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날
2001년 9월11일 오전 7시58분, 승객과 승무원 등 65명이 탄 유나이티드 항공의 보잉 767(175편)이 보스턴의 로건국제공항을 이륙, 로스앤젤레스로 향했다. 그 바로 뒤를 이어 7시59분, 같은 공항에서 92명이 탄 아메리칸 항공의 보잉 767(11편)이 이륙, 역시 로스앤젤레스로 향했다. 8시1분, 뉴욕 근교 뉴와크 공항에서는 64명이 탄 유나이티드 항공의 보잉 757(93편)이 샌프란시스코로 향했다. 9시3분, 워싱턴 근교의 덜레스 공항에서는 64명이 탄 아메리칸 항공의 보잉 757(77편)이 로스앤젤레스로 향했다.
이 여객기에 탄 사람들 누구도, 4~5명씩 팀을 짜서 분승한 테러리스트 이외에는, 자기들의 일찍이 없었던 세기적 참사의 희생자가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참사가 內戰에 휘말려 있던 아프가니스탄을 학생운동으로 통일하고, 세계적 규모의 테러활동을 전개한 오사마 빈 라덴의 알 카에다 조직에 근거지를 제공했던 탈레반에게 종말의 시작이 되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더욱 없었다.
3646명의 희생자
여객기가 순항고도로 올라가 항로를 바로잡고, 승무원의 안내에 따라 승객들이 좌석벨트를 풀기 시작했을 무렵, 테러리스트들은 일제히 일어나 승무원과 승객을 살해하고 조종석을 탈취했다. 테러리스트들이 조종하는 여객기는 항로를 이탈하여 각자 정해놓은 목표를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美 연방항공국(FAA)이 조종석에서 발신된 비밀메시지로 여객기가 납치당한 것을 확인하고 처음 방공사령부에 통보한 것은 8시38분. 그 5분 후 FAA는 두 번째 여객기가 납치당했다고 방공사령부에 통보했다. 하지만 너무 늦었다. 바로 그 2분 후인 8시45분, 아메리칸 항공 11편은 뉴욕시 맨해튼의 월드 트레이드 센터 북쪽 타워에 돌입하면서 폭발했다. 그 18분 후, 유나이티드 항공 175편이 월드 트레이드센터 남쪽 타워에 돌입했다.
아메리칸 항공 77편은 버지니아州 경계선 서쪽 끝까지 갔다가 방향을 180도 바꾸어 워싱턴市 쪽으로 날아갔다. 9시 40분, 이 여객기는 美 국방부 건물에서 장성들의 사무실이 모여 있는 서쪽 귀퉁이로 돌입했다. 이 여객기는 원래 백악관을 목표로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기내에서 승객들과 격투가 벌어졌던 것으로 확인된 유나이티드 항공 93편은 10시10분, 목표물까지 가지 못하고 피츠버그市 근처에 추락했다.
화염에 싸였던 월드 트레이드 센터 남쪽 타워는 9시 50분, 미처 탈출하지 못한 많은 사람들과 함께 무너져 내렸다. 북쪽 타워도 10시29분 무너져 내려 미국 자본주의의 상징이었던 맨해튼 남단의 쌍둥이 건물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이 참사로 불을 끄려고 건물에 들어갔던 소방대원 343명을 포함해서 3000여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되었다. 美 국방부 건물에서는 아메리칸 항공 77편을 타고 있던 사람을 포함해서 189명이 사망했다.
이 숫자는 남북전쟁 때 샤프스버그 전투에서 하루 동안 발생한 4800명의 전사자보다는 적지만, 1941년 일본군의 하와이 진주만 기습으로 2400명의 희생자를 냈던 것보다는 많은 것이다. IMF 보고서에 의하면 재산손실은 사상자에 대한 보험금 지불을 합쳐 미국 GDP의 0.25%인 222억 달러로 추산되었다.
이 엄청난 참사가 벌어지고 있던 동안 미국의 지도부는 완전히 마비상태였다. 공군 전투기 몇 대가 뜨기는 했지만, 납치된 여객기에는 전혀 손을 쓰지 못했다. 유나이티드 항공 93편은 납치되어 추락하기까지 두 시간 이상 비행을 하고 있었는데도, 이 여객기를 저지하기 위해 이륙한 전투기는 없었다. 미국은 그 몇 주 전부터 테러 공격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고, 해외 미군기지에 경계령을 내려놓고 있었다. 그러나 그 공격이 대담하게도 자기들의 심장부를 목표로 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당시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그의 교육개혁계획을 홍보하기 위해 플로리다州의 부커 초등학교를 방문하고 있었다. 그는 뉴욕과 워싱턴에 대한 공격보고를 받고 일단 「미국에 대한 테러공격」이라고 선언했지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판단할 수 없었기 때문에, 백악관으로 곧장 돌아가는 대신, 전용기인 美 공군 1호기를 타고 비밀항로를 비행하면서 공중에서 대기했다.
核전쟁이 벌어졌을 경우 취하기로 되어 있는 예방조처였다. 美 공군 1호기는 루이지애나州에 있는 바크스데일 공군기지와 네브래스카州의 오퍼트 공군기지에 잠시 기착했다가, 이날 저녁에야 워싱턴市 근교 앤드루스 공군기지로 귀환했다. 부시 대통령이 백악관으로 돌아온 것은 오후 6시50분. 그동안 대통령의 가족과 직원들이 대피한 백악관에서는 딕 체이니 부통령만이 상황실을 지키고 있었다.
오사마 빈 라덴이다
미군은 즉시 최고도의 경계상태로 들어가고, 워싱턴市와 뉴욕市에서는 州방위군이 소집되었다. 뉴욕항에는 항공모함 두 척이 파견되었다. 미국內의 모든 공항이 폐쇄되고, 캐나다와 멕시코 국경도 폐쇄되었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유엔본부, 뉴욕 증권거래소도 문을 닫고, 세계의 금융도시 뉴욕은 기능을 정지했다.
백악관으로 돌아온 부시 대통령은 오후 8시30분, 집무실에서 텔레비전을 통해 「사악하고 비열한 테러」의 책임자를 찾아내서 처벌할 것이라고 선언하면서, 테러범이나 그들을 보호하거나 지원한 사람들을 구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적을 알 수 없었다. 이 치밀하고도 엄청난 테러공격을 감행한 범인은 누군가? 미국 정보기관은 거의 본능적으로 사우디 아라비아의 사업가였던 오사마 빈 라덴과 그의 지휘 아래 있는 테러단체 알 카에다를 지목했다. 뉴욕市와 워싱턴市에 대한 테러공격이 있은 후 이 테러조직간의 교신이 일부 포착되었다.
무엇보다도 세계에서 그런 규모의 테러를 할 수 있는 수단과 동기, 방법, 조직 그리고 과거의 기록을 가진 단체는 달리 없었다. 오사마 빈 라덴에 대한 미국 정보당국의 의심은 그에게 피난처를 제공하고, 또 보호해 주고 있던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부에게도 향했다.
사우디 아라비아 억만장자의 아들인 오사마 빈 라덴은 이미 1999년부터 FBI가 500만 달러의 현상금을 걸고 수배중인 인물이었다. FBI는 그가 알 카에다를 운영하면서, 1998년에 탄자니아와 케냐의 미국 대사관을 폭파한 인물로 단정했다.
오사마 빈 라덴은 자기들의 소행이 아니라고 부인했지만, 미국은 2주일 후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그의 테러리스트 훈련캠프를 크루즈 미사일로 공격했다. 그는 또 2000년에는 예멘에서 美 해군 구축함 콜호를 공격한 주모자로 알려지고 있었다.
빈 라덴은 1979년에 아프가니스탄으로 가서 소련군과 싸우는 무자헤딘을 도와 주었고, 그 전쟁이 끝날 무렵 알 카에다를 조직했다. 알 카에다는 이집트의 알 지하드, 이란의 헤즈볼라, 수단의 민족이슬람전선, 예멘과 사우디 아라비아, 소말리아의 지하드 그룹 같은 이슬람 근본주의 단체와 연결되어 있었다. 소련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하자 그는 다시 사우디 아라비아로 돌아가서 미군을 불러들여 이라크와 싸운 파드王家에 대해 반대투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사우디 아라비아 정부는 그의 시민권을 박탈하고, 남아 있는 재산을 동결했다.
2001년 9월15일, 부시 대통령은 캠프 데이비드에서 고위 보좌관과 테러공격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처음으로 테러리스트 조직 알 카에다를 운영하고 있는 오사마 빈 라덴을 지목했다. 이에 앞서 9월14일, 美 FBI는 뉴욕과 워싱턴에 대한 테러공격에 참가한 용의자 19명의 명단을 발표했다〈표 참조〉.
〈표〉
아메리칸 항공 11편
모하메드 아타, 사탐 알 수콰미, 왈리드 M. 알셰리, 와일 알셰리, 압둘라지즈 알로마리
아메리칸 항공 77편
하니 한주르, 칼리드 알미드하르, 마제드 모케드, 나와크 알함지, 살렘 알함지
유나이티드 항공 175편
마르완 알셰히, 함자 알감디, 아메드 알감디, 파예즈 아메드, 모할드 알셰리
유나이티드 항공 93편
지아드 자라히, 아메드 알나미, 아메드 알하즈나위, 사이드 알감디
외교 공작
이들은 대부분 사우디 아라비아나 예멘 출신으로, 전에 전투기를 조종했거나, 사전에 미국에 입국해서 민간항공기 조종훈련을 받은 사람들이었다. FBI는 이들의 현장 책임자는 보스턴에서 아메리칸 항공 11편을 납치해서 가장 먼저 월드 트레이드 센터 북쪽 건물에 돌입한 33세의 모하메드 알 아미르 아타라고 말했다. 이 행동대원 중 아홉 명은 수년 전부터 플로리다와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비행훈련을 받으면서 잠복해 있던 사람들이고, 나머지는 최근 미국에 입국한 사람들로 확인되었다.
이집트 출신인 아타가 행동대원의 지휘자란 사실은 여섯 명의 테러범이 그의 이름을 사용해서 송금을 받았다는 사실로도 증명되고 있다. 납치한 다른 항공기에는 항공기 조종을 할 줄 아는 행동대원이 한 사람씩밖에 타지 않았으나, 아타가 탄 아메리칸 항공 11편에는 행동대원 네 명이 모두 조종사 면허를 가진 사람들이었다. 아타는 특공대 1호기로 가장 먼저 월드 트레이드 센터에 돌입한 것이다.
그리고 그의 정체를 최종적으로 확인한 사람은 이 비운의 항공기 여승무원이었다. 두 아이의 어머니인 매들린 애미 스위니는 테러리스트들이 여객기를 장악하고 있는 위급한 상황에서도 機內전화로 로간공항에 있는 자기 부장에게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침착하게 보고했다.
스위니는 범인들이 조종사와 승객의 목을 칼로 찔러 살해했다고 하면서 그들의 인상착의와 좌석번호를 알려주었다. 아타는 이날 메인州의 포틀랜드에서 비행기를 타고 보스턴으로 가서 로스앤젤레스行 아메리칸 항공 11편으로 갈아탔는데, 어떤 이유에서였는지 체크 인 했던 가방이 비행기에 실리지 않고 나중에 공항에서 발견되었다. 이 가방에서는 그의 유서와 항공기 납치를 위한 지침으로 보이는 문서가 발견되었다.
미국은 1990년 걸프전쟁을 시작하기 앞서, 당시 대통령이었던 조지 H. 부시가 38개국을 설득해서 이라크에 대한 공동전선을 구축했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그의 아들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당시 합참의장이었던 콜린 파월 국무장관은 9월19일부터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지지를 호소했다.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과 중국의 국가주석 江澤民이 테러와의 싸움에 협조하겠다고 약속했다.
NATO 19개국은 긴급 이사회를 열어 어느 한 가맹국에 대한 공격은 모든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는 NATO헌장 제 5조를 발동, 필요한 모든 조처를 취해서 미국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1949년에 NATO헌장이 제정된 이래 이 조항이 발동된 것은 처음이었다.
당시 세계에서 탈레반 정부와 외교관계를 가지고 있던 것은 사우디 아라비아와 아랍 에미리트 연방, 파키스탄 등 세 나라뿐이었다. 파월은 사우디 아라비아와 아랍 에미리트 연방에게 탈레반 정부와 외교관계를 단절하라고 내정간섭에 가까운 요청을 했다. 탈레반의 후원자였고, 또 그들에게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파키스탄은 난처한 입장에 있었다.
우선 파키스탄에는 탈레반의 기반인 파슈툰족이 많이 살고 있었다. 이들은 이슬람 근본주의와는 관계없이 동족인 탈레반을 심정적으로 지지하고 있었다.
특히 서민들 사이에는 이슬람 근본주의가 강력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고, 많은 파키스탄 젊은이들이 국경을 넘어 탈레반에 가담해서 싸우고 있었다.
이밖에도 파키스탄에게는 인도와 분쟁을 벌이고 있는 카슈미르 문제가 있었다. 이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던 파키스탄 게릴라의 상당수가 빈 라덴의 알 카에다 훈련소에서 훈련을 받은 젊은이들이었다.
「항구적 자유」
그러나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은 미국의 압력을 거절할 수 없었다. 이번에 부시 대통령에게 협조를 하면, 핵무기 개발 때문에 미국이 취한 제재가 풀릴 수 있었다. 경제원조를 받아서 채무도 갚을 수 있고, 극심한 경제적 파탄을 벗어날 수 있는 기회도 보였다.
인도와의 카슈미르 분쟁에서도 미국의 지원을 기대할 수 있었다. 미국이 비록 그런 약속을 명시적으로 하지는 않았지만, 무샤라프는 국내의 강력한 반대세력에도 불구하고 미국을 지지하는 모험을 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9월16일, 대통령 관저에 언론인을 초청한 자리에서, 파키스탄이 처한 「대단히 중대한 위기」를 설명하고, 단결을 호소했다. 그는 이날 저녁, 이번에는 이슬람 지도자와 학자를 초청해 놓고 나라를 다시 살려야 한다는 결심을 설명하고 지지를 호소했다.
무샤라프는 탈레반 정부에게 사흘 안에 오사마 빈 라덴을 미국에게 인도하지 않으면 군사적 공격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오사마 빈 라덴은 9월16일, 카타르의 알 자지라 위성방송을 통해 자기는 미국 공격에 대한 책임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말했다.
『나는 이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것은 그런 동기를 가지고 있는 개인들이 감행한 것이다』
중동에서는 미국의 오랜 우방이었고, 걸프전에서 가장 큰 빚을 진 쿠웨이트가 지지를 다짐했으나, 다른 아랍국들은 선뜻 나서지 않았다.
예멘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승인이 있어야 對테러전쟁에 참가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은 20년 간이나 적대적 관계였던 이란에 대해서도 지지를 호소해서 긍정적인 호응을 얻을 수 있었다.
아프가니스탄과 890㎞의 국경선을 맞대고 있는 이란은 이 나라의 시아파를 탄압하고 있는 탈레반을 반대해서 헤즈비와다트 게릴라를 지원하는 등, 북부동맹군을 지지하고 있었다. 이란은 즉시 국경을 폐쇄했다. 이것은 표면적으로는 피난민의 진입을 저지하기 위해서였지만, 오사마 빈 라덴의 탈출을 봉쇄한다는 뜻도 포함되어 있었다.
모하메드 하타미 대통령은 뉴욕시에 대한 테러공격에 대해서 『어떤 무슬림도 그런 인간적 참사를 반겨하지 않는다. 테러리즘은 규탄해야 하며, 국제사회는 그것을 일소하기 위해 효과적인 조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9월16일자 이란의 신문에는 테헤란 시장이 뉴욕시장 루돌프 줄리아니에게 보내는 위문성명이 실렸다.
9월19일, 조지 부시 대통령은 미군기를 페르샤만으로 이동하도록 명령했다. 이 작전의 이름은 「무한의 정의작전(Operation Infinite Justice)」이 되었다. 아무리 시간이 걸리더라도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범인을 잡아 법정에 세우겠다는 뜻이었다. 며칠 후 「무한의 정의」는 알라만에게만 가능하다는 이슬람교도들의 지적에 따라 이 작전은 「항구적 자유(Enduring Freedom)」로 이름을 바꾸었다. 이날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는 이슬람 성직자들이 이틀 동안의 회의를 연 끝에 오사마 빈 라덴에게 「자발적」으로 아프가니스탄에서 떠나라는 권고를 했다.
9월21일,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호가 지중해에 있는 항공모함 칼 빈슨 및 엔터프라이즈와 합류하기 위해 버지니아의 노포크항을 떠났다. 이 세 척의 항공모함에는 210대 이상의 전투기가 실려 있었다.
출동 명령
9월20일, 부시 대통령은 양원합동회의에서 뉴욕과 국방부를 공격한 자들을 법정에 세울 것이라고 하면서, 탈레반 정부에게 모든 테러리스트를 인도하지 않으면 파멸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34분 간의 연설을 통해 미국 수사기관이 수집한 정보는 오사마 빈 라덴이 지휘하는 알 카에다 조직이 그 범인임을 지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불법적으로 투옥된 모든 외국인을 석방하고, 아프가니스탄內의 모든 테러리스트 훈련 캠프를 영구히 폐쇄하고, 미국이 그 훈련 캠프를 방문하여 결과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연설이 끝나자, 부시 대통령에게 對테러전쟁 수행권한을 위임하는 결의안에 유일하게 부표를 던졌던 민주당의 바바라 리 의원이 미국기를 들고 앞으로 나가 파월 국무장관 및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과 악수를 했다. 이번에도 민주당은 관례적인 반론권을 행사하는 대신, 상원의 민주당 총무 톰 대슐 의원이 연단 앞으로 나가 부시 대통령을 포옹했다.
이날 하원 의사당에는 영국 수상 토니 블레어도 참석, 미국에 대한 지지를 과시했다. 비극의 도시 뉴욕의 시장 루돌프 줄리아니와 조지 파타키 뉴욕주지사도 참석했다.
유나이티드 항공 93편을 타고 있다가 납치범과 격투를 벌여, 테러리스트의 계획을 좌절시킨 토드 비머의 아내 라이자 비머도 초대되었다. 이날도 부통령 딕 체이니는 부시 대통령에게 있을지도 모를 암살기도에 대비해서, 비밀장소에서 텔레비전으로 양원 합동연설을 지켜보았다.
공군과 해군에 이어, 이날 사우스 캐롤라이나州 포트 브래그에 있는 美 육군 특수작전사령부는 「항구적 자유」 작전을 위해 그 휘하에 있는 2만6000명의 특수부대 일부를 걸프 지역으로 출동시키라는 명령을 받았다. 미국은 육군의 레인저 및 그린 베레·델타포스, 해군의 SEAL, 공군의 특수작전팀 등으로 구성된 4만6000명의 특수부대를 가지고 있었다. 이들은 對테러작전·정찰·게릴라전 전문가들이고, 보통 12명이 한 팀이 되어 적의 후방에 침투하는 훈련을 받고 있었다.
이들의 존재는 평상시에는 비밀로 가려져 있기 때문에 실패를 해야 세상에 알려지는 숙명을 안고 있다. 가장 널리 알려진 실패사건은 지미 카터 행정부 때 델타포스가 이란에 억류되어 있는 인질구출 작전을 시도했다가 실패했던 일, 클린턴 행정부 때 델타포스와 레인저 부대가 소말리아의 군벌 모하메드 파라 아이디드를 납치하려다 실패하고 18명의 희생자를 냈던 일이다. 이들은 1980년대에는 소련군의 침공에 대항해서 싸웠던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의 게릴라를 지원하기도 했다.
공군도 F-15E 전폭기, F-16 전투기, B-52 폭격기, B-1 초음속 폭격기, E-3 AWACS(공중 조기경보 통제기), 급유기 등 100대 내지 130대의 항공기를 페르시아만 지역으로 출동시키라는 명령을 받았다. 아프리카 남단에서 파키스탄에 이르는 지역을 관할하고 있는 미국의 중앙군사령부는 통상 2만명의 병력과 175대의 항공기, 항공모함 한 척을 포함한 열네 척의 함정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들의 출동으로 생기는 본토방위의 공백상태를 메우기 위해 공군은 예비역을 소집했다.
북부동맹과 손을 잡고
미국은 아프간 작전에서 1996년에 탈레반에게 정권을 빼앗기고, 북부로 밀려가 판자쉬르 계곡을 중심으로 국토의 5%밖에 장악하고 있지 못한 채, 러시아, 인도, 이란 등의 도움으로 버티고 있는 북부동맹군을 지원하고, 그들의 도움을 받기로 결정했다.
북부동맹군은 3만명의 병력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실제 병력은 그 반밖에 안 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었다. 이들은 많은 나라로부터 합법적인 아프가니스탄 정부로 인정받고, 유엔의석도 가지고 있었지만, 정부조직이나 실체는 없었다.
북부동맹군은 옛날 공산정권의 군대와 반공게릴라, 잡다한 민족과 부족 세력의 연합체였다. 그나마 이들을 통합시킬 수 있는 카리스마를 가졌던 타지크족 지도자 「판자쉬르의 사자」 아메드 샤 마수드 장군은 뉴욕과 워싱턴에 대한 테러공격이 있기 사흘 전인 9월9일, 텔레비전 기자를 가장한 테러리스트에게 암살당했다. 암살범들은 폭탄을 장치한 카메라를 가지고 가서 마수드 장군 앞에 설치한 후 폭발시켰다.
탈레반 정부는 물라 오마르가 이슬람 신학교 학생들을 조직한 이슬람 근본주의 운동이 발전해 만든 것이다. 이들은 당초 정치나 군사에는 문외한이었지만, 여자들에게 폭행을 한 지방군벌을 기습해서 인기를 얻었다. 이들은 부패한 군벌과 내전에 시달린 아프간人들의 열망을 이용하여 영향력을 확대, 5년 동안에 북부 산악지대를 제외한 아프가니스탄의 거의 전부를 지배하고 있었다.
이들은 5만명으로 추산되는 병력을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탈레반은 CIA가 무자헤딘에게 제공했던 위협적인 휴대형 對空 미사일 스팅어 100개와 소련이 제공했던 對空 미사일 200개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었다.
탈레반 정부는 9월21일, 부시 대통령의 최후통첩을 일축하고, 계속 오사마 빈 라덴과 그의 추종자를 보호하겠다고 선언했다. 탈레반 정부는 빈 라덴이 월드 트레이드 센터 및 美국방부 건물 공격을 지시했다는 증거가 없는 한 그들을 인도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100차례 전화 건 파월
9월11일 이래 파월 국무장관은 외국 지도자들과 100차례나 전화를 걸어 협조를 요청했다. 그 결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9월21일, 아랍 에미리트 연방이 탈레반정부와 외교관계를 단절했다고 발표했다. 사우디 아라비아는 9월24일 탈레반과 외교관계를 단절했다. 사우디 아라비아는 그동안 재정지원으로 탈레반을 돕고 있었다. 탈레반과 외교관계를 가진 유일한 나라가 된 파키스탄은 남아 있던 외교관 12명을 전원 소환 했다고 발표했다.
