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배(毒杯)? 성전(聖戰)? 구소련의 榮華 재현하려는 푸틴의 '야망'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 그 배경과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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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뉴시스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24일(현지 기준) 전격적으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을 타깃으로 한 특별 군사작전을 승인했다. 


푸틴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자행한 표면적인 이유는 우크라이나가 친(親)서방 노선을 밟고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와 군사 협력을 강화하고, EU(유럽연합) 가입을 강력히 희망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1991년 소련 해체로 독립한 우크라이나는 그간 미국과 유럽에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내왔다. 푸틴은 서방 진영이 우크라이나를 러시아 공격의 발판으로 삼고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푸틴은 지난 3일 “미국‧EU가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법적인 보장(legal guarantee)’을 요구하기도 했었다.


더 확실한 이유는 푸틴의 개인적 야망 때문이다. 그는 ‘구 소련 체제의 회복’을 꿈꾸고 있다. 냉전 시절, 소련이 미국과 동·서방 진영을 양분했듯이, 푸틴 역시 그때의 영화(榮華)를 되찾겠다는 심산을 갖고 있다. 


러시아 국민들은 우크라이나를 ‘한 나라, 한 민족’으로 여기고 있다. 푸틴 역시 마찬가지다.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한 몸(one body)’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러시아와 ‘한 뿌리’라고 생각하는 나라에 서방의 군사력이 개입·강화되는 현상을 푸틴 입장에서는 용납할 수 없다. 푸틴이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한 것 역시 이러한 배경과 무관치 않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에 있어, 미국 등 서방 진영의 견제가 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단 미국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다. 바이든 행정부는 국내에선 코로나 확산을 막는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외 관점으로 보면 중국 견제가 급선무다. EU 국가들은 에너지 가격 폭등 속에서 러시아산 액화천연가스(LNG)를 확보하는데 여념이 없다. EU 종주국인 독일은 지금 정권 교체기로 해외 문제에 신경 쓸 겨를이 없는 상황이다. 


이들 국가들이 나토 회원국도 아닌 우크라이나를 위해 싸우지는 않으리라는 것을 러시아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따라서 푸틴 입장에선 지금이 우크라이나를 병합할 수 있는 최적의 시점으로 판단하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니아뿐 아니라, 이미 주변 국가를 하나하나 단속해왔다. 2020년 구 소련 국가였던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이 전쟁을 벌이자 분쟁 지역인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에 평화유지군 명목으로 병력 2000명을 배치했었다.


지난해 9월엔 벨라루스를 사실상 ‘종속화’했다. 1991년 러시아에서 독립했던 벨라루스의 루카셴코 대통령은 푸틴과 정상회담을 갖고, 경제 분야 통합을 중심으로 연합국가를 만들기 위한 28개 실행 과제를 확정해 발표했다. 양국은 하나의 연합국가를 만들기 위한 공식적인 첫발을 내딛은 셈이다.


루카셴코는 그간 푸틴에게 의존해 권력을 유지해왔다. 벨라루스에는 친러 성향의 국민도 많다. 1999년에는 연합국가를 지향한다는 조약을 체결했지만 논의가 무르익지는 않았다. 양국 지도자끼리 구체적인 통합 방안을 제시한 건 이때가 처음이었다. 당시는 루카셴코 대통령은 6연임으로 부정선거 논란이 빚어져 대내적으로 곤란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올해 1월, 푸틴은 카자흐스탄에 대규모 시위가 발생하자, 러시아 공수부대를 투입하기도 했다. 카자흐스탄에서는 연료가격의 급등과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초대 대통령 세력의 장기집권으로 인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은 2019년까지 30여 년간 장기집권 한 뒤에도 국가안보회의 의장직을 유지하는 등 권력 일선에 계속 머무르고 있다. 현 대통령인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은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푸틴은 벨라루스나 카자흐스탄의 장기집권 체제가 무너질 경우, 본인의 위상에 치명상이 가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푸틴 역시 22년째 집권하고 있다. 만약 2011년 ‘아랍의 봄’과 같은 대규모 반독재 시위가 곳곳에서 일어난다면, 푸틴 역시 무바라크(전 이집트 대통령)나 카다피(전 리비아 원수)처럼 권좌에서 쫓겨나 비참한 운명에 처하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 결국 친러 국가인 이들 두 나라의 독재(정권)를 지원함으로써, 푸틴 자신의 독재를 공고히 하려는 속내를 내비친 셈이다.


이렇듯 푸틴은 주변 국가를 달래면서, 또 한편으로는 무력 침공을 자행하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그의 이런 ‘도박’이 성공할 수 있을지 세계의 이목이 러시아에 쏠리고 있다.  

  

글=조성호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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