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대상: 전국(제주 제외)의 만 20세 이상 성인 유권자 1002명
▲조사방법: 구조화된 설문지를 통한 전화조사
▲표본추출: 지역별 다단계 추출 후, 인구비례에 의한 무작위 할당추출
▲조사기간: 2002년 4월9∼10일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0%
▲조사기관: 오픈 소사이어티(주)
해설 金 杏 오픈 소사이어티·디 인포메이션 대표
▲조사방법: 구조화된 설문지를 통한 전화조사
▲표본추출: 지역별 다단계 추출 후, 인구비례에 의한 무작위 할당추출
▲조사기간: 2002년 4월9∼10일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0%
▲조사기관: 오픈 소사이어티(주)
해설 金 杏 오픈 소사이어티·디 인포메이션 대표
지역·세대·이념을 초월한 「盧風」
「盧風」이 바람이라면, 그 바람은 지역·세대·이념을 초월한 태풍이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 競選을 계기로 제주에 상륙한 이 태풍은 광주에서 A급 태풍으로 세력을 키워 현재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그 태풍의 발원은 우리 국민성 깊은 곳에 잠재되어 있었던 진보·개혁 성향(필자는 「平均主義」라고 말하고 싶다)이었다. 그 도도한 흐름의 한가운데 盧武鉉이 선 것이다.
「이번 大選에서 한나라당 李會昌 후보, 민주당 盧武鉉 후보가 출마할 경우 누구를 찍겠는가」를 묻자 李會昌 26.8%, 盧武鉉 54.6%로 盧武鉉의 더블 스코어 승리로 나타났다<그림1>. 예상투표율 75.6%(「반드시 투표하겠다」고 한 응답자)를 적용해도 李會昌 29.0%, 盧武鉉 55.2%로 대세에 변화가 없었다.
그 태풍에 李仁濟 후보는 방향을 잃었다. 「이번 大選에서 한나라당 李會昌 후보, 민주당 李仁濟 후보가 출마할 경우 누굴 찍겠는가」라는 질문에는 李會昌 34.4%, 李仁濟 28.9%로, 李仁濟 후보는 盧武鉉 후보와 비교해 너무도 작아지고 말았다 .
盧風은 그 세력권이 광범위하고 강력했다〈표1〉. 연령별로 보면 李會昌:盧武鉉의 경우 20代에서는 16.0%:63.8%, 30代 20.4%:68.4%, 40代 35.5%: 49.1%로 盧武鉉의 일방적 우세였다. 50세 이상 층에 와서야 37.4%:36.2%로 팽팽해졌다. 性別로 보면 남성 유권자들의 지지율은 25.4%:60.1%, 여성 유권자들은 28.2%:49.2%였다. 지역별로 분석하면 서울 26.0%:60.3%, 인천/경기 22.4%: 57.0%, 충청 27.0%:49.5%, 호남 8.7%: 76.4%, 부산/경남 29.2%: 49.1%, 강원 25.4%:41.2%였다. 아직 盧風의 세력권에 포함되지 않은 지역은 대구/경북이 52.9%:32.7%로 유일했다.
흥미로운 것은 李會昌 지지세력이 盧風 태풍권에만 들어서면 이상기류를 형성하는 것이다. 李會昌 후보와 李仁濟 후보의 대결시 李會昌 후보를 「찍겠다」고 한 34.4% 중 무려 3분의 1에 해당하는 11.4%가 李會昌 후보와 盧武鉉 후보의 대결구도에선 盧武鉉 후보 쪽으로 지지의사를 바꾸었다. 결국 李會昌 후보의 존재가치는 李仁濟 후보가 라이벌인 경우에만 의미가 있었던 셈이다.
민주당 지지율, 2년 만에 한나라당 앞질러
만약 이 태풍권에 朴槿惠(박근혜) 변수가 돌출하면 어떤 판도 변화가 일어날까.
이번 大選에서 한나라당 李會昌 후보, 민주당 盧武鉉 후보, 신당의 朴槿惠 후보가 출마할 경우 결과는 李會昌 25.4%, 盧武鉉 48.2%, 朴槿惠 12.3%였다<그림2>. 盧風이 다소 약해지는 듯은 하나 대세를 바꾸지는 못했다.
그렇다면 누가 盧風을 잠재울 수 있는가. 아직까진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 찌그러진 李會昌 후보의 代案(대안)으로 출사표를 던진 崔秉烈 후보의 경우도 현재시점에선 力不足이다. 崔秉烈:盧武鉉의 경우 11.0%:65.1%에 불과했다. 여기에 朴槿惠 변수가 가세한다 해도 崔秉烈:盧武鉉:朴槿惠 삼파전의 지지율은 10.3%: 57.5%:12.4%였다.
