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信하지만 미움도 없다
JP의 모질지 못한 天性
자민련 金鍾泌 총재는 정치적으로 모질지 못한 사람인 것처럼 인간적으로도 다른 사람에 대해 혹독하지 않은 성격이다. 金총재가 하는 말 중 가장 심한 욕이 있는데, 그것은 「고얀 놈」이란 것이다. 美 솔트레이크 동계 올림픽 쇼트트랙 김동성 선수와 한국인을 비하한 미국 NBC 투나잇쇼의 코미디언 제이 레노에 대해 金총재는 『고얀 놈』이라고 했다.
金총재가 「고얀 놈」이라고 했을 때는 그 사람을 정말 인간적으로 경멸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金총재가 이 표현을 쓰면 그것은 기삿거리가 된다. 그러나 金총재는 그런 식의 상대방을 폄하하는 말을 좀처럼 하지 않는다.
동시에 金총재는 타인에 대한 칭찬에도 인색하다. 자신의 호감을 표현하는 데에서도 그는 조심하고 매우 절제하는 성격이다. 이런 점에서 金大中 대통령에 대한 애증, 말하자면 순수한 감정의 편린들을 포착하기는 어렵다. 속마음이야 당연히 있겠지만, 그것을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다. 金총재의 그런 조심스러운 언사들은 그 나름대로의 처세술이기도 하다. 특히 대통령이나 정치지도자들에 대해서는 그렇다.
金총재와 金大中 대통령과의 애증관계는 역시 1997년 대통령 선거에서의 공조와 파기, 그 우정과 배신의 과정이 가장 드라마틱한 단서를 제공할 것이다. 내각제 개헌을 金대통령과 함께 국민 앞에 공약했던 金총재는 『그때 내가 대통령에게 내각제 개헌을 국회에서 발의라도 해 달라고 했는데 들어 주지 않았다』는 말을 자주 하고 있다.
우정과 배신
金대통령에 대한 배신감의 표현이지만 그는 그것만을 말하고 더 이상은 나가지 않는다. 어쨌든 이것이 쌓여 2000년 16代 총선 때 두 사람은 결별했다. 선거 때는 金 총재에 대해 민주당에서는 직접적으로 비난하지 않았지만 시민단체들은 입에 담을 수 없는 말들을 했다.
선거 결과, 金총재는 원내 의석 17석으로 전락했다. 교섭단체도 붕괴되었다. 마찬가지로 金대통령도 의회 다수의석을 차지하지 못했다. 그러나 총선 뒤 金대통령이 소수여당으로서 어려운 처지에 빠지자 金총재는 『有終之美(유종지미)를 위해서』라며 다시 金대통령과 손잡았다.
회복된 DJP 공조는 그러나 곧 중요한 실험대에 올랐다. 2001년 8월 林東源 통일부 장관 파문이었다. 평양축전 좌파인사 참가를 허용한 林장관에 대해 金총재가 자진사퇴를 요구했다. 그러나 金대통령은 金총재의 요구를 거부했고, 金총재는 다시 金대통령과 결별했다.
이 사건은 金총재가 金대통령을 시험한 것이었으며 공동정부 內에서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는 것이기도 했다. 나중에 金총재는 『공동정권 창출의 한 축으로서 장관 하나의 경질도 요구할 수 없느냐. 대통령을 위해서나 林장관 자신을 위해 중도적 길을 제시했는데 그것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섭섭함을 토로했다.
두 번째 DJP 공조의 붕괴 이후 金대통령은 급속히 임기 말의 무기력함으로 빠져들었다. 金총재도 정치적 영향력을 거의 상실했다. 李漢東(이한동) 국무총리는 金총재를 배신하고 金대통령 편으로 남았다. 金총재의 낙담과 상심은 날이 갈수록 깊어갔다. 그러나 이 때도 그는 金대통령을 인간적으로 비난하지는 않았다.
DJP의 동거가 破鏡(파경)을 맞은 뒤의 金총재의 현 주소는 어렵고 곤혹스럽다. 당장 올해 지방선거에서 그는 死活(사활)이 결판날 상황이다. 당세는 대전·충남에서 명맥을 유지해 나갈 만큼 위축되었다. 충청권의 패권을 놓고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지지기반 잠식은 무서울 만큼 집요하고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金총재는 그에 대항할 수단이 없다.
『노병은 죽지 않고 사라지지 않는다. 오직 매듭짓고 사라질 뿐이다』, 『서쪽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노을처럼 그렇게 내각제의 불을 벌겋게 지펴 놓고 조용히 내 정치인생을 마감하겠다』고 하는 그의 요즘 말에는 진한 외로움마저 느껴진다.
내각제를 일생의 과업이라 여기고, 그 단초를 여는 데 마지막 남은 모든 투혼을 불사르겠다는 그의 다짐에서는 한국 정치사에 온몸으로 부딪쳐 온 金총재가 자신의 정치인생을 나름대로의 길로 마감하겠다는 비장한 결심이 엿보인다.