9월24일, 냉전시대 적대국이었던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정보를 제공하고, 인도적 원조를 위한 영공개방 등의 제한적 지원을 약속했다.
푸틴은 또 그들의 우방인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미군의 군사작전을 위해 기지를 제공하는 것을 반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옛 蘇연방 공화국이었던 우크라이나와 카자흐스탄은 미군기의 영공통과를 허용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파키스탄의 협조에 대한 호의 표시로 3억7900만 달러의 채무상환 기한을 연장하는 문서에 서명했다. 이에 앞서 미국은 1998년 핵실험 이후 파키스탄에 대해서 발동했던 제재를 해제했다.
10월4일, 영국은 미국 FBI가 발표한 19명의 항공기 납치 혐의자 중에서 최소한 세 명이 오사마 빈 라덴의 알 카에다 조직과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 주는 자체 보고서를 발표, 150명의 혐의자를 체포했으면서도 결정적인 증거를 제시할 수 없어 고민하고 있던 미국을 도와 주었다.
이 보고서는 이름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월드 트레이드 센터에 돌입한 모하메드 아타, 美 국방부 건물에 돌입한 마제드 모케드와 칼리드 알미드하르가 그들인 것으로 추정되었다. 이 보고서는 알 카에다가 1993년 소말리아에서 18명의 미군 전사자를 낸 사건, 1998년 224명의 사망자를 낸 케냐 및 탄자니아 미국 舊대사관 폭파사건, 2000년에 예멘에서 구축함 콜을 폭파해서 17명을 사망시킨 사건에 관련되어 있다고 말했다.
공습 시작
10월1일, 미국은 일본 요코스카에 배치되었던 항공모함 키티 호크를 중동지역으로 출동시켜, 이미 그곳에 집결하고 있던 세 척의 항공모함에 합류하도록 했다.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열두 척의 항공모함 중 유일하게 항상 해외기지에 머물러 있게 되어 있던 이 항공모함의 중동 출동으로 극동지역에는 한 척의 항공모함도 없는 상황이 되었다.
美 육군의 제10산악사단의 병력 1000명도 아프가니스탄과 접경하고 있는 우즈베키스탄으로 출동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이들은 1997년에서 1998년, 이곳에서 훈련에 참가했던 부대였다. 이 사단은 제2차 대전 초기 소련군이 핀란드에 침공했다가 스키부대에게 2개 전차사단이 섬멸당한 패배를 보고 구상된 것으로, 진주만이 기습을 당했던 바로 그날(1941년 12월8일) 창설되었다.
이들은 이탈리아의 산악지대 전투에 참가했고, 공화당 대통령 후보였던 상원의원 봅 돌도 이 전투에서 팔을 다쳤다. 이들은 그후 걸프전쟁, 소말리아 작전에 참가했다. 이들은 야포나 탱크 없이, 등에 지고 다닐 수 있는 무기만으로 전투를 하도록 훈련된 부대였지만, 첨단장비의 도움으로 그 전력은 당시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화되어 있었다.
10월7일 현지시간으로 밤 9시20분, 미국과 영국 항공기가 칸다하르의 공항 레이더 관제시설과 시내의 탈레반 본부를 공습했다. 오사마 빈 라덴의 훈련캠프가 있는 파키스탄 접경도시 잘랄라바드에도 폭탄과 미사일이 떨어졌다.
수도 카불에는 세 차례의 공습이 있었다. 공습에 앞서 세계 주요국 지도자들에게 전화로 사전 통보를 한 부시 대통령은 텔레비전 방송 연설을 통해 『이제 탈레반은 대가를 지불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빈 라덴은 이에 앞서 녹화로 카타르의 한 텔레비전 방송으로 방송된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은 테러와 공포로 가득차 있다. 팔레스타인에 평화가 정착되고, 이교도의 군대가 모하메드의 땅에서 떠나기 전에는 평화롭게 살지 못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 공격에는 美 본토에서 날아간 스텔스 B-2폭격기를 포함한 열다섯 대의 육상기지 발진 항공기와 아라비아海에 배치된 항공모함에서 출격한 스물다섯 대의 항공기가 참가했다.
항공모함 칼 빈슨호에서 출격한 FA-18 및 F-14 공격기는 공중급유를 받으며 카불까지 왕복 2300km나 되는 거리를 비행했다.
인도양의 영국령 디에고 가르샤에 배치된 B-1폭격기와 B-52폭격기도 이 공습에 참가했다.
B-2 폭격기는 GPS 위성으로 유도되는 폭탄을 떨어뜨렸다. B-52는 재래식 폭탄으로 광범위한 지역을 파괴하는 데 사용되기도 하고, 空對地 크루즈 미사일을 발사하기도 했다. 탈레반은 미군기에게 대공포와 미사일을 발사하기는 했지만 전투기를 띄우지는 않았다.
아라비아해에 있던 영국의 핵잠수함 트라이엄프와 트라팔가호, 미국의 구축함 존 몰 존즈와 맥폴호에서도 50개의 토마호크 미사일을 발사했다.
공습이 시작된 지 두 시간 후, 미공군의 C-17 수송기는 3만5000 상자의 식품과 약품을 아프가니스탄에 투하했다. 미군의 헬리콥터는 파키스탄의 기지에서 출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파키스탄의 수도 이슬라마바드를 비롯해서 카라치, 라발핀디 등 주요도시와 퀘타 및 페샤와르 등 아프가니스탄 접경도시에서는 이 공습에 대해서 강력한 항의시위가 벌어졌다.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첫날 공습으로 아프가니스탄 내의 목표 31개를 공격해서 탈레반의 통신 및 에너지 시설을 파괴했다고 발표했다. 미군기는 공습을 시작한 후 나흘 동안 90회의 출격을 했다. 이것은 같은 기간 유고슬라비아 작전 때의 5분의 1, 1990~1991년 걸프전쟁 때의 10분의 1밖에 안 되었다.
위성방송 알 자지라
북부동맹군 병사들은 오래간만에 반격을 가할 기회가 왔다고 기뻐했다. 카불市 북방 35㎞에 있는 바그람 공군기지 부근에서 북부동맹군은 탈레반군 진지를 향해 소련제 카추샤 로켓을 발사했다.
북부동맹군은 탈레반 점령지로 밀사를 파견해서 부족의 지휘관들과 아프간 전쟁의 전형적인 거래를 시작했다.
200명 내지 300명 가량의 병력을 지휘하고 있는 부대장들은 전세를 지켜보면서 아무런 거리낌 없이 편을 바꾸고 있었다. 탈레반이 득세할 때는 그들에게 가담했던 이들은 미군의 개입으로 상황이 역전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었다. 북부동맹군은 이미 1200명 가량의 탈레반군이 투항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런 협상을 위해 파견되는 밀사는 스파이로 몰려 목숨을 잃는 수도 많았다.
걸프 전쟁에서는 당시로는 별로 알려져 있지 않았던 미국의 CNN 뉴스가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에서 유일하게 開戰(개전) 첫날 실황중계를 해서 일약 미디어의 스타가 되었다.
이번 對테러전쟁에서는 카타르의 수도 도하에 본사를 둔 위성방송 알 자지라가 스타가 되었다. 하마드 이븐 나메르 알 타니가 소유한 이 방송은 카불에 지사를 둔 유일한 텔레비전 뉴스였고, 오사마 빈 라덴과 접촉해서 그의 발언과 동향을 보도할 수 있는 유일한 미디어였다. 3500만의 시청자를 가지고 있다는 이 방송은 3분짜리 빈 라덴 인터뷰를 25만 달러에 팔았다. 세계의 주요 텔레비전이 이들과 제휴하려고 도하로 몰려들었다.
알 자지라는 1998년 오사마 빈 라덴과 장시간의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다. 알 자지라가 이 인터뷰를 뉴욕시와 워싱턴시에 대한 테러공격 이후 몇 차례나 방송하자 미국정부는 격분했다.
미국정부는 이 방송이 테러의 도구가 되었다고 비난하면서 보도방향을 바꾸라고 카타르 정부에 압력을 가했다. 알 자지라는 거부했다. 미국은 탈레반의 최고지도자 물라 오마르의 독점 인터뷰를 방송하려던 「미국의 소리」에 대해서도 압력을 가했지만 실패했다. 선전전은 이 전쟁에서 또 하나의 戰場이었다. 미군 수송기는 전단과 식량, 라디오를 투하했다. 미국은 또 1400만 달러를 들여 자유아프가니스탄 방송 설립계획을 추진했다. 탈레반은 미군기의 오폭으로 민간인 희생자가 생길 때마다, 외국 미디어를 현장으로 초청하는 등으로 반격했다. 미국은 초조해졌다. 아무래도 선전전에서는 약자가 유리하게 마련이었다.
탈레반은 10월21일, 헤라트市의 병원에 폭탄이 떨어져 100여 명이 사망했으며, 그 동안 미군기의 폭격으로 1000여 명의 민간인이 사망했다고 주장, 미국을 난처하게 만들었다.
미국과 영국의 공습이 시작된 이후 2주일 동안 3000발 이상의 폭탄과 미사일로 탈레반군을 공격했는데도 아프간 전선에서는 이렇다 할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북부동맹군은 북부지방의 요충인 마자르이샤리프에 몇 차례 공격을 가했지만, 그 때마다 탈레반군의 강력한 반격으로 다시 산 속으로 돌아갔다.
10월19일, 미국의 중요한 아프간 전략 하나가 좌절되었다. 反탈레반 세력을 규합하기 위해 잠입했던 아프간 전쟁의 전설적 영웅 압둘 하크가 카불 남동쪽 아즈라라는 마을에서 동료 두 사람과 함께 탈레반에게 체포되어 그 다음날 카불로 끌려가 처형된 것이다. 탈레반에게 포위된 하크는 위성전화로 미군 특수부대와 로마에 있는 前王 모하마드 자헤르 샤에게 구원을 요청했다. 미군 헬리콥터가 출동했지만, 이미 늦었다.
허탕친 레인저 부대
민족과 부족으로 복잡하게 분열되어 있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이 나라를 단결시킬 수 있는 全국민적인 카리스마를 가진 사람은 前王 모하마드 자헤르 샤, 아메드 마수드 장군 그리고 하크밖에 없었다. 타지크족 출신인 마수드 장군은 암살당했으므로, 미국은 하크에게 희망을 걸고 있었다. 그는 탈레반의 기반이 되어 있는 파슈툰족 출신이었으므로 이 나라 인구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이 민족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입장에 있었다.
하크와 마찬가지로 파슈툰 부족들과 비밀접촉을 하기 위해 칸다하르 북쪽 오루즈간성의 산악지대에 잠입했던 하미드 카르자이도 탈레반군에게 발각되었지만, 다행히 많은 호위병을 데리고 갔기 때문에 전투를 벌이면서 탈출할 수 있었다. 그는 아프가니스탄 정부의 외무차관을 지냈고, 자헤르 샤를 지지하고 있었다.
10월20일 새벽, MC-130E 컴뱃탈론 수송기를 탄 100명 가량의 미군 레인저 대원과 특수부대원이 낙하산으로 탈레반의 실질적 수도 칸다하르 근처의 공항에 침투했다. 그때까지 소규모의 미군이나 영국군 특수부대원들이 북부 동맹군과 협동으로 공습목표를 지시하는 임무를 수행하기는 했지만, 대단위 부대로 작전을 벌인 것은 그것이 처음이었다.
이들의 목표는 오사마 빈 라덴의 소재를 파악하기 위한 정보수집이었다. 이들은 빈 라덴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건물 몇 군데를 수색했고, 몇 군데 무기고를 폭파했으나, 소득은 별로 없었다. 이들은 철수할 때 월드 트레이드 센터에의 잔해에 미국기를 꽂고 있는 소방대원 사진과 美 국방부 건물 잔해에 걸린 미국기 사진을 남겨 놓았다.
그러나 기지로 귀환하다가 파키스탄의 산악지대에서 블랙호크 헬리콥터 한 대가 추락, 두 명의 레인저 대원이 사망하고, 세 명이 부상하는 아프간 對테러전쟁 최초의 손실을 보았다. 탈레반은 침투했던 미군을 격퇴시켰다고 발표했다.
11월7일, 압둘 라시드 도스툼, 아타 모하메드, 하지 무하마드 무크하퀴크 등 세 명의 사령관이 지휘하는 북부동맹군 주력부대가 아프가니스탄 북부지방의 요충 도시 마자르이샤리프로 향해 세 방향으로 진격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100명 가량의 이 지역 출신 탈레반군을 포로로 잡아서 집으로 돌려보냈다. 탈레반군 부대장 세 명과 병사 300명이 투항했다. 북부동맹군은 열흘이면 마자르이샤리프를 점령할 수 있다고 장담했다.
미군기의 공습이 시작된 후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美 중앙군 사령관 토미 R. 프랭크스 장군이 처음으로 국방부 브리핑에 나타나 전세가 바뀌고 있다고 자신 있게 선언했다.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페르시아만 국가들 25개국에 걸쳐 전개되어 있는 미군을 지휘하는 그는 사병에서 장군으로 올라간 전형적인 군인이었다.
그는 걸프전에서 스타가 된 슈워츠코프 장군과는 달리 카메라를 몹시 부끄러워했고, 사무실에서 일을 보기보다는 일선에서 병사들과 어울리기를 더 좋아했다.
탈레반군은 바로 그 다음날 어이없게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 도시를 수비하고 있던 3000명 가량의 탈레반군은 다섯 시간 가량 저항하다가, 일부는 동쪽으로 150㎞ 떨어진 쿤두즈로, 일부는 남쪽으로 카불을 향해 철수했다.
북부동맹군은 사흘 동안의 전투에서 탈레반군 200명이 사살되고, 1500명이 투항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1200명 가량의 파키스탄, 아랍, 중앙 아시아 등 외국출신 탈레반 지원병은 철수를 거부하고 시내의 술탄 라지아 여학교로 들어가 이틀 동안 격렬하게 저항했다. 그 중 250명은 투항했으나 나머지는 끝까지 저항했다. 북부동맹군은 농성중인 교사를 탱크로 밀어버렸다.
「성자의 묘」에서 벌어진 학살
이 전투에 참가했던 북부동맹군의 부대장 아타 무하메드는 탈레반군에게 투항하라고 설득을 했지만 말을 듣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들은 심지어 투항을 권고하던 그의 병사 한 명을 사살하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 전투에서 탈레반군을 300명 가량 사살했고, 북부동맹군도 30명 가량의 희생자를 냈지만, 보도된 것처럼 북부동맹군이 학살을 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 며칠 후 국제적십자社 직원들은 학살된 것이 분명한 수백 구의 시체를 찾아냈다. 아타 무하메드 장군은 말했다.
『이 전투에는 미군기도 참가해서 폭탄으로 건물의 일부를 파괴했습니다. 이 폭격으로 많은 탈레반 병사가 죽었습니다. 압둘 라시드 도스툼 장군의 북부동맹군도 포격을 가했습니다. 그러나 나는 민간인 피해가 생길까 보아 미군기 폭격이나 도스툼군의 포격을 중단시키고, 우리 부대를 투입해서 그 놈들을 해치웠습니다. 그놈들은 투항을 거부하고 거리나 시장에 대고 마구 사격을 해서 시민들의 희생자가 생겼습니다』
「성자의 묘」란 뜻의 마자르이샤리프는 예언자 무하메드의 사위 하자라트 알리의 묘지가 있고, 아프가니스탄 최대의 모스크가 있어 많은 사람들이 순례를 하는 아프가니스탄 제2의 대도시였다. 그러나 타지크족, 우즈베크족, 하자라족 등 30만의 인구가 어울려 살던 이 도시는 內戰을 통해서 네 차례나 주인을 바꾸면서 가장 가혹한 학살의 현장으로 유명해졌다.
첫 번째 학살은 1997년 5월, 탈레반이 아무런 준비 없이 이 도시를 점령한 뒤, 탈레반식 엄격한 이슬람제도를 시행했다가, 나흘 만에 하자라족이 중심이 된 민중봉기로 쫓겨 나왔을 때였다. 이 도시의 지리에 어두웠던 탈레반병사 600명이 거리에서 주민들에게 붙잡혀 살해되었고, 1000명 이상이 포로가 되었다. 이 포로의 상당수는 나중에 우물이나 철제 컨테이너 속에서 시체로 발견되었다.
그 다음해 8월, 탈레반은 하자라족 수비군 1500명 가량을 섬멸하고 이 도시를 다시 점령했다. 탈레반은 그 전해에 당했던 참극의 몇 배나 되는 복수를 했다. 물라 오마르는 두 시간 동안 보복을 허용했으나, 탈레반 병사들은 며칠 동안 집집마다 뒤지면서 닥치는 대로 남자들을 학살했다. 이 학살로 수천 명의 하자라족과 소수민족이 살해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여자들은 2년 만에 처음으로 부르카를 벗고 거리에 나왔다. 27개월 동안 폐쇄되었던 학교도 문을 열 준비를 했다. 시민들은 1998년, 탈레반에게 축출당했다가 돌아온 도스툼 장군을 환영했다. 그는 변절과 잔혹행위로 악명이 높은 장군이었지만, 마자르이샤리프 시민들에게는 탈레반의 압정을 벗어나게 해준 해방자였다.
그는 선언했다.
『나는 탈레반처럼 사람들을 대하지 않을 것입니다. 아이들에게 학교에 가지 말라고 명령하고, 여자들이 직장에 나가지 못하게 금지하지 않을 것입니다. 아프가니스탄의 여자들은 다른 나라의 여자와 마찬가지로 동등한 권리를 가질 것입니다』
우즈베크족인 그는 타지크족 아타 무하마드 장군, 하자라족의 우스타드 모하퀴크 장군과 함께 3者 위원회를 구성해서 이 도시의 질서를 잡기 시작했다. 그 전까지 그들은 서로 경쟁관계에 있었다. 이 때문에 그들은 3週 전에도 마자르이샤리프를 공격했다가 실패했다. 그러나 이제 이들은 북부동맹의 국방책임자 모하메드 파힘 아래 힘을 합쳐 탈레반을 물리치기로 합의했다. 이들은 前 대통령 부르하누딘 라바니의 민간정부가 마자르이샤리프를 통치할 수 있도록 시내에는 軍부대를 주둔시키지 않기로 합의했다.
너무 빠른 붕괴
우즈베키스탄 국경에서 60㎞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마자르이샤리프를 점령한 북부동맹군은 절실하게 필요했던 보급로를 얻게 되었다. 그동안 북부동맹군은 산악도로를 통해서 외부세계의 지원을 받고 있었지만, 이제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두 번째로 큰 이 도시의 철도와 도로, 공항을 이용하여, 미군이 배치된 우즈베키스탄으로부터 보급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북부동맹군이 이 요충도시를 점령함으로써 전세를 역전시킬 수 있는 심리적 전환기를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이제 그들은 산악지대에 숨어서 내일을 걱정하던 게릴라가 아니었다.
북부동맹군은 남쪽으로 카불을 향해 진출하기 시작했다. 탈레반군은 급속히 와해되고 있었다. 마자르이샤리프를 점령한 북부동맹군은 이틀 동안에 탈로콴, 사망간, 바글란, 풀리쿰리, 바미얀 등 쿤두즈를 제외한 북부 아프가니스탄의 주요 도시를 전부 장악했다. 아프가니스탄 서부 지방에서 가장 큰 도시 헤라트도 11월12일 反탈레반 무자헤딘軍에게 점령되었다. 여기서도 탈레반은 별다른 저항 없이 물러났다. 시민들은 무자헤딘이 들어오기도 전에, 칼이나 몽둥이, 숨겨둔 무기를 들고 탈레반의 본부를 습격하여 무기를 탈취한 뒤 감옥으로 몰려가서 수감자들을 해방했다. 戰意를 잃은 탈레반은 산 속으로 도망했다.
찬란한 문화로 유명한 이 옛 실크로드의 오아시스 도시 헤라트는 1979년, 소련군에 대항하여 봉기했다가 무참하게 폭격을 당했던 슬픈 과거를 가지고 있었다. 1995년, 헤라트는 탈레반에게 점령당하고, 지사 이스마엘 칸은 투옥되었다. 칸은 3년 후 탈옥에 성공, 북부동맹에 합류했다. 그가 지휘한 무자헤딘軍이 이번에 그 복수를 한 것이다. 이들은 소련군이 건설해놓은 아프가니스탄 최대의 공군기지를 장악하여 외부세계로 연결되는 보급로를 열어놓았을 뿐만 아니라, 탈레반의 근거지 칸다하르를 공격할 수 있는 접근로를 확보했다.
양측 모두 전쟁물자 외부원조에 의존
탈레반이 그 동안 아프가니스탄의 모든 대도시를 포함한 국토의 90%를 장악할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의 하나는 파키스탄과 사우디 아라비아의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반대로 反탈레반군은 러시아와 이란, 그리고 일부 인접 중앙아시아 국가가 제공하는 제한된 규모의 원조에 의존하고 있었다. 미국의 對테러전쟁 선포이후 상황은 역전되었다. 탈레반에 대한 파키스탄과 사우디 아라비아의 지원은 완전히 끊어지고, 미국과 러시아는 북부동맹군을 본격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했다
전쟁물자를 전적으로 외부원조에 의존해온 탈레반은 전선을 축소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탈레반의 장악 지역은 닷새 동안에 북동부의 쿤두즈, 동부 파키스탄 접경지대의 잘랄라바드, 수도 카불, 그리고 남부에 있는 탈레반의 근거지 칸다하르로 축소되었다.
한 달 동안 계속한 폭격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전과가 없어 고민하고 있던 미국은 당황했다. 미국은 전세가 이렇게 빨리 역전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정치적 또는 외교적 대책이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미국과 파키스탄은 탈레반 정부를 대신할 수 있는 광범위한 기반을 가진 정부가 마련되기까지는 카불市를 점령하지 말도록 북부동맹군에게 충고했다. 파키스탄은 북부동맹군이 카불을 점령하면, 학살극이 되풀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1989년에 소련군이 철수한 후 1996년에 탈레반이 이 도시를 점령할 때까지, 파벌간의 전투로 수많은 건물이 파괴되었다.
