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과 시청 일대에 광장을 만든다는데...

  • 이상흔 월간조선 기자 hanal@chosun.com
  • 업데이트 2004-02-27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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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일 전 서울시는 광화문 세종로 남대문 일대를 걷고 싶은 도로로 만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경복궁 광화문부터 남대문까지 녹지대를 조성하여 쾌적하고 걸을 수 있는 거리를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그 중에 가장 눈에 뛰는 것이 도로 복판에 덩그라니 떨어져 있는 남대문을 걸어서 접근 할 수 있게 한 것입니다. 이런 것을 보면서 이명박 시장의 추진력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금 광화문 네거리에서 경복궁을 한번 가려면 동십자각 쪽으로 난 지하도를 건너거나, 서십자각 방향으로 한참을 빙 돌아서 가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경복궁 옆구리를 타고 고양이처럼 들어가서 관람을 하게 됩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경복궁은 정문인 광화문에서 접근을 해야 그 위엄이 잘 나타난다고 합니다. 지금처럼 경복궁 허리쪽으로 들어가서는 궁궐의 진면목을 제대로 볼 수 없다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또한 궁궐 안까지 관광버스를 타고 들어가는 현실이 얼마나 독재적이고 편의적인 발상인가를 알아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서울시의 계획을 보면 광화문 바로 앞에 소규모 광장을 두겠다고 합니다. 이런 광장이 생기면 어쨌거나 지금보다는 경복궁을 정면에서 제대로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기게 될 것입니다. 경복궁은 서울의 얼굴이자 나라의 얼굴입니다. 자국의 얼굴을 이렇게 누더기처럼 방치한 채 푸대접하는 나라가 또 있을까요. 광화문을 포함한 경복궁 주변의 도시 계획은 오로지 「경복궁을 돋보이게 한다」는 한가지 원칙 하에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이 원칙을 무시하거나 배제한 한 그 어떤 도시 계획도 결국은 도시계획을 다시 손질하게 만들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100년이나 200년 있다가 망할 나라가 아닙니다. 우리민족이 존재하는 한 우리나라는 영원히 존재할 것입니다. 바꾸어 말하면 우리나라가 존재하는 한 경복궁은 나라의 얼굴로 영원할 것이란 이야기 입니다. 이왕 복원을 시작한 일이라면 아무리 돈이 많이 들어도 100여 전의 아름답고 위엄있는 경복궁으로 되돌리겠다는 각오를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는 것입니다. 저는 경복궁 하나도 제대로 꾸밀 생각을 하지 않고 나라의 상징이 없다고 이야기를 하는 것을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중국의 자금성이 위용만 웅장하다고 중국을 대표하는 상징물이 된 것은 아닐 겁니다. 중국의 천안문이나 자금성, 이집트의 피라미드, 체코의 프라하 성 등 한나라를 대표하는 기념비적인 건물을 보면 갖출 것을 갖춘 후에야 그 위용을 나타낸 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의 경복궁처럼 자금성이 만약 원래 전각의 100분의 1 정도를 잃어버리고, 고층빌딩이 궁궐 안에 우뚝 우뚝하다면 그 누구도 자금성을 중국의 상징으로 생각하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현 정부종합청사와 문화관광부 자리는 100년 후가 되든, 200년 후가 되든 간에 경복궁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공간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광화문에서 세종문화회관 앞 까지 광장(혹은 숲이 있는 공간)을 만들고, 현재 광화문 앞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넓은 자동차 도로는 광장 지하로 내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왕 도시의 얼굴을 바꾸려고 하는데 왜 광화문 앞에서 세종문화 회관까지 전체를 광장으로 만든다는 각오를 하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광화문 앞에 현재의 경운궁(덕수궁)의 대한문처럼 코딱지 만한 공간을 둔다는 것이 서울시의 계획인 듯 한데 그래봐야 경복궁이 경복궁다워질 수 있을 지 의문이 듭니다. 다행히 세종문화회관까지의 땅 대부분이 정부 소유라 광화문 앞에 이런 광장을 만드는 데 100년까지 기다릴 것도 없을 것이란 희망이 생깁니다. 결국 우리의 마음먹기에 달린 것 아닐까요. 우리는 몇 백년 되지 않는 유럽의 고색창연한 도시를 부러워만 하고, 그 보다 더 역사가 깊은 우리의 도시에서는 역사를 만들려고 노력을 하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서울은 나라의 얼굴인 경복궁을 중심으로 틀이 잡혀야 아름답습니다. 그런데 현재 서울시가 발표하는 각종 계획을 보면 자꾸만 서울의 중심을 시청쪽으로 맞추려 한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시청 앞을 광장으로 만들고, 바닥에는 조명을 깔고, 소공원과 각종 문화의 공간으로 조성하겠다는 것 등입니다. 시청과 광화문 앞 두 곳이 공원과 광장이 된다면야 좋겠지만, 시청 앞에 광장이 먼저 조성되면 광화문 앞 광장 조성은 물 건너갈 공산이 커 집니다. 내심 시청 앞 광장 조성을 반기면서도 우려하는 이유가 이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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