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발행하는 시 전문 계간지 《사이펀》이 2026년 봄호에서 전국 시인 200명에게 "너 최애 시 뭐야?" 하고 질문을 던졌다. 창간 10주년 기념 이벤트에 남녀 99대 101로 딱 반반 맞춘 시인들, 2025년 10~11월 무렵 답변 쏟아내며 시단의 속살을 꺼냈다.
"백석 독주, 6편 싹쓸이"
시인별 3편 이상 추천 집계에서 시인 백석이 압도적 1위다. ‘남신의주 유등 박시봉방’,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여승’, ‘통영’, ‘바람벽’, ‘흰 바람벽이 있어’까지 6편을 꼽으며 "이 양반 작품 전부 다 좋다"는 팬덤 과시한다.
김수영은 ‘풀’, ‘눈’, ‘거대한 뿌리’,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가다오 나가다오’ 5편 건진다.
김혜순은 ‘날개 환상통’, ‘아침 인사’, ‘쥐’, ‘가을’, ‘비탄기타’ 5편 몰아친다.
서정주는 ‘귀촉도’, ‘동천’, ‘영산홍’, ‘재채기’, ‘꽃밭의 독백’ 5편.
기형도는 ‘안개’, ‘빈집’, ‘길 위에서 중얼거리다’, ‘입속의 검은 잎’ 4편.
정지용(‘유리창’, ‘향수’, ‘장수산’), 이성복(‘그날’, ‘1959년’, ‘남해금산’), 황지우(‘황토’, ‘뼈아픈 후회’,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신경림(‘갈대’, ‘낙타’, ‘농무’), 이규리(‘흰감정’, ‘그녀에게’, ‘월요일의 도시락’), 장석남(‘옛 노트에서’, ‘자화상’, ‘소풍’)까지 3편씩 휩쓴다. 현존 시인 5명이 포함돼 반갑다고 할까.
‘최애 시 1편’ 윤동주 ‘서시’ 1위
시인들의 머릿속에 ‘가장 좋아하는 시 1편’은 윤동주 ‘서시’와 강은교 ‘빗방울 하나’, 기형도 ‘안개’, 백석 ‘남신의주 유등 박시봉방’, 김춘수 ‘꽃’ 등이 높게 떠오른다. 곽재구 ‘사평역에서’부터 김용택 ‘섬진강’까지 20위권에서 고전부터 현역이 "서정의 대가족"을 이뤘다.
"기억시인" 백석·기형도 공동왕좌
"작고 시인 중 가장 기억하고 싶은 이는?" 백석·기형도가 공동 1위다. 김수영·윤동주·서정주·신경림·이상·김종삼·이생진·정지용·한용운이 뒤쫓고, 최근 별세한 신경림·이생진·허수경도 상위권. "짧은 인생, 강렬한 변주"라는 기형도 찬사가 터진다.

"등단 전후 시인 지도, 확 바뀌었다"
등단 전 좋아하는 시인으로 김수영을 1위로 꼽는 등 백석·기형도·서정주·윤동주 등 초창기 거장들이 독주한다. 등단 후는 이성복이 1위 찍고 김혜순·송찬호·강은교·진은영이 줄세운다. "순수시→현실 서정", "이미지→철학", "내 시성향 바뀜" 이유가 쇄도한다. 시를 공부하고 쓸 수록 생각이 많아져서일까.
"AI 시? 영혼 없다" 68% 부정
"AI 문화?"에 68%가 부정·우려를 내뱉는다. 68%를 풀어보면 긍정적이나 걱정된다가 33%, 부정적이나 현대 흐름에 어쩔 수 없다가 35%다. 생각이 복잡하다는 의미?
시 창작엔 "인간 정서 못 채움" 54.5%, "신인상 혼란" 24%로 78.5%에서 불안이 솟구친다. AI 시 써봤냐니 68% "없다", 15.5%는 "실험용·놀라움+실망+영혼없음" 토로한다.
"애창곡·영화, 서정 고전에 올인"
시인들의 애창곡 1위는 "봄날은 간다"(백설희)였다. 이밖에 시인들은 18번으로 ‘개여울’(정미조), ‘모란동백’(조영남), ‘킬리만자로의 표범’(조용필), ‘세월이 가면’(박인희), ‘한계령’(양희은) 순을 꼽았다. 왜 전부 옛노래일까. 21세기 노래는 없을까.
좋아하는 영화는 <닥터 지바고>였다. 설원을 녹이는 지바고와 라라의 사랑에 아직도 가슴이 설레는 걸까. 불가능의 사랑을 꿈꾸는 순백의 영혼이 엿보인다. <박하사탕>이 국내 유일 순위권에 들었다. 모두 꼽자면 <일포스티노>, <벤허>,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시네마 천국>, <러브스토리>, <매디슨카운티의 사랑>, <해바라기>, <아웃오브아프리카>, <인생은 아름다워>, <박하사탕>을 꼽았다. 대다수가 고전적인 서정적 영화들이었다. 왜 전부 옛 영화일까. 왜 전부 20세기 영화일까. 문득 책으로 읽은 <매디슨카운티의 사랑>을 보고 싶어진다.
등단 루트는 문예지 신인상 66.5%가 압승한다. 신춘문예 13.5%, 동인지 3.5% 등이 뒤따른다. "3분의 2가 문예지 문턱 넘었다"니 시단 입문 지도가 선명하다.
시인 200명 답변은 "시란 영혼의 일상"을 증명한다. AI 시대에도 시인들은 여전히 백석 기형도 윤동주네. 시인들이 증언한 이 풍경은 2026년 봄호 《사이펀》에서 고스란히 펼쳐진다. 전국의 시인들이 보내온 열정, 한 호에 꽉 채워 만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