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28일 토요일 오후 6시 30분.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어느 한정식집.
남경필, 원희룡, 이성헌, 권오을, 김성식, 정태근, 고진화, 박종윤, 권영진 그리고 김부겸, 김영춘 등 한나라당 미래연대 소속 회원들이 자리를 같이 했다.
탈당파들은 탈당이유를, 대부분의 잔류 회원들은 마지막 설득 작업을 했다.
저녁 식사 자리였지만 술이 밥을 대신했다. 소주, 맥주 그리고 백세주. 술 병이 그들의 식탁을 대부분 차지하고 있었다.
-이 나라의 개혁을 위해, 그리고 한나라당의 개혁을 위해 우리는 맹세하지 않았나? 미래연대를 만든 이유가 바로 그것 아닌가? 그런데 왜 나가려고 하는가.
『한나라당에는 희망이 없다. 새로운 희망을 찾아서 나간다』
-희망이 뭔가.
『지금 한국정치는 지역정치에 묶여 있다. 지역주의로부터 자유로운 정치를 하고 싶다』
-지금은 때가 아니다. 한나라당도 이제 새 지도부가 탄생했으니 두고 보자. 그리고 개혁을 위해 여기서 같이 일을 더 해보자. 만약 그것이 안되면 내년 총선 이후에 같이 나가자. 지금 나가고자 하는 것은 盧武鉉 정권 이후 나타난 새로운 「권력」의 힘을 빌어 뭔가를 해보겠다는 것 아닌가. 결국 盧武鉉 정권과 같이 하겠다는 것 뿐이다.
『위험도 있다. 내년 총선에서 떨어질 각오도 돼 있다』
-그런 위험에도 불구하고 왜 십자가를 지려고 하는가. 한나라당도 개혁노선을 걷고자 하고 있다. 초기 같이 맹세했던 우리의 다짐을 위해 같이 노력하자.
『...』
이들은 식탁 위에 놓여진 술 잔을 하나 둘 비웠다. 일부 회원은 취기가 올랐다. 가슴 저 깊은 곳에서 꿈틀거리며 올라오는, 뭐라 표현할 수 없는 일종의 허탈감, 아쉬움 그리고 약간의 배신감이 들었다.
『이대로 탈당하면 우리는 무슨 명분으로 내년에 출마를 하겠는가. 남아 있는 사람들도 생각을 좀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만약 우리가 생각하는 것이 안된다면 내년 총선 이후 같이 떠나자』
김성식 서울 관악갑지구당 위원장은 눈물로 호소했다.
탈당을 결심한 김부겸 의원은 마지막까지 同志愛를 나타냈다.
『같이 나가자는 말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우리의 장래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함부로 같이 탈당하자고 감히 말할 수 없다. 여러분들은 남아서 잘 해달라』
미래연대 공동대표인 권영진 박사는 비장한 마음으로 이렇게 대답했다.
『이제 同志라는 말을 하지 마라. 희망이 없다고 떠나는 사람과 그래도 희망을 가지고 남아 있는 사람들이 무슨 同志인가. 나가려면 우리를 밟고 나가라. 신당은 잘 안된다. 나가는 것은 옳지 않다. 정당정치에서 중요한 것은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을 부수고 새로운 당을 만들겠다는 것은 정당정치를 파괴하는 것이다. 틀을 존중하고 내부에서 개혁을 이뤄내야 한다』
술자리는 밤 12시 넘어서 끝났다. 여섯 시간에 가까운 대화는 결국 서로의 입장만 재확인할 뿐이었다.
한나라당 미래연대는 이념적 동질성이 없다. 단순히 나이가 젊다는 이유 하나로 만들어진 모임이다. 그들은 한나라당 내부의 개혁을 위해 열심히 일하지 않았다. 논의만 있었을 뿐, 행동하지 않았다. 지난 대선 때는 당내의 비교적 젊은 세력들임에도 불구하고 변화와 개혁을 바라는 사회의 큰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 李會昌 후보가 당연히 당선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李會昌 대세론에 편승, 현실에 안주한 이들이 많았다.
결국 탈당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권영진 공동대표는 이 같은 상황에 대해 『할 말이 없다』고 했다.
『탈당하시는 분들은 나름대로 개혁을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그런데 현실은 그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솔직히 그들을 잡을 명분이 없는 게 사실이다.
이제 남아 있는 사람들은 자기반성을 깊이 해야 한다. 우리는 개혁의 흐름에 대해 둔감했다. 당의 개혁을 요구하기 전에 우리 스스로 개혁해야 한다. 다행히 그런 개혁의 변화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환골탈태를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할 것이다』
崔秉烈 체제가 들어선 후 7월1일 한나라당은 사무총장, 대변인, 대표비서실장 등 각종 위원회 위원장 등에 대한 인선을 단행했다. 수도권 중심의 30~40대 초ㆍ재선 의원이 전면 배치됐다. 박진ㆍ김영선(이상 대변인), 오세훈(청년위원장), 원희룡(기획위원장), 심재철(대외협력위원장), 김성식(제2정조위원장) 등이 그들이다.
젊은 사람들을 내세웠다고해서 과연 개혁이 될 지는 미지수다.
자기희생 없이는 내년 총선 이후 탈당파는 훨씬 많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