뉴욕에서는 아프가니스탄의 인접 6개국과 미국 및 러시아의 대표가 모여서 모든 파벌이 참가할 수 있는 정부수립 계획을 검토했다. 북부동맹도 처음에는 이들의 권고를 따라, 북부동맹군의 외무장관 압둘라는 수도에 진입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탈레반이 철수하고 「진공상태」가 생기자, 북부동맹군은 카불로 진입했다. 압둘라는 약탈과 린치행위가 벌어지고 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카불市에 들어갔다고 해명했다.
기자들의 수난
수천명의 탈레반군은 11월11일 밤부터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市를 떠나 남쪽에 있는 그들의 근거지 칸다하르로 철수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탱크와 장갑차, 트럭을 타고 40㎞ 남쪽에 있는 마이단샤르로 갔다. 8000명 가량의 시민도 이들과 함께 피난길에 올랐다. 탈레반의 최고지도자 물라 오마르는 병사들에게 지시했다.
『패배와 후퇴는 알라의 시험이다. 그러나 무자헤딘은 이 시험에서 실패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들의 힘은 地上戰에 있다. 도시를 떠나서 산으로 가면 그 힘을 좀더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전선이 있는 도시를 방위하면 공중공격의 목표가 되어 큰 손실을 본다. 우리는 전략을 바꾸어 무자헤딘과 시민들의 생명을 구할 것이다. 북부동맹군이 도시로 들어오면 공중공격이 중단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우리는 알라의 뜻대로 이교도의 대리인들과 동등한 입장에서 싸울 수 있다』
카불市 전선에 배치되어 있던 탈레반군 2000명 가량이 북부동맹군에게 투항했다. 그러나 전선은 혼란과 위험으로 가득 차 있었다. 11월12일, 아프간의 對테러전쟁에서 첫 기자 희생자가 생겼다. 라디오 프랑스 인터내셔널(RFI) 기자 조한느 쉬통, 룩셈부르그 RTL 라디오의 피에르 빌로와 독일 슈테른지 프리랜서 기자 폴커 한트로이크는 다른 세 명의 기자들과 함께 장갑차를 타고 탈로콴을 점령했다는 북부동맹군의 주장을 확인하기 위해 가다가 숨어있던 탈레반의 사격과 로켓포 공격을 받았다. 이들이 탄 장갑차는 급정거를 했다가 뒤로 물러났다. 이때 그 비운의 세 기자들은 장갑차에서 떨어졌고, 나중에 시체로 발견되었다. 이탈리아인 사진기자 마르코 디 라우로는 탈레반군이 쏜 총탄을 맞았지만 방탄복 덕분에 상처를 입지는 않았다.
빌로는 알제리아, 보스니아, 코소보 등의 전쟁을 취재했던 노련한 기자였다. 쉬통도 코소보, 마케도니아, 중동지역을 취재했던 여기자였다. 한트로이크는 지난 7년 간 전쟁 취재 중 사망한 네 번째 슈테른기자가 되었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그들의 죽음을 애도하면서, 자유와 보도의 의무를 위해 위험을 무릅쓴 모든 기자들의 용기를 찬양했다.
아프간 전쟁을 취재하던 기자들의 위험은 그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11월19일, 이탈리아 신문 코리에레 델라 세라紙의 마리아 가르지아 쿠툴리, 스페인 신문 엘 문도紙의 훌리오 푸엔테스, 로이터 통신의 오스트레일리아인 카메라맨 해리 버튼과 파키스탄인 사진기자 아지줄라 하이다리는 잘랄라바드와 카불 사이의 도로에서 괴한에게 총격을 당해 사망했다. 이날 이들은 10여명의 기자들이 타고 가던 택시 대열의 선두그룹 차를 타고 있었다. 이 차량대열이 외딴 지역에 들어섰을 때 여섯 명 가량의 괴한들이 나타나 정지를 명령했다. 이들은 기자를 차에서 내리게 한 다음 언덕으로 데리고 가서 돌과 칼라슈니코프 소총 개머리판으로 마구 때렸다. 기자들이 쓰러지자 그들은 사격을 가했다. 이튿날 회수된 그들의 시체에서는 구타당한 흔적과 함께 다섯 발 내지 열 발의 총탄 흔적이 발견되었다.
카불 「무혈점령」
북부동맹군 선발대는 정치 지도자들의 약속을 무시하고 11월13일 오전 4시, 카불 시내의 탈레반군 사령부를 접수했다.다섯 시간 후, 북부동맹군 부사령관 비스물라 칸 장군이 차를 타고 市 중심부로 진입했다. 그 뒤에는 픽업트럭과 지프를 탄 북부동맹군 병사들이 환성을 지르며 따라갔다. 11시20분, 수천 명의 북부동맹군 병사들이 탱크나 장갑차, 트럭을 타거나 걸어서 카불市에 들어왔다. 이들은 암살당한 북부동맹의 전설적인 지도자 아메드 샤 마수드 장군의 사진을 들고 있었다.
북부동맹군이 진입하기 전, 일부 시민들은 정부청사에 들어가 약탈을 했고,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파키스탄이나 아랍 출신 탈레반 병사를 잡아서 폭행하거나 살해해서 거리에 내버렸다.
처음에는 시가전이 벌어질까 보아 두려워서 집에 머물러 있던 시민들은 정오가 되자 거리로 쏟아져 나와 북부동맹군을 환영했다. 수백 명의 정치범이 수용되어 있던 다룰타뎁 감옥은 비어 있었다. 그곳에 수용되었던 사람들은 탈레반이 떠나자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탈레반은 기독교를 전파하려고 했다는 이유로 이 감옥에 수용되어 있던 여덟 명의 외국 원조기관 직원은 데리고 갔으나, 이들은 나중에 구출되었다.
샤리나우 공원에는 일곱 구의 외국 출신 탈레반 병사의 시체가 버려져 있었다. 그 중 한 명은 나무에 올라가서 북부동맹군에게 사격을 가하다가 사살당했다고 목격자가 말했다. 나머지는 AK-47 소총이나 몽둥이와 칼을 든 시민들에게 살해되었다. 모여든 시민들은 이 시체에 침을 뱉었다.
검은 제복을 입은 북부동맹의 경찰관 2000여 명이 질서를 잡았다. 국립은행에 배치된 경찰관들은 탈레반이 금고를 털어 돈을 모두 가져간 것을 발견했다. 시내로 진입했던 북부동맹군의 탱크나 장갑차는 외곽으로 물러나고, 카불市는 정상적인 도시로 돌아갔다. 1992년, 소련이 만들어놓았던 공산당 정부가 붕괴되고, 무자헤딘이 카불市를 점령했을 때 일어났던 학살과 약탈, 무질서에 비교하면 무혈점령이나 다름없었다. 여기서도 다양한 정파와 민족 세력의 연합체인 북부동맹군이 단결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시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나왔다. 아프간 육군 장교였다는 셰르 아그하는 지난 3년 동안 실직상태였다고 말했다.
『우린 북부동맹군을 환영합니다. 외국군이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아내는 밖에 나갈 때마다 탈레반에게 매를 맞았습니다. 딸들도 매를 맞았습니다』
아이들은 연을 날리고, 젊은이는 카세트 테이프를 틀었다. 광장에는 확성기를 단 버스가 음악을 틀었고, 젊은이들은 그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었다. 모두 탈레반 치하에서는 금지되었던 행위였다. 카불市는 다시 활기를 찾았다. 남자들은 5년 만에 수염을 깎았지만, 부르카를 벗을 용기를 가진 여자는 많지 않았다. 시민들은 북부동맹군이 탄 트럭에 꽃을 던지고, 『북부동맹 만세』, 『탈레반 죽여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11월15일, 카불시 남서쪽 70㎞ 지점에 있는 와르다크성에서 북부동맹군의 부대장 압둘라와 탈레반軍의 두 부대장 모하메드 무사 호타크 및 굴함 모하메드 사이에 투항협상이 벌어졌다. 5년 동안 탈레반군에 합류했던 이들은 자기들의 안전을 보장하고, 계속 부대를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면 투항하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새로 수립되는 정부에서 고위직을 달라고 요구했다. 압둘라의 부대는 1000명의 병력으로 이들을 포위하고 있었다. 허름한 식당의 카펫 위에 앉아, AK소총을 벽에 기대 놓고 벌어진 몇 시간 동안의 끈질긴 협상 끝에 교섭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압둘라는 말했다.
『저 사람들은 장사꾼입니다. 유리한 쪽을 선택하는 거죠. 모든 방법을 다 검토한 끝에 말입니다』
아프간 스타일의 투항협상
탈레반이 전투다운 전투 없이 아프가니스탄의 거의 전부를 장악할 수 있었고, 또 북부동맹군이 국토의 반 이상을 그처럼 신속하게 탈환할 수 있었던 비밀의 하나가 바로 그것이었다. 지방의 군벌이나 부족의 民兵은 항상 상황에 따라 소속을 바꾸고 있었다. 전투가 벌어지기 전, 양측 부대장들은 무전기를 통해 서로 투항을 권고하고, 지위나 뇌물을 약속하는 거래가 형성되면 간단히 편을 바꾸는 경우가 많았다.
아프간의 부대들은 어느 편이든, 부족을 기초로 한 독립적인 전투단위였다. 압둘라는 말했다.
『그들은 내 오랜 친구였습니다. 우린 함께 무자헤딘으로 소련군과 싸웠습니다. 그래서 끈질기게 설득을 했습니다. 우리는 총을 쏘기보다는 대화가 더 낫다고 믿고 있습니다. 우린 같은 민족이고, 같은 나라에 살고 있으니까요』
미군기의 치열한 공습이 계속되고, 마자르이샤리프가 함락되는 등 탈레반이 와해될 기미가 보이자, 탈레반을 지지하고 있던 지방의 부대장들이 편을 바꾸거나 중립을 선언하기 시작했다. 카불의 함락은 이런 추세의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이 모하메드 형제처럼 지방 군벌이나 부대장들은 투항의 조건으로 자신의 안전과 새 정부 내의 지위를 보장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요구는 카불에 어떤 정부가 들어서든, 자기들의 군대를 유지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바미얀성에서는 知事 마울라와 이슬람 모하메디가 수백 명의 무장한 병사와 함께 탈레반을 이탈, 북부동맹군으로 돌아섰다. 북부동맹군 정보부장 모하메드 아레프의 말에 의하면 1년 동안 설득한 결과라는 것이다. 그는 이렇게 투항한 사람들 중에는 돈으로 매수된 사람도 있고, 압력에 굴복한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일부 지방에서는 시민들이 봉기해서 군벌이나 부대장들이 탈레반과의 관계를 끊은 경우가 있었다. 가즈니시에서는 카불이 함락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시민들이 탈레반 병사를 살해하고 무기를 탈취했다. 남아있던 탈레반 병사들은 칸다하르 쪽으로 도망했다.
『오늘은 나의 형제다』
마자르이샤리프에 이어 카불이 함락되자 아프가니스탄의 중부 이북과 서부지방은 모두 북부동맹군의 장악 아래 들어갔지만, 유독 쿤두즈만이 버티고 있었다. 인구 20만의 이 도시에는 마자르이샤리프에서 철수한 탈레반군이 모여들어 방어진지를 구축해 놓고 있었다. 쿤두즈市를 포위한 북부동맹군은 접근로를 따라 5개의 전선을 형성하고 있었다. 그 하나 하나가 다른 사령관과 부대장의 관할 아래 있었다. 그러나 오랜 內戰으로 단련된 이들은 놀랄 만큼 질서 있게 전투를 하고 있었다. 탱크는 고지에 제대로 엄폐물을 설치하고 위치를 잡았고, 트럭은 새로운 보급품과 탄약을 날라다 주었다.
북부동맹군은 이 도시를 포위하고 끈질긴 협상을 시작했다. 북부동맹군은 아프간인 탈레반 병사는 사면령으로 풀어주기로 했지만, 외국 출신 탈레반에 대해서는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했다. 그 동안 북부동맹군과 탈레반군 사이에는 몇 차례 투항합의가 있었다. 그러나 북부동맹군이 그 약속을 믿고 무장을 해제하려 접근할 때마다 탈레반군은 사격을 가했다.
11월23일, 그 동안 진행되던 항복협상이 결렬되자 미군기는 하루 종일 쿤두즈市에 폭격을 가했다. 그리고 그 다음 날, 미군기의 폭격이 중지되자 그 틈을 이용해서 쿤두즈에 있던 일부 탈레반군이 난민들 틈에 끼어 탈출하기 시작했다. 일부 탈레반은 탈출하기 위해 총을 팔고, 수염을 깎았다. 이들은 수백 명씩 떼를 지어 차를 타고 북부동맹군 전선으로 넘어왔다. 북부동맹군과 탈레반 병사들은 몇 시간 전까지 총부리를 맞대고 서로 목숨을 빼앗던 일을 까맣게 잊었다는 듯 서로 포옹했다.
쿤두즈市 근처 아미라바드에는 300명의 아프간인 탈레반 병사가 진흙으로 위장을 한 50대 가량의 일제 도요타 픽업 트럭을 타고 나타났다. 트럭의 윈드실드에는 암살당한 북부동맹군의 지도자 마수드 장군의 사진이 붙어 있었다. 이들은 광신적인 외국 출신 탈레반 병사들의 사격을 피해서 멀리 우회하여 지정된 장소에 나타났다. 탈레반 지휘관인 물라 압둘라가 차에서 내려 쿤두즈 동부전선을 담당하고 있는 북부동맹군 사령관 다우드 칸 장군을 포옹했다. 그의 병사들도 조금 전까지 敵이었던 병사들을 포옹하고 악수를 했다. 북부동맹군의 로스모하메드 우리아 장군이 말했다.
『어제는 나의 적이었지만, 오늘은 나의 형제다』
한 북부동맹군 병사가 탈레반의 전차병 물라 굴미르를 포옹하면서 말을 걸었다.
『힘들었지?』
『아니, 자네는?』
굴미르가 대답했다. 굴미르는 1992년, 무자헤딘이 공산정권을 무너뜨리고 카불을 점령했을 때 군에 입대했다가, 1996년에 탈레반이 무자헤딘 정부를 쫓아내고 카불의 주인이 되자 탈레반군으로 돌아섰다. 그는 탈레반에 입대한 것은 그들이 강했기 때문이었다고 하면서, 이제 북부동맹군이 더 강해졌으므로 투항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트럭에 실려 인접한 탈리콴市로 갔다. 여기서도 북부동맹군 병사들은 마치 형제를 맞은 듯 그들을 환영했다. 이들은 북부동맹군이 선포한 사면령에 따라 고향으로 돌아갔다. 21세의 한 탈레반 병사가 말했다.
『우리는 더 이상 피, 우리들의 피를 흘리지 않기 위해서 항복했습니다. 탈레반은 모두 도망하고 있습니다』
포로들의 반란
그러나 인도적인 대우를 약속받고 압둘 라시드 도스툼 장군의 부대에게 투항한 500명 가량의 외국 출신 탈레반 병사들은 사정이 달랐다. 이들은 한밤중에 쿤두즈市 서쪽 사막에서 밤새도록 기다렸다가 무기를 넘겨준 다음, 트럭에 실려 마자르이샤리프시 바깥 벌판에 있는 콸라이장기(전쟁의 마을) 보루로 이송되었다.
19세기에 건설된 이 진흙 벽돌 보루는 몇 년 전까지 도수툼 장군의 사령부였다. 탈레반은 철수하기까지는 이 곳에 주둔하고 있었다. 이제 이 보루는 그들을 수용하는 포로수용소가 되어 있었다. 여기서 이들은 테러리스트와 연계가 있는지 심사를 받았다. 신문을 받기 위해 기다리다가, 그 중 한 명이 숨겨 가지고 있던 수류탄을 터뜨려 옆에 있던 탈레반 포로 두 명과 북부동맹군 지휘관 한 사람이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다.
현장에서 취재를 하던 영국 ITN 텔레비전의 기자 안드레아 캐더우드는 무릎에 파편을 맞았다. 그녀의 통역은 얼굴에 파편을 맞았다.
『북부동맹군 병사들은 제대로 훈련을 받은 사람들이 아니었기 때문에 어쩔 줄 모르고 있었습니다. 공포를 쏘면서 손을 들라고 하더군요. 혼란이 일어났지만, 우리는 현장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11월25일 아침 10시30분, 200명 가량 되는 탈레반 병사의 신문이 시작되었다. 이들은 이슬람 근본주의에 대한 강한 신념을 가지고 아프간을 해방하기 위해 탈레반에 가담했지만, 정작 현지 아프간인들로부터 따돌림을 받았다. 그들은 증오의 대상이었다. 포로가 되면 고문을 당하거나 학살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들은 본국으로 송환되기를 바랐지만, 북부동맹군은 재판을 받아야 한다고 고집했다. 미국도 그들 중에 섞여 있을 알 카에다 대원이 본국으로 돌아가서 테러리스트로 변신할 것을 우려해서 그대로 돌려보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취했다. 그래서 그들은 아프간인 탈레반이 투항을 해도 끝까지 저항을 했다. 이렇게 험악한 분위기였는데도 보루에서 이들을 통제하는 북부동맹군 병력은 얼마 되지 않았고, 경비도 허술했다.
포로 신문은 오사마 빈 라덴과 알 카에다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는 CIA 요원의 입회 아래 진행되었다. 신문 광경은 독일의 ARD방송 등, 외국기자들에게도 공개되었다. 오후 1시쯤, 북부동맹군 장군 하나가 포로들에게 다가와 안전을 보장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을 때, 포로 한 명이 CIA 요원에게 달려들면서 숨겨 가지고 있던 수류탄을 터뜨렸다. 옆에서 지켜보던 다른 CIA 요원이 사격을 가해 20명 가량의 포로가 쓰러졌다.
시체더미 속에 숨은 탈레반 포로
탈레반 포로들은 무기고로 달려가서 기관총과 박격포, 로켓 발사기를 꺼내서 경비병을 공격했다. 보루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하고 경비병들은 물러났다. 현장에 있던 영국군 특수부대원이 미군기를 불렀다. 곧 미군기가 나타나 탈레반 포로가 들어있는 건물에 유도폭탄 세 발을 투하했다. 그러나 그 중 한 발이 빗나가 보루의 벽 근처에서 폭발했다. 그 곳에 있던 북부동맹군 경비병 두 명이 죽고, 미군 특수부대원 다섯 명이 부상했다.
당시 도스툼 장군의 주력부대는 다섯 시간 거리에 있는 쿤두즈에 있었다. 그는 즉시 500명의 병력을 보루로 보냈다. 탈레반군 포로들은 지하실로 내려가 저항했다. 우즈베크에서 대기중이던 美 육군 산악사단 병력 100명도 추가로 투입되었다. 전투는 밤새도록 계속되었다. 다음 날 아침, 북부동맹군은 포로들의 반란이 진압되었다고 발표했으나, 시체를 처리하기 위해 접근하던 적십자사 직원들은 포로들이 계속 보루에서 사격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 물러났다. 이 날 밤, 미군기가 서른 발 가량의 폭탄을 투하했다. 보루의 탄약고에서 강력한 폭발이 일어났다.
이 보루 안의 전투는 27일 오후, 북부동맹군의 T-55탱크 한대가 보루 안으로 진입, 탈레반군 포로가 마지막까지 버티고 있던 건물에 포격을 가함으로써 사흘 만에 끝났다. 이 곳에 수용되어 있던 400명 가량의 포로는 전부 사살되었다. 북부동맹군 측도 세 명의 장군을 포함한 30명의 전사자와 100명의 부상자를 냈다. 포로의 자살공격으로 사망한 조니 마이크 스팬은 아프가니스탄의 對테러전쟁에서 전투 중 사망한 최초의 미국인이 되었다. 그는 해병대에서 근무하다가 2년 전부터 CIA를 위해 일을 했다.
그러나 이 포로들의 폭동은 그렇게 간단하게 끝나지 않았다. 폭동이 완전히 진압되었다고 발표된 지 이틀 후, 이 보루의 지하실에서 시체를 꺼내려고 들어가던 마을 사람 세 명을 향해 시체 속에 숨어있던 탈레반 포로가 사격을 했다. 두 사람은 부상한 채 도망쳐 나올 수 있었지만, 다른 한 명은 그 자리에서 죽었다.
11월30일, 북부동맹군 병사들은 지하 벙커 하나하나에 로켓탄을 쏘았다. 그것도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한 이들은 지하실에 디젤을 붓고 불을 붙였다. 그래도 안심이 되지 않자 이들은 관개수로의 물을 끌어다 지하실에 퍼부었다. 즉시 효과가 나타났다. 지하실에서 며칠씩 굶어 허기가 진 80명 가량의 탈레반 포로가 걸어나왔다. 북부동맹군은 이번에는 철저하게 몸수색을 했다. 수류탄과 권총이 나왔다. 포로 중 한 사람이 자기는 미국인이라고 말했다.
나는 미국인이다
北캘리포니아에서 살던 존 워커는 18세 때 아랍어를 공부하기 위해 예멘으로 갔다. 그는 그 후 파키스탄으로 가서 이슬람을 공부하다가 탈레반 지지자들을 만나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로 갔다. 그는 현지어를 몰랐기 때문에 그들이 권하는 대로 오사마 빈 라덴의 캠프에 가서 군사훈련을 받았다. 그는 여기서 빈 라덴을 보았다고 말했다. 그 후 그는 카슈미르로 들어가 파키스탄인들과 함께 인도군과 싸우다가 다시 빈 라덴의 캠프로 돌아와 한 달 동안 훈련을 받았다.
미군의 폭격이 시작되자, 그는 160㎞를 걸어서 쿤두즈로 도망했다. 이곳에서 그는 다른 탈레반군과 함께 북부동맹군의 포로가 되어 콸라이장기 보루에 수용되었다. 그는 폭동의 소란 속에서 허벅지에 총상을 입었지만, 일 주일 동안 지하실에서 아무 것도 먹지 못한 채 버텼다. 그러나 물이 쏟아져 들어오자 다른 생존자와 함께 투항했다.
변호사를 하고 있던 그의 아버지는 얌전했던 아들이 수염이 더부룩한 모습으로 텔레비전에 나타난 것을 보고 놀랐다. 그는 아들과 7개월 동안 접촉이 두절되어 있었다고 말했다. 미국법에 의하면, 敵에 가담해서 미국을 공격하는 반역행위에는 사형까지도 처할 수 있게 되어있다. 별거 중인 어머니는 존이 세뇌를 당한 것이 틀림없다고 주장했다.
보루에서 탈출했다 다시 잡힌 포로도 있었다. 사우디 아라비아 출신 파하드 나시르는 폭동이 일어나자 마구간에서 이틀 동안 숨어 있다가 보루의 벽을 넘어 마을의 시장 속으로 도망쳤다. 그러나 곧 북부동맹군에게 발견되어 오른 팔에 총상을 입은 채 다시 잡혔다. 스물한살인 나시르는 콸라이장기를 방문한 뉴욕타임스 기자에게 자신의 기구한 인생을 털어놓았다.
