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023년 12월 2일 UAE 두바이에서 열린 제28차 UN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황주호 한수원 당시 사장이 혁신형 SMR(i-SMR)을 적용한 SMR 스마트 넷제로 시티(SSNC) 모델을 전 세계에 처음 선보이고 있다. 사진=한수원
국내 원전업계의 오랜 숙원이었던 소형 모듈 원자로(SMR) 개발이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
2월 12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소형 모듈 원자로 개발 촉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하 SMR 특별법)’이 통과되면서 그동안 제도적 뒷받침이 부족해 속도를 내지 못하던 국내 SMR 산업이 새 전기를 맞게 됐다.
이 법은 지난 2년간 국회 논의 지연으로 표류해왔지만,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급증과 탄소중립 달성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면서 결국 국회를 통과했다. 원전업계는 “숙원이 풀렸다”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현재 우리나라는 2012년 세계 최초로 표준설계 인가를 받은 ‘SMART’ 원전과, 2028년 표준설계 인가 취득을 목표로 개발 중인 ‘혁신형 SMR(i‑SMR)’을 축으로 SMR 기술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이날 대전·충남, 광주·전남, 대구·경북 지역 행정통합특별법과 지방자치법 개정안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하면서 오는 7월 통합특별시 3곳 출범이 가시화하고 있다.
행정통합특별법에 따라 지역별 특화 사업도 추진되는데 대구·경북엔 원자력 및 소형모듈형원자로(SMR) 클러스터를 조성하기로 했다.
“에너지 산업의 게임체인저”
황주호 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월간조선》 2025년 8월호 인터뷰에서 이미 “SMR은 세계적으로 에너지 산업의 게임체인저로 부각됐다”며 “AI 산업의 급성장으로 전력 수요가 폭증하자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등 미국 빅테크들이 앞다투어 SMR에 직·간접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35년까지 전 세계 약 650조 원 규모의 SMR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한다. 황 전 사장은 “이번 SMR 특별법 통과로 우리도 이 경쟁에 뒤늦게나마 본격 합류할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고 평가한다.
황 전 사장은 단순한 원자로 기술 개발을 넘어, SMR을 핵심 인프라로 삼는 신도시 모델을 제안해 왔다. 그는 당시 인터뷰에서 “SMR 개발만으로는 안 된다. 소형 원전을 기반으로 재생에너지 비중을 30% 정도 채우고, 수소 생산 능력과 담수화 능력까지 갖춘 ‘가상 도시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며 “이렇게 설계된 스마트 넷제로 시티(SSNC)가 실제로 도시 전체 에너지 비용을 30% 정도 줄인다는 것을 증명하면 기업 유치와 지방 소멸 문제 해결에 모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 전 사장은 2023년 12월 두바이에서 열린 제28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i‑SMR 기술과 이를 적용한 SSNC 모델을 소개하며 ‘무탄소 미래를 가속하기 위한 원자력의 역할’을 주제로 국제 전문가들과 토론을 벌였다. SMR을 단순 발전소가 아니라 ‘도시 플랫폼’으로 확장한 구상이라는 점에서 해외 전문가들의 주목을 받았다.
TK신공항 배후 군위 첨단산단, 국내 1호 SMR 실증 무대
이 같은 구상은 TK신공항 배후도시에서 구체화될 전망이다. 앞서 대구시는 2024년 6월 한국수력원자력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TK신공항 인근 군위 첨단산업단지 내에 국내 1호 소형모듈원자로(SMR)를 건설하는 방안을 타진했었다.
대구시에 따르면 당시 협약은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에 SMR 1기 도입이 포함된 이후, 광역자치단체가 SMR 건설에 직접 나선 첫 사례였다. 협약에는 ▲TK신공항 첨단산단 내 SMR 사업화·건설을 위한 부지 적합성·경제성 등 타당성 조사, ▲SMR 상용화 노력 및 SSNC(SMR Smart Net-zero City) 개념을 활용한 탄소중립도시 조성 협력, ▲주민 수용성 제고와 CF100(Carbon Free 100) 정책 활성화를 위한 공동 노력 등을 담았다.
향후 일정도 제시됐었다. 대구시와 한수원, 민간 건설사는 2026년까지 사전 타당성 조사를 마치고, 2028년 i‑SMR 표준설계 인가 이후 착공, 2033년 상업운전을 목표로 세웠었다. 이를 위해 군위 첨단산업단지 내 에너지생산단지(50만㎡) 가운데 약 16만㎡(4만8000평)를 SMR 부지로 유상 매입하며, 총사업비 4조 원은 별도 설립되는 특수목적법인(SPC)이 부담하는 구조를 마련한 바 있다.
AI·반도체·데이터센터, “SMR 전력에 올인하는 산업단지”
대구시는 TK신공항 배후 군위 첨단산단을 “공항+SMR+반도체·AI 클러스터”로 묶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신공항 첨단산단에 AI 반도체, 데이터센터 등 전력 다소비 산업을 집중 유치하고, SMR에서 생산되는 전기를 기반으로 지역난방, 전기요금 보조, 주민 복지 확충에 활용한다는 구상이었다.
군위 SMR은 TK신공항의 물류 기반을 강화하는 동시에, 최대 930만 평 규모로 조성될 군위 산업단지의 기업 유치를 촉진하고 입주 기업의 에너지 비용 부담을 낮추기 위한 장치다. 대구시는 “TK신공항, 값싼 무탄소 전력을 보장하는 SMR, 저렴한 산업용지 세 가지가 결합하면 수도권에 집중된 반도체 클러스터를 분산 배치할 최적 여건을 갖추게 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홍준표 당시 대구시장은 “미래 반도체 캠퍼스는 국가 안보와 산업 인프라 측면에서 분산 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공항과 SMR을 동시에 갖춘 군위 첨단산단이 후방 거점이 될 수 있다”고 밝혔었다.
황주호 전 사장이 그려온 ‘SMR 기반 스마트 넷제로 시티’ 구상이, SMR 특별법 통과와 함께 TK신공항 배후 군위 첨단산단에서 실물 프로젝트로 시험대에 오르는 셈이다. 이번 법 시행과 대구·한수원 프로젝트의 향방이, 한국형 SMR과 SSNC 모델의 성패를 가늠할 첫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