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1일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주상복합 현대아이파크 신축공사장 붕괴사고가 일어난 지 40여일 후인 2월 23일, 국민의힘 원희룡 선대위 정책본부장과 국민의힘 관계자 10여명이 광주를 찾았다.
이들은 국민의힘 ‘아이파크 붕괴사고 대응특별팀’으로 구성원은 팀장인 원 본부장과 김수철 정책본부 정책협력실장(前 서울시의원), 김창호 정책본부 정책민원특위위원장, 김재식 변호사(서울 구로갑 당협위원장), 손영택 변호사(서울 양천을 당협위원장), 임진석 변호사, 곽승용 청년보좌역 등이다. 하헌식 국민의힘 광주 서구을 당협위원장과 김정현 광주 광산갑 당협위원장도 함께했다. 아이파크 붕괴사고 관련 조사와 보상 논의, 개선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예비입주자들과 인근 상가 상인들, 사망한 현장직원 유족 등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서다.
원희룡 본부장의 아이파크 현장 방문은 지난 6일 윤석열 후보와 함께 왔던 데 이어 두 번째다. 현장 인근에 천막을 치고 대책을 논의하던 ‘아이파크 피해상가대책위원회’ 상인 10여명이 원 본부장과 대응팀을 맞았다. 붕괴 당시 잔해물들이 건너편 상가를 덮쳤고, 5~6곳의 점포가 파손 등 직접적인 손해를 입고 100여곳의 점포는 서구청의 대피명령에 따라 대피 후 영업을 하지 못하는 상태다.

국민의힘 선대위 원희룡 정책본부장이 23일 광주 아이파크 현장을 방문해 피해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권세진 기자
문구도매상을 운영하는 대책위 홍석선 대표는 “영업을 하지 못하면서 생활고가 시작된 것은 물론, 더 문제는 잇달아 거래선이 끊겨 회복할 수 없는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현재 상가건물은 출입이 통제된 상태이며 언제 다시 영업을 시작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상인들은 광주시와 서구청의 무관심에 울분을 토했다. 홍 대표는 “대피명령을 내린 주체는 서구청인데 대피하라고만 했을 뿐 어디로 대피를 해야 하는지, 그 후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이 없다”며 “담당 공무원들은 현대산업개발과 얘기하라는 말 뿐”이라고 토로했다.
상인 A씨는 “당장 생계가 어려워졌는데 우리는 어디가서 보상을 받아야 하느냐”며 “구청에 보상을 해 달라는 것도 아니고, 아무 죄도 없는 주민과 상인들이 보상 절차를 알려달라는데 이렇게 무관심할 수가 없다”고 했다.
상인 B씨는 “보상을 받으려면 피해내용과 규모를 갖고오라는데 지금 그게 계산이 되느냐, 그리고 지금 장사가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언제까지 이런 상황이 이어질 지 알 수 없다는게 더 큰 문제인데 시청과 구청에서는 아무도 상인들의 피눈물에 관심이 없다”고 했다. 이어 “법을 모르는 상인들이 어떻게 대기업(현대산업개발)과 그들이 고용한 대형로펌을 상대로 보상을 받을 수 있나. 국민을 돕는 게 공무원과 정치인이 해야 할 일 아닌가. 시청과 구청, 국회의원 사무실까지 찾아다녔지만 아무도 관심이 없다”며 치를 떨었다.
상인들과 만남 후 대응팀은 광주 시내 한 사무실에서 아이파크 입주예정자 대표단 6인과 만났다. 화정동 아이파크는 올해 11월 8개동 847세대 1500여명이 입주예정으로, 세대의 80% 정도가 ‘국민평형’이라고 불리는 34평형이며 어린 아이를 키우는 세대가 많다고 한다. 대부분 20대 후반에서 40대인 입주예정자들은 “내집 한 채 마련한다는 삶의 희망이 사라졌다”며 목소리를 떨었고, 일부는 눈물을 터뜨리기도 했다.
입주예정자모임의 이승엽 대표는 “대부분은 집 한 채가 재산의 거의 전부이고, 모두들 오는 11월 입주를 위해 자금 계획에 인생 계획까지 세워놓은 상태였다”며 “당장 거주문제 해결조차 어려운 사람이 많다”고 했다. 특히 이 아파트는 후분양제라 입주예정자들이 유주택자가 된 상태여서 다른 주택대출을 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23일 광주 시내 한 사무실에서 원희룡 본부장이 화정동 아이파크 입주예정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사진=권세진 기자
입주예정자들은 현대산업개발측이 무너진 201동만 철거하고 나머지는 예정대로 입주를 강행할 가능성이 크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C씨는 “201동이 무너졌다는 것은 다른 동도 언제 무너질 지 모른다는 것”이라며 “현재 건물은 전부 철거하고 다시 지어야 하고, 그게 입주예정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했다.
