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분단은 민족이 달라서가 아니라 이념이 달라서 일어난 것입니다. 정치 理念은 우리가 어떤 방식의 삶을 선택할 것인가를 결정해 줍니다. 理念으로 분단된 南北은 6·25 남침 전쟁으로 적대관계가 되었습니다. 이념이 다르면 同族이라도 敵이 되는 조건 속에서의 삶은 통일 때까지 계속될 것입니다. 이 조건을 무시하려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들은 말합니다. 「낡은 이념 논쟁을 벌일 때가 아니다」라고. 이념논쟁을 색깔론이라고 폄하하는 이런 사람들은 조국의 현실을 모르는 夢想家이든지, 그렇게 말하면 자신이 양식 있는 사람으로 보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위선자이든지, 이것도 저것도 아니면 이념 논쟁을 할 경우 正體가 드러날 것을 두려워하는 僞裝 세력일 것입니다.
이념 논쟁은 空理空論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의 삶과 공동체의 死活을 결정하는 치열한 현실 문제입니다. 主敵 金正日 정권과 북한군의 위협에 노출된 한국에서는 親北 이념의 흔적이나 영향을 받은 사람이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것은 국가적 자살행위이기 때문에 선거판에서의 이념논쟁은 그 어떤 경우보다도 치열해야 합니다.
金正日이 손에 피를 묻히지 않고 대한민국을 먹어치우는 방법은 민주주의자, 개혁주의자, 민족주의자로 위장한 親北좌익 인사를 대통령에 당선시켜 국군, 검찰, 경찰, 國情院, 국세청 등 공권력을 장악하게 하는 것입니다. 金正日과 金日成이 이 방향으로 對南공작을 해오지 않았다고 믿는 순진한 사람들이 있다면 그는 남태평양의 섬 나라에 가서 사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남북 이념 대결은 외국을 상대로 한 대결이 아닙니다. 同族을 상대로 한 대결이란 점이 상황을 더욱 살벌하게 만듭니다. 즉, 남북대결의 본질은 「민족사적 정통성과 삶의 방식을 놓고 싸우는 타협이 불가능한 총체적 권력투쟁」인 것입니다.
이념투쟁도 살벌한데 어느 정권이 민족의 嫡子냐 庶子냐의 싸움까지 겹쳐 있으므로 남북관계는 한 쪽 체제가 다른 체제에게 먹힐 때까지 치열하게 계속될 수밖에 없는 운명인 것입니다.
지난 3월 초 月刊朝鮮은 여론조사 전문가 金杏씨가 운영하는 오픈 소사이어티에 의뢰하여 전국 유권자들 1019명에게 전화로 이런 질문을 던졌습니다.
『귀하께서는 金正日 정권을 善과 惡으로 구분한다면 善이라고 생각하세요, 아니면 惡이라고 생각하십니까』
惡이라고 생각한다는 사람이 71.9%, 모르겠다는 사람이 18.9%, 善이라고 생각한다는 사람이 9.3%였습니다. 金正日 정권을 善이라고 생각한다는 사람들을 연령별로 보면 30代에서 12.7%, 40代에서 10.6%, 20代에서 9.8%, 50세 이상에서는 4.7%였습니다. 직업별로는 블루칼라에서 11.6%, 농축수산업 종사자에서 15%로서 노동자·농민층에서 높게 나타났습니다.
한 달 뒤인 지난 4월9,10일 양일간 1002명을 상대로 한 같은 조사에서는 金正日을 善이라고 생각한다는 사람들이 12.4%로 늘었고, 惡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60.8%로 줄었으며, 잘 모르겠다는 사람들도 26.8%로 늘었습니다. 최근의 盧武鉉 돌풍과 이념논쟁이 좌파를 고무시킨 반면 우파를 위축시키고 있고, 상당수 사람들이 인식의 혼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 주고 있습니다.
한 달 전 조사에서는 학생층 가운데 金正日을 善이라고 생각한다는 사람이 8.8%였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29.7%로 늘었습니다. 출신 고향별로 보면 서울 사람의 15.4, 전라도 사람의 17.3, 부산·경남 사람의 12.6%가 金正日을 善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대구·경북 사람은 6.1%).
한 사회학자의 조사에 따르면 북한체제를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을 때 그렇다고 대답한 사람이 1970년대에는 3%, 80년대에는 5%, 90년대에는 3%였다고 합니다. 金大中 정부 등장 이후, 특히 최근의 盧武鉉 돌풍 이후 親金正日 세력이 비약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親北좌익적 성향을 가진 세력이 그 사회의 10%를 넘으면, 더구나 그 세력이 젊고 조직화되어 있다면 공동체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행동력이 생깁니다.
약 400만 명으로 추정되는 親北좌익 성향의 유권자들은 표로써도 선거의 향방을 좌우할 수 있는 것입니다. 어른 400만 명이라면 대구·경북의 유권자수(2000년 총선 때 약 380만명)보다 많습니다.
좌파, 좌익, 우파, 극우를 분류하는 기준은 한국의 현실에서 金正日觀입니다. 金正日을 善이라 생각하여 추종한다면 親北좌익, 金正日을 惡도 善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또는 惡인지 善인지 모르겠다는 사람)은 기회주의적 좌파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물론 좌파 중에는 金正日을 敵과 惡으로 보면서 대한민국의 민족사적 정통성을 인정하는 세력도 있습니다. 이들은 反北좌파로 분류될 것입니다. 동서독 시절, 서독의 사회민주당과 비슷한 경우입니다.
反北좌파는 대한민국 편이므로, 즉 애국적 좌파이므로 이들은 親北좌익과는 적대적 관계, 우익과는 우호적 관계를 유지할 것입니다. 한국의 과제는 좌파 중에서 反北좌파를 가려내고 그들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反北좌파가 金正日과 親北좌익 세력을 경멸하고 압도하게 될 때 대한민국이 편해질 것입니다.
우파는 金正日을 惡으로 단정하고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합법성을 믿으며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조국이 통일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입니다. 極右(극우)는 우파와 같은 생각을 갖되 자신의 소신을 불법적, 폭력적으로 관철시키려는 사람입니다. 그런 세력은 우리 사회에선 존재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좌익들은 보수층을 공격할 때 극우라고 부릅니다. 전형적인 좌익 선동술이지요.
저는 親北좌익을 구별해 내는 秘法을 갖고 있습니다.
1. 대한민국의 민족사적 정통성을 부인하는 사람은 親北좌익입니다.
2.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사람은 親北좌익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3. 고려 연방제 통일방안에 찬성하는 사람은 親北좌익입니다.
4. 국가보안법 철폐를 주장하는 사람은 親北좌익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5. 북한군의 만행과 金正日에 의한 북한 주민 도륙에 대해 침묵하면서 국군과 미군의 잘못만 지적하는 사람은 親北좌익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親北좌익의 행태에는 일정한 원리가 있습니다. 그들은 민족과 평화라는 우리 시대의 가장 강력한 單語를 선동의 흉기로 사용합니다.
▲위선적, 선동적 민족주의 親北좌익과 金正日은 그 속성이 민족반역 세력입니다. 父子가 합쳐서 동포 600만 명을 죽이고 아웅산 테러와 대한항공 폭파사건으로써 130여 명의 동포들을 참살한 金正日 세력이 민족반역자들이 아니라면 이 세상엔 악마도 악인도 없을 것입니다. 좌익파쇼 집단인 金正日 정권은 나치스의 鬼才 괴벨스의 선동논리를 공부했는지 거짓말은 클수록 잘 먹혀든다는 전술을 적용하여 민족반역자인 주제에 스스로를 민족주의 세력이라고 사칭하기 시작했습니다.
민족주의란 말을 우상 숭배하는 어리석은 남한의 지식인들과 학생들이 이 사기술에 넘어갔습니다. 민족주의 정서는 다분히 감성적이고 본능적이기 때문에 이성을 마비시켜 善惡 구분을 못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金正日의 가짜 민족주의 전술에 마취된 사람들은 金正日의 학살을 비판하는 것을 『같은 동족끼리 그럴 필요가 있나』는 식으로 비방합니다. 동족이기 때문에 金正日 학살행위를 눈감아 주어야 한다는 親北좌익 세력의 논리는, 아리안族은 동족이기 때문에 우월하고 유태인은 이민족이기 때문에 열등하니 도륙해야 한다고 했던 히틀러의 인종주의와 같습니다.
親北좌익 세력은 민족이란 이름을 만병통치약으로 써먹습니다. 같은 민족끼리 뭉쳐서 미국을 반대하자, 같은 민족끼리 뭉쳐서 자유민주 세력을 척결하자, 같은 민족이니까 살인도 학살도 테러도 남침도 문제삼지 말고 무조건 화해하자, 같은 민족끼리 뭉쳐서 이념을 초월한 통일을 이룩하자는 식입니다.
민족이란 이름으로 국가의 존엄성, 正義, 선악분별, 韓美동맹, 彼我 구분을 무력화시키려는 좌익의 전술에 순진한 한국인들이 무더기로 넘어갔습니다. 간교한 金正日은 그러나 겉으로는 민족을 내세우지만 안으로는 계급 투쟁 의식을 강조합니다. 지난 3월호 月刊朝鮮에 실린 북한군 내부 교육자료에는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제국주의자들과 계급적 원쑤들의 본성과 야망은 죽을 때까지 변하지 않습니다」, 「적에 대한 환상을 없애고 계급의 총창을 날카롭게 벼리라」, 「조국통일을 반대하는 기본 세력은 미제와 남조선 괴뢰 그리고 일제놈들이다」, 「나(김정일)의 통일관은 본질에 있어서 무력통일관입니다」
金正日을 惡이라고 생각하는 72%의 한국인은 그들의 기준으로 보면 「계급적 원쑤들」입니다. 민족주의란 단어에 속아 통일이 되면 72%의 「원쑤들」은 제거, 숙청, 학살, 감시의 대상이 될 것입니다.
