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회 “劉相斗 회장은 제적된 인물” VS. 연합회 “林香淳 회장은 前任일 뿐”
⊙ MB, 2006년 호남향우회 전국연합 창립총회 참석해
⊙ 林 총재의 親한나라당 성향이 향우회 분열 가져와
⊙ “劉相斗는 회칙상 會長 자격 없다”
⊙ “입신영달을 위해 ‘湖南’ 파는 것은 수많은 향우의 애향심을 모욕하는 것”
⊙ MB, 2006년 호남향우회 전국연합 창립총회 참석해
⊙ 林 총재의 親한나라당 성향이 향우회 분열 가져와
⊙ “劉相斗는 회칙상 會長 자격 없다”
⊙ “입신영달을 위해 ‘湖南’ 파는 것은 수많은 향우의 애향심을 모욕하는 것”
- 1995년 당시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의 보라매공원 연설회에 모인 인파. 호남차별에 대한 피해의식은 ‘김대중 대통령 만들기’로 분출됐다.
우리 사회는 뭐니뭐니 해도 혈연, 학연, 지연으로 얽혀 있다. 특히 2012년처럼 선거의 해가 되면 종친회, 동문회, 향우회가 더욱 활기를 띤다.
호남향우회. 이 조직이야말로 한국 내 지연(地緣) 문화를 대표하는 단체다. 호남에 고향을 두고 있는 국민이 수도권 지역에만 850만명으로 추산된다. 부산 80만명, 대구·경북 45만명, 울산 20만명 등 전국 각지에 흩어진 인원을 합치면 1000만명이 넘는다.
혹자는 호남 출향민을 일컬어 ‘한국의 유대인’이라고 표현했다. 전국 각지로 뿔뿔이 흩어진 호남인들의 이주를 ‘디아스포라’로 비유한 것이다. 맨몸으로 도시를 찾은 이들을 맞는 것은 빈곤뿐이었다. ‘호남’에 대한 차별도 사무치는 ‘한(恨)’으로 남았다. 타관객지의 고초는 고향 사람끼리 뭉치게 했다. 약 40~50년 전부터 이들은 출신지, 거주지, 직장, 학교별로 친목도모를 위해 만들어진 향우회를 조직했다. 사회로부터 소외된 호남인은 향우회 안에서 위안을 얻었다. “아따 성님” “어이 동상” 하며 상부상조했다. 그러는 사이 호남향우회의 결속력은 인구에 회자될 정도로 강력해졌다. 이들은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김대중’이란 지도자를 중심으로 뭉쳤고, 선거 때마다 ‘김대중당’(국민회의·민주당 등)에 확고한 지지를 보냈다.
호남향우회, 朴元淳 지지 여부로 異見
그런데 최근 호남향우회에서 파열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단서는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였다. 2011년 10월 20일 오전,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의 캠프가 있는 서울 안국빌딩 8층에 박지원 민주당 의원과 일단의 호남향우회원들이 방문했다. 이날 전국호남향우회 총연합회 유상두(劉相斗ㆍ65) 회장과 임원진은 “박원순 파이팅”을 외치며 박 후보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유 회장은 “호남향우회가 서울에 734개 있다”며 “거기를 맡고 계신 회장님들께 ‘기권하지 말고 꼭 투표하라’고 말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제부터 민주당 골수 지지자들이 나올 것”이라며 긍정적 전망을 했다. 민주당 전통 기반인 호남향우회의 소위 ‘야권(野圈) 단일후보’ 지지는 당연한 것처럼 보이지만, 당시 호남 민심은 박 후보에게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았다.
10월 20일 서울시장 보선 전 마지막으로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는 박 후보에게 유리한 상황이 아니었다. 당시 박 후보의 지지율은 하락 국면이었다.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는 10%P 차이를 극복하고 일부 조사에서 박 후보를 앞섰다. 선거양상은 ‘뻔한 승부’에서 ‘혼전’으로 변했다.
박 후보는 ‘호남 표심’을 움직이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자들은 냉담했다. 이들은 후보조차 내지 못한 민주당의 무력한 모습에 실망했고 허탈함을 느꼈다. 서울 시내 민주당 당원협의회들은 “기권하자”는 움직임도 보였다. ‘박지원’으로 대표되는 민주당 호남 세력의 지원 유세도 없었다. 이에 대해 박지원 의원은 “그동안 민주당 지역위원회를 찾아다니면서 ‘두더지 작전’을 폈고, 특히 호남향우회가 이러면 안 된다고 설득했다”고 말했다.
2011년 10월 24일 국회 정론관에서 ‘다른’ 호남향우회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국호남향우회총연합회 중앙회 임향순 총재(전 광주지방국세청장)는 “박지원 민주당 전(前) 원내대표가 호남향우회 일부 회원들을 대동하고 박원순 야권 단일후보 사무실에 가서 지지한다고 밝힌 것은 전국호남향우회총연합회 중앙회와는 전혀 무관한 일”이라며 “당시 박 후보에 대한 지지 선언을 한 유상두 회장은 2010년 전국호남향우회에서 제적된 인물로 호남사람들을 대표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선거에 호남향우회 이름을 표방해 지역 간판을 걸고 특정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온당치 않은 처사”라며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어느 특정후보를 지지하지 않고 엄정중립을 지키겠다”고 선언했다. 이 자리에서 이길범(李佶範) 전 의원은 “‘호적 쪼개기’를 통해 군 면제를 받은 박 후보는 서울시장이 될 자격이 없다”고 비판해 사실상 ‘박원순 거부’ 입장을 밝혔다.
