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位 賣出 7兆의 司令塔
애니콜(Anycall) 神話의 주역으로 널리 알려진 三星電子 정보통신총괄 李基泰(이기태·54) 사장을 만나기 위해 서울 남대문 근처에 있는 삼성본관(중구 태평로 2가 250) 7층 그의 사무실을 찾았다. 그런데 웬 시커멓고 당당하게 생긴 남자와 화장실 앞에서 딱 마주쳤다. 내가 엉겁결에 손을 내밀었더니 그도 당황하며 물 묻은 손을 내밀었다. 그러면서 그는 아주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들의 첫 만남은 이렇게 이뤄졌다.
우리는 사장 집무실 옆에 있는 접견실에서 얘기를 나눴다. 그를 찬찬히 뜯어보니 그의 숱 많은 머리는 염색한 것이었다. 짧은 동안에 그 큰일을 해 내느라고 애를 참 많이 썼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 나온 三星의 휴대폰에는 전철이나 회의 도중에 사용하기 좋은 「소곤소곤」기능이 들어 있었다. 버튼 하나를 누르면 말소리를 낮춰 소곤소곤 해도 상대방이 쉽게 알아들을 수 있도록 해 놓은 기능이었다. 李사장은 나한테 이 기능을 알려 주려고 작정이라도 한 듯 아주 조그맣게 소곤소곤 말했는데, 문제는 나의 최신형 일본 소니 녹음기에 아직까지도 소곤소곤 기능이 없다는 점이었다. 나중에 들어 보니 그의 목소리가 아주 알아듣기 힘들었다.
나는 그와 얘기를 시작하면서 그에게서 풍기는 인상에 대해 이리저리 생각해 봤다. 그의 성품은, 아마도 표면은 박력으로 칠해져 있지만 속은 따뜻하고 섬세하고 여린 것으로 채워져 있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 들었다. 나중에 알게 된 그의 별명은 「불도저」였다.
애니콜이 세계라도 정복한 양 지난해 연말부터 하도 李사장의 이름이 진동해서 그 실체부터 알아보기로 했다.
―三星 휴대폰 애니콜의 현재 위치가 計數的으로 어떻게 됩니까?
『작년에 2900만 대를 만들어 팔았습니다. 세계 전체의 판매량이 3억9000만 대였으니까 三星 휴대폰의 시장점유율이 7.8% 정도 됩니다. 그렇게 되면 핀란드의 노키아(35%), 미국의 모토로라(15%) 다음에 독일의 지멘스와 三星의 애니콜이 수량 면에서는 영점 몇 %를 놓고 왔다갔다 합니다만, 금액에 있어서는 저희가 확실하게 3位를 차지했습니다』
―돈으로 따지면 어떻게 됩니까?
『작년 전체 매출이 7조원이었습니다. 메모리 반도체 매출이 6조3000만원 정도였지요. 처음으로 메모리 반도체를 뛰어넘었습니다』
三星이 휴대폰을 많이 만들고, 많이 팔아서 세계 3位를 달성한 것도 대단한 일이지만 그것보다도 더 잘한 일이 있다.
『작년에 세계적으로 모토로라, 에릭슨, 마쓰시타, 이렇게 큰 휴대폰 제조업체들이 대형 적자를 냈습니다. 저희 三星과 한참 앞서가는 노키아만이 이익을 냈는데 그 수익률이 거의 대등했습니다』
―얼마나 벌었는데요?
그는 찜찜하다 말했다.
『매출의 20%쯤 되지 않을까 봅니다만』
브랜드 가치 3兆- 國內 最高
애니콜에 박수 칠 일이 또 있다.
『저희 휴대폰은 시장 점유율은 7.8%밖에 안 되지만, 가지고 있는 잠재능력으로 볼 때는 높은 평가를 받습니다. 三星電子에서 TV를 비롯한 여러 가지 제품을 만들어 냈지만, 三星이란 브랜드가 세계적으로 그렇게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애니콜은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준비를 해서 세계적으로 브랜드 가치를 상당히 높였습니다』
三星의 휴대폰은 한국과 중국에서만 애니콜이라는 이름으로 팔리고 있다. 따라서 애니콜의 브랜드 가치를 세계적으로 계산해 본 적은 없다. 그러나 최근 한 조사기관이 국내에서 조사하고 있는 애니콜의 브랜드 가치는 무려 3조원으로 국내 브랜드 가운데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어떻게 그렇게 어려운 일을 하셨던가요?
『경쟁회사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제품을 내놨지요. 소비자들이 기대하지 못했던, 그 이상의 제품을 내놔서 소비자들을 만족시켰습니다』
―예를 들면.
『휴대폰에다 TV를 넣은 TV 폰, 음악을 듣는 기능을 넣은 엠피스리(MP3) 폰, 차고 다니는 시계와 휴대폰의 기능을 합친 워치(Watch) 폰, 이런 걸 저희 삼성이 세계에서 제일 먼저 만들었어요. TV 폰과 워치 폰은 작년에 기네스 북에 오르기까지 했습니다』
―이런 게 다 상업화됐습니까?
『그럼요. 이런 걸 미국과 유럽에 팔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선 소유권 문제 이외에 몇 가지 문제가 있어서 아직 시장에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만』
―언제부터 이렇게 휴대폰에 여러 기능을 집어 넣으려고 했습니까?
『1997년부터 디지털은 연구만 잘하면 우리가 상상을 뛰어넘는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데 착안했습니다. 누가 동작 빠르게 기억돼 있는 장치를 끌어내서 눈으로 볼 수 있거나 귀로 들을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느냐, 이게 문제였어요. 그래서 그때부터 그런 발상을 하고 또 거기에 투자를 해서 제품을 만들어 내는 일을 지난 4∼5년 동안 해 온 겁니다』
―사람도 많이 있어야 되고 돈도 많이 써야 되겠군요?
『휴대폰을 개발하는 사람만 관련부문에 종사하는 인력(이동통신 장비 포함)의 45%인 2072명이나 됩니다. 또 거기에 1년에 3000억원 이상의 개발비를 씁니다』
―그러면 1997년부터 그렇게 연구개발을 해서 상상을 초월하는 제품을 만들어낸 건 뭐가 있습니까?
『예를 들면 전화기가 음성인식을 하도록 했는데, 이건 저희가 세계에서 제일 빨랐습니다』
그게 그렇게 자랑할 만한 것이었다면 나도 할 말이 있다.
―그거 나올 때 TV 광고로 참 자랑을 많이 하십디다만, 그런데 저는 제 휴대폰에 대고 말을 해봐도 잘 못 알아듣던데요.
『그때는 좀 그런 면이 있었습니다. 과거의 기술과 지금 쓰고 있는 기술의 방식이 많이 달라져서 지금은 그런 일이 없습니다. 전에는 「홍길동」 하고 부르고 전화번호를 넣어놨는데, 요즘은 음성을 넣어서 문자로 나오고, 또 말이 오퍼레이션 시스템을 동작시켜 주게 됩니다』
李健熙 아이디어로 휴대폰이 변했다
―저는 전화기의 복잡한 기능이 별로 안 좋아요. 저도 애니콜을 가지고 있지만 전화 걸고 받고 하는 거 이외에는 거의 안 쓰고 있거든요. 제 입장에서 보면 여기에다 너무 많은 기능을 넣어서 쓸데없이 값이 비싸진 것 같아요. 여기에 수많은 기능을 넣었지만 많은 소비자들이 안 쓴다면 값만 비싸지고, 기술과 자원을 낭비하게 되지 않겠어요. 그러면 多機能 高技術이 인류를 편리하게 하기보다 복잡하게 할 수도 있는데, 좀 간단한 기능으로 조그맣게 만들어서 싸게 팔 생각은 없으십니까?
『그건 동감합니다. 그러나 휴대폰의 경우는 그렇습니다. 내가 앉은 자리에서 반경 1m 안에 있는 물건이 뭐냐. 손에 들 수 있는 휴대폰밖에 없다. 그러면 그 범위 안에서 정보를 보고, 보내고, 감지하려면 최소한 보고, 듣고, 주고받는 기능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그걸 쓰는 방법은 앞으로 점진적으로 개선해서 쉽게 해줘야지요. 그게 우리 몫이지요. 吳선생님이 쓰기 어렵다고 하시면 그건 저희들 잘못입니다』
그는 죄송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혹시 전화번호 입력시키는 전자수첩 안 가지고 다니십니까?』
―가지고 다니지요.
『이 전화기(cdma2000)에 1000여 개의 전화번호가 들어갈 수 있습니다. 컴퓨터보다도 쉬운 방법으로 넣을 수가 있어요. 天地人이라는 쉬운 문자 시스템으로 입력할 수 있습니다. 天(·) 地(ㅡ) 人(ㅣ) 세 모음으로 우리 모든 모음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이걸 이용하면 전화번호 수첩에 글자를 입력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지요. 또 찾기도 쉽고』
내가 多技能 휴대폰으로 전화밖에 안 쓴다고 한 말을 점잖게 받아치는 형세였다.
―이 天地人 방식도 삼성전자에서 처음 만들어 낸 거죠.
『그렇습니다. 우리 社員이 제안한 것을 개발한 겁니다』
―상 좀 많이 주시지 그랬어요.
『좀 줬지요. 지금 좀더 달라고 합니다만. 그런 경우 여러 가지 인센티브를 줍니다』
―애니콜이란 이름은 누가 지었어요?
『그것도 사원이 제안해서 채택된 겁니다. 언제 어디서나 잘 걸린다는 뜻이지요』
三星은 기술개발이나 마케팅에 괄목할 만한 실적을 올렸을 경우, 그에 相應하는 프로덕트 인센티브(Product Incentive)를 팀별로 주는데 보통 한 사람 앞에 500만원 이상씩이 돌아간다고 한다. 또 승진 승급 같은 인센티브도 준다는 것이다.
『저희는 제안을 받아서 제품을 개선하거나 개발한 경우가 많습니다. 휴대폰으로 통화할 때 처음에 번호를 찍고 「통화」(SEND)를 누르면 통화가 됩니다. 또 통화를 끝낸 다음에 누르는 「종료」(END) 버튼이 있습니다. 전에는 이 두 버튼이 전화기의 맨 아래쪽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1993년에 이걸 저희 李健熙 회장께서 「그게 밑에 있으니까 불편하니 위로 올리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해서 그 이후부터 위로 올라가게 된 겁니다. 지금은 다른 회사들도 우리를 따라와서 세계의 휴대폰이 모두 우리처럼 바뀌었습니다』
―야, 그건 대형 프로덕트 인센티브 감인데 李회장께 數億원 드려야겠군요! 그래 얼마나 드렸습니까?
『三星을 다 드렸지요. 안 그래도 洪여사(李회장 부인 洪羅喜)께서 인센티브 내놓으라고 하셔서 돈 좀 더 벌어서 드리겠다고 했습니다』
휴대폰에 聖經-佛經이 들어 있다
그는 아무래도 내가 多기능이 별로 필요가 없다고 한 말이 자꾸 마음에 걸리는 것 같았다.
『요즘엔 「엄지族」이란 것도 생겼습니다. 엄지 두 개로 휴대폰의 문자판을 두드려서 메시지를 날리는데 요즘엔 1분에 500자까지 날리는 사람도 있어요. 엄지 두 개가 어찌나 빨리 움직이는지 잘 보이지 않을 정돕니다. 그러니까 컴퓨터 자판 두드리는 것보다 더 빠르지요. 이렇게 젊은 사람들 사이에선 휴대폰으로 엄청난 양의 통신을 합니다』
―지금까지 출시한 디자인 중에서 가장 히트한 건 어떤 겁니까?
『유럽에 판 GSM-600(非동기)이란 기종인데, 아주 단순한 겁니다. 데이터 기능도 없어요. 그 당시에 그 제품을 거의 1000만 개나 팔았습니다』
이때다 싶어 나도 한 마디 했다.
―그거 보세요. 우리나라에서도 CDMA(동기) 방식으로 아주 값싸고 간편한 모델을 하나 만드세요. 그러면 그것도 몇백만 대 팔릴 겁니다.
그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알았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색다른 기능을 넣은 건 또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아까 말씀드린 것 이외에, 휴대폰에 인터넷을 통해 전자상거래를 할 수 있는 기능, 은행에 돈을 入出金할 수 있는 뱅킹 기능을 넣었습니다. 또 휴대폰에 영어 사전도 들어가 있고, 성경과 찬송가도 들어가 있고, 불경도 들어가 있고, 디지털 카메라도 들어가 있고…』
―카메라가 들어 있는 휴대폰이 나와 있습니까?
『저희가 그쪽에 좀 일찍 투자를 해서 2년 전에 개발했습니다. 제품이 3∼4월에 곧 나옵니다. 현재 인천에서 시험 중입니다. 또 휴대폰에 라디오도 들어가 있고, 위성으로 자기 위치를 확인하는 GPS (Global Position System)도 들어가 있고…』
―그런 건 언제 쓰이나요?
『미국 같은 데선 땅이 넓으니까 위치 확인이 꼭 필요한 때가 많지요. 어디서 재난을 당했을 때도 즉각 신고를 할 수 있어서 금방 구조대가 갈 수 있습니다. 또 그 속에 지도를 넣어서 내가 찾아가고 싶은 위치를 찾아갈 수도 있습니다』
―지도도 휴대폰에 들어가 있습니까?
『예, 인터넷 폰에 이미 들어가 있습니다. 또 녹음도 되지요. 다섯 시간도 할 수 있고, 열 시간도 할 수 있습니다』
그는 직접 워치 폰을 들고 설명했다.
『지금은 좀 투박하지만 오토바이 타는 분들이 많이 구입해서 쓰고 있습니다. 앞으로 크기를 좀 줄이고 007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여러 가지 기능을 넣어서 생산하려고 합니다. 지도와 GPS도 넣고 오토바이나 자동차의 여러 작동기구를 컨트롤하는 기능도 넣을까 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휴대폰의 시계도 방송사의 時報처럼 정확하게 할 순 없습니까?
여기서 나의 무식이 탄로 나고 말았다.
『휴대폰에 있는 시계는 그리니치 천문대에 있는 시계와 똑같이 정확합니다. 시스템에서 인공위성을 통해 날려 주는 겁니다. 제일 정확한 게 휴대폰에 붙어 있는 겁니다. 시간 맞출 때 그거 보고 맞추시면 됩니다』
『機能과 디자인으로 따라잡았다』
―三星이 이렇게 뛰고 있는데 가장 앞서 가고 있는 노키아가 낮잠 자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요? 그쪽은 기능면에서 어떤가요.
『어떤 부분은 노키아가 빨리 한 것도 있고, 또 어떤 것은 우리가 빠른 것도 있습니다. 서로 시소게임을 하고 있지요. 우리는 소비자들의 생각을 앞질러서, MP3를 따로 가지고 다닐 필요가 있느냐, 여기(휴대 폰)에다 집어넣자, 차 속에 TV가 없지 않느냐, 여기다 집어넣자, 네비게이터를 따로 달 필요가 없지 않느냐, 여기다 집어넣자…, 이렇게 한 겁니다. 그러나 우리는 노키아가 뭘 어떻게 하는지를 알아서 비교하거나 분석하는 소위 벤치마킹을 잘 안 합니다』
―知彼知己(지피지기)면 百戰百勝(백전백승)이라는데.
『내가 과장 때나 부장 때 그렇게 해 보니까, 그쪽에 자꾸 휩쓸리게 돼요. 그러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막혀 버려요. 우리가 앞으로 가야 할 길이 어디냐를 잘 알아서 그쪽으로 가면 되는 거지요』
―노키아가 앞서가고 있는데다 이미지가 좋아서 따라가기가 어렵겠는데요?
『노키아가 핀란드에 있는 회산데, 핀란드라는 국가 이미지가 유럽이나 미국에서 우리나라보다는 나은 게 사실이지요. 또 정보통신에 관해서도 우리보다 먼저 시작했기 때문에 기술도 더 많이 축적돼 있지요. 또 노키아는 유럽이라는 자기의 지역시장을 갖고 있는데 우리는 일본과 중국 사이에 끼어서 안방과 같은 자기 시장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불리한 여건 속에서 우리는 디자인도 더 잘 하고, 기능도 더 많이 넣고 해야 했죠』
―디자인 문제는 어떻게 극복했습니까?