두말할 것도 없이 金正日이 내세우는 민족주의란 계급의식에 바탕을 둔 민족주의입니다. 즉 프롤레타리아 계급 혁명에 동조하는 민족만 민족이고 반대하는 민족은 민족이 아닌 계급적 원쑤가 되는 것입니다.
▲무조건적, 위선적 평화론 親北좌익 세력은 평화를 위해서는 모든 것을 희생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평화와 전쟁은 가치중립적인 말입니다. 不義의 평화도 있고 正義의 전쟁도 있습니다. 親北좌익 세력은 평화는 善, 전쟁은 惡이란 억지 논리를 만든 다음에 평화를 위해서는 자유도 민주도 국가도 正義도 희생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6·25 때 북한군이 남침했을 때 국군은 평화를 선택하여 항복했어야 통일이 되었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親北좌익 세력들이 말하는 평화란 결국은 金正日의 민족반역적·전쟁범죄적 행동을 변호해 주려는 방패에 다름 아닙니다. 좌익들이 말하는 평화란 金正日과 그 부하들의 평화이지 한국인들과 북한 주민들의 평화는 아닙니다. 오히려 불안과 고통의 연장이지요.
親北좌익 세력이 쥐고 있는 두 가지 神器─민족과 평화의 위선성을 폭로하면 이들은 어둠을 빼앗긴 흡혈귀처럼 허물어집니다. 親北좌익들의 이념적 근거인 無産계급의 독재란 것은 사실상 무식계급의 독재를 의미합니다. 무식한 사람들이 유식한 사람들을 상대로 일을 벌이려면 폭력과 속임수 및 선동을 동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것은 좌익 행태의 일반원칙입니다.
좌익들은 빈민층뿐 아니라 무식층, 게으른 사람들, 불만층, 부도덕층 등 한 사회의 저변층으로 파고들어 그 계층이 갖고 있는 여러 특성 중 주로 부정적인 면, 즉 열등감·폭력성·증오심·나태성 등을 자극하는 속성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감정적 狂風을 일으키는데, 그 전형적인 사례는 6·25 전쟁을 전후하여 우리 민족이 경험하였던 민족사 初有의 대학살입니다.
국민들이 각성하여 좌익들이 들고 나오는 민족, 평화, 개혁이란 말들에 속지 않으면 본질적으로 전문성과 진실성과 과학성과 이성이 부족한 저들은 무력해집니다. 이는 한 사회의 정신적 근대화가 좌익의 도전을 극복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한국 사회에 아직도 親北좌익이 활동할 수 있는 것은 미신과 신화가 지배하는 전근대적 구석이 남아 있고 여기에 좌익의 씨앗이 토착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역사와 전통에 뿌리박은 生來的인 좌익, 여기에다가 6·25를 전후하여 국가권력으로부터 피해를 입은 가족이 있는 경우의 복수심이 덧붙여져 있는, 血脈의 좌익이기 때문에 쉽게 사라지지 않는 것입니다.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아시아에 두 개의 奇蹟이 있다. 하나는 중국이 공산화된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한국이 공산화되지 않은 것이다. 중국인은 실용적인 민족이고 자본주의적인 전통을 이어 온 역사를 갖고 있어 위선적인 공산주의 이념에 속지 않을 사람들입니다. 반면에 한국인은 朝鮮朝를 지배한 주자학적 명분론에 젖어 있었던 데다가 지식인(선비 집단)이 정권을 잡아 온 오랜 전통 때문에 먼저 지식인들을 세뇌시켜 전위당으로 만든 다음 노동자 농민들을 규합하여 정권을 잡는다는 공산주의자들의 戰略이 먹혀들 수 있는 조건을 완비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두 기적에 대해서 이런 설명이 가능할 것입니다. 중국이 공산화된 것은 毛澤東이란 희대의 전략가가 나타나 공산주의 혁명 이론을 중국의 현실에 맞게 주체적으로 고쳐서 노동자가 아닌 농민들을 중심세력으로 했고, 평등사상과 함께 민족주의를 내세워 중국인들의 자존심에 호소했기 때문이란 겁니다.
한국의 경우엔 미군이 進駐한데다가 공산주의의 본질을 꿰뚫어보고 있었던 李承晩이 우파를 연합시켜 좌익을 분쇄했기 때문에 공산화를 저지할 수 있었습니다. 1945~48년의 美 군정 시절엔 미군과 韓民黨 세력이, 건국 이후엔 李承晩 정권이 군대·경찰 등 공권력을 장악했기 때문에 지식인 사회에서는 좌익이 헤게모니를 잡았지만 국가 공권력이 우익의 승리를 보장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한국의 우익은 건국 전부터 항상 공권력의 응원과 보호를 받았습니다. 1998년 金大中 정부의 집권 이후 한국의 우익은 공권력, 즉 군대 경찰 검찰 국정원 국세청이 반드시 이념적으로 자신들 편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상황 변화를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보수층이 기댄 곳이 한나라당 李會昌 前 총재였습니다. 李 前 총재는 2000년 6월15일 南北 頂上회담 이후 한국 사회가 좌회전하는 가운데 거기에 제동을 걸기 위하여 애를 많이 썼습니다. 소위 햇볕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의식이 이 정도로 높아진 것에는 朝鮮·東亞일보 같은 언론의 견제와 한나라당과 自民聯의 노력이 있었습니다.
보수층이 최근 李會昌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는 움직임에서 감지되는 것은 보수층이 李會昌 총재의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의 자세에서 이념적 엄정성이나 체제 문제에 대한 悲壯한 지도력, 국가의 운명과 마주하는 남자의 美學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일 겁니다.
이념으로 남북이 적대관계로 갈려 死活을 건 생존투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의 정치 지도자는 남북관계의 본질에 대한 투철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여 자신의 신념에 생명을 걸어야 합니다. 이념은 가치관입니다. 이념이 잘 정리되어 있으면 신념과 용기가 생깁니다. 이념은 또한 세계관이기도 하므로 大局을 보는 눈을 맑게 해줍니다. 이념은 그래서 가장 큰 전략이며 가장 넓은 포용력이라고 합니다.
李會昌 前 총재의 경우 이념이 투철하지 못하니 용기도 전략도 전술도 정책도 포용력도 일관성 있게 나오지 못했습니다. 그가 가져야 할 이념의 출발점은 金正日정권과 추종세력은 우리의 主敵이요 민족사의 이단이며 인류의 평화를 위협하는 惡의 집단이란 가치 판단이고, 평화와 통일의 걸림돌인 金正日 정권을 제거하고 북한 동포를 해방해야 한다는 이념적 正義感이어야 했습니다.
부시 대통령이 북한 정권과 북한 주민을 구별해 놓고 金正日 정권을 향해서-「惡의 축」이라고 공격했을 때 李會昌 前 총재는 부시 대통령을 전폭적으로 지지했어야 했습니다만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月刊朝鮮 여론 조사에서 보듯이 한국의 유권자들 중 60~70%가 부시와 같은 견해를 갖고 있는데 무엇이 두려워 부시 대통령을 지지하지 못한단 말입니까.
국민 다수의 합리적 판단이 배경으로 버티고 있는데도 李會昌 前 총재가 직접 나서서 자신의 소신과 이념적 방향을 밝히지 못한다면 이것은 배신이고 비겁입니다. 이념은 가치관이므로 소수파의 위치에 있더라도 양보할 수 없는 것인데 하물며 다수이면서도 親北좌익 세력이 두려워 주저주저한다면 국가적 위기 때 과연 이런 지도자를 믿을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 꼬리를 물게 되는 것입니다.
이념적 인간형인 金大中 대통령은 李會昌 前 총재보다 훨씬 불리한 처지에 처했어도 소신을 접지 않았습니다. 예컨대 1980년 5월 계엄사 合搜部에 연행되어 엄중한 조사를 받는 가운데서도 그는 容共이란 의심을 무릅쓰고 자신의 공화국 연방제 통일방안을 당당하게 진술했고, 金日成이 죽었을 때 많은 비난을 받으면서도 弔問論에 사실상 찬동하였습니다. 盧武鉉씨도 최근 텔레비전 토론에 나와 통일조국의 政體에 대해서는 남북관계에 비춰 모호성을 유지하는 것이 낫다면서 끝내 자유민주주의라고 밝히지 않았습니다.
李會昌씨는 자신을 짝사랑하듯이 응원하는 우익 단체의 초대에는 응하지 않고 좌파 언론의 인터뷰에는 응함으로써 의리 없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는 보수단체와 가까이 하면 젊은 사람들이나 좌파 표를 잃는다면서 애써 거리를 두려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 때문에 옛날처럼 야당-재야 협력관계가 이뤄지지 않아 한나라당은 행동대와 손발이 약한 정당이 되었습니다.
李會昌씨는 지난 4월4일 朝鮮日報와 인터뷰한 자리에서 기자가 『現 정권을 좌파적 정권이라고 규정한 이유는?』이라고 묻자 이렇게 답했습니다.
『「제3의 길」의 저자 앤서니 기든스도 金大中 정부를 중도좌파적 정부라고 말했다. 金대통령이 6·25를 실패한 통일전쟁으로 표현하거나, 미전향 장기수 북송時 국군포로와 납북자 송환을 전혀 요구하지 못한 것 등이 사례다』
제가 만약 그런 질문을 받았더라면 이렇게 대답했을 것입니다.