盧風은 민주당과 金大中 대통령에게는 溫風이었다. 오픈소사이어티(주) 조사에서 2년여 만에 민주당의 지지율이 한나라당을 앞질렀다. 민주당과 한나라당, 자민련의 지지율은 각각 23.1%, 21.4%, 1.0%로 나타났다<그림3>. 평상시 20%를 겨우 넘었던 金대통령의 지지율도 다소 기력을 회복해 조사시점엔 26.1%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야당총재로서의 李會昌 총재의 지지율은 19.3%에 불과했다. 李會昌 후보가 盧風 앞에서 맥없이 무너질 수밖에 없었던 가장 근본적인 이유도 이같은 李후보 자신의 낮은 개인 인기도 때문이었다.
「민주당의 盧武鉉 후보가 최근 여론조사에서 李會昌 후보를 누르고 1위가 된 이유」를 물어보았다. 응답자들은 그의 「소신 있는 정치행동」(31.4%)을 최우선으로 꼽았다<그림4>. 그 다음이 서민적이고 친근한 인상 23.9%, 정치성향 11.4%, 3金정치 탈피에 대한 기대 10.5% , 지역통합 능력 7.4% 등이었다.
盧후보가 영남 출신인 것 도움된다 58.9%
최근 「한나라당 李會昌 후보가 盧武鉉 후보와의 대결에서 계속 뒤지는 이유」도 물어보았다. 「朴槿惠 의원의 탈당, 黨內 非主流의 반발 등 포용력 부족」(24.4%)이 첫 번째 이유였다. 「李會昌=狹量함」이라는 이미지가 결정적인 아킬레스건이었다. 黨權에 연연하는 모습(18.7%), 호화빌라 파문(14.7%), 盧武鉉과 비교되는, 차갑고 딱딱한 인상(12.0%), 민주당 競選에 대한 관심(8.8%), 이념의 불투명성(5.7%) 등이 그 뒤를 이었다. 후보 개인의 상품성과 競選의 흥행성에서 모두 뒤지고 만 것이다.
盧武鉉 후보 개인의 상품성에 대한 유권자의 평가를 들어보자. 「盧후보의 국가경영능력」에 대해 51.7%가 「높게 평가」했다. 「낮게 평가」한 응답자는 28.0%, 「잘 모르겠다」는 응답자는 20.3%였다. 盧후보는 처음부터 자질 시비를 불식시키는 데 성공한 것이다.
「盧武鉉 후보의 출신지역이 영남인 것이 이번 大選에 얼마나 도움이 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 응답자의 58.9%가 「도움이 된다」고 선뜻 인정했다. 「도움이 안 된다」는 대답은 34.4%였다.
흥미 있는 것은 대구·경북에서 「도움이 된다」는 답변이 무려 65.1%나 되어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는 점이다. 현재시점까지 盧武鉉 후보에게 유일하게 상대적인 배타성을 보이고 있는 대구·경북에서 그의 지지율에 「영남 출신이라는 점이 도움이 됐다」고 선뜻 인정했다는 것은 한편으론 그의 지지율에 대한 비아냥으로도 해석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대구·경북지역도 언젠가는 盧武鉉 후보를 향한, 다시 말해 영남권 후보를 향한 쏠림현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는 여지로 받아들여진다. 이같은 유권자들의 인식 덕분에 그는 「그를 지지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서 「지역통합 능력의 적임자」(7.4%)라는 답변을 끌어낼 수 있었다고 해석된다.
응답자들은 盧武鉉의 「언론관」에 대해서도 너그러웠다. 「문제가 없다」는 쪽이 47.9%, 「문제가 있다」는 응답자는 35.4%, 「잘 모르겠다」는 응답자는 16.7%였다.
응답자들은 盧武鉉·李富榮도 左로 보지 않아
응답자들이 大權 주자로 거론되는 주요 정치인의 이념 성향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조사해 보았다<그림5> .
▲盧武鉉 후보는 左派(11.3%)+중도 左派(19.0%)=30.3%, 右派 (17.9%)+중도 右派(16.5%)=34.4%〈표2〉 ▲李會昌 후보는 左派 (6.8%)+중도 左派(5.9%)=12.7%, 右派(31.2%)+중도 右派(20.3%)=51.5%〈표3〉 ▲李仁濟 후보는 左派(7.2%)+중도 左派(12.5%)=19.7%, 右派 (16.0%)+중도 右派 (22.9%)=38.9%였다.
