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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Room Exclusive

오늘 오후 조성관 작가 ‘아는 것 같지만 잘 모르는 윤동주의 삶과 詩’ 강연

올해 마광수의 ‘윤동주 연구’ 발행 40년...《월간문학》 7월호 소개하는 마광수론은

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kimch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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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연구가 조성관 작가(전 주간조선 편집장)26일 오후 4시 서울 강남구 앙크레블에서 <아는 것 같지만 잘 모르는 윤동주의 삶과 >에 대해 특별 강연한다.

 

조 작가는 천재들의 창조성의 비밀을 공유하는 문화살롱 '지니어스 테이블'을 운영해 왔다.

 

조 작가의 윤동주 특별강연을 기다리며 생각나는 얼굴이 있다. 윤동주 연구의 대가는 고() 마광수 교수(연세대)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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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올해로 마광수 교수가 쓴 윤동주 연구》(정음사, 1984년) 초판이 발행된 지 40년이 된다. 이 책은 후학들에게 마광수 연구의 발판을 마련한 저서로 널리 알려져 있다.

 

최근 문학평론가 조명제 선생이 한국문인협회가 발행하는 《월간문학》 7월호에 마광수론을 실었다. 《월간조선》 뉴스룸은 ‘마광수론’ 일부 내용을 발췌해 소개한다. 조명제 선생은 현재는 계간 문예운동편집주간과 서울시인협회가 운영하는 서울시인학교 교장, 책임지도교수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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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 캡처 2024-07-26 101937.jpg

 

 

변태적 상상력과 창조적 개성의 에로티즘 시인 - 마광수론(2)

 

조명제 문학평론가

 

1.

마광수는 유고 소설집이 되어 버린 추억마저 지우랴(어문학사, 2017)를 출판사에 넘기고, 죽음을 선택하기 직전에 본디의 제목을 바꾸어 '추억마저 지우라'로 해 달라고 출판사에 연락한 것으로 전한다. 28편의 유고소설은 작품들이 대체로 짧은 편이지만, 자전(自傳)과 허구의 경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들고 있다(송희복, 가버린 작가 남은 유고집, 마광수 시대를 성찰하다, 2019, 45). 이 단편소설집 중의 마광수 교수, 지옥으로 가다는 마광수 자신의 가상적인 사후 세계를 다룬 작품이다.

 

20xx, 위대했던 마광수 교수가 타계했다. 권위주의에 찌든 교활한 문학계의 억압에 단단히 맞섰던 그는, 파격적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으며 그의 진정성을 인정받았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노벨상 수상 2년 후 그 는 돌연 사망하고 말았다.

 

"아 쓰발, 더러운 세상 잘 떠났다."

 

마광수 교수의 영혼이 중얼거렸다. 마광수 교수의 영혼은 거리를 배회하며 신문 기사를 보고 있었다. 역시나 교활한 놈 이문혈이란 놈은 위로한 척하면서 끝까지 지긋지긋한 일장 훈시를 늘어놓는 것이다.

 

마광수 교수의 죽음은 애도하지만, 그의 작품은 수준 미달인 것으로 재평가되어야 한다는 제목의 신문 기사를 보면서 마광수 교수는 혀를 찼다. (추억마저 지우랴, 15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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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광수 장편소설 《즐거운 사라》

 

즐거운 사라를 둘러싼 문단 일각의 비난과 몰각에 대한 분함과 섭섭함이 진하게 묻어난다. 인용문 속에서는 '이문혈'이라고 써 놓았지 만, 이문열 한 개인에 대한 서운함을 드러냈다기보다는 즐거운 사라의 내용이 변태적이라며 비난하고 배척했던 문단 일각에 대한 비판이 라고 할 것이다. (송희복, 같은 글, 47쪽 참조).

 

마지막 단편집의 제목을 바꾸어 달라고 하고 자살한 마광수의 죽음에 대해, 그의 소설 즐거운 사라를 출판하였다는 이유로 마광수와 함께 옥고를 치렀던 장석주 시인은 마광수 선생을 보내며의 한 대목에서 이렇게 추모하였다.