『金大中 대통령은 金正日을 상대하는 과정에서 대한민국의 헌법정신과 정통성, 그리고 기본가치를 견지하지 못했다. 對南 적화 통일의 가장 중요한 전략인 연방제 통일 방안을 사실상 인정했으며, 북한동포에 대한 인권 탄압에 대해서 한 마디도 말하지 않고 있다. 목숨을 걸고 자유를 찾아온 黃長燁씨의 언론자유와 여행의 자유를 불법적으로 제한하면서 좌익들의 평양行을 허용하여 金日成을 찬양하게 만들었다. 對北 퍼주기를 그렇게 해도 金正日의 군사력만 강화되고 체제는 변하지 않았다. 북한 정권을 강화시켜 주고 북한 주민들의 고통을 연장시키면서 우리 체제에 내부 균열을 부른 이런 정책을 좌파적이란 말 이외에 무슨 말로 설명할 것인가』
저는 의아하게 생각하는 게 하나 있습니다. 李會昌 前 총재는 金大中 정권의 이념성향을 입증하기 위해 왜 기든스란 외국인의 견해를 빌려와야 합니까. 기든스가 대한민국의 고민을 李會昌 前 총재보다도 더 많이 알고 있단 말입니까. 정권의 이념적 성격을 규정하는 가장 초보적 판단에다가 외국 지식인의 견해를 빌리는 행위야말로 사대주의적 자세입니다.
저는 李會昌씨나 보수 지도자로 자처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탈북자, 가능하면 북한 강제수용소 출신을 불러 저녁을 대접한 다음 그 사람의 이야기를 밤새워 들어보란 것입니다. 머리로써, 개념으로써, 관념으로써 남북관계를 알려하지 말고 체험으로써 金正日 정권의 악마성과 북한동포들의 고통, 그리고 남한사람들의 安逸을 느껴야 말이 입에서가 아니라 가슴에서, 온몸에서 나올 수 있을 것입니다.
2000년 4월 총선은 한국의 보수층이 작심을 하고 李會昌 前 총재의 한나라당을 밀어준 사례입니다. 李會昌 前 총재가 金潤煥, 李基澤씨들을 무리하게 밀어내는 과정에서 민국당이 창당되어 야권 분열상이 露呈(노정)되었는데도, 또 남북 頂上회담 개최 결정이 투표 나흘 전에 발표되었는데도 보수층은 한나라당을 과반수 의석에 근접하는 원내 제1당으로 만들었습니다.
이때 李會昌 前 총재는 17석으로 줄어든 金鍾泌의 自民聯과 정책 연합을 하여 국회를 장악함으로써 金大中 정부의 굴욕적인 對北정책을 견제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이념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도리에 맞는 일이었습니다. 그렇게 하라는 것이 총선 民意였습니다.
李會昌씨가 私利나 私情을 뛰어넘어 이념이란 정치적 大義를 선택했다면 그는 당연히 金鍾泌 총재와 손을 잡았어야 했습니다. 그는 오히려 반대로 갔습니다. 의석수가 모자라는 자민련이 국회법을 고쳐 원내 교섭단체가 되려고 하는 시도를 집요하게 막았습니다.
李會昌 前 총재 쪽의 명분은 3金 시대 청산을 내건 마당에 어떻게 3金의 한 사람과 손을 잡느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李會昌 前 총재는 그러나 金泳三 前 대통령에게는 구차하게 보일 만큼 低자세로 다가갔습니다. 결국 李會昌 前 총재는 大乘的 결단 대신 小乘的 계산을 함으로써 보수층이 만들어 준 국회 주도권을 포기하였습니다. 그 결과는 무엇입니까.
親北좌익세력 명단 공개 추진본부(본부장 대령연합회 徐貞甲)는 최근 조선·동아일보에 광고를 냈는데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金大中 정부는 학생들이 금강산 관광을 갈 경우 국민세금으로 1인당 25만~34만원씩 보조하는 망국적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는 主敵 김정일 정권의 군비증강을 우리 세금으로 도와주는 자살적 利敵 행위입니다>
李會昌 前 총재가 자민련과 정책 공조를 하여 對北 경제지원 규제법안을 만들어 통과시켰더라면 국민세금으로 赤字 기업을 도와주고 결과적으로 金正日 정권을 강화시켜 주는 자해적 행위를 사전에 저지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李會昌 前 총재의 한나라당은 그런 힘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그런 입법을 하지 않고 있다가 정부가 국민세금으로 금강산 관광을 지원하기로 하자 형식적인 항의성명만 발표하고 있는 것인지 이해하기 힘든 일입니다. 보수정당임을 자처하는 한나라당의 이런 불철저함과 불성실함은 『한국 보수세력은 역시 고생을 더 해봐야 정신을 차릴 거야』란 생각을 확산시키고 있습니다.
李會昌 前 총재의 거의 치명적 결점은 이념대치 국면에서 살고 있으면서도 이념형 인간이 아니란 점일 것입니다. 이것은 정치인으로서는 약점이라기보다는 죄악입니다. 李 前 총재는 보수층의 챔피언 자리에 올라 대한민국적 가치를 수호하도록 하는 영광된 기회가 주어졌으나 그는 챔피언 방어전에 실패했습니다.
그는 1997년 선거 때도 이념문제를 제대로 제기하지 않아 「좌파적」 金大中 정권이 등장하는 것을 허용했습니다. 그는 두 아들의 병역 미필 사건으로 守勢에 몰렸을 때 국군 정규 부대 복무 경험이 없는 金大中 후보를 공격하지도 못했고, 金후보의 좌익 경력에 대해서도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못했습니다. 그는 또 金鍾泌 측의 求愛를 거절함으로써 DJP 연합이 이뤄지는 것을 방관했습니다. 이 모든 행태는 李會昌 前 총재가 결정적 순간에서 이념적인 모호성 때문에 좌파 집권을 허용하거나 강화시키는 과오를 범했음을 보여 줍니다. 좌익에서 전향한 보수 論客 金正剛씨는 이번 호 月刊朝鮮 기고문에서 李會昌 총재를 기회주의적 보수라고 단정했습니다.
지난 4월9일, 10일 양일간 月刊朝鮮과 金杏의 오픈 소사이어티가 실시한 전국 유권자 여론 조사(1002명 상대의 전화 조사, 95%에서 오차 범위 3.10%)에서 가상 대결 지지율이 李會昌은 26.8%, 盧武鉉은 54.6%로 나타났습니다. 지지자를 밝히지 않은 사람들은 18.5%였습니다.
이제 李會昌의 미래는 한나라당 경선 무대를 통해서 거듭 태어나든지, 보수 대연합에 의한 단일후보가 되든지, 교체되는 길밖에 없을 것입니다. 만약 李會昌 前 총재가 私益을 앞세워 이번에도 좌파 집권을 허용한다면 보수층은 그를, 두 번에 걸쳐 10년 동안 좌파적 정권 아래서 자신들을 고생시킨 사람으로 단정할 것입니다.
盧武鉉씨의 행태는 반대 세력에 의하여 「급진 좌파」로 불려지고 있습니다. 그는 한때 주한미군 철수에 동의했고 지금도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하고 있으며 통일한국의 정치체제가 무엇이어야 하고 북한을 主敵으로 볼 것인가에 대해서 명확한 태도 표명을 유보하고 있습니다. 북한 정권과 대한민국을 等價로 보고 있다는 비판도 받았습니다. 이러한 盧武鉉씨의 언동을 전형적인 좌파적 행태로 규정하는 사람들은 李仁濟씨만은 아닙니다.
盧후보가 북한 정권에 대해서 모호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근거로 든 7·4 공동성명이나 남북기본합의서는 헌법에 종속되는 것임을 법률가인 그 자신이 먼저 알고 있을 것입니다. 우리 헌법은 북한 정권을 국가로 보아서는 안 되고 反國家단체로 보아야 한다, 통일조국의 政體는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이어야 한다는 점을 국민들에게 강제하고 있습니다.
헌법을 수호해야 할 대통령이 만약 國基와 관련된 핵심 사안에 대해서 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북한 정권의 눈치를 본다면 대통령이 되어선 안 됩니다. 북한군을 主敵으로 보는지 않는지에 대해서 모호한 태도를 취하는 사람도 북한군과 대결하고 있는 국군의 통수권자가 되어선 안 됩니다. 헌법 정신은 그러한 사람의 대통령 취임을 거부하고 있다고 해석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 사회의 약 10%로 추정되는 親北좌익 성향의 세력이 지지하는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것은 국가적 위기를 부를 것입니다. 그 후보는 대통령으로 당선된 뒤 親北좌익 세력을 重用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정권 심장부 안에 金正日을 추종하는 반역세력이 포진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보수층은 머릿수가 많지만 허약한 체질을 갖고 있습니다. 좌익은 희생적이고 용감하며 행동력이 있고 조직적이며 공부를 열심히 합니다. 보수층은 행동력, 희생정신, 탐구심, 조직력이 약합니다. 그들은 국가 덕으로 기존 질서에 安住하면서, 이념문제를 치열하게 전개하는 우익 투사들에게는 『낡은 색깔론을 그만두라』고 점잖게 충고하곤 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이 진보적으로 보이려고 합니다. 진보로 위장한 좌익에게 영합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이렇게 하여 나이, 돈, 직위, 머릿수에서 압도적 우위에 있던 보수층은 도덕적 주도권을 상실하여 소수의 영악한 좌파들에게 멱살을 잡혀 끌려다니다가 지금과 같은 위기를 自招하게 되었습니다. 국민과 국가는 대통령, 국군, 경찰, 검찰, 안기부가 지켜 주는 것이지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방관하던 자세에 너무 오랫동안 길들여졌던 것이 보수세력이었습니다. 이제 그런 보호막이 사라졌습니다. 자신의 실력과 鬪志만으로써 좌익과 대결해야 하고 공권력은 좌우익 투쟁에서 중립이고, 때로는 좌익 편을 드는 경우가 있는 새로운 조건에 처하여 한국의 보수는 自力으로 再起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련기에 처해 있는 것입니다.