2006년 ‘광명사태’를 계기로 전국조직화
이에 유 회장 측은 다음 날 “임 총재는 전국호남향우회총연합회의 옛 회장이므로 지금은 연합회를 떠난 상황이라 이번 서울시장 선거와는 무관하다”고 반박 성명을 냈다. 또 “단체 소속 지역 회장단 대부분은 박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 임 총재는 돌발행동을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관련 보도를 접한 이들은 어리둥절했다. 호남향우회끼리 정치적 이견을 보이는 모습이 생소했다. 특유의 결속력을 자랑하던 거대세력 호남향우회가 대립한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 호남향우회 ‘전국 조직’을 표방하는 곳은 전국호남향우회총연합회 중앙회(이하 중앙회)와 전국호남향우회총연합회(이하 연합회)가 있다. 두 단체의 뿌리는 2006년에 결성된 전국호남향우회 전국연합(이하 전국연합)이었다. 전국연합이 출범하기 전까지는 각 시ㆍ도 향우회가 개별적으로 활동하고 간헐적 교류를 하는 정도였다. 호남향우회가 ‘거대 단일 조직’처럼 인식돼 왔던 것은 호남차별에 대한 피해의식이 ‘김대중 대통령 만들기’로 옮겨갔을 때 보였던 응집력이 낳은 일종의 착시현상이다.
전국연합 출범 전에도 ‘전국 조직’을 내세운 단체가 있었다. 2000년 9월 전국 시ㆍ군 향우회장 30명은 ‘전국호남향우회연합회’를 결성하고 이영호(李暎湖ㆍ62)씨를 회장으로 추대했다. 그러나 하부조직이 빈약했던 이 단체는 이내 소멸상태에 빠졌다. 각 시ㆍ도 호남향우회가 뭉쳐 ‘전국 조직’ 건설에 합심한 계기는 2006년 7월에 있었던 이른바 ‘광명사태’였다.
당시 이효선(李孝善ㆍ57·한나라당) 광명시장은 시의원과 지역 기관장이 참석한 오찬 자리에서 “전임 백재현 시장이 퇴임 직전 호남 출신 인사를 승진시켰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 시장은 “형평성을 잃은 잘못된 인사”라며 “전라도 놈들은 이래서 욕을 먹는다”고 발언했다. 전국의 호남인들은 분노하며 들고 일어났다.
한나라당은 이 시장에 대해 1년간 ‘당원권 정지’ 처분을 내렸다가 호남 민심의 이반을 우려해 ‘제명’ 조치했다. 이 시장은 “호남인과 광명시민, 한나라당에 대해 본의 아닌 실수로 심려를 끼쳐 사죄드린다”며 자진 탈당했지만, 호남향우회는 이 시장 퇴진운동을 벌였다.
전국호남향우회연합회는 그해 8월 17일 광명시 체육관 광장에서 규탄대회를 열었다. 5000여 명이 참석한 집회의 골자는 이 시장의 사퇴와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이었다. 이 자리에서 전국호남향우회연합회는 “1400만 호남인은 지역감정을 선동하고 이를 악의적으로 이용하는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지역감정 타파를 위한 국민운동을 전개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때 결집한 세력이 전국 조직 건설의 밑바탕이 됐다.
같은 해 10월 광역시ㆍ도 회장 8명이 참석한 회장단회의는 ‘전국호남향우회연합회’를 계승해 ‘호남향우회전국연합’을 출범시키고, 2대 총회장에 임향순 재경 광주전남향우회장을 확정했다. 재경 전북도민회를 제외한 전 지역단체들이 회원으로 참여했다. 전국연합(이후 전국호남향우회총연합회로 개명)은 전국 호남향우회 본부로서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12월 창립총회 때는 당시 유력 대권주자였던 이명박 대통령이 방문했다. 이것이 호남향우회 분열의 씨앗이었다. 3년 뒤인 2009년 12월 전국연합이 정치적 갈등으로 갈라진 것이다.
중앙회 “호남이라고 언제까지 民主黨인가”
임향순 총재의 정치적 성향은 ‘호남 출신’임에도 친(親)한나라당이다. 30여 년 동안 소망교회에 다닌 임 총재는 MB와 예전부터 교우로서 알고 지낸 사이였다. 2007년 10월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된 MB는 ‘국민성공 대장정’ 광주ㆍ전남대회에 참석해 다음과 같은 발언을 했다.
“전국호남향우회 회장인 임향순씨가 장흥 출신이라고 들었는데, 이분이 원래 국세청에서 근무했고, 한국세무사회장도 하고 있습니다. 이분이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서 한나라당을 지지하겠다, 이명박을 지지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아마 눈총을 많이 받겠지만, 제가 너무 고맙습니다.”
당시 한국세무사회 회장을 겸하던 임 총재는 12월 10일 세무사 156명을 이끌고 한나라당을 방문해 ‘이명박 지지’를 선언했다. 2008년 18대 총선 때는 한나라당 비례대표 공천을 신청했다 탈락했다. 또 2010년 6ㆍ2 지방선거에서 오세훈 캠프에 시민통합본부장으로 합류하고, 김문수 경기지사의 유세도 거들었다. 그는 한나라당 지지 이유에 대해 “전라도 거주민과 출향민의 정서는 다르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출향민 중 일부 극렬한 민주당 지지자를 제외하면 대부분은 중도적 성향을 가지고 있고, 한나라당 지지자가 많습니다.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이길 수 있었던 것은 호남 표가 움직였기 때문입니다. 출향민들은 객지에서 다른 지역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야 합니다. 우리끼리 뭉쳐서는 되는 일이 없습니다. 전라도 사람이 서울 인구의 30%라면, 70%는 타지 사람 아닙니까. 언제까지나 소수인 우리가 ‘따돌림’받지 않고 살기 위해서는 여러 방법을 모색해야 합니다. 한나라당도 대안의 하나로 생각하고 통로를 확보해야 합니다. 호남이라고 언제까지 민주당을 찍어야 합니까.”
현재 추진 중인 ‘야권통합당’은 친노세력이 장악하고, 호남 출신이 소외될 가능성이 크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친노세력과의 동맹을 통해서라도 대권으로 나아가는 길을 확보하려 한다. 분당을 하지 않는다면 호남사람들이 찍을 ‘순수 민주당’은 사라질 확률이 높다.
반면 한나라당에 대한 정서는 약간 변하고 있다. 2007년 대선 직후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명박 후보는 수도권 내 호남 출신 유권자로부터 정동영 후보보다 3%P 높은 득표를 했다. 이듬해 18대 총선에서도 호남인구 비중이 큰 선거구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됐다.
2010년 6ㆍ2 지방선거에서는 ▲정용화 광주광역시장 후보 7만4490표 ▲김대식 전남지사 후보 12만3548표 ▲정운천 전북지사 후보 15만1064표 등 호남 지역에서 총 34만9000여 표를 얻었다. 이는 이명박 대통령이 17대 대선 때 호남에서 득표한 23만2000표보다 11만7000표가 늘어난 것이다.