 

이 죽음은 억울하고 분한 죽음이다. 앙토냉 아르토는 빈센트 반 고흐의 자살을 두고 '사회적 타살'이라고 했다. 마찬가지로 마 선생의 죽음도 자살의 형식을 빌렸지만 한 사회가 공모한 사회적 타살에 가깝다. 우리 모두는 그를 몰이해와 냉대 속에 오래 방치하고, 이 천재를 '변태'라고 몰아 세웠으며, 죽음에 이르게 했다. 그를 향해 빗발치는 저주의 말들은 그의 뇌수를 쇠꼬챙이로 쑤시는 듯했을지도 모른다. 따돌림 당하고 조리돌림 당한 뼈에 사무친 외로움과 살을 저미는 절망을 우리가 어찌 다 헤아릴 수 있으랴!

 

(중략)

 

3.

마광수는 원래 소설보다 시로 먼저 문단에 등단한 사람이다. 연세대학교 박사과정 중이던 1977년 월간 현대문학배꼽에」 「망나니의 노래」 「고구려」 「당세풍의 결혼」 「()」 「장자사(莊子死)6편의 시가 박두진 시인의 추천으로 당선되어 등단하였다. 그의 초기 시는 도발적이고 발칙한 상상력으로 신선한 면모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우선 사회적 문제를 일으킨 그의 자유로운 성 담론의 작품부터 살펴보는 게 좋겠다.

 

만나서 이빨만 까기는 싫어/ 점잖은 척 뜸들이며 썰 풀기는 더욱 싫어 러브 이즈 터치/ 러브 이즈 필링/가자, 장미여관으로!// 화사한 레스토랑에서 어색하게 쌍칼 놀리긴 싫어/ 없는 돈에 콜택시, 의젓한 드라이브는 싫어/ 사랑은 순간으로 와서 영원이 되는 것/ 난 말없는 보디랭귀지가 제일 좋아/ 가자, 장미여관으로!// 철학, 인생, 종교가 어쩌구저쩌구/ 세계의 운명이 자기 운명인 양 걱정하는 체 주절주절/ 커피는 초이스 심포니는 카라얀/ 나는 뽀뽀하고 싶어 죽겠는데, 오 그녀는 토론만 하자고 하네/ 가자, 장미여관으로!// 블루스도 싫어 디스코는 더욱 싫어 난 네 발냄새를 맡고 싶어, 그 고린내에 취하고 싶어/ 네 뾰족한 손톱마다 색색가지 매니큐어를 발라 주고도 싶어/ 가자, 장미여관으로!// 러브 이즈 터치/ 러브 이즈 필링(가자, 장미여관으로!(1985년작) 전문)

 

시인이 가장 싫어하는 위선의 가면을 홀라당 벗어던지고, 육체적이고 관능적인 성의 문제를 아무런 가식 없이 솔직하게 표현해 놓고 있다. 그만큼 그의 시는 일관되게 정직성의 공간에 위치한다. 지식인의 체면과 교수의 체통을 조금이라도 지켜야지 이게 뭐냐라고 하는 생각은 유미주의적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마광수에게는 통하지 않는 시각이다. 정신이 육체를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육체가 정신을 지배하는 것이라는 주기론자(主氣論者)인 그는 에로티즘의 가치와 생리적이고 실제적인 성격을 신념으로 삼는다. 우리가 가식을 버리고 심리의 내면을 들 여다 보면 내가 미처 드러내 놓고 하지 못하는 성적 담론을 참 솔직하고도 당당하게 대변해 주는구나 싶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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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펴낸 마광수 교수의 저서 《윤동주 연구》. 조명제 문학평론가도 지난 2018년 윤동주에 관한 연구서 《윤동주의 마음을 읽다》를 펴냈었다.

