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대통령 그리고 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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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을 반대하는 집회가 광화문 네거리에서 연일 열리고 있습니다. 여론조사에서는 조사대상자의 70%정도가 탄핵을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탄핵역풍을 맞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일부 의원들은 탄핵철회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탄핵 찬ㆍ반 집회가 선거운동 효과를 낳는 측면도 있습니다. 정혜신 정신과 전문의는 한겨레신문 홈페이지에 「당신들은 미쳤다」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정씨는 『국민의 의사와 상관없이 자기들 이익에 따라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탄핵한 사실에 분노하는 것』이라면서 『야당과 수구언론은 그들 전체를 친노그룹으로 매도하거나 특정 정당 총선전략의 일환으로 몰아붙인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윤평중 한신대 교수는 조선일보 칼럼에서 탄핵반대 여론이 盧武鉉 대통령의 책임까지 면제받는 非이상적인 현상을 꼬집었습니다. 유석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동아일보 칼럼에서 現 정부를 『털끝만큼도 사회통합을 고려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없는 정권』이라면서도 한나라당과 민주당 내에서 일고 있는 탄핵철회론에 대해 『탄핵이라는 「장난」을 저지른 의원들에게는 인격살인을 당해 물로 뛰어들 수밖에 없었던 한 기업인의 마지막 자존심마저도 찾아 볼 수 없는가』라며 비판했습니다. 아래에 정혜신, 윤평중, 유석춘씨가 쓴 글을 순서대로 올렸습니다. 한번 精讀(정독)해보시죠. 1. 정혜신 정신과 전문의 「당신들은 미쳤다」 의회 쿠데타라고까지 표현되는 야3당의 대통령 탄핵안 가결을 보면서 한 시인은 ‘나는 총을 들고 싶었다’고 절규한다. 그의 목소리는 바늘처럼 가슴을 찌른다. 하지만 부당한 탄핵에 대한 국민들의 정당한 분노를 친노그룹의 과격한 정치행동으로 규정하는 수구언론의 작태는 여전하다. 지난 토요일 한 조간신문 데스크 칼럼의 제목은 ‘이제 다들 제자리에 앉자’였다. 탄핵안이 가결된 전날의 여의도 거리가 친노·반노 단체들의 격렬한 집회로 갈렸다며 ‘나라의 두 동강 현상’을 걱정한다. 아직 이 어처구니없고 끔찍한 의회 폭거에 대한 최소한의 분노의 감정조차 표출하지 못했는데, 그럴 시간조차 없었는데 이제 그만 흥분을 가라앉히고 다들 제자리에 앉으란다. 그 칼럼이 게재된 주말 저녁 이후 광화문에는 10만명이 넘는 인파가 모여 탄핵 가결을 규탄하는 촛불시위를 벌였다. 수구언론들은 이제 다들 제자리에 앉아야 할 시점이라고 계몽하지만 국민들은 이제야말로 다들 앉은 자리에서 떨쳐 일어날 때라고 믿는다는 한 증거다. 촛불시위에 나선 이들은 야당이 ‘대통령 노무현’을 탄핵해서 거리로 나선 것이 아니라 국민의 의사와 상관없이 자기들 이익에 따라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탄핵한 사실에 분노하는 것이다. 야당과 수구언론은 그들 전체를 친노그룹으로 매도하거나 특정 정당 총선전략의 일환으로 몰아붙인다. 작금의 사태는 국민들이 탄핵 사유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서 일어나는 현상이므로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는 거대 야당 대표의 훈시가 나오는 지경이니 그런 발상이 당연하다. 거의 모든 여론 조사 결과 국민의 70% 이상은 이번 탄핵안 가결이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탄핵안 발의 움직임이 있을 때부터 국민의 대다수는 노 대통령의 사과는 필요하지만 탄핵에는 반대한다고 말해왔다. 경호권까지 발동하며 탄핵안을 성공적으로 가결시킨 국회의장은 ‘어떠한 경우에라도 다수결이라는 의회민주주의 기본이 훼손되어서는 안된다’고 말하지만 야 3당은 자기들 이익을 국민의 뜻이라고 우겨대면서 193명의 힘으로 대다수 국민의 의사를 짓밟았다. 일부 언론은 탄핵안이 가결되던 의사당의 풍경을 전하며 늘 하던 대로 ‘표결강행과 육탄저지의 난장판 국회’라고 싸잡아 매도했지만 절대 그렇게 말해서는 안된다. 