지금 한국 사회를 끌고 가는 키 워드는 변화와 경쟁입니다. 변화를 갈망하는 민심이 경쟁의 場을 만들고 이 무대에서 盧武鉉 돌풍과 李會昌 추락이 일어났습니다.
격변의 시대에는 변화를 두려워하거나 거부하는 쪽이 순식간에 낙오자가 됩니다. 작년만 해도 한나라당과 李會昌 前 총재는 민주당의 내분사태를 구경하면서 즐겼습니다. 지금은 수비형, 변명형, 축소지향형 이미지가 고착되어 버렸지만 당시 李會昌 前 총재 주변에서는 실수만 하지 않으면 대통령 당선은 문제 없다는 생각을 퍼뜨리고 있었습니다.
돌이켜보면 盧武鉉 돌풍의 씨앗은 민주당 내분 사태의 혼란 속에서 뿌려졌습니다. 민주당이 거듭 태어나기 위해서 몸부림치는 과정을 혼란으로 평가절하했던 李會昌 측에선 기득권 수호에 집착하려다가 시간을 놓쳐버렸습니다. 한나라당보다 앞서 달려가고 있는 저 새로운 시대를 추격하여 다시 잡으려면 李會昌 前 총재는 민주당보다 두 배 정도 빨리 뛰어야 합니다.
그런 노력은 自覺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외부로부터의 자극으로 일어납니다. 민주당 경선이 盧武鉉이란 스타를 탄생시키면서 3金 지배체제 이후의 한국 사회를 뒤바꾸는 혁명적 상황을 만들고 있는데도 李會昌씨는 체육관에서 대통령 후보로 추대받는 식의 전당대회를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뒤늦게 崔秉烈 부총재가 「개혁적 보수」를 표방하며 후보로 등록하자 이를 충격으로 받아들일 정도였다고 합니다. 사실은 崔후보의 등장이 한나라당 경선에 활기와 재미를 주었는데도 말입니다.
盧武鉉 돌풍의 의미는 민주당이 변화의 優位를 先占했다는 점입니다. 그럼으로써 민주당은 3金 지배 정치의 마지막 堡壘(보루)로 청산대상이 되어야 할 입장에서 벗어나 오히려 李會昌의 한나라당을 舊정치세력으로 몰아붙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격변기에는 속도가 이처럼 중요합니다.
盧武鉉씨의 기반은 호남 출신들의 절대적 지지, 영남 출신들의 상당한 지지, 20·30代의 압도적 지지, 그리고 좌파들의 열렬한 지지로 구성되어 있는 듯합니다. 지역적으로, 사회 계층적으로 아주 단단한 고정표(35~40%)로써 과거 金大中씨의 지지표보다 더 결속력이 강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한국인 사회에 축적된 좌파 및 「平準化 지향 에너지」가 귀족(李會昌)-서민(盧武鉉) 이미지 대결에서 盧씨 쪽으로 쏠린 것입니다.
盧武鉉 돌풍을 잠재우겠다고 나서서 한나라당의 첫 텔레비전 토론에 등장한 李會昌, 崔秉烈, 李富榮, 李祥羲 후보들은 민주당 후보들의 박력 있는 토론에 비하면 맥이 빠지는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네 후보 모두가 『햇볕정책의 기본 틀은 찬성하지만…』하는 취지로써 총론 찬성 각론 반대의 논리를 전개하였다는 점입니다. 정치에서는 상대의 총론을 찬성한다면 이미 토론에 지고 들어가는 것입니다. 햇볕정책의 총론에 찬성해 놓고 좌파적이라고 공격하는 것은 논리상 모순입니다.
李會昌씨 등이 사실상 金大中 정부의 對北정책에 찬동하는 식의 수세적 발언을 한 것도 그들이 이념에 거의 무지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념투쟁이란 말싸움입니다. 그것은 언어를 칼날처럼 날카롭게 벼린 다음 하는 眞劍 승부여야 합니다. 그런 언어는 말장난이 아니라 북한 정권에 대한 분노와 북한 동포들에 대한 동점심에서 우러나오는 것입니다. 신념은 감정이란 말이 여기에 해당되겠지요.
민주당 경선은 盧武鉉이란 좌파적 스타를 탄생시켰을 뿐 아니라 李仁濟씨를 보수세력의 유망주로 만들었습니다. 李仁濟 의원이 盧武鉉씨를 향해 던진 이념적 질문들은 李會昌씨 등 한나라당 정치인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날카롭고 핵심을 찔렀습니다.
金鍾泌 자민련 총재는 사석에서 『나는 李仁濟씨를 다시 보게 되었다. 아마도 盧武鉉씨와 상대하는 과정에서 이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선 나라가 위태롭겠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에 그렇게 나오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기적인 계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지금은 李仁濟 의원이 가장 선명한 이념의식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그는 민주당 경선에서 낙선하더라도 盧武鉉 후보와의 이념논쟁으로 해서 자신의 생존 공간을 확보한 것처럼 보입니다.
金鍾泌 총재는 또 이런 말을 했습니다.
『李承晩 대통령은 하야한 뒤 하와이에서 客死했다. 尹潽善 대통령은 도중 하차했다. 朴正熙 대통령은 최측근에게 피살되었다. 崔圭夏 대통령은 신군부로부터 끌려 내려왔다. 全斗煥, 盧泰愚 대통령은 퇴임 후 감옥에 갔다. 金泳三 대통령은 정치적 식물인간 상태에서 임기를 마쳤다. 어디 그뿐인가. 全斗煥, 盧泰愚, 金泳三, 金大中 네 대통령은 현직에 있을 때 자기 黨 총재직에서 밀려났다. 이렇게 해놓고도 대통령 중심제를 유지하겠다는 것인가』
그는 보수대연합 단일후보를 엮는 고리로 내각제로의 개헌을 생각하고 있는 게 분명합니다.
한 탈북자는 최근의 정치상황을 보면서 이렇게 평했습니다.
『남북 무력 대치상황에서 남한의 지도자를 뽑을 때 국민들이 고려해야 할 가장 중요한 관점은 그가 金正日을 어떻게 보는가일 것이다. 대내적으로는 法治를 구현할 수 있는 지도자인가일 것이고, 대외적으로는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어떻게 유지, 발전시켜나갈 것인가여야 할 것이다. 한국의 보수세력 지도자들이 이론무장에 너무 허약한 데 놀랐다. 보수세력은 이번 선거에서 져도 좋은데 이론당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보수이론으로 뭉친 정치세력이면 집권하지 못해도 정치를 바꿀 수 있다』
지금 세계사의 大勢는 빈 라덴, 사담 후세인, 金正日과 같은 테러리스트형 독재자들을 거세하여 지구를 좀더 안전한 곳으로 만들자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미국 부시 행정부가 총대를 메고 진행하고 있는 이런 캠페인에서 다음 정권이 보조만 잘 맞추면 우리는 金正日이란 민족의 암덩어리를 평화적으로 제거하고 자유통일을 앞당길 수 있는 결정적 계기를 잡을 수 있습니다. 사실 국내의 親北좌익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는 길은 좌익의 사령탑 金正日을 제거하는 것입니다. 만약 金正日에 대해 이념적 정리가 되어 있지 않은 세력이 다음 정권을 잡게 되면 이 좋은 역사적 好機를 놓치게 될 것입니다.
남북관계를 위선적 민족주의로 결속시키려는 남북한 좌익 간의 합동작전이 전개된다면 한국의 안정과 번영을 보장하고 있는 韓美동맹, 韓日우호, 韓中교류 관계에 금이 갈 것이고 한반도는 세계사의 潮流를 타지 못하며 심할 경우 내전적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보수층이 이념적 행동대로서의 정치세력을 만들 수 있다면 그들은 정권을 잡지 않아도 대한민국을 지켜낼 수 있습니다. 이념적 정리가 되어 있지 않은 보수세력은 정권을 잡아도 좌익한테 휘둘리게 됩니다. 집권 여부가 아니라 보수세력의 의식화가 더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보수세력들은 세미나를 좋아합니다. 좋은 호텔을 골라 그런 모임을 열고 보수논객들을 불러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런 자리에 가면 한때 한국 사회를 주름잡았던 인사들이 좋은 옷을 입고 나타나 좋은 음식을 먹으면서 나라를 걱정합니다. 그리고 그뿐입니다. 대한민국을 지켜내기 위하여 싸우는 단체나 사람들을 위하여 손발도 돈도 빌려 주지 않습니다. 마음만으로써의 憂國, 거리로 나서지 않는 憂國이란 自慰, 또는 가짜일 것입니다.
저는 그런 호텔에 들를 때마다 감탄합니다. 귀족 같은 모습을 한 善男善女들이 로비, 객실, 음식점에서 우아하게 어울려서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태평성대로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이들을 사정권 안에 넣고 있는, 시간 당 50만 발을 쏠 수 있는 북한군의 장거리포 같은 것들을 저분들이 의식하고 있을까, 좌익들이 국가를 배신하는 행동을 할 때 저분들이 맞서 싸울까, 저분들의 子弟들은 軍 복무를 다했을까, 저 돈많은 사람들이 좌익과 싸우는 보수세력을 위해서 체제유지비를 한푼이라도 낸 적이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자신의 체제를 지키기 위해 행동도 희생도 부담도 하지 않고 체제의 보호막만 공짜로 이용하려 든다면 그런 보수야말로 守舊, 寄生세력일 것입니다. 그런 사람들은 고귀한 모습에도 불구하고 정신면에선 노예이고 창녀들일 것입니다. 한국 보수세력의 自力更生은 기본적으로 노예의식, 창녀의식을 버리고 조국의 주인이 되자는 것에 다름 아닙니다. 主人이 되자면 용기·희생·공부가 필요하고 親北좌익을 순화·전향시킬 만한 신념을 가져야 합니다. 主人이 되면 그래서 고생스럽습니다. 좌익 400만 시대에 보수세력이 대한민국과 함께 살아남으려면 그런 고생을 즐겨 해야 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들은 말합니다. 「낡은 이념 논쟁을 벌일 때가 아니다」라고. 이념논쟁을 색깔론이라고 폄하하는 이런 사람들은 조국의 현실을 모르는 夢想家이든지, 그렇게 말하면 자신이 양식 있는 사람으로 보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위선자이든지, 이것도 저것도 아니면 이념 논쟁을 할 경우 正體가 드러날 것을 두려워하는 僞裝 세력일 것입니다.
