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보다 큰 104조원의 公的資金
2001년에 정부가 쓸 수 있는 예산은 100조원인데 금융기관의 부실을 메우기 위하여 조성된 총 公的資金(공적자금)이 104조원이나 되니 배보다 배꼽이 커져버렸다.
이미 조성된 공적자금 64조원의 대부분은 대우그룹, 동아그룹 등 재벌기업에 대한 부실대출 때문에 일어난 금융기관의 부실자산을 인수하거나 부실화된 금융기관의 예금이나 豫受金(예수금:영업상 또는 영업 외의 목적으로 일시적으로 미리 받았다가 후일 현금으로 돌려줄 금액)을 대신 지급하기 위한 자금이다. 이제 국민들은 나라살림만 맡은 것이 아니라 부실기업과 부실 금융기관의 살림까지 떠맡아야 할 판이 되었다.
道德的(도덕적) 解弛(해이)를 따진다면 주주들과 이해 당사자의 문제인 금융기관이나 기업의 부실보다 財政(재정)의 부실이 더 심각한 문제다. 앞으로 다가올 적자를 생각하지도 않고 지출을 마구 늘리면 그 돈을 쓰는 정부가 아니라 다음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하고 내용도 모르는 다음 세대의 납세자들에게 부실을 떠넘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4조원이 상환되고 남은 100조원의 공적자금은 다음 정부의 예산운용에 큰 제약요소가 되며 일반 납세자에게는 자기의 잘못도 아니고 직접적인 혜택도 없었는데 재벌들과 금융기관 사람들의 잘못을 대신 책임져야 하니 분한 노릇이다.
그러나 이러한 심각한 문제가 은행과 기업의 부실에 가려 제대로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 과거 財政의 부실로 고생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것이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가를 현실로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2001년의 예산은 정부가 제출한 101조300억원에서 8054억원을 삭감하여 100조2246억원으로 조정되었다.
그러나 내용을 보면 삭감이 아니라 증액된 것이다. 삭감항목을 보면 일반 및 재해대책 예비비 9463억원, 국채 및 금융 구조조정 채권 이자 9175억원, 기타 정부의 출자·출연금 3500억원 등 총 2조6559억원을 삭감하였다.
증액항목을 보면 울산-포항고속도로 건설, 목포항·광양항 건설 등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에 3101억원, 농어가 부채 지원 등에 7303억원, 부산·음성 근로복지회관, 대구·목포 장애인복지관, 김제·제천 노인복지회관 건설 등 사회복지사업에 1008억원, 청도 소싸움장 조성, 광주비엔날레 지원 등 기타사업에 1093억원 등 총 1조2505억원이다.
단순히 삭감액과 증가액을 보면 8054억원이 삭감되었지만 삭감해도 삭감되지 않는 예비비와 국채·금융 구조조정 채권이자 1조8638억원을 감안하면 실제 삭감액은 7921억원에 불과하여 실질적으로 정부예산은 삭감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4584억원이 증액된 것이다.
예비비는 예산편성 당시 예상 못한 사정이 발생하면 쓰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不用(불용)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삭감은 아무 의미도 없고 특히 재해대책예비비는 국회가 눈비가 오지 못하게 하거나 태풍이 불지 않도록 할 수 있는 신통력을 갖기 전에는 장난에 지나지 않는다. 국채나 금융 구조조정 채권의 이자도 국회가 시장의 금리를 결정할 권한을 갖기 前에는 의미 없는 숫자놀음이다. 깎아도 깎이지 않는 것을 깎는 재주가 놀랍다.
의회정치에서 국민의 대표로 구성한 국회는 나라 살림에 쓰이는 세금을 최대한 줄이고 지출도 최대한 삭감하는 것이 원칙이고 예산편성 이후 사정 변경이 생겼을 때 예외적으로 증액시켜야 한다. 시장경제 체제에서 작은 정부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서도 정부가 편성한 예산을 증액시키는 것은 맞지 않다.
지난 연말 2001년 예산심의에서 앞으로 큰 부담이 될 40조원의 추가 공적자금에 동의하면서 우리의 選良(선량)들은 국민들이 낼 세금은 아랑곳없이 지역구 사업이나 따내려는 도덕적 해이를 보였으니 공적자금을 받은 금융기관들의 도덕적 해이를 어떻게 나무랄 수 있겠는가.
