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城址)를 찾아서 - 경북 구미시 천생산성(天生山城)

  • 이오봉 월간조선 객원사진기자 oblee@chosun.com
  • 업데이트 2004-03-02  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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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구미시 천생산성(天生山城) 하늘이 내려준 산이 경북 구미시에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 있는 ‘테이블마운틴’과 비슷하게 생긴 산. 경부고속도로 구미인터체인지를 지나다 보면 왼쪽의 구미공단 너머로 네모 반뜻하게 생긴 산이 보인다. 바로 천생산(407m)이다. 천생산은 산 서쪽 일면은 절벽이다. 신라의 시조 박혁거세는 천생산의 이러한 지형을 이용해서 정상의 동쪽에 성을 쌓아 난공불락의 천연의 요새를 만들었다. 정상에는 크지는 않으나 튼튼하게 쌓은 석성이 있다. 성안에는 북문과 동문이 있고 장대도 있다. 100m 내외의 천연 성벽에는 방탄석을 둘러 세워 놨다. 당간지주도 있는 것으로 봐서 절도 있었다. 천생산은 사방에서 보는 모습 또한 독특하다. 산세가 동쪽 구미시 장천면에서 보면 ‘天’자 모양이고, 서쪽 공단이나 고속도로를 지나다 보면 12폭의 바위 병풍을 세워 놓은 듯하다. 남쪽에서 보면 사자가 하늘을 향해 표효하는 형상이다. 북쪽에서 보면 정상에 우뚝 선 암봉이 있는 아름다운 산세를 유지하고 있다. 열두폭 바위 병풍의 북쪽의 끄트머리에 기암인 통신바위, 일명 할매바위가 서있다. 남쪽 모퉁이에는 미득암(米得岩)이라는 바위가 서 있다. 미득암에 올라서면 서쪽으로 낙동강과 함께 금오산(976.6m) 자락의 김천과 구미시가 한눈에 들어온다. 천생산의 북쪽과 동쪽 정상 가까이 8-9부 능선에는 내성과 외성으로 이뤄진 1083m 길이의 성벽이 둘러처져 있다. 지형상 남쪽과 서쪽의 단애는 천연의 성벽 구실을 한다. 그래서 천생산성은 천혜의 군사 요충지로 그 역할이 매우 컸다(지방기념물 12호). 천생산성은 임진왜란을 전후로 3차례의 개보수 공사를 했다고 한다. 옛날에는 성안에 우물이 한 군데, 연못도 두 군데 있었다고 한다. 험준한 산세와 튼튼한 성벽 때문에 왜적이 감히 접근하지 못했다는 천생산성의 약점은 산성 안에 물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임진왜란 때는 왜적들이 산성 안에 물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산기슭에 큰 못을 파서 산성 안 우물의 물을 줄이는 작전을 폈다고 한다. 이를 안 곽재우장군은 자신이 타던 백마를 미득암 꼭대기에 세워두고 쌀을 부어 말을 씻는 시늉을 반복했다. 멀리서 이 광경을 본 왜적들은 그들이 수집한 정보와 달리 물이 많은 것으로 알고 공격을 중단하고 물러갔다고 한다. 곽재우장군의 계략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쌀로 득을 보았다 하여 이름 붙여진 미득암이 정상의 남쪽 끝에 우뚝 서 있다. 태고의 신비와 천년의 역사를 지닌 천생산은 예로부터 대구, 선산, 구미, 김천의 등산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등산로 숲길에서 오른쪽으로 한발만 밖으로 나가도 천야만야한 낭떠러지다. 아찔함이 절로 느껴진다. 이러한 등산로의 안쪽 소나무 숲 속에는 갑자기 나타난 석곽, 적석고분군들이 파헤쳐진 채로 나뒹군다. 작은 나무 팻말 하나, 고분군. 그 이상 아무런 설명도 없다. 흩어져 발밑에 채이는 토기 파편들. 천년동안 땅에 묻혔던 조상의 영혼들이 맴도는 곳이다. 언덕을 오르니 또 하나의 작은 나무 팻말이 나온다. 팻말이 가리키는 커다란 봉분에는 큰 구멍이 나 있다. 적석 고분이다. 손을 넣고 휘저으면 도굴꾼들이 꺼내가고 남은 부장품 가운데 하나가 걸려 올라올 것만 같다. 