 

당시 연세대학교 앞에 '장미여관'은 없었다는 말이 있다. 장미여관이든 동백장이든 그 여관의 이름은 별개의 문제이지만, 그 이름은 흥미롭게 잘 지어냈다 싶다. 어디엔가 있을 법하고 또 있을 터인 '장미여관'은 섹스의 공간을 암시하는 기표로 작용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요즘은 대개가 '모텔'이라는 명칭으로 바뀌었지만, '여관', '여인숙'이라는 간판을 간혹 만나게 되면 그리운 추억처럼 정겹기마저 하다. 대학 강단에 서던 시절 학생들에게 한자단어 쓰기 실습을 더러 시켰는데, 단어 중 '여관(旅館)'을 포함시켜 보곤 하였다. 한자 문맹 교육 덕분에 학생들 대부분이 한자로 못 쓰거나, '여관'''자밖에 못 쓰거나 하였다. 그마저도 그 쓴 글자가 ''자였다. '여관'이 나그네가 머물고 가는 집이기보다는 여자를 데리고 들어가 통정하는 집쯤으로 알았을 것이 분명하다. 마광수 시인은 그 같은 사회적 관습과 통념의 오해까지를 역용(逆用)하여 "러브 이즈 터치/ 러브 이즈 필링"을 노래한 셈이다.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 꼭 금이나 다이아몬드가 아니더라도 양철로 된 귀걸이나 목걸이, 반지, 팔찌를/ 주렁주렁 늘어뜨린 여자는 아름답다 화장을 많이 한 여자는 더욱더 아름답다/ 덕지덕지 바른 한 파운드의 분 () 아래서 순수한 얼굴은 보석처럼 빛난다/ 아무것도 치장하지 않거나 화장기가 없는 여인은 훨씬 덜 순수해 보인다, 거짓 같다/ 감추려 하는 표정이 없이 너무 적나라하게 자신에 넘쳐/ 나를 압도한다 뻔뻔스런 독재자처럼/ ()처럼 속물주의적 애국자처럼/ 화장한 여인의 얼굴에선 여인의 본능이 빛처럼 흐르고/ 더 호소적이다 모든 외로운 남성들에게/한층 인간으로 다가온다 게다가 가끔씩 눈물이 화장 위에 얼룩져 흐를 때/ 나는 더욱 감상적으로 슬퍼져서 여인이 사랑스럽다/ 현실적, 현실적으로 되어 나도 화장을 하고 싶다/분으로 덕지덕지 얼굴을 가리고 싶다/귀걸이, 목걸이, 팔찌라도 하여/ 내 몸을 주렁주렁 감싸안고 싶다/ 현실적으로 진짜 현실적으로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1979) 전문)

 

이 시의 제목을 마광수는 첫 에세이집 제목으로 삼기도 했다. 그만큼 이 시는 마광수 시인의 심리와 성격, 그의 에로티즘 사상을 적실하게 보여준다. 이성(異性)으로서의 여자에 대한 우리의 상식을 송두리째 뽑아 던져 버리는 시인의 관능적 포즈는 독자의 심층을 발기시키고, 교양 을 전복시킨다. 시인의 관능적 관점의 정직성은 은유의 기발성 따위는 걸치지 않고 있다. 은유가 있다면 시 작품 전체가 환기하는 시인의 사상적 관념일 것이다.

 

개처럼 사랑하고 싶다. 개는 언제나 어디서나 가리지 않고 사랑을 나눈다. 번거로운 절차도, 체면도 없다. 사람들처럼 엉큼스럽게 사면이 벽으로 막힌 곳에서만 사랑을 하는 것이 아니다. 큰 한길에서도 개는 누가 보든 말든, 순수한 정열로 사랑을 나눈다. 아무런 스스럼이 없다. 전혀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다. 그 티 없이 순진한 개의 눈빛, 사랑이 가득 담긴 부드러운 혀 놀림. 기분이 좋을 때는 언제나 꼬리를 흔들어대는 그 솔직성. 나도 개처럼 정직하게 사랑을 나누고 싶다. 빨가벗고 사랑을 나누고 싶다. (개처럼 사랑하고 싶다(1982) 전문)

 

