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제조업체들이 잇따라 이집트행 티켓을 끊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서다.

15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국의 관세 장벽을 우회하려는 중국 기업들이 이집트에 공장을 세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1차 임기(2017~2021년) 당시에는 중국 수출기업들이 동남아 국가로 생산기지를 이전했다. 그러나 지난 4월 발표한 상호관세 대상에 동남아 국가들이 포함되면서 새로운 대안이 필요해졌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인 사업가 황핑은 최근 급격히 늘어난 중국 기업들의 이집트 진출을 직접 체감 중이다. 카이로 외곽에서 오토바이 부품 조립 공장 5곳을 운영 중인 황씨는 7년 전 아프리카 신흥시장 접근성을 고려해 이곳으로 공장을 옮겼다.

그는 “최근 이집트로 공장을 이전한 기업들 중 상당수는 캄보디아, 태국, 미얀마, 라오스 등 동남아에서 사업을 해왔다”면서 “이들이 이집트를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안정성”이라고 했다. 임금 수준이 동남아 보다 낮은데 정부가 우호적이며 반아시아 정서도 없다는 설명이다. 이집트 공장 노동자의 월급은 100~150달러(약 13만~20만 원) 수준이다. 이는 동남아 현지에서 지급하는 임금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SCMP》는 이집트의 외교 전략도 한몫한다고 보도했다. 딩융 알렉산드리아 중국상공회의소 회장은 인터뷰에서 “이집트는 미국과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며, 비교적 균형 잡힌 무역 정책을 펼치고 있다”면서 “따라서 관세 강화 조치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적다”고 했다.

단기간에 제조업체가 몰리면서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6개월 사이 주요 산업단지의 공장 임대료가 두 배 이상 오른 것.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의 진출로 어려움을 겪고 있기도 하다. 2017년부터 이집트에서 소형 가전업체를 운영해온 자샹셩은 《SCMP》에 ”미디어, 하이얼 같은 대형 중국 기업이 들어오면서 우리도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