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城址)를 찾아서-김포 문수산성(文殊山城)

  • 이오봉 월간조선 객원사진기자 oblee@chosun.com
  • 업데이트 2004-03-02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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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인천시 김포반도의 끝머리에 있는 문수산(文殊山, 376m) 정상에 서면 북한의 개풍군과 황해도 연백 일대의 산천이 손에 잡힐듯 내려다 보인다. 김포반도에서 제일 높은 문수산은 크리스마스 때나 석가탄신일 때 오색등을 밝히는 애기봉(愛妓峰)보다 더 높다. 김포군 월곶면 군하리 뒷산인 문수산은 강화도를 건너는 다리 맞은편에 높이 솟은 봉우리로, 48번 국도를 따라 강화도를 가다 강화대교를 건너기 직전 오른쪽에 보이는 산이다. 큰길에서 올려다 보면 산의 등성이를 따라 쌓은 성터의 흔적을 더듬어볼 수 있다. 성(城)은 예로부터 흐르는 강줄기를 끼고 있으면서 동서남북 들판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전망 좋은 곳에 쌓았다. 문수산도 강화도와 한강 하구를 지키는 전략적 요충지였기에 정상과 서쪽으로 뻗어내린 두줄기의 산등성이와 해안에 굳건한 성을 쌓았다. 문수산은 한강만 끼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임진강도 끼고 있다. 북쪽으로 이 두 강이 합쳐져서 서해로 유유히 흐르며, 두 물줄기의 합수머리가 내려다 보이는 문수산 서쪽 기슭에 문수산성(文殊山城)이 있다. 한강 너머 북쪽으로 북한산과 그 자락에 자리를 잡고 있는 서울시 그리고 경기도 고양시가 보인다. 서쪽으로는 강 같은 바다 건너로 강화도 땅이 손에 잡힐 듯 내려다 보인다. 남쪽으로는 반짝이는 인천 앞바다와 대형여객기가 쉼없이 뜨고 내리는 영종도도 보인다. 북쪽으로는 한강을 사이에 두고 갈 수 없는 땅 북한의 개성시가지와 송악산이 아스라이 보인다. 그뿐인가. 강 건너 마을 개짖는 소리도 들릴듯한 황해도 연백평야가 훤히 내려다보인다. 이처럼 문수산성이 있는 문수산은 지척에 살면서 오가지 못하는 민족 분단의 아픔을 실감하는 현장이기도 하다. 문수산 산기슭과 해안을 성채로 연결해 쌓은 둘레 2.4㎞의 문수산성(사적 제139호)은 1694년(숙종 20)에 쌓은 성이다. 강화도 갑곶진(甲串鎭)과 마주보며 강화도 입구를 지키는 문수산성에는 취예루(取豫樓), 공해루(控海樓) 등 문루와 세 군데의 암문을 두었다. 취예루는 갑곶진 건너편 바닷가에 있어 강화에서 육지로 나오는 관문 역할을 했다. 열강들이 조선을 한참 넘보던 138년 전인 1866년(고종 3) 흥선대원군이 천주교 금압령(禁壓令)을 내리고 프랑스 신부와 조선인 천주교 신자 수천 명을 학살하자 이에 대한 보복으로 로즈제독이 이끄는 프랑스군 함대가 강화도에 침입했다. 병인양요(丙寅洋擾)라 일컫는 프랑스군의 강화도 점령사건 당시 초관(哨官) 한성근(韓聖根)이 이끄는 조선군과 프랑스군은 문수산성에서 일대 접전을 벌인다. 결과는 문수산성 남문으로 처들어온 프랑스군에게 문수산성마저 내주게 된다. 이 때 해안쪽 성벽과 문루가 파괴되고 산등성이의 성벽만 남아 오늘날까지 전해오고 있다. 외세에 시달려온 우리 민족의 한많은 역사를 더듬어 보게 하는 문수산성을 따라 오르다 보면 총탄에 부서져 겨우 지탱하고 있는 암문과 성벽들을 만난다. 최근 두 곳의 문루와 해안 성벽의 일부를 복원하였다. 강화도를 내려다 보는 삼태기 모양의 문수산성 골짜기에는 삼림욕장을 잘 조성해 놓았다. 삼림욕장 주차장에서 어느 산 잔등을 오르건 이곳을 따라 정상에 오를 수 있다. 10여 분만 오르면 주변의 산세와 성터를 둘러볼 수 있다. 성벽을 따라 30~40분만 걸으면 문수산 정상에 다다른다. 산등성이 따라 연이어진 성벽을 걷다 보면 산성 중턱에 있는 문수사(文殊寺)의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독경소리와 산성 한가운데 문수골 깊은 꼴짜기에서 유격훈련을 받고 있는 해병대원들의 우렁찬 함성이 한데 어우러져 울려퍼지는 메아리도 듣는다. 성벽을 따라 오르는 정상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군 초소가 자리를 잡고 있어 출입을 통제했으나 한낮은 개방된 상태다. 문수산 정상에는 장대(將臺)도 있었다. 6·25전쟁을 겪으면서 참호를 파고 초소를 짓느라 건물지는 거의 훼손된 상태다. 장대를 쌓고 깔았던 전돌과 잘 더듬어진 성돌들이 발에 채이며 나뒹굴고 있다. 하산은 문수사가 자리잡고 있는 문수골로 내려오거나 반대편 산등성이에 이어진 성벽을 따라 내려온다. 문수사 옆 언덕에는 조선조 현종 9년(1668)에 세운 풍담대사의 사리를 모신 묘탑과 행적을 기록한 비석을 돌아볼 수 있다. 문수골의 등산로 이외의 지역은 민간인 통제구역이다. 문수산 오름은 어느 코스를 택하건 3시간이면 돌아내려 올 수 있다. 문수산 산행은 허물어져가는 성벽을 따라 고난의 민족사를 되새기며 걷는 의미있는 산행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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