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한국의 정치 혁명 盧武鉉 돌풍과 보수층의 대응 2 : 월간조선

퇴임하는 金大中의 最高綱領과 最低綱領

金大中 대통령의 퇴임 대책에 있어서, 최고강령은 「햇볕 노선」을 고수할 수 있는 후계정권 再창출이고, 최저강령은 퇴임 후의 안전을 위한 호남기지 固守(고수)이다. 임기 중 이념면에서 건국노선과 다른 길을 걸은 金大中으로서는 임기 후에 있을 수 있는 법률적 소추에 대한 위험마저도 고려해야 하는 입장이다.

신변 위험에 대한 대비책 수립을 위해서는 전례가 있다. 金泳三 대통령 재임 중 全斗煥·盧泰愚 대통령이 소추되기 전, 金泳三은 기자회견에서 『5·16은 쿠데타이고, 12·12는 쿠데타적인 것이다…』고 했는데, 이 言脈(언맥)과 당시 상황에서 유추하면, 5·16은 처단 대상이 되고 12·12는 합법적 절차의 외피를 쓰고 있었으므로 처단대상까지는 안 된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우여곡절 끝에 全·盧는 처단되고, 金鍾泌 총재는 구제되었다. 全·盧가 처단되고 金이 구제된 것은 법철학의 논리적 귀결이 아니었고, 근본 이유는 金鍾泌이 국회 안에 정치부대를 가지고 있어 金泳三派의 책동을 저지할 수 있었던 데 반해, 全·盧는 국회 내에 手下의 정치부대를 상실하고 있었던 데 있다.

全·盧의 경우, 심지어는 민정당 출신인 玄敬大 의원이 全·盧 처단을 위한 5·18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을 정도였다. 金鍾泌 처단 주장도 잠깐 분출되었으나, 국회 내에 정치적 부대를 구축하고 있는 金鍾泌을 어떻게 할 수는 없었다. 따라서 金大中이 퇴임 후의 안전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국회 내에서 유효한 능력을 가진 정치부대를 직접 장악하고 있어야 한다. 이것이 퇴진에 대비하는 金大中의 最低綱領(최저강령)이다.

金大中 정책에 있어서 선임자들과 가장 뚜렷하게 구분되고 국민적 거부감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것은 「햇볕정책」이다. 한나라당 李會昌 총재는 『햇볕정책을 찬성한다』고 하면서도, 『햇볕정책을 정치에 정략으로 이용하지 말라!』는 성명을 간간이 발표해 왔는데, 事案(사안)을 오해한 데서 나온 표적을 벗어난 성명이다.

「햇볕정책」은 金大中의 「정략」이 아니다. 그것은 金大中의 이데올로기다. 햇볕정책을 퇴임 후에도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민주당의 좌파가 다음 대통령직을 차지케 해야 한다. 이를 위한 정권 再창출이 金大中의 퇴임 대비 最高綱領(최고강령)이다.

政略에서 制度革新으로

다 아는 바와 같이 金大中 정권은 호남과 좌파가 연합한 소수파 정권이다. 金大中派가 소수파이므로, 차기 대통령 후보 감과 민주당 차기 당수 감이 일치할 수 없게 되었다. 즉 민주당의 차기 당수는 金大中 직계이어야 하는데, 직계는 필연적으로 국민정치의 소수파로서 대통령에는 당선될 수 없다. 이런 정황 속에서 金大中 이후의 민주당 당수 감으로 적합한 인물이 韓和甲 의원이고, 대통령 후보 감으로 부상되었던 인물이 李仁濟 의원이었다.

