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城址)를 찾아서-서울 광진구 아차산(峨嵯山)의 아차산성

  • 이오봉 월간조선 객원사진기자 oblee@chosun.com
  • 업데이트 2004-03-02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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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차산(峨嵯山)의 아차산성 북한산이나 남산에 올라 서울의 풍수만 보아온 이들이라면 동쪽 광나루 한강변에 우뚝 솟은 아차산(287m)에 올라 서울이 앉은 자리를 둘러보라, 또한번 기막힌 풍수에 감탄하게 된다. 한북정맥의 한 지맥이 축석령에서 가지를 쳐 수락산과 불암산으로 이어내려오다가 한강에 잠기는 자락에 아차산은 솟아 있다. 중랑천을 가운데 두고 서울의 진산(鎭山)인 북한산과 마주보고 있는 아차산은 동쪽으로 왕숙천을 끼고 있고 남쪽으로는 한강을 끼고 있다. 남북으로 길게 누운 아차산 줄기는 용마봉(348m)에서 우뚝 솟았다가 망우리 고개까지 이어지며 잠시 머리를 숙인 후 불암산(508m)으로 어어져 북쪽으로 뻗어간다. 서울의 동부지역을 감싸고 있는 아차산은 가까이 중랑구, 광진구, 강동구 주민들과 경기도 구리시 주민들의 휴식처이기도 하다. 1950년대까지만 해도 늑대·여우가 우글거려 동네 사람들이 사냥을 다녔다는 아차산. 지금은 산자락마다 아파트들이 들어서서 도시 한가운데 떠있는 무인도 같은 산이 돼버렸다. 골짜기 능선마다 역사의 발자취 남아 행정구역으로는 서울과 경기도 구리시가 인접하고 있다. 워커힐 뒷산으로 더 잘 알려진 아차산에는 백제·신라·고구려 때 축조한 산성이 있다. 무너져 내린 토사에 묻힌 산성은 지금 보아도 산성임을 알 수 있게 희미한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아차산성 성터의 상당 부분이 워커힐호텔과 그 주변 아파트 공사를 하면서 훼손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아차산성은 일명 아단성(阿旦城), 아차성(阿且城), 양진성(楊津城), 광진성(廣津城) 등으로 불린다. 1973년 사적 제234호로 지정된 이 산성에서는 한강 건너로 풍납토성과 몽촌토성, 이성산성, 남한산성, 미사리 선사유적지, 암사동 선사유적지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 아차산 남쪽 봉우리(205.5m)를 중심으로 축조된 산성은 작은 계곡을 끼고 있다. 길쭉한 6각형 모양으로 전체 길이는 1,125m, 내부 면적은 2,500평 정도다. 현재 명지대학 한국건축연구소에서 발굴작업이 한창인데 성내에서 7개의 건물지로 추정되는 곳을 발굴하였다. 또한 아차산과 용마산, 망우리에이르는 산줄기를 따라 석성터가 남아 있다. 산 정상이나 산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석성이 아니고 능선마루를 잇는 일직선 형태로 축조된 성벽이다. 이를 장성(長成) 또는 장한성(長漢城)이라고 한다. ‘장한성이 한강 위에 있는데 신라 때 여기에 중요한 진영을 두었으나, 고구려에 의해 점령을 당했다가 군사를 동원하여 수복하고 장한성가(長漢城歌)를 지어 그 공(功)을 기리었다’는 기록이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나오는 것으로 봐서 신라시대의 산성임을 알 수 있다. 기록에 의하면 아차산성은 백제가 한강 유역을 방어하기 위해서 쌓았던 성이었으나 서기 475년에 고구려 장수왕이 손수 출정하여 함락시키고 백제 개로왕을 생포하여 아차산성 아래에서 처단하였다고 한다. 77년간 고구려 전방기지로 이용되었던 아차산성은 고구려 평강공주와 바보 온달의 결혼이야기로 잘 알려진 평원왕의 사위 온달장군이 신라와 싸우다가 장렬하게 전사한 곳이기도 하다. 이처럼 아차산은 삼국의 각축장이었다. 아차산에는 이러한 산성과 함께 동서 양쪽 산줄기에 방위 목적으로 세운 보루(堡壘)들이 있다. 서울대학교 박물관에서 발굴 작업을 한 결과 이곳에서 고구려 토기들이 출토된 것으로 봐서 고구려 군대의 주둔지로 추정하고 있다. 아차산에는 이밖에 삼국시대 고분 150여기가 아차산과 용마봉 전역에 산재해 있다. 대부분 수혈식 석곽이나 석실분으로 풍화암 암반지대의 바닥을 그대로 이용해서 만들었다 고구려·신라·백제의 각축장이었던 아차산 옷을 벗은 겨울 아차산을 오르다 보면 주변의 지형과 지물이 확연히 드러나 보인다. 어느 코스로 오르건 10여 분이면 시원스레 펼쳐진 너럭바위 지대를 통과하게 되고 능선에 올라서면 하늘을 덮은 소나무 숲길을 지난다. 작은 봉우리에는 임자 없는 무덤과 옛성과 연관된 보루터가 나오는데 이곳에 서면 아차산 주변 산세와 한강 일대를 두루 조망할 수 있다. 용마루 정상 못미처에는 석성의 유구(遺構)가 발길을 머물게 한다. 지난 1천5백년 세월의 때가 묻어 검게 변한 성채(城砦)가 희미하게나마 남아 등산객들에게 아차산과 용마봉의 지정학적(地政學的)인 특성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 용마봉 주변에는 백제고분들이 산재해 있다. 그래서인지 용마봉 정상 자체가 거대한 석축고분 같다는 느낌이 든다. <산행 길잡이> 아차산을 가려면 전철5호선을 타고 아차산역이나 광나루역에서 내린다. 아차산역에서 내릴 경우 장로교신학대학 뒤 아차산공원을 경유해 아차산성길로 접어든다. 광나루역에서 내려서도 마찬가지로 도보로 10~15분 정도 걸어 올라간다. 승용차로 갈 경우 쉐라톤 워커힐호텔 안의 아스팔트길을 따라 올라가다가 산길로 들어선다. 영화사 뒷길도 마찬가지로 아차산 공원을 거처서 올라간다. 7호선 사가정역이나 용마역에서 내려서 용마산을 오른 다음 아차산 정상을 거쳐 망우리쪽이나 아차산성을 거쳐 영화사나 워커힐호텔쪽으로 내려 올 수 있다. 아니면 중간에 대성암을 거쳐서 워커힐 뒤 우미내로 내려가는 코스도 있다. 용마봉 북쪽인 망우리쪽에서는 면목3동 한신아파트 남쪽길, 면목6동 서일공전 북쪽에 있는 보육원과 민민교회를 끼고 능선길로 오른 다음 용마봉과 아차산 정상을 오른다. 망우리에서 시작하여 용마봉과 아차산 정상을 따라 종주를 하면 더 멋진 아차산성 답사산행이 된다. 종주나 왕복등산에 걸리는 시간은 3~4시간이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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