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세계보건기구. 사진=WHO 홈페이지
지난 14일 국회입법조사처가 발행한 〈의회외교 동향과 분석 제57호〉에 따르면, 미 의회 내 다수는 WHO 탈퇴를 반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국제적 공조를 유지하면서 WHO(세계보건기구) 개혁을 추진하는 것이 미국에 더 유익하다는 관점에서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6일 미국의 WHO 탈퇴를 위한 공식 서한을 유엔 사무총장에게 제출했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WHO가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중국을 편들고 있다”면서 “WHO를 탈퇴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WHO 가입은 1948년 6월 14일 미 의회가 통과시킨 〈WHO 가입 승인 합동결의안〉에 근거한다. 이 안건은 탈퇴에 대해 ‘미국은 1년 전에 통지함으로써 WHO에서 탈퇴할 권리를 보유하며, 이 경우 당해 회계연도의 지원금을 모두 납부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의 WHO 탈퇴는 2021년 7월 6일부터 유효하다.
WHO의 2020~2021년 예산은 약 48억 달러(우리 돈 약 5조7000억원)이다. 미국은 2018~19년 당시 WHO의 전체 예산(44억 달러‧5조3000억원) 중 5분의 1인 약 9억 달러(1조1000억원)를 지원했다.
문건을 작성한 국회사무처 김도희 입법조사관은 “미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은 ‘WHO 탈퇴가 미국을 더 위험하게 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반대하고 있고, 미 의회의 동의 없는 탈퇴가 가능할지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하면 탈퇴가 번복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고 했다. 지난 8일 민주당의 바이든(Joe Biden) 후보는 자신이 당선되면 WHO에 가입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탈퇴할 때도 결의안 통과시켜야
미국의 WHO 탈퇴를 반대하는 진영의 논리는 ‘가입 당시에도 결의안을 통해 진행됐으니, 탈퇴도 결의안을 통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미국 내 보건‧헌법‧국제법 관련 학자 및 전문가 750명은 미 의회에 서한을 보내 2021년도 WHO 지원금 전액 배정과 탈퇴를 금지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킬 것 등을 요청했다.
김도희 조사관은 “향후 미국의 WHO 탈퇴 과정에서 미 의회의 역할과 대응에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세계보건기구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창설된 유엔의 산하조직이다. 회원국은 194개국이며 전 세계에 7000명의 직원과 150곳에 지부를 두고 있다. 에이즈와 말라리아 등 각종 질병에 대응하기 위해 보건의료방역 활동을 전 세계적으로 펼친다. 한국인 최초로 국제기구의 수장을 지낸 고 이종욱 박사가 WHO의 6대 사무총장을 지냈다.
글=이경훈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