그런데 金大中이 鳥瞰(조감)해 볼 때, 韓和甲은 자연스러우나 李仁濟는 이질적이다. 韓和甲은 최소강령을 수호하겠지만, 李仁濟는 최고강령을 수호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민주당 경선 전까지에는) 李仁濟 외에는 누구도 李會昌을 이길 수 없는 정황이었기 때문에, 李仁濟의 경쟁력만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力關係(역관계)를 통찰한 李仁濟는 「당권과 대권의 분리」를 내걸어, 당수와 대통령 후보 중 당수를 자진 반납했다. 집권시 권력의 절반을 미리 양도함으로써 권력분점 협상을 한 것이었다. 이 協商案(협상안)은 명분상으로도 거절할 수 없는 中位点(중위점)이었을 뿐만 아니라, 李仁濟에게 아무 것도 주지 않음으로써 경선 전에 李仁濟가 탈당한다면 金大中派의 정치적 손실은 치명적이므로, 李仁濟를 경선 레이스에 가담시켜 레이스 완결 전에 이탈치 못하게 하는 것이 焦眉(초미)의 요체일 수밖에 없었다.

李仁濟가 제시한 「당권과 대권의 분리」에, 좌파는 「국민경선」을 부가했다. 「국민경선」이 부가되면, 당원 외에 다수의 당외 좌파 대중을 당내 경선판으로 인입하여 경선의 판세를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후의 이러한 상황전개는, 3월23일 충남 연설에서 李仁濟가 『…운동권 출신들이 구름처럼 다니면서 경선의 판도를 좌우하는 일이 없도록 판단해 달라』고 울부짖는 데서도 잘 드러나고 있었다.

金大中은 盧武鉉 대통령 후보, 韓和甲 당대표 체제를 원했다. 좌파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좋거니와, 대통령을 놓치더라도 직계가 호남당을 장악하고 있으면 퇴임 후의 안전이라는 최저강령은 충족될 수 있는 것이다. 韓和甲은 광주 경선을 계기로 중도사퇴하여, 盧武鉉에게 결정적 이익을 안겨 준 후, 냉각기를 거쳐 金元吉 등 원내외 의원·위원장 150여 명의 출마권유를 수용하는 형식을 취하면서, 4월1일 당 대표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정치의 形而上學(형이상학)은 形而下學(형이하학)을 매개로 실현된다. 민주당의 국민경선제가 정략적 이해관계 때문에 도입되었다고 하더라도, 이 제도는 한국 자유민주주의를 비약적으로 발전시켰다. 이 제도는 3권의 엄격한 분리를 기본으로, 동태적인 정치과정을 통하여 민의를 최대한 수렴하는 미국식 선진 자유민주주의에 접근하는 것이며, 한국 정치의 非합리적인 내각제적 절충주의와 한국 정당의 국가사회주의적 사무국 비대증을 청산케 할 것이다. 앞으로 한국 정치의 후진적 권위주의 요소를 청산케 하는 데 일조할 것이다.

시대의 話頭를 噴出시킨 민주당 競選

민주당 경선이 미국식 선진 국민자유경선제에 접근하는 형식을 갖추었기 때문에, 미국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나타나는 바와 같이, 경선과정에서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가장 절실한 시대의 정치적 화두가 분출되어 나왔다.

2002년 3월28일 전북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 TV 합동토론회에서 李仁濟는, 「盧武鉉이 1988년 7월8일 국회 對정부 질문에서 『재벌은 해체돼야 한다. 재벌 총수와 그 일족이 독점하고 있는 주식을 정부가 매수해서 노동자들에게 분배하자. 매수와 분배 모두 20년 거치 20년 분할상환 정도면 노동자들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집 없는 서민들, 중소 상공인, 농민들을 위해서 부채 탕감과 아울러 토지는 모두 같은 방법으로 분배하자』고 하고, 또 1989년 현대중공업 파업 현장에서, 『이번 파업은 법률상 위법이다.(중략) (그러나)밥 못 먹게 하는 법은 법이 아니다. 그러므로 법은 정당할 때 지키고 정당하지 않을 때는 지키지 말아야 한다… 노동자가 하루 놀면 세상이 멈춘다.(중략) 대학교수, 국회의원, 사장 전부가 뱃놀이 갔다가 물에 풍덩 빠져 죽으면 남은 노동자들이 어떻게든 세상을 꾸려 나갈 것이다. 그렇지만 어느 날 노동자가 모두 염병을 해서 자빠져 버리면 우리 사회는 그날로 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률, 경제, 사회관계 등 모든 것을 만들 때 여러분이 만드나. 아니다. 이제 여러분의 대표가 이런 것을 만들어야 한다. 그게 바로… 노동자가 주인되는 세상이다』고 하였음」을 적시했다.

