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찾은 한동훈, 견제 나선 이진숙… 보궐선거 신경전 시작되나

대구·경북 행정통합 논의까지 맞물려 보궐선거 정치 지형 복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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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 사진=조선DB

대구 서문시장 입구는 봄이 시작되기도 전에 소란스럽다. 보수의 심장 소리를 듣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든다. 시장통 한쪽에서는 한동훈을 외쳤고, 다른 쪽에서는 대구에 설 자리가 없다는 고함이 맞섰다.

 

지금 대구에서 들리는 이 소리는 단순한 환영과 반대가 아니라, 아직 오지 않은 선거의 전주곡일지 모른다.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한동훈 전 대표의 대구 방문 직후 공개적으로 견제에 나섰다. 그는 지난 27일 페이스북에 한동훈씨, 대구에 당신이 설 자리는 없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서문시장 앞에서 한동훈을 외치는 사람들과 반대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동시에 들었다자유 우파의 성지인 대구에서 분탕질을 하겠다는 의도가 아니라면 지금 이 시점에 대구를 찾은 이유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고 했다. 이어 혹자는 한동훈이 대구 보궐선거를 노리고 있다고 이야기한다잠재적으로 무소속 출마를 염두에 둔 인사가 국민의힘 의원들을 대동하고 대구를 찾는 것이 적절한가라고 직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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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TV 유튜브 캡처

 

무소속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25일부터 사흘간 대구에 머물렀다. 제명 이후 첫 공개 행보다. 그는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어디를 나가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답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은 채 가능성을 열어둔 발언으로 해석한다. 특히 대구는 보수 정치의 심장부다. 정치적 재기의 무대로 이보다 상징성이 큰 공간은 드물다한 전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 전 위원장의 발언에 대한 질문을 받자 "이진숙씨가 생각하는 윤어게인, 부정선거, 계엄, 탄핵에 관한 생각이 과연 대구의 정상적인 시민들의 생각인지 묻고 싶다"고 반박했다.

 

문제는 대구에 아직 빈자리가 없다는 점이다. 국회의원 보궐선거는 공석이 생겨야 치러진다. 가장 현실적인 경우는 현역 국회의원이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서 의원직을 사퇴하는 상황이다. 이 경우 해당 지역구에서 보궐선거가 열리고, 한 전 대표에게도 출마의 길이 열린다. 정치권에서 그의 대구 방문을 단순한 지역 방문이 아니라 가능한 미래를 염두에 둔 행보로 보는 이유다.

 

이진숙 전 위원장 역시 대구시장 출마를 준비 중이다. 그러나 정치의 시간표는 단선적이지 않다. 만약 시장 경선에서 현역 국회의원이 승리하면 그 자리는 비게 되고, 보궐선거가 치러진다. 그때 대구에는 새로운 정치적 공간이 생긴다. 중앙정치에서 물러난 인물이나 새로운 기반을 찾는 인물에게 보궐선거는 가장 빠른 복귀의 통로가 된다. 반대로 이진숙이 대구시장이 되면 대구에서 국회의원 보궐선거는 열리지 않는다. 그의 당선은 누군가에게는 승리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기회의 소멸이다.

 

정치권에서는 또 다른 관측도 나온다. 장동혁 국민의힘 지도부가 무소속 한동훈의 대구 보궐선거 출마를 막기 위해 당심을 통해 이진숙을 원거리 지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변수는 적지 않다. 현역 대구 의원들이 다수 시장 경선에 나설 경우, 당 지도부가 특정 인물을 중심으로 구도를 정리하기 쉽지 않다.

 

여기에 대구·경북 행정통합 논의까지 맞물리면 정치 지형은 더욱 복잡해진다. 통합이 현실화될 경우 단순한 대구시장 선거를 넘어, 더 큰 규모의 광역단체장 선거로 성격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더불어민주당이 대구 수성갑에서 당선된 경험이 있는 김부겸 전 국무총리 차출을 검토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보수 진영 내부 경쟁에 더해 야권의 상징적 인물까지 가세할 경우, 대구 선거는 전국적 정치 이벤트로 확대될 수 있다.

 

결국 대구는 지금 두 개, 아니 어쩌면 세 개의 정치적 변수를 동시에 안고 있다. 예정된 대구시장 선거, 가능성이 열려 있는 국회의원 보궐선거, 그리고 행정통합이라는 구조적 변화까지 겹쳐 있다. 이진숙의 견제와 한동훈의 반박은 단순한 말싸움을 넘어, 대구를 둘러싼 정치적 주도권 경쟁이 이미 시작됐음을 보여준다.

 

한동훈은 누가 대구에 오지 말아야 하느냐고 되물었다. 정치에서 이 질문은 곧 현실적인 문제로 이어진다. 누가 대구에 남게 될 것인가, 그리고 누가 대구를 발판으로 다시 정치의 중심으로 돌아올 것인가. 보궐선거는 아직 열리지 않았다. 그러나 그 가능성을 둘러싼 신경전은 이미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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