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성공하는 대통령이 되려면, 국가정보를 아셔야 합니다

대선 후보들께 드리는 글
  • 한국행정학회 국가정보연구회 회장 신언·사무총장 장석광
  • 업데이트 2025-05-28  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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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행정학회 국가정보연구회 회장 신언(왼쪽), 사무총장 장석광

21대 대통령 선거일이 불과 일주일도 남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어느 후보도 국가정보나 국가정보기관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국가정보라는 주제가 표로 직결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후보자들 스스로 그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대통령과 국가정보

 

국가정보(National Intelligence)는 국가의 안전과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정치, 경제, 군사, 사회 등 다양한 국내외 정보를 수집·분석한 결과물입니다. 대통령은 국가 최고 의사결정자로서 이러한 정보를 토대로 외교, 안보, 재난 대응 등 중대 사안을 판단하게 됩니다.

정확하고 신속한 국가정보는 위기 대응과 전략 수립에 있어 필수이며, 정보 없이 효과적인 통치는 불가능합니다. 다시 말해, 책임 있는 통치와 국민의 생명·안전을 지키기 위해 국가정보는 핵심적인 자원입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대통령이나 국가원수는 국가정보기관이 작성한 일일 정보 브리핑(Daily Intelligence Briefing)’을 정기적으로 보고받습니다. 이 보고서에는 군사 동향, 테러 위협, 외교 환경, 경제 안보, 사이버 위협 등 핵심 정보가 포함되며, 최고 지도자의 판단력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근거가 됩니다.

 

정보기관의 존재 이유 모사드와 국정원

 

모사드를 배워야 국정원이 산다”, “모사드급 국정원”, “국정원, CIA보다 모사드 되어야 한다등 자극적인 언론 보도는 정권 교체 때마다 반복됩니다. 정보기관 개혁이 단골 의제가 되는 만큼, 모사드는 일종의 이상 모델로 언급되어 왔습니다.

검찰 출신 윤석열 대통령 역시 모사드를 벤치마킹해 국정원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개혁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외교관 출신 김규현 국정원장 또한 모사드 모델을 참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스라엘의 정보기관 모사드는 비밀 작전부서 코메미우트(Komemiute)’ 산하에 키돈(Kidon)’이라는 암살조직을 운영하고 있으며, 2020년 이란 핵과학자 모센 파크리자데(Mohsen Fakhrizadeh)의 암살도 이 조직에서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스라엘 언론인 로넨 버그만이 쓴 먼저 일어나 먼저 죽여라(Rise and Kill First)에 따르면, 모사드는 지금까지 2,700건 이상의 암살 작전을 수행했다고 합니다.

물론, 이러한 사례를 들며 국정원에 암살조직을 만들자는 뜻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대통령과 국가 리더들이 정보기관의 본질적 역할과 존재 이유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느냐는 점입니다. 정보기관은 국제사회에서 법이나 외교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다루는 기관입니다. 그 본질에 대한 깊은 통찰 없이 개혁이라는 말만 반복하는 것은 무지이거나 위선에 가깝습니다. 이제는 그런 공허한 수사를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습니다.

 

국내 보안 정보기관이 없는 나라, 대한민국

 

미국은 CIA(해외 정보)FBI(국내 보안), 영국은 MI6(해외)MI5(국내), 독일은 BND(해외)BfV(국내), 러시아는 SVR(대외)FSB(국내)를 각각 두고 있습니다. 주요 국가들은 경찰과는 별개로 강력한 국내 보안 정보기관을 운영하고 있으며, 심지어 북한조차 10만 명 전후 인력의 국가보위성이라는 막강한 내부 보안 전문 조직을 두고 있습니다.

2024년 현재, 대한민국은 세계 13위 경제 대국이자 세계 8위 무기 수출국입니다. 그럼에도 미국 외교협회 산하 방지행동센터(CPA)는 한반도를 여전히 1등급 위기 지역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과거 국정원은 국내외를 아우르는 통합정보기관으로 외국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지만, 문재인 정부 당시 국내 보안 정보 기능과 대공 수사권이 폐지되면서 사실상 해외 정보기관으로 전락했습니다. 방첩, 테러, 국제범죄, 산업스파이 등 일부 기능이 남아 있다고는 하나, 실질적 역량은 심각하게 훼손되었습니다.

 

역대 대통령과 정보기관의 관계

 

박정희 대통령은 정보기관을 반공과 경제 개발을 위한 핵심 도구로 인식했고, 강력한 권한을 부여했습니다.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은 ‘revisit 박정희라는 맥락 속에서 정보기관을 이해하고 운용했습니다.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은 정보기관의 피해자였다는 인식 속에 개혁을 시도했으나, 필요에 따라 정보기관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모순도 보였습니다. 결과적으로 정보기관의 또 다른 정치화를 초래한 셈입니다.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은 정보기관의 탈권력화와 적폐 청산을 시도했으나, 이는 구조적 해체나 기능 상실로 이어졌고, 그 후유증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명박, 박근혜, 윤석열 대통령은 이미 약화된 정보기관을 복원할 구체적 의지나 비전을 보여주지 못했고, 기존의 문제를 방치하거나 정치적 고려 속에 묵인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이처럼 보수와 진보 정권이 교대로 정보기관을 흔들어 놓은 결과, 그 정체성과 시대 대응력이 무너졌습니다.