李仁濟는 『盧武鉉의 노선은 「급진 좌」로 계급의식을 고취하고 선동하는 것이다』고 문제성을 지적했다. 李仁濟는 또, 『盧武鉉은 對北지원을 확대하고 금강산 사업은 세금을 털어서라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對北지원도 좋고 금강산도 좋지만 그 돈은 다 어디서 나오느냐』며 盧武鉉의 親北정책을 비판했다. 『盧武鉉은 韓美 공조관계에서 독자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남북냉전의 얼음이 녹을 때 더 위험한 만큼 韓美동맹 관계를 더욱 튼튼히 해야 한다』고, 盧武鉉의 反美性을 지적했다.

李仁濟의 金允秀(김윤수) 특보는 『盧武鉉의 장인이 6·25 때 부역한 혐의로 1953년 체포돼 1971년 마산교도소에서 사망했다』고 하여, 盧의 장인이 공산주의자였므로, 盧의 가정생활 깊숙이 심각한 사상적인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이에 盧武鉉은 『민주당과 金大中 대통령을 흔드는 색깔공세를 즉시 중단하라』, 『남북대화는 반드시 성공시키겠다』, 『이념 공세는 일부 극우 언론과 한나라당, 군사독재 정권, 부당한 기득권 세력이 항상 써먹는 것이다』고 非논리적 선동적으로 받아쳤다.

盧武鉉의 주장이 좌파 논리라는 것은, 勞動階級主導權(노동계급주도권)을 내세우는 것이나, 勞動價値根本說(노동가치근본설)을 주장하는 것이나, 자본주의를 옹호하는 법체계의 부인을 노동계급에 선동하는 수법에서 드러난다. 盧武鉉이 한국의 다수파 언론을 「극우 언론」이라고 억지 지적을 하고 있는 것이나, 이 「극우 언론」과 한나라당, 군사독재 정권, 기득권 세력을 함께 묶어서 적대시하는 계급적 관점도 좌파의 선전선동 수법 그대로이다.

「메이저 언론은 國有化해야」

이에 앞서 2월21일 KBS 춘천방송 주최 토론회에서 李仁濟는 『언론 개혁 당시 「(盧武鉉은)언론과의 전쟁도 불사해야 한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따져 묻고, 특히 과거 盧武鉉의 「조폭 언론」 발언과 관련, 『특정 언론사를 主敵으로 보고 「조폭」으로 규정하는데, 이는 중국 진시황의 분서갱유와 똑 같다』고 지적했다.

金允秀는 지난 3월4일 『盧武鉉은 2001년 8월1일 서울 여의도 한 음식점의 저녁식사 자리에서 방송·신문기자 다섯 명, 柳鍾珌(유종필·盧武鉉의 공보특보) 등이 참석한 가운데, 「나라의 발전과 국민통합, 그리고 강력한 개혁을 위해서 언론이 한 방향으로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제한 뒤, 「내가 집권하면 메이저 신문들을 국유화하겠다」는 발언을 했다』고 말했다.

金특보는 『당시 참석 기자들이 어떤 방법으로 국유화를 하겠느냐고 묻자, 盧武鉉은 「언론사 社主들의 주식보유 제한도 필요하다. 과거 나는 동아일보를 참 좋아했다. 그러나 요즘 논조가 맘에 안 든다. 내가 대통령이 되면 金炳琯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거부할 경우 동아일보를 폐간시키겠다」는 말을 했다』고 말했다.

李仁濟는 4월4일 밤 MBC 민주당후보 초청토론회에 나와, 『한 기자가 내게 와서 그런 얘기를 했으며, 확인 결과 참석했던 세 명이 대부분 일치된 얘기를 했다』고 하면서, 『대통령은 민주주의를 수호할 위치에 있는데 언론을 국유화하자고 한 것에 대해 해명이 있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盧武鉉은 『그런 말 한 적이 없다』고 했다.