눈앞에 다가온 赤字財政 시대
앞으로 다가올 재정적자를 걱정하는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국가부채 규모는 IMF 사태가 일어난 1997년 말 IMF 기준으로 65조원이었는데 3년 사이에 배로 늘어나 지난해 말에는 126조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번에 조성될 공적자금 40조원을 합치면 정부보증채무는 120조원이 되고, 국민·공무원·군인·사립교원 연금 등 4대 연금과 의료보험의 적자에다가 최저생계비 보장 등 각종 사회복지 비용 지출이 늘어날 것을 감안하면 추가적인 지출요인은 몇백조가 될지 모른다.
1999년까지 19%대로 조세부담률을 유지해 왔으나 지난해부터 20%대로 올라갔고 앞으로 늘어나는 재정수요를 생각하면 조세부담률을 올려야 하는 실정이다.
오랫동안 흑자를 보여오던 우리나라의 통합재정수지는 IMF 사태 이후 1998년에 14조원, 1999년에 13조원의 적자로 돌아섰고 2000년은 18조원의 적자를 예상했으나 세입사정이 호전되어 적자규모가 대폭 축소되었지만 적자재정 시대는 우리 앞에 다가온 현실이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 자산관리공사가 이미 상환한 4조원을 빼고도 100조원의 공적자금은 정부로서는 정말로 힘겨운 부담이 될 것이다. 지난해 기존 공적자금 64조원에 대한 이자 지원규모가 5조9000억원이었다. 그러나 앞으로 만기가 도래하는 원금의 상환이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매년 100조원에 대한 9조원 전후의 이자부담만 하더라도 지금까지 지켜온 균형재정은 어려움에 직면할 것으로 예견된다.
한나라당의 李漢九(이한구) 의원이 지난해 4·13 총선 때 「국가부채 582조원」을 주장한 것이나 이번 2001년 예산계수조정 때 9조 삭감을 주장한 것은 멀리를 걱정하는 얘기로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내일은 걱정하지 않고 지역구 사업에 매달려 세출을 5000억원이나 증액시킨 이번 예산 계수조정은 아무래도 지나쳤다고 생각된다.
『더 베스트 피스컬 시스템 인 더 월드(The best fiscal system in the world)』
국제수지 적자가 오랫동안 지속되고 기업의 부채와 금융의 부실이 경쟁국들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높아도 우리 경제를 오늘까지 지탱해 온 바탕에는 튼튼한 재정의 뒷받침이 큰 역할을 해왔다. 재정도 적자로 들어서 국제수지 적자와 함께 쌍둥이 적자로 가게 되면 나라 경제를 운영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것이 예상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재정은 IMF 회원국뿐만 아니라 OECD 회원국들 중에서도 견실하고 모범적인 것으로 간주되어 왔고 , IMF는 회원국들에게 재정에 관하여 자문할 때 한국을 모델케이스로 권고하기도 하였다.
1962년부터 경제개발 계획이 추진된 이래 적자를 면치 못하던 우리의 재정이 균형재정으로 돌아선 결정적 계기는 1977년 부가가치세의 도입이었다.
1972년에 당시로서는 꿈만 같았던 「100억 달러 수출과 1000달러 소득」을 달성하기 위하여 중화학공업을 추진하고 「7·4 남북공동성명」에 따라 평화적인 조국통일을 위해 국론을 통일하고 자주국방의 기반을 이루기 위해 「10월維新(유신)」이 선포되었다. 「10월유신」 이후 인권문제를 시작으로 韓美關係(한미관계)는 악화되어 갔고 駐韓美軍撤收論(주한미군철수론)까지 등장하던 상황에서 중화학공업 추진뿐 아니라 독자적인 무기체계 개발을 위해서도 엄청난 재원조달이 필요했다.
당시의 조세제도로서는 세입을 늘이는데 한계에 왔다고 판단한 朴正熙 대통령이 선택한 길은 조세제도를 합리적으로 개편하고 탈세를 막아 세입을 증대시키는 것이었다. 이런 배경에서 1974년 綜合所得稅(종합소득세)가 도입되고 1977년에는 많은 논란 속에 附加價値稅(부가가치세)가 도입되었다.