리야드에서 고등학교를 나온 그는 정치에는 관심이 없이 패스트푸드 레스트랑에서 미국인 친구들과 농담을 하면서 지내고 있었다. 금년 초, 그는 메카로 순례를 갔다가 아부 말리라는 사람을 만났다. 그는 이스라엘의 유대인이 팔레스타인에서 무슬림을 박해하고 있다고 하면서, 그곳에 가서 지하드에 참가하라고 설득했다. 나시르가 응낙하자 말리는 우선 아프가니스탄에 가서 군사훈련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며칠 후 나시르는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自費로 파키스탄의 접경 도시 퀘타로 간 다음 칸다하르로 갔다. 그는 그 도시 외곽에 있는 캠프에서 100명 가량의 아랍인 및 파키스탄人과 함께 훈련을 받았다.
『어느 날 오사마 빈 라덴이란 사람이 와서 연설을 했습니다. 나는 그가 누군지 몰랐지만, 사람들은 아주 위대한 사람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지하드에서 죽는 것은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나시르는 얼마 안 가서 속았다는 것을 알았다. 자기를 안내했던 말리는 사우디 아라비아로 돌아가 버리고, 남아 있는 사람들은 아프가니스탄에 가서 지하드에 참가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기자가 취재를 마치고 떠나려고 하자, 나시르가 한 가지 부탁이 있다고 말했다.
『북부동맹군이 나를 죽이기 전에 우리 부모에게 연락을 해 주실 수 있을까요? 다시는 이 곳에 오지 않겠다고. 내 소원은 그저 어머니, 아버지, 형제자매들과 함께 사는 것뿐입니다』
쿤두즈 함락
콸라이장기에서 포로들이 폭동을 일으켰던 바로 그 날 밤부터 탈레반군은 쿤두즈시 외곽의 방어선을 포기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밤새도록 픽업 트럭을 타고 이 도시를 빠져나갔다. 그 다음 날 아침, 북부동맹군은 거의 저항을 받지 않은 채 쿤두즈시에 진입하기 시작했다. 차를 얻어 타지 못해 시내에 남아있던 탈레반군 병사들은 절망적인 저항을 했다.
낙오된 탈레반 병사 여덟 명은 추가로와 카나바드로 교차점에서 접근하는 북부동맹군에게 사격을 가해 장교 한 명을 사살하고, 병사 몇 명을 부상시켰다. 곧 치열한 교전이 벌어졌고, 탈레반 병사는 모두 사살되었다. 북부동맹군 병사들은 일대의 집을 수색했다. 한낮이 되자 사람들이 나와서 트럭을 타고 진입하는 북부동맹군을 환영했다.
『북부동맹 만세!』
『물라 오마르 죽여라!』
『빈 라덴 죽여라!』
물라 압둘라는 도요타 픽업 트럭의 운전석에 앉아 그 광경을 보고 있었다. 그는 2주일 전 부하 300명을 이끌고 북부동맹군에게 투항하기 전까지만 해도 탈레반군의 지휘관이었다. 그는 여전히 탈레반의 상징인 긴 수염에 흰 터번을 두르고 있었다. 총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전날 밤, 그 픽업 트럭을 타고 북부동맹군과 함께 쿤두즈市에 있는 탈레반을 공격했다. 그는 말했다.
『이제 나는 북부동맹군이고, 저놈들은 탈레반입니다. 지금 지휘관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사살하라는 명령이 오면 사살하겠습니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물라 압둘라의 옛 전우인 탈레반 병사 아모눌라가 포로가 되어 손을 등뒤로 묶인 채 트럭 짐칸에 앉아 있었다. 군중들이 몰려들어 그를 둘러싸고 야유를 하기 시작했다.
아모눌라는 몇 년 전 가즈니의 신학교서 공부를 하고 있을 때, 교사였던 물라 아그하의 권유로 탈레반에 가입했다고 말했다. 그 물라는 이교도에 대한 聖戰에 참가해야 하고, 그 이교도가 쿤두즈 근처에 있다고 역설했다는 것이다. 트럭이 움직일 준비를 하자 아모눌라는 말했다.
『이제 지하드에 대한 생각을 달리 하게 되었습니다. 탈레반은 이슬람 신자입니다. 북부동맹군도 이슬람 신자입니다. 나만 이제 非신자가 되었습니다. 그들에게 속았기 때문입니다』
옆구리에 관통상을 입은 탈레반 병사 압둘 하디드는 피투성이가 된 채 쿤두즈市 과일시장 한쪽에 앉아 있었다. 30명 가량의 북부동맹군 병사가 그를 둘러쌌다. 한 병사가 물었다.
『너 어디서 왔어?』
『다른 탈레반은 어디 갔지? 총은 어디 있어?』
하디드는 떨고 있었다. 그는 기자에게 애원하듯 말했다.
『독일에 친구가 있습니다』
얼마 후 북부동맹군 지휘관이 나타나 그를 마차에 실었다.
쿤두즈 시민들은 비행기로 탈출한 외국출신 탈레반도 있다고 말했다. 쿤두즈市 외곽 앙구르바그 마을에 사는 굴 무하마드란 가게 주인은 1년 이상이나 사용되지 않았던 쿤두즈 공항에 파키스탄에서 온 것으로 보이는 항공기가 빈번하게 이착륙했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동안 매일 밤 비행기가 왔습니다. 그리고 매일 트럭을 탄 탈레반 병사들이 그 공항으로 갔습니다. 비행기는 그들을 싣고 떠났습니다』
파슈툰은 파슈툰이
마을 사람들은 미군기가 여러 차례 이 공항을 폭격했지만, 그럴 때마다 탈레반은 활주로를 수리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25일 밤에도 항공기가 왔지만, 공항이 탈레반의 장악 아래 있지 않은 것을 보고 선회만 하다가 돌아갔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이나 파키스탄 어느 쪽도 이런 주장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주지 않았다. 북부동맹군의 압둘 라시드 도스툼 장군이 파키스탄과 비밀거래를 해서 탈레반 병사가 탄 50대의 픽업 트럭이 쿤두즈에서 빠져나갈 수 있도록 묵인했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파키스탄은 쿤두즈에 고립된 自國 출신 탈레반 지원병을 구출하기 위해 필사적이었다.
이 날 밤, 모하메드 다우드 칸 장군의 병사들은 쿤두즈市에서 15㎞ 가량 떨어진 마을에서 숨어있는 탈레반 병사들을 수색했다. 이들은 한 모스크에서 탄약상자가 150개나 숨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들은 그 탄약상자를 트럭에 실었다. 바로 그 때, 압둘 라시드 도스툼 장군의 병사들이 나타났다. 도스툼군의 장교가 소리를 질렀다.
『그건 우리가 발견한 거야!』
도스툼군 병사들이 총을 겨누었다. 수적 열세였던 다우드군은 물러나지 않을 수 없었다. 같은 북부동맹군이었지만, 군벌간의 대립은 여전했다.
이제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이 장악하고 있는 큰 도시는 남부의 칸다하르밖에 남지 않았다. 탈레반의 발상지였고, 그 최고지도자 물라 오마르가 그곳에서 탈레반 병사들에게 끝까지 저항하도록 명령하고 있었다. 또 이 지역은 물라 오마르와 같은 민족인 파슈툰의 거주지역이었기 때문에, 우즈베크나 타지크, 하자라 족 등이 많이 살고 있던 북부지방의 다른 도시와는 상황이 달랐다.
미국 우선 탈레반에게 동조하지 않는 파슈툰족의 부족들을 지원해서 칸다하르를 포위하기 시작했다. 11월24일, 파슈툰족 지도자 굴 아그하 시르자이가 지휘하는 군대가 미군기와 미군 특수부대의 지원을 받으면서 칸다하르에서 파키스탄 국경으로 40㎞ 떨어진 타크테폴을 점령했다. 이들은 다시 칸다하르 쪽으로 전진해서 공항과 마을 몇 개를 점령했다.
한편 칸다하르 근처의 마을 스핀볼다크에서는 파슈툰족의 여러 부족과 탈레반군의 보안책임자 모하메드 하콰니 사이에 투항협상이 진행되었다. 파키스탄 국경에서 8㎞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이 마을은 칸다하르에 연료와 식량을 공급하는 중요한 보급로 상에 있었다. 그러나 파슈툰 부족간의 이해관계가 일치되지 않아 협상은 진전되지 못했다.
부족들은 서로 탈레반이 물러간 다음에는 자기들이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물러서지 않았다. 외국 출신 탈레반 지원병에 대한 처리도 문제였다. 파슈툰 부족의 대표들은 아프간 탈레반은 고향으로 돌려보내 주겠지만, 외국 출신 지원병에게는 자비를 베풀 수 없다고 주장했다. 파슈툰 부족의 한 대표 압둘 칼리크는 말했다.
『탈레반은 끝까지 저항하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말로만 그러는 것이고, 그들도 종말이 다가왔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문제는 물라 오마르입니다. 그는 항복하기보다는 죽음을 각오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뒤에는 과격한 성직자와 빈 라덴의 알 카에다 조직에 속한 외국인 용병이 있습니다』
압둘 칼리크의 말대로 탈레반의 하부조직이 붕괴되고 있다는 징후가 나타났다. 탈레반의 상징인 검은 터번을 두른 젊은이들이 파키스탄으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한 파키스탄 경찰관이 갈색 터번을 두른 젊은이의 가방을 열어보았다. 그 속에는 잘 접어놓은 검은 터번이 있었다. 그 청년은 말했다.
『두렵습니다. 부족들의 군대가 들어오면 무슨 짓을 할지 모릅니다』
물라 오마르는 방송을 통해서 전사들에게 더 이상 물러나지 말고 싸우라고 명령했다. 그는 선언했다.
『이것은 부족의 문제가 아니다. 이슬람의 문제다』
임시정부 합의
11월26일, 美 해병 제15 원정단 소속 병력 500명이 칸다하르 남쪽 130㎞ 지역에 투입되어 전진 작전기지 리노를 설치했다. 이들은 이미 투입된 100여 명의 美 육군 특수부대와 협동으로 알 카에다의 조직을 분쇄하고, 빈 라덴을 잡는 작전에 들어갔다. 이것은 미국이 지금까지처럼 특수부대로 북부동맹군의 작전을 조정하고, 공중공격 목표를 지시하던 단계에서 벗어나, 직접 탈레반군과 교전을 하게 된다는 사실을 의미했다. 여기에는 이 마지막 작전의 주도권을 잡고, 북부동맹군의 개입을 차단해서 장차 수립될 새로운 아프가니스탄 정부에서 야기될지도 모를 문제를 사전에 제거한다는 미국 정부의 의도도 포함되어 있었다.
미국은 북부전선에서도 우즈베키스탄에서 대기하고 있던 제10산악사단의 병력 수십 명으로 구성된 신속대응군을 마자르이샤리프에 배치했다. 이들의 임무는 콸라이장기 포로수용소에서 일어난 폭동에서 북부동맹군의 장악능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병참기지로서 중요성이 더해 가는 이 지역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11월27일, 美 해병대는 탈레반군과 첫 교전을 했다. 美 해병 헬리콥터는 해군기와 협동으로 공항 근처에서 탈레반군의 수송대를 공격, 15대를 파괴했다. 같은 날, 수도 카불에는 무장한 러시아의 비상대책부 요원 200명이 등장했다. 1989년 소련군의 아프가니스탄 완전 철수 후 12년 만이다. 수송기로 바그람 공항에 도착한 이들은 카불 서쪽 바지락 바르칸 지역에 숙영지를 만들고, 주변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했다. 대형 트럭과 의료장비 등 인도적 물품을 가지고 온 이들의 표면적 임무는 인도적 구원활동이었다.
12월5일, 독일 본 근처 쾨닉스뷘터의 한 산장에서 탈레반 이후의 정부에 대해서 협상을 벌이던 아프간 정파들은 여러 민족이 권력을 분배하는 임시정부 수립안에 합의했다. 미국이 공습을 시작한 지 2개월, 이 나라의 4개 정파가 모여 협상을 시작한지 9일 만에 이루어진 역사적 합의였다.
아프가니스탄의 복잡한 민족구성과 대립되는 이해관계를 고려한다면 획기적인 성과가 아닐 수 없었다. 그 배경에는 미국과 UN의 강력한 압력이 있었고, 당사자들에게는 마지막 기회라는 절박한 인식이 있었다. 이 임시정부는 다국적 평화유지군의 도움 아래 12월22일부터 6개월 동안 수십 억 달러의 외국 원조를 받아 전쟁으로 폐허가 된 아프가니스탄을 재건하게 된다.
러시아가 지원하는 북부동맹, 로마에 있는 자히르 샤 前 국왕 세력(로마 그룹), 파키스탄이 지원하는 페샤와르 그룹, 이란이 지원하는 사이프러스 그룹 등 4개 정파는 임시정부 수반에 당초 자히르 샤 前 국왕 대신, 같은 파슈툰족 출신이면서 反 탈레반 전쟁에 직접 참여하고 있는 하미드 카르자이 前 외무차관을 추대했다. 이들은 임시행정부 역할을 할 30인 위원회를 구성하고, 각 업무별 위원을 정파별 세력분포에 맞춰 배분했다.
誤爆으로 첫 미군 戰死者
이 합의안에 의하면 내년 3월에는 자히르 샤 前王이 700명 가량이 참석할 부족 원로회의 로야 지르가를 소집해서 민주적 총선에 의한 새 정부를 구성할 때까지 18개월 간 존속될 과도정부를 수립하고, 헌법을 승인하도록 하며, 그 동안 치안 유지를 위해 다국적 평화유지군의 주둔을 받아들이기로 되어 있다. 이밖에도 임시 사법기관도 발족시켜, 이슬람 율법과 법의 지배 원칙에 따른 사법체계를 구축하며, 탈레반 병사와 테러 조직 알 카에다 조직원에 대한 처리는 재판에 따라 처벌하도록 했다.
합의서에 서명을 마친 각 정파 대표들은 악수를 하고 포옹했다. 그러나 이들은 비보를 듣고 놀랐다. 칸다하르 부근에서 이 날 아침 美 공군 폭격기가 잘못 투하한 폭탄으로 미군과 反탈레반군에 수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그 중에 임시정부 수반으로 임명된 카르자이가 포함되어 있다는 뉴스였다. 그러나 카르자이는 파편을 맞았을 뿐 가벼운 상처를 입었다는 사실이 확인되어 그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카르자이는 1980년대 舊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점령 당시 파키스탄의 퀘타를 근거지로 삼아 소련군과 싸워 게릴라전의 영웅으로 알려지고 있었다. 그는 1992년에 親蘇 정권이 붕괴하고 무자헤딘 정부가 들어서자, 라바니 前 대통령 밑에서 외무차관을 지냈다. 그는 1990년대 초까지는 탈레반을 적극 지지했지만, 1994년 말쯤부터 오사마 빈 라덴 등 아랍계와 파키스탄인들에 의해 지배되는 탈레반에 회의를 느끼기 시작했다.
미군의 폭격이 시작된 후 反탈레반 세력을 규합하다가 탈레반군에게 포위당하기도 했던 그는 11월초 북부동맹군이 카불을 점령하자, 파슈툰족을 이끌고 무장봉기를 일으켰다. 이날도 그는 칸다하르 북방 8㎞의 산악지대에서 미군 특수부대원들과 함께 오사마 빈 라덴이 숨어 있는 곳으로 믿어지는 동굴지역을 공격하고 있었다.
미군 특수부대의 요청으로 B-52 한 대가 날아와 폭탄을 투하했다. 그 중 하나가 목표를 빗나가 카르자이가 있던 곳에서 100m밖에 안 되는 곳에 떨어져 폭발했다. 미군 특수부대원 3명이 사망하고 20명이 부상했다.
카르자이군 병사도 5명이 사망하고 18명이 부상했다. 이들은 그 때까지 8주일 동안 계속된 아프가니스탄내 對테러전투에서 희생된 첫 미군 戰死者가 되었다.
마자르이샤리프의 콸라이장기 보루 포로 폭동 때 미국 CIA 요원이 한 명 희생되고, 5명의 미군이 부상한 일이 있었다. 이 밖에 헬리콥터나 트럭 사고 등으로 4명의 미군이 사망했고, 우즈베키스탄에서 美 산악사단 병사 한 명이 자살로 추정되는 사망사고가 있었다.
誤爆에 의한 友軍 살상은 정밀무기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現代戰에서 심각한 문제가 되어 있다. 무기체제 그 자체에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아무리 완벽한 시스템을 개발한다고 해도, 결국 그것을 운영하는 것은 실수를 피할 수 없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사고를 일으킨 폭탄은 무게가 1t 이나 되는 GBU-31 JDAM(합동직접공격탄)으로, 재래식 폭탄의 꼬리 부분에 GPS(지구위성 위치 시스템) 장치를 붙여 정밀유도를 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300만 달러짜리 無人정찰기, 40시간 체공
미국은 1999년, 코소보와 유고슬라비아에서 진행되었던 공습작전에서 처음으로 651발의 JDAM을 실전에 사용했다. 당시 명중률은 96%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이 작전중, 美 공군의 B-2 폭격기가 투하한 JDAM 한 개가 베오그라드에 있는 중국대사관에 떨어져 사상자가 발생했고, 외교문제로까지 발전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당시 사고는 CIA가 중국대사관 건물을 세르비아군의 기구로 오인했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판명되었다.
당시는 B-2 폭격기만이 이 폭탄을 운반할 수 있었지만, 이번 전쟁에서는 B-1, B-52는 물론 해군의 FA-18과 공군의 F-16도 장착할 수 있었다. 美 국방부는 이번 아프간공중작전에서 4000발 가량의 JDAM이 투하되었지만, 그 중에서 목표를 빗나간 것은 세 발뿐이었다고 주장했다.
걸프전쟁 기간 중 발생한 미군 전사자 146명 중 友軍의 포화로 사망한 사람은 35명이나 되었다. 그 중 11명은 友軍 항공기의 오폭, 24명은 탱크 등 지상포화로 사망했다. 이 전쟁의 교훈으로 미국은 오폭을 줄이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장비를 개발했지만, 큰 성과는 없었다. 1994년 4월 美 공군 F-15 전투기 두 대가 이라크 상공에서 美 육군 블랙호크 헬리콥터 두 대를 격추하여 15명의 미군을 포함한 26명 전원이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지난 3월에는 이번에 사고를 당한 美 육군 특수부대의 대원들이 쿠웨이트에서 훈련 도중 FA-18 전폭기가 투하한 폭탄으로 한 명이 사망하고 5명이 부상하는 사고가 있었다. 그러나 이런 결함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도 첨단무기가 대폭 도입되어 당초 불가능한 것처럼 보였던 탈레반을 항복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아프가니스탄 공습작전에 참가한 미군기들은 적의 對空 미사일이나 포화의 사정 밖에서 임무를 수행, 피해 제로 목표를 거의 달성했다. 민간인 피해도 폭격의 규모에 비해서는 훨씬 적었다. 그러나 공군력은 탈레반의 戰意를 꺾어 투항하도록 만드는 데 성공했지만, 정작 목표인 오사마 빈 라덴의 체포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공중작전 후반기에 들어가면서 공격할 수 있는 목표가 급격히 줄어들었기 때문에 출격했던 미군기들의 3분의 2는 가지고 갔던 폭탄을 투하하지 못하고 항공모함으로 돌아왔다.
이번 전쟁에서는 無人정찰기가 많이 활용되었다. 조종사의 손실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無人정찰기는 걸프전쟁과 유고슬라비아 작전에서도 사용되었지만, 본격적으로 사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40시간이나 공중에 머물 수 있는 대당 300만 달러짜리 프레디터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구름 속에서도 전장의 영상을 멀리 떨어진 사령부로 송신했고, AC-130 건십에도 연결되어 조종사가 이동하는 지상목표를 추적할 수 있게 해주었다.
62일 간의 전쟁
아프가니스탄의 새 임시정부 수반으로 임명된 하미드 카르자이와 탈레반 측 대표자는 이틀 동안의 협상 끝에 12월6일 투항조건에 합의했다. 탈레반 대변인인 압둘 자이프 前 駐파키스탄 대사는 『민간인 피해를 막고 아프간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투항을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1996년 이슬람근본주의를 내걸고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했던 탈레반 정부의 종말이었다.
탈레반은 그 지도부와 병사들을 사면하는 대신, 칸다하르 이외에도 그들이 장악하고 있던 힐만드성과 자불성도 포기하며, 무기도 버린다는 조건이었다. 그리고 물라 오마르는 카르자이에게 직접 항복하는 대신 탈레반과 우호적인 관계에 있는 파슈툰 군벌 물라 나퀴브 울라에게 권력을 넘겨주게 되어 있었다.
5000명 가량으로 추산되는 아랍출신 탈레반에 대한 문제도 합의를 보지 못했다. 그러자 미국은 물라 오마르는 재판 없이 사면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카르자이는 다음 날, 사면조건의 하나였던 테러포기 성명을 발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물라 오마르에 대한 사면은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그는 국제사회에서 고발을 하게 되면 물라 오마르는 재판을 받아야 한다고 선언했다.
이같은 혼란 속에서 12월7일 오전 2시부터 탈레반 병사들은 그들의 마지막 성지 칸다하르를 버리고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약속과는 달리 무기를 그대로 휴대한 채, 그들의 상징이 된 픽업 트럭을 타고 떼를 지어 시내를 빠져나간 부대도 많았다.
카르자이의 병사가 시내에 진입한 것은 오전 7시. 이들은 차량과 건물을 수색해서 남아있는 탈레반 병사를 찾아냈다. 이들은 탈레반의 백색기를 내리고, 초록-흑색-적색으로 된 옛날 아프간기를 달고, 로마에 망명중인 前王 모하메드 자히르 샤의 사진을 거리와 지사의 관저 벽에 붙였다.
12월6일 아침, 대세가 기울었다고 판단한 탈레반의 최고지도자 물라 오마르는 탈출하지 않고 남아 있던 수십 명의 측근을 불러모았다. 그는 그들에게 머물러 있든지, 투항하든지, 아니면 탈출하든지 각자가 결정하라고 말하고는 밖으로 나가 낡은 모터바이크를 타고 사라졌다고 이 모임에 참석했던 그의 한 측근이 말했다.
