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집 리뷰] 김성민의 세 번째 동시집 《달팽이 문자 받고 나갔더니》 : 월간조선

초원 위에 집이 있었다죠

벽은 빨갛고

쪼그마한 창문은 점점이 까맣고

지붕은 둥그렇고 초록에 까만 줄을 칠했었다죠

데굴데굴 잘도 굴러다니는 집이었다죠

씨 하나 점처럼 붙이고 깔깔 웃는 집이었다죠

-시 <수박 같은 집을 짓고> 전문

읽을 수록 맛이 나는, 맛있는 동시가 있다.

기자는 오랫동안 어른의 눈으로 김성민 시인의 동시집 《달팽이 문자 받고 나갔더니》를 읽었다. 재밌어서 자꾸만 읽고 싶어졌다. 읽다보니 생각이 많아졌다. 달팽이, 도마뱀, 올챙이, 매미, 지렁이, 기린들이 의인화되어 서로 말하고 노래하며 웃는 이야기를 읽다 보면 감동이 느껴진다.

삶의 감동이 느껴진다. 아이의 시선이지만 어른의 눈으로 뭔가 생략된 삶의 비의 같은 게 있다. 어른이 동시를 읽어야 하는 이유다.

올챙이가

꼬리 벗고

바지로 갈아입은 날

거울 앞에서 개구리헤엄

폼 멋지게 잡으면서

두 번 다시 꼬리는 입지 않을래

마음먹었어요

꼬리가 그립지 않을까

꼬리를 입고 고요하던 때 말이야

누군가 말했지만

이제 올챙이는

소리를 가지기로 했어요

개골개골 세상을 울릴 소리

모이고 모여

더 커질 목소리 말이에요

-시 <바지를 꺼내 입을 만큼 키가 자라면> 전문

시 <모닥불>은 동시를 짓는 시인 김성민의 자전적인 이야기 같다. 동화 속 피노키오를 불러와 거짓말-코-모닥불이라는 상징적 연관을 만들어 시적 상상력을 펼친다.

거짓말을 하면 할수록 코가 자라는 피노키오. 그러다 따스한 거짓말로 자란 코를 땔감으로 쓴다면, 사람들에게 따스함과 위안을 준다면, 그것만큼 좋은 거짓말이, 따스한 땔감이 또 있을까. 작가가 상상력으로 동시를 쓰고 동화를 짓는 이유는 문학이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감정적 진실을 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피노키오는 거짓말로

이야기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우리는 그만큼 자라난 코를 잘라

불을 피울 수 있었습니다

조금 오래가는 불길이 일기도 했는데

내가 나오는 이야기를 할 때였습니다

내 이야기가 오래가서 좋았습니다

거짓말인 줄 알면서도

참 따뜻했습니다

-시 <모닥불> 전문

'까먹다'는 구어체에 쓰이는 말인데 맥락에 따라 여러 가지 의미를 지닌다. 껍질이 있는 것을 까서 먹다, 먹어치운다는 뜻도 있고 낭비하다는 뜻도 있으며 기억을 잃어 버렸다는 뜻도 있다.

시 <착한 일은 그렇게 하는 거니까요>를 보면 '까먹다'의 여러 의미가 나온다. 다람쥐가 나중에 먹으려고 도토리를 땅속에 묻어 둔 것을 까먹어서 나중 참나무숲을 이룬다. 먹어도 좋고, 잊어도 좋은 열매가 도토리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