이념 논쟁은 空理空論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의 삶과 공동체의 死活을 결정하는 치열한 현실 문제입니다. 主敵 金正日 정권과 북한군의 위협에 노출된 한국에서는 親北 이념의 흔적이나 영향을 받은 사람이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것은 국가적 자살행위이기 때문에 선거판에서의 이념논쟁은 그 어떤 경우보다도 치열해야 합니다.
金正日이 손에 피를 묻히지 않고 대한민국을 먹어치우는 방법은 민주주의자, 개혁주의자, 민족주의자로 위장한 親北좌익 인사를 대통령에 당선시켜 국군, 검찰, 경찰, 國情院, 국세청 등 공권력을 장악하게 하는 것입니다. 金正日과 金日成이 이 방향으로 對南공작을 해오지 않았다고 믿는 순진한 사람들이 있다면 그는 남태평양의 섬 나라에 가서 사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남북 이념 대결은 외국을 상대로 한 대결이 아닙니다. 同族을 상대로 한 대결이란 점이 상황을 더욱 살벌하게 만듭니다. 즉, 남북대결의 본질은 「민족사적 정통성과 삶의 방식을 놓고 싸우는 타협이 불가능한 총체적 권력투쟁」인 것입니다.
이념투쟁도 살벌한데 어느 정권이 민족의 嫡子냐 庶子냐의 싸움까지 겹쳐 있으므로 남북관계는 한 쪽 체제가 다른 체제에게 먹힐 때까지 치열하게 계속될 수밖에 없는 운명인 것입니다.
지난 3월 초 月刊朝鮮은 여론조사 전문가 金杏씨가 운영하는 오픈 소사이어티에 의뢰하여 전국 유권자들 1019명에게 전화로 이런 질문을 던졌습니다.
『귀하께서는 金正日 정권을 善과 惡으로 구분한다면 善이라고 생각하세요, 아니면 惡이라고 생각하십니까』
惡이라고 생각한다는 사람이 71.9%, 모르겠다는 사람이 18.9%, 善이라고 생각한다는 사람이 9.3%였습니다. 金正日 정권을 善이라고 생각한다는 사람들을 연령별로 보면 30代에서 12.7%, 40代에서 10.6%, 20代에서 9.8%, 50세 이상에서는 4.7%였습니다. 직업별로는 블루칼라에서 11.6%, 농축수산업 종사자에서 15%로서 노동자·농민층에서 높게 나타났습니다.
한 달 뒤인 지난 4월9,10일 양일간 1002명을 상대로 한 같은 조사에서는 金正日을 善이라고 생각한다는 사람들이 12.4%로 늘었고, 惡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60.8%로 줄었으며, 잘 모르겠다는 사람들도 26.8%로 늘었습니다. 최근의 盧武鉉 돌풍과 이념논쟁이 좌파를 고무시킨 반면 우파를 위축시키고 있고, 상당수 사람들이 인식의 혼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 주고 있습니다.
한 달 전 조사에서는 학생층 가운데 金正日을 善이라고 생각한다는 사람이 8.8%였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29.7%로 늘었습니다. 출신 고향별로 보면 서울 사람의 15.4, 전라도 사람의 17.3, 부산·경남 사람의 12.6%가 金正日을 善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대구·경북 사람은 6.1%).
한 사회학자의 조사에 따르면 북한체제를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을 때 그렇다고 대답한 사람이 1970년대에는 3%, 80년대에는 5%, 90년대에는 3%였다고 합니다. 金大中 정부 등장 이후, 특히 최근의 盧武鉉 돌풍 이후 親金正日 세력이 비약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親北좌익적 성향을 가진 세력이 그 사회의 10%를 넘으면, 더구나 그 세력이 젊고 조직화되어 있다면 공동체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행동력이 생깁니다.
약 400만 명으로 추정되는 親北좌익 성향의 유권자들은 표로써도 선거의 향방을 좌우할 수 있는 것입니다. 어른 400만 명이라면 대구·경북의 유권자수(2000년 총선 때 약 380만명)보다 많습니다.
좌파, 좌익, 우파, 극우를 분류하는 기준은 한국의 현실에서 金正日觀입니다. 金正日을 善이라 생각하여 추종한다면 親北좌익, 金正日을 惡도 善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또는 惡인지 善인지 모르겠다는 사람)은 기회주의적 좌파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물론 좌파 중에는 金正日을 敵과 惡으로 보면서 대한민국의 민족사적 정통성을 인정하는 세력도 있습니다. 이들은 反北좌파로 분류될 것입니다. 동서독 시절, 서독의 사회민주당과 비슷한 경우입니다.
反北좌파는 대한민국 편이므로, 즉 애국적 좌파이므로 이들은 親北좌익과는 적대적 관계, 우익과는 우호적 관계를 유지할 것입니다. 한국의 과제는 좌파 중에서 反北좌파를 가려내고 그들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反北좌파가 金正日과 親北좌익 세력을 경멸하고 압도하게 될 때 대한민국이 편해질 것입니다.
우파는 金正日을 惡으로 단정하고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합법성을 믿으며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조국이 통일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입니다. 極右(극우)는 우파와 같은 생각을 갖되 자신의 소신을 불법적, 폭력적으로 관철시키려는 사람입니다. 그런 세력은 우리 사회에선 존재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좌익들은 보수층을 공격할 때 극우라고 부릅니다. 전형적인 좌익 선동술이지요.
저는 親北좌익을 구별해 내는 秘法을 갖고 있습니다.
1. 대한민국의 민족사적 정통성을 부인하는 사람은 親北좌익입니다.
2.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사람은 親北좌익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3. 고려 연방제 통일방안에 찬성하는 사람은 親北좌익입니다.
4. 국가보안법 철폐를 주장하는 사람은 親北좌익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5. 북한군의 만행과 金正日에 의한 북한 주민 도륙에 대해 침묵하면서 국군과 미군의 잘못만 지적하는 사람은 親北좌익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親北좌익의 행태에는 일정한 원리가 있습니다. 그들은 민족과 평화라는 우리 시대의 가장 강력한 單語를 선동의 흉기로 사용합니다.
▲위선적, 선동적 민족주의 親北좌익과 金正日은 그 속성이 민족반역 세력입니다. 父子가 합쳐서 동포 600만 명을 죽이고 아웅산 테러와 대한항공 폭파사건으로써 130여 명의 동포들을 참살한 金正日 세력이 민족반역자들이 아니라면 이 세상엔 악마도 악인도 없을 것입니다. 좌익파쇼 집단인 金正日 정권은 나치스의 鬼才 괴벨스의 선동논리를 공부했는지 거짓말은 클수록 잘 먹혀든다는 전술을 적용하여 민족반역자인 주제에 스스로를 민족주의 세력이라고 사칭하기 시작했습니다.
민족주의란 말을 우상 숭배하는 어리석은 남한의 지식인들과 학생들이 이 사기술에 넘어갔습니다. 민족주의 정서는 다분히 감성적이고 본능적이기 때문에 이성을 마비시켜 善惡 구분을 못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金正日의 가짜 민족주의 전술에 마취된 사람들은 金正日의 학살을 비판하는 것을 『같은 동족끼리 그럴 필요가 있나』는 식으로 비방합니다. 동족이기 때문에 金正日 학살행위를 눈감아 주어야 한다는 親北좌익 세력의 논리는, 아리안族은 동족이기 때문에 우월하고 유태인은 이민족이기 때문에 열등하니 도륙해야 한다고 했던 히틀러의 인종주의와 같습니다.
親北좌익 세력은 민족이란 이름을 만병통치약으로 써먹습니다. 같은 민족끼리 뭉쳐서 미국을 반대하자, 같은 민족끼리 뭉쳐서 자유민주 세력을 척결하자, 같은 민족이니까 살인도 학살도 테러도 남침도 문제삼지 말고 무조건 화해하자, 같은 민족끼리 뭉쳐서 이념을 초월한 통일을 이룩하자는 식입니다.
민족이란 이름으로 국가의 존엄성, 正義, 선악분별, 韓美동맹, 彼我 구분을 무력화시키려는 좌익의 전술에 순진한 한국인들이 무더기로 넘어갔습니다. 간교한 金正日은 그러나 겉으로는 민족을 내세우지만 안으로는 계급 투쟁 의식을 강조합니다. 지난 3월호 月刊朝鮮에 실린 북한군 내부 교육자료에는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제국주의자들과 계급적 원쑤들의 본성과 야망은 죽을 때까지 변하지 않습니다」, 「적에 대한 환상을 없애고 계급의 총창을 날카롭게 벼리라」, 「조국통일을 반대하는 기본 세력은 미제와 남조선 괴뢰 그리고 일제놈들이다」, 「나(김정일)의 통일관은 본질에 있어서 무력통일관입니다」
金正日을 惡이라고 생각하는 72%의 한국인은 그들의 기준으로 보면 「계급적 원쑤들」입니다. 민족주의란 단어에 속아 통일이 되면 72%의 「원쑤들」은 제거, 숙청, 학살, 감시의 대상이 될 것입니다.