물라 오마르가 어디로 갔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가 무장한 경호원들과 함께 칸다하르 주변에 숨어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탈레반의 외무부에서 일을 했던 한 사람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날 자기가 직접 물라 오마르의 가족을 차 두 대에 태워 파키스탄의 접경 도시 차만으로 보냈다고 말했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그들이 퀘타로 갔다고 주장했다.●
2001년 9월11일 오전 7시58분, 승객과 승무원 등 65명이 탄 유나이티드 항공의 보잉 767(175편)이 보스턴의 로건국제공항을 이륙, 로스앤젤레스로 향했다. 그 바로 뒤를 이어 7시59분, 같은 공항에서 92명이 탄 아메리칸 항공의 보잉 767(11편)이 이륙, 역시 로스앤젤레스로 향했다. 8시1분, 뉴욕 근교 뉴와크 공항에서는 64명이 탄 유나이티드 항공의 보잉 757(93편)이 샌프란시스코로 향했다. 9시3분, 워싱턴 근교의 덜레스 공항에서는 64명이 탄 아메리칸 항공의 보잉 757(77편)이 로스앤젤레스로 향했다.
이 여객기에 탄 사람들 누구도, 4~5명씩 팀을 짜서 분승한 테러리스트 이외에는, 자기들의 일찍이 없었던 세기적 참사의 희생자가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참사가 內戰에 휘말려 있던 아프가니스탄을 학생운동으로 통일하고, 세계적 규모의 테러활동을 전개한 오사마 빈 라덴의 알 카에다 조직에 근거지를 제공했던 탈레반에게 종말의 시작이 되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더욱 없었다.
3646명의 희생자
여객기가 순항고도로 올라가 항로를 바로잡고, 승무원의 안내에 따라 승객들이 좌석벨트를 풀기 시작했을 무렵, 테러리스트들은 일제히 일어나 승무원과 승객을 살해하고 조종석을 탈취했다. 테러리스트들이 조종하는 여객기는 항로를 이탈하여 각자 정해놓은 목표를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美 연방항공국(FAA)이 조종석에서 발신된 비밀메시지로 여객기가 납치당한 것을 확인하고 처음 방공사령부에 통보한 것은 8시38분. 그 5분 후 FAA는 두 번째 여객기가 납치당했다고 방공사령부에 통보했다. 하지만 너무 늦었다. 바로 그 2분 후인 8시45분, 아메리칸 항공 11편은 뉴욕시 맨해튼의 월드 트레이드 센터 북쪽 타워에 돌입하면서 폭발했다. 그 18분 후, 유나이티드 항공 175편이 월드 트레이드센터 남쪽 타워에 돌입했다.
아메리칸 항공 77편은 버지니아州 경계선 서쪽 끝까지 갔다가 방향을 180도 바꾸어 워싱턴市 쪽으로 날아갔다. 9시 40분, 이 여객기는 美 국방부 건물에서 장성들의 사무실이 모여 있는 서쪽 귀퉁이로 돌입했다. 이 여객기는 원래 백악관을 목표로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기내에서 승객들과 격투가 벌어졌던 것으로 확인된 유나이티드 항공 93편은 10시10분, 목표물까지 가지 못하고 피츠버그市 근처에 추락했다.
화염에 싸였던 월드 트레이드 센터 남쪽 타워는 9시 50분, 미처 탈출하지 못한 많은 사람들과 함께 무너져 내렸다. 북쪽 타워도 10시29분 무너져 내려 미국 자본주의의 상징이었던 맨해튼 남단의 쌍둥이 건물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이 참사로 불을 끄려고 건물에 들어갔던 소방대원 343명을 포함해서 3000여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되었다. 美 국방부 건물에서는 아메리칸 항공 77편을 타고 있던 사람을 포함해서 189명이 사망했다.
이 숫자는 남북전쟁 때 샤프스버그 전투에서 하루 동안 발생한 4800명의 전사자보다는 적지만, 1941년 일본군의 하와이 진주만 기습으로 2400명의 희생자를 냈던 것보다는 많은 것이다. IMF 보고서에 의하면 재산손실은 사상자에 대한 보험금 지불을 합쳐 미국 GDP의 0.25%인 222억 달러로 추산되었다.
이 엄청난 참사가 벌어지고 있던 동안 미국의 지도부는 완전히 마비상태였다. 공군 전투기 몇 대가 뜨기는 했지만, 납치된 여객기에는 전혀 손을 쓰지 못했다. 유나이티드 항공 93편은 납치되어 추락하기까지 두 시간 이상 비행을 하고 있었는데도, 이 여객기를 저지하기 위해 이륙한 전투기는 없었다. 미국은 그 몇 주 전부터 테러 공격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고, 해외 미군기지에 경계령을 내려놓고 있었다. 그러나 그 공격이 대담하게도 자기들의 심장부를 목표로 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당시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그의 교육개혁계획을 홍보하기 위해 플로리다州의 부커 초등학교를 방문하고 있었다. 그는 뉴욕과 워싱턴에 대한 공격보고를 받고 일단 「미국에 대한 테러공격」이라고 선언했지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판단할 수 없었기 때문에, 백악관으로 곧장 돌아가는 대신, 전용기인 美 공군 1호기를 타고 비밀항로를 비행하면서 공중에서 대기했다.
核전쟁이 벌어졌을 경우 취하기로 되어 있는 예방조처였다. 美 공군 1호기는 루이지애나州에 있는 바크스데일 공군기지와 네브래스카州의 오퍼트 공군기지에 잠시 기착했다가, 이날 저녁에야 워싱턴市 근교 앤드루스 공군기지로 귀환했다. 부시 대통령이 백악관으로 돌아온 것은 오후 6시50분. 그동안 대통령의 가족과 직원들이 대피한 백악관에서는 딕 체이니 부통령만이 상황실을 지키고 있었다.
오사마 빈 라덴이다
미군은 즉시 최고도의 경계상태로 들어가고, 워싱턴市와 뉴욕市에서는 州방위군이 소집되었다. 뉴욕항에는 항공모함 두 척이 파견되었다. 미국內의 모든 공항이 폐쇄되고, 캐나다와 멕시코 국경도 폐쇄되었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유엔본부, 뉴욕 증권거래소도 문을 닫고, 세계의 금융도시 뉴욕은 기능을 정지했다.
백악관으로 돌아온 부시 대통령은 오후 8시30분, 집무실에서 텔레비전을 통해 「사악하고 비열한 테러」의 책임자를 찾아내서 처벌할 것이라고 선언하면서, 테러범이나 그들을 보호하거나 지원한 사람들을 구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적을 알 수 없었다. 이 치밀하고도 엄청난 테러공격을 감행한 범인은 누군가? 미국 정보기관은 거의 본능적으로 사우디 아라비아의 사업가였던 오사마 빈 라덴과 그의 지휘 아래 있는 테러단체 알 카에다를 지목했다. 뉴욕市와 워싱턴市에 대한 테러공격이 있은 후 이 테러조직간의 교신이 일부 포착되었다.
무엇보다도 세계에서 그런 규모의 테러를 할 수 있는 수단과 동기, 방법, 조직 그리고 과거의 기록을 가진 단체는 달리 없었다. 오사마 빈 라덴에 대한 미국 정보당국의 의심은 그에게 피난처를 제공하고, 또 보호해 주고 있던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부에게도 향했다.
사우디 아라비아 억만장자의 아들인 오사마 빈 라덴은 이미 1999년부터 FBI가 500만 달러의 현상금을 걸고 수배중인 인물이었다. FBI는 그가 알 카에다를 운영하면서, 1998년에 탄자니아와 케냐의 미국 대사관을 폭파한 인물로 단정했다.
오사마 빈 라덴은 자기들의 소행이 아니라고 부인했지만, 미국은 2주일 후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그의 테러리스트 훈련캠프를 크루즈 미사일로 공격했다. 그는 또 2000년에는 예멘에서 美 해군 구축함 콜호를 공격한 주모자로 알려지고 있었다.
빈 라덴은 1979년에 아프가니스탄으로 가서 소련군과 싸우는 무자헤딘을 도와 주었고, 그 전쟁이 끝날 무렵 알 카에다를 조직했다. 알 카에다는 이집트의 알 지하드, 이란의 헤즈볼라, 수단의 민족이슬람전선, 예멘과 사우디 아라비아, 소말리아의 지하드 그룹 같은 이슬람 근본주의 단체와 연결되어 있었다. 소련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하자 그는 다시 사우디 아라비아로 돌아가서 미군을 불러들여 이라크와 싸운 파드王家에 대해 반대투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사우디 아라비아 정부는 그의 시민권을 박탈하고, 남아 있는 재산을 동결했다.
2001년 9월15일, 부시 대통령은 캠프 데이비드에서 고위 보좌관과 테러공격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처음으로 테러리스트 조직 알 카에다를 운영하고 있는 오사마 빈 라덴을 지목했다. 이에 앞서 9월14일, 美 FBI는 뉴욕과 워싱턴에 대한 테러공격에 참가한 용의자 19명의 명단을 발표했다〈표 참조〉.
〈표〉
아메리칸 항공 11편
모하메드 아타, 사탐 알 수콰미, 왈리드 M. 알셰리, 와일 알셰리, 압둘라지즈 알로마리
아메리칸 항공 77편
하니 한주르, 칼리드 알미드하르, 마제드 모케드, 나와크 알함지, 살렘 알함지
유나이티드 항공 175편
마르완 알셰히, 함자 알감디, 아메드 알감디, 파예즈 아메드, 모할드 알셰리
유나이티드 항공 93편
지아드 자라히, 아메드 알나미, 아메드 알하즈나위, 사이드 알감디
외교 공작
이들은 대부분 사우디 아라비아나 예멘 출신으로, 전에 전투기를 조종했거나, 사전에 미국에 입국해서 민간항공기 조종훈련을 받은 사람들이었다. FBI는 이들의 현장 책임자는 보스턴에서 아메리칸 항공 11편을 납치해서 가장 먼저 월드 트레이드 센터 북쪽 건물에 돌입한 33세의 모하메드 알 아미르 아타라고 말했다. 이 행동대원 중 아홉 명은 수년 전부터 플로리다와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비행훈련을 받으면서 잠복해 있던 사람들이고, 나머지는 최근 미국에 입국한 사람들로 확인되었다.
이집트 출신인 아타가 행동대원의 지휘자란 사실은 여섯 명의 테러범이 그의 이름을 사용해서 송금을 받았다는 사실로도 증명되고 있다. 납치한 다른 항공기에는 항공기 조종을 할 줄 아는 행동대원이 한 사람씩밖에 타지 않았으나, 아타가 탄 아메리칸 항공 11편에는 행동대원 네 명이 모두 조종사 면허를 가진 사람들이었다. 아타는 특공대 1호기로 가장 먼저 월드 트레이드 센터에 돌입한 것이다.
그리고 그의 정체를 최종적으로 확인한 사람은 이 비운의 항공기 여승무원이었다. 두 아이의 어머니인 매들린 애미 스위니는 테러리스트들이 여객기를 장악하고 있는 위급한 상황에서도 機內전화로 로간공항에 있는 자기 부장에게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침착하게 보고했다.
스위니는 범인들이 조종사와 승객의 목을 칼로 찔러 살해했다고 하면서 그들의 인상착의와 좌석번호를 알려주었다. 아타는 이날 메인州의 포틀랜드에서 비행기를 타고 보스턴으로 가서 로스앤젤레스行 아메리칸 항공 11편으로 갈아탔는데, 어떤 이유에서였는지 체크 인 했던 가방이 비행기에 실리지 않고 나중에 공항에서 발견되었다. 이 가방에서는 그의 유서와 항공기 납치를 위한 지침으로 보이는 문서가 발견되었다.
미국은 1990년 걸프전쟁을 시작하기 앞서, 당시 대통령이었던 조지 H. 부시가 38개국을 설득해서 이라크에 대한 공동전선을 구축했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그의 아들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당시 합참의장이었던 콜린 파월 국무장관은 9월19일부터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지지를 호소했다.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과 중국의 국가주석 江澤民이 테러와의 싸움에 협조하겠다고 약속했다.
NATO 19개국은 긴급 이사회를 열어 어느 한 가맹국에 대한 공격은 모든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는 NATO헌장 제 5조를 발동, 필요한 모든 조처를 취해서 미국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1949년에 NATO헌장이 제정된 이래 이 조항이 발동된 것은 처음이었다.
당시 세계에서 탈레반 정부와 외교관계를 가지고 있던 것은 사우디 아라비아와 아랍 에미리트 연방, 파키스탄 등 세 나라뿐이었다. 파월은 사우디 아라비아와 아랍 에미리트 연방에게 탈레반 정부와 외교관계를 단절하라고 내정간섭에 가까운 요청을 했다. 탈레반의 후원자였고, 또 그들에게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파키스탄은 난처한 입장에 있었다.
우선 파키스탄에는 탈레반의 기반인 파슈툰족이 많이 살고 있었다. 이들은 이슬람 근본주의와는 관계없이 동족인 탈레반을 심정적으로 지지하고 있었다.
특히 서민들 사이에는 이슬람 근본주의가 강력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고, 많은 파키스탄 젊은이들이 국경을 넘어 탈레반에 가담해서 싸우고 있었다.
이밖에도 파키스탄에게는 인도와 분쟁을 벌이고 있는 카슈미르 문제가 있었다. 이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던 파키스탄 게릴라의 상당수가 빈 라덴의 알 카에다 훈련소에서 훈련을 받은 젊은이들이었다.
「항구적 자유」
그러나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은 미국의 압력을 거절할 수 없었다. 이번에 부시 대통령에게 협조를 하면, 핵무기 개발 때문에 미국이 취한 제재가 풀릴 수 있었다. 경제원조를 받아서 채무도 갚을 수 있고, 극심한 경제적 파탄을 벗어날 수 있는 기회도 보였다.
인도와의 카슈미르 분쟁에서도 미국의 지원을 기대할 수 있었다. 미국이 비록 그런 약속을 명시적으로 하지는 않았지만, 무샤라프는 국내의 강력한 반대세력에도 불구하고 미국을 지지하는 모험을 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9월16일, 대통령 관저에 언론인을 초청한 자리에서, 파키스탄이 처한 「대단히 중대한 위기」를 설명하고, 단결을 호소했다. 그는 이날 저녁, 이번에는 이슬람 지도자와 학자를 초청해 놓고 나라를 다시 살려야 한다는 결심을 설명하고 지지를 호소했다.
무샤라프는 탈레반 정부에게 사흘 안에 오사마 빈 라덴을 미국에게 인도하지 않으면 군사적 공격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오사마 빈 라덴은 9월16일, 카타르의 알 자지라 위성방송을 통해 자기는 미국 공격에 대한 책임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말했다.
『나는 이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것은 그런 동기를 가지고 있는 개인들이 감행한 것이다』
중동에서는 미국의 오랜 우방이었고, 걸프전에서 가장 큰 빚을 진 쿠웨이트가 지지를 다짐했으나, 다른 아랍국들은 선뜻 나서지 않았다.
예멘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승인이 있어야 對테러전쟁에 참가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은 20년 간이나 적대적 관계였던 이란에 대해서도 지지를 호소해서 긍정적인 호응을 얻을 수 있었다.
아프가니스탄과 890㎞의 국경선을 맞대고 있는 이란은 이 나라의 시아파를 탄압하고 있는 탈레반을 반대해서 헤즈비와다트 게릴라를 지원하는 등, 북부동맹군을 지지하고 있었다. 이란은 즉시 국경을 폐쇄했다. 이것은 표면적으로는 피난민의 진입을 저지하기 위해서였지만, 오사마 빈 라덴의 탈출을 봉쇄한다는 뜻도 포함되어 있었다.
모하메드 하타미 대통령은 뉴욕시에 대한 테러공격에 대해서 『어떤 무슬림도 그런 인간적 참사를 반겨하지 않는다. 테러리즘은 규탄해야 하며, 국제사회는 그것을 일소하기 위해 효과적인 조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9월16일자 이란의 신문에는 테헤란 시장이 뉴욕시장 루돌프 줄리아니에게 보내는 위문성명이 실렸다.
9월19일, 조지 부시 대통령은 미군기를 페르샤만으로 이동하도록 명령했다. 이 작전의 이름은 「무한의 정의작전(Operation Infinite Justice)」이 되었다. 아무리 시간이 걸리더라도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범인을 잡아 법정에 세우겠다는 뜻이었다. 며칠 후 「무한의 정의」는 알라만에게만 가능하다는 이슬람교도들의 지적에 따라 이 작전은 「항구적 자유(Enduring Freedom)」로 이름을 바꾸었다. 이날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는 이슬람 성직자들이 이틀 동안의 회의를 연 끝에 오사마 빈 라덴에게 「자발적」으로 아프가니스탄에서 떠나라는 권고를 했다.
9월21일,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호가 지중해에 있는 항공모함 칼 빈슨 및 엔터프라이즈와 합류하기 위해 버지니아의 노포크항을 떠났다. 이 세 척의 항공모함에는 210대 이상의 전투기가 실려 있었다.
출동 명령
9월20일, 부시 대통령은 양원합동회의에서 뉴욕과 국방부를 공격한 자들을 법정에 세울 것이라고 하면서, 탈레반 정부에게 모든 테러리스트를 인도하지 않으면 파멸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34분 간의 연설을 통해 미국 수사기관이 수집한 정보는 오사마 빈 라덴이 지휘하는 알 카에다 조직이 그 범인임을 지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불법적으로 투옥된 모든 외국인을 석방하고, 아프가니스탄內의 모든 테러리스트 훈련 캠프를 영구히 폐쇄하고, 미국이 그 훈련 캠프를 방문하여 결과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연설이 끝나자, 부시 대통령에게 對테러전쟁 수행권한을 위임하는 결의안에 유일하게 부표를 던졌던 민주당의 바바라 리 의원이 미국기를 들고 앞으로 나가 파월 국무장관 및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과 악수를 했다. 이번에도 민주당은 관례적인 반론권을 행사하는 대신, 상원의 민주당 총무 톰 대슐 의원이 연단 앞으로 나가 부시 대통령을 포옹했다.
이날 하원 의사당에는 영국 수상 토니 블레어도 참석, 미국에 대한 지지를 과시했다. 비극의 도시 뉴욕의 시장 루돌프 줄리아니와 조지 파타키 뉴욕주지사도 참석했다.
유나이티드 항공 93편을 타고 있다가 납치범과 격투를 벌여, 테러리스트의 계획을 좌절시킨 토드 비머의 아내 라이자 비머도 초대되었다. 이날도 부통령 딕 체이니는 부시 대통령에게 있을지도 모를 암살기도에 대비해서, 비밀장소에서 텔레비전으로 양원 합동연설을 지켜보았다.
공군과 해군에 이어, 이날 사우스 캐롤라이나州 포트 브래그에 있는 美 육군 특수작전사령부는 「항구적 자유」 작전을 위해 그 휘하에 있는 2만6000명의 특수부대 일부를 걸프 지역으로 출동시키라는 명령을 받았다. 미국은 육군의 레인저 및 그린 베레·델타포스, 해군의 SEAL, 공군의 특수작전팀 등으로 구성된 4만6000명의 특수부대를 가지고 있었다. 이들은 對테러작전·정찰·게릴라전 전문가들이고, 보통 12명이 한 팀이 되어 적의 후방에 침투하는 훈련을 받고 있었다.
이들의 존재는 평상시에는 비밀로 가려져 있기 때문에 실패를 해야 세상에 알려지는 숙명을 안고 있다. 가장 널리 알려진 실패사건은 지미 카터 행정부 때 델타포스가 이란에 억류되어 있는 인질구출 작전을 시도했다가 실패했던 일, 클린턴 행정부 때 델타포스와 레인저 부대가 소말리아의 군벌 모하메드 파라 아이디드를 납치하려다 실패하고 18명의 희생자를 냈던 일이다. 이들은 1980년대에는 소련군의 침공에 대항해서 싸웠던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의 게릴라를 지원하기도 했다.
공군도 F-15E 전폭기, F-16 전투기, B-52 폭격기, B-1 초음속 폭격기, E-3 AWACS(공중 조기경보 통제기), 급유기 등 100대 내지 130대의 항공기를 페르시아만 지역으로 출동시키라는 명령을 받았다. 아프리카 남단에서 파키스탄에 이르는 지역을 관할하고 있는 미국의 중앙군사령부는 통상 2만명의 병력과 175대의 항공기, 항공모함 한 척을 포함한 열네 척의 함정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들의 출동으로 생기는 본토방위의 공백상태를 메우기 위해 공군은 예비역을 소집했다.
북부동맹과 손을 잡고
미국은 아프간 작전에서 1996년에 탈레반에게 정권을 빼앗기고, 북부로 밀려가 판자쉬르 계곡을 중심으로 국토의 5%밖에 장악하고 있지 못한 채, 러시아, 인도, 이란 등의 도움으로 버티고 있는 북부동맹군을 지원하고, 그들의 도움을 받기로 결정했다.
북부동맹군은 3만명의 병력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실제 병력은 그 반밖에 안 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었다. 이들은 많은 나라로부터 합법적인 아프가니스탄 정부로 인정받고, 유엔의석도 가지고 있었지만, 정부조직이나 실체는 없었다.
북부동맹군은 옛날 공산정권의 군대와 반공게릴라, 잡다한 민족과 부족 세력의 연합체였다. 그나마 이들을 통합시킬 수 있는 카리스마를 가졌던 타지크족 지도자 「판자쉬르의 사자」 아메드 샤 마수드 장군은 뉴욕과 워싱턴에 대한 테러공격이 있기 사흘 전인 9월9일, 텔레비전 기자를 가장한 테러리스트에게 암살당했다. 암살범들은 폭탄을 장치한 카메라를 가지고 가서 마수드 장군 앞에 설치한 후 폭발시켰다.
탈레반 정부는 물라 오마르가 이슬람 신학교 학생들을 조직한 이슬람 근본주의 운동이 발전해 만든 것이다. 이들은 당초 정치나 군사에는 문외한이었지만, 여자들에게 폭행을 한 지방군벌을 기습해서 인기를 얻었다. 이들은 부패한 군벌과 내전에 시달린 아프간人들의 열망을 이용하여 영향력을 확대, 5년 동안에 북부 산악지대를 제외한 아프가니스탄의 거의 전부를 지배하고 있었다.
이들은 5만명으로 추산되는 병력을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탈레반은 CIA가 무자헤딘에게 제공했던 위협적인 휴대형 對空 미사일 스팅어 100개와 소련이 제공했던 對空 미사일 200개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었다.
탈레반 정부는 9월21일, 부시 대통령의 최후통첩을 일축하고, 계속 오사마 빈 라덴과 그의 추종자를 보호하겠다고 선언했다. 탈레반 정부는 빈 라덴이 월드 트레이드 센터 및 美국방부 건물 공격을 지시했다는 증거가 없는 한 그들을 인도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100차례 전화 건 파월
9월11일 이래 파월 국무장관은 외국 지도자들과 100차례나 전화를 걸어 협조를 요청했다. 그 결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9월21일, 아랍 에미리트 연방이 탈레반정부와 외교관계를 단절했다고 발표했다. 사우디 아라비아는 9월24일 탈레반과 외교관계를 단절했다. 사우디 아라비아는 그동안 재정지원으로 탈레반을 돕고 있었다. 탈레반과 외교관계를 가진 유일한 나라가 된 파키스탄은 남아 있던 외교관 12명을 전원 소환 했다고 발표했다.
