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959년 경기고 교사 시절의 이어령 선생. 이하 사진=영인문학관
“질문하지 않는 강의는 강의가 아니다.”
고(故) 이어령 선생이 이화여대 강단에서 즐겨 하던 말이다. 그 말처럼 그의 강의는 언제나 교실을 뒤흔드는 물음으로 시작됐다. 반세기가 흐른 지금, 그 강의실의 풍경이 다시 펼쳐진다.

영인문학관(관장 강인숙, 서울 종로구 평창30길 81)은 2026년 봄 기획전 ‘강단에서 만나는 이어령’을 오는 5월 31일까지 연다. 지난해 선보인 ‘에디터로서의 이어령’에 이은 ‘이어령 시리즈’의 두 번째 프로젝트로, 편집자에 이어 교육자로서의 이어령을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1970년대 이대 교수 시절의 이어령.
독학으로 가르쳐야 했던 시대의 지식인
이어령은 1955년 처음 교단에 섰고, 1967년부터 이화여자대학교 국문과 교수로 재직하며 수십 년간 한국 지성계를 이끌었다. 그러나 그가 처음 마주한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한국문학 자체가 체계화되지 않았던 시기에 태어나, ‘배우지 못한 채 가르쳐야 하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강의록을 매번 손수 만들어야 했던 그의 분투는 당대 지식인들이 공유한 고민이기도 했다.
전시는 바로 그 흔적을 따라간다. 고전시가부터 서구 미디어 이론, 기호학에 이르기까지 이어령의 친필 강의 노트와 메모가 처음 공개된다. 1970~80년대 제자들이 직접 필기한 ‘한국현대시론’, ‘문학연구방법론’, ‘현대작가론’, ‘기호학과 구조주의’ 강의 노트도 함께 전시된다.
스승의 언어가 제자의 손을 거쳐 기록된 이 자료들은 단순한 학습 기록을 넘어, 지식이 세대를 건너 전승되는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1980년대 이어령의 강의 노트
“명강의를 듣는 기쁨”… 5회 연속 강연
전시와 연계한 문학 강연회 ‘명강의를 듣는 기쁨’은 매주 토요일 오후 2시, 총 5회에 걸쳐 열린다. 강인숙 관장을 비롯해 김진영 연세대 명예교수, 시인 문정희 등이 각자가 경험한 ‘명강의의 순간’을 들려준다. 홍래성 서울시립대 교수와 김현자 이화여대 명예교수는 이어령의 강의를 직접 조명하는 시간을 맡는다.
강연은 4월 25일 강인숙 관장의 ‘좋은 강의를 듣는 기쁨’을 시작으로, 5월 2일 김진영 교수의 ‘문학은 위대한 순간과의 만남’, 5월 9일 홍래성 교수의 ‘이어령, 끝없는 지성의 여정’, 5월 16일 문정희 시인의 ‘시혼(詩魂)을 깨우는 미당의 육성’, 5월 23일 김현자 교수의 ‘창조의 샘, 이어령—우리는 어떻게 지혜의 물을 긷는가’ 순으로 진행된다.
전시장 한편에는 ‘작가의 방’도 마련된다. 영문학자이자 문학평론가인 이태동 선생의 서재를 재현한 공간으로, 시대를 꿰뚫는 비평가의 내밀한 독서 풍경을 엿볼 수 있다.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며, 일요일과 월요일은 휴관한다. 예약 문의는 02-379-318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