두말할 것도 없이 金正日이 내세우는 민족주의란 계급의식에 바탕을 둔 민족주의입니다. 즉 프롤레타리아 계급 혁명에 동조하는 민족만 민족이고 반대하는 민족은 민족이 아닌 계급적 원쑤가 되는 것입니다.
▲무조건적, 위선적 평화론 親北좌익 세력은 평화를 위해서는 모든 것을 희생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평화와 전쟁은 가치중립적인 말입니다. 不義의 평화도 있고 正義의 전쟁도 있습니다. 親北좌익 세력은 평화는 善, 전쟁은 惡이란 억지 논리를 만든 다음에 평화를 위해서는 자유도 민주도 국가도 正義도 희생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6·25 때 북한군이 남침했을 때 국군은 평화를 선택하여 항복했어야 통일이 되었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親北좌익 세력들이 말하는 평화란 결국은 金正日의 민족반역적·전쟁범죄적 행동을 변호해 주려는 방패에 다름 아닙니다. 좌익들이 말하는 평화란 金正日과 그 부하들의 평화이지 한국인들과 북한 주민들의 평화는 아닙니다. 오히려 불안과 고통의 연장이지요.
親北좌익 세력이 쥐고 있는 두 가지 神器─민족과 평화의 위선성을 폭로하면 이들은 어둠을 빼앗긴 흡혈귀처럼 허물어집니다. 親北좌익들의 이념적 근거인 無産계급의 독재란 것은 사실상 무식계급의 독재를 의미합니다. 무식한 사람들이 유식한 사람들을 상대로 일을 벌이려면 폭력과 속임수 및 선동을 동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것은 좌익 행태의 일반원칙입니다.
좌익들은 빈민층뿐 아니라 무식층, 게으른 사람들, 불만층, 부도덕층 등 한 사회의 저변층으로 파고들어 그 계층이 갖고 있는 여러 특성 중 주로 부정적인 면, 즉 열등감·폭력성·증오심·나태성 등을 자극하는 속성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감정적 狂風을 일으키는데, 그 전형적인 사례는 6·25 전쟁을 전후하여 우리 민족이 경험하였던 민족사 初有의 대학살입니다.
국민들이 각성하여 좌익들이 들고 나오는 민족, 평화, 개혁이란 말들에 속지 않으면 본질적으로 전문성과 진실성과 과학성과 이성이 부족한 저들은 무력해집니다. 이는 한 사회의 정신적 근대화가 좌익의 도전을 극복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한국 사회에 아직도 親北좌익이 활동할 수 있는 것은 미신과 신화가 지배하는 전근대적 구석이 남아 있고 여기에 좌익의 씨앗이 토착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역사와 전통에 뿌리박은 生來的인 좌익, 여기에다가 6·25를 전후하여 국가권력으로부터 피해를 입은 가족이 있는 경우의 복수심이 덧붙여져 있는, 血脈의 좌익이기 때문에 쉽게 사라지지 않는 것입니다.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아시아에 두 개의 奇蹟이 있다. 하나는 중국이 공산화된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한국이 공산화되지 않은 것이다. 중국인은 실용적인 민족이고 자본주의적인 전통을 이어 온 역사를 갖고 있어 위선적인 공산주의 이념에 속지 않을 사람들입니다. 반면에 한국인은 朝鮮朝를 지배한 주자학적 명분론에 젖어 있었던 데다가 지식인(선비 집단)이 정권을 잡아 온 오랜 전통 때문에 먼저 지식인들을 세뇌시켜 전위당으로 만든 다음 노동자 농민들을 규합하여 정권을 잡는다는 공산주의자들의 戰略이 먹혀들 수 있는 조건을 완비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두 기적에 대해서 이런 설명이 가능할 것입니다. 중국이 공산화된 것은 毛澤東이란 희대의 전략가가 나타나 공산주의 혁명 이론을 중국의 현실에 맞게 주체적으로 고쳐서 노동자가 아닌 농민들을 중심세력으로 했고, 평등사상과 함께 민족주의를 내세워 중국인들의 자존심에 호소했기 때문이란 겁니다.
한국의 경우엔 미군이 進駐한데다가 공산주의의 본질을 꿰뚫어보고 있었던 李承晩이 우파를 연합시켜 좌익을 분쇄했기 때문에 공산화를 저지할 수 있었습니다. 1945~48년의 美 군정 시절엔 미군과 韓民黨 세력이, 건국 이후엔 李承晩 정권이 군대·경찰 등 공권력을 장악했기 때문에 지식인 사회에서는 좌익이 헤게모니를 잡았지만 국가 공권력이 우익의 승리를 보장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한국의 우익은 건국 전부터 항상 공권력의 응원과 보호를 받았습니다. 1998년 金大中 정부의 집권 이후 한국의 우익은 공권력, 즉 군대 경찰 검찰 국정원 국세청이 반드시 이념적으로 자신들 편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상황 변화를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보수층이 기댄 곳이 한나라당 李會昌 前 총재였습니다. 李 前 총재는 2000년 6월15일 南北 頂上회담 이후 한국 사회가 좌회전하는 가운데 거기에 제동을 걸기 위하여 애를 많이 썼습니다. 소위 햇볕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의식이 이 정도로 높아진 것에는 朝鮮·東亞일보 같은 언론의 견제와 한나라당과 自民聯의 노력이 있었습니다.
보수층이 최근 李會昌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는 움직임에서 감지되는 것은 보수층이 李會昌 총재의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의 자세에서 이념적 엄정성이나 체제 문제에 대한 悲壯한 지도력, 국가의 운명과 마주하는 남자의 美學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일 겁니다.
이념으로 남북이 적대관계로 갈려 死活을 건 생존투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의 정치 지도자는 남북관계의 본질에 대한 투철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여 자신의 신념에 생명을 걸어야 합니다. 이념은 가치관입니다. 이념이 잘 정리되어 있으면 신념과 용기가 생깁니다. 이념은 또한 세계관이기도 하므로 大局을 보는 눈을 맑게 해줍니다. 이념은 그래서 가장 큰 전략이며 가장 넓은 포용력이라고 합니다.
李會昌 前 총재의 경우 이념이 투철하지 못하니 용기도 전략도 전술도 정책도 포용력도 일관성 있게 나오지 못했습니다. 그가 가져야 할 이념의 출발점은 金正日정권과 추종세력은 우리의 主敵이요 민족사의 이단이며 인류의 평화를 위협하는 惡의 집단이란 가치 판단이고, 평화와 통일의 걸림돌인 金正日 정권을 제거하고 북한 동포를 해방해야 한다는 이념적 正義感이어야 했습니다.
부시 대통령이 북한 정권과 북한 주민을 구별해 놓고 金正日 정권을 향해서-「惡의 축」이라고 공격했을 때 李會昌 前 총재는 부시 대통령을 전폭적으로 지지했어야 했습니다만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月刊朝鮮 여론 조사에서 보듯이 한국의 유권자들 중 60~70%가 부시와 같은 견해를 갖고 있는데 무엇이 두려워 부시 대통령을 지지하지 못한단 말입니까.
국민 다수의 합리적 판단이 배경으로 버티고 있는데도 李會昌 前 총재가 직접 나서서 자신의 소신과 이념적 방향을 밝히지 못한다면 이것은 배신이고 비겁입니다. 이념은 가치관이므로 소수파의 위치에 있더라도 양보할 수 없는 것인데 하물며 다수이면서도 親北좌익 세력이 두려워 주저주저한다면 국가적 위기 때 과연 이런 지도자를 믿을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 꼬리를 물게 되는 것입니다.
이념적 인간형인 金大中 대통령은 李會昌 前 총재보다 훨씬 불리한 처지에 처했어도 소신을 접지 않았습니다. 예컨대 1980년 5월 계엄사 合搜部에 연행되어 엄중한 조사를 받는 가운데서도 그는 容共이란 의심을 무릅쓰고 자신의 공화국 연방제 통일방안을 당당하게 진술했고, 金日成이 죽었을 때 많은 비난을 받으면서도 弔問論에 사실상 찬동하였습니다. 盧武鉉씨도 최근 텔레비전 토론에 나와 통일조국의 政體에 대해서는 남북관계에 비춰 모호성을 유지하는 것이 낫다면서 끝내 자유민주주의라고 밝히지 않았습니다.
李會昌씨는 자신을 짝사랑하듯이 응원하는 우익 단체의 초대에는 응하지 않고 좌파 언론의 인터뷰에는 응함으로써 의리 없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는 보수단체와 가까이 하면 젊은 사람들이나 좌파 표를 잃는다면서 애써 거리를 두려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 때문에 옛날처럼 야당-재야 협력관계가 이뤄지지 않아 한나라당은 행동대와 손발이 약한 정당이 되었습니다.
李會昌씨는 지난 4월4일 朝鮮日報와 인터뷰한 자리에서 기자가 『現 정권을 좌파적 정권이라고 규정한 이유는?』이라고 묻자 이렇게 답했습니다.
『「제3의 길」의 저자 앤서니 기든스도 金大中 정부를 중도좌파적 정부라고 말했다. 金대통령이 6·25를 실패한 통일전쟁으로 표현하거나, 미전향 장기수 북송時 국군포로와 납북자 송환을 전혀 요구하지 못한 것 등이 사례다』
제가 만약 그런 질문을 받았더라면 이렇게 대답했을 것입니다.