盧武鉉은 金大中 정권의 해양수산부 장관이던 2001년 2월7일 출입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이제는 정권이 언론에 대한 선전포고도 불사해야 한다』고 했고, 이틀 후인 2월9일 한 인터넷신문과의 인터뷰에서도 『언론이 사회의 보편적 공론을 형성하지 않고 자기 마음에 안 드는 사람들에게 몰매를 내리치고 있기 때문에 「조폭적 언론」이라는 말에 공감한다』고 했으며 2001년 6월24일 청와대에서 열린 민주당 고문단 회의에서도 『언론개혁은 「제2의 6월항쟁」이다』고 했고, 다음날인 6월25일 민주당 확대간부회의에서도 『언론은 최후의 독재권력으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일련의 언동에서 盧武鉉의 언론 적대시 노선은 일관되게 드러났다.

矮小한 기회주의를 쫓는 李會昌

자유의 비밀은 용기이다. 용기 없는 자는 隸從(예종)의 굴레를 벗을 수 없다. 자유인이 가져야 할 최고의 덕목은 용기다. 지혜도 용기의 아들이다. 민주당과 같은 어려운 분위기에서 사상논쟁을 전개하고 있는 李仁濟의 용감성과 대비되는 이가 「기회주의적 보수」李會昌이었다.

결정적인 이념논쟁이 민주당에서 때맞게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에 맞서면서 「보수」를 정치상품화하고 있던 제1야당 총재 李會昌은 너무나 矮小(왜소)한 기회주의로 일관하였다. 사실 李仁濟가 盧武鉉에게 퍼붓고 있는 폭로적이고 정곡을 찌르는 언어의 공세는, 李會昌 총재가 그보다 오래 전에 이미 金大中 대통령에게 퍼부었어야 했던 것이 아닌가.

盧武鉉·李仁濟의 이념논쟁이 이미 날카로워진 2002년 3월29일, 李會昌은 盧武鉉·李仁濟 간의 이념논쟁을 겨냥해 정치 공세라고 펼친 것이 고작, 『국민들이 불안해 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그날 한나라당 경기 광명시지구당 정기대회에 참석해 『이 나라의 미래를 책임지겠다고 나선 여권의 사람을 보면서 국민들이 매우 불안해 하고 있다… 말을 수시로 바꾸고 나라의 미래를 어디로 끌고 갈지 몰라 국민을 불안과 좌절에 떨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李會昌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盧武鉉·李仁濟 공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어쨌든 국민들이 불안해 하는 것은 사실이 아니냐』고 반복했다. 그러면, 독 가스가 서서히 방안에 차고 있는데, 「불안하니까」 어느 누구 하나 경고하지 말고 가만히 졸고 있어서, 방안의 사람들이 모두 「불안하지 않은 가운데」 마비되어 죽어 가야 하는가.

이러던 李會昌이 4월3일 당 大選 후보출마 회견에서 『지금 급진세력이 좌파적인 정권을 연장하려 하고 있다』고 「과격한」 한마디를 했는데, 기자들이 『그러면 현 정권도 좌파정권이란 말이냐?』고 묻자, 『좌파라 말하지 않고 좌파적이라고 했다. …잘한 일도 있지만 때론 안정을 희구하는 국민 마음에 들지 않는 좌파적 정책을 펼쳤다는 측면에서 말한 것이다』고 어이없이 꼬리를 내렸다.

한국 정치의 가장 절박한 논쟁에 대한 태도로서는 凡庸(범용)·무위·비겁한 것이다. 朴槿惠 부총재가 탈당의 辯에서 「가만히 있으면 金大中에 대한 반사이익으로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私利的(사리적) 인물」이라는 취지의 비판을 했는데, 그 말을 입증하는 것 같은 행태이다. 李會昌의 이 정도의 「좌파 논쟁」 참여도 「원조 우파」崔秉烈 부총재의 경선 참여 선언에 떠밀린 대응이다.

