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A씨는 법 없이도 사는 사람…언론이 억울함 풀어줘야”

‘김건희 특검’ 수사 후 사망한 양평군 공무원 일터 가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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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4일 오전 9시, '김건희 특검' 수사를 받은 뒤 극단적 선택을 한 A 면장을 위한 노제(路祭)가 열렸다. 사진=단월면 주민 제공

“A씨는 절대 사리분별 못하고 돈을 밝힐 사람이 아닙니다. 제가 장담합니다. 출세를 위해 아부를 하고 그런 사람도 아니었어요. 그냥 얼굴 까맣고 키 크고, 성격이 어수룩해서 50살 넘도록 장가도 못 간 착한 공무원이었습니다.”

 

경기도 양평군 단월면(丹月面)에서 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A씨를 이렇게 기억했다. 그는 기자에게 “A씨는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사람이라며 언론이 그의 억울함을 꼭 밝혀달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3일, 양평군청 소속 공무원 A(57)김건희 특검의 소환 조사를 받은 뒤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단월면장을 지냈던 그는 지난 3일 특검 조사를 마치고 귀가한 후, “수사관의 강압에 전혀 기억에도 없는 진술을 했다” “지속적인 무시와 모멸감을 느꼈다” “모른다고 하면 다그치고, 사실을 말하면 거짓이라고 했다” “군수와 국회의원을 지목하라고 했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유서에는 수모’ ‘멸시’ ‘강압’ ‘무시’ ‘강요등 유사한 표현이 18차례나 반복됐다.

 

특검은 A씨가 김건희 여사 가족회사인 ESI&D2011~2016년 사이 추진한 개발사업과 관련해, 기한 내 사업을 완료하지 못했음에도 양평군이 개발부담금을 부과·납부하지 않도록 도왔다는 의혹으로 불러 조사를 진행했다. 이른바 공흥지구 특혜 의혹이다.

 

당시 A씨는 양평군청 주민지원과 지가관리팀장으로, 개발부담금 행정을 담당했다. 그는 이미 2021년 같은 의혹으로 수사를 받았지만, 수원지검 여주지청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특검팀은 조사는 강압적인 분위기가 아니었으며, 회유할 필요도 없었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추모 현수막 이어진 단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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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단월면에는 A 면장을 추모하는 현수막이 30개 넘게 이어져 있었다. 사진=고기정 기자

 

13, 기자는 A씨가 면장으로 근무하던 경기도 양평군 단월면을 찾았다. 인구 약 3900명의 작은 시골 마을이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눈에 들어온 것은 끝이 보이지 않는 추모 현수막 행렬이었다. ‘() A면장님의 명복을 빕니다’ ‘얼마나 힘드셨습니까? 힘이 되어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A 면장님 감사합니다~ 단월 사랑 잊지 않겠습니다, 검은 배경에 흰 글씨로 적힌 문구들이 도로변을 따라 길게 이어져 있었다.

 

기자는 무작정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 문을 열고 A씨에 대해 물었다. 마을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모든 이름은 익명 처리했다. 중개사 B씨는 기다렸다는 듯 A씨의 이야기를 꺼냈다.

 

B씨는 이미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던 일을 특검이 왜 다시 끄집어내 강압적으로 조사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라며 “A씨의 편을 드는 게 아니라, 설사 잘못이 있다 해도 일개 공무원이 무슨 힘이 있겠냐. 돈을 받을 위치도 아니었고, 그런 배짱이 있는 사람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마을 사람들 대부분이 소식을 듣고 강압 수사 때문에 사람이 죽었구나하고 생각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사람들과 허물 없이 지냈던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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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양평군 단월면 면사무소는 A씨가 3년간 면장으로 근무했던 곳이다. 면사무소 앞에 '故 A 면장님의 명복을 빕니다. 공무원 모두가 당신을 기억하겠습니다'라는 문구가 띄워져 있다. 사진=이하 사진 고기정 기자

 

기자는 이번에는 면사무소 앞 조그만 중식당으로 향했다. 세월의 흔적이 묻은 주방에서 “A씨에 대해 물으러 왔다고 말하자, 가게 사장 C씨가 한달음에 달려 나왔다. A씨는 면장으로 근무하던 시절 이곳을 자주 찾았다고 했다. 점심시간이면 두세 명의 동료와 함께 식당을 찾아 식사하며 즐겁게 웃었다. C씨는 그 모습이 아직도 아른거린다고 했다.