『金大中 대통령은 金正日을 상대하는 과정에서 대한민국의 헌법정신과 정통성, 그리고 기본가치를 견지하지 못했다. 對南 적화 통일의 가장 중요한 전략인 연방제 통일 방안을 사실상 인정했으며, 북한동포에 대한 인권 탄압에 대해서 한 마디도 말하지 않고 있다. 목숨을 걸고 자유를 찾아온 黃長燁씨의 언론자유와 여행의 자유를 불법적으로 제한하면서 좌익들의 평양行을 허용하여 金日成을 찬양하게 만들었다. 對北 퍼주기를 그렇게 해도 金正日의 군사력만 강화되고 체제는 변하지 않았다. 북한 정권을 강화시켜 주고 북한 주민들의 고통을 연장시키면서 우리 체제에 내부 균열을 부른 이런 정책을 좌파적이란 말 이외에 무슨 말로 설명할 것인가』
저는 의아하게 생각하는 게 하나 있습니다. 李會昌 前 총재는 金大中 정권의 이념성향을 입증하기 위해 왜 기든스란 외국인의 견해를 빌려와야 합니까. 기든스가 대한민국의 고민을 李會昌 前 총재보다도 더 많이 알고 있단 말입니까. 정권의 이념적 성격을 규정하는 가장 초보적 판단에다가 외국 지식인의 견해를 빌리는 행위야말로 사대주의적 자세입니다.
저는 李會昌씨나 보수 지도자로 자처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탈북자, 가능하면 북한 강제수용소 출신을 불러 저녁을 대접한 다음 그 사람의 이야기를 밤새워 들어보란 것입니다. 머리로써, 개념으로써, 관념으로써 남북관계를 알려하지 말고 체험으로써 金正日 정권의 악마성과 북한동포들의 고통, 그리고 남한사람들의 安逸을 느껴야 말이 입에서가 아니라 가슴에서, 온몸에서 나올 수 있을 것입니다.
2000년 4월 총선은 한국의 보수층이 작심을 하고 李會昌 前 총재의 한나라당을 밀어준 사례입니다. 李會昌 前 총재가 金潤煥, 李基澤씨들을 무리하게 밀어내는 과정에서 민국당이 창당되어 야권 분열상이 露呈(노정)되었는데도, 또 남북 頂上회담 개최 결정이 투표 나흘 전에 발표되었는데도 보수층은 한나라당을 과반수 의석에 근접하는 원내 제1당으로 만들었습니다.
이때 李會昌 前 총재는 17석으로 줄어든 金鍾泌의 自民聯과 정책 연합을 하여 국회를 장악함으로써 金大中 정부의 굴욕적인 對北정책을 견제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이념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도리에 맞는 일이었습니다. 그렇게 하라는 것이 총선 民意였습니다.
李會昌씨가 私利나 私情을 뛰어넘어 이념이란 정치적 大義를 선택했다면 그는 당연히 金鍾泌 총재와 손을 잡았어야 했습니다. 그는 오히려 반대로 갔습니다. 의석수가 모자라는 자민련이 국회법을 고쳐 원내 교섭단체가 되려고 하는 시도를 집요하게 막았습니다.
李會昌 前 총재 쪽의 명분은 3金 시대 청산을 내건 마당에 어떻게 3金의 한 사람과 손을 잡느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李會昌 前 총재는 그러나 金泳三 前 대통령에게는 구차하게 보일 만큼 低자세로 다가갔습니다. 결국 李會昌 前 총재는 大乘的 결단 대신 小乘的 계산을 함으로써 보수층이 만들어 준 국회 주도권을 포기하였습니다. 그 결과는 무엇입니까.
親北좌익세력 명단 공개 추진본부(본부장 대령연합회 徐貞甲)는 최근 조선·동아일보에 광고를 냈는데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金大中 정부는 학생들이 금강산 관광을 갈 경우 국민세금으로 1인당 25만~34만원씩 보조하는 망국적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는 主敵 김정일 정권의 군비증강을 우리 세금으로 도와주는 자살적 利敵 행위입니다>
李會昌 前 총재가 자민련과 정책 공조를 하여 對北 경제지원 규제법안을 만들어 통과시켰더라면 국민세금으로 赤字 기업을 도와주고 결과적으로 金正日 정권을 강화시켜 주는 자해적 행위를 사전에 저지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李會昌 前 총재의 한나라당은 그런 힘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그런 입법을 하지 않고 있다가 정부가 국민세금으로 금강산 관광을 지원하기로 하자 형식적인 항의성명만 발표하고 있는 것인지 이해하기 힘든 일입니다. 보수정당임을 자처하는 한나라당의 이런 불철저함과 불성실함은 『한국 보수세력은 역시 고생을 더 해봐야 정신을 차릴 거야』란 생각을 확산시키고 있습니다.
李會昌 前 총재의 거의 치명적 결점은 이념대치 국면에서 살고 있으면서도 이념형 인간이 아니란 점일 것입니다. 이것은 정치인으로서는 약점이라기보다는 죄악입니다. 李 前 총재는 보수층의 챔피언 자리에 올라 대한민국적 가치를 수호하도록 하는 영광된 기회가 주어졌으나 그는 챔피언 방어전에 실패했습니다.
그는 1997년 선거 때도 이념문제를 제대로 제기하지 않아 「좌파적」 金大中 정권이 등장하는 것을 허용했습니다. 그는 두 아들의 병역 미필 사건으로 守勢에 몰렸을 때 국군 정규 부대 복무 경험이 없는 金大中 후보를 공격하지도 못했고, 金후보의 좌익 경력에 대해서도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못했습니다. 그는 또 金鍾泌 측의 求愛를 거절함으로써 DJP 연합이 이뤄지는 것을 방관했습니다. 이 모든 행태는 李會昌 前 총재가 결정적 순간에서 이념적인 모호성 때문에 좌파 집권을 허용하거나 강화시키는 과오를 범했음을 보여 줍니다. 좌익에서 전향한 보수 論客 金正剛씨는 이번 호 月刊朝鮮 기고문에서 李會昌 총재를 기회주의적 보수라고 단정했습니다.
지난 4월9일, 10일 양일간 月刊朝鮮과 金杏의 오픈 소사이어티가 실시한 전국 유권자 여론 조사(1002명 상대의 전화 조사, 95%에서 오차 범위 3.10%)에서 가상 대결 지지율이 李會昌은 26.8%, 盧武鉉은 54.6%로 나타났습니다. 지지자를 밝히지 않은 사람들은 18.5%였습니다.
이제 李會昌의 미래는 한나라당 경선 무대를 통해서 거듭 태어나든지, 보수 대연합에 의한 단일후보가 되든지, 교체되는 길밖에 없을 것입니다. 만약 李會昌 前 총재가 私益을 앞세워 이번에도 좌파 집권을 허용한다면 보수층은 그를, 두 번에 걸쳐 10년 동안 좌파적 정권 아래서 자신들을 고생시킨 사람으로 단정할 것입니다.
盧武鉉씨의 행태는 반대 세력에 의하여 「급진 좌파」로 불려지고 있습니다. 그는 한때 주한미군 철수에 동의했고 지금도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하고 있으며 통일한국의 정치체제가 무엇이어야 하고 북한을 主敵으로 볼 것인가에 대해서 명확한 태도 표명을 유보하고 있습니다. 북한 정권과 대한민국을 等價로 보고 있다는 비판도 받았습니다. 이러한 盧武鉉씨의 언동을 전형적인 좌파적 행태로 규정하는 사람들은 李仁濟씨만은 아닙니다.
盧후보가 북한 정권에 대해서 모호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근거로 든 7·4 공동성명이나 남북기본합의서는 헌법에 종속되는 것임을 법률가인 그 자신이 먼저 알고 있을 것입니다. 우리 헌법은 북한 정권을 국가로 보아서는 안 되고 反國家단체로 보아야 한다, 통일조국의 政體는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이어야 한다는 점을 국민들에게 강제하고 있습니다.
헌법을 수호해야 할 대통령이 만약 國基와 관련된 핵심 사안에 대해서 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북한 정권의 눈치를 본다면 대통령이 되어선 안 됩니다. 북한군을 主敵으로 보는지 않는지에 대해서 모호한 태도를 취하는 사람도 북한군과 대결하고 있는 국군의 통수권자가 되어선 안 됩니다. 헌법 정신은 그러한 사람의 대통령 취임을 거부하고 있다고 해석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 사회의 약 10%로 추정되는 親北좌익 성향의 세력이 지지하는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것은 국가적 위기를 부를 것입니다. 그 후보는 대통령으로 당선된 뒤 親北좌익 세력을 重用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정권 심장부 안에 金正日을 추종하는 반역세력이 포진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보수층은 머릿수가 많지만 허약한 체질을 갖고 있습니다. 좌익은 희생적이고 용감하며 행동력이 있고 조직적이며 공부를 열심히 합니다. 보수층은 행동력, 희생정신, 탐구심, 조직력이 약합니다. 그들은 국가 덕으로 기존 질서에 安住하면서, 이념문제를 치열하게 전개하는 우익 투사들에게는 『낡은 색깔론을 그만두라』고 점잖게 충고하곤 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이 진보적으로 보이려고 합니다. 진보로 위장한 좌익에게 영합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이렇게 하여 나이, 돈, 직위, 머릿수에서 압도적 우위에 있던 보수층은 도덕적 주도권을 상실하여 소수의 영악한 좌파들에게 멱살을 잡혀 끌려다니다가 지금과 같은 위기를 自招하게 되었습니다. 국민과 국가는 대통령, 국군, 경찰, 검찰, 안기부가 지켜 주는 것이지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방관하던 자세에 너무 오랫동안 길들여졌던 것이 보수세력이었습니다. 이제 그런 보호막이 사라졌습니다. 자신의 실력과 鬪志만으로써 좌익과 대결해야 하고 공권력은 좌우익 투쟁에서 중립이고, 때로는 좌익 편을 드는 경우가 있는 새로운 조건에 처하여 한국의 보수는 自力으로 再起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련기에 처해 있는 것입니다.
지금 한국 사회를 끌고 가는 키 워드는 변화와 경쟁입니다. 변화를 갈망하는 민심이 경쟁의 場을 만들고 이 무대에서 盧武鉉 돌풍과 李會昌 추락이 일어났습니다.