이같은 평가는 이번 조사에서 두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첫째는 주요 언론들에게서 左쪽에 가까운 정치인이라고 평가받고 있는 盧武鉉·李富榮 후보조차 응답자들은 상대적 右쪽으로 보는 시각이 다소 많다는 점이다. 이는 우리 국민성 깊은 곳에 잠재되어 있는 진보·개혁 성향의 기준으로 보건대, 盧武鉉 후보나 李富榮 후보 모두 左派로 분류하기에는 뭔가 미흡한 것이다. 유권자들의 잣대가 이러하니 일부에서 주장하는 「위험한 사상의 소유자」, 극단적인 표현으로는 「親北주의자」, 「빨갱이」라는 원색적 용어가 먹혀들겠는가.
둘째는 적게는 유권자의 35%에서 많게는 70%가 위에서 거론된 정치인들의 이념적 성향에 대해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는 점이다. 이는 우리 유권자들의 무관심·무지에도 일부 책임이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우리 정치인들의 정치적 이념과 관련해 제대로 된 검증이 한 번도 이루어진 적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오랜 기간의 軍部 정치, 남북 간 休戰상태라는 특수상황 등이 이를 허락하지 않은 동안 「이념」이라는 단어는 정치인과 유권자 간, 또 政敵들 간에 서로를 속고 속이는, 탄압하고 탄압당하는 정치게임으로 변질된 아픈 역사적 경험이 현재의 이념적 혼란 상황을 초래했다고 여겨진다. 他人의 정치성향을 규정짓기가 애매했다는 말이다.
우리 유권자들은 자신의 정치성향을 ▲左派(2.7%)+중도 左派(10.9%) =13.6%, ▲右派 (39.7%)+중도 右派(20.0%)=59.7%라고 고백했다. 10명 중 6명(59.7%)은 자신의 이념적 성향을 「右派的」이라고 진단한 것이다. 만일 盧후보가 左派로 몰리게 되면 위험해질 수도 있는 것이다.
右派的 대통령이 바람직 41.9%
응답자들의 이념적 성향은 사안에 따라 오락가락했다.
「金正日 정권을 善과 惡으로 구분한다면」이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12.4%, 惡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60.8%였다. 美軍철수에 대해서도 「찬성」(36.3%)보다 「반대」(57.5%)가 더 많았다<표4>. 국가보안법 폐지와 관련해서도 「찬성」(36.0%)보다는 「반대」(46.6%)가 더 우세했다<표5>. 어찌보면 대체로 右派 쪽에 기운 듯한 성향을 드러냈다고 볼 수 있는 수치들이다.
반면에 「우리나라가 앞으로 미국을 중심으로 한 해양세력과의 관계와 중국을 중심으로 한 대륙세력과의 관계 중 어느 쪽을 더 중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에는 서슴없이 美國 (25.9%)보다는 中國(55.5%)을 택했다〈표6〉. 이는 숨겨진 反美감정이 살짝 드러난 결과라고도 보아야 할 것이다.
「한국 정치가 민주당 중심으로 左派가, 한나라당 중심으로 右派가 이념에 따라 헤쳐 모여 정책정당 체제로 가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선 「바람직하다」(35.1%)와 「바람직하지 않다」(36.3%)가 팽팽하게 맞섰다. 「잘 모르겠다」는 대답은 28.6%였다. 이념정당에 대한 철학이 명확하게 정립되어 있지 않은 것이 우리의 정치 현실이다.
「우리나라의 현실에서는 어떤 이념의 소유자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것이 더 낫다고 보는가」에는 ▲左派 (2.9%) +중도 左派 (10.9%)=13.8% ▲右派(26.6%)+중도 右派(15.3%)= 41.9%로 右派的 성향의 대통령을 상대적으로 더 선호하기는 했다.
「李會昌을 대신할 保守세력의 대표주자」로는 朴槿惠 후보(28.3%)·崔秉烈 후보(14.9%)·李富榮 후보(8.9%)·金鍾泌 후보 (3.9%) 등을 꼽았다.