金총재는 오로지 내각제 실현을 위해 모든 것을 불태우겠다고 하지만, 이제 더이상 金大中 대통령에게 도움을 기대하지는 않는 것 같다. 이미 국민 앞에 선언한 내각제 개헌합의도 지켜지지 않았는데, 金대통령의 더 이상 어떤 약속을 한들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金총재의 측근인사들은 말한다. 그 점에서 두 사람의 관계에서 「인간적 신뢰」 같은 것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볼 것이다.
더 이상 미워할 이유가 없다
지난 1월29일 청와대 회동에서 두 사람은 딱히 뚜렷한 결론도 없었지만, 서로가 언성을 높이며 헤어진 것도 아니었다. 두 사람은 林東源 파동 이후 처음인 이 만남에서 서로의 상흔을 어루만졌을 것이고, 정치인생의 종착역을 눈앞에 둔 같은 입장에서 서로의 삶을 들여다 보았을 것이다.
어떤 정치적 현안을 두고 논의했다기보다는, 그런 아픈 마음들을 서로 비쳐보는 시간을 갖고 싶었던 것이 그날 회동에서 처음부터 두 사람이 바란 것일지도 모른다.
金총재는 어쩌면 金대통령을 근본적으로 신뢰하지 않는 편이라고 말하는 게 더 옳을지 모른다. 지난 大選에서 DJP 공조를 약속하면서 내각제 합의를 문서로 만들어 국민에게 공표까지 한 것은, 金대통령에 대한 튼튼한 신뢰가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金총재와 金대통령은 각각 40여년의 정치역정에서도 반대의 길을 걸어왔다.
사상적으로는 먼 대척점에 있다. 그렇게 정치적 타산에 의해 강제된 신뢰도 무너지고, 별 기대도 없으며, 인간적 정의도 깊지 않다면, 더 이상 두 사람은 서로를 미워할 이유도 없다.
金총재와 金대통령은 그렇게 서로의 길을 가며 정치인생을 마감할 것인가. 유일한 가능성의 고리가 있다면 金총재가 집착하는 내각제일 수 있다. 金대통령이 마지막 임기 內에 내각제에 대한 우호적 입장을 피력하거나 그 불을 지피는 데 일조한다면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그 현실적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DJ는 JP에게 모질게 했다. JP의 도움을 받아 대통령이 되었으면서도 내각제 對국민 공약을 어겼고, 대우 또한 인색했다. 그러나 그걸 겉으로 표현하지 않는 게 JP의 성격이다. 자신에 대한 대접, 어떻게 보면 있을 수 없는 배신에 섭섭해 하면서도 이제 국민의 지탄을 받고 있는 대통령을 오히려 측은하게 여기는 것이 金총재이다』
金총재의 한 측근 말이다.
자민련 金鍾泌 총재는 정치적으로 모질지 못한 사람인 것처럼 인간적으로도 다른 사람에 대해 혹독하지 않은 성격이다. 金총재가 하는 말 중 가장 심한 욕이 있는데, 그것은 「고얀 놈」이란 것이다. 美 솔트레이크 동계 올림픽 쇼트트랙 김동성 선수와 한국인을 비하한 미국 NBC 투나잇쇼의 코미디언 제이 레노에 대해 金총재는 『고얀 놈』이라고 했다.
金총재가 「고얀 놈」이라고 했을 때는 그 사람을 정말 인간적으로 경멸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金총재가 이 표현을 쓰면 그것은 기삿거리가 된다. 그러나 金총재는 그런 식의 상대방을 폄하하는 말을 좀처럼 하지 않는다.
동시에 金총재는 타인에 대한 칭찬에도 인색하다. 자신의 호감을 표현하는 데에서도 그는 조심하고 매우 절제하는 성격이다. 이런 점에서 金大中 대통령에 대한 애증, 말하자면 순수한 감정의 편린들을 포착하기는 어렵다. 속마음이야 당연히 있겠지만, 그것을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다. 金총재의 그런 조심스러운 언사들은 그 나름대로의 처세술이기도 하다. 특히 대통령이나 정치지도자들에 대해서는 그렇다.
金총재와 金大中 대통령과의 애증관계는 역시 1997년 대통령 선거에서의 공조와 파기, 그 우정과 배신의 과정이 가장 드라마틱한 단서를 제공할 것이다. 내각제 개헌을 金대통령과 함께 국민 앞에 공약했던 金총재는 『그때 내가 대통령에게 내각제 개헌을 국회에서 발의라도 해 달라고 했는데 들어 주지 않았다』는 말을 자주 하고 있다.
우정과 배신
金대통령에 대한 배신감의 표현이지만 그는 그것만을 말하고 더 이상은 나가지 않는다. 어쨌든 이것이 쌓여 2000년 16代 총선 때 두 사람은 결별했다. 선거 때는 金 총재에 대해 민주당에서는 직접적으로 비난하지 않았지만 시민단체들은 입에 담을 수 없는 말들을 했다.
선거 결과, 金총재는 원내 의석 17석으로 전락했다. 교섭단체도 붕괴되었다. 마찬가지로 金대통령도 의회 다수의석을 차지하지 못했다. 그러나 총선 뒤 金대통령이 소수여당으로서 어려운 처지에 빠지자 金총재는 『有終之美(유종지미)를 위해서』라며 다시 金대통령과 손잡았다.