 

C씨는 작은 가게라 주방에 있다 보면 이야기가 다 들린다“(A씨가) 테이블에 둘러앉아 식사하면서 즐겁게 웃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선하다고 말했다.

 

기자가 ‘A씨가 동료들을 잘 챙겼느냐고 묻자, C씨는 당연하다. 일도 정말 꼼꼼히 했다낙엽 떨어지는 계절이면 직접 나와 환경미화에 신경을 썼다. 식당에도 자주 들러 사람들 안부를 챙기고, 허물 없이 지냈다고 말했다.

 

'금전수' 선물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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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가 생전 노인정에 선물했다는 금전수. 사진=고기정 기자

 

작은 마을에 기자가 왔다는 소문이 돌자, 한 노인이 노인정으로 가 보라 귀띔했다. A씨가 면장으로 있던 3년 동안 특히 노인정에 많은 공을 들였다는 것이다.

 

노인정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커다란 금전수 화분이었다. A씨가 선물한 것이었다. 금전수의 꽃말은 빛나는 미래’.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가 이 화분을 선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추석 연휴가 시작될 무렵이었다. 최신형 냉장고와 서랍장, 새로 교체된 변기까지, 모두 A씨가 노인정을 위해 힘썼던 결과물이자 배려였다고 한다.

 

노인정에 있던 노인들은 “A씨는 노인정에 자주 들러서 노인들 건강은 어떤지, 불편한 건 없는지 살피곤 했다평생 연금 받고 조용히 살 수도 있었는데,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런 선택을 했겠냐. 특검도 너무하다. 추석 전날에 불러다 조사하는 법이 어디있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 노인은 A씨가 자신의 어머니에게 꽃다발을 건네 준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는 어머니 앞으로 꽃다발이 와서 살펴보니, 보낸 사람이 A씨였다어르신들 생신에 맞춰 직접 꽃다발을 보내는 사람이 바로 A씨였다. 그렇게 착한 사람을 얼마나 힘들게 했겠느냐. 심지어는 유족들에게 유서도 보여주지 않았다고 한다. 이게 옳게 된 나라인가라고 말했다.

 

"참 점잖고 예의 바른 사람"

 

이번에는 A씨가 생전 거주하던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단월면과는 차를 타고 2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 아파트였다. 아파트 관리소장은 기자에게 “A씨는 참 점잖고 예의가 바른 사람이라며 그를 회상했다.

 

소장은 추석 전날, A씨가 늦어서 미안하다며 선물을 주고 갔다각종 생활 용품이 들어있는 선물세트였다. 하필 그날 순찰을 돌고 있었는데, 선물을 두고 간다며 전화를 걸었던 것이 기억난다고 말했다.

 

한편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13일 오전 경기남부경찰청의 의뢰에 따라 A씨의 사인을 확인하기 위한 부검을 진행했다. 해당 부검에서 나온 1차 소견은 타살 등 범죄 혐의점이 없다는 것이었다. 최종 감정서가 나오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또한 경찰은 A씨의 사망을 둘러싸고 제기될 수 있는 의혹을 사전에 모두 확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기 양평경찰서는 같은 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A씨가 남긴 유서에 대한 필적 감정을 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 분향소를 설치해 조문했다. 국민의힘 의원 전원은 같은 날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마친 뒤 국회 내에 설치된 분향소로 같이 이동해 고인을 애도하며 헌화, 묵념하는 시간을 가졌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조선> 11월호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고기정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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