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2000원 눈앞…정부, 최고가격제 검토 중

시장개입 효과·부작용 놓고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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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3월 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소재 주유소에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표시돼 있다. 사진=조선DB

정부가 기름값 최고가격 지정을 검토하고 나섰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여파로 국내 주유소 휘발유 가격이 가파르게 뛰면서다. 현재 서울 지역은 평균 리터당 1940원대를 넘어섰다. 시장에서는 ‘2000원 시대진입이 머지않았다는 관측도 나온다.

 

8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석유류에 대한 최고가격 지정 방안을 실무 차원에서 검토 중이다. 과거에는 국제유가 변동이 국내 가격에 반영되기까지 2주 정도 시차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즉각적인 양상이라는 게 정부 판단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앞서 5일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유류 공급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진 것도 아닌데 갑자기 주유소 휘발유 가격이 폭등했다며 최고가격 지정 가능성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 지시 이후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점검단을 꾸렸다. 불법 석유 유통, 매점매석, 가짜석유 판매 등 유가 불안을 틈탄 시장 교란 행위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겠다는 취지다.

 

부처별 대응도 이어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주유소 가격 담합 여부를 살펴보고 있고, 법무부는 유가 담합 등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에 엄정 대응하라고 검찰에 지시했다. 정부는 이와 별도로 유류세 인하 조정 가능성을 검토하는 한편, 에너지 수급 안정을 위해 아랍에미리트(UAE)산 원유 600만 배럴 이상을 긴급 도입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대한석유협회, 한국석유유통협회, 한국주유소협회 등 석유 3단체는 국제유가 인상분이 주유소 판매 가격에 한꺼번에 반영되지 않도록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장 가격은 좀체 진정되지 않는 분위기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7일 오후 11시 기준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890.87원으로 집계됐다. 서울은 평균 1942.08원으로 이미 1900원을 넘어섰다. 전날보다 상승폭 자체는 다소 둔화했지만, 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를 돌파한 만큼 추가 상승 압력은 여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가 들여다보는 최고가격제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23조에 근거를 둔다. 석유 가격이 급등락해 국민경제 안정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판매가격 상한을 고시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이를 어기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초과 이익은 환수 대상이 된다.

 

다만 실제 발동까지 가는 데는 적지 않은 부담이 따를 수 있다. 최고가격제는 1997년 유가 자유화 이후 사실상 사용되지 않았던 비상 성격의 조치다. 정부 안팎에서는 가격을 억누르는 방식의 직접 개입이 시장 왜곡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정유사나 주유소 입장에서는 수익성이 훼손될 경우 판매를 줄이거나 공급을 꺼릴 가능성이 있다. 가격은 묶였는데 원가 부담은 커지는 상황이 이어지면 공급 차질로 번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경우 소비자들은 오히려 주유난을 겪을 수 있다.

 

재정 부담 문제도 있다. 현행법에는 가격 통제를 받은 사업자의 손실을 국가가 보전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국제유가 상승세가 장기화할 경우 민간 손실을 재정으로 메워야 할 가능성이 생긴다.

 

정부는 최고가격제 외에도 유류세 인하폭 조정, 비축유 방출 등 여러 대응 수단을 함께 검토하면서 시장 흐름을 지켜본 뒤 최종 판단을 내릴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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