9월24일, 냉전시대 적대국이었던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정보를 제공하고, 인도적 원조를 위한 영공개방 등의 제한적 지원을 약속했다.
푸틴은 또 그들의 우방인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미군의 군사작전을 위해 기지를 제공하는 것을 반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옛 蘇연방 공화국이었던 우크라이나와 카자흐스탄은 미군기의 영공통과를 허용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파키스탄의 협조에 대한 호의 표시로 3억7900만 달러의 채무상환 기한을 연장하는 문서에 서명했다. 이에 앞서 미국은 1998년 핵실험 이후 파키스탄에 대해서 발동했던 제재를 해제했다.
10월4일, 영국은 미국 FBI가 발표한 19명의 항공기 납치 혐의자 중에서 최소한 세 명이 오사마 빈 라덴의 알 카에다 조직과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 주는 자체 보고서를 발표, 150명의 혐의자를 체포했으면서도 결정적인 증거를 제시할 수 없어 고민하고 있던 미국을 도와 주었다.
이 보고서는 이름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월드 트레이드 센터에 돌입한 모하메드 아타, 美 국방부 건물에 돌입한 마제드 모케드와 칼리드 알미드하르가 그들인 것으로 추정되었다. 이 보고서는 알 카에다가 1993년 소말리아에서 18명의 미군 전사자를 낸 사건, 1998년 224명의 사망자를 낸 케냐 및 탄자니아 미국 舊대사관 폭파사건, 2000년에 예멘에서 구축함 콜을 폭파해서 17명을 사망시킨 사건에 관련되어 있다고 말했다.
공습 시작
10월1일, 미국은 일본 요코스카에 배치되었던 항공모함 키티 호크를 중동지역으로 출동시켜, 이미 그곳에 집결하고 있던 세 척의 항공모함에 합류하도록 했다.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열두 척의 항공모함 중 유일하게 항상 해외기지에 머물러 있게 되어 있던 이 항공모함의 중동 출동으로 극동지역에는 한 척의 항공모함도 없는 상황이 되었다.
美 육군의 제10산악사단의 병력 1000명도 아프가니스탄과 접경하고 있는 우즈베키스탄으로 출동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이들은 1997년에서 1998년, 이곳에서 훈련에 참가했던 부대였다. 이 사단은 제2차 대전 초기 소련군이 핀란드에 침공했다가 스키부대에게 2개 전차사단이 섬멸당한 패배를 보고 구상된 것으로, 진주만이 기습을 당했던 바로 그날(1941년 12월8일) 창설되었다.
이들은 이탈리아의 산악지대 전투에 참가했고, 공화당 대통령 후보였던 상원의원 봅 돌도 이 전투에서 팔을 다쳤다. 이들은 그후 걸프전쟁, 소말리아 작전에 참가했다. 이들은 야포나 탱크 없이, 등에 지고 다닐 수 있는 무기만으로 전투를 하도록 훈련된 부대였지만, 첨단장비의 도움으로 그 전력은 당시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화되어 있었다.
10월7일 현지시간으로 밤 9시20분, 미국과 영국 항공기가 칸다하르의 공항 레이더 관제시설과 시내의 탈레반 본부를 공습했다. 오사마 빈 라덴의 훈련캠프가 있는 파키스탄 접경도시 잘랄라바드에도 폭탄과 미사일이 떨어졌다.
수도 카불에는 세 차례의 공습이 있었다. 공습에 앞서 세계 주요국 지도자들에게 전화로 사전 통보를 한 부시 대통령은 텔레비전 방송 연설을 통해 『이제 탈레반은 대가를 지불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빈 라덴은 이에 앞서 녹화로 카타르의 한 텔레비전 방송으로 방송된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은 테러와 공포로 가득차 있다. 팔레스타인에 평화가 정착되고, 이교도의 군대가 모하메드의 땅에서 떠나기 전에는 평화롭게 살지 못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 공격에는 美 본토에서 날아간 스텔스 B-2폭격기를 포함한 열다섯 대의 육상기지 발진 항공기와 아라비아海에 배치된 항공모함에서 출격한 스물다섯 대의 항공기가 참가했다.
항공모함 칼 빈슨호에서 출격한 FA-18 및 F-14 공격기는 공중급유를 받으며 카불까지 왕복 2300km나 되는 거리를 비행했다.
인도양의 영국령 디에고 가르샤에 배치된 B-1폭격기와 B-52폭격기도 이 공습에 참가했다.
B-2 폭격기는 GPS 위성으로 유도되는 폭탄을 떨어뜨렸다. B-52는 재래식 폭탄으로 광범위한 지역을 파괴하는 데 사용되기도 하고, 空對地 크루즈 미사일을 발사하기도 했다. 탈레반은 미군기에게 대공포와 미사일을 발사하기는 했지만 전투기를 띄우지는 않았다.
아라비아해에 있던 영국의 핵잠수함 트라이엄프와 트라팔가호, 미국의 구축함 존 몰 존즈와 맥폴호에서도 50개의 토마호크 미사일을 발사했다.
공습이 시작된 지 두 시간 후, 미공군의 C-17 수송기는 3만5000 상자의 식품과 약품을 아프가니스탄에 투하했다. 미군의 헬리콥터는 파키스탄의 기지에서 출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파키스탄의 수도 이슬라마바드를 비롯해서 카라치, 라발핀디 등 주요도시와 퀘타 및 페샤와르 등 아프가니스탄 접경도시에서는 이 공습에 대해서 강력한 항의시위가 벌어졌다.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첫날 공습으로 아프가니스탄 내의 목표 31개를 공격해서 탈레반의 통신 및 에너지 시설을 파괴했다고 발표했다. 미군기는 공습을 시작한 후 나흘 동안 90회의 출격을 했다. 이것은 같은 기간 유고슬라비아 작전 때의 5분의 1, 1990~1991년 걸프전쟁 때의 10분의 1밖에 안 되었다.
위성방송 알 자지라
북부동맹군 병사들은 오래간만에 반격을 가할 기회가 왔다고 기뻐했다. 카불市 북방 35㎞에 있는 바그람 공군기지 부근에서 북부동맹군은 탈레반군 진지를 향해 소련제 카추샤 로켓을 발사했다.
북부동맹군은 탈레반 점령지로 밀사를 파견해서 부족의 지휘관들과 아프간 전쟁의 전형적인 거래를 시작했다.
200명 내지 300명 가량의 병력을 지휘하고 있는 부대장들은 전세를 지켜보면서 아무런 거리낌 없이 편을 바꾸고 있었다. 탈레반이 득세할 때는 그들에게 가담했던 이들은 미군의 개입으로 상황이 역전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었다. 북부동맹군은 이미 1200명 가량의 탈레반군이 투항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런 협상을 위해 파견되는 밀사는 스파이로 몰려 목숨을 잃는 수도 많았다.
걸프 전쟁에서는 당시로는 별로 알려져 있지 않았던 미국의 CNN 뉴스가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에서 유일하게 開戰(개전) 첫날 실황중계를 해서 일약 미디어의 스타가 되었다.
이번 對테러전쟁에서는 카타르의 수도 도하에 본사를 둔 위성방송 알 자지라가 스타가 되었다. 하마드 이븐 나메르 알 타니가 소유한 이 방송은 카불에 지사를 둔 유일한 텔레비전 뉴스였고, 오사마 빈 라덴과 접촉해서 그의 발언과 동향을 보도할 수 있는 유일한 미디어였다. 3500만의 시청자를 가지고 있다는 이 방송은 3분짜리 빈 라덴 인터뷰를 25만 달러에 팔았다. 세계의 주요 텔레비전이 이들과 제휴하려고 도하로 몰려들었다.
알 자지라는 1998년 오사마 빈 라덴과 장시간의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다. 알 자지라가 이 인터뷰를 뉴욕시와 워싱턴시에 대한 테러공격 이후 몇 차례나 방송하자 미국정부는 격분했다.
미국정부는 이 방송이 테러의 도구가 되었다고 비난하면서 보도방향을 바꾸라고 카타르 정부에 압력을 가했다. 알 자지라는 거부했다. 미국은 탈레반의 최고지도자 물라 오마르의 독점 인터뷰를 방송하려던 「미국의 소리」에 대해서도 압력을 가했지만 실패했다. 선전전은 이 전쟁에서 또 하나의 戰場이었다. 미군 수송기는 전단과 식량, 라디오를 투하했다. 미국은 또 1400만 달러를 들여 자유아프가니스탄 방송 설립계획을 추진했다. 탈레반은 미군기의 오폭으로 민간인 희생자가 생길 때마다, 외국 미디어를 현장으로 초청하는 등으로 반격했다. 미국은 초조해졌다. 아무래도 선전전에서는 약자가 유리하게 마련이었다.
탈레반은 10월21일, 헤라트市의 병원에 폭탄이 떨어져 100여 명이 사망했으며, 그 동안 미군기의 폭격으로 1000여 명의 민간인이 사망했다고 주장, 미국을 난처하게 만들었다.
미국과 영국의 공습이 시작된 이후 2주일 동안 3000발 이상의 폭탄과 미사일로 탈레반군을 공격했는데도 아프간 전선에서는 이렇다 할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북부동맹군은 북부지방의 요충인 마자르이샤리프에 몇 차례 공격을 가했지만, 그 때마다 탈레반군의 강력한 반격으로 다시 산 속으로 돌아갔다.
10월19일, 미국의 중요한 아프간 전략 하나가 좌절되었다. 反탈레반 세력을 규합하기 위해 잠입했던 아프간 전쟁의 전설적 영웅 압둘 하크가 카불 남동쪽 아즈라라는 마을에서 동료 두 사람과 함께 탈레반에게 체포되어 그 다음날 카불로 끌려가 처형된 것이다. 탈레반에게 포위된 하크는 위성전화로 미군 특수부대와 로마에 있는 前王 모하마드 자헤르 샤에게 구원을 요청했다. 미군 헬리콥터가 출동했지만, 이미 늦었다.
허탕친 레인저 부대
민족과 부족으로 복잡하게 분열되어 있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이 나라를 단결시킬 수 있는 全국민적인 카리스마를 가진 사람은 前王 모하마드 자헤르 샤, 아메드 마수드 장군 그리고 하크밖에 없었다. 타지크족 출신인 마수드 장군은 암살당했으므로, 미국은 하크에게 희망을 걸고 있었다. 그는 탈레반의 기반이 되어 있는 파슈툰족 출신이었으므로 이 나라 인구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이 민족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입장에 있었다.
하크와 마찬가지로 파슈툰 부족들과 비밀접촉을 하기 위해 칸다하르 북쪽 오루즈간성의 산악지대에 잠입했던 하미드 카르자이도 탈레반군에게 발각되었지만, 다행히 많은 호위병을 데리고 갔기 때문에 전투를 벌이면서 탈출할 수 있었다. 그는 아프가니스탄 정부의 외무차관을 지냈고, 자헤르 샤를 지지하고 있었다.
10월20일 새벽, MC-130E 컴뱃탈론 수송기를 탄 100명 가량의 미군 레인저 대원과 특수부대원이 낙하산으로 탈레반의 실질적 수도 칸다하르 근처의 공항에 침투했다. 그때까지 소규모의 미군이나 영국군 특수부대원들이 북부 동맹군과 협동으로 공습목표를 지시하는 임무를 수행하기는 했지만, 대단위 부대로 작전을 벌인 것은 그것이 처음이었다.
이들의 목표는 오사마 빈 라덴의 소재를 파악하기 위한 정보수집이었다. 이들은 빈 라덴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건물 몇 군데를 수색했고, 몇 군데 무기고를 폭파했으나, 소득은 별로 없었다. 이들은 철수할 때 월드 트레이드 센터에의 잔해에 미국기를 꽂고 있는 소방대원 사진과 美 국방부 건물 잔해에 걸린 미국기 사진을 남겨 놓았다.
그러나 기지로 귀환하다가 파키스탄의 산악지대에서 블랙호크 헬리콥터 한 대가 추락, 두 명의 레인저 대원이 사망하고, 세 명이 부상하는 아프간 對테러전쟁 최초의 손실을 보았다. 탈레반은 침투했던 미군을 격퇴시켰다고 발표했다.
11월7일, 압둘 라시드 도스툼, 아타 모하메드, 하지 무하마드 무크하퀴크 등 세 명의 사령관이 지휘하는 북부동맹군 주력부대가 아프가니스탄 북부지방의 요충 도시 마자르이샤리프로 향해 세 방향으로 진격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100명 가량의 이 지역 출신 탈레반군을 포로로 잡아서 집으로 돌려보냈다. 탈레반군 부대장 세 명과 병사 300명이 투항했다. 북부동맹군은 열흘이면 마자르이샤리프를 점령할 수 있다고 장담했다.
미군기의 공습이 시작된 후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美 중앙군 사령관 토미 R. 프랭크스 장군이 처음으로 국방부 브리핑에 나타나 전세가 바뀌고 있다고 자신 있게 선언했다.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페르시아만 국가들 25개국에 걸쳐 전개되어 있는 미군을 지휘하는 그는 사병에서 장군으로 올라간 전형적인 군인이었다.
그는 걸프전에서 스타가 된 슈워츠코프 장군과는 달리 카메라를 몹시 부끄러워했고, 사무실에서 일을 보기보다는 일선에서 병사들과 어울리기를 더 좋아했다.
탈레반군은 바로 그 다음날 어이없게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 도시를 수비하고 있던 3000명 가량의 탈레반군은 다섯 시간 가량 저항하다가, 일부는 동쪽으로 150㎞ 떨어진 쿤두즈로, 일부는 남쪽으로 카불을 향해 철수했다.
북부동맹군은 사흘 동안의 전투에서 탈레반군 200명이 사살되고, 1500명이 투항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1200명 가량의 파키스탄, 아랍, 중앙 아시아 등 외국출신 탈레반 지원병은 철수를 거부하고 시내의 술탄 라지아 여학교로 들어가 이틀 동안 격렬하게 저항했다. 그 중 250명은 투항했으나 나머지는 끝까지 저항했다. 북부동맹군은 농성중인 교사를 탱크로 밀어버렸다.
「성자의 묘」에서 벌어진 학살
이 전투에 참가했던 북부동맹군의 부대장 아타 무하메드는 탈레반군에게 투항하라고 설득을 했지만 말을 듣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들은 심지어 투항을 권고하던 그의 병사 한 명을 사살하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 전투에서 탈레반군을 300명 가량 사살했고, 북부동맹군도 30명 가량의 희생자를 냈지만, 보도된 것처럼 북부동맹군이 학살을 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 며칠 후 국제적십자社 직원들은 학살된 것이 분명한 수백 구의 시체를 찾아냈다. 아타 무하메드 장군은 말했다.
『이 전투에는 미군기도 참가해서 폭탄으로 건물의 일부를 파괴했습니다. 이 폭격으로 많은 탈레반 병사가 죽었습니다. 압둘 라시드 도스툼 장군의 북부동맹군도 포격을 가했습니다. 그러나 나는 민간인 피해가 생길까 보아 미군기 폭격이나 도스툼군의 포격을 중단시키고, 우리 부대를 투입해서 그 놈들을 해치웠습니다. 그놈들은 투항을 거부하고 거리나 시장에 대고 마구 사격을 해서 시민들의 희생자가 생겼습니다』
「성자의 묘」란 뜻의 마자르이샤리프는 예언자 무하메드의 사위 하자라트 알리의 묘지가 있고, 아프가니스탄 최대의 모스크가 있어 많은 사람들이 순례를 하는 아프가니스탄 제2의 대도시였다. 그러나 타지크족, 우즈베크족, 하자라족 등 30만의 인구가 어울려 살던 이 도시는 內戰을 통해서 네 차례나 주인을 바꾸면서 가장 가혹한 학살의 현장으로 유명해졌다.
첫 번째 학살은 1997년 5월, 탈레반이 아무런 준비 없이 이 도시를 점령한 뒤, 탈레반식 엄격한 이슬람제도를 시행했다가, 나흘 만에 하자라족이 중심이 된 민중봉기로 쫓겨 나왔을 때였다. 이 도시의 지리에 어두웠던 탈레반병사 600명이 거리에서 주민들에게 붙잡혀 살해되었고, 1000명 이상이 포로가 되었다. 이 포로의 상당수는 나중에 우물이나 철제 컨테이너 속에서 시체로 발견되었다.
그 다음해 8월, 탈레반은 하자라족 수비군 1500명 가량을 섬멸하고 이 도시를 다시 점령했다. 탈레반은 그 전해에 당했던 참극의 몇 배나 되는 복수를 했다. 물라 오마르는 두 시간 동안 보복을 허용했으나, 탈레반 병사들은 며칠 동안 집집마다 뒤지면서 닥치는 대로 남자들을 학살했다. 이 학살로 수천 명의 하자라족과 소수민족이 살해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여자들은 2년 만에 처음으로 부르카를 벗고 거리에 나왔다. 27개월 동안 폐쇄되었던 학교도 문을 열 준비를 했다. 시민들은 1998년, 탈레반에게 축출당했다가 돌아온 도스툼 장군을 환영했다. 그는 변절과 잔혹행위로 악명이 높은 장군이었지만, 마자르이샤리프 시민들에게는 탈레반의 압정을 벗어나게 해준 해방자였다.
그는 선언했다.
『나는 탈레반처럼 사람들을 대하지 않을 것입니다. 아이들에게 학교에 가지 말라고 명령하고, 여자들이 직장에 나가지 못하게 금지하지 않을 것입니다. 아프가니스탄의 여자들은 다른 나라의 여자와 마찬가지로 동등한 권리를 가질 것입니다』
우즈베크족인 그는 타지크족 아타 무하마드 장군, 하자라족의 우스타드 모하퀴크 장군과 함께 3者 위원회를 구성해서 이 도시의 질서를 잡기 시작했다. 그 전까지 그들은 서로 경쟁관계에 있었다. 이 때문에 그들은 3週 전에도 마자르이샤리프를 공격했다가 실패했다. 그러나 이제 이들은 북부동맹의 국방책임자 모하메드 파힘 아래 힘을 합쳐 탈레반을 물리치기로 합의했다. 이들은 前 대통령 부르하누딘 라바니의 민간정부가 마자르이샤리프를 통치할 수 있도록 시내에는 軍부대를 주둔시키지 않기로 합의했다.
너무 빠른 붕괴
우즈베키스탄 국경에서 60㎞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마자르이샤리프를 점령한 북부동맹군은 절실하게 필요했던 보급로를 얻게 되었다. 그동안 북부동맹군은 산악도로를 통해서 외부세계의 지원을 받고 있었지만, 이제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두 번째로 큰 이 도시의 철도와 도로, 공항을 이용하여, 미군이 배치된 우즈베키스탄으로부터 보급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북부동맹군이 이 요충도시를 점령함으로써 전세를 역전시킬 수 있는 심리적 전환기를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이제 그들은 산악지대에 숨어서 내일을 걱정하던 게릴라가 아니었다.
북부동맹군은 남쪽으로 카불을 향해 진출하기 시작했다. 탈레반군은 급속히 와해되고 있었다. 마자르이샤리프를 점령한 북부동맹군은 이틀 동안에 탈로콴, 사망간, 바글란, 풀리쿰리, 바미얀 등 쿤두즈를 제외한 북부 아프가니스탄의 주요 도시를 전부 장악했다. 아프가니스탄 서부 지방에서 가장 큰 도시 헤라트도 11월12일 反탈레반 무자헤딘軍에게 점령되었다. 여기서도 탈레반은 별다른 저항 없이 물러났다. 시민들은 무자헤딘이 들어오기도 전에, 칼이나 몽둥이, 숨겨둔 무기를 들고 탈레반의 본부를 습격하여 무기를 탈취한 뒤 감옥으로 몰려가서 수감자들을 해방했다. 戰意를 잃은 탈레반은 산 속으로 도망했다.
찬란한 문화로 유명한 이 옛 실크로드의 오아시스 도시 헤라트는 1979년, 소련군에 대항하여 봉기했다가 무참하게 폭격을 당했던 슬픈 과거를 가지고 있었다. 1995년, 헤라트는 탈레반에게 점령당하고, 지사 이스마엘 칸은 투옥되었다. 칸은 3년 후 탈옥에 성공, 북부동맹에 합류했다. 그가 지휘한 무자헤딘軍이 이번에 그 복수를 한 것이다. 이들은 소련군이 건설해놓은 아프가니스탄 최대의 공군기지를 장악하여 외부세계로 연결되는 보급로를 열어놓았을 뿐만 아니라, 탈레반의 근거지 칸다하르를 공격할 수 있는 접근로를 확보했다.
양측 모두 전쟁물자 외부원조에 의존
탈레반이 그 동안 아프가니스탄의 모든 대도시를 포함한 국토의 90%를 장악할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의 하나는 파키스탄과 사우디 아라비아의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반대로 反탈레반군은 러시아와 이란, 그리고 일부 인접 중앙아시아 국가가 제공하는 제한된 규모의 원조에 의존하고 있었다. 미국의 對테러전쟁 선포이후 상황은 역전되었다. 탈레반에 대한 파키스탄과 사우디 아라비아의 지원은 완전히 끊어지고, 미국과 러시아는 북부동맹군을 본격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했다
전쟁물자를 전적으로 외부원조에 의존해온 탈레반은 전선을 축소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탈레반의 장악 지역은 닷새 동안에 북동부의 쿤두즈, 동부 파키스탄 접경지대의 잘랄라바드, 수도 카불, 그리고 남부에 있는 탈레반의 근거지 칸다하르로 축소되었다.
한 달 동안 계속한 폭격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전과가 없어 고민하고 있던 미국은 당황했다. 미국은 전세가 이렇게 빨리 역전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정치적 또는 외교적 대책이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미국과 파키스탄은 탈레반 정부를 대신할 수 있는 광범위한 기반을 가진 정부가 마련되기까지는 카불市를 점령하지 말도록 북부동맹군에게 충고했다. 파키스탄은 북부동맹군이 카불을 점령하면, 학살극이 되풀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1989년에 소련군이 철수한 후 1996년에 탈레반이 이 도시를 점령할 때까지, 파벌간의 전투로 수많은 건물이 파괴되었다.