개처럼 끌려 나가는 의원들을 보며 가슴이 터질 듯한 분노를 느낀 국민이 절대다수였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 어떻게 그리 말하는가. 오히려 그런 상황에서 득의만만하고 들뜬 표정으로 서 있던 야 3당 의원들의 모습을 보며 나는 의사당 앞에서 ‘국회는 미쳤다’고 쓰인 피켓을 들고 항의하던 사람들의 모습을 떠올렸다. 살다 보면 멀쩡하던 사람이 정신착란 같은 정신병적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정신병은 현실을 판단하고 평가하는 능력인 ‘현실 검증력’에 손상이 온 경우를 말하는데 이것이 정상인과 정신질환자의 변별 포인트다. 그런 상태가 되면 용납할 수 없는 자기 내부의 문제를 외부 환경에서 그 원인을 찾는 ‘투사’라는 병적 심리기제가 작동하기 시작하며 그것은 피해망상이나 과대망상 등의 형태로 발현된다. 현실 검증력이 손상되는 구체적 계기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모든 경우를 관통하는 근본 축은 ‘자아소멸의 심각한 내적 위협을 느낄 때’이다. 내가 부서져버릴 것 같은 느낌, 내가 사라져 버릴 것 같은 극단적인 존재감의 위협이 현실 검증력을 교란시켜 정신병적 상태를 유발한다는 것이다. 야 3당의 탄핵안 가결은 그런 자폐적 구도에서 발생한 착란증세처럼 보인다. 정치적 자기와 본래의 자기를 지나치게 동일시해 온 사람들이 심각한 직업적 위협을 받게 되자 내가 소멸해 버릴 것 같은 극단적 위기감에 정상범주를 벗어난 행동을 보인 듯하다는 말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렇게 끔찍하고 비상식적인 짓을 이해할 길이 없다. 탄핵안을 가결시킨 193명의 의원들이여, 당신들은 미쳤다. 정신과 의사로선 좀 성급한 발언이지만 공화국의 한 시민으로서 이 비현실적인 현실 앞에서 나는 그렇게밖에 달리 말할 도리가 없다. 2.윤평중 한신대 교수(철학) 여론과 법리를 거스른 거야(巨野)연합의 무리수는 패착에 가까운 것이었다. 탄핵안 가결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그것을 입증한다. 갈수록 불리해지고 있던 정치판을 일거에 뒤집으려 했던 정략이 최대 악수로 귀결되고 만 것이다. 그 결과 조성된 탄핵정국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침몰의 위기를 맞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위기는 스스로 자초한 것이다. 한 달도 남지 않은 총선은 야당의 책임을 묻는 계기가 될 수밖에 없으며, 이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여기서 우리는 직업정치인의 막중한 임무를 다시 묻게 된다. 사회학자 베버는 ‘열정, 균형감각, 그리고 책임윤리’를 프로 정치인의 필수적 자질로 꼽았다. 이 중 가장 중요한 책임윤리는 행위의 예견가능한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을 뜻하며, 선한 의도만을 중시하는 주관적 도덕성과는 다른 차원에 위치한다. 정치인에게 책임윤리가 중요한 이유는 정치가 국가의 안녕과 국민의 생명을 좌우한다는 엄중한 사태 때문이다. 나아가 선이 반드시 선을 낳거나 악이 악을 초래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일 수도 있다는 비극적 역설(逆說)이 정치에 고유한 책임윤리의 지평을 한층 무겁게 하는 것이다. 다수의 민의와 법적 상식에 배치되는 탄핵을 강행함으로써 국정을 혼란하게 만든 거야(巨野)는 헌법재판소 판결 이전에 이미 정치적 책임윤리라는 역사의 재판관에 의해 파산(破産)에 가까운 선고를 받았다. 그렇다면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은 어떤가? 거두절미해서 나는 정치적 책임윤리라는 잣대로 판단할 때 오늘의 총체적 위기상황에 대해 노 대통령이 야당 못지않은 책임을 져야 된다고 본다. 한국 민주주의를 굳건한 반석 위에 올리고 선진국으로의 진입을 예비해야 할 참여정부의 책무가 노 대통령의 리더십 부재와 거듭된 실정에 의해 배반당해 왔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논리가 케케묵은 양비론이 아닌가라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책임의 소재와 경중을 확실히 밝히는 입체적 양비론은 오히려 문제의 핵심을 정확히 짚을 수 있다. 약체로 출발한 참여정부가 그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통합과 상생(相生)의 정치를 폈어야만 했다. 그러나 취임 이래 대통령은 줄곧 뺄셈의 정치 행태를 보여왔다. 원칙을 지킨다는 명분 아래 스스로를 소수로 고립시켜 온 것이다. 이는 시민들을 자발적으로 모아내고 유기적으로 결합시켜 새로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한다는 정치적 리더십의 원리에 반한다. 