미래를 만들어 가고 싶어 한다.

지난 50여 년의 세월동안 한국인들이 이루어 낸 성취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은 잘못된 것이다. 그것은 강한 선입견과 편견, 그리고 시대의 흐름과 동떨어진 사상에 젖어 있지 않는 한 내릴 수 없는 판단이다.

구체적인 방법으로 들어가면 平等左派 진영의 정책과 自由右派 진영의 정책 사이에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경제·외교·국방·교육·추진세력 등 거의 모든 면에서 차이가 난다.

平等左派 진영의 추진그룹은 말에 능숙하고 대중동원과 선전선동에 익숙한 사람들이다. 원래 사회 운동을 통해서 성장해 온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사상체계는 「제 3의 길」·사회민주주의·민족주의 등이 혼합된 것이다.

반면에 自由右派 진영은 말보다는 행동에 능숙하며, 생업을 통해 실력을 갈고 닦아 온 사람들이 많다. 이들은 말보다는 성과를 중시한다. 이들은 실용주의와 自由主義를 추구한다.

역사와 현실을 보는 눈이 다르기 때문에 平等左派 진영과 自由右派 진영의 통일관은 현저하게 차이가 나게 마련이다.

「실패한 체제」 북한과 무엇을 절충하나?

左派 진영은 늘 「우리가 남이가」,「우리 민족끼리」를 내세운다. 그들은 理想的(이상적)인 통일한국의 모습으로 「남북한의 절충적인 체제」를 지향한다.

북한은 스스로의 의식주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실패한 체제다. 존립 기반을 상실한 체제인 것이다. 자신의 백성들조차 먹여 살리지 못하면서 시도 때도 없이 국제사회에 도움을 구걸하는 체제로부터 무엇을 도입하고, 그 체제와 무엇을 절충하자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북한은 누군가가 이야기하듯이 「人民主權(인민주권)」의 나라가 아니라 「一人(일인)주권」의 나라다. 나는 「연방제」를 주장하는 사람들, 알현하듯 金正日(김정일)을 만나러 북한으로 달려가고, 그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몸이 단 사람처럼 행동하는 한국의 일부 정치 지도자들을 이해할 수 없다.

自由右派 진영은 자유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중심을 둔 흡수통일방안을 지지한다. 그들은 「현실에서 실패한 체제는 더 나은 체제로 대체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략상 내놓고 흡수통일을 주장하지는 않더라도 이들은 「번영을 가져오는 체제는 결코 절충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믿는다.

親北左派는 북한을 정상적인 국가로 간주하고, 북한의 위협을 과소평가한다. 그들은 통일전략에 관한 한, 철학도 없고 대책도 없다. 그들은 북한당국과 북한주민을 구분하지 않고 돕는다.

우리의 對北 정책의 첫 번째 목표는 북한 주민 개개인의 人權(인권)과 삶의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 올바른 가치에 의해 뒷받침되지 않는 정책은 그 근거를 상실할 수밖에 없다.

自由右派는 북한을 非정상적인 국가로 간주하고, 북한의 위협은 여전히 크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자유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 중심의 통일을 추구하며, 원칙에 입각해서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사용하는 對北(대북)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장한다.

親北左派의 對北정책에서 이해하기 힘든 점은 「평화를 구걸할 수 있다」, 「평화를 돈으로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부분이다. 평화는 그런 식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평화는 강한 경제, 강한 군대, 강한 도덕적 신념에서부터 얻을 수 있다.

親北左派는 외교정책에서 내놓고 「反美(반미)」를 주장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들은 미국에 대한 반감을 기막히게 이용한다. 그들은 反美색채가 강한 시민사회단체들의 연대 모임을 활용해서, 『자 봐라. 국민들의 여론이 이렇지 않는가』라고 말하고 싶어 한다.

自由右派는 미국을 「강대국 가운데서 가장 개인적 自由와 같은 인간의 보편적 권리에 대한 믿음을 가진 나라」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가능한 한 미국과 선린우호 관계를 유지하기를 바란다.