최근 ‘한나라당의 불모지’ 광주에서 열린 한나라당 친박계 이정현 의원의 출판기념회를 통해서도 변화되는 신호를 감지할 수 있다. 이 행사에 민주당 및 무소속 지자체장 등을 포함한 지역 인사 5000여 명이 운집했다. 최소한 호남사람들이 한나라당에 적대감정을 갖고 있지는 않다는 얘기다.
이런 흐름과는 달리 임 총재의 정치색은 향우회 내부에서 큰 반발을 샀다. 민주당 열성지지자들은 3대 총재에 단독출마한 그의 연임을 막기 위해 회의를 무효화시켰다. ‘2009년 정기대의원 총회 회의록’에 기록된 당시 상황은 이렇다.
중앙회, 회칙상 회원 300만명이나 실제 1만2천여 명이 활동
2009년 12월 21일 저녁 6시, 프레지던트호텔 31층에서 열린 정기대의원총회는 ▲총재 선출 ▲정기총회 ▲송년의 밤으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이날 참석자는 연합회 전체 대의원 350명 중 182명이었다. 11개 회원단체 중 경기도, 인천, 강원도, 울산, 창원 호남향우회가 참여하지 않았지만, 회칙상 광역회원단체 회원 1/5 이상이 포함된 전체 대의원의 2/5인 의결정족수 140명을 넘겼으므로 총회 개최에는 문제가 없었다. 위임장을 보낸 이도 69명이었다.
당시 선거관리위원장이던 최순모 대구ㆍ경북 호남향우회연합회장은 “성원이 됐으므로 2009년 정기대의원 총회를 개최한다”고 선언했다. 총재에 단독후보로 출마한 임향순 총재는 공약을 발표하고 “적법하게 성원이 이뤄졌지만, 차후에 전 회원단체가 모두 참석해 화합된 자리에서 추대받고 싶다”며 고사했다. 지방에서 올라온 대의원들은 “성원보고와 위원장의 개회선언으로 모든 것이 적법한 절차를 거쳐 이뤄졌는데 다음으로 미루는 것은 낭비”라며 총재 취임을 요구했다. 당시 서울연합회 유상두 회장은 최 위원장이 의견을 묻자 이렇게 말했다.
“성원이 되면 총회를 강행하고, 안 되면 송년의 밤 행사만 하기로 했습니다. 그 후 인천, 대구ㆍ경북, 울산, 창원 회장들이 어떻게 해서라도 대의원 총회만큼은 막아달라고 해서 오늘 아침에 총재님과 단독면담을 해서 오늘은 송년의 밤 행사만 하기로 했습니다. 전 회원단체가 모인 가운데 총회를 하기로 했는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대의원들의 취임 요구가 계속되자 임 총재는 “이 자리에서 총재가 결정되지 않으면 내일부터 호남향우회는 표류할 것”이라며 “여러분의 뜻에 따르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때 최순모 선관위원장은 “방명록을 확인한 결과 성원이 미달됐다”며 개회 무효를 선언하고 퇴장했다.
사회자는 “성원보고를 듣고 선관위원장이 개회선언을 했다가 갑자기 성원이 되지 않았다는 보고를 한 후 퇴장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며 서울연합회 상임고문 이길범 전 의원에게 의견을 물었다. 이 고문은 “성원이 됐으므로 우왕좌왕하지 말고, 임시의장을 선출해 정기대의원총회를 개최하고, 총재를 재추대하자”고 말했다. 대의원들은 임시의장과 선관위원장을 선출해 회의를 속개했고, 3대 총재로 임향순 후보를 추대했다. 임 총재 노선에 반대한 지역회장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2010년 3월 유상두 회장을 총회장으로 추대했다.
임향순 중앙회 총재는 “서울연합회장을 시켜주면 충성하겠다고 각서까지 쓴 유상두 회장이 대의원총회 결과에 불복하고 일부 지역회장들과 떨어져 나가 새로운 단체를 만들었다”며 서류를 내밀었다. 문서는 2009년 7월에 작성한 유 회장의 각서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상기 본인은 서울특별시 호남향우회 회장으로서 전국호남향우회 총연합회 총재님에게 충성하고, 불순한 행동에도 절대로 가담하지 않고, 만약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시에는 총재님께서 언제라도 본인을 해임해도 아무 미움 없이 따르겠다.”
임향순 총재는 “호남향우회가 민주당 성향이 강해서 연합회의 세가 큰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중앙회는 서울, 경기 지역에 따로 조직을 구성했고, 지역회원단체들도 ‘중립적’ 입장을 보이는 곳이 많아 압도적인 차이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임 총재가 이끄는 중앙회 서울 조직의 규모는 회칙상 약 300만명으로 잡아야 하지만, 실제로는 1만2000여 명이 19개 구에 흩어져 있다. 1개 구당 630명이란 얘기다. 여기서 호남향우회의 부풀려진 규모가 드러난다. 실제로 각 향우회의 참여도나 결속력이 예상처럼 높지 않다는 것이다.
재경고흥군향우회와 같은 예외도 있다. 서울에 읍ㆍ면ㆍ리별로 조직된 향우회가 체육대회를 할 때면 대략 2만~3만명이 모이기 때문에 효창운동장 전체를 빌려야 한다. 재경영광군향우회의 경우 추정회원을 10만명으로 잡는데, 실제 향우회에 등록된 숫자는 1000명 남짓이다. 가장 출석률이 높은 ‘송년의 밤’ 행사는 300~400명이 참석한다고 한다.
임 총재는 “연합회는 우리 서울 조직을 그대로 가지고 갔지만, 방치하다시피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재 상태로는 많아야 우리의 2배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숫자보다도 중요한 것이 법통”이라며 2007년 8월 종로세무서에 등록된 ‘사업자등록증’을 펼쳤다. ‘전국호남향우회연합회’로 등록된 법인명의 대표자가 본인이므로 명칭사용금지 요청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합회 “열성회원은 1만9천명”
이에 대해 유상두 회장은 “중앙회라는 것은 임 전 회장을 비롯한 전임 임원들이 만든 실체가 없는 조직”이라고 말했다. 유 회장은 “강운태 광주시장, 박준영 지사, 허광태 서울시의회 의장이 우리 고문이다. 유 회장에 따르면 연합회 열성회원은 서울시내 1개 구당 700~800명 수준(대략 1만7500~2만명)이다. 계속해서 유 회장의 말이다.