인간이 고안해 낸 「最終(최종) 最善(최선)의 租稅(조세)」라고까지 평가받던 附加價値稅는 정책적인 면에서 수출에 가장 유리하고 산업에 중립적인 제도이면서 세입측면에서 부가가치세 자체로도 탈세가 어렵지만 소득세나 법인세 등 다른 조세의 탈세도 어렵게 하는 지렛대 역할을 함으로써 세입 증대에 가장 효율적인 제도였다. 정부는 3년에 걸친 IMF의 권고와 자문을 받은 후 많은 반대와 우여곡절 속에 1977년 7월1일부터 시행하게 된 것이다.
당시 만성적인 세입부족으로 국세청은 연말이 되면 세무서마다 금액을 할당하여 다음해의 세금을 당겨서 받는 「繰上徵收(조상징수)」가 연례행사였지만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1980년 후 몇 년간을 제외하고는 부가가치세가 도입된 이래 초과세입 때문에 걱정할 정도로 재정사정이 호전되었다.
2001년에도 國稅(국세)는 79조7000억원의 예산보다 11조7000억원이나 많은 91조4000억원이 걷힐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부가가치세는 내국세의 30%가 넘는 22조원이나 되어 1977년 이래 최대의 세목이 되고 있다.
IMF 사람들은 우리나라의 재정제도를 『더 베스트 피스컬 시스템 인 더 월드(The best fiscal system in the world)』라고 평가한 적이 있고 특히 한국의 부가가치세제를 가장 잘된 제도로 회원국들에게 모델로 권고하기도 하였다. 일본도 근년에 와서 우리나라의 부가가치세를 참고하여 우여곡절 끝에 부가가치세제를 실시하고 있다.
매맞고 매값 내는 株主들!
정부는 앞으로 재정규모 증가율을 경상성장률보다 낮은 수준에서 재정을 긴축적으로 운영하여 2003년부터는 균형재정을 달성하고 2004년부터는 국가채무를 상환할 수 있도록 재정의 건전화를 위하여 노력하겠다고 한다.
균형재정의 목표가 달성되려면 앞으로 밀려올 각종 年基金(연기금)과 의료보험의 적자에 대한 대책뿐만 아니라 공적자금이 제대로 회수되지 않을 때의 대책 그리고 예산 낭비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대책이 함께 필요하다.
연말만 되면 멀쩡한 보도블록을 갈고, 로비에 농구골대를 세워도 될 만한 호사스런 관청을 짓고, 통행량도 별로 없는 산골짜기에 2차선 도로에 4차선을 추가 건설하여 골짜기를 도로 천지로 만들어 환경의 파괴까지 일으키는 낭비를 두고는 적자를 면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나라 경제가 어렵다고 모두가 걱정하고 있는데 제천과 김제에 노인회관을 짓고 청도 소싸움장 건설과 광주비엔날레를 지원한다고 예산을 증액하는 것을 보면 나라 재정의 앞날을 걱정하는 모습이 아니다.
지난해 말에 한빛은행 서울은행 등 6개 은행에 대하여 공적자금을 투입하면서 9조3000억의 減資(감자)가 이루어졌다. 날려버린 정부 지분은 「장님 기름값 대기식」으로 납세자가 물어야 한다. 민간 주주들은 한술 더 떠 減資로 손해 봐서 억울한데 정부의 손해도 자신의 세금으로 또 물어야 하니 매맞고 매값 내는 신세가 되었다.
앞으로 공적자금의 회수가 여의치 않을 때 정부가 보조해야 할 9조원 전후의 이자만 생각해도 세금을 10% 정도 더 받거나, 세금을 더 받을 수 없으면 세출을 10% 정도를 깎아야 하는데 적어도 사회복지예산 8조원 정도를 날려야 하니 이게 그렇게 쉬운 일인가. 이것도 안 되면 다음 세대들의 세금을 담보로 국채를 발행하는 길밖에 없으니 쉽게 생각하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나라의 부실문제가 은행과 재벌의 부실에 가려져 있다. 어렵게 달성하고 유지해온 健全財政(건전재정)을 지키기 위하여 정부와 국회와 국민 모두의 심각한 고민이 필요하다. 예산당국자들과 국민의 選良들이 스스로 道德的 解弛를 고치지 않으니 국민이 나서서 감시를 해야 할 때가 되었다.●
2001년에 정부가 쓸 수 있는 예산은 100조원인데 금융기관의 부실을 메우기 위하여 조성된 총 公的資金(공적자금)이 104조원이나 되니 배보다 배꼽이 커져버렸다.