盧武鉉 후보에게 가장 위험한 위협요소는 역시 「이념문제」다. 응답자들은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다음 중 어떤 것을 기준으로 투표할 생각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정책(48.7%)과 정치적 이념(25.5%)을 1, 2순위로 꼽았다. 이에 비하면 인상/이미지(9.9%), 소속정당(6.6%), 나이(2.2%), 金大中 정권에 대한 심판(1.8%), 지역(1.6%) 등은 사소한 變數들에 지나지 않는다. 이를 근거로 볼 때 盧武鉉 후보는 민주당 경선이 끝난 후 본선이라는 심판대에 섰을 때, 정책의 색깔과 이념적 성향과 관련해 혹독한 통과의례를 치러야 할 것이다.●
「盧風」이 바람이라면, 그 바람은 지역·세대·이념을 초월한 태풍이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 競選을 계기로 제주에 상륙한 이 태풍은 광주에서 A급 태풍으로 세력을 키워 현재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그 태풍의 발원은 우리 국민성 깊은 곳에 잠재되어 있었던 진보·개혁 성향(필자는 「平均主義」라고 말하고 싶다)이었다. 그 도도한 흐름의 한가운데 盧武鉉이 선 것이다.
「이번 大選에서 한나라당 李會昌 후보, 민주당 盧武鉉 후보가 출마할 경우 누구를 찍겠는가」를 묻자 李會昌 26.8%, 盧武鉉 54.6%로 盧武鉉의 더블 스코어 승리로 나타났다<그림1>. 예상투표율 75.6%(「반드시 투표하겠다」고 한 응답자)를 적용해도 李會昌 29.0%, 盧武鉉 55.2%로 대세에 변화가 없었다.
그 태풍에 李仁濟 후보는 방향을 잃었다. 「이번 大選에서 한나라당 李會昌 후보, 민주당 李仁濟 후보가 출마할 경우 누굴 찍겠는가」라는 질문에는 李會昌 34.4%, 李仁濟 28.9%로, 李仁濟 후보는 盧武鉉 후보와 비교해 너무도 작아지고 말았다 .
盧風은 그 세력권이 광범위하고 강력했다〈표1〉. 연령별로 보면 李會昌:盧武鉉의 경우 20代에서는 16.0%:63.8%, 30代 20.4%:68.4%, 40代 35.5%: 49.1%로 盧武鉉의 일방적 우세였다. 50세 이상 층에 와서야 37.4%:36.2%로 팽팽해졌다. 性別로 보면 남성 유권자들의 지지율은 25.4%:60.1%, 여성 유권자들은 28.2%:49.2%였다. 지역별로 분석하면 서울 26.0%:60.3%, 인천/경기 22.4%: 57.0%, 충청 27.0%:49.5%, 호남 8.7%: 76.4%, 부산/경남 29.2%: 49.1%, 강원 25.4%:41.2%였다. 아직 盧風의 세력권에 포함되지 않은 지역은 대구/경북이 52.9%:32.7%로 유일했다.
흥미로운 것은 李會昌 지지세력이 盧風 태풍권에만 들어서면 이상기류를 형성하는 것이다. 李會昌 후보와 李仁濟 후보의 대결시 李會昌 후보를 「찍겠다」고 한 34.4% 중 무려 3분의 1에 해당하는 11.4%가 李會昌 후보와 盧武鉉 후보의 대결구도에선 盧武鉉 후보 쪽으로 지지의사를 바꾸었다. 결국 李會昌 후보의 존재가치는 李仁濟 후보가 라이벌인 경우에만 의미가 있었던 셈이다.
민주당 지지율, 2년 만에 한나라당 앞질러
만약 이 태풍권에 朴槿惠(박근혜) 변수가 돌출하면 어떤 판도 변화가 일어날까.
이번 大選에서 한나라당 李會昌 후보, 민주당 盧武鉉 후보, 신당의 朴槿惠 후보가 출마할 경우 결과는 李會昌 25.4%, 盧武鉉 48.2%, 朴槿惠 12.3%였다<그림2>. 盧風이 다소 약해지는 듯은 하나 대세를 바꾸지는 못했다.
그렇다면 누가 盧風을 잠재울 수 있는가. 아직까진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 찌그러진 李會昌 후보의 代案(대안)으로 출사표를 던진 崔秉烈 후보의 경우도 현재시점에선 力不足이다. 崔秉烈:盧武鉉의 경우 11.0%:65.1%에 불과했다. 여기에 朴槿惠 변수가 가세한다 해도 崔秉烈:盧武鉉:朴槿惠 삼파전의 지지율은 10.3%: 57.5%:12.4%였다.