이 얼마나 솔직하고 정직한 표현이며, 화자 자신을 통해 인간의 가식과 체면을 걷어내는 화법인가. 사내들끼리 모이면 흔히 하는 음담패설 중 주고받는 일이고, 조선시대의 '춘화'에도 생생하게 그려져 있으며, 에로물(잡지, 포르노그래피 등)에 나오는 단골 체위인 터라, 방사에서 실천해 보지 않은 이가 없을 그것을 시인은 너무도 진솔, 정직하게 드러낸 것뿐이다. 황지우 시인도 그의 시 이태준(1946년 서울, 연세대 철학 과 졸, 미국 시카고 주립대학 졸)의 근황에서 "제발 무슨 충격적인 일이 없을까? 여자를 개같이 엎드려 놓고 성교하고 싶어. 침 뱉을 거야? 추악이 즐겁지? 너를 신고할 테다. 제발 그래줬으면 고맙겠어"라고 쓴 대목이 있다. 마광수보다는 훨씬 기교적이고 심리적 장치가 결속되어 있지만, 바따이유가 설명한 에로티즘의 불가피한 동물성까지를 함축한 경우에 속한다.

 

수음()과는 이제 자동적으로 친숙해진 나에게 너는 대체 무엇 때문에 내려왔느냐 어째서 모든 거리마다에서 너는 내게 고독으로 다가온 단 말이냐/ 사랑하고 사랑하고 사랑했는데도 내 가슴에는 네 몸뚱어리만이 남았다/ 끊으려 해도 끊으려 해도 끊어지지 않는 이 사랑, 이 욕정/ 이 괴상한 설레임의 정체는 무엇이냐(사랑(1979) 후반부)

 

"사랑하고 사랑하고 사랑했는데도 내 가슴속에는 네 몸뚱어리만이 남았다"로 시작되는 이 작품은 마광수의 관능적 에로티즘의 사상이 여과 없이 표출되어 있는 작품이다. 사랑하는 연인에게 '사랑한다'고 수없이 말하곤 하였지만, 그리고 하늘을 향해 수만 번 맹세를 하며 그 말이 정신적인 것이리라 여겼지만, "내 가슴속에는 네 몸뚱어리만 남았다"는 것이다. 이 직설적인 화법은 그의 정직성의 철학과 만나는 지점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육체적 관계를 맺는 연인 사이의 남성에게는 이보다 더 솔직한 생리적 심리적 고백은 없다. 수음으로도 다 채워지지 않는 인간의 이 동물적 본능과 욕정, 시인도 도대체 그 괴상한 정체가 궁금하고 또 궁금할 지경인 것이다. 생기 있는 동안의 인간에게는 운명의 굴레 같은 것이 "이 사랑, 이 욕정"인 것은 사실이다. 이 굴레를 벗어나기 위하여 더러는 금욕의 참선을 하기도 하고, 속죄의 기도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일반인의 경우 이 욕정의 굴레로부터 쉬 벗어날 수 있는 일이 아니어서, 법으로 막고, 방송으로 떠들어 계도를 해도, 보다시피 성추행, 성폭행 사건이 늘어만 갈 뿐 그치질 않는다. 사랑은 개인의 성 심리를 고스란히 말해 주는 것이지만, 동시에 보편적 인간, 특히 남성의 욕망의 특별성과 숙명 같은 것을 드러냄인 것이다. 다만, 이러한 노골적 표현이 시적 성과와 얼마나 결속되어 있느냐 하는 문제가 남는다.

 

하루 종일 외로움에 시달린다/ 하루 종일 성욕에 시달린다/ 한평생 외로움에 시달린다/ 평생 성욕에 시달린다// 차라리 죽고 싶다(비가부분)

 

자그마한 화장실의 공간은 나 혼자만의 공간/ 마치 어머니의 자궁 속 같이 포근하기만 해/ 가끔은 애로틱한 잡지를 보며 마스터베이션/ 끔은 내 똥을 섹시한 여자가 받아먹는 상상, (밀회부분)

 

나는 밤마다 몰래몰래/ 병원의 시체 냉동 보관소에 들어간다/그래서 힘겹게 시체를 꺼내어/ 차가운 시체와 성교를 한다(네크로필리아부분)

 