『우리는 디자인 풀제를 운용했습니다. 많은 디자이너들이 아이디어를 내서 연못(pool)에다 넣도록 했습니다. 회사 밖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아이디어도 이 풀에 넣도록 했습니다. 그런 다음에 풀 속을 들여다보니까, 지나간 것, 현존하는 것, 너무 빠른 것, 이런 것들이 막 뒤섞여 있었어요』
―디자인은 사이버에 넣었습니까?
『그렇게도 하고, 모델을 만들어서 전시도 하고요. 이렇게 제안 시스템을 만들어 넣고 필요할 때 이것들을 죽 훑어봤어요. 아, 이건 시대에 맞다, 이건 너무 빠른 것 같네, 이건 좀 그렇지만 앞으로 참고는 한번 해보자, 하면서 골라내서 그걸 제품으로 생산했습니다』
―휴대폰이 돈의 역할도 한다죠?
『그럼요. 지금도 지불수단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또 교통카드 역할도 할 수 있습니다』
―GSM(非동기식, 유럽식)과 CDMA (동기식, 미국식)의 시장 점유율은 어떻게 됩니까?
『5對1쯤 될 겁니다. 우리나라 휴대폰의 방식이 아직은 작지요』
―CDMA 시장 중 三星이 얼마나 차지하고 있습니까?
『3분의 1 정도를 저희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어느 방식을 더 많이 수출하고 있습니까?
『CDMA 방식을 더 많이 하고 있습니다. 그쪽이 60%쯤 됩니다. 저희는 휴대폰의 모든 방식에 대한 기술을 다 가지고 있습니다』
鐵鋼보다 많은 핸드폰 輸出高
―작년에 수출은 얼마나 했습니까?
『아까 말씀드린 대로 모두 2900만 대를 만들어서 700만 대는 국내 시장에 팔고 2200만 대는 수출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작년 수출액이 모두 1504억 달런데, 그 가운데 휴대폰이 88억 달러로 6%를 차지했습니다. 저희 三星은 그 중 45억 달러를 수출했습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휴대폰이 이렇게 부쩍 자란 것이다. 손에 쏙 잡히는 그 작고 깜찍한 휴대폰이 자동차(133억 달러), 반도체(143억 달러)에 이어 수출량에 있어서 당당히 3位를 차지한 것이다. 4위를 차지한 그 크고 무거운 철강(67억 달러)은 저 밑에서 뛰어와야 했다.
―이렇게 휴대폰이 큰 활약을 한 요인으로 多機能과 디자인을 들었는데 그 밖엔 또 뭐가 있습니까?
『마케팅이 있지요. 휴대폰은 TV나 냉장고처럼 시장의 소비자들과 직접 상대하는 것이 아니고, KTF, SKT 같은 시스템을 운영하는 국내외 사업자들과 접촉을 해야 됩니다. 그래서 그 사람들과 우선 마케팅 활동을 벌여서 그 회사의 시스템과 잘 맞는 機器라는 걸 주지시켜야 합니다.
잘못되면 시스템 자체를 다운시킬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전문가들에 의한 기술 마케팅을 강화했습니다. 그 다음에, 그 사업자들이 우리 제품을 잘 팔 수 있도록 三星의 이름으로 선전해 줬지요.
또 이건 저희 회사 장점인데, 주문이 좀 늦더라도 빨리 만들어서 갖다 주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배달 제도도 많이 개선했습니다. 그렇게 꾸준히 했더니 국내나 외국의 통신회사들이 저희 三星을 아주 좋아하게 됐습니다』
―가격 경쟁력은 어떻습니까? 역시 좀 싸니까 많이 팔리는 건 아닌가요?
『아닙니다. 우리 제품은 제값 다 받습니다. 옛날 같으면 코리아 제품이라면 맨 밑 구석에 처박아 놓곤 했는데, 요즘은 우리 제품을 미국에서도 그렇고 중국에서도 그렇고, 좋은 자리에 진열해 놓고 높은 값을 받습니다. 미국에서도 스프린트 PCS 같은 통신회사의 애슬리 사장은 저희 제품을 손에 쥐고 쓰다듬으면서 아주 愛之重之합니다』
그는 내 말이 좀 귀에 거슬렸는지 한 마디 덧붙였다.
『三星의 휴대폰은 절대로 싸지 않습니다. 우린 뭐 흙 퍼다 장사합니까? 우리 제품이 결코 싸서 잘 팔리는 게 아닙니다. 우리 제품은 당당한 품질로 세계 여러 나라에서 2년 이상 베스트 셀러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는 직원에게 소비자 잡지 복사본을 가져오게 해서 보여 줬다. 그걸 보니, 2000년과 2001년 미국의 컨슈머 리포트를 비롯해서 영국, 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포르투갈의 소비자 잡지들이 三星 휴대폰의 모델을 베스트 셀러로 올려놓은 기사가 51건이나 됐다.
―시장의 크기로 볼 때 어디가 제일 큽니까?
『유럽이 제일 큽니다. 다음이 동남아, 미국 순입니다』
작년 말 보너스, 年俸의 50%
―해외에도 공장이 있지요?
『구미에 본 공장이 있고, 해외에는 브라질의 마니우스, 중국의 천진·심천, 스페인에 있습니다. 또 멕시코에도 공장을 세우고 있습니다. 그러나 해외 공장은 아직 규모가 작습니다.
우리 공장은 다른 데와 달리 디지털에 맞게 제품생산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제품의 성능 측정을 사람의 손으로 하는 게 아니고 소프트로 入出力을 집어넣어서 합니다. 그러니까 성능이 똑같이 유지됩니다. 기계한텐 「NO」와 「GOOD」밖에 없으니까 더 정확하지요. 또 단위시간당 제조능력도 우리가 다른 회사보다 월등하게 앞서 있고, 코스트 면에서도, 기계의 효율면에서도, 우리 회사의 경쟁력이 높습니다』
―그래요?
『작년에 조사한 걸 보면, 우리 공장이 세계 최고의 생산성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IBM이나 컴팩 같은 곳의 휴대폰을 전문적으로 주문생산하는 솔렉트론이라는 생산 회사가 있는데, 거기선 한 라인에 50명이 붙어서 하루에 2000대를 생산합니다. 그런데 우리 공장에선 한 라인에 18명이 붙어서 하루에 2350대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자동화가 잘 돼 있다는 거지요. 그래서 불량률이 솔렉트론의 절반도 안 됩니다. 한 사람당 생산성으로 보면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지요』
―그렇지만 三星이 봉급을 너무 많이 줘서 다른 회사보다 불리할 것 같은데.
『三星은 물론 다른 데보다 봉급을 많이 주지만, 꼭 그렇게 생각하진 않습니다. 좀더 부가가치 있는 일을 시키면 되는 겁니다. 단순한 일을 하는 데 높은 임금을 주면 안 되지만』
―작년 연말에 三星電子의 정보통신 부문에선 보너스를 「악」 소리 날 만큼 많이 줬다고 들었는데, 얼마나 많이 줬습니까?
『1년 연봉의 50%를 줬습니다. 삼성은 부문별로 한 해의 목표치를 정해 놓고 그걸 달성하면 그 실적에 따라 연봉의 최고 50%까지를 나누어 갖는 프로핏 셰어링(Profit Sharing)이라고 하는 제도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 제도에 따라서 작년에 우리 정보통신 부문 직원들이 최고치인 연봉의 절반을 받은 겁니다』
―6∼7년차 사원의 경우 구체적으로 얼마나 받았습니까?
『그 정도면 연봉이 4000만원쯤 되니까 2000만원 정도를 받았지요』
―그럼 이게 어떻게 되는 겁니까? 프로핏 셰어링 받고, 또 프로덕트 인센티브 받고, 三星 직원들은 돈 세다 날 새겠습니다.
『실적이 안 좋으면 한 푼도 못 받는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똑같은 三星電子 가운데서도 장사를 잘 못 한 분야에 근무하는 사원들은 보너스는커녕 야단만 맞았을 수도 있네요?
『야단은 안 맞겠지만,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 말을 들으니 다소 마음이 풀렸다.
즐겁게 일해야 生産性 올라가
나는 세계 3位인 휴대폰 회사의 규모가 얼마나 큰지 궁금했다.
―정보통신 부문의 직원은 얼마나 됩니까?
『三星電子 안에는 네 개의 총괄본부가 있습니다. 그 중의 하나가 저희 정보통신총괄본분데, 우리 본부의 전체 직원은 9400명쯤 되고, 휴대폰을 만드는 데만 3600명 정도가 근무하고 있습니다. 저희 총괄본부에선 휴대전화 이외에도 이동통신 시스템, 유선교환기, 光통신장비 같은 것도 만듭니다. 그러나 매출로 볼 때는 휴대폰이 우리 총괄본부 매출의 8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공장은 1만 평이 좀 넘습니다. 여기서 직원들이 3교대로 24시간 근무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직원들이 늘 피로할 텐데 생산성이 올라갑니까?
『사원들한테 노동강화를 시키면 생산성이 안 올라갑니다. 사원들한테 일하기 쉽게, 그리고 편하게 해 줘야죠. 편하게 앉아서 리드미컬하게 힘들이지 않고 일하도록 작업배치를 잘 해야 합니다. 또 서서 만들게 하더라도 뻣뻣하게 서 있게 하지 말고 움직이면서 만들도록 해야 합니다. 이때도 리듬을 잘 타도록 작업배치를 해야 합니다. 그냥 뻣뻣하게 세워 놓고 일을 시키면 허리도 아프고 다리도 아파서 능률도 떨어지지만, 이건 일 시키는 게 아니라 사람 잡는 거죠』
그는 담배 한 대를 물었다.
―담배를 많이 피우십니까?
『아닙니다, 쪼끔씩 피우는데, 끊는 게 좋다고 해서 이제 끊을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그는 몇 모금 빨지도 않은 담배를 비벼 껐다.
―CEO로 있으면 스트레스 많이 받잖아요?
『흡수하기 나름이죠』
―李사장께선 아주 놀라운 실적을 올렸는데 보상은 충분히 받았다고 생각하십니까?
『아까 말씀드린 대로 三星에는 이익이 난 만큼 나눠 주는 프로핏 셰어링이라고 하는 제도가 있습니다. 이런 걸로 보면 三星이 선진회삽니다. 이건 참 새로운 발상입니다. 회장님(李建熙) 아니면 누가 그런 생각을 하겠습니까? 어느 기업이 그렇게 하겠습니까. 그래야 사원들이 자기 인생을 걸 것 아닙니까? 그래야 회사에 자기 전체를 다 투자할 거 아닙니까?』
―아까 三星의 휴대폰이 비싸게 팔린다고 했는데 제일 앞서가는 노키아보다도 더 비쌉니까?
『어떤 제품은 더 비쌉니다. 왜? 우리 것은 노키아보다 더 좋은 부품을 썼고, 내구성이나 신뢰성도 더 좋으니까요』
여기서 내가 그의 자신만만함에 찬물을 끼얹었다.
―지금 내구성 자랑을 하셨는데, 제 핸드폰(SCH-6900)은 내구성이 별로 없더라구요. 이거 산 지가 2년이 채 안 됐는데 두 번 서비스 받느라고 9만원 가까이 들었습니다. 한 번은 상대방 소리는 들리는데 내 말이 저 쪽으로 가지 않았고, 또 한 번은 액정화면의 글자가 순식간에 다 없어졌습니다. 이번에 인터뷰하러 오면서 이 말은 꼭 전달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내 말을 듣고 당황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말만은 이렇게 했다.
『아, 잘 오셨어요』
그러나 그는 곧 한숨을 내쉬기 시작했다.
『아이구! 저게 왜 그렇게 됐을까?』
내가 좀 미안한 생각이 들어서 말을 돌렸다.
―괜찮습니다. 기계는 다 고장이 나게 돼 있으니까요.
그래도 그는 한숨을 쉬었다.
『아이구! 저게 왜 그렇게 됐을까. 그 말씀을 듣고 정신이 헷갈려서 인터뷰를 못하겠네요. 말이 안 들어와요. 그것 참!』
이렇게 되자 내가 더 난처해졌다.
―괜찮아요. 자, 다음 얘기합시다.
이러면서 난국을 수습하려고 했다. 그래도 그는 연거푸 한숨을 쉬었다. 이걸 보면 그가 휴대폰에 얼마나 집착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견고성도 믿을 만한가요?
『국제기준이 있습니다. 三星은 그것보다도 더 가혹한 시험을 해서 시장에 내놓습니다. 제품을 떨어뜨렸을 때 외부가 깨지는 것도 문제지만 동작이 안 되는 게 더 문젭니다. 그래서 납땜에 고밀도 기술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얘기가 또 내 휴대폰으로 돌아왔다.
『아까 그게, 아마도 뚜껑을 열고 닫는 데 머리카락 같은 선이 연결돼 있는데 그게 이탈된 게 아닌가 합니다. 죄송합니다. 기계는 영원불변으로 고장이 안 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사용하시는 분은 하나를 샀는데 그게 고장나니까 100% 고장 난 걸로 생각하십니다. 그래서 지금도 그런 부분을 더 연구하고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여기서 말을 돌리느라 화제를 바꿔봤다.
월드컵 중계 휴대폰으로 본다
―나는 휴대폰을 아주 비싸게 샀는데 지하철역이나 길바닥에선 저것보다 더 작고 예쁜 걸 공짜로 줍니다. 그게 어떻게 가능합니까?
『지금 나온 신제품은 CDMA 1X라고 1초에 14만4000개(144K bps)의 부호가 날아갑니다. 그러나 CDMA 95A나 B는 1초에 9600개의 부호가 날아가는 초기 제품인데, 아마 이 제품이 아닌가 봅니다. 이건 속도가 늦어서 잘 안 쓰고, 그러다 보니까 재고가 쌓이게 되겠죠. 그런 거 재고 처리하기 위해서 그런 일이 있지 않나 봅니다. 그런 건 또 작고 이쁘게 나올 수도 있거든요.
이제 월드컵을 겨냥해서 인터넷을 통해 TV 중계를 볼 수 있도록 5월에 三星에서 신제품이 나오는데 이건 38만4000개의 부호가 날아갑니다. 이런 판에 그런 구식 제품 가지고 있어 봐야 뭐 하겠어요. 앞으론 휴대폰으로 영화를 보는 세상이 오는데』
―작은 화면으로 보면 어디 영화 보는 맛이 나겠어요?
『그렇지만 이건 휴대성이 있으니까요. 기차 타고 가면서 영화를 본다면, 이건 꿈이죠. 빠뜨린 연속극도 볼 수 있지요』
여기서 나는 또 아픈 곳을 찔렀다. 내 휴대폰의 덮개가 열리고 닫힐 때 몸체와 네 귀퉁이가 서로 닿게 돼 있는데, 그 부분의 칠이 보기 흉하게 벗겨져 있었다. 그걸 보여 주며 말했다.
―아까 애니콜 자랑을 많이 하셨는데, 여기가 이렇게 까져 있어요. 이게 몇십만원 짜린데 고급감이 안 나요.
그는 내 휴대폰을 보더니 금세 얼굴색이 달라졌다. 그리곤 밖에다 소리쳤다.
『나 커피 한 잔 줘요!』
너무 했다 싶었지만 모르는 척 지켜봤다.
『우리도 이런 걸 알고 이렇게 고쳤습니다. 이거 보세요』
그가 보여 주는 새 모델은, 몸체와 덮개가 서로 닿는 귀퉁이에 작은 고무를 젖꼭지처럼 붙여 놓았다. 바닥에 놓으면 닿게 돼 있는 배터리 뒷면의 네 귀퉁이엔 아예 볼록한 모양이 플라스틱 성형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그는 변명처럼 말했다.
『저희도 발전하는 겁니다. 사람도 걸음마부터 걸어야 어른이 되듯이』
『CEO는 비전 제시해야』
우리는 사흘 뒤 같은 장소에서 다시 만났다.