“임 전 회장이 한나라당 편에 서는 것에 대해 향우회 내부에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임 전 회장도 원래는 민주당 쪽이었습니다. 2007년 대선 때 정동영 후보에게 당직을 요구했다가 안 먹히니까 한나라당에 간 것입니다. 아무리 향우회가 정치와 상관이 없다고 하지만, 팔은 안으로 굽지 않습니까. 호남사람들은 ‘한나라당’이라고 하면 염증을 냅니다. 그런데 호남 향우를 대표하는 회장이 자꾸 한나라당으로 가니까 불만이 터진 겁니다. 이후 비대위가 구성돼 저를 추대하려 했지만 3개월 동안 고사하다가 대의원들의 만장일치로 회장직에 올랐습니다. 모든 지역 회원단체들이 나를 따르고 있다는 것은 그들에게 물어보면 금방 ‘답’을 알 수 있는 내용입니다.”
각 지역 호남향우회연합회에 어떤 단체를 인정하는지 묻기 위해 전화했다. 연락이 닿지 않은 강원향우회, 대구ㆍ경북향우회는 공식입장을 확인하지 못했다.
“부산은 호남사람이 살기 어려운 오지입니다. 지금도 어렵게 살거나, 일자리가 없어 곤란한 향우들이 많습니다. 이런 분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만으로 바쁩니다. 정식으로 가입한 곳도 없으며, 서울의 일에는 관여치 않습니다.”(재부호남향우회)
“인천향우회는 60년 역사를 자랑합니다. 6년밖에 되지 않은 연합회 역사가 우리와 비교가 됩니까. 관계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매우 유동적이라 확실하게 말할 수 없습니다.”(인천호남향우회)
“두 단체가 항상 말썽인데, 회의는 아무래도 민주당 쪽인 유상두 회장의 연합회로 참여하고 있습니다.”(제주도호남향우회)
한편 임향순 총재는 유상두 회장의 주장에 대해 “정동영 의원과는 친분이 전혀 없다”며 이렇게 반박했다.
“2007년 당시 서울연합회장이던 윤병묵씨가 전주 출신이어서 정동영 후보와 친했습니다. 윤씨의 소개로 정동영 후보를 만나 밥 한번 먹은 것이 전부인데, 어떻게 당직을 요구하겠습니까. 말도 안 되는 얘기입니다.”
유상두 회장은 현재 총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2011년 12월 4일 용산아트홀에서 열린 그의 출판기념회는 화려한 출정식이었다. 유 회장에 따르면 최근 용산아트홀에서 가진 자서전 출판기념회는 국회의원 23명을 비롯해 4000명이 방문했다고 한다. 사진을 통해 확인한 기념회 참석 정치인의 면면을 보면 민주당 지도부의 총출동이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 정세균, 정동영, 박주선, 천정배, 이인영 민주당 최고위원, 추미애 의원, 정대철 전 의원 등이 참석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축사 동영상, 박준영 전남지사, 김두관 경남지사는 화환을 보냈다. 유 회장은 “총선에 나가기 때문에 인터뷰를 하는 건 선거법에 걸린다. 더는 취재에 응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유 회장의 이력을 보면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용산구 호남향우회장 시절 서울시의원(민주당 비례대표)을 했고, 서울시 호남향우회장을 맡고서 18대 총선에 공천을 신청했다. 이제 그는 전국호남향우회총연합회 총회장이라는 직함으로 국회에 재도전하는 것이다.
박장명(69) 중앙회 공동회장은 “유상두 회장은 회칙상 회장 자격이 없으므로 향우회장이라는 직함을 쓰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박 회장은 2009년 정기대의원총회 때 임 총재의 연임을 반대한 인물이다. 이후 그는 비대위 구성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며 유 회장의 연합회에 고문으로 합류했다가 임 총재의 중앙회로 복귀했다. 박 회장은 “유상두 회장은 회칙 선거관리규정 제13조 당선자 취소와 제27조 임원의 자격 정지 및 상실에 해당해 자격을 잃었다”며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許京萬, “전라도가 독립공화국 만드나”
“회칙에 회장은 2억원의 분담금을 내게 돼 있습니다. 50%는 취임으로부터 일주일 이내에 납부해야 하고, 나머지는 1년 이내에 내야 합니다. 이 기한 내에 납부하지 않으면 임원 자격이 정지되고, 정지 기간이 3개월을 넘으면 자격이 자동 상실됩니다. 유 회장도 이런 사항을 인정했지만, ‘뜻있는 사람은 참여하고, 뜻 없는 사람은 그만두면 되는 일’이라며 회칙을 무시하는 독단적 행동을 보였습니다. 회칙상 총연합회의 집행부는 부재 상태이며 유 회장은 총연합회 회장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박 회장의 주장을 확인하기 위해 유 회장의 측근인 최덕수 사무총장에게 전화했다. 그는 “민주당 전당대회 때문에 정신이 없고, 지난번에 말한 내용 외에 할 말이 없다”며 취재 거부 의사를 밝혔다.
호남향우회 최대 조직인 재경 광주전남향우회(추산 회원 500만명)는 일련의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최봉인(崔峰寅ㆍ74) 재경 광주전남향우회 상임고문은 “최근 비례대표 등을 통해 정치권에 들어가려고 ‘느닷없는 놈’들이 향우회를 이용한다”며 “요즘에는 한의원 원장이 후농(김상현 전 의원의 아호)을 총재로 앉혀 놓고 ‘전국’도 모자라 ‘국내외통합호남향우회’라는 걸 만들었다”고 탄식했다.
국내외통합호남향우회는 2010년 11월 20여 명의 대의원이 회의를 열고 편강한의원 서효석(徐孝錫ㆍ66) 원장을 3대 회장으로 선출했다. 서 원장은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예비후보자로 등록한 바 있는 ‘정치 지망생’이다.