격변의 시대에는 변화를 두려워하거나 거부하는 쪽이 순식간에 낙오자가 됩니다. 작년만 해도 한나라당과 李會昌 前 총재는 민주당의 내분사태를 구경하면서 즐겼습니다. 지금은 수비형, 변명형, 축소지향형 이미지가 고착되어 버렸지만 당시 李會昌 前 총재 주변에서는 실수만 하지 않으면 대통령 당선은 문제 없다는 생각을 퍼뜨리고 있었습니다.
돌이켜보면 盧武鉉 돌풍의 씨앗은 민주당 내분 사태의 혼란 속에서 뿌려졌습니다. 민주당이 거듭 태어나기 위해서 몸부림치는 과정을 혼란으로 평가절하했던 李會昌 측에선 기득권 수호에 집착하려다가 시간을 놓쳐버렸습니다. 한나라당보다 앞서 달려가고 있는 저 새로운 시대를 추격하여 다시 잡으려면 李會昌 前 총재는 민주당보다 두 배 정도 빨리 뛰어야 합니다.
그런 노력은 自覺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외부로부터의 자극으로 일어납니다. 민주당 경선이 盧武鉉이란 스타를 탄생시키면서 3金 지배체제 이후의 한국 사회를 뒤바꾸는 혁명적 상황을 만들고 있는데도 李會昌씨는 체육관에서 대통령 후보로 추대받는 식의 전당대회를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뒤늦게 崔秉烈 부총재가 「개혁적 보수」를 표방하며 후보로 등록하자 이를 충격으로 받아들일 정도였다고 합니다. 사실은 崔후보의 등장이 한나라당 경선에 활기와 재미를 주었는데도 말입니다.
盧武鉉 돌풍의 의미는 민주당이 변화의 優位를 先占했다는 점입니다. 그럼으로써 민주당은 3金 지배 정치의 마지막 堡壘(보루)로 청산대상이 되어야 할 입장에서 벗어나 오히려 李會昌의 한나라당을 舊정치세력으로 몰아붙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격변기에는 속도가 이처럼 중요합니다.
盧武鉉씨의 기반은 호남 출신들의 절대적 지지, 영남 출신들의 상당한 지지, 20·30代의 압도적 지지, 그리고 좌파들의 열렬한 지지로 구성되어 있는 듯합니다. 지역적으로, 사회 계층적으로 아주 단단한 고정표(35~40%)로써 과거 金大中씨의 지지표보다 더 결속력이 강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한국인 사회에 축적된 좌파 및 「平準化 지향 에너지」가 귀족(李會昌)-서민(盧武鉉) 이미지 대결에서 盧씨 쪽으로 쏠린 것입니다.
盧武鉉 돌풍을 잠재우겠다고 나서서 한나라당의 첫 텔레비전 토론에 등장한 李會昌, 崔秉烈, 李富榮, 李祥羲 후보들은 민주당 후보들의 박력 있는 토론에 비하면 맥이 빠지는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네 후보 모두가 『햇볕정책의 기본 틀은 찬성하지만…』하는 취지로써 총론 찬성 각론 반대의 논리를 전개하였다는 점입니다. 정치에서는 상대의 총론을 찬성한다면 이미 토론에 지고 들어가는 것입니다. 햇볕정책의 총론에 찬성해 놓고 좌파적이라고 공격하는 것은 논리상 모순입니다.
李會昌씨 등이 사실상 金大中 정부의 對北정책에 찬동하는 식의 수세적 발언을 한 것도 그들이 이념에 거의 무지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념투쟁이란 말싸움입니다. 그것은 언어를 칼날처럼 날카롭게 벼린 다음 하는 眞劍 승부여야 합니다. 그런 언어는 말장난이 아니라 북한 정권에 대한 분노와 북한 동포들에 대한 동점심에서 우러나오는 것입니다. 신념은 감정이란 말이 여기에 해당되겠지요.
민주당 경선은 盧武鉉이란 좌파적 스타를 탄생시켰을 뿐 아니라 李仁濟씨를 보수세력의 유망주로 만들었습니다. 李仁濟 의원이 盧武鉉씨를 향해 던진 이념적 질문들은 李會昌씨 등 한나라당 정치인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날카롭고 핵심을 찔렀습니다.
金鍾泌 자민련 총재는 사석에서 『나는 李仁濟씨를 다시 보게 되었다. 아마도 盧武鉉씨와 상대하는 과정에서 이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선 나라가 위태롭겠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에 그렇게 나오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기적인 계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지금은 李仁濟 의원이 가장 선명한 이념의식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그는 민주당 경선에서 낙선하더라도 盧武鉉 후보와의 이념논쟁으로 해서 자신의 생존 공간을 확보한 것처럼 보입니다.
金鍾泌 총재는 또 이런 말을 했습니다.
『李承晩 대통령은 하야한 뒤 하와이에서 客死했다. 尹潽善 대통령은 도중 하차했다. 朴正熙 대통령은 최측근에게 피살되었다. 崔圭夏 대통령은 신군부로부터 끌려 내려왔다. 全斗煥, 盧泰愚 대통령은 퇴임 후 감옥에 갔다. 金泳三 대통령은 정치적 식물인간 상태에서 임기를 마쳤다. 어디 그뿐인가. 全斗煥, 盧泰愚, 金泳三, 金大中 네 대통령은 현직에 있을 때 자기 黨 총재직에서 밀려났다. 이렇게 해놓고도 대통령 중심제를 유지하겠다는 것인가』
그는 보수대연합 단일후보를 엮는 고리로 내각제로의 개헌을 생각하고 있는 게 분명합니다.
한 탈북자는 최근의 정치상황을 보면서 이렇게 평했습니다.
『남북 무력 대치상황에서 남한의 지도자를 뽑을 때 국민들이 고려해야 할 가장 중요한 관점은 그가 金正日을 어떻게 보는가일 것이다. 대내적으로는 法治를 구현할 수 있는 지도자인가일 것이고, 대외적으로는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어떻게 유지, 발전시켜나갈 것인가여야 할 것이다. 한국의 보수세력 지도자들이 이론무장에 너무 허약한 데 놀랐다. 보수세력은 이번 선거에서 져도 좋은데 이론당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보수이론으로 뭉친 정치세력이면 집권하지 못해도 정치를 바꿀 수 있다』
지금 세계사의 大勢는 빈 라덴, 사담 후세인, 金正日과 같은 테러리스트형 독재자들을 거세하여 지구를 좀더 안전한 곳으로 만들자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미국 부시 행정부가 총대를 메고 진행하고 있는 이런 캠페인에서 다음 정권이 보조만 잘 맞추면 우리는 金正日이란 민족의 암덩어리를 평화적으로 제거하고 자유통일을 앞당길 수 있는 결정적 계기를 잡을 수 있습니다. 사실 국내의 親北좌익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는 길은 좌익의 사령탑 金正日을 제거하는 것입니다. 만약 金正日에 대해 이념적 정리가 되어 있지 않은 세력이 다음 정권을 잡게 되면 이 좋은 역사적 好機를 놓치게 될 것입니다.
남북관계를 위선적 민족주의로 결속시키려는 남북한 좌익 간의 합동작전이 전개된다면 한국의 안정과 번영을 보장하고 있는 韓美동맹, 韓日우호, 韓中교류 관계에 금이 갈 것이고 한반도는 세계사의 潮流를 타지 못하며 심할 경우 내전적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보수층이 이념적 행동대로서의 정치세력을 만들 수 있다면 그들은 정권을 잡지 않아도 대한민국을 지켜낼 수 있습니다. 이념적 정리가 되어 있지 않은 보수세력은 정권을 잡아도 좌익한테 휘둘리게 됩니다. 집권 여부가 아니라 보수세력의 의식화가 더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보수세력들은 세미나를 좋아합니다. 좋은 호텔을 골라 그런 모임을 열고 보수논객들을 불러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런 자리에 가면 한때 한국 사회를 주름잡았던 인사들이 좋은 옷을 입고 나타나 좋은 음식을 먹으면서 나라를 걱정합니다. 그리고 그뿐입니다. 대한민국을 지켜내기 위하여 싸우는 단체나 사람들을 위하여 손발도 돈도 빌려 주지 않습니다. 마음만으로써의 憂國, 거리로 나서지 않는 憂國이란 自慰, 또는 가짜일 것입니다.
저는 그런 호텔에 들를 때마다 감탄합니다. 귀족 같은 모습을 한 善男善女들이 로비, 객실, 음식점에서 우아하게 어울려서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태평성대로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이들을 사정권 안에 넣고 있는, 시간 당 50만 발을 쏠 수 있는 북한군의 장거리포 같은 것들을 저분들이 의식하고 있을까, 좌익들이 국가를 배신하는 행동을 할 때 저분들이 맞서 싸울까, 저분들의 子弟들은 軍 복무를 다했을까, 저 돈많은 사람들이 좌익과 싸우는 보수세력을 위해서 체제유지비를 한푼이라도 낸 적이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자신의 체제를 지키기 위해 행동도 희생도 부담도 하지 않고 체제의 보호막만 공짜로 이용하려 든다면 그런 보수야말로 守舊, 寄生세력일 것입니다. 그런 사람들은 고귀한 모습에도 불구하고 정신면에선 노예이고 창녀들일 것입니다. 한국 보수세력의 自力更生은 기본적으로 노예의식, 창녀의식을 버리고 조국의 주인이 되자는 것에 다름 아닙니다. 主人이 되자면 용기·희생·공부가 필요하고 親北좌익을 순화·전향시킬 만한 신념을 가져야 합니다. 主人이 되면 그래서 고생스럽습니다. 좌익 400만 시대에 보수세력이 대한민국과 함께 살아남으려면 그런 고생을 즐겨 해야 합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