불과 세 편의 일부를 뽑아 보았지만 게이와의 사랑」 「순간의 황홀과 만나다」 「너무 섹시하다」 「애널(Anal)의 추억등등, 이 같은 유의 마광수 시는 너무 솔직하고, 외설스러워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그리고 가학적이고 극변태적인 장면들이란 사드 후작의 행각과 그의 소돔의 120등의 소설에 나타난 사례와 별반 다를 게 없어 신선감이 떨어지는 편이다. 이승하 시인은 마광수 시의 이런 부분의 양상에 대해 시적 성과를 찾아보기 어렵고, 마광수 시인이 줄곧 추구해 온 '인권''민주주의'와 부합하는지 의심스럽다는 견해를 보여주고 있다(쾌락주의자 마광수 시의 몇 가지 흐름, 마광수 시대를 성찰하다, 글과 마음, 2019).

 

전 당신에게 빚은 없어요 은혜도 없어요/ 우린 서로가 어쩌다 얽혀 들어간 사이일 뿐 한쪽이 한쪽을 읽은 건 아니니까요.// , 어머니, 섭섭히 생각하지 말아 주세요./ "난 널 기르느라 이렇게 늙었다. 고생했다" 이런 말씀일랑 말아 주세요./ 어차피 저도 또 늙어 자식을 낳아 서로가 서로 얽혀 살아가게 마련일 테니까요.// 그러나 어머니, 전 어머니를 사랑해요./ 모든 동정으로, 연민으로 이 세상 모든 살아가는 생명에 대한 애정으로 진정 어머님 사랑해요, 사랑해요. 어차피 우린 참 야릇한 인연으로 만났잖아요? (효도에(1978) 후반부)

 

마광수는 망나니의 노래를 비롯한 등단작들과 그 무렵의 시편들에서 도발적이고 패기만만한 개성적 특성을 보여준다. 효도에도 그 무렵의 작품인데, 그의 시적 관점과 반어적 표현의 방법적 인식이 잘 드러나 있는 작품이다. "어머니 전 효도라는 말이 싫어요/ 제가 태어나고 싶어 태어났나요? 어머니가 저를 낳으시고 싶어서 낳으셨나요?! 또 기르고 싶어서 기르셨나요?"로 시작되는 이 작품은 '이 세상에 태어나지 않으면 안 되게 강제되어진 존재'라는 실존주의적 사고(思考)마저 느껴지게 한다. 시인은 이 시편에서 철저하게 존재의 우연성과 무상성(無償性)을 파고든다. 하지만, 말미 부분에 가서는 반전의 상황을 드러낸다. 모든 동정 모든 연민, 이 세상 모든 살아가는 생명들에 대한 애정으로 진정 어머니를 사랑한다고 말이다. 인간의 실존적 운명과 존재에의 인연 및 현실적 사랑을 반전을 통한 구성적 기법으로 표상한 것이다.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마광수 시인은 실제로 어머니에 대한 효심이 지극했던 것으로 전한다.

 

천재적인 시인으로, 광기 어린 소설가로, 야한 에세이스트로, 시론 및 문학이론가로 길지 않은 생애에 영욕의 세월을 보낸 마광수는 돌이킬 수 없는 사회적 타살로 아까운 생을 마감했다. 그의 시와 소설이 반드시 성공적이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할지라도, 그가 자신을 까발려 가며 위선으로 가득찬 한국사회의 현실을 강타한 것은 기억되어 마땅할 것이다. 그는 누구도 드러내지 못했던 성담론의 제문제(諸問題)를 당당하게 정직성의 공간에 올려놓음으로써 한국적 에로티즘 문학에 불을 붙였다. 생존과 창조적 에너지의 원천인 에로티즘 논의와 연구, 그리고 에로티즘 문학의 발전 방향에 대한 과제는 이제 남은 자들의 몫이 되었다.

금기와 위반, 예술과 외설의 경계에서 창조적 개성을 추구하며 고독한 삶을 살다 희생된 마광수 시인, 하늘나라에서 영광 누리시길 기원한다.

입력 : 2024.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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