최 고문은 “개인의 입신과 영달을 위해 ‘호남’을 파는 것은 수많은 향우의 애향심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정치인들도 ‘전국’이라는 타이틀을 붙이니까 무슨 막강한 단체인 줄 알고 관심을 갖는 것 같다”며 “지역주의에 기대려는 구태를 버려야 한다”고 충고했다.
재경 광주전남향우회장을 역임한 허경만 전 전남지사는 “향우회 명함으로 먹고사는 ‘꾼’들을 막으려면 재경 광주전남향우회와 재경 전북도민회가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이제 호남인들이 배타성을 버리고 변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더 이상 호남이 민주당 몰표를 하면 안 됩니다. 호남이 무슨 힘이 있습니까. 재정자립도가 낮아 중앙정부에 손을 벌려야 하는데 민주당은 항상 자기들에게 몰표를 주니까 무시하고, 한나라당은 표도 주지 않는데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있겠습니까. 전라도가 독립공화국을 만들지 않는 이상 다른 지역과 화합하며 살아야 하는데, 지금 같은 태도는 호남을 점점 고립시킬 뿐입니다. ‘김대중 대통령 당선’은 허주 김윤환도 ‘이제는 전라도 대통령이 나와야 한다’고 할 정도로 특수한 상황에서 이뤄진 것이었습니다. 앞으로 호남사람과 호남당으로는 정권을 잡지 못합니다. 지역감정 때문에 피해를 보는 건 우리입니다. 성격상 ‘야권’에 표를 주는 게 맞다고 해도 55:45 정도로 균형을 맞췄으면 합니다.”⊙
호남향우회. 이 조직이야말로 한국 내 지연(地緣) 문화를 대표하는 단체다. 호남에 고향을 두고 있는 국민이 수도권 지역에만 850만명으로 추산된다. 부산 80만명, 대구·경북 45만명, 울산 20만명 등 전국 각지에 흩어진 인원을 합치면 1000만명이 넘는다.
혹자는 호남 출향민을 일컬어 ‘한국의 유대인’이라고 표현했다. 전국 각지로 뿔뿔이 흩어진 호남인들의 이주를 ‘디아스포라’로 비유한 것이다. 맨몸으로 도시를 찾은 이들을 맞는 것은 빈곤뿐이었다. ‘호남’에 대한 차별도 사무치는 ‘한(恨)’으로 남았다. 타관객지의 고초는 고향 사람끼리 뭉치게 했다. 약 40~50년 전부터 이들은 출신지, 거주지, 직장, 학교별로 친목도모를 위해 만들어진 향우회를 조직했다. 사회로부터 소외된 호남인은 향우회 안에서 위안을 얻었다. “아따 성님” “어이 동상” 하며 상부상조했다. 그러는 사이 호남향우회의 결속력은 인구에 회자될 정도로 강력해졌다. 이들은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김대중’이란 지도자를 중심으로 뭉쳤고, 선거 때마다 ‘김대중당’(국민회의·민주당 등)에 확고한 지지를 보냈다.
호남향우회, 朴元淳 지지 여부로 異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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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0년대 후반 첫차를 타고 상경하는 외지인들. 산업화 이후 호남인들은 전국 각지로 흩어졌고, 타관객지의 고초는 고향 사람끼리 뭉치게 했다. |
유 회장은 “호남향우회가 서울에 734개 있다”며 “거기를 맡고 계신 회장님들께 ‘기권하지 말고 꼭 투표하라’고 말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제부터 민주당 골수 지지자들이 나올 것”이라며 긍정적 전망을 했다. 민주당 전통 기반인 호남향우회의 소위 ‘야권(野圈) 단일후보’ 지지는 당연한 것처럼 보이지만, 당시 호남 민심은 박 후보에게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았다.
10월 20일 서울시장 보선 전 마지막으로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는 박 후보에게 유리한 상황이 아니었다. 당시 박 후보의 지지율은 하락 국면이었다.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는 10%P 차이를 극복하고 일부 조사에서 박 후보를 앞섰다. 선거양상은 ‘뻔한 승부’에서 ‘혼전’으로 변했다.
박 후보는 ‘호남 표심’을 움직이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자들은 냉담했다. 이들은 후보조차 내지 못한 민주당의 무력한 모습에 실망했고 허탈함을 느꼈다. 서울 시내 민주당 당원협의회들은 “기권하자”는 움직임도 보였다. ‘박지원’으로 대표되는 민주당 호남 세력의 지원 유세도 없었다. 이에 대해 박지원 의원은 “그동안 민주당 지역위원회를 찾아다니면서 ‘두더지 작전’을 폈고, 특히 호남향우회가 이러면 안 된다고 설득했다”고 말했다.
2011년 10월 24일 국회 정론관에서 ‘다른’ 호남향우회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국호남향우회총연합회 중앙회 임향순 총재(전 광주지방국세청장)는 “박지원 민주당 전(前) 원내대표가 호남향우회 일부 회원들을 대동하고 박원순 야권 단일후보 사무실에 가서 지지한다고 밝힌 것은 전국호남향우회총연합회 중앙회와는 전혀 무관한 일”이라며 “당시 박 후보에 대한 지지 선언을 한 유상두 회장은 2010년 전국호남향우회에서 제적된 인물로 호남사람들을 대표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선거에 호남향우회 이름을 표방해 지역 간판을 걸고 특정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온당치 않은 처사”라며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어느 특정후보를 지지하지 않고 엄정중립을 지키겠다”고 선언했다. 이 자리에서 이길범(李佶範) 전 의원은 “‘호적 쪼개기’를 통해 군 면제를 받은 박 후보는 서울시장이 될 자격이 없다”고 비판해 사실상 ‘박원순 거부’ 입장을 밝혔다.
