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選후 다시 찾은 李弘圭옹의 자택

  • 오동룡 월간조선 기자 gomsi@chosun.com
  • 업데이트 2003-09-17  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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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選후 다시 찾은 李弘圭옹의 자택 지난 9월16일 기자는 知人과 함께 서울 종로구 명륜동 2가 75번지에 있는 李弘圭(이홍규)옹 자택을 찾았습니다. 李옹은 한나라당 李會昌(이회창) 前 총재의 부친으로 작년 10월31일 향년 97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법조계에서는 剛直(강직)한 그를 「대쪽 검사」 또는 「척결 검사」라고 불렀지요. 기자는 李옹이 세상을 뜨기 6개월전인 작년 5월2일 李弘圭옹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아마 李옹이 만난 최후의 기자인 셈이지요. 李옹이 작고한 뒤 지금은 李 전 총재의 모친인 金四純(김사순ㆍ92) 여사가 홀로 집을 지키고 있습니다. 성균관大 앞에서 청과물상 젊은이에게 『李弘圭옹 댁을 아느냐』고 물었더니 『길 건너 골목 두번째 집』이라고 하더군요. 그는 선거철인 작년 연말과는 달리 요즘 李옹댁을 찾는 이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했습니다. 배 한 상자를 포장해 젊은이를 앞세우고 대문 초인종을 누르니 일하는 아주머니가 얼른 나와 문을 열어주었습니다. 오후 햇살이 한가로이 마당에 내려와 앉았고, 바둑이가 입구에서 영문을 모른 채 꼬리를 흔들었습니다. 百壽(백수)를 바라보는 나이였지만, 李옹은 작년 봄까지 건강하기가 청년 못지 않아 철봉뿐 아니라, 팔굽혀 펴기를 100번씩 할 정도로 건강했었다고 합니다. 李옹의 운동기구인 철봉이 주인을 잃은 채 마당 한쪽에 덩그러니 서 있더군요. 마루 한켠에는 「仲秋佳節 한나라당 대변인 朴振」이라고 쓴 洋蘭(양란) 화분이 놓여있었습니다. 작년에 이곳을 찾았을 때, 입구에서 기자를 반겨주던 金四純 여사는 남편 李弘圭옹이 누웠던 침대에서 누운 채 방문객을 맞았습니다. 지난번 침대에서 차가운 손을 내밀었던 李옹은 어느새 벽면 액자에서 일행에게 미소짓고 있었습니다. 日帝시대에 지어진 허름한 한옥집에 낡은 가구들은 집주인의 「淸貧(청빈)」을 無言으로 보여주고 있는 듯했습니다. 金四純 여사의 건강은 일 년전과는 달리 病色(병색)이 완연했습니다. 정감있는 낮은 목소리로 자갈자갈 이야기하던 金여사는 그저 웃기만 할 뿐이었습니다. 수발을 들고 있는 아주머니는 『李會昌 前 총재가 오는 10월31일 忌日(기일)에 맞춰 귀국할 것 같다』고 했습니다. 李 前 총재는 大選에서 패배한 뒤 정계은퇴 선언을 하고 지난 2월부터 미국 스탠퍼드大 후버연구소에서 국제정치 및 한반도 관련 연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李 前 총재는 1년간의 연구활동을 채우고 내년 2월 비자만료 기한에 맞춰 귀국할 것으로 예상해왔으나, 모친의 병세가 좋지 않아지자 조기 귀국을 서두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추측됩니다. 金四純 여사는 저와 동행한 知人의 손을 잡고 어렵게 입을 열었습니다. 『검사님이(李弘圭옹) 집에 오셨길래 너무도 반가워 그간 어떻게 지내셨냐, ㅇㅇㅇ님의 이야기도 하고 가족들 이야기도 하다보니 잠에서 깨었어요. 꿈인 것을 알고는 너무나 허무하고 안타까웠어요』 저와 동행한 知人은 비상시 호출용 초인종을 선물로 내놓았습니다. 金여사가 위급할 때 초인종을 누르면 수발을 드는 아주머니에게 신호벨이 울려 즉시 달려오도록 한 장치입니다. 노인들에게는 정말 필요한 물건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인사를 하고 집을 나서자 金四純 여사가 불편한 몸을 이끌고 입구까지 나와 손을 잡아주었습니다. 知人이 제게 말했습니다. 『李會昌 총재는 대통령이 됐더라도 자기 집을 번듯하게 고치지는 않을 사람이었어!』 기자도 그말에 동감하며 대문을 나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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