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 채권운용최고책임자, 미래에셋캐피탈 대표이사,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이사,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26년 7개월을 금융투자 업계 최전선에서 달려온 김경록(64)은 정작 자신의 은퇴를 맞닥뜨리자 처음으로 당혹스러웠다고 한다. 평생 남의 노후를 설계해 온 전문가도 그랬다. 그 4년간의 경험을 압축한 책 『은퇴연옥』이 4월 16일 뉴스1 출판사에서 나왔다.
책의 핵심 개념은 제목에 있다. 단테의 신곡에서 지옥과 천국 사이에 있는 공간, 연옥(Purgatory). 저자는 은퇴 후 60대를 전후한 10년을 그 연옥에 빗댄다. 지옥처럼 고통스럽지만 끝이 있고, 준비한 사람에게는 천국으로 가는 길목이 되는 공간이라는 논리다. "은퇴지옥이 아니라 은퇴연옥"이라는 선언은 절망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
왜 많은 이가 은퇴를 지옥처럼 경험하는지에 대한 저자의 진단은 꽤 구체적이다. 늦은 취업과 빠른 정년 사이의 압축된 직장 생활, 자녀 양육과 부모 간병을 동시에 짊어지는 '더블 케어', 법정 정년은 60세인데 실제 은퇴 연령은 69세까지 밀리는 한국 노동시장의 구조적 모순이 맞물린 결과라는 것이다. 거기에 퇴직과 함께 한순간에 끊어지는 인간관계가 더해진다. 돈·일·관계, 세 개의 굴레가 동시에 무너지는 시기가 바로 60대 전후 10년이다.
저자가 이 시기를 '골든타임'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 10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이후 30년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책은 이 시기를 통과하기 위한 12가지 전략을 네 개의 범주로 묶어 제시한다.
첫 번째 범주 PAR은 삶의 철학이다. 페르소나(Persona), 아레테(Arete), 관계(Relationship)의 앞 글자를 딴 것으로, 오랫동안 붙어 있던 직함이라는 가면을 벗고 자신 본연의 정체성을 새로 세우는 과정을 다룬다. '김 부장'이라는 페르소나가 사라진 자리에 무엇을 채울 것인가의 문제다.
두 번째 SOC는 선택(Selection), 최적화(Optimization), 보완(Compensation)으로 구성된 실행 전략이다. 심리학자 폴 발테스의 개념을 빌려 온 것으로, 줄어든 자원 속에서 무엇을 붙잡고 무엇을 놓을지를 결정하는 기술이다. 저자는 팔순에 클래식 기타를 배우기 시작한 은사의 사례를 들며 노화를 단순한 쇠퇴가 아닌 적응과 재설계의 과정으로 본다.
세 번째 TIP은 은퇴 이후 자산관리의 3원칙이다. 세금(Tax), 인컴(Income), 물가(Price)의 첫 글자로, 절세 계좌 활용, 현금흐름이 나오는 자산 보유, 구매력 유지를 기준으로 자산을 배분하는 전략이다. 책은 "빛의 3원색처럼 이 세 가지가 자산관리의 밑바탕"이라고 설명한다.
네 번째 SSS는 은퇴부부론이다. 공간(Space), 공감(Sympathy), 공분(Share)을 합쳐 '3공'이라 부른다. 퇴직 후 갑자기 집에서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난 부부가 충돌을 줄이고 베이스캠프를 단단히 구축하는 방법을 다룬다. 시인 도종환이 부부를 '가구'에 빗댄 시를 인용하며, 90%의 편안함과 10%의 쓸쓸함이 공존하는 관계를 어떻게 지속 가능하게 만들지를 실질적으로 짚는다.
현재 옵투스자산운용 고문으로 있는 저자는 서강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앙일보 '은퇴와 투자', 뉴스1 '욜로은퇴' 고정 칼럼을 6년째 쓰고 있으며 이번 책은 『인구구조가 투자지도를 바꾼다』, 『60년대생이 온다』에 이은 일곱 번째 저서다.
강창희 행복100세 자산관리연구회 대표는 "자산운용사 CEO와 은퇴연구소장 그리고 자신의 퇴직생활 경험이 내용에 현장감을 더해 준다"고 추천했고, 허선호 미래에셋증권 대표이사 부회장은 "인생 2막의 골든타임을 확보하기 위한 강력한 엔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프로TV 김동환 대표는 "준비되지 않은 은퇴는 지옥에 다름 아니다"라며 "은퇴지옥을 피하는 길을 알려주는 친절한 안내서"라고 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