2006년 ‘광명사태’를 계기로 전국조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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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전라도 비하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이효선 광명시장(좌)이 한나라당사를 찾아 황우여 사무총장과 면담하고 있다. 이 시장이 촉발한 소위 ‘광명사태’는 호남향우회 전국 조직 건설의 계기가 됐다. |
현재 호남향우회 ‘전국 조직’을 표방하는 곳은 전국호남향우회총연합회 중앙회(이하 중앙회)와 전국호남향우회총연합회(이하 연합회)가 있다. 두 단체의 뿌리는 2006년에 결성된 전국호남향우회 전국연합(이하 전국연합)이었다. 전국연합이 출범하기 전까지는 각 시ㆍ도 향우회가 개별적으로 활동하고 간헐적 교류를 하는 정도였다. 호남향우회가 ‘거대 단일 조직’처럼 인식돼 왔던 것은 호남차별에 대한 피해의식이 ‘김대중 대통령 만들기’로 옮겨갔을 때 보였던 응집력이 낳은 일종의 착시현상이다.
전국연합 출범 전에도 ‘전국 조직’을 내세운 단체가 있었다. 2000년 9월 전국 시ㆍ군 향우회장 30명은 ‘전국호남향우회연합회’를 결성하고 이영호(李暎湖ㆍ62)씨를 회장으로 추대했다. 그러나 하부조직이 빈약했던 이 단체는 이내 소멸상태에 빠졌다. 각 시ㆍ도 호남향우회가 뭉쳐 ‘전국 조직’ 건설에 합심한 계기는 2006년 7월에 있었던 이른바 ‘광명사태’였다.
당시 이효선(李孝善ㆍ57·한나라당) 광명시장은 시의원과 지역 기관장이 참석한 오찬 자리에서 “전임 백재현 시장이 퇴임 직전 호남 출신 인사를 승진시켰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 시장은 “형평성을 잃은 잘못된 인사”라며 “전라도 놈들은 이래서 욕을 먹는다”고 발언했다. 전국의 호남인들은 분노하며 들고 일어났다.
한나라당은 이 시장에 대해 1년간 ‘당원권 정지’ 처분을 내렸다가 호남 민심의 이반을 우려해 ‘제명’ 조치했다. 이 시장은 “호남인과 광명시민, 한나라당에 대해 본의 아닌 실수로 심려를 끼쳐 사죄드린다”며 자진 탈당했지만, 호남향우회는 이 시장 퇴진운동을 벌였다.
전국호남향우회연합회는 그해 8월 17일 광명시 체육관 광장에서 규탄대회를 열었다. 5000여 명이 참석한 집회의 골자는 이 시장의 사퇴와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이었다. 이 자리에서 전국호남향우회연합회는 “1400만 호남인은 지역감정을 선동하고 이를 악의적으로 이용하는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지역감정 타파를 위한 국민운동을 전개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때 결집한 세력이 전국 조직 건설의 밑바탕이 됐다.
같은 해 10월 광역시ㆍ도 회장 8명이 참석한 회장단회의는 ‘전국호남향우회연합회’를 계승해 ‘호남향우회전국연합’을 출범시키고, 2대 총회장에 임향순 재경 광주전남향우회장을 확정했다. 재경 전북도민회를 제외한 전 지역단체들이 회원으로 참여했다. 전국연합(이후 전국호남향우회총연합회로 개명)은 전국 호남향우회 본부로서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12월 창립총회 때는 당시 유력 대권주자였던 이명박 대통령이 방문했다. 이것이 호남향우회 분열의 씨앗이었다. 3년 뒤인 2009년 12월 전국연합이 정치적 갈등으로 갈라진 것이다.
중앙회 “호남이라고 언제까지 民主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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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향순 전국호남향우회총연합회 중앙회 총재. |
“전국호남향우회 회장인 임향순씨가 장흥 출신이라고 들었는데, 이분이 원래 국세청에서 근무했고, 한국세무사회장도 하고 있습니다. 이분이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서 한나라당을 지지하겠다, 이명박을 지지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아마 눈총을 많이 받겠지만, 제가 너무 고맙습니다.”
당시 한국세무사회 회장을 겸하던 임 총재는 12월 10일 세무사 156명을 이끌고 한나라당을 방문해 ‘이명박 지지’를 선언했다. 2008년 18대 총선 때는 한나라당 비례대표 공천을 신청했다 탈락했다. 또 2010년 6ㆍ2 지방선거에서 오세훈 캠프에 시민통합본부장으로 합류하고, 김문수 경기지사의 유세도 거들었다. 그는 한나라당 지지 이유에 대해 “전라도 거주민과 출향민의 정서는 다르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출향민 중 일부 극렬한 민주당 지지자를 제외하면 대부분은 중도적 성향을 가지고 있고, 한나라당 지지자가 많습니다.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이길 수 있었던 것은 호남 표가 움직였기 때문입니다. 출향민들은 객지에서 다른 지역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야 합니다. 우리끼리 뭉쳐서는 되는 일이 없습니다. 전라도 사람이 서울 인구의 30%라면, 70%는 타지 사람 아닙니까. 언제까지나 소수인 우리가 ‘따돌림’받지 않고 살기 위해서는 여러 방법을 모색해야 합니다. 한나라당도 대안의 하나로 생각하고 통로를 확보해야 합니다. 호남이라고 언제까지 민주당을 찍어야 합니까.”
현재 추진 중인 ‘야권통합당’은 친노세력이 장악하고, 호남 출신이 소외될 가능성이 크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친노세력과의 동맹을 통해서라도 대권으로 나아가는 길을 확보하려 한다. 분당을 하지 않는다면 호남사람들이 찍을 ‘순수 민주당’은 사라질 확률이 높다.
반면 한나라당에 대한 정서는 약간 변하고 있다. 2007년 대선 직후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명박 후보는 수도권 내 호남 출신 유권자로부터 정동영 후보보다 3%P 높은 득표를 했다. 이듬해 18대 총선에서도 호남인구 비중이 큰 선거구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됐다.
2010년 6ㆍ2 지방선거에서는 ▲정용화 광주광역시장 후보 7만4490표 ▲김대식 전남지사 후보 12만3548표 ▲정운천 전북지사 후보 15만1064표 등 호남 지역에서 총 34만9000여 표를 얻었다. 이는 이명박 대통령이 17대 대선 때 호남에서 득표한 23만2000표보다 11만7000표가 늘어난 것이다.