이미 조성된 공적자금 64조원의 대부분은 대우그룹, 동아그룹 등 재벌기업에 대한 부실대출 때문에 일어난 금융기관의 부실자산을 인수하거나 부실화된 금융기관의 예금이나 豫受金(예수금:영업상 또는 영업 외의 목적으로 일시적으로 미리 받았다가 후일 현금으로 돌려줄 금액)을 대신 지급하기 위한 자금이다. 이제 국민들은 나라살림만 맡은 것이 아니라 부실기업과 부실 금융기관의 살림까지 떠맡아야 할 판이 되었다.
道德的(도덕적) 解弛(해이)를 따진다면 주주들과 이해 당사자의 문제인 금융기관이나 기업의 부실보다 財政(재정)의 부실이 더 심각한 문제다. 앞으로 다가올 적자를 생각하지도 않고 지출을 마구 늘리면 그 돈을 쓰는 정부가 아니라 다음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하고 내용도 모르는 다음 세대의 납세자들에게 부실을 떠넘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4조원이 상환되고 남은 100조원의 공적자금은 다음 정부의 예산운용에 큰 제약요소가 되며 일반 납세자에게는 자기의 잘못도 아니고 직접적인 혜택도 없었는데 재벌들과 금융기관 사람들의 잘못을 대신 책임져야 하니 분한 노릇이다.
그러나 이러한 심각한 문제가 은행과 기업의 부실에 가려 제대로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 과거 財政의 부실로 고생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것이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가를 현실로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2001년의 예산은 정부가 제출한 101조300억원에서 8054억원을 삭감하여 100조2246억원으로 조정되었다.
그러나 내용을 보면 삭감이 아니라 증액된 것이다. 삭감항목을 보면 일반 및 재해대책 예비비 9463억원, 국채 및 금융 구조조정 채권 이자 9175억원, 기타 정부의 출자·출연금 3500억원 등 총 2조6559억원을 삭감하였다.
증액항목을 보면 울산-포항고속도로 건설, 목포항·광양항 건설 등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에 3101억원, 농어가 부채 지원 등에 7303억원, 부산·음성 근로복지회관, 대구·목포 장애인복지관, 김제·제천 노인복지회관 건설 등 사회복지사업에 1008억원, 청도 소싸움장 조성, 광주비엔날레 지원 등 기타사업에 1093억원 등 총 1조2505억원이다.
단순히 삭감액과 증가액을 보면 8054억원이 삭감되었지만 삭감해도 삭감되지 않는 예비비와 국채·금융 구조조정 채권이자 1조8638억원을 감안하면 실제 삭감액은 7921억원에 불과하여 실질적으로 정부예산은 삭감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4584억원이 증액된 것이다.
예비비는 예산편성 당시 예상 못한 사정이 발생하면 쓰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不用(불용)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삭감은 아무 의미도 없고 특히 재해대책예비비는 국회가 눈비가 오지 못하게 하거나 태풍이 불지 않도록 할 수 있는 신통력을 갖기 전에는 장난에 지나지 않는다. 국채나 금융 구조조정 채권의 이자도 국회가 시장의 금리를 결정할 권한을 갖기 前에는 의미 없는 숫자놀음이다. 깎아도 깎이지 않는 것을 깎는 재주가 놀랍다.
의회정치에서 국민의 대표로 구성한 국회는 나라 살림에 쓰이는 세금을 최대한 줄이고 지출도 최대한 삭감하는 것이 원칙이고 예산편성 이후 사정 변경이 생겼을 때 예외적으로 증액시켜야 한다. 시장경제 체제에서 작은 정부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서도 정부가 편성한 예산을 증액시키는 것은 맞지 않다.
지난 연말 2001년 예산심의에서 앞으로 큰 부담이 될 40조원의 추가 공적자금에 동의하면서 우리의 選良(선량)들은 국민들이 낼 세금은 아랑곳없이 지역구 사업이나 따내려는 도덕적 해이를 보였으니 공적자금을 받은 금융기관들의 도덕적 해이를 어떻게 나무랄 수 있겠는가.
