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진=뉴시스
국민의힘 지방선거 후보자 공천관리위원회가 서울시장 후보자 공천 신청을 추가로 접수한다.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15일 밝힌 내용처럼, 국민의힘 공관위는 16일 이를 공고하고, 17일 추가 신청을 접수해 18일 면접을 실시할 예정이다. 사퇴 의사를 밝혔다가 단 이틀 만에 번복하고 '장동혁이 부여한 전권'을 강조하면서 복귀한 이 위원장은 오세훈 시장을 특정해 공천 신청을 압박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장동혁 대표를 향해 '당의 노선 전환' '윤석열과의 절연'을 촉구하며 애초 8일까지였던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자 공천 신청 기한까지 관련 서류를 접수하지 않았다. 그 다음날 국민의힘이 의원총회를 열고 마치 사전 각본이 있던 것처럼 '절윤 결의문'을 낸 직후, 오 시장은 '의미있는 변화의 시작'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당시 '국민의힘 의원 일동' 명의로 발표된 소위 '절윤 결의문'은 비현실적 상황인 '윤석열 정치 복귀'를 전제로 하고, 그에 반대한다는 취지의 '속 빈 강정' 같은 말장난에 불과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럼에도 2000년에 정계에 입문해 26년째 정치를 하고 있는 오 시장은 결의문 채택 직후 "참으로 감사하고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제 비로소 저희 당 입장에서는 선거를 치를 수 있는 최소한의 발판이 마련된 셈"이라며 "드디어 이제 변화가 시작됐다. 결의문이 선언문에 그치지 않고 하나하나 실천이 돼서 다시 우리 당이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회복할 수 있는 단계까지 나아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는 각오를 밝혔다.
하지만 오세훈 시장은 12일 국민의힘 추가 공천 신청일에도 움직이지 않았다. 당일 그는 "실천이 중요하다는 말씀을 어제 아침에도 드렸는데 실행 단계에 들어가는 조짐이 전혀 발견되지 않고 있다”며 “장동혁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도 노선 전환과 아울러 노선 전환을 실감할 수 있는 인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말씀과 함께 이른바 ‘혁신선대위’를 조기 출범시키는 것이 가장 좋은 해법이 될 수 있겠다는 취지의 말씀을 전달드렸고, 이후에도 몇 차례 그 부분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현재 국민의힘 상황은 '무늬만 절윤' 결의문을 발표하기 전과 전혀 달라진 게 없다. 오세훈 시장이 공천 신청 조건으로 제시한 '인적쇄신'도 장동혁 대표는 할 의사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장 대표는 15일, '절윤 결의문'과 배치되는 언행을 하는 인물들로 정치권에서 언급되는 박민영 미디어 대변인을 유임하는 결정을 내리고, 조만간 최고위원회의에서 처리할 예정이다. 또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도 그 자리를 계속 지키고 있다.
장동혁 대표는 독자적인 정치 기반 없이 '윤석열 어게인' 세력에 의존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 상황에서 만약 외부 압박에 밀려 소수의 최측근마저 정리한다면, 그의 리더십을 결사옹위할 세력은 사실상 소멸한다. 사면초가의 위기에 직면하는 셈이다.
오세훈 시장이 요구한 '혁신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역시 장동혁 대표 입장에서는 수용하기 어려운 주장이다. 당 지지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당 내부에서도 노선 전환을 요구하고, 좌우 성향 가릴 것 없이 거의 모든 언론 매체들이 '정권 독주를 막을 건강한 야당'을 주문하면서 '절윤'을 촉구했으나 장동혁 대표는 이에 응하지 않았다.
장동혁 대표가 지금껏 '절윤'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한 이유는 바로 자신을 당 대표로 만든 '윤석열 어게인' 세력의 지지세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평가다.
"비록 지방선거에서는 국민의힘이 대참패를 할 수 있겠지만, '윤석열 어게인' 세력의 지지세만 계속 확보한다면 차기 당권을 차지할 수 있다" "차기 당권을 쥐고 2028년 총선 공천에 관여해 '친장계'를 구축하면, 원내 기반과 '윤석열 어게인' 세력의 지지세를 힘입어 2030년 대선도 넘볼 수 있다"는 계산을 장동혁 대표가 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해석이 지배적이란 얘기다. 그렇지 않는다면, 장 대표의 정치 행보를 설명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장동혁 대표가 이런 계산을 실제로 하고 있다고 해도, 지방선거 참패라는 성적표를 받은 뒤 당내의 거센 책임론을 뚫고 차기 당권까지 순항할 수 있을지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다만, '장동혁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장예찬 부원장이 최근 ‘선거에서 패배해도 휴지기를 가진 뒤 전당대회에 출마하면 당 대표 유력’이라고 주장한 사실을 고려하면, 그 그룹 안에서는 이러한 기대가 존재한다고 추정할 수 있다.
