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개, 독수리, 부엉이, 소쩍새

  • 이상흔 월간조선 기자 hanal@chosun.com
  • 업데이트 2003-06-30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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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사이 시골에 가면 생태계에 많은 변화가 생긴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사람이 없는 한적한 논둑 길을 걷노라면 사라 졌던 메뚜기, 개구리가 눈에 제법 많이 보입니다.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한번 사라진 솔개, 독수리, 부엉이, 소쩍새 같은 먹이사슬의 꼭대기에 있었던 날짐승들은 좀처럼 다시 나타나지 않습니다. 메뚜기와 잠자리 같은 곤충이 많아지면 개구리나 들쥐가 많아지고, 다시 개구리나 들쥐를 잡아 먹는 뱀이나 족제비들이 증가합니다. 뱀, 들쥐, 족제비가 늘어나면 부엉이, 소쩍새, 독수리가 나와야 자연의 이치에 맞는데 유독 이들 날짐승만은 한 마리도 보이지 않습니다. 1980년대 중반까지 메뚜기와 개구리가 지천으로 널려 있었습니다. 어릴 때 나지막한 야산이나 논둑 길을 걸으면 메뚜기 떼가 좌우로 파도 치듯이 날아 다녔습니다. 풀무치는 「푸르르」하고 날았기 때문에 「푸랭이」, 방아깨비 수놈은 「때때때」하고 날았기 때문에 「때때미」, 눈이 없고 맛없게 생긴 놈은 「문둥이 메뚜기」라고 불렀습니다. 개구리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도랑이 있는 둑길을 걸어 갈 때 미쳐 방향을 잡지 못한 개구리들이 발 뒤축에 와서 부딪히곤 했습니다. 흰색계통 개구리는 백개구리, 청색계통 개구리는 청개구리, 손바닥 만큼 커서 두 손으로 잡을 만큼 힘이 센 개구리는 떡개구리, 풀잎이나 나무에 착 달라 붙는 개구리는 철봉개구리(흔히 청개구리라고 하는 이놈은 먹으면 큰 일 남), 연못에 살면서 등이 우둘투둘 징그러운 놈은 오똘(옻)개구리, 배때기가 알록달록 한 놈은 무당개구리라고 불렀습니다. 모내기를 하기 위해 물을 대 놓은 논은 올챙이로 논 바닥이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습니다. 이렇게 메뚜기 개구리가 많으니 그 위에 포식자들은 먹이 걱정을 하지 않고 번식을 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 많던 메뚜기와 개구리가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1980년 중반 무렵으로 기억합니다. 농약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이 논 저 논에서 울어대던 뜸부기 소리를 마지막으로 들은 것이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 입니다. 봄에 하늘 높이 솟구쳤다 땅으로 떨어지며 운치 있게 노래하던 노고지리(종다리)를 마지막 본 것은 초등학교 때입니다. 참새만큼이나 흔하던 이 놈은 당시만해도 생태계가 그렇게 나쁘지 않을 때였는데 왜 사라 졌는지 모르겠습니다. 노고지리의 서식환경에 어떤 변화가 온 것 같습니다. 여름 밤 하늘을 수 놓던 반딧불도 사라 졌습니다. 한 여름 신작로에서 사람이 지나가면 포르르 날아서 몇 미터 앞에 앉고, 또 다가가면 다시 도망가던 길앞잡이란 곤충도 사라졌습니다. 사슴 뿔처럼 생긴 긴 뿔을 가진 풍뎅이(장수풍뎅이)도 사라 졌습니다. 미루나무 잎에 붙어서 살면서 보통 무당벌레의 다섯 배쯤 큰 대형무당벌레도 사라 졌습니다. 머리를 몇바퀴 돌린 후, 다리를 한 마디씩 잘라 뒤집어 놓으면 춤추는 사람 흉내를 곧 잘 내던 황금색 풍뎅이도 사라졌습니다. 쇠똥에서 살던 쇠똥구리, 참나무 구멍 속에 살던 참나무 집게(사슴벌레), 뽕나무에 붙어 살던 뽕나무 집게(장수 하늘소), 봄이되면 제일 먼저 하늘 거리던 배추흰나비, 물위(물속이었던가)에서 맴을 그리며 돌던 물매아미도 다 사라졌습니다. 옛날 사극의 밤중 장면에는 단골 소리로 등장했던 주인공인 소쩍새도 없어 졌습니다. 밤에 「쪽쪽쪽」하고 울어 사람을 놀라게 하던 족제비도 없어졌습니다. 솔개, 독수리, 부엉이, 소쩍새는 개구리 메뚜기가 지천으로 널려 있었을 때 우리의 하늘을 날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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