1961년 중앙정보부로 출범한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이라는 구조 덕에 힘을 얻기도 했지만, 동시에 정권에 종속되어 정치적 갈등의 도구로 비판받기도 했습니다. 60여 년이 흘렀습니다. 마침내 대통령 직속이라는 구조적 한계와 결별할 시점에 이른 것 같습니다.

 

국가정보기관의 대전환 - 전 정보요원의 디지털·AI 역량 강화

 

1990년대 말부터 세계 정보기관들은 대량 정보의 범람 속에서 치열한 경쟁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차단의 원칙을 내세우며 정보를 독점하던 시대는 끝났고, 정보의 개방과 확산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 되었습니다. 정보기관들은 기존의 HUMINT(인간정보), SIGINT(신호정보), IMINT(영상정보) 같은 전통적 수집 방식 외에도 OSINT(공개정보)의 수집과 분석을 새로운 과제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정보기관이 직면한 도전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4차 산업혁명, 나아가 제5차 혁명이라 불리는 시대의 도래는 디지털과 인공지능(AI) 기반 환경을 급속히 조성하며 정보처리의 패러다임 전환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정보요원들은 AI와 디지털 기술이 생성해 내는 방대한 정보와 기존의 전통적 기법으로 수집된 정보를 융합해, 새로운 형태의 정보처리 모델을 구축해야만 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모든 정보요원들은 직급이나 역할에 관계없이 이 새로운 정보처리 체계를 이해하고 숙지하여, 실제 업무에 활용할 수 있도록 재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모든 정보요원이 이 방대한 정보의 풀(pool)을 실시간으로 공유하여, 빠르고 정밀한 분석과 판단을 수행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국가 정보기관의 생존과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필수 조건이 되고 있습니다.

 

국가정보의 百年大計를 위한 賢人會議구성 제안

 

일부 국정원 퇴직자들과 전문가들은 국정원은 이제 리모델링으로는 회복 불가능하다며 해체를 주장하기도 합니다. 다소 과격하게 들릴 수 있지만, 국정원이 심각하게 훼손되었다는 인식은 분명 존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존재하는 한 국가정보 기능과 국가정보기관은 결코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외교, 안보, 대테러 등 국가 핵심 기능을 정보 없이 수행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대통령 후보자들은 국정원을 단순히 존치할지 폐지할지의 문제가 아니라, 정보기관의 근본적 방향성과 미래 비전을 어떻게 재정립할 것인지에 집중해야 합니다.

이러한 차원에서, 대통령 취임 직후 가칭 국가정보기관의 백년대계를 위한 특별위원회구성을 진지하게 검토해 주시길 제안합니다.

 

특별위원회 구성 및 주요 과제

 

구성 주체는 국회 정보위원회가 되며, 실무 지원은 국정원이 담당합니다. 이를 통해 정치적 중립성과 전문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습니다.

위원장은 전직 국정원장이 맡고, 위원은 진보와 보수를 균형 있게 대표하는 전직 인사 및 외부 전문가로 구성합니다. 위원 수는 15명 이내로 제한해 논의의 집중도와 효율성을 높입니다.

운영 기간은 최소 6개월, 최대 1년으로 설정하여 졸속 결정을 방지하고, 정치적 영향에서 자유로운 숙의 과정을 보장합니다.

 

위원회 논의 과제(예시)

 

국가정보기관 관련 법규 전면 검토

: 간첩법, 통신비밀보호법등 주요 법률을 재점검하여 시대 변화와 인권 보장, 효율적 정보활동 사이의 균형을 모색합니다.

 

정보기관의 탈정치화 및 독립성 확보 방안

: 정보기관장 임기제 도입, 공정한 임명 절차, 미국식 감찰관(Counsel General) 제도 등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합니다.

 

국내 보안정보 기능의 복원 및 재설계 방안

: 국내외 정보활동의 실질적 불가분성을 반영하여, 현실적 대안을 통해 국내 보안정보 기능을 복원합니다.

 

업무영역의 정의 필요성 검토

: 사이버, 경제, 기술 안보 등 신종 위협에 대응할 조직 개편과 산하기관 설치 필요성을 검토합니다.

 

정보요원의 디지털·AI 역량 강화

: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정보요원 교육, 재훈련 및 인사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합니다.

 

국제 정보협력 강화 방안

: 우방국 정보기관과의 신뢰 기반 협력 확대와 국제 공동 대응 체계를 구축합니다.

 

국제 정보 경쟁력 확보 전략

: 대한민국 특수 환경을 활용한 휴민트(HUMINT) 중심 대북 정보 역량 강화 방안을 논의합니다.

 

이 특별위원회가 성공적으로 작동한다면, 단순한 제도 보완을 넘어 국가정보기관의 미래 구조와 전략을 설계하는 중심축으로 기능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성공하는 대통령은 국가정보를 이해하고,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지도자입니다. 다음 대한민국 대통령께서, 그 첫걸음을 국가정보의 재정립으로 내딛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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