―해외 출장이 잦다죠.
『1년의 3분의 1은 나가 있지요. 외국의 통신 사업자들과 만나서 얘기를 해야 합니다. 그 사람들이 앞으로, 어느 기능을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싶어하는지를 미리 알아서, 우리 제품에 그런 기능을 탑재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지금 멀티미디어의 시대가 오는데, 휴대폰으로 영화 같은 걸 제공하고 싶어하는지, 예약하는 기능을 추가하고 싶어하는지, 현금카드로 사용하고 싶어하는지, 또 이런 걸 한다면 언제부터 하고 싶어하는지를 미리 알아야 대응하게 됩니다』
―그런 시장 조사를 경쟁자인 노키아, 모토로라, 에릭슨 같은 데서도 할 거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그런 회사들은 역사가 깊으니까 통신 사업자들과 관계가 더 깊고 좋을 수 있고, 따라서 더 많은 정보를 더 일찍 가져갈 수도 있습니다』
―걱정입니다. 그걸 어떻게 극복하세요.
『정보가 좀 늦더라도 三星의 젊은 기술자들이 일하는 방법과 조직의 힘을 통해 경쟁사보다 더 빨리 원하는 제품을 더 잘 만들어 냅니다. 기본적으로 우리에겐 기술이 어느 정도 축적돼 있기 때문에 우리 기술자들에겐 자신감이 있습니다. 우리 통신부문엔 뭐든지 해 낼 수 있다는 분위기가 넘쳐 흐르고 있습니다. 이게 중요한 거죠. 그래서 CEO가 그런 걸 미리 예측해 주고, 비전 제시를 해주면 일하기가 쉽지요. 저는 그런 데 시간을 많이 소비하고 있습니다』
―그런 분위기는 어디서 옵니까? 三星에 노조가 없지만 노조가 있는 곳보다 사원들에게 더 잘 해주기 때문입니까?
『충분한 성과보상을 해주는 데도 원인이 있겠지요』
―三星의 휴대폰이 빠른 시간 안에 3位로 뛰었다면, 그건 어디에선가 無理를 했다는 뜻인데, 예컨대 밤잠을 안 자고 연구를 했든지, 아니면 기술을 훔쳐 왔든지….
『휴대폰이 디지털의 대표적인 제품인데, 디지털 시대가 오면서 큰 규모의 기업이 작은 규모의 기업을 누르는 시대는 갔습니다. 혼자라도 좋은 아이디어를 내서 이걸 제품으로 연결시키면 큰 회사를 이길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빌 게이츠가 나온 거 아닙니까. 휴대폰의 경우 통신 사업자들의 뜻만 미리 알면 우리가 얼마든지 앞서갈 수 있는 거죠. 우리는 사실 사업자들의 뜻보다도 더 멀리 앞을 내다보면서 미리 대비하고 있습니다.
시장에 가 보면 사업자들의 뜻을 미리 알아서 제때에 내놓은 제품과 그렇지 않은 제품의 차이를 금방 알 수 있어요. 우리 제품으론 가지고 다니면서 게임을 할 수 있는데, 다른 제품은 음성전화밖에 할 수 없다면, 어느 쪽이 경쟁력이 있겠습니까? 또 액정화면에 컬러가 들어가야 동영상을 볼 수 있는데 흑백밖에 없다면 어떻겠습니까?』
―그러면 노키아 같은 경쟁사는 낮잠 자고 있나요?
『그렇지요, 그래서 스피드가 빨라야 합니다. 우린 회사 규모가 작으니까 나만 결정하면 금방 할 수 있지요. 스피드는 또 언제 나오느냐? 우리가 가지고 있는 엔진을 최대로 다 밟아야 속도가 나오는 거 아닙니까? 그러자면 조직의 구성들에게 역할을 분담해서 잘 맡기고 리더십을 잘 발휘하면 구성원들이 그렇게 무리를 하지 않고도 최고의 속도를 낼 수 있습니다. 속도를 빨리 내지 않으면 못 따라가는 거죠』
―밖에 있는 사람들은 三星이 앞서가고 잘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왠지 너무 조직적이고, 경직돼 있고, 信賞必罰 주의고, 때론 非인간적이고, 社內에서 언론자유도 없고, 그래서 좀 무섭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우리 정보통신은 안 그렇습니다. 저는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자유롭게 의사를 결정합니다. 제가 어떤 목표를 정하고 그게 맞다고 생각했을 때, 아주 무섭게 추진합니다. 저는 아직 한 번도 의사결정에서 실패한 적이 없어요』
마침내 일본을 追越하다
얘기가 옛날로 거슬러 올라간다.
『10년 전(1992년)에 제가 무선 사업부 이사였는데 그땐 무선통신의 매출이 三星電子 전체 매출의 2%도 안 됐어요. 겨우 일본 도시바 카폰(아날로그) 갖다가 팔았는데, 안테나 하나 불량 나면 그거 서비스해준다고 도시바한테 사정사정해서 안테나 겨우 얻어오고 그랬어요. 소비자들은 A/S가 늦다고 사무실에 와서 난리를 치고, 아이구!
그때는 아무도 휴대폰이 이렇게 되리라는 걸 예측하지 못했어요. 무선 개발하는 기술자들이 40여 명 있었는데, 그것도 돈 못 번다고 사람 줄이라고 해서 30명을 삼성항공으로 보내 버렸어요.
그러다가 1993년에 李健熙 회장께서 「新經營」을 선포했어요. 그때 회장님이 「기술이 경영이다」는 말을 하셨어요. 이게 三星으로선 혁명적인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삼성항공으로 다 보내 버려서 기술자가 없는 겁니다. 그 사람들은 여기서는 빛을 못 봤는데 항공으로 가선 바로 영국으로 연수를 떠났지요. 우리는 그 사람들 보내놓고 맥이 빠져 있는데 한 열흘쯤 있다가 그쪽으로 갔던 몇 명이 오더니 「우리는 영국에 가서 공부하게 됐습니다」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남아 있던 기술자들은 또 사기가 떨어졌지요.
그래도 저는 「無線이 앞으로 꿈의 통신까지 가는데, 그때 가면 기술의 집합체가 된다. 그러니 열심히 하자」 이래 가면서 남은 사람들 사기를 돋워 가며 여기까지 온 겁니다. 그때 2∼3년차 된 젊은 사원들 10여 명이 모체가 돼서 연구 개발을 시작했는데 지금 그 사람들 모두가 휴대폰 선수가 됐어요』
―다른 데서 스카우트해 가지 않습니까?
『국내외 회사에서 우리 기술자들 스카우트해 가려고 10억원씩을 계좌에 넣어 줘도 지금은 안 갑니다』
―어떤 미친 사람들이 10억원씩이나 줍니까?
『아이구 참! 1∼2년차 신입직원한테도 1억원씩 주는데요 뭘!』
―그렇게 가는 사람도 있습니까?
『가기도 했고 또 찾아오기도 했고』
―찾아올 땐 돈을 더 줬겠네! 만약 나한테 누가 10억원 준다면 난 三星이 아무리 좋아도 버리고 갈 것 같은데. 내가 지금 40代라면.
『40代라면 앞으로 10억원이 훨씬 더 돌아오지요. 그건 충분히 보장됩니다. 봉급, 인센티브, 프로핏 셰어링, 또 스톡옵션, 이런 거 다 하면 그보다 몇 배 더 넘지요. 퇴직금까지 갈 것도 없어요』
―스톡옵션이 CEO한테만 가는 거 아닙니까?
『업적에 따라 부장들한테도 주지요. 회사의 공헌도에 따라 다르지만 부장들이 대체로 2000株 정도 받게 됩니다. 작년에 한 株당 19만7000원에 받았는데, 그게 30만원으로 올랐다면 한 株당 10만원씩 2000株니까 2억원을 받은 거 아닙니까. 1만 株 받은 사람은 10억원 번 거구요』
―지금 여러 분야에서 일본을 극복하거나, 따라잡거나, 또는 앞서가는 게 우리의 과젠데, 사장께서 관여하는 이 휴대폰 분야에선 일본을 추월했습니까?
『여러 면에서 저희가 일본보다 앞서고 있습니다. 일본 최대 업체인 마쓰시타보다 규모에 있어서도 크지요. 또 세계 시장에 나가서도 우리는 지역적으로 편중돼 있지 않고 여러 지역에서 골고루 팝니다. 볼륨에 있어서도 우리는 작년에 2900만대를 팔았고, 마쓰시타는 2700만 대를 팔았어요. 매출액으로 따지면 저희가 훨씬 더 많구요.
내용면에서 있어도 기술의 진도를 따질 때 휴대폰에 한해서는 우리가 앞서가고 있지요. 휴대 전화가 반도체(메모리)에 이어서 일본을 추월한 거지요. 디자인에 있어서도 우리 것이 더 작고 깜찍합니다』
육군 통신학교 교관 시절 無線에 빠져
그는 대전시 인동에서 1948년 10월7일(양력) 아버지 李大吉(작고)씨와 어머니 許賢義(작고)씨와의 사이에서 5남매 중 셋째로 태어났다.
그는 대전 보문고등학교와 인하大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ROTC 장교로 2년간 軍에 다녀왔다. 그리고 1974년에 三星에 입사했다.
『저는 三星電子에 안 들어왔으면 사업을 했을 겁니다. 제대 말년에 통신관계 사업을 해볼까 하고 청계천에 왔다갔다 했으니까요. 三星電子에 안 들어왔다면 이쪽(통신) 일을 더 빨리 시작했을 겁니다』
―생각이 참 빨랐군요,
『왜냐하면 제가 ROTC 장교로, 대전에 있던 육군통신학교에서 무선 교관을 했어요. 그래서 무선에 관해 일찍 눈을 떴지요. 거기서 미국의 선진기술 제품을 내 맘대로 만질 수가 있었거든요. 선박에서나 아마추어 무선사들이 쓰는 무선장비도 많이 다뤘습니다. 그런 건 작은 出力을 가지고도 全세계를 커버하는 것들입니다.
그런 걸 뜯어보면, 거기엔 국내에서 만들지 못하는 전계효과 트랜지스터들도 들어가 있었어요. 또 야시경 같은 것도 그때 만져봤죠. 그런 최신식 장비에 대해서 미국서 나온 교본(TMO)을 놓고 교육생들에게 가르쳤는데, 학교에서 배운 것보다 상세하면서도 쉽게 쓰여져 있었습니다.
대학교에선 오실로스코프란 걸 가지고 보물 다루듯 잘 만지지도 못하게 했는데, 통신학교에선 그것보다 기술적으로 훨씬 앞선 싱크로스코프란 걸 썼어요. 이건 우리가 지금 쓰는 겁니다. 저는 20년 전에 벌써 지금 쓰는 장비를 맘대로 만지고 뜯어보고 한 겁니다.
대학교 땐 조교들이 아주 묵은 장비를 잘 만지지도 못하게 하면서 걸레로 자꾸 닦으라고 해서 오실로스코프 같은 건 앞의 투명한 플라스틱이 다 닳아서 안 보이게 되곤 했습니다. 그런데 군대에선 내가 교관이니까 제일 좋은 장비를 나 혼자 맘대로 썼습니다. 저는 그런 덴 복이 참 많았습니다. 또 제일 좋은 교실에서 제일 좋은 무선학과를 맡았습니다. 또 무선학과 가운데서도 제일 좋은 장비를 내가 가지고 있었거든요!』
―李사장이 복이 많은 게 아니라, 대한민국 육군이 三星한테 엄청 많이 투자했네!
『그렇습니다. 그래서 그런 장비를 가지고 무선공부를 했는데 학교에서 하는 것보다 나 스스로 공부하는 게 훨씬 더 재미있었습니다. 그때부터 나는 기술을 관련 있는 것끼리 묶어 놓는 걸 터득했어요. 그래서 이런 부문은 지금도 아무도 나를 못 따라 옵니다. 이렇게 여러 기술을 분류해 놓으면 빨리 공통점을 찾아서 하나의 제품을 만들어 낼 수가 있지요. 이런 걸 요즘 말로 컴퓨터 마인드라고 하죠. 그때 벌써 제가 그런 걸 하기 시작했습니다. 軍에 있던 2년여 동안, 제가 그때까지 배워 왔던 전자공학에 대한 모든 것들을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라디오 만들어 제니스에 納品
―三星에는 어떻게 들어오게 됐습니까?
『제대를 앞두고, 日本과 관련된 통신회사에 취직을 하든지, 아니면 청계천에 가서 일단 통신관계 장사를 하든지 해야겠다고 생각했지요. 그래서 일본과 관련된 회사에 입사원서를 넣었는데 그 회사에선 벌써 출근하라는 통지가 왔어요. 그럴 때 三星에서 사원을 뽑는다는 전통이 통신학교로 온 겁니다. 그래서 三星에 와서 정식으로 시험 쳐서 입사했습니다』
―三星 면접볼 땐 관상 보는 사람이 함께 앉아 있다면서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때 기억나는 건 제가 논문을 참 잘 썼던 것 같아요. 앞으로 기술자를 어떻게 양성할 것인가에 대해 쓰라고 나왔는데, 참 자신 있게 잘 썼어요. 三星에 들어올 땐 과장까지만 하고 나갈라고 그랬어요』
그는 이 말 끝에 허허 웃으며 덧붙였다.
『쟤는 맨날 나간다고 하던 놈이 제일 오래 붙어 있다고 하겠네!』
그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계속했다.
『원래 죽는다 죽는다 하는 사람이 제일 오래 살잖아요. 맨날 즈이 집 불싸지른다고 하는 놈이 즈이 집에 불났다고 하면 제일 먼저 뛰어가는 거라구요』
―왜 그만둔다는 생각을 하셨습니까.
『그 당시만 해도 3∼4년만 다니면서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알고 내가 회사를 차려서 경영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지요. 요즘 벤처기업 같은 걸 그때 만들어 볼려고 했던 거지요』
―거기서 사장 하나, 여기서 사장 하나 다 같은 사장인데 목표달성 했네요!
『그런데 三星에 와서 보니까 회사가 좋고, 과장, 부장이 자꾸 남보다 쪼끔씩 먼저 되네요. 그래서 결국 그만두지 못했던 거지요』
―처음에 入社하니까 뭘 시키던가요?
『처음에 라디오 만들었습니다. 三星이 일본 산요와 합작해서 삼성-산요란 회사를 만들었는데, 거기서 근무했지요. 그때 삼성-산요가 三星電子보다 더 컸어요. 라디오課라고 있었지요. 회사가 수원에 있었는데 콘세트 건물에서 근무했습니다. 참, 지금 생각하면 초라했지요. 트랜지스터가 10개 정도 붙은 라디오를 만들어서 제니스란 회사에 납품을 했습니다. 그땐 三星의 브랜드도 없었어요』
―TV 만드는 파트가 잘 나갔을 텐데요. 라디오 파트가 좀 밀리는 곳이었잖아요.
入社 1년 만에 생산관리 책임자가 되다
『그때 제가 TV 파트로 가서 일했다면 오늘날이 없었을 겁니다. 그때도 선호하는 데는 기획실, 개발실, 구매, 그런 데였어요. 제가 쓴 이력서를 보고 저한테도 기획실로 오라고 해서 불려가기까지 했는데, 저는 현장에서 일하겠다고 했어요. 제 자신의 발전을 위해서 회피한 거지요. 그러고 제가 라디오課를 지원한 겁니다. 그때 과장님이 신철순씨였는데 그분이 굉장히 소탈하고 다정했어요. 일하는 데 별로 어려움이 없었어요』
그러다가 시련이 다가왔다.
『신과장님이 차장으로 승진을 하시고 다른 분이 과장으로 오셨는데 그분은, 아이구 얼마나 꼼꼼한지!』
그래서 그는 2∼3개월간 과장한테 시집살이를 단단히 했지만 뜻밖에 아주 좋은 경험을 하게 되기도 했다.