뉴욕에서는 아프가니스탄의 인접 6개국과 미국 및 러시아의 대표가 모여서 모든 파벌이 참가할 수 있는 정부수립 계획을 검토했다. 북부동맹도 처음에는 이들의 권고를 따라, 북부동맹군의 외무장관 압둘라는 수도에 진입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탈레반이 철수하고 「진공상태」가 생기자, 북부동맹군은 카불로 진입했다. 압둘라는 약탈과 린치행위가 벌어지고 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카불市에 들어갔다고 해명했다.
기자들의 수난
수천명의 탈레반군은 11월11일 밤부터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市를 떠나 남쪽에 있는 그들의 근거지 칸다하르로 철수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탱크와 장갑차, 트럭을 타고 40㎞ 남쪽에 있는 마이단샤르로 갔다. 8000명 가량의 시민도 이들과 함께 피난길에 올랐다. 탈레반의 최고지도자 물라 오마르는 병사들에게 지시했다.
『패배와 후퇴는 알라의 시험이다. 그러나 무자헤딘은 이 시험에서 실패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들의 힘은 地上戰에 있다. 도시를 떠나서 산으로 가면 그 힘을 좀더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전선이 있는 도시를 방위하면 공중공격의 목표가 되어 큰 손실을 본다. 우리는 전략을 바꾸어 무자헤딘과 시민들의 생명을 구할 것이다. 북부동맹군이 도시로 들어오면 공중공격이 중단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우리는 알라의 뜻대로 이교도의 대리인들과 동등한 입장에서 싸울 수 있다』
카불市 전선에 배치되어 있던 탈레반군 2000명 가량이 북부동맹군에게 투항했다. 그러나 전선은 혼란과 위험으로 가득 차 있었다. 11월12일, 아프간의 對테러전쟁에서 첫 기자 희생자가 생겼다. 라디오 프랑스 인터내셔널(RFI) 기자 조한느 쉬통, 룩셈부르그 RTL 라디오의 피에르 빌로와 독일 슈테른지 프리랜서 기자 폴커 한트로이크는 다른 세 명의 기자들과 함께 장갑차를 타고 탈로콴을 점령했다는 북부동맹군의 주장을 확인하기 위해 가다가 숨어있던 탈레반의 사격과 로켓포 공격을 받았다. 이들이 탄 장갑차는 급정거를 했다가 뒤로 물러났다. 이때 그 비운의 세 기자들은 장갑차에서 떨어졌고, 나중에 시체로 발견되었다. 이탈리아인 사진기자 마르코 디 라우로는 탈레반군이 쏜 총탄을 맞았지만 방탄복 덕분에 상처를 입지는 않았다.
빌로는 알제리아, 보스니아, 코소보 등의 전쟁을 취재했던 노련한 기자였다. 쉬통도 코소보, 마케도니아, 중동지역을 취재했던 여기자였다. 한트로이크는 지난 7년 간 전쟁 취재 중 사망한 네 번째 슈테른기자가 되었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그들의 죽음을 애도하면서, 자유와 보도의 의무를 위해 위험을 무릅쓴 모든 기자들의 용기를 찬양했다.
아프간 전쟁을 취재하던 기자들의 위험은 그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11월19일, 이탈리아 신문 코리에레 델라 세라紙의 마리아 가르지아 쿠툴리, 스페인 신문 엘 문도紙의 훌리오 푸엔테스, 로이터 통신의 오스트레일리아인 카메라맨 해리 버튼과 파키스탄인 사진기자 아지줄라 하이다리는 잘랄라바드와 카불 사이의 도로에서 괴한에게 총격을 당해 사망했다. 이날 이들은 10여명의 기자들이 타고 가던 택시 대열의 선두그룹 차를 타고 있었다. 이 차량대열이 외딴 지역에 들어섰을 때 여섯 명 가량의 괴한들이 나타나 정지를 명령했다. 이들은 기자를 차에서 내리게 한 다음 언덕으로 데리고 가서 돌과 칼라슈니코프 소총 개머리판으로 마구 때렸다. 기자들이 쓰러지자 그들은 사격을 가했다. 이튿날 회수된 그들의 시체에서는 구타당한 흔적과 함께 다섯 발 내지 열 발의 총탄 흔적이 발견되었다.
카불 「무혈점령」
북부동맹군 선발대는 정치 지도자들의 약속을 무시하고 11월13일 오전 4시, 카불 시내의 탈레반군 사령부를 접수했다.다섯 시간 후, 북부동맹군 부사령관 비스물라 칸 장군이 차를 타고 市 중심부로 진입했다. 그 뒤에는 픽업트럭과 지프를 탄 북부동맹군 병사들이 환성을 지르며 따라갔다. 11시20분, 수천 명의 북부동맹군 병사들이 탱크나 장갑차, 트럭을 타거나 걸어서 카불市에 들어왔다. 이들은 암살당한 북부동맹의 전설적인 지도자 아메드 샤 마수드 장군의 사진을 들고 있었다.
북부동맹군이 진입하기 전, 일부 시민들은 정부청사에 들어가 약탈을 했고,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파키스탄이나 아랍 출신 탈레반 병사를 잡아서 폭행하거나 살해해서 거리에 내버렸다.
처음에는 시가전이 벌어질까 보아 두려워서 집에 머물러 있던 시민들은 정오가 되자 거리로 쏟아져 나와 북부동맹군을 환영했다. 수백 명의 정치범이 수용되어 있던 다룰타뎁 감옥은 비어 있었다. 그곳에 수용되었던 사람들은 탈레반이 떠나자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탈레반은 기독교를 전파하려고 했다는 이유로 이 감옥에 수용되어 있던 여덟 명의 외국 원조기관 직원은 데리고 갔으나, 이들은 나중에 구출되었다.
샤리나우 공원에는 일곱 구의 외국 출신 탈레반 병사의 시체가 버려져 있었다. 그 중 한 명은 나무에 올라가서 북부동맹군에게 사격을 가하다가 사살당했다고 목격자가 말했다. 나머지는 AK-47 소총이나 몽둥이와 칼을 든 시민들에게 살해되었다. 모여든 시민들은 이 시체에 침을 뱉었다.
검은 제복을 입은 북부동맹의 경찰관 2000여 명이 질서를 잡았다. 국립은행에 배치된 경찰관들은 탈레반이 금고를 털어 돈을 모두 가져간 것을 발견했다. 시내로 진입했던 북부동맹군의 탱크나 장갑차는 외곽으로 물러나고, 카불市는 정상적인 도시로 돌아갔다. 1992년, 소련이 만들어놓았던 공산당 정부가 붕괴되고, 무자헤딘이 카불市를 점령했을 때 일어났던 학살과 약탈, 무질서에 비교하면 무혈점령이나 다름없었다. 여기서도 다양한 정파와 민족 세력의 연합체인 북부동맹군이 단결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시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나왔다. 아프간 육군 장교였다는 셰르 아그하는 지난 3년 동안 실직상태였다고 말했다.
『우린 북부동맹군을 환영합니다. 외국군이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아내는 밖에 나갈 때마다 탈레반에게 매를 맞았습니다. 딸들도 매를 맞았습니다』
아이들은 연을 날리고, 젊은이는 카세트 테이프를 틀었다. 광장에는 확성기를 단 버스가 음악을 틀었고, 젊은이들은 그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었다. 모두 탈레반 치하에서는 금지되었던 행위였다. 카불市는 다시 활기를 찾았다. 남자들은 5년 만에 수염을 깎았지만, 부르카를 벗을 용기를 가진 여자는 많지 않았다. 시민들은 북부동맹군이 탄 트럭에 꽃을 던지고, 『북부동맹 만세』, 『탈레반 죽여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11월15일, 카불시 남서쪽 70㎞ 지점에 있는 와르다크성에서 북부동맹군의 부대장 압둘라와 탈레반軍의 두 부대장 모하메드 무사 호타크 및 굴함 모하메드 사이에 투항협상이 벌어졌다. 5년 동안 탈레반군에 합류했던 이들은 자기들의 안전을 보장하고, 계속 부대를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면 투항하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새로 수립되는 정부에서 고위직을 달라고 요구했다. 압둘라의 부대는 1000명의 병력으로 이들을 포위하고 있었다. 허름한 식당의 카펫 위에 앉아, AK소총을 벽에 기대 놓고 벌어진 몇 시간 동안의 끈질긴 협상 끝에 교섭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압둘라는 말했다.
『저 사람들은 장사꾼입니다. 유리한 쪽을 선택하는 거죠. 모든 방법을 다 검토한 끝에 말입니다』
아프간 스타일의 투항협상
탈레반이 전투다운 전투 없이 아프가니스탄의 거의 전부를 장악할 수 있었고, 또 북부동맹군이 국토의 반 이상을 그처럼 신속하게 탈환할 수 있었던 비밀의 하나가 바로 그것이었다. 지방의 군벌이나 부족의 民兵은 항상 상황에 따라 소속을 바꾸고 있었다. 전투가 벌어지기 전, 양측 부대장들은 무전기를 통해 서로 투항을 권고하고, 지위나 뇌물을 약속하는 거래가 형성되면 간단히 편을 바꾸는 경우가 많았다.
아프간의 부대들은 어느 편이든, 부족을 기초로 한 독립적인 전투단위였다. 압둘라는 말했다.
『그들은 내 오랜 친구였습니다. 우린 함께 무자헤딘으로 소련군과 싸웠습니다. 그래서 끈질기게 설득을 했습니다. 우리는 총을 쏘기보다는 대화가 더 낫다고 믿고 있습니다. 우린 같은 민족이고, 같은 나라에 살고 있으니까요』
미군기의 치열한 공습이 계속되고, 마자르이샤리프가 함락되는 등 탈레반이 와해될 기미가 보이자, 탈레반을 지지하고 있던 지방의 부대장들이 편을 바꾸거나 중립을 선언하기 시작했다. 카불의 함락은 이런 추세의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이 모하메드 형제처럼 지방 군벌이나 부대장들은 투항의 조건으로 자신의 안전과 새 정부 내의 지위를 보장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요구는 카불에 어떤 정부가 들어서든, 자기들의 군대를 유지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바미얀성에서는 知事 마울라와 이슬람 모하메디가 수백 명의 무장한 병사와 함께 탈레반을 이탈, 북부동맹군으로 돌아섰다. 북부동맹군 정보부장 모하메드 아레프의 말에 의하면 1년 동안 설득한 결과라는 것이다. 그는 이렇게 투항한 사람들 중에는 돈으로 매수된 사람도 있고, 압력에 굴복한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일부 지방에서는 시민들이 봉기해서 군벌이나 부대장들이 탈레반과의 관계를 끊은 경우가 있었다. 가즈니시에서는 카불이 함락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시민들이 탈레반 병사를 살해하고 무기를 탈취했다. 남아있던 탈레반 병사들은 칸다하르 쪽으로 도망했다.
『오늘은 나의 형제다』
마자르이샤리프에 이어 카불이 함락되자 아프가니스탄의 중부 이북과 서부지방은 모두 북부동맹군의 장악 아래 들어갔지만, 유독 쿤두즈만이 버티고 있었다. 인구 20만의 이 도시에는 마자르이샤리프에서 철수한 탈레반군이 모여들어 방어진지를 구축해 놓고 있었다. 쿤두즈市를 포위한 북부동맹군은 접근로를 따라 5개의 전선을 형성하고 있었다. 그 하나 하나가 다른 사령관과 부대장의 관할 아래 있었다. 그러나 오랜 內戰으로 단련된 이들은 놀랄 만큼 질서 있게 전투를 하고 있었다. 탱크는 고지에 제대로 엄폐물을 설치하고 위치를 잡았고, 트럭은 새로운 보급품과 탄약을 날라다 주었다.
북부동맹군은 이 도시를 포위하고 끈질긴 협상을 시작했다. 북부동맹군은 아프간인 탈레반 병사는 사면령으로 풀어주기로 했지만, 외국 출신 탈레반에 대해서는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했다. 그 동안 북부동맹군과 탈레반군 사이에는 몇 차례 투항합의가 있었다. 그러나 북부동맹군이 그 약속을 믿고 무장을 해제하려 접근할 때마다 탈레반군은 사격을 가했다.
11월23일, 그 동안 진행되던 항복협상이 결렬되자 미군기는 하루 종일 쿤두즈市에 폭격을 가했다. 그리고 그 다음 날, 미군기의 폭격이 중지되자 그 틈을 이용해서 쿤두즈에 있던 일부 탈레반군이 난민들 틈에 끼어 탈출하기 시작했다. 일부 탈레반은 탈출하기 위해 총을 팔고, 수염을 깎았다. 이들은 수백 명씩 떼를 지어 차를 타고 북부동맹군 전선으로 넘어왔다. 북부동맹군과 탈레반 병사들은 몇 시간 전까지 총부리를 맞대고 서로 목숨을 빼앗던 일을 까맣게 잊었다는 듯 서로 포옹했다.
쿤두즈市 근처 아미라바드에는 300명의 아프간인 탈레반 병사가 진흙으로 위장을 한 50대 가량의 일제 도요타 픽업 트럭을 타고 나타났다. 트럭의 윈드실드에는 암살당한 북부동맹군의 지도자 마수드 장군의 사진이 붙어 있었다. 이들은 광신적인 외국 출신 탈레반 병사들의 사격을 피해서 멀리 우회하여 지정된 장소에 나타났다. 탈레반 지휘관인 물라 압둘라가 차에서 내려 쿤두즈 동부전선을 담당하고 있는 북부동맹군 사령관 다우드 칸 장군을 포옹했다. 그의 병사들도 조금 전까지 敵이었던 병사들을 포옹하고 악수를 했다. 북부동맹군의 로스모하메드 우리아 장군이 말했다.
『어제는 나의 적이었지만, 오늘은 나의 형제다』
한 북부동맹군 병사가 탈레반의 전차병 물라 굴미르를 포옹하면서 말을 걸었다.
『힘들었지?』
『아니, 자네는?』
굴미르가 대답했다. 굴미르는 1992년, 무자헤딘이 공산정권을 무너뜨리고 카불을 점령했을 때 군에 입대했다가, 1996년에 탈레반이 무자헤딘 정부를 쫓아내고 카불의 주인이 되자 탈레반군으로 돌아섰다. 그는 탈레반에 입대한 것은 그들이 강했기 때문이었다고 하면서, 이제 북부동맹군이 더 강해졌으므로 투항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트럭에 실려 인접한 탈리콴市로 갔다. 여기서도 북부동맹군 병사들은 마치 형제를 맞은 듯 그들을 환영했다. 이들은 북부동맹군이 선포한 사면령에 따라 고향으로 돌아갔다. 21세의 한 탈레반 병사가 말했다.
『우리는 더 이상 피, 우리들의 피를 흘리지 않기 위해서 항복했습니다. 탈레반은 모두 도망하고 있습니다』
포로들의 반란
그러나 인도적인 대우를 약속받고 압둘 라시드 도스툼 장군의 부대에게 투항한 500명 가량의 외국 출신 탈레반 병사들은 사정이 달랐다. 이들은 한밤중에 쿤두즈市 서쪽 사막에서 밤새도록 기다렸다가 무기를 넘겨준 다음, 트럭에 실려 마자르이샤리프시 바깥 벌판에 있는 콸라이장기(전쟁의 마을) 보루로 이송되었다.
19세기에 건설된 이 진흙 벽돌 보루는 몇 년 전까지 도수툼 장군의 사령부였다. 탈레반은 철수하기까지는 이 곳에 주둔하고 있었다. 이제 이 보루는 그들을 수용하는 포로수용소가 되어 있었다. 여기서 이들은 테러리스트와 연계가 있는지 심사를 받았다. 신문을 받기 위해 기다리다가, 그 중 한 명이 숨겨 가지고 있던 수류탄을 터뜨려 옆에 있던 탈레반 포로 두 명과 북부동맹군 지휘관 한 사람이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다.
현장에서 취재를 하던 영국 ITN 텔레비전의 기자 안드레아 캐더우드는 무릎에 파편을 맞았다. 그녀의 통역은 얼굴에 파편을 맞았다.
『북부동맹군 병사들은 제대로 훈련을 받은 사람들이 아니었기 때문에 어쩔 줄 모르고 있었습니다. 공포를 쏘면서 손을 들라고 하더군요. 혼란이 일어났지만, 우리는 현장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11월25일 아침 10시30분, 200명 가량 되는 탈레반 병사의 신문이 시작되었다. 이들은 이슬람 근본주의에 대한 강한 신념을 가지고 아프간을 해방하기 위해 탈레반에 가담했지만, 정작 현지 아프간인들로부터 따돌림을 받았다. 그들은 증오의 대상이었다. 포로가 되면 고문을 당하거나 학살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들은 본국으로 송환되기를 바랐지만, 북부동맹군은 재판을 받아야 한다고 고집했다. 미국도 그들 중에 섞여 있을 알 카에다 대원이 본국으로 돌아가서 테러리스트로 변신할 것을 우려해서 그대로 돌려보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취했다. 그래서 그들은 아프간인 탈레반이 투항을 해도 끝까지 저항을 했다. 이렇게 험악한 분위기였는데도 보루에서 이들을 통제하는 북부동맹군 병력은 얼마 되지 않았고, 경비도 허술했다.
포로 신문은 오사마 빈 라덴과 알 카에다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는 CIA 요원의 입회 아래 진행되었다. 신문 광경은 독일의 ARD방송 등, 외국기자들에게도 공개되었다. 오후 1시쯤, 북부동맹군 장군 하나가 포로들에게 다가와 안전을 보장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을 때, 포로 한 명이 CIA 요원에게 달려들면서 숨겨 가지고 있던 수류탄을 터뜨렸다. 옆에서 지켜보던 다른 CIA 요원이 사격을 가해 20명 가량의 포로가 쓰러졌다.
시체더미 속에 숨은 탈레반 포로
탈레반 포로들은 무기고로 달려가서 기관총과 박격포, 로켓 발사기를 꺼내서 경비병을 공격했다. 보루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하고 경비병들은 물러났다. 현장에 있던 영국군 특수부대원이 미군기를 불렀다. 곧 미군기가 나타나 탈레반 포로가 들어있는 건물에 유도폭탄 세 발을 투하했다. 그러나 그 중 한 발이 빗나가 보루의 벽 근처에서 폭발했다. 그 곳에 있던 북부동맹군 경비병 두 명이 죽고, 미군 특수부대원 다섯 명이 부상했다.
당시 도스툼 장군의 주력부대는 다섯 시간 거리에 있는 쿤두즈에 있었다. 그는 즉시 500명의 병력을 보루로 보냈다. 탈레반군 포로들은 지하실로 내려가 저항했다. 우즈베크에서 대기중이던 美 육군 산악사단 병력 100명도 추가로 투입되었다. 전투는 밤새도록 계속되었다. 다음 날 아침, 북부동맹군은 포로들의 반란이 진압되었다고 발표했으나, 시체를 처리하기 위해 접근하던 적십자사 직원들은 포로들이 계속 보루에서 사격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 물러났다. 이 날 밤, 미군기가 서른 발 가량의 폭탄을 투하했다. 보루의 탄약고에서 강력한 폭발이 일어났다.
이 보루 안의 전투는 27일 오후, 북부동맹군의 T-55탱크 한대가 보루 안으로 진입, 탈레반군 포로가 마지막까지 버티고 있던 건물에 포격을 가함으로써 사흘 만에 끝났다. 이 곳에 수용되어 있던 400명 가량의 포로는 전부 사살되었다. 북부동맹군 측도 세 명의 장군을 포함한 30명의 전사자와 100명의 부상자를 냈다. 포로의 자살공격으로 사망한 조니 마이크 스팬은 아프가니스탄의 對테러전쟁에서 전투 중 사망한 최초의 미국인이 되었다. 그는 해병대에서 근무하다가 2년 전부터 CIA를 위해 일을 했다.
그러나 이 포로들의 폭동은 그렇게 간단하게 끝나지 않았다. 폭동이 완전히 진압되었다고 발표된 지 이틀 후, 이 보루의 지하실에서 시체를 꺼내려고 들어가던 마을 사람 세 명을 향해 시체 속에 숨어있던 탈레반 포로가 사격을 했다. 두 사람은 부상한 채 도망쳐 나올 수 있었지만, 다른 한 명은 그 자리에서 죽었다.
11월30일, 북부동맹군 병사들은 지하 벙커 하나하나에 로켓탄을 쏘았다. 그것도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한 이들은 지하실에 디젤을 붓고 불을 붙였다. 그래도 안심이 되지 않자 이들은 관개수로의 물을 끌어다 지하실에 퍼부었다. 즉시 효과가 나타났다. 지하실에서 며칠씩 굶어 허기가 진 80명 가량의 탈레반 포로가 걸어나왔다. 북부동맹군은 이번에는 철저하게 몸수색을 했다. 수류탄과 권총이 나왔다. 포로 중 한 사람이 자기는 미국인이라고 말했다.
나는 미국인이다
北캘리포니아에서 살던 존 워커는 18세 때 아랍어를 공부하기 위해 예멘으로 갔다. 그는 그 후 파키스탄으로 가서 이슬람을 공부하다가 탈레반 지지자들을 만나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로 갔다. 그는 현지어를 몰랐기 때문에 그들이 권하는 대로 오사마 빈 라덴의 캠프에 가서 군사훈련을 받았다. 그는 여기서 빈 라덴을 보았다고 말했다. 그 후 그는 카슈미르로 들어가 파키스탄인들과 함께 인도군과 싸우다가 다시 빈 라덴의 캠프로 돌아와 한 달 동안 훈련을 받았다.
미군의 폭격이 시작되자, 그는 160㎞를 걸어서 쿤두즈로 도망했다. 이곳에서 그는 다른 탈레반군과 함께 북부동맹군의 포로가 되어 콸라이장기 보루에 수용되었다. 그는 폭동의 소란 속에서 허벅지에 총상을 입었지만, 일 주일 동안 지하실에서 아무 것도 먹지 못한 채 버텼다. 그러나 물이 쏟아져 들어오자 다른 생존자와 함께 투항했다.
변호사를 하고 있던 그의 아버지는 얌전했던 아들이 수염이 더부룩한 모습으로 텔레비전에 나타난 것을 보고 놀랐다. 그는 아들과 7개월 동안 접촉이 두절되어 있었다고 말했다. 미국법에 의하면, 敵에 가담해서 미국을 공격하는 반역행위에는 사형까지도 처할 수 있게 되어있다. 별거 중인 어머니는 존이 세뇌를 당한 것이 틀림없다고 주장했다.
보루에서 탈출했다 다시 잡힌 포로도 있었다. 사우디 아라비아 출신 파하드 나시르는 폭동이 일어나자 마구간에서 이틀 동안 숨어 있다가 보루의 벽을 넘어 마을의 시장 속으로 도망쳤다. 그러나 곧 북부동맹군에게 발견되어 오른 팔에 총상을 입은 채 다시 잡혔다. 스물한살인 나시르는 콸라이장기를 방문한 뉴욕타임스 기자에게 자신의 기구한 인생을 털어놓았다.
