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를 내어 시골에 며칠 다녀왔습니다. 그 동안 우중충 하던 날씨가 개이고 모처럼 무더위 속에서 휴가를 보냈습니다.
비록 이 삼일 정도의 무더위였지만 숨이 막힐 정도로 더웠습니다.
한국의 무더위는 원래 유명합니다.
더위가 절정에 이르면 열흘에서 보름 간 열대야가 이어지고,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해 이리저리 뒤척이기도 합니다.
이런 우리나라의 여름 날씨에 비한다면 금년은 그야말로 여름 같지 않게 지나갔습니다. 7월 한 달과 8월 들어서도 계속 비가 왔기 때문에 무더위를 느낄 사이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제 기억으로는 1993년경 여름에 냉해가 찾아와 농작물에 피해를 준 이래 가장 덮지 않은 여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최근 10년 사이에는 비가 전국적으로 오는 것이 아니라 일부 지역에만 비가 몰아쳐 내립니다.
특히 올해 경우, 같은 서울인데도 강남은 비가 오고 강북은 비가 오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게 발생 했습니다.
작년에도 장마철에는 비가 한 방울도 오지 않더니 장마가 끝나자마자 호우가 내려 강원도 일대와 경북 김천 등지에 물난리가 났습니다.
재작년에는 임진강 유역이 물에 잠겼고, 그 전전해는 지리산 유역, 또 몇 년 전에는 경북 상주시가 물에 폭삭 잠기기도 했습니다.
1995년경에는 강원도와 경기도 일대의 수많은 군막사가 산사태에 매몰돼 많은 군인들이 사고를 당했습니다.
최근 이런 물난리는 예전의 태풍이나 장마철 때 생긴 물난리와는 확연히 구분됩니다.
당연히 일기예보가 잘 맞지 않습니다.
예전에 물난리만 났다하면 『남미 어디 앞바다에 기온이 예전 같지 않아 발생하는 「엘리뇨 현상」때문』이라고 말하던 것을 기억합니다.
당시 일기예보가 맞지 않는 날이면 친구들 사이에 『또 엘리뇨 핑계 되면 되겠네』하는 농담을 자주 했었습니다.
휴가 마지막 날, 서울로 돌아오기 전 모든 방송 뉴스가 서울 지방에 비가 많이 내렸다는 것을 톱뉴스로 내보내고 있었습니다.
7월과 8월 내내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비가 엄청나게 내렸으나, 서울의 방송뉴스는 거의 신경을 쓰지 않고 넘어 갔습니다.
일기예보 시간에 그나마 『오늘 남부지방에 비가 많이 왔다』는 식의 언급이라도 없었으면 비가 왔는지 오지 않았는조차 잘 몰랐을 겁니다.
이번에 서울에 비가 많이 오기 며칠 전에도 경북 북부 지방을 중심으로 논둑이 터질 정도로 비가 내렸습니다. 제가 집에 우연히 전화를 하지 않았다면 비가 왔는지 조차 몰랐을 겁니다.
서울에 비가 온 다음날 아침(25일), 모 방송국은 잠수교에 나가 있는 중계차를 부르며 어제 비가 얼마나 많이 왔는지 보여주느라 바빴습니다.
그 시간 서울을 벗어난 비구름이 남쪽으로 내려가 그 지방에 호우 주의보와 경보가 발령되었습니다. 그러나 서울의 방송은 비구름이 서울을 벗어난 것에만 관심이 있는 듯 보입니다.
이날 오후 거의 모든 중앙 일간지 신문 인터넷 판에는 맑게 갠 서울 하늘 사진이 올라 왔습니다.
서울에 비가 온 후에는 그 비구름이 남쪽으로 가든 동쪽으로 가든 「서울 하늘이 맑게 개었다」는 것이 주요 뉴스가 됩니다.
그 다음날(26일), 한 중앙 일간지 조간 신문에 맑게 갠 서울 하늘 사진이 실렸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