『하루는 과장님이 책상에서 스톱 워치하고 일본말로 쓰인 「워크 팩터」(Work Factor)란 책자를 찾아 주며 「李형이 이걸 좀 해봐요」 이러더라구요. 책자를 받아 보니 제품을 조립할 때 움직이는 동작을 秒단위로 분석한 책이었습니다. 산요 마크가 찍혀 있었는데 복사한 거였어요. 그 분이 산요에 가서 연수받을 때 배운 것인 모양인데 시간이 없으니까, 저한테 시키는 것 같았어요.
그 책을 놓고 보니까 일본말이라서 알 수가 있어야지요. 그래서 아침 일찍 가서 일본어 공부를 했지요. 그러고 나서 책을 보니까 대충 뜻은 알겠더라구요. 또 서울에 와서 산업공학과 교수들이 쓴 비슷한 책을 사서 봤습니다.
그렇게 기본지식을 쌓은 다음에 직접 작업현장에 가서 동작을 보며 시간을 쟀습니다.
제가 자꾸 현장에 나가서 뒤에서 스톱 워치를 눌러가며 동작을 재니까 현장에 있는 사원들이 뭘 잘못해서 그러는 줄 알고 나만 가면 덜덜 떠는 거예요. 그래서 또 일일이 설명을 했지요.
이렇게 열 번, 스무 번 체크를 해 보니까, 실제로는 책자하고 틀린 데도 있어서 그런 걸 수정해 가며 현장에 적용해야 했습니다.
또 같은 작업을 컨베이어 벨트에서 할 때, 앞사람과 뒷사람의 작업시간의 편차도 생각해야 했습니다. 이런 걸 생각하며 전체 생산라인의 작업과정을 분석하고 조율했습니다. 그렇게 하니까 작업의 효율이 훨씬 좋아졌습니다. 또 제품의 설계는 어떻게 해야 조립이 쉬워지는가 하는 것도 점점 눈에 보이더라구요』
―그 꼼꼼한 과장님 덕 봤습니다! 지금 그분 뭘하세요?
『어디로 이민 가셨습니다. 그 바람에 그 분야에선 제가 앞서가게 됐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그는 중대한 발견을 했다.
『제가 책자를 보며 분석한 것에는 감정계수가 안 들어갔습니다. 생산라인에 있는 여사원들은 감정에 예민하잖아요. 아침밥을 안 먹고 와서 기분이 상했을 수도 있고, 남자친구한테 기분 나쁜 소리를 들어서 언짢을 수도 있고…, 이런 감정이 분석돼서 계산에 들어가지 않은 겁니다.
기분이 나쁘면 일할 때 효율이 떨어지지만, 신바람이 나서 일을 하면 생각지도 않은 효율이 막 올라갑니다. 이런 요인(Factor)을 감안하지 않으면 생산량이 예상한 대로 안 나온다는 걸 제가 그때 알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여러 요인에 감정계수를 넣으면 위에서 「이걸 왜 넣었느냐」고 핀잔을 했습니다. 저는 「이건 제 팩텁니다」 그랬지요.
이런 문제도 있습니다. 흐름생산을 할 때 위에 자리잡은 고참이 물건을 컨베이어 벨트에 하나씩 딱 딱 놓잖아요. 그 고참이 관리자로부터 싫은 소리를 들었다면, 그 사원이 놓고 싶은 대로 놓는 겁니다. 30초에 하나 놓을 걸 40초에 하나 놨다, 20초에 하나 놨다, 이러면 뒤에서 밀리고 남게 됩니다.
또 맨 위에다 금방 들어온 신참을 놓잖아요. 그러면 저 뒤에 있는 고참들이 「천천히 해!」 하면 그대로 할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저는 라인의 첫 자리에는 가장 신임하는 사람을 놓도록 하고, 다음에 그 사람이 꼭 리더가 될 수 있도록 만들어 주게 했어요』
그가 이렇게 흐름을 바꿔 놓고 생산성을 높여 놓자 입사한 지 1년도 안 돼서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위에서 날 보고 그 공장 전체의 생산을 책임지는 사람을 해보라는 거요. 그게 1974년입니다. 그래서 그때 제가 저보다 나이 많은 기술자들과 과장들을 데리고 생산 전체를 맡아서 관리했습니다』
―어렵지 않던가요?
『나이도 많고 일본 가서 연수도 먼저 받고 오신 분들이었지요. 그러나 사람 다루는 건 제가 군대에서 통신학교 교관할 때 다 해봤잖아요. 소리 나는 부분은 소리를 재우고, 잘 따라오는 부분은 격려하고』
―군대 잘 갔다왔습니다. 그 좋은 군대를 안 갈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휴대폰에 PC, TV 통합된다
그는 그후 설계 파트를 거쳐(1975년) 제조기술과장으로 승진했다(1978년). 그 사이 삼성전자와 삼성-산요가 통합해서 三星電子가 됐다.
『그때 컬러 TV를 만들어 수출했는데 라디오는 항상 TV한테 처졌어요. 그때도 저는 무한한 무선통신의 장래를 믿고 무선 쪽에서 일했습니다』
그는 1983년 三星電子 안에서 품질관리가 가장 중요시될 때 음향품질관리실장을 맡았다. 그의 허락이 떨어지지 않으면 제품이 단 한 개도 출고되지 않았다. 이렇게 센 자리에 앉아 세도를 부렸는데도 그는 그게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한다.
『그 자리에 있어 보니까 남한테 지시해야 할 일이 많아졌어요. 이렇게 고쳐라, 저건 안 된다, 이렇게 만들면 출고 못 한다, 이런 잔소리를 해야 했는데 이게 제 적성에 안 맞았어요. 내가 노력해서, 내 아이디어로 현장에서 뭔가를 좋게 만들어야 된다는 생각이 들어서, 현장으로 보내 달라고 위에 말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1985년 비디오 생산부장으로 가서, 거기서도 생산라인, 개발 시스템 같은 것을 많이 바꿨다고 한다. 그후 그는 「음향」 쪽으로 갔다가 1989년 1월 구미에 있는 三星電子 정보통신 사업담당이사로 가서 그때부터 지금까지 휴대폰과 관련을 맺으며 살았다.
그후 그는 무선사업부 이사(1992년), 부장 상무이사(1996년), 부장 전무이사(1998년), 부장 부사장(1999년)을 거쳐 마침내 三星電子 정보통신 총괄 대표이사 사장이 되었다(2001년). 그 사이 그는 거의 1년에 한 단계씩을 뛰는 고속승진을 했다. 이런 경우는 三星電子 안에서도 드물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가 회사를 그만둘 기회는 이제 영영 잃고 말았다.
―李사장께선, 전자통신이 앞으로 만들어 낼 세상은 어떤 세상일 것으로 보십니까?
『지금은 이게 휴대폰밖에 안 되지만, 앞으로는 이게 모든 정보를 주고받는 정보센터가 될 겁니다. PC시대는 벌써 가고 있다고 볼 수 있지요.
제가 7∼8년 전부터 얘기하던 게 요즘 신문에 나는데요, 아이들이 태어나자마자 IC를 어깨에 심어 놓으면, 거기에 아이에 관한 모든 정보를 다 넣을 수 있어요. 또 거기다 계좌를 만들어 돈을 넣어 놓으면, 모든 거래를 그냥 할 수 있지요. 전철도 그냥 타기만 하면 돈이 빠져나가게 됩니다. 그 사람의 현재 위치도 언제나 알려 줄 수 있구요. 이런 세상이 올 날이 머지않았습니다. 바로 메모리 반도체의 발전에 따라 그렇게 되는 겁니다.
휴대폰도 지금처럼 커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귀에다 가져다 대고 말하지 않아도 그냥 말하면 상대방과 대화가 됩니다. 이런 시대가 옵니다』
―그럼 휴대폰은 없어집니까?
『통신하는 방법도 바뀌고 모양도 바뀔 겁니다. 가지고 다니지 않고 몸에다 심을 수도 있구요. 그러니까 지금부터 그런 걸 준비하지 않으면 뒤떨어지게 됩니다』
―그래 지금 그런 걸 준비하고 있단 말입니까?
『지금 휴대폰의 세대를 4세대까지 구분하고 있는데, 1세대를 아날로그, 2세대를 디지털, 지금이 2.5세댄데 디지털에서 조금 더 발전한 것, 이렇습니다. 그런데 5∼6월이 되면 월드컵에 대비해서 3세대 제품이 나옵니다. 2.5세대는 1초에 부호를 전송하는 속도가 14만4000개고, 3세대는 1초에 34만4000개의 부호를 날립니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2007년 이후에 나올 4세대 제품까지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건 1초에 5200만개의 부호를 날립니다(52M bps). 이렇게 되면 이건 휴대폰이 아니라 몸에 붙어 있는 컴퓨터고, 몸에 붙어 있는 게임기고, 몸에 붙어 있는 TV입니다. 이젠 휴대폰에 다른 모든 정보통신 기술이 합성이 됩니다』
가족 모두가 애니콜 기획요원
―혹시 一流高 一流大 안 나왔다고 회사에서 불편하거나 불이익을 당한 일은 없습니까?
『저는 한 번도 그런 일을 당해 보거나 느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는 1973년에 高福淑(51)씨와 결혼해서 세 子女를 두었다. 맏이로 둔 딸(27)은 대구에 있는 대학을 졸업하고 결혼해서 사업을 하고 있고, 큰아들(26) 역시 대구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일본에 가서 유학하고 있다. 둘째 아들(23)은 현재 대구에서 대학에 다니고 있다.
그는 그의 가족들 모두가 애니콜 개발에 한몫을 하고 있다고 했다.
『신제품이 나오면 모두 하나씩 나눠 주며, 기능, 디자인, 음질, 이런 걸 다 테스트하라고 임무를 부여합니다. 그러면 문제점을 벽에 걸어 놓은 칠판에 적습니다. 이렇게 우리 가족들은 애니콜의 시험요원이고 상품기획 담당자들입니다』
그는 1989년 구미공장으로 내려가면서 가족들을 모두 대구로 데리고 가서, 자녀들이 모두 중고등학교와 대학을 대구에서 다녔고 지금도 다니고 있다.
―자녀들 교육에 문제가 없었나요?
『저는 항상 가족은 옆에 같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나 혼자 가서 산다면, 아침에 일어났을 때 주위에 아무도 없으면 「왜 살지?」할 겁니다. 또 저녁에 들어가서 불꺼진 집에 아무도 없으면 또 「왜 살지?」할 겁니다. 그러니까 가족이 교육문제보다 더 중요하지 않겠어요?』
―그럼 자녀를 유학 보내는 것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일단은 반대합니다. 제 딸이 프랑스에 보내달라고 했는데 반대했습니다』
―아니 지금 세계화·국제화하면서 왔다갔다 하는데 그게 웬일입니까?
『하여튼 그 애는 지금 결혼해서 장사를 저보다 더 잘 합니다』
―아들은 유학을 보내면서 딸은 안 된다는 건 무슨 까닭입니까?
그는 그저 껄껄 웃기만 했다.
그는 현재는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 있는 동아아파트(27평형)에 부인과 함께 살면서 구미 공장에 왔다갔다 하고 있다.
『애니콜 세계 1位는 시간 문제』
질문이 너무 집요해서 진땀이 났는지 그는 양해를 구했다.
『저 담배 한 대만 필까요?』
그는 담배에 불을 붙이면서 또 말했다.
『이제 담배 끊겠습니다』
질문은 계속됐다.
―규모가 전자 중에서도 2%밖에 안 되는 휴대폰 공장에 가서 일할 때 한심하지 않던가요?
『내가 그 일이 재미있고 즐거우면 되는 거 아닙니까?』
―그 일을 즐겁게 해오면서 그림을 그렸을 거 아닙니까?
『그렸지요. 기술은 경영이라고 우리 회장님이 제2창업을 하면서 혁명적인 발상을 하셨는데, 우선은 기술자가 있어야 기술이 있고 경영이 있지요. 그때 제일 급한 게 사람이었어요. 그래서 우선 사람을 끌어 모았지요.
또 우리가 원천기술이 없으니까 해외 회사들한테 협력을 구해야 했지요. 또 해외 회사들과 협상을 잘 해야 했는데, 그때 제가 윈-윈(WIN-WIN, 相生)이란 말을 제일 먼저 썼을지도 모릅니다.
지금은 윈-윈이란 말을 아무나 쓰지만, 그 말뜻은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양쪽이 다 적자가 나더라도 한쪽은 많이 나고 다른 쪽은 조금 나면, 많이 나는 쪽에서 불평이 나옵니다. 그러면 적자가 적게 나온 쪽에서 많이 나온 쪽을 보상해 줘서 불평이 안 나오게 해야 합니다. 이게 윈-윈이고 이게 相生입니다.
그런데 지금 보면 윈-윈을 한다고 해놓고 서로 이익을 챙기려고 하거든요. 이건 윈-윈이 아닙니다. 기술이 부족하면 서로 채워 주고 이익이 모자라면 이익을 채워 줘야 합니다. 네 것과 내 것이 없어야 합니다. 그래서 필요할 때 우리는 윈-윈에 의해 해외 회사와 협력을 했습니다』
―三星의 애니콜이 언제 세계 1位가 됩니까?
『시간 문제지요. 원래 2005년까지 세계 3位를 달성하자는 목표를 세웠지요. 그런데 그걸 4년이나 앞당긴 겁니다. 앞으로 이런 속도로 가면 머지않아 세계 1位 목표를 달성할 겁니다. 지금 2.5세대가 나왔고 곧 3세대가 나올 테고, 또 4세대가 나올 겁니다. 이렇게 變換期마다 저한테는 찬스가 오는 겁니다』
―시간이 없겠지만 여유가 생기면 뭘 하십니까?
『체중이 불어서(78kg, 170cm) 산에 자주 갑니다. 또 교회에 가서 봉사도 하구요』
그는 대구 순복음교회 집사다. 부인이 독실한 신자여서 결혼 후부터 함께 다니게 됐다고 한다.
韓國, 휴대폰 생산 세계 1位國
그는 지난해 11월 그가 키운 애니콜의 약진에 힘입어 우리나라의 휴대폰산업협회 초대 회장이 됐다. 현재 우리나라는 휴대폰 생산국으로 세계 1位를 차지하고 있다. 三星이 1년에 3000만 대 가까이를 생산하고 있고, 세계적으로 가장 규모가 큰 노키아의 馬山 공장에서 역시 1년에 3000만 대 가량을, 그 밖의 LG, 모토로라 같은 여러 회사가 모두 4000만 대 정도를 각각 생산하고 있어, 총 1억여 대의 휴대폰이 우리나라에서 생산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앞으로도 세계인의 휴대폰은 우리 나라가 주도적으로 만들어 낼 수밖에 없고, 그 최전선에선 선봉장은 삼성전자의 李基泰 사장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정보통신 산업은 잘 가고 있습니까?
『정보통신 산업을 활성화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게 뭐냐? 그게 바로 휴대폰입니다. 이게 활성화되면 우리나라 경제는 좋아집니다. 왜? 여기에 들어가는 소프트, 하드, 이런 것들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지금 엄청나게 많아요. 그러니까 휴대폰이 잘 되면 일자리가 많이 생깁니다. 반대로 휴대폰 사업이 사그라지면 수많은 실업자가 생기게 됩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휴대폰이 3000만 대를 돌파했는데, 앞으로 여기에 관련돼서 먹고 사는 사람들은 무수하게 늘어날 겁니다. 이런 사람들이 계속해서 새로운 소프트 웨어를 만들어 내기도 하고, 지금 있는 소프트 웨어를 개선하기도 할 것 아닙니까.
그러니까 정부도 휴대폰 사업이 잘 되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 줘야 할 겁니다. 그런데 정부에서 보조금을 준다고 했다가 갑자기 안 준다고 하면, 그거 만들려고 부품 잔뜩 사놨다가 다 못 쓰게 되는 거 아닙니까? 그러면 관련 중소기업들이 다 타격을 받지요』
그가 하고 싶은 말은 뒷부분에 있는 것 같았다.
―이 휴대폰이 어떻게 될지 궁금합니다.