지난 1년간 우리 사회를 멍들게 한 각종 국정현안들의 표류와 정치적 불안정성의 심화가 그 대가였으며, 탄핵사태가 그 정점에 놓인다. 대통령이 그토록 중시한 원칙이라는 것도 ‘10분의 1’이나 ‘티코자동차’의 비유가 예증하듯 자신은 깨끗하며 선한 의도를 갖고 있으니 믿어달라는 주관적 호소에 지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여기서 우리는 노 대통령이 국리민복이라는 정치적 책임윤리의 지평보다 개인적 도덕성에 더 집착하는 것을 본다. 탄핵이라는 파국을 막기는커녕 오히려 기름을 부었던 대통령 기자회견에서의 변명이나, 한국이라는 정치공동체 전체의 명운(命運)을 담보로 한 재신임 언명 같은 대통령의 정치적 도박은 그 압축판이다. 대통령 탄핵은 잘못된 것이다. 그러나 탄핵사태에 대한 분노가 정치인 노무현이 노정(露呈)하는 책임윤리의 부재에 대한 면죄부로 이어지는 상황은 비정상적이다. 궁극적으로 정치는 치세의 결과에 의해서 판단되기 때문이다. 3. 유석춘 연세대 교수(사회학) 탄핵이 무언가. 최고권력자에게 “당신 이제 그만해”라고 하는 일이다. 이게 어디 아이들 장난인가. 그러한 거사를 결정하기까지엔 엄청난 고뇌와 계산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런 과정을 거쳐 막상 일이 추진되었다면 당연히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탄핵정국을 지켜보는 국민의 시선이 엄중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노무현 정부의 집권 1년을 평가해 앞으로도 계속 나라가 이 상태로 가면 ‘도저히 대한민국이 유지될 수 없다’는 판단을 할 수 있다. 법을 수호해야 할 대통령이 법을 지키지 않으니 어쩔 수 없이 최후의 카드인 탄핵을 꺼내 들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정상적인 국민이면 그렇기 때문에 두 야당이 힘을 합쳐 탄핵을 발의했고 또 통과시켰다고 이해한다. 그런데 이제 와서 국민의 지배적 여론이 ‘탄핵은 너무했다’인 것으로 밝혀지자 이를 추진하는 데 참여했던 일부 의원이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며 탄핵을 철회하기 위한 명분을 쌓고 있기 때문이다. ‘새 대표가 선출되면 청와대와 협상해 탄핵안을 철회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는 말이 떠돈다. 그러나 냉정히 생각해 보라. 이게 도대체 말이 되는 이야긴가. 탄핵을 추진하면 모든 국민이 쌍수를 들고 환영하고 또한 탄핵의 대상이 된 권력이 가만히 앉아 “네, 알았습니다”라고 할 줄 알았던가. 탄핵은 법 절차를 따르기는 하지만 정치적으로는 전쟁을 하는 일이다. 이를 논두렁의 지렁이 밟듯 아무런 뒷감당 없이 치를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가. 만약 그랬다면 야당은 뇌가 없는 아메바와 같은 집단일 뿐이다. 생각해 보라. 1년 전 대선에서 나타났던 갈등구도가 지금 조금이라도 완화됐다고 판단할 근거가 있는가. ‘시민혁명’을 주문하고 ‘지배세력의 교체’를 구상하던 정권 아니었나. 특정 신문, 특정 집단을 끝까지 포위해 박멸의 대상으로 삼고자 한 정권이 아니던가. 털끝만큼도 사회통합을 고려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없는 정권이었다. 바로 그런 모습 때문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결국 탄핵이라는 마지막 수단을 동원한 것 아닌가. 홍위병 논란을 거듭해 온 시민단체와 이를 부추긴 방송, 그리고 일부 신문이 이를 보고 “잘했습니다”라고 환영하며 촛불 들고 거리로 나올 줄 믿었던가. 정당한 법 절차에 대한 권력의 물밑 저항은 물론 홍위병의 참전, 나아가 친여 매체의 여론몰이 등은 얼마든지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이를 상대로 피투성이가 될 각오로 국민을 직접 설득할 요량이 없었다면 탄핵은 절대 추진하지 말았어야 했다. 여론이 불리하자 ‘좋은 학교 나오시고 크게 성공한’ 한나라당 의원들이 ‘별 볼일 없는’ 방송을 찾아가 ‘머리 조아리며’ 새 대표 뽑는 과정을 비춰달라고 통사정 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노무현 대통령은 지금 과연 무슨 생각을 할까. 탄핵이라는 ‘장난’을 저지른 의원들에게는 인격살인을 당해 물로 뛰어들 수밖에 없었던 한 기업인의 마지막 자존심마저도 찾아 볼 수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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