盧風은 민주당과 金大中 대통령에게는 溫風이었다. 오픈소사이어티(주) 조사에서 2년여 만에 민주당의 지지율이 한나라당을 앞질렀다. 민주당과 한나라당, 자민련의 지지율은 각각 23.1%, 21.4%, 1.0%로 나타났다<그림3>. 평상시 20%를 겨우 넘었던 金대통령의 지지율도 다소 기력을 회복해 조사시점엔 26.1%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야당총재로서의 李會昌 총재의 지지율은 19.3%에 불과했다. 李會昌 후보가 盧風 앞에서 맥없이 무너질 수밖에 없었던 가장 근본적인 이유도 이같은 李후보 자신의 낮은 개인 인기도 때문이었다.
「민주당의 盧武鉉 후보가 최근 여론조사에서 李會昌 후보를 누르고 1위가 된 이유」를 물어보았다. 응답자들은 그의 「소신 있는 정치행동」(31.4%)을 최우선으로 꼽았다<그림4>. 그 다음이 서민적이고 친근한 인상 23.9%, 정치성향 11.4%, 3金정치 탈피에 대한 기대 10.5% , 지역통합 능력 7.4% 등이었다.
盧후보가 영남 출신인 것 도움된다 58.9%
최근 「한나라당 李會昌 후보가 盧武鉉 후보와의 대결에서 계속 뒤지는 이유」도 물어보았다. 「朴槿惠 의원의 탈당, 黨內 非主流의 반발 등 포용력 부족」(24.4%)이 첫 번째 이유였다. 「李會昌=狹量함」이라는 이미지가 결정적인 아킬레스건이었다. 黨權에 연연하는 모습(18.7%), 호화빌라 파문(14.7%), 盧武鉉과 비교되는, 차갑고 딱딱한 인상(12.0%), 민주당 競選에 대한 관심(8.8%), 이념의 불투명성(5.7%) 등이 그 뒤를 이었다. 후보 개인의 상품성과 競選의 흥행성에서 모두 뒤지고 만 것이다.
盧武鉉 후보 개인의 상품성에 대한 유권자의 평가를 들어보자. 「盧후보의 국가경영능력」에 대해 51.7%가 「높게 평가」했다. 「낮게 평가」한 응답자는 28.0%, 「잘 모르겠다」는 응답자는 20.3%였다. 盧후보는 처음부터 자질 시비를 불식시키는 데 성공한 것이다.
「盧武鉉 후보의 출신지역이 영남인 것이 이번 大選에 얼마나 도움이 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 응답자의 58.9%가 「도움이 된다」고 선뜻 인정했다. 「도움이 안 된다」는 대답은 34.4%였다.
흥미 있는 것은 대구·경북에서 「도움이 된다」는 답변이 무려 65.1%나 되어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는 점이다. 현재시점까지 盧武鉉 후보에게 유일하게 상대적인 배타성을 보이고 있는 대구·경북에서 그의 지지율에 「영남 출신이라는 점이 도움이 됐다」고 선뜻 인정했다는 것은 한편으론 그의 지지율에 대한 비아냥으로도 해석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대구·경북지역도 언젠가는 盧武鉉 후보를 향한, 다시 말해 영남권 후보를 향한 쏠림현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는 여지로 받아들여진다. 이같은 유권자들의 인식 덕분에 그는 「그를 지지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서 「지역통합 능력의 적임자」(7.4%)라는 답변을 끌어낼 수 있었다고 해석된다.
응답자들은 盧武鉉의 「언론관」에 대해서도 너그러웠다. 「문제가 없다」는 쪽이 47.9%, 「문제가 있다」는 응답자는 35.4%, 「잘 모르겠다」는 응답자는 16.7%였다.
응답자들은 盧武鉉·李富榮도 左로 보지 않아
응답자들이 大權 주자로 거론되는 주요 정치인의 이념 성향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조사해 보았다<그림5> .
▲盧武鉉 후보는 左派(11.3%)+중도 左派(19.0%)=30.3%, 右派 (17.9%)+중도 右派(16.5%)=34.4%〈표2〉 ▲李會昌 후보는 左派 (6.8%)+중도 左派(5.9%)=12.7%, 右派(31.2%)+중도 右派(20.3%)=51.5%〈표3〉 ▲李仁濟 후보는 左派(7.2%)+중도 左派(12.5%)=19.7%, 右派 (16.0%)+중도 右派 (22.9%)=38.9%였다.