『지금은 휴대폰을 그렇게 들고 계시지만, 세월이 좀 지나면 그걸 들고 계시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 말을 들으니, 누가 나한테 달려들어 어깨를 칼로 째고 무슨 칩을 심을 것 같아 섬뜩했다.●
애니콜(Anycall) 神話의 주역으로 널리 알려진 三星電子 정보통신총괄 李基泰(이기태·54) 사장을 만나기 위해 서울 남대문 근처에 있는 삼성본관(중구 태평로 2가 250) 7층 그의 사무실을 찾았다. 그런데 웬 시커멓고 당당하게 생긴 남자와 화장실 앞에서 딱 마주쳤다. 내가 엉겁결에 손을 내밀었더니 그도 당황하며 물 묻은 손을 내밀었다. 그러면서 그는 아주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들의 첫 만남은 이렇게 이뤄졌다.
우리는 사장 집무실 옆에 있는 접견실에서 얘기를 나눴다. 그를 찬찬히 뜯어보니 그의 숱 많은 머리는 염색한 것이었다. 짧은 동안에 그 큰일을 해 내느라고 애를 참 많이 썼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 나온 三星의 휴대폰에는 전철이나 회의 도중에 사용하기 좋은 「소곤소곤」기능이 들어 있었다. 버튼 하나를 누르면 말소리를 낮춰 소곤소곤 해도 상대방이 쉽게 알아들을 수 있도록 해 놓은 기능이었다. 李사장은 나한테 이 기능을 알려 주려고 작정이라도 한 듯 아주 조그맣게 소곤소곤 말했는데, 문제는 나의 최신형 일본 소니 녹음기에 아직까지도 소곤소곤 기능이 없다는 점이었다. 나중에 들어 보니 그의 목소리가 아주 알아듣기 힘들었다.
나는 그와 얘기를 시작하면서 그에게서 풍기는 인상에 대해 이리저리 생각해 봤다. 그의 성품은, 아마도 표면은 박력으로 칠해져 있지만 속은 따뜻하고 섬세하고 여린 것으로 채워져 있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 들었다. 나중에 알게 된 그의 별명은 「불도저」였다.
애니콜이 세계라도 정복한 양 지난해 연말부터 하도 李사장의 이름이 진동해서 그 실체부터 알아보기로 했다.
―三星 휴대폰 애니콜의 현재 위치가 計數的으로 어떻게 됩니까?
『작년에 2900만 대를 만들어 팔았습니다. 세계 전체의 판매량이 3억9000만 대였으니까 三星 휴대폰의 시장점유율이 7.8% 정도 됩니다. 그렇게 되면 핀란드의 노키아(35%), 미국의 모토로라(15%) 다음에 독일의 지멘스와 三星의 애니콜이 수량 면에서는 영점 몇 %를 놓고 왔다갔다 합니다만, 금액에 있어서는 저희가 확실하게 3位를 차지했습니다』
―돈으로 따지면 어떻게 됩니까?
『작년 전체 매출이 7조원이었습니다. 메모리 반도체 매출이 6조3000만원 정도였지요. 처음으로 메모리 반도체를 뛰어넘었습니다』
三星이 휴대폰을 많이 만들고, 많이 팔아서 세계 3位를 달성한 것도 대단한 일이지만 그것보다도 더 잘한 일이 있다.
『작년에 세계적으로 모토로라, 에릭슨, 마쓰시타, 이렇게 큰 휴대폰 제조업체들이 대형 적자를 냈습니다. 저희 三星과 한참 앞서가는 노키아만이 이익을 냈는데 그 수익률이 거의 대등했습니다』
―얼마나 벌었는데요?
그는 찜찜하다 말했다.
『매출의 20%쯤 되지 않을까 봅니다만』
브랜드 가치 3兆- 國內 最高
애니콜에 박수 칠 일이 또 있다.
『저희 휴대폰은 시장 점유율은 7.8%밖에 안 되지만, 가지고 있는 잠재능력으로 볼 때는 높은 평가를 받습니다. 三星電子에서 TV를 비롯한 여러 가지 제품을 만들어 냈지만, 三星이란 브랜드가 세계적으로 그렇게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애니콜은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준비를 해서 세계적으로 브랜드 가치를 상당히 높였습니다』
三星의 휴대폰은 한국과 중국에서만 애니콜이라는 이름으로 팔리고 있다. 따라서 애니콜의 브랜드 가치를 세계적으로 계산해 본 적은 없다. 그러나 최근 한 조사기관이 국내에서 조사하고 있는 애니콜의 브랜드 가치는 무려 3조원으로 국내 브랜드 가운데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어떻게 그렇게 어려운 일을 하셨던가요?
『경쟁회사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제품을 내놨지요. 소비자들이 기대하지 못했던, 그 이상의 제품을 내놔서 소비자들을 만족시켰습니다』
―예를 들면.
『휴대폰에다 TV를 넣은 TV 폰, 음악을 듣는 기능을 넣은 엠피스리(MP3) 폰, 차고 다니는 시계와 휴대폰의 기능을 합친 워치(Watch) 폰, 이런 걸 저희 삼성이 세계에서 제일 먼저 만들었어요. TV 폰과 워치 폰은 작년에 기네스 북에 오르기까지 했습니다』
―이런 게 다 상업화됐습니까?
『그럼요. 이런 걸 미국과 유럽에 팔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선 소유권 문제 이외에 몇 가지 문제가 있어서 아직 시장에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만』
―언제부터 이렇게 휴대폰에 여러 기능을 집어 넣으려고 했습니까?
『1997년부터 디지털은 연구만 잘하면 우리가 상상을 뛰어넘는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데 착안했습니다. 누가 동작 빠르게 기억돼 있는 장치를 끌어내서 눈으로 볼 수 있거나 귀로 들을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느냐, 이게 문제였어요. 그래서 그때부터 그런 발상을 하고 또 거기에 투자를 해서 제품을 만들어 내는 일을 지난 4∼5년 동안 해 온 겁니다』
―사람도 많이 있어야 되고 돈도 많이 써야 되겠군요?
『휴대폰을 개발하는 사람만 관련부문에 종사하는 인력(이동통신 장비 포함)의 45%인 2072명이나 됩니다. 또 거기에 1년에 3000억원 이상의 개발비를 씁니다』
―그러면 1997년부터 그렇게 연구개발을 해서 상상을 초월하는 제품을 만들어낸 건 뭐가 있습니까?
『예를 들면 전화기가 음성인식을 하도록 했는데, 이건 저희가 세계에서 제일 빨랐습니다』
그게 그렇게 자랑할 만한 것이었다면 나도 할 말이 있다.
―그거 나올 때 TV 광고로 참 자랑을 많이 하십디다만, 그런데 저는 제 휴대폰에 대고 말을 해봐도 잘 못 알아듣던데요.
『그때는 좀 그런 면이 있었습니다. 과거의 기술과 지금 쓰고 있는 기술의 방식이 많이 달라져서 지금은 그런 일이 없습니다. 전에는 「홍길동」 하고 부르고 전화번호를 넣어놨는데, 요즘은 음성을 넣어서 문자로 나오고, 또 말이 오퍼레이션 시스템을 동작시켜 주게 됩니다』
李健熙 아이디어로 휴대폰이 변했다
―저는 전화기의 복잡한 기능이 별로 안 좋아요. 저도 애니콜을 가지고 있지만 전화 걸고 받고 하는 거 이외에는 거의 안 쓰고 있거든요. 제 입장에서 보면 여기에다 너무 많은 기능을 넣어서 쓸데없이 값이 비싸진 것 같아요. 여기에 수많은 기능을 넣었지만 많은 소비자들이 안 쓴다면 값만 비싸지고, 기술과 자원을 낭비하게 되지 않겠어요. 그러면 多機能 高技術이 인류를 편리하게 하기보다 복잡하게 할 수도 있는데, 좀 간단한 기능으로 조그맣게 만들어서 싸게 팔 생각은 없으십니까?
『그건 동감합니다. 그러나 휴대폰의 경우는 그렇습니다. 내가 앉은 자리에서 반경 1m 안에 있는 물건이 뭐냐. 손에 들 수 있는 휴대폰밖에 없다. 그러면 그 범위 안에서 정보를 보고, 보내고, 감지하려면 최소한 보고, 듣고, 주고받는 기능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그걸 쓰는 방법은 앞으로 점진적으로 개선해서 쉽게 해줘야지요. 그게 우리 몫이지요. 吳선생님이 쓰기 어렵다고 하시면 그건 저희들 잘못입니다』
그는 죄송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혹시 전화번호 입력시키는 전자수첩 안 가지고 다니십니까?』
―가지고 다니지요.
『이 전화기(cdma2000)에 1000여 개의 전화번호가 들어갈 수 있습니다. 컴퓨터보다도 쉬운 방법으로 넣을 수가 있어요. 天地人이라는 쉬운 문자 시스템으로 입력할 수 있습니다. 天(·) 地(ㅡ) 人(ㅣ) 세 모음으로 우리 모든 모음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이걸 이용하면 전화번호 수첩에 글자를 입력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지요. 또 찾기도 쉽고』
내가 多技能 휴대폰으로 전화밖에 안 쓴다고 한 말을 점잖게 받아치는 형세였다.
―이 天地人 방식도 삼성전자에서 처음 만들어 낸 거죠.
『그렇습니다. 우리 社員이 제안한 것을 개발한 겁니다』
―상 좀 많이 주시지 그랬어요.
『좀 줬지요. 지금 좀더 달라고 합니다만. 그런 경우 여러 가지 인센티브를 줍니다』
―애니콜이란 이름은 누가 지었어요?
『그것도 사원이 제안해서 채택된 겁니다. 언제 어디서나 잘 걸린다는 뜻이지요』
三星은 기술개발이나 마케팅에 괄목할 만한 실적을 올렸을 경우, 그에 相應하는 프로덕트 인센티브(Product Incentive)를 팀별로 주는데 보통 한 사람 앞에 500만원 이상씩이 돌아간다고 한다. 또 승진 승급 같은 인센티브도 준다는 것이다.
『저희는 제안을 받아서 제품을 개선하거나 개발한 경우가 많습니다. 휴대폰으로 통화할 때 처음에 번호를 찍고 「통화」(SEND)를 누르면 통화가 됩니다. 또 통화를 끝낸 다음에 누르는 「종료」(END) 버튼이 있습니다. 전에는 이 두 버튼이 전화기의 맨 아래쪽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1993년에 이걸 저희 李健熙 회장께서 「그게 밑에 있으니까 불편하니 위로 올리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해서 그 이후부터 위로 올라가게 된 겁니다. 지금은 다른 회사들도 우리를 따라와서 세계의 휴대폰이 모두 우리처럼 바뀌었습니다』
―야, 그건 대형 프로덕트 인센티브 감인데 李회장께 數億원 드려야겠군요! 그래 얼마나 드렸습니까?
『三星을 다 드렸지요. 안 그래도 洪여사(李회장 부인 洪羅喜)께서 인센티브 내놓으라고 하셔서 돈 좀 더 벌어서 드리겠다고 했습니다』
휴대폰에 聖經-佛經이 들어 있다
그는 아무래도 내가 多기능이 별로 필요가 없다고 한 말이 자꾸 마음에 걸리는 것 같았다.
『요즘엔 「엄지族」이란 것도 생겼습니다. 엄지 두 개로 휴대폰의 문자판을 두드려서 메시지를 날리는데 요즘엔 1분에 500자까지 날리는 사람도 있어요. 엄지 두 개가 어찌나 빨리 움직이는지 잘 보이지 않을 정돕니다. 그러니까 컴퓨터 자판 두드리는 것보다 더 빠르지요. 이렇게 젊은 사람들 사이에선 휴대폰으로 엄청난 양의 통신을 합니다』
―지금까지 출시한 디자인 중에서 가장 히트한 건 어떤 겁니까?
『유럽에 판 GSM-600(非동기)이란 기종인데, 아주 단순한 겁니다. 데이터 기능도 없어요. 그 당시에 그 제품을 거의 1000만 개나 팔았습니다』
이때다 싶어 나도 한 마디 했다.
―그거 보세요. 우리나라에서도 CDMA(동기) 방식으로 아주 값싸고 간편한 모델을 하나 만드세요. 그러면 그것도 몇백만 대 팔릴 겁니다.
그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알았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색다른 기능을 넣은 건 또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아까 말씀드린 것 이외에, 휴대폰에 인터넷을 통해 전자상거래를 할 수 있는 기능, 은행에 돈을 入出金할 수 있는 뱅킹 기능을 넣었습니다. 또 휴대폰에 영어 사전도 들어가 있고, 성경과 찬송가도 들어가 있고, 불경도 들어가 있고, 디지털 카메라도 들어가 있고…』
―카메라가 들어 있는 휴대폰이 나와 있습니까?
『저희가 그쪽에 좀 일찍 투자를 해서 2년 전에 개발했습니다. 제품이 3∼4월에 곧 나옵니다. 현재 인천에서 시험 중입니다. 또 휴대폰에 라디오도 들어가 있고, 위성으로 자기 위치를 확인하는 GPS (Global Position System)도 들어가 있고…』
―그런 건 언제 쓰이나요?
『미국 같은 데선 땅이 넓으니까 위치 확인이 꼭 필요한 때가 많지요. 어디서 재난을 당했을 때도 즉각 신고를 할 수 있어서 금방 구조대가 갈 수 있습니다. 또 그 속에 지도를 넣어서 내가 찾아가고 싶은 위치를 찾아갈 수도 있습니다』
―지도도 휴대폰에 들어가 있습니까?
『예, 인터넷 폰에 이미 들어가 있습니다. 또 녹음도 되지요. 다섯 시간도 할 수 있고, 열 시간도 할 수 있습니다』
그는 직접 워치 폰을 들고 설명했다.
『지금은 좀 투박하지만 오토바이 타는 분들이 많이 구입해서 쓰고 있습니다. 앞으로 크기를 좀 줄이고 007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여러 가지 기능을 넣어서 생산하려고 합니다. 지도와 GPS도 넣고 오토바이나 자동차의 여러 작동기구를 컨트롤하는 기능도 넣을까 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휴대폰의 시계도 방송사의 時報처럼 정확하게 할 순 없습니까?
여기서 나의 무식이 탄로 나고 말았다.
『휴대폰에 있는 시계는 그리니치 천문대에 있는 시계와 똑같이 정확합니다. 시스템에서 인공위성을 통해 날려 주는 겁니다. 제일 정확한 게 휴대폰에 붙어 있는 겁니다. 시간 맞출 때 그거 보고 맞추시면 됩니다』
『機能과 디자인으로 따라잡았다』
―三星이 이렇게 뛰고 있는데 가장 앞서 가고 있는 노키아가 낮잠 자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요? 그쪽은 기능면에서 어떤가요.
『어떤 부분은 노키아가 빨리 한 것도 있고, 또 어떤 것은 우리가 빠른 것도 있습니다. 서로 시소게임을 하고 있지요. 우리는 소비자들의 생각을 앞질러서, MP3를 따로 가지고 다닐 필요가 있느냐, 여기(휴대 폰)에다 집어넣자, 차 속에 TV가 없지 않느냐, 여기다 집어넣자, 네비게이터를 따로 달 필요가 없지 않느냐, 여기다 집어넣자…, 이렇게 한 겁니다. 그러나 우리는 노키아가 뭘 어떻게 하는지를 알아서 비교하거나 분석하는 소위 벤치마킹을 잘 안 합니다』
―知彼知己(지피지기)면 百戰百勝(백전백승)이라는데.
『내가 과장 때나 부장 때 그렇게 해 보니까, 그쪽에 자꾸 휩쓸리게 돼요. 그러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막혀 버려요. 우리가 앞으로 가야 할 길이 어디냐를 잘 알아서 그쪽으로 가면 되는 거지요』
―노키아가 앞서가고 있는데다 이미지가 좋아서 따라가기가 어렵겠는데요?
『노키아가 핀란드에 있는 회산데, 핀란드라는 국가 이미지가 유럽이나 미국에서 우리나라보다는 나은 게 사실이지요. 또 정보통신에 관해서도 우리보다 먼저 시작했기 때문에 기술도 더 많이 축적돼 있지요. 또 노키아는 유럽이라는 자기의 지역시장을 갖고 있는데 우리는 일본과 중국 사이에 끼어서 안방과 같은 자기 시장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불리한 여건 속에서 우리는 디자인도 더 잘 하고, 기능도 더 많이 넣고 해야 했죠』
―디자인 문제는 어떻게 극복했습니까?
