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2026 수능 채점결과를 발표했다. 만점자는 총 5명이다. ‘불수능’으로 불릴 만큼 어려웠던 이번 수능에서 만점자가 5명이나 나온 것도 놀랍지만, 5명 중 4명이 재학생(고3)이라는 점도 인상적이다. 

보통 수능은 n수생(재수 혹은 그 이상)이 유리한 전형으로 불린다. 매년 강남의 유명 재수종합학원(재종)에서 복수의 만점자가 나오곤 했지만 이번엔 아니었다. 교육부와 평가원은 ‘공교육의 승리’라고 자축하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만점(국어수학 및 탐구2과목 만점, 영어-한국사 1등급)은 5명이지만, 대학이 입시에서 학생을 평가하는 기준인 ‘표준점수(표점)’는 각각 다르다. 표준점수는 선택과목의 유불리를 방지하기 위해 평가원이 설정하는 점수로, 어려운 과목의 표점이 높고 쉬운 과목은 표점이 낮다. 

만점자 5명의 표준점수는 423점에서 426점까지 다양하다. 이들 중에서는 광주 일반고에 재학중인 최모군이 426점으로 가장 높다. 최군은 선택과목으로 사회탐구 2과목(경제+사회문화)를 선택한 문과(인문계)다. 수시에서는 서울대 경제학과에 지원했다. 그래서 각 언론에서 “수능 실시 이후 처음으로 문과 학생이 수석을 차지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그렇다면 최군이 ‘전국 수석’일까. 기자는 기사를 쓴 이틀 후 반론 메일을 받았다. “426점은 수석이 아니다. 427점도, 그 이상도 있다”는 것이다. 제보자는 427점의 사례를 제시했고, 수소문한 결과 한 문제 틀린 표점 429점이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1개를 틀렸지만 만점자들보다 표점이 높은 것이다. 대학들은 정시모집에서 원점수가 아닌 표준점수와 백분위를 위주로 각 학교 평가기준을 적용해 줄을 세워 선발하며, 서울대는 표준점수로 줄을 세운다.

만점이 수석이 아니다? 각 선택과목의 표준점수가 차이가 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수험생은 사회탐구 9과목과 과학탐구 8과목, 총 17과목 중 2과목을 선택한다. 17과목의 표점은 그해 시험의 난이도에 따라 평가원이 정한다. 

이번 수능에서는 유독 탐구과목별 표점 차이가 심했다. 사회탐구의 경우 세계지리에서 만점을 받았다면 표점이 73점이고, 정치와법 만점은 67점이다.  과학탐구도 마찬가지다. 생명과학1 만점은 74점이고, 지구과학1과 물리2 만점은 68점이다.  만점을 받아도 다른 과목에서 두개 틀린 학생보다 표점이 낮은 경우도 생긴다. 

이론적으로는 2개를 틀려도, 절대평가인 영어가 2등급이어도 만점자를 제치고 표준점수 전국 1위가 될 수 있다. 틀린 갯수가 같더라도 표점으로 10점 이상 차이가 날 수 있다. 

물론 대학입시를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아무리 자세히 설명을 해도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입시를 이렇게 어렵게 꼬아놓아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할 뿐이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