최근 ‘한나라당의 불모지’ 광주에서 열린 한나라당 친박계 이정현 의원의 출판기념회를 통해서도 변화되는 신호를 감지할 수 있다. 이 행사에 민주당 및 무소속 지자체장 등을 포함한 지역 인사 5000여 명이 운집했다. 최소한 호남사람들이 한나라당에 적대감정을 갖고 있지는 않다는 얘기다.
이런 흐름과는 달리 임 총재의 정치색은 향우회 내부에서 큰 반발을 샀다. 민주당 열성지지자들은 3대 총재에 단독출마한 그의 연임을 막기 위해 회의를 무효화시켰다. ‘2009년 정기대의원 총회 회의록’에 기록된 당시 상황은 이렇다.
중앙회, 회칙상 회원 300만명이나 실제 1만2천여 명이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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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통합안 가결’ ‘무효’를 주장하는 대의원들. 현재 추진 중인 ‘야권통합당’은 호남 출신이 소외될 가능성이 커, 호남사람들이 찍을 ‘순수 민주당’은 사라질 확률이 높다. |
당시 선거관리위원장이던 최순모 대구ㆍ경북 호남향우회연합회장은 “성원이 됐으므로 2009년 정기대의원 총회를 개최한다”고 선언했다. 총재에 단독후보로 출마한 임향순 총재는 공약을 발표하고 “적법하게 성원이 이뤄졌지만, 차후에 전 회원단체가 모두 참석해 화합된 자리에서 추대받고 싶다”며 고사했다. 지방에서 올라온 대의원들은 “성원보고와 위원장의 개회선언으로 모든 것이 적법한 절차를 거쳐 이뤄졌는데 다음으로 미루는 것은 낭비”라며 총재 취임을 요구했다. 당시 서울연합회 유상두 회장은 최 위원장이 의견을 묻자 이렇게 말했다.
“성원이 되면 총회를 강행하고, 안 되면 송년의 밤 행사만 하기로 했습니다. 그 후 인천, 대구ㆍ경북, 울산, 창원 회장들이 어떻게 해서라도 대의원 총회만큼은 막아달라고 해서 오늘 아침에 총재님과 단독면담을 해서 오늘은 송년의 밤 행사만 하기로 했습니다. 전 회원단체가 모인 가운데 총회를 하기로 했는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대의원들의 취임 요구가 계속되자 임 총재는 “이 자리에서 총재가 결정되지 않으면 내일부터 호남향우회는 표류할 것”이라며 “여러분의 뜻에 따르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때 최순모 선관위원장은 “방명록을 확인한 결과 성원이 미달됐다”며 개회 무효를 선언하고 퇴장했다.
사회자는 “성원보고를 듣고 선관위원장이 개회선언을 했다가 갑자기 성원이 되지 않았다는 보고를 한 후 퇴장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며 서울연합회 상임고문 이길범 전 의원에게 의견을 물었다. 이 고문은 “성원이 됐으므로 우왕좌왕하지 말고, 임시의장을 선출해 정기대의원총회를 개최하고, 총재를 재추대하자”고 말했다. 대의원들은 임시의장과 선관위원장을 선출해 회의를 속개했고, 3대 총재로 임향순 후보를 추대했다. 임 총재 노선에 반대한 지역회장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2010년 3월 유상두 회장을 총회장으로 추대했다.
임향순 중앙회 총재는 “서울연합회장을 시켜주면 충성하겠다고 각서까지 쓴 유상두 회장이 대의원총회 결과에 불복하고 일부 지역회장들과 떨어져 나가 새로운 단체를 만들었다”며 서류를 내밀었다. 문서는 2009년 7월에 작성한 유 회장의 각서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상기 본인은 서울특별시 호남향우회 회장으로서 전국호남향우회 총연합회 총재님에게 충성하고, 불순한 행동에도 절대로 가담하지 않고, 만약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시에는 총재님께서 언제라도 본인을 해임해도 아무 미움 없이 따르겠다.”
임향순 총재는 “호남향우회가 민주당 성향이 강해서 연합회의 세가 큰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중앙회는 서울, 경기 지역에 따로 조직을 구성했고, 지역회원단체들도 ‘중립적’ 입장을 보이는 곳이 많아 압도적인 차이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임 총재가 이끄는 중앙회 서울 조직의 규모는 회칙상 약 300만명으로 잡아야 하지만, 실제로는 1만2000여 명이 19개 구에 흩어져 있다. 1개 구당 630명이란 얘기다. 여기서 호남향우회의 부풀려진 규모가 드러난다. 실제로 각 향우회의 참여도나 결속력이 예상처럼 높지 않다는 것이다.
재경고흥군향우회와 같은 예외도 있다. 서울에 읍ㆍ면ㆍ리별로 조직된 향우회가 체육대회를 할 때면 대략 2만~3만명이 모이기 때문에 효창운동장 전체를 빌려야 한다. 재경영광군향우회의 경우 추정회원을 10만명으로 잡는데, 실제 향우회에 등록된 숫자는 1000명 남짓이다. 가장 출석률이 높은 ‘송년의 밤’ 행사는 300~400명이 참석한다고 한다.
임 총재는 “연합회는 우리 서울 조직을 그대로 가지고 갔지만, 방치하다시피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재 상태로는 많아야 우리의 2배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숫자보다도 중요한 것이 법통”이라며 2007년 8월 종로세무서에 등록된 ‘사업자등록증’을 펼쳤다. ‘전국호남향우회연합회’로 등록된 법인명의 대표자가 본인이므로 명칭사용금지 요청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합회 “열성회원은 1만9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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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상두 전국 호남향우회 총연합회 총회장. |
“임 전 회장이 한나라당 편에 서는 것에 대해 향우회 내부에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임 전 회장도 원래는 민주당 쪽이었습니다. 2007년 대선 때 정동영 후보에게 당직을 요구했다가 안 먹히니까 한나라당에 간 것입니다. 아무리 향우회가 정치와 상관이 없다고 하지만, 팔은 안으로 굽지 않습니까. 호남사람들은 ‘한나라당’이라고 하면 염증을 냅니다. 그런데 호남 향우를 대표하는 회장이 자꾸 한나라당으로 가니까 불만이 터진 겁니다. 이후 비대위가 구성돼 저를 추대하려 했지만 3개월 동안 고사하다가 대의원들의 만장일치로 회장직에 올랐습니다. 모든 지역 회원단체들이 나를 따르고 있다는 것은 그들에게 물어보면 금방 ‘답’을 알 수 있는 내용입니다.”