왜 확 파헤치지 않았을까. 이미 오래 전에 도굴이 된 흔적이 보인다. 등산로를 따라 참호처럼 파여진 구덩이들. 연이어 산기슭을 파헤쳤다. 임진왜란 때 성안에 곽재우장군이 왜적을 무찌르고 나서 거둬들인 조총, 화살, 창, 대포들을 묻어놨다는 장소가 있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오는 곳이니 도굴꾼들이 가만히 놔둘 리가 없다. 지금도 도굴이 계속 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정상 능선길에는 시루떡을 포개놓은 듯한 거대한 기암인 통신바위가 있다. 바위 위에 올라 연기를 피우면 멀리 낙동강 건너편으로 긴급 상황을 전하기에 안성맞춤인 아주 좋은 위치에 우뚝 선 바위다. 높이는 50~60m 정도. 통신바위 밑으로 금정동으로 내려가는 등산로가 나있다. 정상으로 가는 등산로는 절벽 위로 계속 된다.높이 100m 이상의 절벽이 병풍처럼 펼쳐져 정상으로 뻗어 나간다. 날개 달고 날 수만 있다면 뛰어 내리고 싶다. 절벽 등산로를 벗어나 안쪽으로 들어서면 차가 다닐 만큼 너르면서도 가파른 길이 성문으로 이어진다. 성터다. 이는 장촌 계곡을 타고 올라오는 등산로와 만난다. 장촌에서 올라오는 등산로는 바로 외성의 북문에 이른다. 성문에는 철대문을 해 달았다. 최근에 복원공사를 해놓아 성벽은 번듯하나 고색창연한 옛모습은 사라진 지 오래다. 성문에 들어서니 좌우 양쪽에 비를 피할 수 있는 거대한 바위가 자리를 잡고 있다. 안쪽으로 집들이 들어섰던 흔적도 있다. 성벽 복원 공사를 하면서 깨끗이 철거를 했는지 주변이 정리돼 있다. 한쪽에는 천인사라는 절터도 있었다고 하는데 헐어버렸다. 400m쯤 언덕을 오르면 또 하나의 성문이 나온다. 내성으로 들어서는 동문이다. 천생산의 하산길도 되고 시발점이 기도 한 천용사까지는 자동차가 드나든다. 입구에 조그마한 소류지도 있다. 천생산의 남북 종주는 점심과 중간 휴식시간을 포함해서 4시간이면 충분하다. 절벽 능선에 올라서서 내내 사방을 내려다보면서 걷는다. 답답한 일상의 긴장감을 한꺼번에 날려 버릴 수 있는 곳이다. 높지는 않지만 특이한 지형과 성곽으로 이뤄진 천생산 종주 산행은 국토의 신비와 선조들의 삶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는 의미 있는 산행이될 것이다. [길잡이] 열차편으로 서울서 당일 산행도 가능하다. 새벽 열차를 타고 내려가서 산행을 마치고 오후 늦게 서울로 올라오는 일정을 짜면 된다. 여유도 있고 열차 안에서 피로도 풀 수 있다. 주말이건 평일이건 열차표는 꼭 예약을 해야 한다. 구미시내에서 종주 산행 출발지인 신장리까지 가는 버스편이 1일 4회 뿐이다. 택시를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구미역에서 6000원. 하산길의 도착지인 구평동 무지개 마을 앞에서는 구미시와 천평, 대구 근교인 동명을 오가는 시내 버스편이 많다. 90번과 29번 버스가 아침 6시 30분부터 저녁 9시50분까지 시간마다 다닌다. 택시값은 천용사까지 5000원. [산행코스] 구미시 구평동 천용사를 경유해서 천생산에 오를 경우 주요 등산로. 1.낙수암 폭포(0.4Km)∼천용사 (0.35km)∼정상(미득암),(0.4km)∼동문(0.1Km)∼북문(1.36km)∼산성지(1km)∼검정지(1.73km)∼인동. 2.낙수암 폭포(0.4km)∼천용사 (0.35km)∼정상(미득암)(0.4km)∼쌍용사(0.7km)∼신장 체력단련장(0.4km)∼장천. 3.낙수암폭포(0.4km)∼천용사(0.35km)∼정상(미득암),(0.58km)∼신선봉(0.38km)∼장수봉 체력 단련장(0.57km)∼하동 체력단련장(0.95km)∼이주단지(1.3km)∼인동. 4.낙수암폭포(0.4km)∼천용사(0.35km)∼정상(미득암),(2km)∼산성지(1km)∼검정지(1.73km)∼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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