『우리는 디자인 풀제를 운용했습니다. 많은 디자이너들이 아이디어를 내서 연못(pool)에다 넣도록 했습니다. 회사 밖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아이디어도 이 풀에 넣도록 했습니다. 그런 다음에 풀 속을 들여다보니까, 지나간 것, 현존하는 것, 너무 빠른 것, 이런 것들이 막 뒤섞여 있었어요』
―디자인은 사이버에 넣었습니까?
『그렇게도 하고, 모델을 만들어서 전시도 하고요. 이렇게 제안 시스템을 만들어 넣고 필요할 때 이것들을 죽 훑어봤어요. 아, 이건 시대에 맞다, 이건 너무 빠른 것 같네, 이건 좀 그렇지만 앞으로 참고는 한번 해보자, 하면서 골라내서 그걸 제품으로 생산했습니다』
―휴대폰이 돈의 역할도 한다죠?
『그럼요. 지금도 지불수단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또 교통카드 역할도 할 수 있습니다』
―GSM(非동기식, 유럽식)과 CDMA (동기식, 미국식)의 시장 점유율은 어떻게 됩니까?
『5對1쯤 될 겁니다. 우리나라 휴대폰의 방식이 아직은 작지요』
―CDMA 시장 중 三星이 얼마나 차지하고 있습니까?
『3분의 1 정도를 저희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어느 방식을 더 많이 수출하고 있습니까?
『CDMA 방식을 더 많이 하고 있습니다. 그쪽이 60%쯤 됩니다. 저희는 휴대폰의 모든 방식에 대한 기술을 다 가지고 있습니다』
鐵鋼보다 많은 핸드폰 輸出高
―작년에 수출은 얼마나 했습니까?
『아까 말씀드린 대로 모두 2900만 대를 만들어서 700만 대는 국내 시장에 팔고 2200만 대는 수출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작년 수출액이 모두 1504억 달런데, 그 가운데 휴대폰이 88억 달러로 6%를 차지했습니다. 저희 三星은 그 중 45억 달러를 수출했습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휴대폰이 이렇게 부쩍 자란 것이다. 손에 쏙 잡히는 그 작고 깜찍한 휴대폰이 자동차(133억 달러), 반도체(143억 달러)에 이어 수출량에 있어서 당당히 3位를 차지한 것이다. 4위를 차지한 그 크고 무거운 철강(67억 달러)은 저 밑에서 뛰어와야 했다.
―이렇게 휴대폰이 큰 활약을 한 요인으로 多機能과 디자인을 들었는데 그 밖엔 또 뭐가 있습니까?
『마케팅이 있지요. 휴대폰은 TV나 냉장고처럼 시장의 소비자들과 직접 상대하는 것이 아니고, KTF, SKT 같은 시스템을 운영하는 국내외 사업자들과 접촉을 해야 됩니다. 그래서 그 사람들과 우선 마케팅 활동을 벌여서 그 회사의 시스템과 잘 맞는 機器라는 걸 주지시켜야 합니다.
잘못되면 시스템 자체를 다운시킬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전문가들에 의한 기술 마케팅을 강화했습니다. 그 다음에, 그 사업자들이 우리 제품을 잘 팔 수 있도록 三星의 이름으로 선전해 줬지요.
또 이건 저희 회사 장점인데, 주문이 좀 늦더라도 빨리 만들어서 갖다 주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배달 제도도 많이 개선했습니다. 그렇게 꾸준히 했더니 국내나 외국의 통신회사들이 저희 三星을 아주 좋아하게 됐습니다』
―가격 경쟁력은 어떻습니까? 역시 좀 싸니까 많이 팔리는 건 아닌가요?
『아닙니다. 우리 제품은 제값 다 받습니다. 옛날 같으면 코리아 제품이라면 맨 밑 구석에 처박아 놓곤 했는데, 요즘은 우리 제품을 미국에서도 그렇고 중국에서도 그렇고, 좋은 자리에 진열해 놓고 높은 값을 받습니다. 미국에서도 스프린트 PCS 같은 통신회사의 애슬리 사장은 저희 제품을 손에 쥐고 쓰다듬으면서 아주 愛之重之합니다』
그는 내 말이 좀 귀에 거슬렸는지 한 마디 덧붙였다.
『三星의 휴대폰은 절대로 싸지 않습니다. 우린 뭐 흙 퍼다 장사합니까? 우리 제품이 결코 싸서 잘 팔리는 게 아닙니다. 우리 제품은 당당한 품질로 세계 여러 나라에서 2년 이상 베스트 셀러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는 직원에게 소비자 잡지 복사본을 가져오게 해서 보여 줬다. 그걸 보니, 2000년과 2001년 미국의 컨슈머 리포트를 비롯해서 영국, 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포르투갈의 소비자 잡지들이 三星 휴대폰의 모델을 베스트 셀러로 올려놓은 기사가 51건이나 됐다.
―시장의 크기로 볼 때 어디가 제일 큽니까?
『유럽이 제일 큽니다. 다음이 동남아, 미국 순입니다』
작년 말 보너스, 年俸의 50%
―해외에도 공장이 있지요?
『구미에 본 공장이 있고, 해외에는 브라질의 마니우스, 중국의 천진·심천, 스페인에 있습니다. 또 멕시코에도 공장을 세우고 있습니다. 그러나 해외 공장은 아직 규모가 작습니다.
우리 공장은 다른 데와 달리 디지털에 맞게 제품생산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제품의 성능 측정을 사람의 손으로 하는 게 아니고 소프트로 入出力을 집어넣어서 합니다. 그러니까 성능이 똑같이 유지됩니다. 기계한텐 「NO」와 「GOOD」밖에 없으니까 더 정확하지요. 또 단위시간당 제조능력도 우리가 다른 회사보다 월등하게 앞서 있고, 코스트 면에서도, 기계의 효율면에서도, 우리 회사의 경쟁력이 높습니다』
―그래요?
『작년에 조사한 걸 보면, 우리 공장이 세계 최고의 생산성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IBM이나 컴팩 같은 곳의 휴대폰을 전문적으로 주문생산하는 솔렉트론이라는 생산 회사가 있는데, 거기선 한 라인에 50명이 붙어서 하루에 2000대를 생산합니다. 그런데 우리 공장에선 한 라인에 18명이 붙어서 하루에 2350대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자동화가 잘 돼 있다는 거지요. 그래서 불량률이 솔렉트론의 절반도 안 됩니다. 한 사람당 생산성으로 보면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지요』
―그렇지만 三星이 봉급을 너무 많이 줘서 다른 회사보다 불리할 것 같은데.
『三星은 물론 다른 데보다 봉급을 많이 주지만, 꼭 그렇게 생각하진 않습니다. 좀더 부가가치 있는 일을 시키면 되는 겁니다. 단순한 일을 하는 데 높은 임금을 주면 안 되지만』
―작년 연말에 三星電子의 정보통신 부문에선 보너스를 「악」 소리 날 만큼 많이 줬다고 들었는데, 얼마나 많이 줬습니까?
『1년 연봉의 50%를 줬습니다. 삼성은 부문별로 한 해의 목표치를 정해 놓고 그걸 달성하면 그 실적에 따라 연봉의 최고 50%까지를 나누어 갖는 프로핏 셰어링(Profit Sharing)이라고 하는 제도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 제도에 따라서 작년에 우리 정보통신 부문 직원들이 최고치인 연봉의 절반을 받은 겁니다』
―6∼7년차 사원의 경우 구체적으로 얼마나 받았습니까?
『그 정도면 연봉이 4000만원쯤 되니까 2000만원 정도를 받았지요』
―그럼 이게 어떻게 되는 겁니까? 프로핏 셰어링 받고, 또 프로덕트 인센티브 받고, 三星 직원들은 돈 세다 날 새겠습니다.
『실적이 안 좋으면 한 푼도 못 받는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똑같은 三星電子 가운데서도 장사를 잘 못 한 분야에 근무하는 사원들은 보너스는커녕 야단만 맞았을 수도 있네요?
『야단은 안 맞겠지만,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 말을 들으니 다소 마음이 풀렸다.
즐겁게 일해야 生産性 올라가
나는 세계 3位인 휴대폰 회사의 규모가 얼마나 큰지 궁금했다.
―정보통신 부문의 직원은 얼마나 됩니까?
『三星電子 안에는 네 개의 총괄본부가 있습니다. 그 중의 하나가 저희 정보통신총괄본분데, 우리 본부의 전체 직원은 9400명쯤 되고, 휴대폰을 만드는 데만 3600명 정도가 근무하고 있습니다. 저희 총괄본부에선 휴대전화 이외에도 이동통신 시스템, 유선교환기, 光통신장비 같은 것도 만듭니다. 그러나 매출로 볼 때는 휴대폰이 우리 총괄본부 매출의 8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공장은 1만 평이 좀 넘습니다. 여기서 직원들이 3교대로 24시간 근무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직원들이 늘 피로할 텐데 생산성이 올라갑니까?
『사원들한테 노동강화를 시키면 생산성이 안 올라갑니다. 사원들한테 일하기 쉽게, 그리고 편하게 해 줘야죠. 편하게 앉아서 리드미컬하게 힘들이지 않고 일하도록 작업배치를 잘 해야 합니다. 또 서서 만들게 하더라도 뻣뻣하게 서 있게 하지 말고 움직이면서 만들도록 해야 합니다. 이때도 리듬을 잘 타도록 작업배치를 해야 합니다. 그냥 뻣뻣하게 세워 놓고 일을 시키면 허리도 아프고 다리도 아파서 능률도 떨어지지만, 이건 일 시키는 게 아니라 사람 잡는 거죠』
그는 담배 한 대를 물었다.
―담배를 많이 피우십니까?
『아닙니다, 쪼끔씩 피우는데, 끊는 게 좋다고 해서 이제 끊을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그는 몇 모금 빨지도 않은 담배를 비벼 껐다.
―CEO로 있으면 스트레스 많이 받잖아요?
『흡수하기 나름이죠』
―李사장께선 아주 놀라운 실적을 올렸는데 보상은 충분히 받았다고 생각하십니까?
『아까 말씀드린 대로 三星에는 이익이 난 만큼 나눠 주는 프로핏 셰어링이라고 하는 제도가 있습니다. 이런 걸로 보면 三星이 선진회삽니다. 이건 참 새로운 발상입니다. 회장님(李建熙) 아니면 누가 그런 생각을 하겠습니까? 어느 기업이 그렇게 하겠습니까. 그래야 사원들이 자기 인생을 걸 것 아닙니까? 그래야 회사에 자기 전체를 다 투자할 거 아닙니까?』
―아까 三星의 휴대폰이 비싸게 팔린다고 했는데 제일 앞서가는 노키아보다도 더 비쌉니까?
『어떤 제품은 더 비쌉니다. 왜? 우리 것은 노키아보다 더 좋은 부품을 썼고, 내구성이나 신뢰성도 더 좋으니까요』
여기서 내가 그의 자신만만함에 찬물을 끼얹었다.
―지금 내구성 자랑을 하셨는데, 제 핸드폰(SCH-6900)은 내구성이 별로 없더라구요. 이거 산 지가 2년이 채 안 됐는데 두 번 서비스 받느라고 9만원 가까이 들었습니다. 한 번은 상대방 소리는 들리는데 내 말이 저 쪽으로 가지 않았고, 또 한 번은 액정화면의 글자가 순식간에 다 없어졌습니다. 이번에 인터뷰하러 오면서 이 말은 꼭 전달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내 말을 듣고 당황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말만은 이렇게 했다.
『아, 잘 오셨어요』
그러나 그는 곧 한숨을 내쉬기 시작했다.
『아이구! 저게 왜 그렇게 됐을까?』
내가 좀 미안한 생각이 들어서 말을 돌렸다.
―괜찮습니다. 기계는 다 고장이 나게 돼 있으니까요.
그래도 그는 한숨을 쉬었다.
『아이구! 저게 왜 그렇게 됐을까. 그 말씀을 듣고 정신이 헷갈려서 인터뷰를 못하겠네요. 말이 안 들어와요. 그것 참!』
이렇게 되자 내가 더 난처해졌다.
―괜찮아요. 자, 다음 얘기합시다.
이러면서 난국을 수습하려고 했다. 그래도 그는 연거푸 한숨을 쉬었다. 이걸 보면 그가 휴대폰에 얼마나 집착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견고성도 믿을 만한가요?
『국제기준이 있습니다. 三星은 그것보다도 더 가혹한 시험을 해서 시장에 내놓습니다. 제품을 떨어뜨렸을 때 외부가 깨지는 것도 문제지만 동작이 안 되는 게 더 문젭니다. 그래서 납땜에 고밀도 기술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얘기가 또 내 휴대폰으로 돌아왔다.
『아까 그게, 아마도 뚜껑을 열고 닫는 데 머리카락 같은 선이 연결돼 있는데 그게 이탈된 게 아닌가 합니다. 죄송합니다. 기계는 영원불변으로 고장이 안 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사용하시는 분은 하나를 샀는데 그게 고장나니까 100% 고장 난 걸로 생각하십니다. 그래서 지금도 그런 부분을 더 연구하고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여기서 말을 돌리느라 화제를 바꿔봤다.
월드컵 중계 휴대폰으로 본다
―나는 휴대폰을 아주 비싸게 샀는데 지하철역이나 길바닥에선 저것보다 더 작고 예쁜 걸 공짜로 줍니다. 그게 어떻게 가능합니까?
『지금 나온 신제품은 CDMA 1X라고 1초에 14만4000개(144K bps)의 부호가 날아갑니다. 그러나 CDMA 95A나 B는 1초에 9600개의 부호가 날아가는 초기 제품인데, 아마 이 제품이 아닌가 봅니다. 이건 속도가 늦어서 잘 안 쓰고, 그러다 보니까 재고가 쌓이게 되겠죠. 그런 거 재고 처리하기 위해서 그런 일이 있지 않나 봅니다. 그런 건 또 작고 이쁘게 나올 수도 있거든요.
이제 월드컵을 겨냥해서 인터넷을 통해 TV 중계를 볼 수 있도록 5월에 三星에서 신제품이 나오는데 이건 38만4000개의 부호가 날아갑니다. 이런 판에 그런 구식 제품 가지고 있어 봐야 뭐 하겠어요. 앞으론 휴대폰으로 영화를 보는 세상이 오는데』
―작은 화면으로 보면 어디 영화 보는 맛이 나겠어요?
『그렇지만 이건 휴대성이 있으니까요. 기차 타고 가면서 영화를 본다면, 이건 꿈이죠. 빠뜨린 연속극도 볼 수 있지요』
여기서 나는 또 아픈 곳을 찔렀다. 내 휴대폰의 덮개가 열리고 닫힐 때 몸체와 네 귀퉁이가 서로 닿게 돼 있는데, 그 부분의 칠이 보기 흉하게 벗겨져 있었다. 그걸 보여 주며 말했다.
―아까 애니콜 자랑을 많이 하셨는데, 여기가 이렇게 까져 있어요. 이게 몇십만원 짜린데 고급감이 안 나요.
그는 내 휴대폰을 보더니 금세 얼굴색이 달라졌다. 그리곤 밖에다 소리쳤다.
『나 커피 한 잔 줘요!』
너무 했다 싶었지만 모르는 척 지켜봤다.
『우리도 이런 걸 알고 이렇게 고쳤습니다. 이거 보세요』
그가 보여 주는 새 모델은, 몸체와 덮개가 서로 닿는 귀퉁이에 작은 고무를 젖꼭지처럼 붙여 놓았다. 바닥에 놓으면 닿게 돼 있는 배터리 뒷면의 네 귀퉁이엔 아예 볼록한 모양이 플라스틱 성형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그는 변명처럼 말했다.
『저희도 발전하는 겁니다. 사람도 걸음마부터 걸어야 어른이 되듯이』
『CEO는 비전 제시해야』
우리는 사흘 뒤 같은 장소에서 다시 만났다.