각 지역 호남향우회연합회에 어떤 단체를 인정하는지 묻기 위해 전화했다. 연락이 닿지 않은 강원향우회, 대구ㆍ경북향우회는 공식입장을 확인하지 못했다.
“부산은 호남사람이 살기 어려운 오지입니다. 지금도 어렵게 살거나, 일자리가 없어 곤란한 향우들이 많습니다. 이런 분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만으로 바쁩니다. 정식으로 가입한 곳도 없으며, 서울의 일에는 관여치 않습니다.”(재부호남향우회)
“인천향우회는 60년 역사를 자랑합니다. 6년밖에 되지 않은 연합회 역사가 우리와 비교가 됩니까. 관계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매우 유동적이라 확실하게 말할 수 없습니다.”(인천호남향우회)
“두 단체가 항상 말썽인데, 회의는 아무래도 민주당 쪽인 유상두 회장의 연합회로 참여하고 있습니다.”(제주도호남향우회)
한편 임향순 총재는 유상두 회장의 주장에 대해 “정동영 의원과는 친분이 전혀 없다”며 이렇게 반박했다.
“2007년 당시 서울연합회장이던 윤병묵씨가 전주 출신이어서 정동영 후보와 친했습니다. 윤씨의 소개로 정동영 후보를 만나 밥 한번 먹은 것이 전부인데, 어떻게 당직을 요구하겠습니까. 말도 안 되는 얘기입니다.”
유상두 회장은 현재 총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2011년 12월 4일 용산아트홀에서 열린 그의 출판기념회는 화려한 출정식이었다. 유 회장에 따르면 최근 용산아트홀에서 가진 자서전 출판기념회는 국회의원 23명을 비롯해 4000명이 방문했다고 한다. 사진을 통해 확인한 기념회 참석 정치인의 면면을 보면 민주당 지도부의 총출동이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 정세균, 정동영, 박주선, 천정배, 이인영 민주당 최고위원, 추미애 의원, 정대철 전 의원 등이 참석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축사 동영상, 박준영 전남지사, 김두관 경남지사는 화환을 보냈다. 유 회장은 “총선에 나가기 때문에 인터뷰를 하는 건 선거법에 걸린다. 더는 취재에 응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유 회장의 이력을 보면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용산구 호남향우회장 시절 서울시의원(민주당 비례대표)을 했고, 서울시 호남향우회장을 맡고서 18대 총선에 공천을 신청했다. 이제 그는 전국호남향우회총연합회 총회장이라는 직함으로 국회에 재도전하는 것이다.
박장명(69) 중앙회 공동회장은 “유상두 회장은 회칙상 회장 자격이 없으므로 향우회장이라는 직함을 쓰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박 회장은 2009년 정기대의원총회 때 임 총재의 연임을 반대한 인물이다. 이후 그는 비대위 구성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며 유 회장의 연합회에 고문으로 합류했다가 임 총재의 중앙회로 복귀했다. 박 회장은 “유상두 회장은 회칙 선거관리규정 제13조 당선자 취소와 제27조 임원의 자격 정지 및 상실에 해당해 자격을 잃었다”며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許京萬, “전라도가 독립공화국 만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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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경만 전 전남지사는 “이제 호남사람과 호남당으로 정권을 잡지 못한다”며 “호남인들이 배타성을 버리고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
박 회장의 주장을 확인하기 위해 유 회장의 측근인 최덕수 사무총장에게 전화했다. 그는 “민주당 전당대회 때문에 정신이 없고, 지난번에 말한 내용 외에 할 말이 없다”며 취재 거부 의사를 밝혔다.
호남향우회 최대 조직인 재경 광주전남향우회(추산 회원 500만명)는 일련의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최봉인(崔峰寅ㆍ74) 재경 광주전남향우회 상임고문은 “최근 비례대표 등을 통해 정치권에 들어가려고 ‘느닷없는 놈’들이 향우회를 이용한다”며 “요즘에는 한의원 원장이 후농(김상현 전 의원의 아호)을 총재로 앉혀 놓고 ‘전국’도 모자라 ‘국내외통합호남향우회’라는 걸 만들었다”고 탄식했다.
국내외통합호남향우회는 2010년 11월 20여 명의 대의원이 회의를 열고 편강한의원 서효석(徐孝錫ㆍ66) 원장을 3대 회장으로 선출했다. 서 원장은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예비후보자로 등록한 바 있는 ‘정치 지망생’이다.
최 고문은 “개인의 입신과 영달을 위해 ‘호남’을 파는 것은 수많은 향우의 애향심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정치인들도 ‘전국’이라는 타이틀을 붙이니까 무슨 막강한 단체인 줄 알고 관심을 갖는 것 같다”며 “지역주의에 기대려는 구태를 버려야 한다”고 충고했다.
재경 광주전남향우회장을 역임한 허경만 전 전남지사는 “향우회 명함으로 먹고사는 ‘꾼’들을 막으려면 재경 광주전남향우회와 재경 전북도민회가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이제 호남인들이 배타성을 버리고 변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더 이상 호남이 민주당 몰표를 하면 안 됩니다. 호남이 무슨 힘이 있습니까. 재정자립도가 낮아 중앙정부에 손을 벌려야 하는데 민주당은 항상 자기들에게 몰표를 주니까 무시하고, 한나라당은 표도 주지 않는데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있겠습니까. 전라도가 독립공화국을 만들지 않는 이상 다른 지역과 화합하며 살아야 하는데, 지금 같은 태도는 호남을 점점 고립시킬 뿐입니다. ‘김대중 대통령 당선’은 허주 김윤환도 ‘이제는 전라도 대통령이 나와야 한다’고 할 정도로 특수한 상황에서 이뤄진 것이었습니다. 앞으로 호남사람과 호남당으로는 정권을 잡지 못합니다. 지역감정 때문에 피해를 보는 건 우리입니다. 성격상 ‘야권’에 표를 주는 게 맞다고 해도 55:45 정도로 균형을 맞췄으면 합니다.”⊙