이같은 평가는 이번 조사에서 두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첫째는 주요 언론들에게서 左쪽에 가까운 정치인이라고 평가받고 있는 盧武鉉·李富榮 후보조차 응답자들은 상대적 右쪽으로 보는 시각이 다소 많다는 점이다. 이는 우리 국민성 깊은 곳에 잠재되어 있는 진보·개혁 성향의 기준으로 보건대, 盧武鉉 후보나 李富榮 후보 모두 左派로 분류하기에는 뭔가 미흡한 것이다. 유권자들의 잣대가 이러하니 일부에서 주장하는 「위험한 사상의 소유자」, 극단적인 표현으로는 「親北주의자」, 「빨갱이」라는 원색적 용어가 먹혀들겠는가.
둘째는 적게는 유권자의 35%에서 많게는 70%가 위에서 거론된 정치인들의 이념적 성향에 대해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는 점이다. 이는 우리 유권자들의 무관심·무지에도 일부 책임이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우리 정치인들의 정치적 이념과 관련해 제대로 된 검증이 한 번도 이루어진 적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오랜 기간의 軍部 정치, 남북 간 休戰상태라는 특수상황 등이 이를 허락하지 않은 동안 「이념」이라는 단어는 정치인과 유권자 간, 또 政敵들 간에 서로를 속고 속이는, 탄압하고 탄압당하는 정치게임으로 변질된 아픈 역사적 경험이 현재의 이념적 혼란 상황을 초래했다고 여겨진다. 他人의 정치성향을 규정짓기가 애매했다는 말이다.
우리 유권자들은 자신의 정치성향을 ▲左派(2.7%)+중도 左派(10.9%) =13.6%, ▲右派 (39.7%)+중도 右派(20.0%)=59.7%라고 고백했다. 10명 중 6명(59.7%)은 자신의 이념적 성향을 「右派的」이라고 진단한 것이다. 만일 盧후보가 左派로 몰리게 되면 위험해질 수도 있는 것이다.
右派的 대통령이 바람직 41.9%
응답자들의 이념적 성향은 사안에 따라 오락가락했다.
「金正日 정권을 善과 惡으로 구분한다면」이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12.4%, 惡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60.8%였다. 美軍철수에 대해서도 「찬성」(36.3%)보다 「반대」(57.5%)가 더 많았다<표4>. 국가보안법 폐지와 관련해서도 「찬성」(36.0%)보다는 「반대」(46.6%)가 더 우세했다<표5>. 어찌보면 대체로 右派 쪽에 기운 듯한 성향을 드러냈다고 볼 수 있는 수치들이다.
반면에 「우리나라가 앞으로 미국을 중심으로 한 해양세력과의 관계와 중국을 중심으로 한 대륙세력과의 관계 중 어느 쪽을 더 중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에는 서슴없이 美國 (25.9%)보다는 中國(55.5%)을 택했다〈표6〉. 이는 숨겨진 反美감정이 살짝 드러난 결과라고도 보아야 할 것이다.
「한국 정치가 민주당 중심으로 左派가, 한나라당 중심으로 右派가 이념에 따라 헤쳐 모여 정책정당 체제로 가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선 「바람직하다」(35.1%)와 「바람직하지 않다」(36.3%)가 팽팽하게 맞섰다. 「잘 모르겠다」는 대답은 28.6%였다. 이념정당에 대한 철학이 명확하게 정립되어 있지 않은 것이 우리의 정치 현실이다.
「우리나라의 현실에서는 어떤 이념의 소유자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것이 더 낫다고 보는가」에는 ▲左派 (2.9%) +중도 左派 (10.9%)=13.8% ▲右派(26.6%)+중도 右派(15.3%)= 41.9%로 右派的 성향의 대통령을 상대적으로 더 선호하기는 했다.
「李會昌을 대신할 保守세력의 대표주자」로는 朴槿惠 후보(28.3%)·崔秉烈 후보(14.9%)·李富榮 후보(8.9%)·金鍾泌 후보 (3.9%) 등을 꼽았다.
盧武鉉 후보에게 가장 위험한 위협요소는 역시 「이념문제」다. 응답자들은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다음 중 어떤 것을 기준으로 투표할 생각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정책(48.7%)과 정치적 이념(25.5%)을 1, 2순위로 꼽았다. 이에 비하면 인상/이미지(9.9%), 소속정당(6.6%), 나이(2.2%), 金大中 정권에 대한 심판(1.8%), 지역(1.6%) 등은 사소한 變數들에 지나지 않는다. 이를 근거로 볼 때 盧武鉉 후보는 민주당 경선이 끝난 후 본선이라는 심판대에 섰을 때, 정책의 색깔과 이념적 성향과 관련해 혹독한 통과의례를 치러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