―해외 출장이 잦다죠.
『1년의 3분의 1은 나가 있지요. 외국의 통신 사업자들과 만나서 얘기를 해야 합니다. 그 사람들이 앞으로, 어느 기능을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싶어하는지를 미리 알아서, 우리 제품에 그런 기능을 탑재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지금 멀티미디어의 시대가 오는데, 휴대폰으로 영화 같은 걸 제공하고 싶어하는지, 예약하는 기능을 추가하고 싶어하는지, 현금카드로 사용하고 싶어하는지, 또 이런 걸 한다면 언제부터 하고 싶어하는지를 미리 알아야 대응하게 됩니다』
―그런 시장 조사를 경쟁자인 노키아, 모토로라, 에릭슨 같은 데서도 할 거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그런 회사들은 역사가 깊으니까 통신 사업자들과 관계가 더 깊고 좋을 수 있고, 따라서 더 많은 정보를 더 일찍 가져갈 수도 있습니다』
―걱정입니다. 그걸 어떻게 극복하세요.
『정보가 좀 늦더라도 三星의 젊은 기술자들이 일하는 방법과 조직의 힘을 통해 경쟁사보다 더 빨리 원하는 제품을 더 잘 만들어 냅니다. 기본적으로 우리에겐 기술이 어느 정도 축적돼 있기 때문에 우리 기술자들에겐 자신감이 있습니다. 우리 통신부문엔 뭐든지 해 낼 수 있다는 분위기가 넘쳐 흐르고 있습니다. 이게 중요한 거죠. 그래서 CEO가 그런 걸 미리 예측해 주고, 비전 제시를 해주면 일하기가 쉽지요. 저는 그런 데 시간을 많이 소비하고 있습니다』
―그런 분위기는 어디서 옵니까? 三星에 노조가 없지만 노조가 있는 곳보다 사원들에게 더 잘 해주기 때문입니까?
『충분한 성과보상을 해주는 데도 원인이 있겠지요』
―三星의 휴대폰이 빠른 시간 안에 3位로 뛰었다면, 그건 어디에선가 無理를 했다는 뜻인데, 예컨대 밤잠을 안 자고 연구를 했든지, 아니면 기술을 훔쳐 왔든지….
『휴대폰이 디지털의 대표적인 제품인데, 디지털 시대가 오면서 큰 규모의 기업이 작은 규모의 기업을 누르는 시대는 갔습니다. 혼자라도 좋은 아이디어를 내서 이걸 제품으로 연결시키면 큰 회사를 이길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빌 게이츠가 나온 거 아닙니까. 휴대폰의 경우 통신 사업자들의 뜻만 미리 알면 우리가 얼마든지 앞서갈 수 있는 거죠. 우리는 사실 사업자들의 뜻보다도 더 멀리 앞을 내다보면서 미리 대비하고 있습니다.
시장에 가 보면 사업자들의 뜻을 미리 알아서 제때에 내놓은 제품과 그렇지 않은 제품의 차이를 금방 알 수 있어요. 우리 제품으론 가지고 다니면서 게임을 할 수 있는데, 다른 제품은 음성전화밖에 할 수 없다면, 어느 쪽이 경쟁력이 있겠습니까? 또 액정화면에 컬러가 들어가야 동영상을 볼 수 있는데 흑백밖에 없다면 어떻겠습니까?』
―그러면 노키아 같은 경쟁사는 낮잠 자고 있나요?
『그렇지요, 그래서 스피드가 빨라야 합니다. 우린 회사 규모가 작으니까 나만 결정하면 금방 할 수 있지요. 스피드는 또 언제 나오느냐? 우리가 가지고 있는 엔진을 최대로 다 밟아야 속도가 나오는 거 아닙니까? 그러자면 조직의 구성들에게 역할을 분담해서 잘 맡기고 리더십을 잘 발휘하면 구성원들이 그렇게 무리를 하지 않고도 최고의 속도를 낼 수 있습니다. 속도를 빨리 내지 않으면 못 따라가는 거죠』
―밖에 있는 사람들은 三星이 앞서가고 잘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왠지 너무 조직적이고, 경직돼 있고, 信賞必罰 주의고, 때론 非인간적이고, 社內에서 언론자유도 없고, 그래서 좀 무섭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우리 정보통신은 안 그렇습니다. 저는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자유롭게 의사를 결정합니다. 제가 어떤 목표를 정하고 그게 맞다고 생각했을 때, 아주 무섭게 추진합니다. 저는 아직 한 번도 의사결정에서 실패한 적이 없어요』
마침내 일본을 追越하다
얘기가 옛날로 거슬러 올라간다.
『10년 전(1992년)에 제가 무선 사업부 이사였는데 그땐 무선통신의 매출이 三星電子 전체 매출의 2%도 안 됐어요. 겨우 일본 도시바 카폰(아날로그) 갖다가 팔았는데, 안테나 하나 불량 나면 그거 서비스해준다고 도시바한테 사정사정해서 안테나 겨우 얻어오고 그랬어요. 소비자들은 A/S가 늦다고 사무실에 와서 난리를 치고, 아이구!
그때는 아무도 휴대폰이 이렇게 되리라는 걸 예측하지 못했어요. 무선 개발하는 기술자들이 40여 명 있었는데, 그것도 돈 못 번다고 사람 줄이라고 해서 30명을 삼성항공으로 보내 버렸어요.
그러다가 1993년에 李健熙 회장께서 「新經營」을 선포했어요. 그때 회장님이 「기술이 경영이다」는 말을 하셨어요. 이게 三星으로선 혁명적인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삼성항공으로 다 보내 버려서 기술자가 없는 겁니다. 그 사람들은 여기서는 빛을 못 봤는데 항공으로 가선 바로 영국으로 연수를 떠났지요. 우리는 그 사람들 보내놓고 맥이 빠져 있는데 한 열흘쯤 있다가 그쪽으로 갔던 몇 명이 오더니 「우리는 영국에 가서 공부하게 됐습니다」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남아 있던 기술자들은 또 사기가 떨어졌지요.
그래도 저는 「無線이 앞으로 꿈의 통신까지 가는데, 그때 가면 기술의 집합체가 된다. 그러니 열심히 하자」 이래 가면서 남은 사람들 사기를 돋워 가며 여기까지 온 겁니다. 그때 2∼3년차 된 젊은 사원들 10여 명이 모체가 돼서 연구 개발을 시작했는데 지금 그 사람들 모두가 휴대폰 선수가 됐어요』
―다른 데서 스카우트해 가지 않습니까?
『국내외 회사에서 우리 기술자들 스카우트해 가려고 10억원씩을 계좌에 넣어 줘도 지금은 안 갑니다』
―어떤 미친 사람들이 10억원씩이나 줍니까?
『아이구 참! 1∼2년차 신입직원한테도 1억원씩 주는데요 뭘!』
―그렇게 가는 사람도 있습니까?
『가기도 했고 또 찾아오기도 했고』
―찾아올 땐 돈을 더 줬겠네! 만약 나한테 누가 10억원 준다면 난 三星이 아무리 좋아도 버리고 갈 것 같은데. 내가 지금 40代라면.
『40代라면 앞으로 10억원이 훨씬 더 돌아오지요. 그건 충분히 보장됩니다. 봉급, 인센티브, 프로핏 셰어링, 또 스톡옵션, 이런 거 다 하면 그보다 몇 배 더 넘지요. 퇴직금까지 갈 것도 없어요』
―스톡옵션이 CEO한테만 가는 거 아닙니까?
『업적에 따라 부장들한테도 주지요. 회사의 공헌도에 따라 다르지만 부장들이 대체로 2000株 정도 받게 됩니다. 작년에 한 株당 19만7000원에 받았는데, 그게 30만원으로 올랐다면 한 株당 10만원씩 2000株니까 2억원을 받은 거 아닙니까. 1만 株 받은 사람은 10억원 번 거구요』
―지금 여러 분야에서 일본을 극복하거나, 따라잡거나, 또는 앞서가는 게 우리의 과젠데, 사장께서 관여하는 이 휴대폰 분야에선 일본을 추월했습니까?
『여러 면에서 저희가 일본보다 앞서고 있습니다. 일본 최대 업체인 마쓰시타보다 규모에 있어서도 크지요. 또 세계 시장에 나가서도 우리는 지역적으로 편중돼 있지 않고 여러 지역에서 골고루 팝니다. 볼륨에 있어서도 우리는 작년에 2900만대를 팔았고, 마쓰시타는 2700만 대를 팔았어요. 매출액으로 따지면 저희가 훨씬 더 많구요.
내용면에서 있어도 기술의 진도를 따질 때 휴대폰에 한해서는 우리가 앞서가고 있지요. 휴대 전화가 반도체(메모리)에 이어서 일본을 추월한 거지요. 디자인에 있어서도 우리 것이 더 작고 깜찍합니다』
육군 통신학교 교관 시절 無線에 빠져
그는 대전시 인동에서 1948년 10월7일(양력) 아버지 李大吉(작고)씨와 어머니 許賢義(작고)씨와의 사이에서 5남매 중 셋째로 태어났다.
그는 대전 보문고등학교와 인하大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ROTC 장교로 2년간 軍에 다녀왔다. 그리고 1974년에 三星에 입사했다.
『저는 三星電子에 안 들어왔으면 사업을 했을 겁니다. 제대 말년에 통신관계 사업을 해볼까 하고 청계천에 왔다갔다 했으니까요. 三星電子에 안 들어왔다면 이쪽(통신) 일을 더 빨리 시작했을 겁니다』
―생각이 참 빨랐군요,
『왜냐하면 제가 ROTC 장교로, 대전에 있던 육군통신학교에서 무선 교관을 했어요. 그래서 무선에 관해 일찍 눈을 떴지요. 거기서 미국의 선진기술 제품을 내 맘대로 만질 수가 있었거든요. 선박에서나 아마추어 무선사들이 쓰는 무선장비도 많이 다뤘습니다. 그런 건 작은 出力을 가지고도 全세계를 커버하는 것들입니다.
그런 걸 뜯어보면, 거기엔 국내에서 만들지 못하는 전계효과 트랜지스터들도 들어가 있었어요. 또 야시경 같은 것도 그때 만져봤죠. 그런 최신식 장비에 대해서 미국서 나온 교본(TMO)을 놓고 교육생들에게 가르쳤는데, 학교에서 배운 것보다 상세하면서도 쉽게 쓰여져 있었습니다.
대학교에선 오실로스코프란 걸 가지고 보물 다루듯 잘 만지지도 못하게 했는데, 통신학교에선 그것보다 기술적으로 훨씬 앞선 싱크로스코프란 걸 썼어요. 이건 우리가 지금 쓰는 겁니다. 저는 20년 전에 벌써 지금 쓰는 장비를 맘대로 만지고 뜯어보고 한 겁니다.
대학교 땐 조교들이 아주 묵은 장비를 잘 만지지도 못하게 하면서 걸레로 자꾸 닦으라고 해서 오실로스코프 같은 건 앞의 투명한 플라스틱이 다 닳아서 안 보이게 되곤 했습니다. 그런데 군대에선 내가 교관이니까 제일 좋은 장비를 나 혼자 맘대로 썼습니다. 저는 그런 덴 복이 참 많았습니다. 또 제일 좋은 교실에서 제일 좋은 무선학과를 맡았습니다. 또 무선학과 가운데서도 제일 좋은 장비를 내가 가지고 있었거든요!』
―李사장이 복이 많은 게 아니라, 대한민국 육군이 三星한테 엄청 많이 투자했네!
『그렇습니다. 그래서 그런 장비를 가지고 무선공부를 했는데 학교에서 하는 것보다 나 스스로 공부하는 게 훨씬 더 재미있었습니다. 그때부터 나는 기술을 관련 있는 것끼리 묶어 놓는 걸 터득했어요. 그래서 이런 부문은 지금도 아무도 나를 못 따라 옵니다. 이렇게 여러 기술을 분류해 놓으면 빨리 공통점을 찾아서 하나의 제품을 만들어 낼 수가 있지요. 이런 걸 요즘 말로 컴퓨터 마인드라고 하죠. 그때 벌써 제가 그런 걸 하기 시작했습니다. 軍에 있던 2년여 동안, 제가 그때까지 배워 왔던 전자공학에 대한 모든 것들을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라디오 만들어 제니스에 納品
―三星에는 어떻게 들어오게 됐습니까?
『제대를 앞두고, 日本과 관련된 통신회사에 취직을 하든지, 아니면 청계천에 가서 일단 통신관계 장사를 하든지 해야겠다고 생각했지요. 그래서 일본과 관련된 회사에 입사원서를 넣었는데 그 회사에선 벌써 출근하라는 통지가 왔어요. 그럴 때 三星에서 사원을 뽑는다는 전통이 통신학교로 온 겁니다. 그래서 三星에 와서 정식으로 시험 쳐서 입사했습니다』
―三星 면접볼 땐 관상 보는 사람이 함께 앉아 있다면서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때 기억나는 건 제가 논문을 참 잘 썼던 것 같아요. 앞으로 기술자를 어떻게 양성할 것인가에 대해 쓰라고 나왔는데, 참 자신 있게 잘 썼어요. 三星에 들어올 땐 과장까지만 하고 나갈라고 그랬어요』
그는 이 말 끝에 허허 웃으며 덧붙였다.
『쟤는 맨날 나간다고 하던 놈이 제일 오래 붙어 있다고 하겠네!』
그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계속했다.
『원래 죽는다 죽는다 하는 사람이 제일 오래 살잖아요. 맨날 즈이 집 불싸지른다고 하는 놈이 즈이 집에 불났다고 하면 제일 먼저 뛰어가는 거라구요』
―왜 그만둔다는 생각을 하셨습니까.
『그 당시만 해도 3∼4년만 다니면서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알고 내가 회사를 차려서 경영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지요. 요즘 벤처기업 같은 걸 그때 만들어 볼려고 했던 거지요』
―거기서 사장 하나, 여기서 사장 하나 다 같은 사장인데 목표달성 했네요!
『그런데 三星에 와서 보니까 회사가 좋고, 과장, 부장이 자꾸 남보다 쪼끔씩 먼저 되네요. 그래서 결국 그만두지 못했던 거지요』
―처음에 入社하니까 뭘 시키던가요?
『처음에 라디오 만들었습니다. 三星이 일본 산요와 합작해서 삼성-산요란 회사를 만들었는데, 거기서 근무했지요. 그때 삼성-산요가 三星電子보다 더 컸어요. 라디오課라고 있었지요. 회사가 수원에 있었는데 콘세트 건물에서 근무했습니다. 참, 지금 생각하면 초라했지요. 트랜지스터가 10개 정도 붙은 라디오를 만들어서 제니스란 회사에 납품을 했습니다. 그땐 三星의 브랜드도 없었어요』
―TV 만드는 파트가 잘 나갔을 텐데요. 라디오 파트가 좀 밀리는 곳이었잖아요.
入社 1년 만에 생산관리 책임자가 되다
『그때 제가 TV 파트로 가서 일했다면 오늘날이 없었을 겁니다. 그때도 선호하는 데는 기획실, 개발실, 구매, 그런 데였어요. 제가 쓴 이력서를 보고 저한테도 기획실로 오라고 해서 불려가기까지 했는데, 저는 현장에서 일하겠다고 했어요. 제 자신의 발전을 위해서 회피한 거지요. 그러고 제가 라디오課를 지원한 겁니다. 그때 과장님이 신철순씨였는데 그분이 굉장히 소탈하고 다정했어요. 일하는 데 별로 어려움이 없었어요』
그러다가 시련이 다가왔다.
『신과장님이 차장으로 승진을 하시고 다른 분이 과장으로 오셨는데 그분은, 아이구 얼마나 꼼꼼한지!』
그래서 그는 2∼3개월간 과장한테 시집살이를 단단히 했지만 뜻밖에 아주 좋은 경험을 하게 되기도 했다.
