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생활’에서 ‘노래하고 춤추는 여자’까지

이정배 개인전과 박영숙 회고전… 일상과 주체성 잇는 두 개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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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배, 둘 이상의, 2025, 캔버스에 우레탄 컬러, 아크릴릭, 231x108cm.jpg

 

이정배, 둘 이상의, 2025, 캔버스에 우레탄 컬러, 아크릴릭, 231x108cm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이 서로 다른 세대와 매체의 작가를 잇는 연속 전시로 동시대 미술의 두 가지 질문을 제시한다. 일상 속 예술의 자리와 여성 주체의 목소리를 각각 탐구한 이정배 개인전과 박영숙 회고전이 나란히 열린다.

 이정배 개인전 ‘생활’은 2026년 2월 25일(수)부터 4월 18일(토)까지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3·4층에서 열린다. 이정배는 도심 속에서 스쳐 지나간 자연의 조각을 산수화적 시선으로 포착해 온 작가다. 건물 사이로 드러난 하늘이나 산의 윤곽을 FRP와 알루미늄 같은 인공 재료로 구현하고, 표면을 수백 번 문지르고 도장하는 과정을 통해 풍경을 기하학적 평면으로 환원해 왔다. 단색으로 마감된 화면은 구체적 재현 대신 감각과 기억의 잔상을 남긴다.

 이번 전시에서 그의 작업은 회화와 조각을 넘어 가구로 확장된다. 테이블과 선반, 책꽂이 등 실제 생활에서 사용 가능한 가구 10여 점이 함께 전시된다. 이정배는 가구를 단순한 기능적 사물이 아니라 ‘쓰이는 조각’으로 바라본다. 면과 두께, 색과 질감, 구조가 만드는 관계를 통해 예술과 생활의 경계를 다시 묻는 시도다. 작품은 감상의 대상이면서 동시에 일상에 스며드는 물건으로 존재한다.


박영숙 PARK Youngsook, 미친년들 #5 Mad Women #5, 1999, Archival pigment print, 150 x 120 cm.jpeg

박영숙 PARK Youngsook, 미친년들 #5 Mad Women #5, 1999, Archival pigment print, 150 x 120 cm


같은 기간, 박영숙 개인전 ‘보라, 저 여자가 노래하고 춤춘다’도 2026년 2월 25일(수)부터 4월 18일(토)까지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지하 1층과 1층, 3층에서 열린다. 1941년생으로 한국 현대사진사 및 여성미술 발전에 큰 자취를 남긴 박영숙 작가의 별세 이후 처음 선보이는 전시다.

 이번 전시는 박영숙이 평생 천착해 온 ‘여자’의 주체성을 중심에 놓는다. 사진의 역사 속에서 대상화돼 온 여성을 자기서사의 주체이자 발화의 주체로 끌어올린 그의 작업 세계를 되짚는다. 전시 제목은 시인 김혜순이 작가에게 헌정한 시의 구절에서 따왔다. 제목 속 ‘저 여자’는 박영숙 자신이자, 과거와 현재를 관통하며 대상화돼 온 모든 여성을 가리킨다.

 전시장 1층과 지하 1층에서는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발표된 대표 연작 ‘미친년 프로젝트’ 가운데 육체 그리고 성, 미친년들, 상실된 성, 갇힌 몸 정처 없는 마음, 내 안의 마녀, 꽃이 그녀를 흔들다 등이 소개된다. 3층에서는 1960년대부터 1980년대에 이르는 초기 작업을 통해 그의 문제의식이 형성된 궤적을 따라간다. 1960년대 흑백 사진 연작 ‘장면’과 1980년대의 마녀, 장미 연작, 그리고 아날로그 슬라이드 필름으로 제작됐던 영상 작품 자궁의 노래를 디지털로 복원한 작업도 함께 공개된다.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의 두 전시는 형식과 세대는 다르지만 공통의 질문을 던진다. 이정배가 예술이 생활 속에 머무는 방식을 모색한다면, 박영숙은 억압된 몸과 목소리가 어떻게 노래하고 춤추며 스스로를 드러내는지를 기록한다. 일상의 표면과 여성의 몸이라는 서로 다른 출발점은, 예술이 세계를 인식하고 관계 맺는 방식에 대한 하나의 연속된 사유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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