2002년 4월1일 盧武鉉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민주노총의 총파업에 대해 『노동계가 시간을 갖고 대응할 수 있는데 승부에 너무 집착하는 성급한 태도를 갖고 있는 것 아니냐』면서도, 『정부가 너무 결론에 집착하고 조정력에 빈곤함을 보여 주고 있다』며, 여당 소속이면서도 정부의 법집행 노력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반면 李仁濟는 『국가 경제에 타격을 주는 총파업은 절대 안 된다』며 확실한 파업반대 입장을 취했다. 민주당 李洛淵 대변인마저도, 『경제 再도약의 시점에서 총파업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민노총의 파업을 명확히 반대했다.

그러나 李會昌의 지시를 받던 한나라당 남경필 대변인은 『노조는 국민을 볼모로 한 파업에 열중하고 있으며, 정부는 원칙론적인 강경대응 방침만을 되풀이하며 무대응, 무책임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무의미한 兩非論(양비론)을 내어 놓으면서, 논리의 기조에서는 파업을 저지하려는 정부를 「강경」으로 몰아 정부의 책임론을 더 강하게 제기했다. 노조의 불법파업에 대한 제동의지가 없었다. 그러면서도 「보수」인가.

李會昌의 장남 정연씨의 「원정출산 문제」에 대해 민주당 金賢美 부대변인은 『정연씨가 (아시아 개발은행의) 유급연구원 자리를 버리고, 월급 한푼 없는 (방문)연구원 자리를 위해 미국으로 간 것은 딸의 미국 시민권을 노린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추궁했다.

이에 대해 李會昌은, 『손녀는 비록 屬地主義(속지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미국에서 출생했으나, 미국 국적을 포기하기 위해서 미국 이민국에 국적 포기를 위한 법적 수속을 이미 밟았으며, 그래서 그녀는 지금 미국인이 아니다』는 답변이 나왔어야 할 것이었다. 아울러 그런 법적 수속을 밟았는데도 미국 국적이 취소되지 않았다면 그 이유를 국민에게 해명했어야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李會昌은 「손녀가 한국에 출생신고를 적법하게 했으므로, 그녀는 훌륭한 대한민국의 딸이다」는 요지로 답변했는데, 그대로라면 「훌륭한 대한민국의 딸」이 아니라 「이중국적자」인 것이 아닌가. 또 「결백했기 때문에 돈 없는 대쪽」으로 이미지가 형성되었고, 그 이미지를 정치상품화하고 있는 李會昌이, 114평의 아파트 세 채에서 본인·아들·딸이 「가족타운」으로 거주하고 있다는 폭로에 대한 해명에서는, 辯明(변명)의 불투명성으로 인해 논리의 정합성이나 有意味性(유의미성)을 발견할 수 없었다. 급히 6억5000만원짜리 단독주택으로 이사했다고 해서 끝난 문제가 아니다.

李會昌의 자살골… DJ 총재 사퇴 요구

李會昌은 전략전술에서 엉뚱한 실패를 반복하고 있다. 실패를 넘어 자살골도 있다. 예컨대 李會昌은 金大中에게 민주당 총재직에서 물러나라, 탈당하라고 여러 번 성명했다. 그런데 대통령제下에서 대통령을 소속 정당에서 물러나라고 강박하는 것은 대통령제의 원리를 파괴하는 실질적인 非法행위이다.

대통령은 본인의 공약과 출신 정당의 정치행태에 구속되는 것이며, 국민은 재임 중의 성과를 평가하여 그 당에 대한 신임을 결정하며, 후임 대통령을 선출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이 물러나 버리면, 대통령의 정치행태에 대해 그 소속 정당에 책임을 추궁할 수 없게 되고, 대통령제의 중요 구성요소인 정당정치는 空洞化(공동화)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金大中의 이미지가 최저상태인 현 정황에서는 이번 선거의 승리를 위한 전술상으로도, 민주당의 후임 대통령 후보자와 金大中의 이미지를 重疊(중첩)시켜야 한나라당이 이길 수 있다.