또한, 지금 오세훈 시장처럼 선거를 앞두고 ‘쇄신’을 주장하고, ‘장동혁 체제로는 선거를 치를 수 없다’고 비판하는 이들의 언행 자체가 향후 '장동혁 그룹'의 면피용 명분으로 활용될 수도 있다.
이 같은 시각을 차용할 경우, 장동혁 대표가 그렇게 지키고 있는 '당권'을 사실상의 비상대책위원회와 다름없는 '혁신선대위'에 넘겨주고, '무늬만 당 대표'로 물러앉는 일은 상상하기 어렵다. '대선주자'로 꼽히는 오세훈 시장의 요구에 굴복하는 모양새 역시 장 대표 입장에서는 수용 불가한 그림이다.
이런 상황에서 장동혁 체제의 국민의힘은 이정현 공관위원장을 통해 오세훈 시장의 공천 신청을 촉구했다. 별다른 상황 변화가 없는데도, 장 대표가 '절윤 결의문'을 단 한 글자도 이행하려는 의지를 보여주지 않았는데도, 오 시장이 공천 신청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의 정치적 이미지는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추락할 공산이 크다. '정치 지도자'의 면모와 거리가 먼 행보이기 때문이다.
공천 신청을 끝내 거부할 경우에는 국민의힘 간판으로 서울시장 선거에 나갈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2011년 서울시장직 자진 사퇴 사태를 연상시켜 보수 지지층으로부터 거센 비판을 자초할 수 있다.
물론 현재 돌아가는 상황을 고려했을 때 국민의힘 공천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불확실하고, 그나마 '오세훈'이란 카드를 국민의힘이 스스로 포기할 경우 수도권 선거를 제대로 치를 수 있을지도 의문이지만, 그간 장동혁 대표의 행보를 고려하면 '오세훈을 위한 특혜성 추가 접수'는 더는 없을 수 있다.
오세훈 지지 여부, 당 노선 전환에 대한 찬반 여부와 무관하게 오세훈의 '버티기' 또는 '벼랑끝 전술'에 대해 피로감을 느끼거나 관심을 두지 않는 이들도 시간이 갈수록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점 역시 오 시장을 불리하게 하는 위협 요인으로 꼽힌다.
이는 오세훈 시장이 9일 '절윤 결의문' 발표 직후 '환영' 입장을 밝혔을 때부터 예정된 일이었다고 할 수 있다. 오 시장은 그 전에 비공개 석상에서 장 대표에게 언급한 구체적인 조건을 공개하지 않았다. 그 세부 사항들이 이행되지 않는 한 자신의 공천 신청은 없다고 단정하지도 않았다. 전형적인 과거식 정치 화법을 구사한 셈이다.
이는 오세훈 시장 특유의 애매모호한 화법이자, 정치적 위험을 회피하려는 전략적 발언으로 볼 수 있다. 그는 9일 ‘절윤 결의문’ 발표 직후 환영 입장을 밝혔지만, 그 전 비공개 석상에서 장 대표에게 언급한 구체적 조건은 공개하지 않았다. 세부 사항이 이행되지 않는 한 공천 신청이 없다고 단정하지도 않았다.
오세훈 시장은 위기 상황에서 '벼랑 끝 전술'을 구사했다. 하지만 '절윤 결의문' 이면의 정치적 의도를 간파하지 못했거나 또는 이를 알면서도 추상적인 찬사를 내놓은 순간 순간 오 시장의 협상력은 이미 한계에 부딪혔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의 선전을 예측하는 이들이 거의 없는 점, 장동혁 체제로는 이길 수 없다는 평가가 정치권의 공통된 견해인 점, 그럼에도 장동혁 대표는 '절윤'을 이행할 수 없는 '정치적 입장'인 점 등을 고려해도 오세훈 시장은 불리한 위치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결국 현재 구도상 '장동혁 대 오세훈의 치킨게임'에서 오세훈 시장은 선택지가 많지 않다. '절윤'을 이행하지 않아도, 지방선거에서 패배해도 장동혁 대표는 '윤석열 어게인' 세력의 지지를 기대할 수 있다. 이와 달리 오 시장은 서울시장 공천 신청을 하면 하는 대로, 하지 않으면 또 하지 않는대로 손실이 큰 구조를 자초했다.
물론 추가 접수 마감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 있으므로 그 사이에 상황이 변화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진행 과정을 고려하면, 국민들이 '절윤 이행'으로 평가할 만한 '장동혁-오세훈 합의안'이 나올 확률은 지극히 낮다. 그럼에도 오세훈 시장이 그 합의안을 명분삼아 공천을 신청한다면, 그가 강조한 '수도권'과 '중도층' 민심 상당수는 실망하고 '오세훈의 한계'를 비판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