눈앞에 다가온 赤字財政 시대
앞으로 다가올 재정적자를 걱정하는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국가부채 규모는 IMF 사태가 일어난 1997년 말 IMF 기준으로 65조원이었는데 3년 사이에 배로 늘어나 지난해 말에는 126조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번에 조성될 공적자금 40조원을 합치면 정부보증채무는 120조원이 되고, 국민·공무원·군인·사립교원 연금 등 4대 연금과 의료보험의 적자에다가 최저생계비 보장 등 각종 사회복지 비용 지출이 늘어날 것을 감안하면 추가적인 지출요인은 몇백조가 될지 모른다.
1999년까지 19%대로 조세부담률을 유지해 왔으나 지난해부터 20%대로 올라갔고 앞으로 늘어나는 재정수요를 생각하면 조세부담률을 올려야 하는 실정이다.
오랫동안 흑자를 보여오던 우리나라의 통합재정수지는 IMF 사태 이후 1998년에 14조원, 1999년에 13조원의 적자로 돌아섰고 2000년은 18조원의 적자를 예상했으나 세입사정이 호전되어 적자규모가 대폭 축소되었지만 적자재정 시대는 우리 앞에 다가온 현실이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 자산관리공사가 이미 상환한 4조원을 빼고도 100조원의 공적자금은 정부로서는 정말로 힘겨운 부담이 될 것이다. 지난해 기존 공적자금 64조원에 대한 이자 지원규모가 5조9000억원이었다. 그러나 앞으로 만기가 도래하는 원금의 상환이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매년 100조원에 대한 9조원 전후의 이자부담만 하더라도 지금까지 지켜온 균형재정은 어려움에 직면할 것으로 예견된다.
한나라당의 李漢九(이한구) 의원이 지난해 4·13 총선 때 「국가부채 582조원」을 주장한 것이나 이번 2001년 예산계수조정 때 9조 삭감을 주장한 것은 멀리를 걱정하는 얘기로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내일은 걱정하지 않고 지역구 사업에 매달려 세출을 5000억원이나 증액시킨 이번 예산 계수조정은 아무래도 지나쳤다고 생각된다.
『더 베스트 피스컬 시스템 인 더 월드(The best fiscal system in the world)』
국제수지 적자가 오랫동안 지속되고 기업의 부채와 금융의 부실이 경쟁국들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높아도 우리 경제를 오늘까지 지탱해 온 바탕에는 튼튼한 재정의 뒷받침이 큰 역할을 해왔다. 재정도 적자로 들어서 국제수지 적자와 함께 쌍둥이 적자로 가게 되면 나라 경제를 운영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것이 예상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재정은 IMF 회원국뿐만 아니라 OECD 회원국들 중에서도 견실하고 모범적인 것으로 간주되어 왔고 , IMF는 회원국들에게 재정에 관하여 자문할 때 한국을 모델케이스로 권고하기도 하였다.
1962년부터 경제개발 계획이 추진된 이래 적자를 면치 못하던 우리의 재정이 균형재정으로 돌아선 결정적 계기는 1977년 부가가치세의 도입이었다.
1972년에 당시로서는 꿈만 같았던 「100억 달러 수출과 1000달러 소득」을 달성하기 위하여 중화학공업을 추진하고 「7·4 남북공동성명」에 따라 평화적인 조국통일을 위해 국론을 통일하고 자주국방의 기반을 이루기 위해 「10월維新(유신)」이 선포되었다. 「10월유신」 이후 인권문제를 시작으로 韓美關係(한미관계)는 악화되어 갔고 駐韓美軍撤收論(주한미군철수론)까지 등장하던 상황에서 중화학공업 추진뿐 아니라 독자적인 무기체계 개발을 위해서도 엄청난 재원조달이 필요했다.
당시의 조세제도로서는 세입을 늘이는데 한계에 왔다고 판단한 朴正熙 대통령이 선택한 길은 조세제도를 합리적으로 개편하고 탈세를 막아 세입을 증대시키는 것이었다. 이런 배경에서 1974년 綜合所得稅(종합소득세)가 도입되고 1977년에는 많은 논란 속에 附加價値稅(부가가치세)가 도입되었다.