즉 정당정치의 제도적 원리에서나, 전술상의 견지에서나 李會昌은 金大中의 총재직 포기·탈당을 요구해서는 안 되었던 것이다. 오히려 金大中이 탈당하려 하면, 탈당의 反정당정치성·무책임성과 탈당 자체가 또 하나의 새로운 정치 음모의 시발임을 국민에게 경고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李會昌은 그 반대로 나갔다.

이에 好機(호기)를 잡은 金大中은 李會昌이 떠들도록 방치한 후, 때가 오자 아닌 보살하고 민주당 총재직에서 물러났다. 그렇게 되고 보니, 민주당 경선 이후의 뻔히 보이는 상황에서도 李會昌은 민주당 후보선출 과정이 「짜고 친 고스톱판」이었다고 지적하지 못한다.

그런 말을 하면 민주당 측에서는 『李會昌이 물러나라고 해서, 정당정치의 원칙에도 있을 수 없는 것을, 야당 존중의 견지에서 무리한 줄 알면서도 대통령이 여당 총재직을 사퇴해 주었는데, 또 생트집을 부린다』고 반격할 것이며, 이러한 민주당의 주장은 국민에게도 설득력이 있어 꼼짝 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이 金大中에 의해서 좌우되었다거나, 그 결과 선출된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金大中이 간택한 자이므로, 金大中의 失政(실정)을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할 수도 없게 되었다.

李會昌 스스로 金大中의 탈당을 요구했고, 총재사퇴時 잘한다는 평가를 내렸고, 국민 앞에 展示(전시)되는 경선의 외관이 후보자 상호간에 독립적으로 치고 받는 것처럼 보였고, 그 외의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총재직 포기와 집단지도제 채택도 朴槿惠가 요구할 때 즉각 받아야 되는 것이었다. 권력을 가진 여당이 총재직을 폐지하고, 黨 대표와 후보를 분리하고, 국민경선을 실행하는 마당에서, 야당인 李會昌이 총재직을 유지해서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李會昌의 거듭된 退行으로 인한 不敗構圖의 陷沒

그런데 왜 李會昌에게서 이런 전술적 퇴행이 일어날까? 李會昌의 이념이 혼돈상태이기 때문이다. 정치에서 노선은 이념의 표현형태이며, 전략은 노선의 표현이고, 전술은 전략의 구체화이다. 결국 이념에서 전술이 나오는 것인데, 이념이 혼돈되어 있으니까 전략도 전술도 동요와 퇴행을 거듭하게 된다. 선명하고 바른 이념에서만이 승리할 수 있는 전략·전술이 나온다. 상황에 반응하는 단순한 「꾀」는 전략·전술이 될 수 없다.

민주당의 기반은 호남과 좌파이고, 한나라당의 기반은 영남과 우파이다. 영남의 유권자수는 호남보다 많다. 우파의 세력은 좌파에 비해 압도적이다. 한국 우파가 약해 보이는 것은 구심점 상실로 인해 파편화되었기 때문이지, 숫자로나 힘으로나 좌파를 압도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이러하므로, 민주당 경선 전까지 한나라당 당수로 있었던 李會昌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無爲(무위)의 상태에서도, 金大中에 대한 반사이익만으로 항상 민주당 최고 주자보다 10% 앞설 수 있었다. 그러나 전술로서의 無爲는 무능의 다른 표현형태이다. 아무리 견고한 정치기반이라도, 일견 고정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유동성을 갖고 있는 것이며, 우매한 전략전술이 반복되면 영리한 반대측의 교묘한 책동 앞에 陷沒(함몰)된다.

영남은 우파의 震央(진앙)이며 우파는 영남의 다수파이다. 영남인의 朴正熙 숭배열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李會昌이 민주당 주자보다 앞설 수 있었던 것은 金大中을 반대하는 영남+우파의 기대가 있었기 때문인데, 반복된 李會昌의 기회주의적 행태와 불투명한 이념에 영남+우파는 좌절감을 느껴 왔다. 이제 영남+우파는 李會昌을 떠나고 있다.