「소프트 파워」라는 개념으로 미국 외교안보정책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바 있는 조지프 나이 하버드大 교수는 韓美(한미)관계에 대해 이렇게 말한 바 있다.

『한국과 미국이 오랜 시간 동안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 온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당장의 위협인 북한 때문이었고, 두 번째는 한국이 중국과 일본이라는 두 개의 거대 경쟁 국가 사이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두 강대국 중 한 곳의 지나친 영향력에 좌우되지 않으려면 미국처럼 멀리 떨어져 있는 우방, 영토 야욕이 없는 국가와 좋은 관계를 지속시키는 것이 유리하다』

親北左派와 自由右派 사이에는 주변국과의 외교 전략에서 차이가 있다. 정치적 목적으로 민족주의를 이용하려는 親北左派 정권下에서는 주변국가와의 관계가 원활할 수 없다.

거대정부 對 작은 정부

平等左派는 「거대정부」를 선호한다. 그들은 「언제라도 미래의 소득을 끌어다 현재 소비를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들은 복지나 지역균형 개발 등 좋은 명분을 위해서라면 빚을 내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때문에 이들은 주저 없이 세금부담을 늘리고, 국가負債(부채)와 재정赤字(적자)가 늘어나는 것을 아랑곳 하지 않는다.

自由右派는 「작은 정부」를 선호한다. 이들은 減稅(감세)로 기업가 정신을 북돋운다. 自由右派는 인간을 「개개인에게 개인적 선택의 폭을 넓혀 가면 당연히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투자하고, 열심히 저축할 수 있는 自由의지를 가진 존재」로 가정한다.

이들은 「소득의 범위 내에서 소비해야 한다는 것」은 변함없는 진리다. 미래의 소득을 끌어다가 소비하는 것은 잘못이다. 따라서 빚을 내서 나라 살림을 꾸리는 일은 올바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平等左派는 平等 촉진에, 自由右派는 경쟁 촉진에 비중을 둔다.

교육정책에서는, 平等左派는 3不정책에 기초를 둔 평준화를 선호한다. 반면에 自由右派는 평준화의 틀을 허물어야 하고, 학생과 학부모에게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주고, 교육에 대한 국가의 과도한 개입을 자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복지정책에서는, 平等左派는 상대적 격차의 해소를 위해 施惠性(시혜성) 복지정책이 계속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이런 정책은 효과는 거의 없고 막대한 재정적자와 국가부채를 남기게 된다. 뿐만 아니라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받기 위해 정책을 惡用(악용)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自由右派는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지원을 하는 보조정책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번영으로 가는 길」對「빈곤으로 가는 길」

自由右派의 길을 가느냐, 平等左派의 길을 가느냐에 따라 결과물은 크게 차이가 난다. 左派의 길로 나아가서는 높은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 일부는 기적을 기대하기도 하지만, 이는 하늘나라에서나 가능한 이야기다. 현실 세계에서는 「뿌린 대로 거둔다」는 因果(인과)법칙이 통하기 때문이다.

平等左派의 길을 따를 때, 결론은 「낮은 성장률」이다. 곳간이 비다 보면 자연히 사회적 갈등과 분쟁이 확산된다. 사회의 모든 부분에서 기업가 정신이 쇠락하게 된다.

自由右派의 길로 나아가면 低비용·高효율 사회를 달성할 수 있으며,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과 창조 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다. 「한번 잘 해 보자」,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서야 하겠다」, 「도전하자」는 분위기가 사회를 지배하게 된다. 창업이 활성화되고 기업들의 투자가 늘어난다. 사람들은 무기력함과 체념에서 벗어나서 미래를 보고 다시 뛰게 된다.

民度(민도)가 높은 국민들은 甘言利說(감언이설)과 분위기에 녹아나지 않는다. 지난 10년의 경험으로부터 「어떻게 하는 것이 우리가 가야 할 길인지」를 충분히 깨우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이번 大選은 자유주의와 反자유주의의 대결이며, 「번영으로 가는 길」과 「빈곤으로 가는 길」의 대결이며, 「작은 정부로 가는 길」과 「거대정부로 가는 길」의 대결이다. 국민들의 현명한 선택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