D씨는 “자동차로 치면 새 차를 뽑았는데 엔진이 고장났다며 대충 고쳐놓은 차를 내주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건설사와 공무원들 자기네들끼리 대충 안전진단하고 안전하다고 결론낼 게 뻔한데… 내 돈 내고 붕괴위기의 집으로 들어간다는게 말이 되나”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희생자가 있었기 때문에 그분들을 생각해 우리 입주예정자들은 참고 기다렸는데 희생자 보상이 마무리됐으면 입주예정자들의 피해도 적극적으로 해결노력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했다.
안타까운 사연도 줄을 이었다. 내년 아이 초등학교 입학을 위해 ‘영끌’로 분양을 받았다는 E씨, 부모의 극심한 결혼 반대 와중에 아이파크를 분양받으면서 겨우 결혼을 허락받았다는 F씨, 처음 갖는 내 집에 ‘풀옵션’을 신청하고 가슴이 설레 잠을 이루지 못했다는 G씨 등 오는 11월만을 기다리며 살던 그들의 목소리에는 황망함이 가득했다. 입주예정자 중 정신과 치료를 받는 사람이 여러 명 있는 것은 물론, 단체대화방에서는 극단적 선택에 대한 이야기까지 오갔다고 한다.
평범한 직장인 또는 주부인 이들은 “광주에서만 현대산업개발 붕괴사고가 학동에 이어 두번째인데, 재발하는 이유가 무엇이겠느냐”며 “민주당이 우리의 이런 아픔에 관심이 없다, 광주가 무조건 민주당만 찍어주는 바람에 이런 사고가 자꾸 일어나는 것 아니냐”고도 했다. C씨는 “내가 피해자가 돼 보니 알 것 같다”며 “대원군 쇄국정책도 아니고, 이렇게 고여만 있고 변하지 않으니 (광주가) 발전이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원희룡 본부장은 “지역에 견제세력이 없으니 이런 일이 벌어지고, 해결도 어렵다”며 “대응팀이 법률적, 정치적 측면에서 가능한 모든 지원을 하도록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대응팀은 대부분 광주 등 호남 출신 전문가들로 지역사정에 밝은 인물들로 구성돼있다.
다음날인 24일 원 본부장과 대응팀은 아이파크 희생자들의 유가족을 만났다. 비공개로 이뤄진 이 면담에서 유족들은 자신들은 현대산업개발로부터 보상절차에 대해 전달받은 만큼 다른 피해자들을 도와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월 11일 붕괴된 광주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건설현장, 공사 중에 외벽이 무너져 내려 내부 철골구조물 등이 드러나 있다. 사진=뉴시스
원희룡 본부장은 “몇 년이 걸릴지 모르지만 근본적인 원인부터 파고들어 피해자 보상문제 등 실질적 도움을 드리고 재발방지 방안을 마련하는 등 끝까지 책임을 질 것”이라고 했다. 그의 얘기다.
“사고가 났는데 원인을 가급적 축소 및 왜곡하려는 움직임들이 보이고 있습니다. 건설업과 시행업, 자재납품 비리, 지역 카르텔과 커넥션, 불법로비 등 전면적으로 파헤칠 생각입니다. 이미 벌어진 비리에 대한 처벌과 보상작업만이 아니라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겁니다. 우리 당의 법률, 정책, 기술, 금융 전문가들이 계속 참여할 예정이고요. 만약 우리가 대선에서 이겨 인수위가 구성된다면 아파트 건설 비리 개선을 우선과제로 삼을 계획입니다.”
그는 대선 선거운동기간 중 1박2일에 걸쳐 광주를 찾은 이유에 대해 “물론 정치인으로서 민생 해결에 앞장서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정치적인 이유도 있다”고 설명했다. 원 본부장이 말하는 ‘정치적 이유’는 다음과 같다.
“몇 차례 호남을 방문하면서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쌓여있음을 느꼈습니다. 견제세력이 없으면 민생이 망가지는 게 사실입니다. 하나의 세력이 오랫동안 지배하다보니 주민의 삶의 질이 무시당하고, 정보가 공유되지 못하고, 주민들의 한탄이 늘어갑니다. ‘민주당에 속았다’는 말을 하시는 분도 정말 많아요. 국민의힘을 ‘표 얻으러 오는’ 사람들로 보지 말고 굳어진 지역 카르텔을 깨는 돌파구로 이용해주길 바랍니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