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드라마 '설강화' 논란을 보며

간첩이 운동권 행세한다는 설정이 '민주화운동 가치 훼손"? 이승만-박정희-국군 명예 훼손한 드라마-영화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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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6월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운동권 학생으로 위장한 간첩과 여대생의 사랑을 다룬 JTBC드라마 '설강화'가 논란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민주화운동에 대한 잘못된 역사관을 심어줄 수 있다''민주화운동의 가치훼손' '역사왜곡' 등의 이유로 방영중단 청원이 들어가서 하룻만에 13만 여명이 호응했다고 한다. 이 드라마에 가구를 협찬했던 중소기업은 백배사죄하는 입장문까지 냈다.

'설강화'는 본 적도 없고 관심도 없다. 하지만  해방공간에서 공산주의자들을 '사회민주주의자'라고 호도하면서 남로당 이강국 등을 미화하면서 드라마 내내 인공기 펄럭이던 KBS드라마(서울1945), 국군과 인민군이 손을 잡고 미군을 격퇴하는 영화(웰컴투동막골), 주한미군이 한강에 방류한 화학물질 때문에 한강의 물고기가 괴물로 둔갑해 시민들을 해치는 영화(괴물), 한국측 수사요원은 꺼벙하게 북한측 요원은 멋지게 그리는 영화(공조)는 비판이 제기됐어도 그냥 방영, 상영됐다. 그밖에도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 국군과 경찰, 대공수사기관을 흉측하게 묘사하고, 빨치산, 공산주의자들을 미화하는 드라마, 영화가 하나 둘이 아니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다고 해서 유족들이 소송을 제기해도  그들의 호소는 외면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간첩이 운동권에 침투했다는 것도 아니고, 고작 간첩이 운동권 행세를 했다는 설정 가지고  '민주화운동에 대한 잘못된 역사관을 심어줄 수 있다''민주화운동의 가치훼손' '역사왜곡'운운하는 걸 보면 씁쓸하다. 도대체 역사왜곡금지법으로, 국민청원이라는 이름의 '떼의 힘'으로 겹겹이 보호해야 하는 '민주화운동의 가치'라는 것은 얼마나 초라한가?

1987년 그 6월을 생각해본다. 그때  민주화운동에 나섰던 것은 소수의 운동권 학생들만이 아니었다. 평소에는 도서관에서 공부만 열심히 하던 학생들도 나섰고, 을지로-종로 오피스빌딩에서 일하던 넥타이부대들도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군 지휘관들조차 시위진압을 위해 출동하는 것을 거부했다. 대한민국의 민주화는 그렇게 해서 이루어진 것이다. 그때 민주화운동에 참여하고, 민주화운동을 응원했던 이들이 꿈꾸었던 세상이, 이렇게 자기들 생각과 조금만 다르면 입부터 틀어 막는 세상이었을까?
청원인은 “해당 드라마는 OTT 서비스를 통해 세계 각국에서 시청할 수 있으며 다수 외국인에게 민주화운동에 대한 잘못된 역사관을 심어줄 수 있기에 더욱 방영을 강행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민주화운동의 가치를 훼손하는 드라마의 방영은 당연히 중지되어야 하며 한국문화의 영향력이 점차 커지고 있는 현 시점에서 방송계 역시 역사 왜곡의 심각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봤으면 한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런 식의 내부검열이야말로 모처럼 세계무대에서 나래를 펴기 시작한 드라마를 비롯한 한국 문화예술, 즉 한류(韓流)의 상상력을 옥죄고 후퇴하게 하는 시발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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