李會昌은 업적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한나라당의 당수로 되었기 때문에 영남과 우파라는 불패구도 위에 편승하게 되었다. 그러나 민주당 경선을 계기로 한 일련의 폭발이 李會昌의 허구성을 폭로함으로써 그가 편승하고 있던 불패구도는 함몰되고, 李會昌은 추락되었다.

2002년 2월27일 한국갤럽·조선일보의 양자대결 여론조사에서 盧武鉉은 李會昌에게 33.7% 대 47.5%로 13.8%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보름 뒤인 3월13일 TN소프레스·SBS·문화일보, 17일 한국갤럽·MBC, 18일 한국리서치·KBS 등이 연속적으로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盧武鉉의 지지도는 李會昌을 1∼4% 앞서기 시작했다.

국회 지배를 포기, 對北정책 견제 못해

이후 3월19일 중앙일보 여론조사에서는 盧武鉉 55%, 李會昌 33.6%로 격차가 22.3%까지 벌어졌다. 3월20일 미디어리서치·한국일보 조사에서는 52.2% 대 37%로 15.5% 차이였고, 23일 한국갤럽·조선일보 조사에서는 44.8% 대 33.7%로 나타났다. 당연히 李仁濟와도 격차가 좁혀졌다. 3월2일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李會昌 43.5%, 李仁濟 35.5%로 8% 차이였지만, 3월16일 조사에서 40.6% 대 36.8%로 좁혀졌고, 3월23일 조사에서는 39.1% 대 37.1%로 격차가 2%로 줄어들었다. 이러한 정황에서는 李會昌은 민주당 후보가 누구로 결정되든지 관계없이, 후보를 이길 수 없게 되었다.

그 동안 李會昌은 우파를 대변했던 것도 아니고 영남을 옹호했던 것도 아닌데, 다만 金大中과 손 잡고 있지 않은 가장 큰 黨의 당수라는 것 때문에 영남의 지지를 받아 「李會昌 대세론」이 형성되었으나, 민주당 경선을 전후로 일어난 일련의 사건을 매개로 그 허구의 베일이 날아가 실체가 드러나 버린 것이다.

지난 대통령 선거 때에도 사실은 李會昌이 金大中보다 먼저 「양심수 석방」을 주장했고, 부패와 非능률로 국민경제에 큰 짐을 안겨 주었던 기아자동차를, 일부 단체의 「국민기업」이라는 터무니 없는 주장에 편승하여 현장까지 방문하면서 격려하였다.

金大中 정권 아래서도 「햇볕정책」을 찬동하고, 金正日의 답방을 촉구했고, 청와대에 들어가 의약분업을 찬성했고, 李承晩·朴正熙의 묘소에 참배하기를 꺼리기도 했다. 국회에서 다수 의석을 확보했음에도 불구하고, 金大中의 금강산 관광 지원정책을 효과적으로 제동하지도 못했다.

反좌파통일전선도 성사시키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友軍(우군)일 수도 있는 金鍾泌과 사사건건 무의미한 소모적 拮抗(길항)만 만들어 내었다. 이에 대한 모든 책임을 金鍾泌의 무리·무의미한 내각제 주장 탓으로만 떠 넘길 수는 없다.

한나라당의 살길은 無限自由競選으로 鮮明右派候補를 만드는 것뿐

민주당 후보들의 浮上(부상)과 당내 반란의 大勢化(대세화)에 힘이 빠진 李會昌이 당수와 대통령 후보의 분리, 원내총무의 권한 강화, 의원 후보의 지구당 직선 등 몇 가지 당 개혁요구를 받아들인 후, 한나라당 선관위는 3월29일 공고문을 통해 불과 5일 후인 4월4일과 5일 후보자 등록을 받았고, 그 8일 후인 4월13일부터 5월9일까지 불과 26일 동안에 11개 권역별 경선을 실시한다고 발표하였다.

누가 봐도 이 일정은 너무 촉박하며, 일방적이고, 불공평하며 무리다. 李會昌은 요식적인 경선일정을 제시함과 더불어 對金泳三 공작을 진행하였다. 3월 말 김무성 총재비서실장이 상도동을 방문했고, 李會昌의 또 다른 對金泳三 창구인 徐淸原 의원은 3월28일 상도동을 방문, 金泳三에게 盧武鉉의 문제점을 말하면서 李會昌이 유일한 대안임을 강조했다고 한다.