회복된 DJP 공조는 그러나 곧 중요한 실험대에 올랐다. 2001년 8월 林東源 통일부 장관 파문이었다. 평양축전 좌파인사 참가를 허용한 林장관에 대해 金총재가 자진사퇴를 요구했다. 그러나 金대통령은 金총재의 요구를 거부했고, 金총재는 다시 金대통령과 결별했다.
이 사건은 金총재가 金대통령을 시험한 것이었으며 공동정부 內에서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는 것이기도 했다. 나중에 金총재는 『공동정권 창출의 한 축으로서 장관 하나의 경질도 요구할 수 없느냐. 대통령을 위해서나 林장관 자신을 위해 중도적 길을 제시했는데 그것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섭섭함을 토로했다.
두 번째 DJP 공조의 붕괴 이후 金대통령은 급속히 임기 말의 무기력함으로 빠져들었다. 金총재도 정치적 영향력을 거의 상실했다. 李漢東(이한동) 국무총리는 金총재를 배신하고 金대통령 편으로 남았다. 金총재의 낙담과 상심은 날이 갈수록 깊어갔다. 그러나 이 때도 그는 金대통령을 인간적으로 비난하지는 않았다.
DJP의 동거가 破鏡(파경)을 맞은 뒤의 金총재의 현 주소는 어렵고 곤혹스럽다. 당장 올해 지방선거에서 그는 死活(사활)이 결판날 상황이다. 당세는 대전·충남에서 명맥을 유지해 나갈 만큼 위축되었다. 충청권의 패권을 놓고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지지기반 잠식은 무서울 만큼 집요하고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金총재는 그에 대항할 수단이 없다.
『노병은 죽지 않고 사라지지 않는다. 오직 매듭짓고 사라질 뿐이다』, 『서쪽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노을처럼 그렇게 내각제의 불을 벌겋게 지펴 놓고 조용히 내 정치인생을 마감하겠다』고 하는 그의 요즘 말에는 진한 외로움마저 느껴진다.
내각제를 일생의 과업이라 여기고, 그 단초를 여는 데 마지막 남은 모든 투혼을 불사르겠다는 그의 다짐에서는 한국 정치사에 온몸으로 부딪쳐 온 金총재가 자신의 정치인생을 나름대로의 길로 마감하겠다는 비장한 결심이 엿보인다.
金총재는 오로지 내각제 실현을 위해 모든 것을 불태우겠다고 하지만, 이제 더이상 金大中 대통령에게 도움을 기대하지는 않는 것 같다. 이미 국민 앞에 선언한 내각제 개헌합의도 지켜지지 않았는데, 金대통령의 더 이상 어떤 약속을 한들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金총재의 측근인사들은 말한다. 그 점에서 두 사람의 관계에서 「인간적 신뢰」 같은 것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볼 것이다.
더 이상 미워할 이유가 없다
지난 1월29일 청와대 회동에서 두 사람은 딱히 뚜렷한 결론도 없었지만, 서로가 언성을 높이며 헤어진 것도 아니었다. 두 사람은 林東源 파동 이후 처음인 이 만남에서 서로의 상흔을 어루만졌을 것이고, 정치인생의 종착역을 눈앞에 둔 같은 입장에서 서로의 삶을 들여다 보았을 것이다.
어떤 정치적 현안을 두고 논의했다기보다는, 그런 아픈 마음들을 서로 비쳐보는 시간을 갖고 싶었던 것이 그날 회동에서 처음부터 두 사람이 바란 것일지도 모른다.
金총재는 어쩌면 金대통령을 근본적으로 신뢰하지 않는 편이라고 말하는 게 더 옳을지 모른다. 지난 大選에서 DJP 공조를 약속하면서 내각제 합의를 문서로 만들어 국민에게 공표까지 한 것은, 金대통령에 대한 튼튼한 신뢰가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金총재와 金대통령은 각각 40여년의 정치역정에서도 반대의 길을 걸어왔다.
사상적으로는 먼 대척점에 있다. 그렇게 정치적 타산에 의해 강제된 신뢰도 무너지고, 별 기대도 없으며, 인간적 정의도 깊지 않다면, 더 이상 두 사람은 서로를 미워할 이유도 없다.
金총재와 金대통령은 그렇게 서로의 길을 가며 정치인생을 마감할 것인가. 유일한 가능성의 고리가 있다면 金총재가 집착하는 내각제일 수 있다. 金대통령이 마지막 임기 內에 내각제에 대한 우호적 입장을 피력하거나 그 불을 지피는 데 일조한다면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그 현실적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DJ는 JP에게 모질게 했다. JP의 도움을 받아 대통령이 되었으면서도 내각제 對국민 공약을 어겼고, 대우 또한 인색했다. 그러나 그걸 겉으로 표현하지 않는 게 JP의 성격이다. 자신에 대한 대접, 어떻게 보면 있을 수 없는 배신에 섭섭해 하면서도 이제 국민의 지탄을 받고 있는 대통령을 오히려 측은하게 여기는 것이 金총재이다』
金총재의 한 측근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