『하루는 과장님이 책상에서 스톱 워치하고 일본말로 쓰인 「워크 팩터」(Work Factor)란 책자를 찾아 주며 「李형이 이걸 좀 해봐요」 이러더라구요. 책자를 받아 보니 제품을 조립할 때 움직이는 동작을 秒단위로 분석한 책이었습니다. 산요 마크가 찍혀 있었는데 복사한 거였어요. 그 분이 산요에 가서 연수받을 때 배운 것인 모양인데 시간이 없으니까, 저한테 시키는 것 같았어요.
그 책을 놓고 보니까 일본말이라서 알 수가 있어야지요. 그래서 아침 일찍 가서 일본어 공부를 했지요. 그러고 나서 책을 보니까 대충 뜻은 알겠더라구요. 또 서울에 와서 산업공학과 교수들이 쓴 비슷한 책을 사서 봤습니다.
그렇게 기본지식을 쌓은 다음에 직접 작업현장에 가서 동작을 보며 시간을 쟀습니다.
제가 자꾸 현장에 나가서 뒤에서 스톱 워치를 눌러가며 동작을 재니까 현장에 있는 사원들이 뭘 잘못해서 그러는 줄 알고 나만 가면 덜덜 떠는 거예요. 그래서 또 일일이 설명을 했지요.
이렇게 열 번, 스무 번 체크를 해 보니까, 실제로는 책자하고 틀린 데도 있어서 그런 걸 수정해 가며 현장에 적용해야 했습니다.
또 같은 작업을 컨베이어 벨트에서 할 때, 앞사람과 뒷사람의 작업시간의 편차도 생각해야 했습니다. 이런 걸 생각하며 전체 생산라인의 작업과정을 분석하고 조율했습니다. 그렇게 하니까 작업의 효율이 훨씬 좋아졌습니다. 또 제품의 설계는 어떻게 해야 조립이 쉬워지는가 하는 것도 점점 눈에 보이더라구요』
―그 꼼꼼한 과장님 덕 봤습니다! 지금 그분 뭘하세요?
『어디로 이민 가셨습니다. 그 바람에 그 분야에선 제가 앞서가게 됐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그는 중대한 발견을 했다.
『제가 책자를 보며 분석한 것에는 감정계수가 안 들어갔습니다. 생산라인에 있는 여사원들은 감정에 예민하잖아요. 아침밥을 안 먹고 와서 기분이 상했을 수도 있고, 남자친구한테 기분 나쁜 소리를 들어서 언짢을 수도 있고…, 이런 감정이 분석돼서 계산에 들어가지 않은 겁니다.
기분이 나쁘면 일할 때 효율이 떨어지지만, 신바람이 나서 일을 하면 생각지도 않은 효율이 막 올라갑니다. 이런 요인(Factor)을 감안하지 않으면 생산량이 예상한 대로 안 나온다는 걸 제가 그때 알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여러 요인에 감정계수를 넣으면 위에서 「이걸 왜 넣었느냐」고 핀잔을 했습니다. 저는 「이건 제 팩텁니다」 그랬지요.
이런 문제도 있습니다. 흐름생산을 할 때 위에 자리잡은 고참이 물건을 컨베이어 벨트에 하나씩 딱 딱 놓잖아요. 그 고참이 관리자로부터 싫은 소리를 들었다면, 그 사원이 놓고 싶은 대로 놓는 겁니다. 30초에 하나 놓을 걸 40초에 하나 놨다, 20초에 하나 놨다, 이러면 뒤에서 밀리고 남게 됩니다.
또 맨 위에다 금방 들어온 신참을 놓잖아요. 그러면 저 뒤에 있는 고참들이 「천천히 해!」 하면 그대로 할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저는 라인의 첫 자리에는 가장 신임하는 사람을 놓도록 하고, 다음에 그 사람이 꼭 리더가 될 수 있도록 만들어 주게 했어요』
그가 이렇게 흐름을 바꿔 놓고 생산성을 높여 놓자 입사한 지 1년도 안 돼서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위에서 날 보고 그 공장 전체의 생산을 책임지는 사람을 해보라는 거요. 그게 1974년입니다. 그래서 그때 제가 저보다 나이 많은 기술자들과 과장들을 데리고 생산 전체를 맡아서 관리했습니다』
―어렵지 않던가요?
『나이도 많고 일본 가서 연수도 먼저 받고 오신 분들이었지요. 그러나 사람 다루는 건 제가 군대에서 통신학교 교관할 때 다 해봤잖아요. 소리 나는 부분은 소리를 재우고, 잘 따라오는 부분은 격려하고』
―군대 잘 갔다왔습니다. 그 좋은 군대를 안 갈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휴대폰에 PC, TV 통합된다
그는 그후 설계 파트를 거쳐(1975년) 제조기술과장으로 승진했다(1978년). 그 사이 삼성전자와 삼성-산요가 통합해서 三星電子가 됐다.
『그때 컬러 TV를 만들어 수출했는데 라디오는 항상 TV한테 처졌어요. 그때도 저는 무한한 무선통신의 장래를 믿고 무선 쪽에서 일했습니다』
그는 1983년 三星電子 안에서 품질관리가 가장 중요시될 때 음향품질관리실장을 맡았다. 그의 허락이 떨어지지 않으면 제품이 단 한 개도 출고되지 않았다. 이렇게 센 자리에 앉아 세도를 부렸는데도 그는 그게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한다.
『그 자리에 있어 보니까 남한테 지시해야 할 일이 많아졌어요. 이렇게 고쳐라, 저건 안 된다, 이렇게 만들면 출고 못 한다, 이런 잔소리를 해야 했는데 이게 제 적성에 안 맞았어요. 내가 노력해서, 내 아이디어로 현장에서 뭔가를 좋게 만들어야 된다는 생각이 들어서, 현장으로 보내 달라고 위에 말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1985년 비디오 생산부장으로 가서, 거기서도 생산라인, 개발 시스템 같은 것을 많이 바꿨다고 한다. 그후 그는 「음향」 쪽으로 갔다가 1989년 1월 구미에 있는 三星電子 정보통신 사업담당이사로 가서 그때부터 지금까지 휴대폰과 관련을 맺으며 살았다.
그후 그는 무선사업부 이사(1992년), 부장 상무이사(1996년), 부장 전무이사(1998년), 부장 부사장(1999년)을 거쳐 마침내 三星電子 정보통신 총괄 대표이사 사장이 되었다(2001년). 그 사이 그는 거의 1년에 한 단계씩을 뛰는 고속승진을 했다. 이런 경우는 三星電子 안에서도 드물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가 회사를 그만둘 기회는 이제 영영 잃고 말았다.
―李사장께선, 전자통신이 앞으로 만들어 낼 세상은 어떤 세상일 것으로 보십니까?
『지금은 이게 휴대폰밖에 안 되지만, 앞으로는 이게 모든 정보를 주고받는 정보센터가 될 겁니다. PC시대는 벌써 가고 있다고 볼 수 있지요.
제가 7∼8년 전부터 얘기하던 게 요즘 신문에 나는데요, 아이들이 태어나자마자 IC를 어깨에 심어 놓으면, 거기에 아이에 관한 모든 정보를 다 넣을 수 있어요. 또 거기다 계좌를 만들어 돈을 넣어 놓으면, 모든 거래를 그냥 할 수 있지요. 전철도 그냥 타기만 하면 돈이 빠져나가게 됩니다. 그 사람의 현재 위치도 언제나 알려 줄 수 있구요. 이런 세상이 올 날이 머지않았습니다. 바로 메모리 반도체의 발전에 따라 그렇게 되는 겁니다.
휴대폰도 지금처럼 커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귀에다 가져다 대고 말하지 않아도 그냥 말하면 상대방과 대화가 됩니다. 이런 시대가 옵니다』
―그럼 휴대폰은 없어집니까?
『통신하는 방법도 바뀌고 모양도 바뀔 겁니다. 가지고 다니지 않고 몸에다 심을 수도 있구요. 그러니까 지금부터 그런 걸 준비하지 않으면 뒤떨어지게 됩니다』
―그래 지금 그런 걸 준비하고 있단 말입니까?
『지금 휴대폰의 세대를 4세대까지 구분하고 있는데, 1세대를 아날로그, 2세대를 디지털, 지금이 2.5세댄데 디지털에서 조금 더 발전한 것, 이렇습니다. 그런데 5∼6월이 되면 월드컵에 대비해서 3세대 제품이 나옵니다. 2.5세대는 1초에 부호를 전송하는 속도가 14만4000개고, 3세대는 1초에 34만4000개의 부호를 날립니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2007년 이후에 나올 4세대 제품까지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건 1초에 5200만개의 부호를 날립니다(52M bps). 이렇게 되면 이건 휴대폰이 아니라 몸에 붙어 있는 컴퓨터고, 몸에 붙어 있는 게임기고, 몸에 붙어 있는 TV입니다. 이젠 휴대폰에 다른 모든 정보통신 기술이 합성이 됩니다』
가족 모두가 애니콜 기획요원
―혹시 一流高 一流大 안 나왔다고 회사에서 불편하거나 불이익을 당한 일은 없습니까?
『저는 한 번도 그런 일을 당해 보거나 느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는 1973년에 高福淑(51)씨와 결혼해서 세 子女를 두었다. 맏이로 둔 딸(27)은 대구에 있는 대학을 졸업하고 결혼해서 사업을 하고 있고, 큰아들(26) 역시 대구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일본에 가서 유학하고 있다. 둘째 아들(23)은 현재 대구에서 대학에 다니고 있다.
그는 그의 가족들 모두가 애니콜 개발에 한몫을 하고 있다고 했다.
『신제품이 나오면 모두 하나씩 나눠 주며, 기능, 디자인, 음질, 이런 걸 다 테스트하라고 임무를 부여합니다. 그러면 문제점을 벽에 걸어 놓은 칠판에 적습니다. 이렇게 우리 가족들은 애니콜의 시험요원이고 상품기획 담당자들입니다』
그는 1989년 구미공장으로 내려가면서 가족들을 모두 대구로 데리고 가서, 자녀들이 모두 중고등학교와 대학을 대구에서 다녔고 지금도 다니고 있다.
―자녀들 교육에 문제가 없었나요?
『저는 항상 가족은 옆에 같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나 혼자 가서 산다면, 아침에 일어났을 때 주위에 아무도 없으면 「왜 살지?」할 겁니다. 또 저녁에 들어가서 불꺼진 집에 아무도 없으면 또 「왜 살지?」할 겁니다. 그러니까 가족이 교육문제보다 더 중요하지 않겠어요?』
―그럼 자녀를 유학 보내는 것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일단은 반대합니다. 제 딸이 프랑스에 보내달라고 했는데 반대했습니다』
―아니 지금 세계화·국제화하면서 왔다갔다 하는데 그게 웬일입니까?
『하여튼 그 애는 지금 결혼해서 장사를 저보다 더 잘 합니다』
―아들은 유학을 보내면서 딸은 안 된다는 건 무슨 까닭입니까?
그는 그저 껄껄 웃기만 했다.
그는 현재는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 있는 동아아파트(27평형)에 부인과 함께 살면서 구미 공장에 왔다갔다 하고 있다.
『애니콜 세계 1位는 시간 문제』
질문이 너무 집요해서 진땀이 났는지 그는 양해를 구했다.
『저 담배 한 대만 필까요?』
그는 담배에 불을 붙이면서 또 말했다.
『이제 담배 끊겠습니다』
질문은 계속됐다.
―규모가 전자 중에서도 2%밖에 안 되는 휴대폰 공장에 가서 일할 때 한심하지 않던가요?
『내가 그 일이 재미있고 즐거우면 되는 거 아닙니까?』
―그 일을 즐겁게 해오면서 그림을 그렸을 거 아닙니까?
『그렸지요. 기술은 경영이라고 우리 회장님이 제2창업을 하면서 혁명적인 발상을 하셨는데, 우선은 기술자가 있어야 기술이 있고 경영이 있지요. 그때 제일 급한 게 사람이었어요. 그래서 우선 사람을 끌어 모았지요.
또 우리가 원천기술이 없으니까 해외 회사들한테 협력을 구해야 했지요. 또 해외 회사들과 협상을 잘 해야 했는데, 그때 제가 윈-윈(WIN-WIN, 相生)이란 말을 제일 먼저 썼을지도 모릅니다.
지금은 윈-윈이란 말을 아무나 쓰지만, 그 말뜻은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양쪽이 다 적자가 나더라도 한쪽은 많이 나고 다른 쪽은 조금 나면, 많이 나는 쪽에서 불평이 나옵니다. 그러면 적자가 적게 나온 쪽에서 많이 나온 쪽을 보상해 줘서 불평이 안 나오게 해야 합니다. 이게 윈-윈이고 이게 相生입니다.
그런데 지금 보면 윈-윈을 한다고 해놓고 서로 이익을 챙기려고 하거든요. 이건 윈-윈이 아닙니다. 기술이 부족하면 서로 채워 주고 이익이 모자라면 이익을 채워 줘야 합니다. 네 것과 내 것이 없어야 합니다. 그래서 필요할 때 우리는 윈-윈에 의해 해외 회사와 협력을 했습니다』
―三星의 애니콜이 언제 세계 1位가 됩니까?
『시간 문제지요. 원래 2005년까지 세계 3位를 달성하자는 목표를 세웠지요. 그런데 그걸 4년이나 앞당긴 겁니다. 앞으로 이런 속도로 가면 머지않아 세계 1位 목표를 달성할 겁니다. 지금 2.5세대가 나왔고 곧 3세대가 나올 테고, 또 4세대가 나올 겁니다. 이렇게 變換期마다 저한테는 찬스가 오는 겁니다』
―시간이 없겠지만 여유가 생기면 뭘 하십니까?
『체중이 불어서(78kg, 170cm) 산에 자주 갑니다. 또 교회에 가서 봉사도 하구요』
그는 대구 순복음교회 집사다. 부인이 독실한 신자여서 결혼 후부터 함께 다니게 됐다고 한다.
韓國, 휴대폰 생산 세계 1位國
그는 지난해 11월 그가 키운 애니콜의 약진에 힘입어 우리나라의 휴대폰산업협회 초대 회장이 됐다. 현재 우리나라는 휴대폰 생산국으로 세계 1位를 차지하고 있다. 三星이 1년에 3000만 대 가까이를 생산하고 있고, 세계적으로 가장 규모가 큰 노키아의 馬山 공장에서 역시 1년에 3000만 대 가량을, 그 밖의 LG, 모토로라 같은 여러 회사가 모두 4000만 대 정도를 각각 생산하고 있어, 총 1억여 대의 휴대폰이 우리나라에서 생산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앞으로도 세계인의 휴대폰은 우리 나라가 주도적으로 만들어 낼 수밖에 없고, 그 최전선에선 선봉장은 삼성전자의 李基泰 사장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정보통신 산업은 잘 가고 있습니까?
『정보통신 산업을 활성화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게 뭐냐? 그게 바로 휴대폰입니다. 이게 활성화되면 우리나라 경제는 좋아집니다. 왜? 여기에 들어가는 소프트, 하드, 이런 것들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지금 엄청나게 많아요. 그러니까 휴대폰이 잘 되면 일자리가 많이 생깁니다. 반대로 휴대폰 사업이 사그라지면 수많은 실업자가 생기게 됩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휴대폰이 3000만 대를 돌파했는데, 앞으로 여기에 관련돼서 먹고 사는 사람들은 무수하게 늘어날 겁니다. 이런 사람들이 계속해서 새로운 소프트 웨어를 만들어 내기도 하고, 지금 있는 소프트 웨어를 개선하기도 할 것 아닙니까.
그러니까 정부도 휴대폰 사업이 잘 되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 줘야 할 겁니다. 그런데 정부에서 보조금을 준다고 했다가 갑자기 안 준다고 하면, 그거 만들려고 부품 잔뜩 사놨다가 다 못 쓰게 되는 거 아닙니까? 그러면 관련 중소기업들이 다 타격을 받지요』
그가 하고 싶은 말은 뒷부분에 있는 것 같았다.
―이 휴대폰이 어떻게 될지 궁금합니다.
『지금은 휴대폰을 그렇게 들고 계시지만, 세월이 좀 지나면 그걸 들고 계시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 말을 들으니, 누가 나한테 달려들어 어깨를 칼로 째고 무슨 칩을 심을 것 같아 섬뜩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