리야드에서 고등학교를 나온 그는 정치에는 관심이 없이 패스트푸드 레스트랑에서 미국인 친구들과 농담을 하면서 지내고 있었다. 금년 초, 그는 메카로 순례를 갔다가 아부 말리라는 사람을 만났다. 그는 이스라엘의 유대인이 팔레스타인에서 무슬림을 박해하고 있다고 하면서, 그곳에 가서 지하드에 참가하라고 설득했다. 나시르가 응낙하자 말리는 우선 아프가니스탄에 가서 군사훈련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며칠 후 나시르는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自費로 파키스탄의 접경 도시 퀘타로 간 다음 칸다하르로 갔다. 그는 그 도시 외곽에 있는 캠프에서 100명 가량의 아랍인 및 파키스탄人과 함께 훈련을 받았다.
『어느 날 오사마 빈 라덴이란 사람이 와서 연설을 했습니다. 나는 그가 누군지 몰랐지만, 사람들은 아주 위대한 사람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지하드에서 죽는 것은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나시르는 얼마 안 가서 속았다는 것을 알았다. 자기를 안내했던 말리는 사우디 아라비아로 돌아가 버리고, 남아 있는 사람들은 아프가니스탄에 가서 지하드에 참가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기자가 취재를 마치고 떠나려고 하자, 나시르가 한 가지 부탁이 있다고 말했다.
『북부동맹군이 나를 죽이기 전에 우리 부모에게 연락을 해 주실 수 있을까요? 다시는 이 곳에 오지 않겠다고. 내 소원은 그저 어머니, 아버지, 형제자매들과 함께 사는 것뿐입니다』
쿤두즈 함락
콸라이장기에서 포로들이 폭동을 일으켰던 바로 그 날 밤부터 탈레반군은 쿤두즈시 외곽의 방어선을 포기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밤새도록 픽업 트럭을 타고 이 도시를 빠져나갔다. 그 다음 날 아침, 북부동맹군은 거의 저항을 받지 않은 채 쿤두즈시에 진입하기 시작했다. 차를 얻어 타지 못해 시내에 남아있던 탈레반군 병사들은 절망적인 저항을 했다.
낙오된 탈레반 병사 여덟 명은 추가로와 카나바드로 교차점에서 접근하는 북부동맹군에게 사격을 가해 장교 한 명을 사살하고, 병사 몇 명을 부상시켰다. 곧 치열한 교전이 벌어졌고, 탈레반 병사는 모두 사살되었다. 북부동맹군 병사들은 일대의 집을 수색했다. 한낮이 되자 사람들이 나와서 트럭을 타고 진입하는 북부동맹군을 환영했다.
『북부동맹 만세!』
『물라 오마르 죽여라!』
『빈 라덴 죽여라!』
물라 압둘라는 도요타 픽업 트럭의 운전석에 앉아 그 광경을 보고 있었다. 그는 2주일 전 부하 300명을 이끌고 북부동맹군에게 투항하기 전까지만 해도 탈레반군의 지휘관이었다. 그는 여전히 탈레반의 상징인 긴 수염에 흰 터번을 두르고 있었다. 총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전날 밤, 그 픽업 트럭을 타고 북부동맹군과 함께 쿤두즈市에 있는 탈레반을 공격했다. 그는 말했다.
『이제 나는 북부동맹군이고, 저놈들은 탈레반입니다. 지금 지휘관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사살하라는 명령이 오면 사살하겠습니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물라 압둘라의 옛 전우인 탈레반 병사 아모눌라가 포로가 되어 손을 등뒤로 묶인 채 트럭 짐칸에 앉아 있었다. 군중들이 몰려들어 그를 둘러싸고 야유를 하기 시작했다.
아모눌라는 몇 년 전 가즈니의 신학교서 공부를 하고 있을 때, 교사였던 물라 아그하의 권유로 탈레반에 가입했다고 말했다. 그 물라는 이교도에 대한 聖戰에 참가해야 하고, 그 이교도가 쿤두즈 근처에 있다고 역설했다는 것이다. 트럭이 움직일 준비를 하자 아모눌라는 말했다.
『이제 지하드에 대한 생각을 달리 하게 되었습니다. 탈레반은 이슬람 신자입니다. 북부동맹군도 이슬람 신자입니다. 나만 이제 非신자가 되었습니다. 그들에게 속았기 때문입니다』
옆구리에 관통상을 입은 탈레반 병사 압둘 하디드는 피투성이가 된 채 쿤두즈市 과일시장 한쪽에 앉아 있었다. 30명 가량의 북부동맹군 병사가 그를 둘러쌌다. 한 병사가 물었다.
『너 어디서 왔어?』
『다른 탈레반은 어디 갔지? 총은 어디 있어?』
하디드는 떨고 있었다. 그는 기자에게 애원하듯 말했다.
『독일에 친구가 있습니다』
얼마 후 북부동맹군 지휘관이 나타나 그를 마차에 실었다.
쿤두즈 시민들은 비행기로 탈출한 외국출신 탈레반도 있다고 말했다. 쿤두즈市 외곽 앙구르바그 마을에 사는 굴 무하마드란 가게 주인은 1년 이상이나 사용되지 않았던 쿤두즈 공항에 파키스탄에서 온 것으로 보이는 항공기가 빈번하게 이착륙했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동안 매일 밤 비행기가 왔습니다. 그리고 매일 트럭을 탄 탈레반 병사들이 그 공항으로 갔습니다. 비행기는 그들을 싣고 떠났습니다』
파슈툰은 파슈툰이
마을 사람들은 미군기가 여러 차례 이 공항을 폭격했지만, 그럴 때마다 탈레반은 활주로를 수리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25일 밤에도 항공기가 왔지만, 공항이 탈레반의 장악 아래 있지 않은 것을 보고 선회만 하다가 돌아갔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이나 파키스탄 어느 쪽도 이런 주장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주지 않았다. 북부동맹군의 압둘 라시드 도스툼 장군이 파키스탄과 비밀거래를 해서 탈레반 병사가 탄 50대의 픽업 트럭이 쿤두즈에서 빠져나갈 수 있도록 묵인했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파키스탄은 쿤두즈에 고립된 自國 출신 탈레반 지원병을 구출하기 위해 필사적이었다.
이 날 밤, 모하메드 다우드 칸 장군의 병사들은 쿤두즈市에서 15㎞ 가량 떨어진 마을에서 숨어있는 탈레반 병사들을 수색했다. 이들은 한 모스크에서 탄약상자가 150개나 숨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들은 그 탄약상자를 트럭에 실었다. 바로 그 때, 압둘 라시드 도스툼 장군의 병사들이 나타났다. 도스툼군의 장교가 소리를 질렀다.
『그건 우리가 발견한 거야!』
도스툼군 병사들이 총을 겨누었다. 수적 열세였던 다우드군은 물러나지 않을 수 없었다. 같은 북부동맹군이었지만, 군벌간의 대립은 여전했다.
이제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이 장악하고 있는 큰 도시는 남부의 칸다하르밖에 남지 않았다. 탈레반의 발상지였고, 그 최고지도자 물라 오마르가 그곳에서 탈레반 병사들에게 끝까지 저항하도록 명령하고 있었다. 또 이 지역은 물라 오마르와 같은 민족인 파슈툰의 거주지역이었기 때문에, 우즈베크나 타지크, 하자라 족 등이 많이 살고 있던 북부지방의 다른 도시와는 상황이 달랐다.
미국 우선 탈레반에게 동조하지 않는 파슈툰족의 부족들을 지원해서 칸다하르를 포위하기 시작했다. 11월24일, 파슈툰족 지도자 굴 아그하 시르자이가 지휘하는 군대가 미군기와 미군 특수부대의 지원을 받으면서 칸다하르에서 파키스탄 국경으로 40㎞ 떨어진 타크테폴을 점령했다. 이들은 다시 칸다하르 쪽으로 전진해서 공항과 마을 몇 개를 점령했다.
한편 칸다하르 근처의 마을 스핀볼다크에서는 파슈툰족의 여러 부족과 탈레반군의 보안책임자 모하메드 하콰니 사이에 투항협상이 진행되었다. 파키스탄 국경에서 8㎞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이 마을은 칸다하르에 연료와 식량을 공급하는 중요한 보급로 상에 있었다. 그러나 파슈툰 부족간의 이해관계가 일치되지 않아 협상은 진전되지 못했다.
부족들은 서로 탈레반이 물러간 다음에는 자기들이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물러서지 않았다. 외국 출신 탈레반 지원병에 대한 처리도 문제였다. 파슈툰 부족의 대표들은 아프간 탈레반은 고향으로 돌려보내 주겠지만, 외국 출신 지원병에게는 자비를 베풀 수 없다고 주장했다. 파슈툰 부족의 한 대표 압둘 칼리크는 말했다.
『탈레반은 끝까지 저항하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말로만 그러는 것이고, 그들도 종말이 다가왔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문제는 물라 오마르입니다. 그는 항복하기보다는 죽음을 각오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뒤에는 과격한 성직자와 빈 라덴의 알 카에다 조직에 속한 외국인 용병이 있습니다』
압둘 칼리크의 말대로 탈레반의 하부조직이 붕괴되고 있다는 징후가 나타났다. 탈레반의 상징인 검은 터번을 두른 젊은이들이 파키스탄으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한 파키스탄 경찰관이 갈색 터번을 두른 젊은이의 가방을 열어보았다. 그 속에는 잘 접어놓은 검은 터번이 있었다. 그 청년은 말했다.
『두렵습니다. 부족들의 군대가 들어오면 무슨 짓을 할지 모릅니다』
물라 오마르는 방송을 통해서 전사들에게 더 이상 물러나지 말고 싸우라고 명령했다. 그는 선언했다.
『이것은 부족의 문제가 아니다. 이슬람의 문제다』
임시정부 합의
11월26일, 美 해병 제15 원정단 소속 병력 500명이 칸다하르 남쪽 130㎞ 지역에 투입되어 전진 작전기지 리노를 설치했다. 이들은 이미 투입된 100여 명의 美 육군 특수부대와 협동으로 알 카에다의 조직을 분쇄하고, 빈 라덴을 잡는 작전에 들어갔다. 이것은 미국이 지금까지처럼 특수부대로 북부동맹군의 작전을 조정하고, 공중공격 목표를 지시하던 단계에서 벗어나, 직접 탈레반군과 교전을 하게 된다는 사실을 의미했다. 여기에는 이 마지막 작전의 주도권을 잡고, 북부동맹군의 개입을 차단해서 장차 수립될 새로운 아프가니스탄 정부에서 야기될지도 모를 문제를 사전에 제거한다는 미국 정부의 의도도 포함되어 있었다.
미국은 북부전선에서도 우즈베키스탄에서 대기하고 있던 제10산악사단의 병력 수십 명으로 구성된 신속대응군을 마자르이샤리프에 배치했다. 이들의 임무는 콸라이장기 포로수용소에서 일어난 폭동에서 북부동맹군의 장악능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병참기지로서 중요성이 더해 가는 이 지역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11월27일, 美 해병대는 탈레반군과 첫 교전을 했다. 美 해병 헬리콥터는 해군기와 협동으로 공항 근처에서 탈레반군의 수송대를 공격, 15대를 파괴했다. 같은 날, 수도 카불에는 무장한 러시아의 비상대책부 요원 200명이 등장했다. 1989년 소련군의 아프가니스탄 완전 철수 후 12년 만이다. 수송기로 바그람 공항에 도착한 이들은 카불 서쪽 바지락 바르칸 지역에 숙영지를 만들고, 주변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했다. 대형 트럭과 의료장비 등 인도적 물품을 가지고 온 이들의 표면적 임무는 인도적 구원활동이었다.
12월5일, 독일 본 근처 쾨닉스뷘터의 한 산장에서 탈레반 이후의 정부에 대해서 협상을 벌이던 아프간 정파들은 여러 민족이 권력을 분배하는 임시정부 수립안에 합의했다. 미국이 공습을 시작한 지 2개월, 이 나라의 4개 정파가 모여 협상을 시작한지 9일 만에 이루어진 역사적 합의였다.
아프가니스탄의 복잡한 민족구성과 대립되는 이해관계를 고려한다면 획기적인 성과가 아닐 수 없었다. 그 배경에는 미국과 UN의 강력한 압력이 있었고, 당사자들에게는 마지막 기회라는 절박한 인식이 있었다. 이 임시정부는 다국적 평화유지군의 도움 아래 12월22일부터 6개월 동안 수십 억 달러의 외국 원조를 받아 전쟁으로 폐허가 된 아프가니스탄을 재건하게 된다.
러시아가 지원하는 북부동맹, 로마에 있는 자히르 샤 前 국왕 세력(로마 그룹), 파키스탄이 지원하는 페샤와르 그룹, 이란이 지원하는 사이프러스 그룹 등 4개 정파는 임시정부 수반에 당초 자히르 샤 前 국왕 대신, 같은 파슈툰족 출신이면서 反 탈레반 전쟁에 직접 참여하고 있는 하미드 카르자이 前 외무차관을 추대했다. 이들은 임시행정부 역할을 할 30인 위원회를 구성하고, 각 업무별 위원을 정파별 세력분포에 맞춰 배분했다.
誤爆으로 첫 미군 戰死者
이 합의안에 의하면 내년 3월에는 자히르 샤 前王이 700명 가량이 참석할 부족 원로회의 로야 지르가를 소집해서 민주적 총선에 의한 새 정부를 구성할 때까지 18개월 간 존속될 과도정부를 수립하고, 헌법을 승인하도록 하며, 그 동안 치안 유지를 위해 다국적 평화유지군의 주둔을 받아들이기로 되어 있다. 이밖에도 임시 사법기관도 발족시켜, 이슬람 율법과 법의 지배 원칙에 따른 사법체계를 구축하며, 탈레반 병사와 테러 조직 알 카에다 조직원에 대한 처리는 재판에 따라 처벌하도록 했다.
합의서에 서명을 마친 각 정파 대표들은 악수를 하고 포옹했다. 그러나 이들은 비보를 듣고 놀랐다. 칸다하르 부근에서 이 날 아침 美 공군 폭격기가 잘못 투하한 폭탄으로 미군과 反탈레반군에 수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그 중에 임시정부 수반으로 임명된 카르자이가 포함되어 있다는 뉴스였다. 그러나 카르자이는 파편을 맞았을 뿐 가벼운 상처를 입었다는 사실이 확인되어 그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카르자이는 1980년대 舊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점령 당시 파키스탄의 퀘타를 근거지로 삼아 소련군과 싸워 게릴라전의 영웅으로 알려지고 있었다. 그는 1992년에 親蘇 정권이 붕괴하고 무자헤딘 정부가 들어서자, 라바니 前 대통령 밑에서 외무차관을 지냈다. 그는 1990년대 초까지는 탈레반을 적극 지지했지만, 1994년 말쯤부터 오사마 빈 라덴 등 아랍계와 파키스탄인들에 의해 지배되는 탈레반에 회의를 느끼기 시작했다.
미군의 폭격이 시작된 후 反탈레반 세력을 규합하다가 탈레반군에게 포위당하기도 했던 그는 11월초 북부동맹군이 카불을 점령하자, 파슈툰족을 이끌고 무장봉기를 일으켰다. 이날도 그는 칸다하르 북방 8㎞의 산악지대에서 미군 특수부대원들과 함께 오사마 빈 라덴이 숨어 있는 곳으로 믿어지는 동굴지역을 공격하고 있었다.
미군 특수부대의 요청으로 B-52 한 대가 날아와 폭탄을 투하했다. 그 중 하나가 목표를 빗나가 카르자이가 있던 곳에서 100m밖에 안 되는 곳에 떨어져 폭발했다. 미군 특수부대원 3명이 사망하고 20명이 부상했다.
카르자이군 병사도 5명이 사망하고 18명이 부상했다. 이들은 그 때까지 8주일 동안 계속된 아프가니스탄내 對테러전투에서 희생된 첫 미군 戰死者가 되었다.
마자르이샤리프의 콸라이장기 보루 포로 폭동 때 미국 CIA 요원이 한 명 희생되고, 5명의 미군이 부상한 일이 있었다. 이 밖에 헬리콥터나 트럭 사고 등으로 4명의 미군이 사망했고, 우즈베키스탄에서 美 산악사단 병사 한 명이 자살로 추정되는 사망사고가 있었다.
誤爆에 의한 友軍 살상은 정밀무기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現代戰에서 심각한 문제가 되어 있다. 무기체제 그 자체에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아무리 완벽한 시스템을 개발한다고 해도, 결국 그것을 운영하는 것은 실수를 피할 수 없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사고를 일으킨 폭탄은 무게가 1t 이나 되는 GBU-31 JDAM(합동직접공격탄)으로, 재래식 폭탄의 꼬리 부분에 GPS(지구위성 위치 시스템) 장치를 붙여 정밀유도를 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300만 달러짜리 無人정찰기, 40시간 체공
미국은 1999년, 코소보와 유고슬라비아에서 진행되었던 공습작전에서 처음으로 651발의 JDAM을 실전에 사용했다. 당시 명중률은 96%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이 작전중, 美 공군의 B-2 폭격기가 투하한 JDAM 한 개가 베오그라드에 있는 중국대사관에 떨어져 사상자가 발생했고, 외교문제로까지 발전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당시 사고는 CIA가 중국대사관 건물을 세르비아군의 기구로 오인했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판명되었다.
당시는 B-2 폭격기만이 이 폭탄을 운반할 수 있었지만, 이번 전쟁에서는 B-1, B-52는 물론 해군의 FA-18과 공군의 F-16도 장착할 수 있었다. 美 국방부는 이번 아프간공중작전에서 4000발 가량의 JDAM이 투하되었지만, 그 중에서 목표를 빗나간 것은 세 발뿐이었다고 주장했다.
걸프전쟁 기간 중 발생한 미군 전사자 146명 중 友軍의 포화로 사망한 사람은 35명이나 되었다. 그 중 11명은 友軍 항공기의 오폭, 24명은 탱크 등 지상포화로 사망했다. 이 전쟁의 교훈으로 미국은 오폭을 줄이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장비를 개발했지만, 큰 성과는 없었다. 1994년 4월 美 공군 F-15 전투기 두 대가 이라크 상공에서 美 육군 블랙호크 헬리콥터 두 대를 격추하여 15명의 미군을 포함한 26명 전원이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지난 3월에는 이번에 사고를 당한 美 육군 특수부대의 대원들이 쿠웨이트에서 훈련 도중 FA-18 전폭기가 투하한 폭탄으로 한 명이 사망하고 5명이 부상하는 사고가 있었다. 그러나 이런 결함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도 첨단무기가 대폭 도입되어 당초 불가능한 것처럼 보였던 탈레반을 항복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아프가니스탄 공습작전에 참가한 미군기들은 적의 對空 미사일이나 포화의 사정 밖에서 임무를 수행, 피해 제로 목표를 거의 달성했다. 민간인 피해도 폭격의 규모에 비해서는 훨씬 적었다. 그러나 공군력은 탈레반의 戰意를 꺾어 투항하도록 만드는 데 성공했지만, 정작 목표인 오사마 빈 라덴의 체포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공중작전 후반기에 들어가면서 공격할 수 있는 목표가 급격히 줄어들었기 때문에 출격했던 미군기들의 3분의 2는 가지고 갔던 폭탄을 투하하지 못하고 항공모함으로 돌아왔다.
이번 전쟁에서는 無人정찰기가 많이 활용되었다. 조종사의 손실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無人정찰기는 걸프전쟁과 유고슬라비아 작전에서도 사용되었지만, 본격적으로 사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40시간이나 공중에 머물 수 있는 대당 300만 달러짜리 프레디터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구름 속에서도 전장의 영상을 멀리 떨어진 사령부로 송신했고, AC-130 건십에도 연결되어 조종사가 이동하는 지상목표를 추적할 수 있게 해주었다.
62일 간의 전쟁
아프가니스탄의 새 임시정부 수반으로 임명된 하미드 카르자이와 탈레반 측 대표자는 이틀 동안의 협상 끝에 12월6일 투항조건에 합의했다. 탈레반 대변인인 압둘 자이프 前 駐파키스탄 대사는 『민간인 피해를 막고 아프간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투항을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1996년 이슬람근본주의를 내걸고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했던 탈레반 정부의 종말이었다.
탈레반은 그 지도부와 병사들을 사면하는 대신, 칸다하르 이외에도 그들이 장악하고 있던 힐만드성과 자불성도 포기하며, 무기도 버린다는 조건이었다. 그리고 물라 오마르는 카르자이에게 직접 항복하는 대신 탈레반과 우호적인 관계에 있는 파슈툰 군벌 물라 나퀴브 울라에게 권력을 넘겨주게 되어 있었다.
5000명 가량으로 추산되는 아랍출신 탈레반에 대한 문제도 합의를 보지 못했다. 그러자 미국은 물라 오마르는 재판 없이 사면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카르자이는 다음 날, 사면조건의 하나였던 테러포기 성명을 발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물라 오마르에 대한 사면은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그는 국제사회에서 고발을 하게 되면 물라 오마르는 재판을 받아야 한다고 선언했다.
이같은 혼란 속에서 12월7일 오전 2시부터 탈레반 병사들은 그들의 마지막 성지 칸다하르를 버리고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약속과는 달리 무기를 그대로 휴대한 채, 그들의 상징이 된 픽업 트럭을 타고 떼를 지어 시내를 빠져나간 부대도 많았다.
카르자이의 병사가 시내에 진입한 것은 오전 7시. 이들은 차량과 건물을 수색해서 남아있는 탈레반 병사를 찾아냈다. 이들은 탈레반의 백색기를 내리고, 초록-흑색-적색으로 된 옛날 아프간기를 달고, 로마에 망명중인 前王 모하메드 자히르 샤의 사진을 거리와 지사의 관저 벽에 붙였다.
12월6일 아침, 대세가 기울었다고 판단한 탈레반의 최고지도자 물라 오마르는 탈출하지 않고 남아 있던 수십 명의 측근을 불러모았다. 그는 그들에게 머물러 있든지, 투항하든지, 아니면 탈출하든지 각자가 결정하라고 말하고는 밖으로 나가 낡은 모터바이크를 타고 사라졌다고 이 모임에 참석했던 그의 한 측근이 말했다.
물라 오마르가 어디로 갔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가 무장한 경호원들과 함께 칸다하르 주변에 숨어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탈레반의 외무부에서 일을 했던 한 사람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날 자기가 직접 물라 오마르의 가족을 차 두 대에 태워 파키스탄의 접경 도시 차만으로 보냈다고 말했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그들이 퀘타로 갔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