인간이 고안해 낸 「最終(최종) 最善(최선)의 租稅(조세)」라고까지 평가받던 附加價値稅는 정책적인 면에서 수출에 가장 유리하고 산업에 중립적인 제도이면서 세입측면에서 부가가치세 자체로도 탈세가 어렵지만 소득세나 법인세 등 다른 조세의 탈세도 어렵게 하는 지렛대 역할을 함으로써 세입 증대에 가장 효율적인 제도였다. 정부는 3년에 걸친 IMF의 권고와 자문을 받은 후 많은 반대와 우여곡절 속에 1977년 7월1일부터 시행하게 된 것이다.
당시 만성적인 세입부족으로 국세청은 연말이 되면 세무서마다 금액을 할당하여 다음해의 세금을 당겨서 받는 「繰上徵收(조상징수)」가 연례행사였지만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1980년 후 몇 년간을 제외하고는 부가가치세가 도입된 이래 초과세입 때문에 걱정할 정도로 재정사정이 호전되었다.
2001년에도 國稅(국세)는 79조7000억원의 예산보다 11조7000억원이나 많은 91조4000억원이 걷힐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부가가치세는 내국세의 30%가 넘는 22조원이나 되어 1977년 이래 최대의 세목이 되고 있다.
IMF 사람들은 우리나라의 재정제도를 『더 베스트 피스컬 시스템 인 더 월드(The best fiscal system in the world)』라고 평가한 적이 있고 특히 한국의 부가가치세제를 가장 잘된 제도로 회원국들에게 모델로 권고하기도 하였다. 일본도 근년에 와서 우리나라의 부가가치세를 참고하여 우여곡절 끝에 부가가치세제를 실시하고 있다.
매맞고 매값 내는 株主들!
정부는 앞으로 재정규모 증가율을 경상성장률보다 낮은 수준에서 재정을 긴축적으로 운영하여 2003년부터는 균형재정을 달성하고 2004년부터는 국가채무를 상환할 수 있도록 재정의 건전화를 위하여 노력하겠다고 한다.
균형재정의 목표가 달성되려면 앞으로 밀려올 각종 年基金(연기금)과 의료보험의 적자에 대한 대책뿐만 아니라 공적자금이 제대로 회수되지 않을 때의 대책 그리고 예산 낭비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대책이 함께 필요하다.
연말만 되면 멀쩡한 보도블록을 갈고, 로비에 농구골대를 세워도 될 만한 호사스런 관청을 짓고, 통행량도 별로 없는 산골짜기에 2차선 도로에 4차선을 추가 건설하여 골짜기를 도로 천지로 만들어 환경의 파괴까지 일으키는 낭비를 두고는 적자를 면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나라 경제가 어렵다고 모두가 걱정하고 있는데 제천과 김제에 노인회관을 짓고 청도 소싸움장 건설과 광주비엔날레를 지원한다고 예산을 증액하는 것을 보면 나라 재정의 앞날을 걱정하는 모습이 아니다.
지난해 말에 한빛은행 서울은행 등 6개 은행에 대하여 공적자금을 투입하면서 9조3000억의 減資(감자)가 이루어졌다. 날려버린 정부 지분은 「장님 기름값 대기식」으로 납세자가 물어야 한다. 민간 주주들은 한술 더 떠 減資로 손해 봐서 억울한데 정부의 손해도 자신의 세금으로 또 물어야 하니 매맞고 매값 내는 신세가 되었다.
앞으로 공적자금의 회수가 여의치 않을 때 정부가 보조해야 할 9조원 전후의 이자만 생각해도 세금을 10% 정도 더 받거나, 세금을 더 받을 수 없으면 세출을 10% 정도를 깎아야 하는데 적어도 사회복지예산 8조원 정도를 날려야 하니 이게 그렇게 쉬운 일인가. 이것도 안 되면 다음 세대들의 세금을 담보로 국채를 발행하는 길밖에 없으니 쉽게 생각하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나라의 부실문제가 은행과 재벌의 부실에 가려져 있다. 어렵게 달성하고 유지해온 健全財政(건전재정)을 지키기 위하여 정부와 국회와 국민 모두의 심각한 고민이 필요하다. 예산당국자들과 국민의 選良들이 스스로 道德的 解弛를 고치지 않으니 국민이 나서서 감시를 해야 할 때가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