李會昌이 3월23일 경남 창원에 급히 내려가 金泳三을 만나서 김혁규 경남지사의 도지사 후보 추대방침을 밝힌 것도 상도동의 「이상기류」를 차단하기 위함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정치 구조의 大지각변동이 일어나 있는 마당에 이런 작은 수를 써서, 변동된 地殼(지각)을 역전시켜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는 환경을 창출해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어리석은 일이다. 대지각변동을 원상 복귀시켜 변동 이전의 불패구도를 탈환하려면 그에 걸맞은 대담한 정치 쇼와 근본적인 문제 제기가 필수적이다.

한나라당이 이번 大選에서 민주당에게 승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대담하고 가열찬 논쟁을 통하여 선명 우파 후보를 창출해 내고, 그가 현재 한국의 심각한 체제위기를 수습할 수 있다는 확신을 국민에게 불러일으켜야 한다. 이 연출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무한 자유경선의 분위기가 과시되고, 민주당 이상의 가열찬 이념논쟁과 검증을 거쳐 승자가 출현해야 한다.

선출된 후보는 민주당 측과는 선명히 구분되는 우파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非主流 측 요구를 전폭적으로 수용하는 형식으로 경선 기간을 충분히 연장해야 한다. 영남에 표밭을 만들어 놓고 있는 朴槿惠의 복당을 실행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표가 많은 영남권 득표에 결정적 차질이 생겨 必敗(필패)할 수밖에 없다. 최선을 다해도 朴이 복당하지 않는다면, 후보가 된 후 朴과 통일전선을 구성할 수 있는 이를 후보로 선출해야 한다. 朴槿惠뿐만 아니라 광범한 우파 통일전선이 결성되어야 한다.

李會昌이 후보로 선출된다고 하더라도, 경선 과정에서 李會昌은 벌거벗고 묵은 때를 완전히 벗어야 한다. 즉 李會昌의 솔직한 이념 및 모든 사적인 약점에 대해 철저한 논의와 검증을 거쳐야 한다. 아들들의 실질적 병역 기피의혹, 지난 대통령 선거 때 병역문제를 보상하는 의미에서 장남 정연씨가 장기간의 소록도 봉사활동을 국민에게 약속해 놓고 선거가 끝나자 바로 出島(출도)해 버린 일, 정연씨 부부의 「원정출산」 의혹, 「호화 가족 아파트 타운」 문제, 「부친의 경력 문제」 등이 모두 당내 경선 후보자 간 논쟁 대상이 되어 백일하에 걸러져야 한다. 당내 경선에서 이 문제가 걸러져야 본선에서 견딜 수 있다.

거듭 태어나든지 교체되어야

李會昌은 4월3일 여의도 당사에서 대선후보 경선 출마회견을 갖고 『법과 원칙을 토대로 한 「반듯한 나라, 활기찬 경제, 편안한 사회, 튼튼한 안보 위에 바른 통일을 향해 전진하는 나라」로 만들 것』이며, 이어 『전임자와 그 가족에 대한 비열한 정치보복의 악순환을 끊어 우리의 민주주의가 한 단계 성숙하는 계기를 만들겠다』면서, 『남북관계와 언론의 자유, 자유민주주의는 추호도 흔들림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노사관계는 공정한 규칙을 세우고 그 규칙을 엄정하게 지키는 방향에서 이뤄질 것』이라고도 했다.

솔직히 말해 凡庸하고 안이하다. 만일 李會昌이 새로운 비약을 연출할 수 없다면, 한나라당은 李會昌을 제거하고, 정체성이 확실한 후보를 再創出(재창출)해 내어야 한다. 1997년 선거에서도 李會昌의 지지도가 폭락했을 때, 李會昌이 스스로 물러났거나 黨이 후보를 교체했다면 金大中은 대통령에 당선될 수 없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